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네가 거기서 나와?
자그마치 태운 건물만 11채, 심지어 경비대 건물 앞에서 재산과 마약을 모아 거대한 불을 피웠다.
기자들이 몰려들 만한 커다란 사건.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생각보다.
“종종 관련 기사가 실리기는 하나 생각 외로 그리 소란스럽지는 않습니다.”
“소란스럽지 않다?”
“네, 몇몇 신문에서 관련 내용을 탐방하긴 했으나 흔히 있는 거대 조직 간의 싸움으로 치부하는 듯싶습니다.”
“치부하라 압박을 받는 것은 아니고?”
“누구의 입김인지 알아볼까요?”
사건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누군가 틀어막는 것처럼 사건은 축소되었고 그저 하수구 구역에서 종종 있었던 건달들의 저열한 싸움 정도로 그쳤다.
오히려 좋다.
“알아는 보되 놔두도록. 조용해야 고자 놈들이 방심할 테니.”
“받들겠습니다.”
사건이 조용히 덮이는 듯해야 고자 놈들을 비롯하여 신문사를 압박했던 놈들이 방심할 거다.
방심하다 못해 부끄러움을 잊었을 때 단박에 잡아챌 생각이다.
알프레드가 나가려다 말고는.
“갈런 수사반장은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일단 전달하라셨던 증거는 모두 전달했습니다만.”
“왜? 당장 잡으러 가자며 타격대 파견하라고 소리라도 지르나?”
“···맞습니다. 타격대 건물까지 찾아가 행패를 부렸다더군요.”
“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계속 막아. 배를 주리다 못해 침을 질질 흘릴 때까지. 그래야 맛깔나게 물어뜯지. 슬쩍슬쩍 증거 추가로 던져주는 거 잊지 말고.”
“그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놈 주변에 있던 늙은 마법사 확인해보았나?”
“네. 직접 마주치지는 않았으나 얼핏 서로 눈치를 챘습니다.”
“어때. 보기에.”
“심상치 않더군요.”
“좋아 그 정도면 됐어. 요새 일 처리가 훌륭하군. 빚진 목숨 하나 까주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취소.”
“어째서?”
“어째서는 반말이고. 성은이 어쩌고 하는 징그러운 말투 쓰지 마.”
“알겠습니다.”
알프레드는 이제 자신의 정체를 감출 생각도 없는지 여러 은밀한 일들을 맡아 처리해주었다.
이유를 묻고 싶었으나.
이를 물었다간 홀연히 주변을 떠날까 염려되어 굳이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 있는 법이니.
내가 알프레드에게 신뢰를 보냈듯 그 또한 내게 신뢰를 품은 모양이다.
그리 생각하기로 했다.
알프레드가 섭섭한 표정을 짓길 잠시.
“저···.”
“아직도 안 갔나?”
“이대로 두실 작정이십니까?”
알프레드가 아직도 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소피아를 힐끔 살폈다.
눈물조차 말라버렸는지 멍한 눈으로 내가 던진 단검을 바라보는 모습.
한바탕 난리를 부리고 돌아온 아침부터 지금까지 며칠간을 같은 자세로 버텼다.
나는 그런 그녀를 그저 두었다.
아무런 간섭도 없이, 재촉도 없이 지겨우면 옆에서 염화심결을 돌렸고 배고프면 먹었고 졸리면 눈을 감았다.
그뿐이었다.
“두어라.”
알프레드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무어라 물었으나.
내 대답 또한 한결같았다.
그때마다 소피아는 몸을 움찔움찔 떨었으나 결국은 침묵을 택했다.
그저 그뿐.
그렇게 며칠이 지났으니 이미 체력적으로는 한계.
눈 밑에 퍼진 다크서클과 떨리는 손이 위험을 알렸으나.
“스스로 움직이게 둬.”
“···뜻대로.”
내 완고한 명에 알프레드가 물러갔다.
