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16화 (16/200)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깊은 밤, 베이커 거리 으리으리한 저택들.

그중에서도 유독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로이스 가문의 저택.

그 거대함을 못마땅해하는 자들은 돈만이 전부인 천민 귀족의 대표라며 손가락질했으나.

“부러움을 비웃음으로 포장한 것뿐이지. 자신들에게 그런 능력이 없으니까 말이야.”

저 남부 깊은 산림에서 공수해온 최고급 원목으로 만든 책상과 책장들.

정신을 맑게 해준다는 신비한 능력이 깃든 값비싼 나무이나 넓은 집무실을 가득 채웠다.

그뿐인가.

서부 불모지 사막에 존재하는 영수 백사자의 갈기를 비롯하여 북부 백설수정으로 만든 투명하며 한기가 감도는 컵까지.

아인델은 자신했다.

“누구도 이 정도로 사치를 부리진 못하겠지. 설사 제국의 황자라 해도 말이야.”

귀족들 사이에서도 가보 취급을 받는 백설수정으로 만든 잔에다가.

저택 하나 가격과 맞먹는 100년산 위스키를 찬찬히 따랐다.

이 넓은 제국 땅에서도 단 13병만이 생산되었다는 귀주.

갈색 액체가 쪼르륵 모습을 드러내자.

향긋한 과일을 비롯한 복합적인 향이 너울거리듯 집무실을 가득 채웠다.

이리 귀하건만.

자신의 삶은 이리 귀하건만.

“황자께서는 어째서 그런 말을 하였을까.”

자꾸 피를 흘리며 대충 고기를 씹어 삼키던 황자, 아르한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분명 그 또한 자신도 이런 음식들을 먹기 힘들다고 말했다 들었다.

집무실을 보면 더욱 경악하겠지.

단순히 혈통으로 얻은 고귀함에 불과하건만.

왜 피를 흘리면서도 고기를 씹어 삼키는 그의 모습에선 추레함 하나 없었을까.

왜, 왜?

자신은 이리 노력하여 부를 이루었고 황자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터인데.

어째서 그는 최고급 사이 파묻혀 있는 자신보다.

“고귀한가-.”

잠시 씁쓸한 웃음을 떠올린 아인델이.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소피아.”

자신의 딸 소피아를 불렀다.

밖에서 보였던 따뜻하고 자애로운 눈빛은 어디에도 없이 한없이 냉랭한 눈빛.

약간의 혐오까지 담은 목소리.

반면.

“소문과 꽤 닮아 보였어요.”

소피아는 가엽게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무감정한 표정으로 차분히 그리고 고요히 오늘 처음 본 황자를 떠올렸다.

“하지만 또 소문과 완전히 달랐지요.”

“무엇이.”

“잔혹하나 잔혹하지 않았고 오만하고 광폭하나 냉철하였지요.”

“사고 또한 일부러였겠지.”

“자신의 악명을 지혜롭고 적절하게 활용하더군요. 누구도 그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지 않겠지요.”

“그래 이미 미쳤다 소문이 났으니, 그런데도 기품을 잃지 않았다. 솔직히···마지막 순간에는 칼이 날아올 줄 알았어.”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왜 휘두르지 않았지? 아니 왜 참았지? 광기와 살기만으로도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거늘.”

“참을 수 있으니까요.”

“참을 수 있다? 하! 그렇다면 지금까지 보였던 소문 속의 광기는?”

“부러 표출한 거라 보이네요.”

“남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아마도···그렇겠지요.”

“마치 너처럼 말이냐?”

“······.”

약간은 죽어있는 딸의 눈을 보며 쯧, 아비가 혀를 찼다.

“설마 황자에게 보내었다고 불만을 품었느냐?”

“아닙니다.”

“그래? 난 널 아르한에게 보낼 생각이다. 황자를 이용해 환관들을 제거하려 한다. 만일 우리가 본 게 사실이라면 환관들을 능히 치워줄 것이고. 아니라면 오히려 당하겠지.”

“네.”

“넌 가서 그를 판단해라. 정말 가문의 비전을 맡겨도 좋을지. 만일 아니라면.”

그가 위스키를 머금고 딸을 노려보길 잠시.

“황자의 협박으로 일어난 일이니, 알아서 살아남아라 미친 황자의 아래에서.”

버리겠다는 말임이 분명하나.

“알겠습니다. 가주시어.”

소피아의 대답은 무감정하기만 했다.

