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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98화 (198/200)

#198화

정훈은 고개를 살짝 움직여 그의 주먹을 피했다.

문득, 이 새끼가 아직 자신의 매운맛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먹을 그의 얼굴에 냅다 꽂으려다 참았다.

해야 할 말이 많은데 의식을 잃고 기절하면 곤란했다.

주먹을 거두고 그의 가슴을 발로 강하게 밀어 찼다.

-퍽

이석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으으윽

“이, 이 나쁜 새끼 힘으로 하다니.”

뭐? 미친 건가?

자기가 먼저 주먹을 사용했는데…….

기가 막혔다.

바닥에 쓰러져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이석을 향해 다가갔다.

정훈의 기세에 놀란 이석은 주저앉은 채로 뒷걸음으로 도망쳤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자 온몸을 바짝 움츠리며 방어했다.

그의 모습에서 스타그룹 총수의 위엄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와서 앉아, 처리해야 할 게 많아.”

정훈은 회장실 한가운데 있는 소파의 상석에 앉았다.

왼쪽에 은수가 앉았다.

눈치를 살피던 이석이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자리를 뺏겼지만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무슨 일 때문에 온 거지?”

“돈 갚아야지?”

“무슨 돈? 네놈에게 진 빚은 없다.”

“멍청한 네놈이 야후를 인수하며 빌린 돈, 10조.”

“그 대출은 너희랑은 상관없을 텐데. 그리고 그 정도 돈은 상속받은 부동산만 정리되면 한 번에 갚을 수 있어.”

지금까지 이석의 상속재산은 소송 때문에 묶여 있었다.

그것이 기각된 게 얼마 전이다.

이제야 묶인 부동산을 겨우 처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봐, 기한이 이미 지났어. 지난번 대출 만기를 갱신할 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건 기억하나?”

“그, 그래. 그런데 그걸 네놈이 어떻게 아는 거지?”

“한국에서 돈으로 안 되는 게 있을까? 한독은행이 미래금융지주로 넘어왔어.”

“서, 설마.”

정훈은 테이블 위에 한독은행 인수하는 계약서를 보여 줬다.

의심 많은 새끼는 증거를 보여 줘야 한다.

“쓰러져 가는 야후를 인수하기 위해 빌린 대출금 10조. 그걸 전환 사채로 변경하다니, 정말 고마워.”

정훈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석의 목줄을 쥐고 마음껏 흔들 수 있는 순간.

짜릿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철썩같이 믿고 있던 한독은행, 천지회의 회원이었다.

작년에 만기 된 대출을 전환사채로 변경해 달라고 해 별 생각 없이 전환했다.

밑에 있는 것들은 자신의 명령에 충실히 복종하는 버러지들.

자신의 명령만 따르는데.

그런데, 한독은행이 주인이 바뀌었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이석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두 눈만 깜빡였다.

“설마, 네 놈이 조종했나?”

“그건 아니야. 행장에게 비자금을 조금 주니까 민감한 정보를 왕창 갖다주던데. 거기다 뒷돈으로 백억을 내거니 은행을 덥석 팔던데. 아주 발가락도 핥을 기세였어. 너희 천지회 놈들은 정말 돈 앞에서는 놀랍도록 솔직해.”

정훈의 말에 이석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이 찢어 죽일 배신자 놈들.”

“그러게 평소에 잘했어야지. 그리고 이것도 한 번 확인해봐.”

스타그룹 계열사들이 한독은행에서 대출한 대출금액이 적혀 있었다.

한독은행이 미래금융지주에 인수되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 서류는 이해하겠지?”

이석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침음성만 흘렸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마를 잔뜩 찌푸린 이석,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꽝

“시끄럽군. 귀에 거슬리는데…….”

정훈의 말에 흠칫 놀란 그.

몸을 뒤로 빼며 경계했다.

“원하는 게 뭐지?”

“기자 회견을 해.”

“무슨 헛소리야? 기자 회견이라니”

“네놈이 스타 그룹을 경영하면서 지은 죄를 전 국민 앞에서 고해 성사 해.”

“개소리 집어치워, 그룹을 경영하며 수십만 명을 먹여 살렸다. 기업보국이란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밤을 새우며 경영에 매진했다. 그런 내가 죄를 지었다고? 나는 지은 죄가 없어!

그리고 그걸 천한 백성들 앞에서 고해 성사 하라고?”