그녀가 침묵하며 자신을 관조하는 동안.
[상대의 운명이 뒤틀립니다. 당신의 영향력이 상대의 운명에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위 운명 행운 속성 금전운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관련 대상자의 운명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당신을 향한 하위 운명 계략 중 하나를 완전 포식하기 직전입니다]
운명을 보는 눈은 끊임없이 변화를 알렸다.
소피아는 나를 이용할 계략을 포기해나가고 있었다.
완전한 굴복인지 아니면 단순히 계략의 변경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남에게 벗어나기 위하여 움직이는 것이 아닌 스스로 움직일 결단이 필요했다.
덩달아 이 며칠간 나 또한.
[하위 운명 불에 대한 통제권을 추가 획득하였습니다. 품은 신비 적염이 더욱 날카로워지며 맑아집니다]
[당신을 위협하던 하위 운명 계략 중 하나를 크게 포식합니다. 개변 점수를 대량 획득하셨습니다!]
[스스로 준비한 책략으로 내시들의 계략을 피하고 역으로 함정에 빠뜨렸습니다. 기존 하위 운명 미련, 무심, 함정을 포식하였습니다. 개변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계속된 계략 무력화로 새로운 운명이 태동합니다. 하위 운명 책략을 획득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변하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 차분히 때를 기다렸다.
염화심결을 운용하여 불과 심신을 맑게 정비했으며 쏟아내었던 광기를 다시 채웠다.
알프레드에게는 명하여 환관들을 압박할 증거물과 그들을 물어뜯을 미친개의 배를 주렸다.
또한 안드레에겐 그가 품은 원한을 마음껏 풀게 해주었다.
지난 마약 공장 습격 후, 타오르는 불을 두고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
“소신 안드레! 놈들을 죽이길 청하나이다!”
안드레의 처절한 목소리가 울렸다.
열 한 개 공장을 파괴하며 보았던 얼굴들.
시커멓게 약에 중독되어 마약을 만들던 어린아이들의 얼굴.
아이들이 어디서 왔겠는가.
고아.
이를 짐작한 안드레가 원한을 토해냈고.
“모두 죽여버리길 청하나이다!”
울분을 풀 기회를 청했다.
하수구 구역에서도 가장 불운한 운명을 지니고 살아가는 아이들.
자신 또한 같은 운명이었으나 다만 재능이 있어 하수구에서 빠져나왔기에.
불운한 운명을 맞이한 아이들을 측은히 여겨 나에게 부탁하였고.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을 거다. 그러니 마음껏 날뛰어라. 힘을 다하여 원한을 풀도록.”
“감사합니다!”
“하수구 가득한 오물에 잠겨 있다가 너를 이끌어줄 불이 보이면 달려와라. 거기에 있겠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는 무슨. 평민의 은혜를 얻어 무엇하게.”
허락했다.
떠나가는 발걸음 뒤에 깊이 고개를 숙인 안드레의 얼굴을 보진 못했으나.
떨리는 어깨가 격했다.
이후로 매일 같이 각 조직의 간부들이 죽어 나갔다.
처참하게 난자당하여.
이로써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고 조직들끼리 전쟁이 불길처럼 번졌다.
하수구 구역은 혼란에 빠졌다.
여기까지가 의도.
각자가 각자의 일을 하는 사이, 서서히 하나의 운명으로 수렴하고 있다.
여러 운명이 겹치고 쌓여 임계점을 넘는 순간.
단 한 점, 단 한 점의 불꽃을 놓으면 들불같이 번진 운명이 두각을 드러내리라.
나는 이를 위해 한 점의 불을 준비하는 중.
[중요 운명 악이 태동합니다. 운명 불이 반응합니다]
때가 무르익었고 마른 운명들이 충분히 쌓였다.
이제 불을 붙여도 될듯했다.
“식사를 준비하라.”
배가 고팠다.