이를 끝으로 나가는 딸의 등을 바라보던 아비는.

서랍에서 꺼낸 편지를 살폈다.

6 황자가 보낸 편지, 사업을 빼앗으려는 환관들을 막아줄 터이니 자신에게 협력하라는 내용.

그의 눈에 간교한 계략이 번지기 시작했다.

두 황자를 경합시켜 더욱 많은 이득을 차지할 생각.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탐욕 어린 눈을 슬쩍 본 소피아는.

자신을 가둔 새장을 탈출하리라.

아니.

‘부수겠어요. 모든 걸.’

부술 생각이었다.

자신을 억압한 모든 것들을.

그러기 위해선 11황자 아르한이란 미친 검이 필요했다.

삭막한 표정이 유독 소름 끼쳤다.

****

[당신을 둘러싼 운명이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속성 금전운이 거칠게 꿈틀거립니다. 관련 인물들 사이 하위 운명 계략이 피어납니다]

[하위 운명 계략과 모략이 당신을 중심으로 일렁입니다]

[개변 점수가 많습니다. 투자가 필요합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작게 웃었다.

그래 생각대로 소피아와 아인델 사이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

그 중심엔 나라는 새로운 요소가 끼어있겠지.

황후와 내시, 로이스 가문까지.

‘점차 모여들고 있다.’

전생의 폭군은 그저 광인으로서 누구의 도움도 누구의 관심도 누구의 견제도 받지 못했다면.

지금은 서서히 몰리고 있다.

견제와 시기도 서서히 늘어나겠지.

걱정은 없다.

제국의 멸망도 보았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는다.

운명을 잡아먹는 게 사는 길이라면 얼마든지.

계략이든 죽음이든 뭐든 잡아먹어 주마.

잠시 앞으로 할 일을 점검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얼추 도착했습니다.”

안드레가 익숙한 거리를 보곤 잠시 한숨을 삼켰다.

코를 찌르는 오물과 메케한 냄새.

수도 페르마의 남동부.

흔히 하수구 지역이라 부르는 수도에 위치한 빈민가이자 슬럼가.

싸구려 유흥과 거친 건달들이 가득한 거리.

벌써부터 싸움 소리와 고함, 남을 등쳐먹으려는 사기꾼들의 끈적한 눈빛이 가득했다.

“어이 형씨 한 대 피우려나?”

지나가던 덩치가 알 수 없는 궐련을 하나 슬쩍 권했으나.

“관심 없어.”

안드레가 으르렁거리듯 그를 밀치고는 지나쳤다.

이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모르는 물건을 받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았다.

약해 보이면 잡아 먹힌다.

어리숙해 보여도 마찬가지.

부러 기세를 피워내며 덩치를 밀어내려 할 때.

“한 대 줘봐.”

나는 오히려 놈이 내미는 궐련을 잡아 들었다.

윽, 안드레가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려는 전하라는 소리를 억누르는 사이.

쓰으읍.

콧속으로 파고드는 아릿한 향.

최하급 궐련인데도 거리 곳곳 이걸 물고 다니는 이들이 많았다.

치칫, 손가락 끝에 불을 피워내어 깊게 연기를 들이마시려니.

달큼한 냄새가 피어났다.

“어이 형씨 돈은 내셔야지. 응? 한 묶음에 은화 하나. 1밀네로 쳐주지. 어때? 싸게 주는 거라고.”

놈이 울그락불그락한 근육으로 위협하며 돈을 요구.

고작 열 개비에 은화 하나라니.

미친 가격이라 할 만했으나.

팅, 내가 품속에 손을 넣어 돈을 하늘로 튕겼다.

그런데 반사되는 빛이 심상치 않았다.

하늘을 떠도는 금화.

거리를 지나가던 모두의 눈이 찬란한 금화 한 닢에 쏠렸다.

덩치의 시선 또한 마찬가지.

어어, 얼빠진 듯 멍하니 하늘로 손을 뻗을 때.

내 주먹이 놈의 턱을 때렸다.

허튼 낭비 없이 발끝부터 허리, 어깨를 지나는 힘을 모두 실은 주먹에 놈의 얼굴이 홱 돌아갔고.

놈이 자리에 철푸덕 엎어졌다.

까뒤집힌 눈을 보니 한참은 기절해 있겠다.

입에 문 궐련을 깊게 빨아들이고는.

“냄새나는 입을 어딜 들이밀어.”

후우, 연기를 내뿜어내며 놈의 잘못을 읊조렸다.

