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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93화 (193/200)

#193화

마을에서도 꽤 떨어진 외진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주택.

오른쪽으로 가까운 거리 군부대 담벼락이 보였다.

“군부대 옆이네요.”

“네, 특수전 사령부입니다.”

“특수전 사령부라, 관련이 있을까요?”

“사령부에서 사용하는 안가일 수도 있습니다. 사령관이 비밀리에 사용하는 거죠. 천성한이 군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니…….”

“아니길 바라야겠군요.”

“우리에게 좋을 건 없죠.”

곽현수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초조해 보였다.

은수가 들어가고 시간이 꽤 지났다.

하지만 지금 들어가서 은수를 구해 올 수는 없다.

그것은 은수가 원하는 것도 아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은수가 너무 위험합니다.”

“……은수가 원했어요.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목숨까지 걸면서 미끼가 될 필요는 없는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이후로 힘들어 했어요. 어쨌든 아버지란 작자도 착한 사람은 아니었잖아요.”

“그렇지만 그게 은수 잘못도 아닌데…….”

곽현수는 은수의 선택이 내키지 않았다.

탐탁치 않은 표정이 역력한 얼굴.

미간에는 주름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자신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어요. 그 정도로 이해하죠.”

그때였다.

검은색 세단이 별장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차에서 내린 남자와 여자.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손에 쥔 망원경으로 그들을 살펴본 곽현수가 말했다.

“하인선입니다.”

“네?”

예상에 없던 그녀의 방문이었다.

왜지?

그런데 어떻게 알고 왔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을 때 요란한 엔진 소리가 멀리서 다가왔다.

낡은 승합차 몇 대가 덜컹거리며 별장 안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뒤이에 대형 세단 한 대가 뒤따랐다.

먼저 도착한 봉고차에서 아무렇게나 차려입은 것 같은 남자들이 우르르 내렸다.

대형 세단에서는 말끔하게 차려 입는 남자들이.

낯이 익은 얼굴들이다.

“이석 회장과 천성한 장군입니다.”

“드디어, 주인공이 도착했군요. 그런데 박창수 씨가 늦네요.”

정훈이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곽현수보다 더 초조한 마음이 들었지만 티나지 않게 말했다.

초조해 하면 절대 안된다.

침착해야 하는 시간이다.

별장 안에서 비명과 함께 둔탁한 파열음이 흘러나왔다.

싸우고 있는 게 분명했다.

‘벌써 은수가?’

예정에 없는 일인데.

잡혀 있기로만 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무턱대고 박창수를 기다릴 수 없었다.

“들어가야겠습니다.”

“가시죠.”

꾹 참고 있던 곽현수는 정훈의 말을 듣자마자 앞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정훈도 달렸다.

미끄러운 흙탕길을 지나 대문에 다다르자 망보던 남자가 보였다.

정훈은 붕하고 몸을 날려 그의 안면을 무릎으로 찍었다.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뒤로 하고 현관문 앞에 바짝 붙었다.

안에서는 둔탁한 소음이 계속되고 있었다.

은수가 싸우는 게 아니길 기도했다.

곽현수가 현관문을 벌컥 열었고 그 틈으로 정훈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입구를 지키는 놈들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온 힘을 다한 공격에 픽하며 쓰러진다.

숨을 고른 다음 거실 안쪽에 있는 열린 문을 보았다.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은수야, 정은수”

“여기 있어, 이 개새끼야!”

은수의 목소리가 안에서 흘러 나왔다.

다행이었다.

욕을 할 만큼 정신이 박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죠.

거실을 지키고 있던 10여 명의 남자가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

곽현수는 초승달처럼 휘어진 작은 칼을 꺼냈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스타카토처럼 짧게 끊으며 상대의 급소를 베었다.

1분도 되지 않아 10명의 남자가 바닥에 쓰러졌다.

한 치의 자비도 없었다.

정보사 사령부의 전설은 단 한 조각의 자비도 보여 주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져 꿈틀대는 그들을 지나 열려 있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석과 천성한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는 사람들.

하인선과 은수, 그리고 차보아가 맞은편에 있었다.

“이제 그만해. 더 이상 피를 볼 필요는 없어.”

하인선의 말에 이석이 비웃었다.

“어머니, 저 녀석이 사라져야 됩니다. 옛날에 죽었어야 할 놈, 모든 불행의 시작이 저놈 때문이잖아요. 어머니도 죽이려고 한 놈이잖아요. 어머니가 제가 다시 기회를 드릴게요. 함께 제국을 건설해야죠.”

“……”

하인선은 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멈춰. 모든 지분을 넘겼잖아. 약속대로 은수와 보아를 놔줘. 나와 한 약속은 지켜야지.”

“아니요.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가르쳐 줬잖아요. 후환이 될 놈은 반드시 싹수를 제거해야 한다고.”