저녁을 든든히 먹어둬야 하리라.
결정적인 순간 결정적인 발화를 위하여.
**
소피아는 점차 화가 났다.
자신은 기껏 며칠간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건만.
황자는 너무나 태평하게 잠을 자고 누워 구경하고 밥을 먹었다.
자신이 자결하지 않을 걸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
순간 울컥하여 진짜 자결을 해버릴까도 생각했으나.
두려웠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죽기 싫어요. 난 아직 죽기 싫어.’
‘도망칠까요. 그냥 버리고 도망치면 될까요.’
‘당신은 대체, 대체 나에게 뭘 원하나요.’
끝없이 스스로 되뇌었다.
평생 남의 뜻대로 살아온 인생, 죽으라는 극단적인 명령은 버거웠다.
간신히 거절을 돌려 표현했으나 황자는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를 앞에 두고는 그저 기다렸다.
차라리 어떻게 하라고 말해줬으면.
아니 말해주었으나.
‘어떻게 거절해야 하는 건가요.’
거절마저도 삶에서 이뤄 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거절해야 하는지 자신의 의견과 자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속에 쌓아두었다.
지난 세월,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들을 태도들을 명령들을 차곡차곡 쌓고 쌓아 강하게 눌러 꾸덕하게 뭉칠 때까지.
겉으로 표현 못 한 마음을 에둘러 남을 이용해 해결하려 했다.
그렇기에 미래에는 다른 황자를 이용해 가주를 죽였고 가주가 된 이후엔 자신들을 괴롭혔던 고용인 전부를 다른 이의 손을 통해 멀리 보내버렸고.
폭군의 손아귀를 피해 망명하여 그를 겨누는 검을 돈으로 샀다.
물론 자신의 사업체 전부를 무너뜨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피아는 모르는 그녀의 미래.
점차 그 운명이 깨어지고 있음을.
“굶어서 자결할 셈이냐?”
아직은 몰랐다.
방안에 마련된 커다란 식탁에 차려진 진수성찬.
로이스 가문 최고의 요리사들이 최선을 다해 만든 음식들.
그녀에게는 익숙한 음식이나.
웬일인지 유독 맛있어 보였다.
며칠을 굶어서일까.
멍하니 그쪽을 바라보는 소피아에게 얄미운 질문을 던진 황자는 답을 듣지도 않고서는 홀로 식사를 시작했다.
품위에 맞지 않게 크게 베어 무는 고기.
포크에 잔뜩 찍은 구운 채소들.
갓 구운 바게트를 찢어 버터를 함빡 바른 후에 한입에 넣는다.
격식 따윈 없으나 추하지 않았다.
탐욕스러운 한입이었으나 먹음직스러워 오히려 식욕을 자극했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건 왜인지.
“너무 하세요.”
얄밉고 열 받았다.
그리 말한 그녀가 황자의 앞에 앉아서는.
덥썩 놓인 빵을 집어 찢어 먹었다.
똑같이 고기를 씹었고 채소를 우적우적 입에 집어넣었다.
양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귀족의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로.
“어머! 아가씨! 뭐 하는 짓이에요!”
마침 상태를 확인하러 온 그녀의 시녀장이 화들짝 놀라며 소피아의 어깨를 잡아채려 했다.
후덕한 인상을 와락 구기며 거칠게 손을 뻗으려 했다.
황자가 있다는 사실도 있고선 평소와 같이 소피아를 타박하려 했다.
어찌 그리 예의 없이 먹을 수 있느냐며, 부족함도 정도가 있는 것이지 그런 추한 모습을 어딜 드러내냐며 쏘아붙이기 전.
“그 입, 벌리지 마라.”
날카로운 목소리에 신경질 가득했던 시녀장의 얼굴이 굳었다.
순간 아가씨에게 화를 낼 생각에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황자의 음식에 손을 댔기에 덩달아 화를 낼 줄 알았건만.