높이 떠올랐던 금화 또한 회수.

그리곤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내가 떠난 자리, 허름한 옷을 입은 이들이 덩치의 옷을 뒤져 궐련과 푼돈들을 훔치는 모습.

녀석들의 탐욕 어린 눈이 때때로 내 등을 훑었으나 감히 덤벼드는 놈은 없었다.

이로써 첫발은 디뎠다.

“어, 어 그러니까. 음.”

안드레가 나를 보며 당황하길 잠시.

“여기서 가장 크고 가장 더러운 놈들이 모인 곳으로 안내해라.”

안드레가 굳이 말을 더하지 않고 앞장섰다.

눈앞이 약간 도는 기분.

염제심결의 불을 일으켜 독기를 태우자 좀 나아졌다.

궐련을 피자마자 알아챘다.

과거 제국을 병들게 했던 밤하늘.

사람의 정신을 망치고 몸을 늘어뜨리는 마약이 섞여 있음을.

황자로서, 황제로서 제국에 밤하늘이라는 암이 퍼지기 전에 제거하려 한다.

이 뒤에 있는 놈들이 누군지를 알기에.

겸사겸사.

‘눈엣가시 가시 같은 놈들도 제거하고.’

머릿속에 휘도는 계략이 꽤 음험했다.

**

안드레는 뒤에서 말없이 걷는 전하가 걱정이었다.

방금 궐련의 냄새, 거리에 도는 냄새를 보았을 때 그리 좋지 않아 보였는데.

거기다 이런 더럽고 위험한 거리를 굳이 오시겠다는 의도도 모르겠다.

‘내가 지켜야 한다.’

안드레의 결심.

황자 전하를 보필하고 지키리라.

과거 고아원에서 지내던 시절 이 거리에서 오래 지냈던 그는 익숙했으나.

전하는 모르실 거다.

이 거리가 얼마나 비열하고 저열한지.

지금도 슬며시 훔쳐보는 이들의 눈이 따가웠다.

마침 하수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오물이 모여드는.

- 쥐들의 안식처

가장 커다랗고 너저분한 선술집이 보였다.

“당부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문 앞에 멈춰선 안드레가 황자를 향해 돌아섰다.

이곳에 들어가기 전 몇 가지 규칙을 알려주려 했다.

쥐새끼들 사이엔 쥐새끼들만의 법칙이 있으니.

혹여라도 쥐새끼들의 삶을 모르는 황자가 괜한 피를 뒤집어쓸까 걱정이었다.

“더러운 일들은 제가 할 테니 손에 불결한 것을 묻히지 마소서.”

안드레의 충심.

아무리 강철성이 술수가 판치고 황자가 광인이라 해도 이 하수구 구역의 더러움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말을 끝맺기도 전에.

끼이이익!

황자는 벌써 선술집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발을 들이미는 중.

그가 다급히 따라 들어가자.

쥐새끼들의 시선이 일제히 황자를 향했다.

이미 황자의 눈은 그들을 훑는 중.

안드레가 시선을 차단하려다가 멈추어 섰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어설픈 도련님쯤은 쉬이 죽이는 거리의 부랑자들이 모인 장소.

가난과 음침한 비린내가 가득한 곳이건만.

황자가 들어서자.

“······.”

모든 분위기가 마치 기울어지는 것 마냥 그에게로 쏠렸다.

참으로 신비했다.

안드레 또한 길거리 고아로서 강인한 자, 잔혹한 자, 신비로운 자들을 많이 보았다.

허나 자신이 모시는 이 황자에겐 특별한 힘이 있었다.

진짜 고귀한 피가 존재라도 하는 듯 그가 선 곳은 항상 황자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황자궁은 물론이며 영림에서도 심지어 부호의 대저택에서도.

자신이 선 곳이 자신의 땅인 것 마냥 당당했고 자연스러웠다.

광기와 패기로도 가릴 수 없는 고귀함.

어느새 모인 눈동자들 사이.

저벅, 저벅, 저벅.

아르한이 늘어지면서도 담담하게 걸었다.

펑퍼짐한 로브에 가려 있으나 여유로움과 권태가 밖으로 흘러넘쳤다.

선술집이 이리 조용한 적이 있던가.

신경 쓸 법도 하건만, 황자는 고고히 자리에 앉아 한 마디만을 뱉었을 뿐.

“가장 비싼 것으로.”

몇몇 부랑자들이 숨을 들이켰다.