하인선이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이석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품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총을 꺼냈다.

그리고 팔을 들어 은수를 겨냥했다.

“멈춰!”

정훈의 목소리에 움찔하는 그.

정훈을 잠시 쳐다본 다음 입꼬리를 씨익하고 올린다.

검지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 돼!”

몸을 날려 그를 막았다.

곽현수가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이석과 천성한을 경호하는 놈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그 틈에 천성한과 이석은 방 오른편에 있는 비밀 통로로 재빨리 몸을 피했다.

“잡아요.”

목소리가 생각만큼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총소리 때문에 놀랐나?

숨을 고른 다음 은수를 보았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다행이네, 총에 맞지는 않았구나.’

“정훈아!”

“새끼, 형이 미안하다. 너무 늦게 왔어.”

“야, 윤정훈.”

은수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희미해지는 그의 모습.

눈이 감기며 피곤함이 몰려왔다.

지금 잠을 잘 상황이 아닌데,

잠깐만 잘까?

모르겠다. 조금만 쉬어야겠다.

어둠이 찾아왔다.

***

별장 안으로 들어가던 박창수와 그의 조직원들은 순간 멈춰야만 했다.

귀를 찢는 소음에 순간 몸이 경직되었다.

‘총소리?’

위험을 직감한 그는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절대 쓰러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남자였다.

곽현수는 사내들의 공격을 단신으로 막아 내고 있었다.

도망치는 두 사람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진 그의 몸에서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피.

“회장님!”

박창수가 정훈에게 달려갔다.

조직원들도 곽현수를 지원하며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했다.

박창수는 쓰러진 정훈을 보았다.

“괜찮을까요?”

“걱정마세요. 이겨 낼 겁니다. 반드시.”

곽현수가 정훈의 옆구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를 막으며 말했다.

숨을 쉴 때마다 피가 한 움큼씩 왈칵 쏟아졌다.

손이 떨렸다.

모든 것을 이끌었던, 누구보다 강한 그가 바닥에 쓰러져 있다니.

상상하지 못한 순간이다.

“회장님! 눈 떠요. 정신차려야 합니다.”

“정훈아! 눈 떠!”

정훈을 둘러싼 사람들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정훈은 눈을 잠깐 뜨고 눈동자를 움직여 주변을 살폈다.

오랫동안 눈을 감았다가 다시 잠시 눈을 떴다.

“아저씨, 괜찮을까요?”

“괜찮아야지.”

은수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떨렸다.

“이제 다 왔는데, 여기서 쓰러지면 안 돼. 야 윤정훈!”

정훈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정훈아, 조금만 더 힘내!”

너무 놀라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괜한 고집을 피웠다.

자신의 아집에 때문에 진행된 무리한 계획.

얻은 건 아무것도 없고 친구만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이 느껴졌다.

“야, 윤정훈. 눈떠 이 새끼야.”

정훈이 눈을 떴다.

미간에 주름 가득한 얼굴이다.

거친 욕설이 은수의 귀를 때렸다.

“야이, 으으윽, 아파 씨발아.”

“미안해, 괜찮아?”

은수는 정신을 차린 정훈을 보았다.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숨을 고른 그가 말했다.

“성과가 없기는, 저기 있네.”

숨을 거칠게 쉬던 정훈이 손을 뻗어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인을 가리켰다.

정훈이 힘겹게 손짓하자 가까이 다가왔다.

곁으로 다가온 그녀를 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은수를 위해서 모든 걸 포기하신 겁니까?”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은수……를 잘 보살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야, 정신 차려, 정훈아.”

신화병원에서 보낸 헬기 소리가 들렸다.

은수는 눈을 감은 채 숨을 몰아쉬는 정훈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 촉박했다.

하지만 살릴 것이다.

굉음을 내며 땅에 도착한 헬기는 정훈을 싣고 곧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모두의 의지가 그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

천성한과 이석은 특전사 비밀 안가와 연결된 지하 통로를 걸었다.

“잘했어, 윤정훈이 제 발로 뛰어들다니, 그 새끼 머리통에 총을 쑤셔 박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배때기에 총알을 박은 게 어디냐. 이제 곧 뒤질 거야, 크크크.”

“아닙니다. 그놈은 절대 죽으면 안 됩니다. 제가 그놈 때문에 당했던 모든 수모를 그놈도 겪어야 합니다. 그러니 절대로, 절대로 죽으면 안 됩니다.”

이석의 목소리에 천성한이 그를 타이르듯 말했다.

“복수도 좋지만 목표를 먼저 이뤄야지. 이 나라를 우리 손에 쥐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해. 쓸데없는 복수에 마음을 쏟지 말거라. 알겠냐?”

이석은 그의 충고가 거슬렸다. 얼마 전까지 자신이 개처럼 부리던 노예였는데. 이제 피붙이라고 설친다.