아르한은 소피아를 탓하는 대신 오히려.
“혹여라도 그 아가리를 벌리면 혀를 뽑고 성대를 가를테니.”
시녀장을 협박했다.
흉흉한 눈빛이 정말 금방이라도 피를 뿜을 듯 매서웠고.
평소 신경질적이던 시녀장도 황자의 협박 앞에선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몸을 떨며 물러났다.
살벌한 분위기 와중에도 소피아는 입안 가득 음식을 밀어 넣고 있었다.
치열하고 탐욕스럽게.
작은 입이 쉴새 없이 오물거렸고 분홍빛 양 볼은 빵빵했다.
추하겠지.
스스로 기회를 걷어차 버린 셈이다.
황자를 이용해 가주를 실각시키려던 계략을 버렸다.
그저 지금은 이 얄미운 황자를 골려주고 싶단 생각뿐.
욕해라, 화내라, 손찌검을 해도 좋다.
미쳤다더니 진짜 미쳤다고 맞서 고함이라도 지르리라.
그녀가 입안에 음식을 가득 물며 황자를 바라본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직접 화를 낼거라는 소피아의 예상과 다르게.
“보기 좋은 탐욕이다.”
마주한 황자의 표정은 더없이 인자했고 입가에는 작게 미소마저 지어져 있었다.
마치 기특해하는 듯이, 자신이 키우는 동물이 막 식사를 시작한 모습을 보듯이.
흐트러진 백금발 아래, 붉게 지어진 미소.
“음식을 더 가져와라. 살기 위해 먹는 것. 탐욕을 부리는 건 잘 못 된 게 아니지.”
“우욱.”
“그러니 마음껏 먹어라. 배부를 때까지. 대신.”
그녀가 혼란스러운 눈으로 황자를 바라보는 동안.
마주 음식을 삼킨 그가.
“스스로 생존을 결정하였으니 이후엔 스스로 다른 것도 결정해 볼 것.”
“다른 것···말인가요?”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멍하니 물으니.
“그래, 죽음을 거절하고 생을 택했잖나. 새로이 태어난 거니 새롭게 살아봐야지.”
“새롭게···어떻게요?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는 게 삶이다.”
“황자 전하께서도 모르시나요?”
“그러니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거겠지.”
“···저도 미치면 될까요?”
반쯤은 농담으로 뱉은 발칙한 소리에 황자가 맑은 웃음을 토해냈다.
왜인지 그 웃음이 싫지 않아 소피아도 작게 웃었다.
그러다 우뚝 웃음을 멈춘 그가 빤히 소피아를 바라보며 아직 기억해야 할 사실 하나를 알려주었다.
“자결하라는 명은 끝났으나 거절하라는 명은 끝나지 않았다.”
“방금 거절했는걸요. 자결.”
“황자의 명을 거절했으니 이제 다른 이들의 간섭도 밀어낼 수 있겠지. 스스로의 삶을 지켜라. 남은 명이니. 다음 명은 이를 이루고 나서 말하지.”
그렇게 식사는 끝났다.
배를 두둑이 채운 황자가 자리를 떠나며.
“자결하라 했더니 살기 위해 탐욕스럽게 먹는다라. 퍽 재치있는 거절이었어.”
그녀에게 툭 칭찬 하나를 남기고 떠났고.
소피아는 고개를 숙인 채 답하지 못했다.
입안 가득한 음식이 목이 막히기도 했거니와.
“흑, 흐윽-.”
터져 나오려는 울음이 목울대를 쿡 막았기에.
소피아는 황자가 참 야속하다 생각했다.
울게 하고 웃게 하고 다시 울게 하고.
“차라리 칭찬이나 하지 말지. 얄밉게.”
타오르는 노을 아래 선명한 백금발을 휘날리며 저택을 나서는 황자의 뒷모습을 보는 소피아의 눈이 유독 반짝였다.