가장 더러운 곳에서 가장 귀한 것을 시킨다는 말에 비웃을 만도 하건만.

목소리에 섞인 확신과 당당함이 마치 정말 고급 요리라도 바쳐야 할 듯한 분위기.

그가 앉은 곳은 어디든지 강철성 안의 황자궁과 같다.

안드레 또한 몸가짐을 바로 하며 주군의 옆에 자리했다.

“여기 최고급 음식 나왔소, 소이다. 숩니다.”

종업원 또한 기세를 못 이기고는 어색한 동작으로 음식을 내놓았다.

어이없었다.

싸구려 음식을 내놓으며 최고급 음식이라니.

대충 등이나 처먹을 생각이겠지.

“어디서 이딴-.”

“먹자.”

안드레가 제대로 된 음식을 내오라 하려 하기 전에 황자가 먼저 나이프와 포크를 들었다.

질긴 부위를 대충 삶아 구운 덩어리 고기와 시들한 채소들을 구워 만든 사이드.

출처를 알 수 없는 고기로 만든 파이 등.

당연히 입맛에 맞을 리가 없다.

심지어 이 거리 출신인 안드레마저도 황궁 음식에 적응되었는지 비위가 상할 정도.

헌데 황자는 잘만 삼켰다.

주군이 드시는데 자신이 어찌 뭐라 하겠는가.

참 까탈스러울 것 같은데 이런 면은 새로웠다.

그렇게 잠시간의 식사가 이어지던 중.

“어이. 당신들이 우리 애 건드렸다며?”

뒷문으로 들어왔는지 어느새 황자와 안드레를 둘러싼 녀석들이 으름장을 놓았다.

그제야 쥐들의 안식처의 평소와 같은 분위기가 깃들었다.

황자의 기세에 압도되어 있던 부랑자들이 숨을 헐떡이며 눈알을 굴렸다.

일이 벌어질 분위기.

시체에서 나올 주머니를 노리며 탐욕스러운 입가를 훔치는 사이.

“하수구에서 우리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나 본데-.”

놈이 테이블에 손을 올리며 협박하듯 고개를 들이밀었고.

안드레가 일어나 놈을 공격하기 전.

콰직.

“끄아악!”

어느새 아르한이 놈의 손등 깊이 포크를 박아넣었다.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마치 고기라도 짚는 듯 무심했다.

그리고는.

“상 위에 더러운 손을 놓았으니 두고 가거라.”

손에 든 나이프로 정확히 테이블을 침범한 팔목을 그어보다가.

“질기군.”

자신의 검을 뽑아 놈의 팔을 잘랐다.

치이익.

신비하게도 잘린 부위에서 피가 아닌 고기 익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과 살 익는 소리가 선술집을 채웠다.

모두가 경악했으나.

“주인장, 포크와 나이프가 없다. 가져와라.”

황자는 자리에 묵묵히 앉아 식사를 이어나가려 했다.

식탁 위에 놈의 팔을 얹어둔 채!

길바닥 출신인 안드레조차 소름이 돋는 광경.

“여, 여기 있습니다!”

종업원이 황급히 포크와 나이프를 건네주려 할 때.

“누가 안식처에서 소란이야!”

지금껏 나와보지도 않던 주인장이 고함을 지르며 나섰다.

“어떤 미친 새끼들이!”

그리고 예상외의 상황에 멈칫했다.

분명 도련님들이 정신없이 당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비명을 지르는 건 저놈들.

쥐새끼처럼 생긴 주인장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기 잠깐.

슬금슬금 도망가려 할 때.

부랑자들이 다급히 도망쳐 우르르 앞문으로 빠져나감과 동시에.

“영업은 끝이다. 덤빈 놈 협조한 놈 모두 제압해라.”

황자의 명에 안드레의 검이 휘몰아쳤다.

폭력은 잠깐이었다.

아르한의 잔혹함과 단호함에 이미 기세를 먹힌 왈패들은 무력하게 당했고.

모두 무릎을 꿇거나 쓰러진 채 신음을 흘릴 뿐.

피 냄새가 자욱했으나 황자는 천천히 그리고 담담히 식사를 마쳤다.

솔직히.

‘거리의 보스라 해도 믿겠군.’

안드레조차 황자의 행동과 태도에 놀랐다.

자신이 참견할 필요 따윈 없었다는 듯한 편안함.

하긴 처음부터 피 볼일 있다며 따라오라 하셨던 주군이거늘.

걱정한 자신이 미련했다.