하지만 참는다.

“네, 아버님.”

“이쪽으로.”

어두운 통로를 한참 걸었다.

그리고 거대한 철문이 보였다.

앞에 도달하자 육중한 문이 열리면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충성!”

천성한은 자신을 향해 거수경례하는 남자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충성! 잘 지내나, 한 사령관.”

“네, 장군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장군은 무슨, 끗발 떨어진 노인인데.”

“장군님 계획에 저도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허리를 숙이며 충성을 맹세한 한덕수 특전사 사령관.

천성한은 그의 말에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살폈다.

“어허, 이 사람이 항상 말조심하라니까.”

“죄, 죄송합니다. 장관님.”

“하하하, 아니야. 사내라면 이 정도 패기가 있어야지.”

“감사합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곧 우리 세상이 돌아올 테니 그날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게.”

“알겠습니다. 장군님.”

천성한과 이석은 그가 준비한 차를 타고 부대를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는 일본으로 간다. 원숭이 놈들이 우리가 움직일 명분을 제공할 거야.”

“네, 명분이라 하시면?”

“군인이 움직이려면 위기가 필요한 법, 그들이 도발하고 우린 대응해야지. 그쪽과 약속된 교전을 몇 차례 하면 이 땅의 모든 게 다시 내 손에 들어온다.”

이석은 천성한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목소리부터 얼굴까지 모든 게 거슬렸다.

욕심 가득한 낯짝과 거대한 몸.

노골적으로 얼굴에 드러난 그의 탐욕은, 그의 피만큼 천해 보였다.

권좌?

그를 권좌에 앉힐 수는 없었다.

고귀한 자리는 이헌의 아들인 자신만이 앉을 수 있다.

피를 나눈 아들은 아니지만 법적인 아들은 오직 자신뿐이다.

불만 가득했지만 참았다.

이석은 천성한을 보며 예의 바른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아버님. 저도 아버님이 어서 권좌에 오르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다. 아들아.”

천성한은 자신의 아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표한 이석.

감춰진 얼굴에 비린 웃음을 가득 지었다.

***

“정훈아!”

처음 듣는 목소리가 분명한데, 아련하다.

심장이 떨린다.

“누구세요?”

“짜식 잘 컸네. 얼굴도 잘생기고 사람들도 따뜻하게 잘 챙기고.”

자신을 보는 남자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죠, 잘 생겼죠?”

옆에 있던 여인이 남자의 손을 꼭 잡고 미소 지었다.

남자는 그녀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

“우리 둘을 닮았으니 완벽하지. 흐흐흐.”

“어휴, 당신도.”

남자의 말에 여인은 기가 찬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훈의 머리에 번개가 쳤다.

“엄마? 아빠?”

처음 보았지만 알고 있었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두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

목이 터져라 큰 소리를 내질렀다.

앞으로 뛰고 또 뛰었다.

온 힘을 다했지만, 잡을 수 없었다. 가까워지지도 않았다.

“정훈아, 엄마가 미안해. 그런데 아직은 아니야.”

“응? 뭐가?”

이번엔 남자가 말했다.

근엄한 목소리에는 단호한 기운이 가득했다.

“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잖아, 그 사람들을 지켜야지. 네가 없으면 모두 위험해져.”

정훈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모두, 위험해져?”

고개를 끄덕인다.

두 사람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아들. 엄마, 아빠 얼굴 봤으니 이제 돌아가. 돌아가 친구들을 구해. 어서.”

***

눈이 번쩍 뜨여졌다.

“으으윽.”

뱃속을 갈고리로 헤집는 고통이 온몸에 느껴졌다.

“으으아아아”

“정훈아, 괜찮아?”

고통에 감긴 눈을 힘겹게 밀어 올렸다.

고개를 돌리자 울먹이는 다혜가 보였다.

“응, 난…… 괜찮아.”

입술을 깨물며 고통을 참았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은수와 현수 아저씨가 서 있었다.

“아무 일 없나요?”

대답하지 않았다.

“다들 괜찮은 거죠?”

“영미 씨가 기무사에 끌려갔습니다.”

“네? 혐의는요?”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그거면 군대에서도 민간인을 체포할 수 있거든요.”

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네요. 다행이에요. 미리 대비한 게 신의 한 수군요.”

“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회장실로 가요. 가서 설명해 드릴게요.”

지금 편안하게 누워 상처를 치료할 때가 아니다.

“기무사, 밟아 버려야죠.”

정훈의 말에 두 사람의 눈이 커졌다.

“천진혁 씨는 어디 있습니까? 차영미가 준비한 히든 프로젝트를 가동해야겠어요.”

“그게 뭡니까?”

“천성한을 위한 맞춤 프로그램입니다.”

정훈의 눈은 타는 분노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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