이석의 말을 들은 정훈은 얼굴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삐뚫어진 정신, 그리고 눈에 서린 미친 신념.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수를 보았다.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그녀와 은수의 부탁 때문에 한 번의 뉘우칠 기회를 줬는데.

정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파에 앉아 자신을 경계하는 그는 온몸을 움츠렸다.

녀석의 머리채를 쥐었다.

-꽝

테이블 위에 머리를 꽂았다.

“뭐? 수십만 명을 먹여 살려? 네 놈의 사업장에서 죽어간 근로자가 수천이고, 네 놈의 회사가 만든 방향제 때문에 수천 명이 고통받고 있다. 네 놈이 밤새도록 연예인들과 환락의 시간을 보낼 때, 가혹한 근무환경에서 밤새워 일하던 청년이 무수한 재해로 사망했다. 기억나지 않아?”

녀석의 머리를 다시 한번 강하게 내리쳤다.

-꽝.

“그, 그만. 미안해”

“기회를 주는 거야.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다가는 천성한처럼 사지가 찢어진 채 감옥에 끌려갈 거야.”

정훈의 섬찟한 말에 이석은 눈을 질끈 감았다.

“미, 미안해. 살려 줘.”

손을 풀어 그를 놓아주었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녀석이 눈알을 굴렸다.

잔머리를 쓰는 게 훤히 보였다.

“잠깐만 시간을 줘, 생각해 보고 결정할게.”

“시간을 아껴야 할 거야. 아니면 네 놈이 천성한의 아들인 것도 만천하에 공개될 테니.”

그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알겠어. 이번 주 안으로 결정할게.”

“잘 생각했어, 차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오늘 압수수색은 물러 주지?”

“뭐? 어, 어떻게 검찰과 경찰을 이렇게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거지?”

“마음대로 주무르는 게 아니야. 네놈을 벼르는 사람들이 많은 거야. 그 사람들에게 약속했거든. 진정한 사과 아니면 잔인한 응징을.”

이석은 정훈을 잠깐 흘겨보다 고개를 숙였다.

정훈도 그를 잠깐 노려본 다음 강철중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형, 오늘은 철수.’

‘오케이.’

“그럼 잘 생각해.”

정훈과 은수가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분주한 사람들.

서류를 파쇄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리하는 데 여념이 없다.

“멍청한 놈들, 쯧,”

“그러게, 이미 다 우리가 자료를 확보했는데.”

은수가 그들을 한심한 듯이 보았다.

“그런데 넌, 상속 어떻게 할 거야?”

정훈이 은수에게 물었다.

“별로 관심 없어. 보아도 조금도 관심 없던데. 그게 차보아네 집이 부자였는데 돈 때문에 사이가 안 좋은가 봐.”

“아, 그래?”

“그래서 적당히 먹고살 정도만 있으면 된대.”

정훈은 은수와 보아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한, 천억.”

‘이것들이 장난치나.’

“천억?”

“응, 그거 말고는 전부 기부하려고, 그 여자도 그렇게 하고 싶대.”

“그 여자는 무슨, 엄마면 엄마지.”

“몰라, 하여튼 새끼야, 나가자.”

은수의 부가티 조수석에 앉았다.

평소와 다른 자리.

자신의 애마였는데 은수에게 넘겼다.

정들어 아쉬웠지만, 괜찮다.

지금 새로운 부가티가 오고 있다.

***

군부를 은밀하게 장악하고 있던 하나회가 실체를 드러냈다.

또한 천성한의 쿠데타 계획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곽동식 합참의장의 작전 지휘로 하나회 회원들은 모두 체포되거나 사살되었다.

그리고 그닐 스타디펜스에서 열렸던 연회에 참석했던 사람들도 모두 체포되어 감옥에 수감되었다.

내란죄!

쿠데타를 모의한 자들.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일왕이 사고로 사망한 일본.

현양사의 주축 멤버들이 사망했지만 그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일왕은 지병으로 사망했다.

총리대신은 관저에서 업무를 보아 과로로 사망했다.

그 외의 대신들 모두 교통사고, 지병으로 등으로 사망 이유를 조작했다.

어떤 언론에서도 그들이 도쿄 외곽의 료칸에서 음란한 연회를 고대하다가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훈은 신병규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었다.

물론 그의 죽음으로 쿠데타를 막고 일본 현양사에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 아직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얏트 호텔 스위트 룸.