그런 안드레를 보던 황자가 입술을 끌어올리며 웃었다.

이제야 깨달았냐는 듯한 웃음.

“이 거리를 비롯하여 제국을 통틀어-.”

드디어 벌어진 황자의 입에 안드레와 왈패들이 긴장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할까.

모두를 죽이라 명할까?

이러는 의도가 무엇이란 말인가?

“나보다 미친놈은 없으니 괜한 걱정하지 마라.”

너무나 황당한 말에 왈패들은 숨을 멈추었으나.

“넵!”

답하는 안드레의 눈엔 묘한 열기가 차올랐다.

그래, 우리 주군만큼 미친 사람은 세상에 없다!

누가 감이 전하와 광기를 견줄까!

세상 제일 미친 주군! 그의 기사인 자신이 자랑스럽다!

가장 저열한 곳에서마저 가장 고귀한 자태로 광기를 뽐내는 저 주군이!

그런 안드레의 감동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 말을 끝낸 황자의 시선이 이번엔 주인장을 비롯한 왈패들을 향했다.

그의 진홍색 눈을 마주한 놈들이 그제야 상대의 말이 진심임을 느꼈다.

눈동자에 가득한 광기.

후드 안, 새까만 그림자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광기 가득한 눈만은 선명했다.

죽는다.

이 자는 사람을 쉬이 죽일 자다.

뒷골목에서도 가장 잔혹하며 가장 피하고 싶은 자들의 눈보다 더욱 진했다.

오돌도돌 솟는 소름을 느끼며 몸을 떠는 모습.

그 공포를 만족스럽게 바라본 황자가 입을 쭉 끌어올리며 미소 짓고는.

반쯤 피운 궐련을 올려놓으며.

“밤하늘.”

아직 많은 이들이 모르는 그 물건을 입에 담았다.

역시나 어리둥절한 표정들.

그런 그들을 보며 황자는 확신한 듯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 빌어먹을 물건을 만든 빌어먹을 악마숭배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놈만 살려주마. 관련된 작은 정보라도 좋다.”

악마숭배자라는 충격적인 발언에 모두가 숨을 들이켰고.

황자의 눈이 정확히.

유독 몸을 벌벌 떠는 놈을 향했다.

찾았다.

바로 안식처의 주인장.

“주인장만을 데려오고. 가게에 기름을 둘러라. 나머지 놈들은···나가서 소문을 퍼뜨려라. 마음껏 과장해서.”

곧 왈패들이 다급히 안식처를 빠져나갔고.

타탁, 황자의 손가락에서 불티가 떨어지자 기름을 타고 가게 전체에 불이 번졌다.

**

번지는 화마 속.

“안 돼! 안 돼! 제발 이건 제 전부란 말입니다!”

울부짖는 주인장의 목소리가 시끄러웠다.

내 눈이 곧 그를 향했고.

“묻지 놈이 있는 곳을 말해라. 안 그러면 네 전부라는 가게와 함께 타오르게 될 테니.”

진심 섞인 물음에 놈의 얼굴에 공포가 서렸다.

[하위 운명 불이 거세게 타오릅니다. 잡아먹을 악마를 찾아 태워 죽이기를 소망합니다!]

[하위 운명 행운을 발동하여 운명의 과정을 대폭 생략합니다]

[하위 운명 불행의 영향으로 예정 보다 일찍 중요 운명을 마주합니다. 중요 운명이 태동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중요 운명을 피할 기회가 있습니다]

입을 여는 놈의 얼굴 위로 운명의 신호가 시끄러웠다.

아직은 피해야 할 운명인가.

하지만.

지랄하지 마라.

악마는 당장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만악의 근원.

위험을 피하는 건 놈의 성미에도 나의 성미에도 맞지 않다.

[개변 점수를 신비 점수로 변환하여 투자합니다]

[하위 운명 불에 신비 점수를 투자합니다. 심장이 거세게 요동칩니다! 신비 염제심결의 첫 번째 심장 적염이 크기가 커집니다! 불에 대한 통제력이 강해집니다! 새로운 속성 악마 혐오를 획득합니다!]

[악마의 기운과 가까워질수록 출력이 상승합니다!]

[하위 운명 불이 중요 운명 악마에 대항할 힘을 갖추어 갑니다]

가게를 둘러싼 불이 한층 더 거세게 타올랐고.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해주지.”

눈 안에 불꽃을 가득 담으며 맞이할 운명을 기대했다.

유독 심장 고동이 거세게 귓가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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