자신의 인생을 이리 흔들어대는 저 사람을 따르겠노라고.
거절은 거절하겠다고.
그녀는 난생처음으로 무얼 할지 스스로 결정했다.
정말 황자의 명을 거절하고 나자.
“아가씨, 가주께서 부르십니다. 식사는 그만하시고 당장 채비를.”
“싫어요. 알아서 갈 테니 기다려.”
“···예?”
“기다리라고 했어. 알아서 준비할 테니 물러나요.”
남의 말에 어깃장을 놓기는 쉬웠다.
이들은 황자 전하가 아니니까.
황자 전하의 명이 아닌 이상 두려울 것 없다.
소피아의 입에 배부른 미소가 퍼져 나갔다.
****
[당신을 향한 하위 운명 계략 중 하나를 완전히 포식하였습니다. 개변 점수를 대량 획득했습니다!]
[운명을 완전히 포식하였습니다! 당신에게 깊이 현혹된 대상이 기존 운명을 변화시키려 합니다! 새로운 운명이 태동합니다]
자유로웠다.
로브를 쓰지 않고 걷는 대로는 꽤 쾌적했다.
힐끔힐끔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지만 고개를 갸웃할 뿐 곁을 스쳐 지나갔다.
본래 황손이 지나가는 길을 막는 게 당연했고, 다니는 이들을 비롯해 건물에 있는 자들마저도 내려와 고개를 조아려야 했다.
황손보다 고귀한 자는 없으니 그의 고개가 가장 위에 있어야 하는 법.
“뭐 여기서 알아보는 것도 웃긴 일이지.”
하지만 나는 모두의 무엄함을 이해했다.
설마 황손이 이렇게 당당히 자유롭게 거리를 걸어 다니리라 생각이나 할까.
더군다나 주위에 기사나 마법사 호위하나 없이.
어떤 미친 황자가 그러겠어 생각하겠지.
물론 나는 원래 미쳤으니까 가능했다.
문득.
“그냥 마구 돌아다녔어도 되는 거 아닌가?”
사실 로브를 쓰고 숨어다녔던 지난 일들이 어쩌면 미련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무도 못 알아보는데 말이야.
여튼 알프레드고 안드레고 극성이다.
그게 싫지는 않았지만.
그나저나 이 평민 기사는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건지.
얼마나 걸었을까.
처음 저택을 나설 때만 해도 노을이 졌건만.
깊은 새벽 하수구 구역에 도착했다.
넓은 수도를 걸으며 몸이 충분히 풀렸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인상을 찡그리길 잠시.
비죽 올라가는 입꼬리를 느꼈다.
평소라면 강도들과 무뢰배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찔러왔겠으나.
유독 거리가 조용했다.
놈들도 아는 거다.
“위험하겠군.”
[하위 운명 죽음이 바짝 다가섰습니다. 강렬한 악의가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중요 운명 악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운명 불이 악을 찾아나섭니다. 행운이 당신을 인도합니다!]
거리 가득 악의와 죽음이 가득하다는 걸.
곧 하수구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심장에 똬리를 튼 불이 이끄는 대로 걸었다.
다가갈수록 짙어지는 단내.
몇몇 철모르는 자들이 앞을 막아섰으나.
눈에 담긴 광기와 뚝뚝 떨어지는 살기를 마주하곤 금세 물러났다.
이윽고 불이 이끄는 대로 도착한 곳은.
“고아원?”
어느 허름한 고아원.
낡은 철장 문을 지나쳐 들어가는 순간.
심장이 두근두근 북처럼 울렸다.
분명한 신호.
내가 오늘 밤 잡아먹을 악한 운명이 여기 있음을 알려주는 고동.
입술을 쭉 찢어 올리며 악을 맞이하려 할 때.
콰아앙!
커다란 폭발과 함께 건물 밖으로 튀어나온 것은.
“평민 고아?”
안드레.
왜 네가 거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