정훈은 창밖을 물끄러미 보다가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곧 도착한다.

정훈은 곧 있을 협상의 전략을 생각했다.

-똑, 똑, 똑

노년의 남자가 지팡이를 집고 들어왔다.

일본 자민당 전총재, 다케오.

그의 생각이 일본을 움직인다.

막후의 1인자이자 킹메이커.

정훈의 협상 상대로 딱이었다.

모자를 살짝 벗어 인사한다.

정훈도 예의를 갖추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윤정훈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우리 천황폐하와 총리대신과 장관들을 살해하도록 교사한 분이라고.”

“하하하, 편한 대로 생각하십시오.”

정훈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협상 전략인가?

저렇게 상대를 도발한다면,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훈은 시계를 보았다.

신화그룹 전체 임원 회의가 1시간 뒤에 시작한다.

중요한 회의.

여기서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어 빠르게 본론을 던졌다.

“당신들은 침략을 모의했습니다. 당연히 죽어야 할 놈들입니다. 이미 그들이 지껄인 말들과 증거는 모두 수집되어 있습니다. 거기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렵게 놀아 왔더군요. 그것을 촬영한 테이프도 다수 있습니다. 아 그 안에 당신들이 신이라 일컫는 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크흠. 원하는 걸 말하세요.”

“간단합니다. 식민 지배의 사죄와 독도 반환 그겁니다.”

“불가하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정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케오의 동공이 파르르 떨린다.

“저는 협상 전략 같은 건 모릅니다. 앞으로 두 시간 안에 공식적으로 선언하세요. 그러면 됩니다.”

“아니, 윤 회장, 불가능한 일을 막무가내로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절차를 밟는 데만 1주일은 걸립니다.”

“그럼 일 주일 뒤에 알려 주세요. 그사이에 일본 국민과 전 세계 사람들이 가면을 벗은 당신들을 모습을 똑똑히 보겠네요.”

“윤 회장님.”

노인의 입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귀 안 먹었습니다. 그럼 저는 회의가 있어서 가 보겠습니다.”

정훈은 방을 빠져나왔다.

2시간 안에 저놈들은 연락한다.

그게 강자에게 무릎 꿇어온 그들의 생존방식이다.

로비에서 대기하던 차를 타고 그룹으로 돌아갔다.

***

이석은 초조하게 서성였다.

“빨리 해. 빨리!”

비서실장이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잔뜩 집중한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송금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지분도 모두 팔았습니다.”

“수고했어. 다해서 얼마야?”

“10조 5천억이 조금 넘습니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100조에 육박하던 자신의 재산이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이 모든 게 윤정훈 때문이다.

“윤정훈 이 개자식, 반드시 복수한다.”

“회장님, 비행기는 전용기로 준비했습니다.”

“뭐? 전용기? 돈이 얼마야?”

“회사 경비로 처리했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잘했어. 헤어질 때 되니 일을 알아서 척척 하는구만.”

“그리고 탁현미도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뭐? 정말이야?”

“네. 연예계 생활에 지쳤다고 하더군요. 회장님과 함께 여유롭게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기분 좋아지는 약입니다. 좋은 시간 보내기 전에 쓰시면 됩니다. 비행기 타기 전에 드십시오.”

“그래? 고마워. 우리 비서실장님이 이렇게 일을 잘할 줄이야.”

기분이 좋아진 이석은 지갑을 꺼냈다.

백만 원과 천만 원을 고민하던 그.

백만 원짜리 수표를 그에게 건넸다.

“다음에 아르헨티나에 오면 연락해.”

“예, 회장님.”

비서실장이 뒤돌아 나갔다.

이석은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은 떠나지만 꼭 돌아온다.

반드시 돌아와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겠다고 결심했다.

***

정훈은 회의실 문을 열었다.

양옆으로 길게 뻗은 책상에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오늘 회의에 전 계열사의 임직원을 불렀다.

자리에 앉은 다음 고개를 돌렸다.

은수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하인선 여사도 은수 곁에 있다.

정훈은 가볍게 목례 한 후 마이크를 툭툭 두드렸다.

“아, 아,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계열사 임원들의 고개가 모두 정훈을 향했다.

모두 그의 입을 주목했다.

“신화그룹이 스타그룹을 인수합니다.”

“회, 회장님, 정말입니까?”

“네. 이미 거의 다 되었습니다.”

회의실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만 깜빡였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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