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밝힐테니 길을 뚫어라
하수구 구역, 냄새나는 폐기물 무더기에도 어김없이 밤이 찾아왔고.
삶을 이어가기 위해 낮 내내 분투했던 자들이 값싼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시각.
비록 범죄와 고통이 가득한 구역이지만 하루 노동을 끝내고 돌아온 이들이 다음날을 위해 살아가기도 하는 곳.
하수구를 빠져나가길 희망하면서 기도를 올린다.
내일도 무사하게 해달라고 이왕이면 돈도 많이 벌게 해달라고.
얼핏 들려오는 기도 소리와 맛있는 냄새에.
“킁, 킁킁-.”
바닥에 널려있는 거적때기 속.
안드레가 알 수 없는 재료들이 들어간 스튜 냄새를 들이쉬며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곤 잠시 창문 안을 들여다보았다.
가난하지만 나름 잘 구성되어있는 가족.
성실해 보이는 아버지, 말랐으나 아이들에게 따뜻한 스튜를 퍼주며 따가운 잔소리를 퍼붓는 어머니.
얼굴에 땟국물이 가득하지만 눈이 반짝이는 아이들.
“부러운 풍경이군.”
안드레에겐 결코 허락되지 않은 모습.
문득 창가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본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꼴인지.”
주군의 곁을 떠난 지 닷새.
얼굴에 때와 머릿기름이 덕지덕지 붙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뎌진 건 눈빛.
그 시절, 하수구 가장 밑바닥에서 굴러먹던 꿈도 희망도 없던 시기에 보였던 죽은 눈빛.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허름하고 살기 넘치는 표정.
안드레가 홀로 바닥에 쭈그려 앉아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얼추 열다섯.
그가 닷새 동안 죽인 각 조직의 간부들이 열다섯.
모두 마약 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조직들이다.
공장에서 보았던 이들.
무고하고 어린아이들.
개중엔.
“안드레형! 나중에 소드 마스터 되면 우리도 검술 알려줘야 해!”
황성 기사단에 입단하던 날, 자신의 미래를 축복해주었던 고아원 동생도 있었다.
시커멓게 중독된 얼굴로 죽어가는 그 모습이 아직 선명했다.
그래서 죄 저지른 자들을 죽였다.
기억 속 거멓게 물든 동생의 얼굴을 피로 물들여 지우기 위해.
안드레는 과거 그랬듯 하수구 오물 깊이 침잠했다.
가로막는 놈들은 다 죽였고 살려달라 애원하는 놈도 다 죽였다.
그리고 물었다.
“말해. 누가 아이들을 대주었지. 누가 무고한 생명들을 그따위로 사용해도 된다 말했는지.”
놈은 치밀했고 단편적인 정보들을 나누어 심어놓았다.
악착같이 이를 따라 도착한 곳은.
고아원.
자신이 길러졌던 장소.
기억을 따라 걸었고 근처에 도착하자.
“······.”
저녁을 먹는지 빵 냄새가 얼핏 풍겼다.
그리운 냄새.
허나 안드레의 표정을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속으로는 바랬다.
거짓이길, 아니면 누군가의 겁박이길.
그리하여 차라리 내가 구원자가 되길.
저벅저벅 걷는 걸음에 살기를 지우며 들어서자.
“어? 어어? 어어어!”
막 커다란 냄비를 옮기던 아이들이 그를 보곤 놀라더니.
“안드레 형! 애들아! 안드레 형 왔어!”
“안드레 오빠? 정말? 안드레 오빠가 왔어?”
소란스럽게 안드레의 도착 소식을 알렸다.
안드레는 고아원에서 먹고 자는 아이들의 꿈이자 희망.
아이들이 막 올리던 기도도 멈추고선 우르르 뛰쳐나와 안드레를 반겼다.
그런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 뒤.
“안드레, 이리 일찍 어인 일이니?”
늙수그레한 원장이 그를 보고 방그레 미소로 환영했고.
“일이 고돼서 찾아왔어요. 원장님.”
그를 마주한 안드레 역시 방금 풍겼던 흉악한 살기를 지우고선 활짝 미소지었다.
식사는 평화로웠다.
와글와글 황성 기사단 생활은 어떤지 묻는 아이들 가운데 안드레가 허풍을 섞어 대답했다.
“하하하! 정말로 황자 전하의 호위가 되었다니까?”
“우와! 그럼 형도 이제 엄청 돈을 많이 버는 거야?”
“으음 그건 아니지만 꽤 그럭저럭 재미있게 지내는 중이지.”
“오빠 안드레 오빠. 그럼 오빠가 모시는 황자님은 어때요? 역시 멋지게 생겼나요? 정의롭고 약자를 위하시며-.”
잠시 안드레의 눈이 흐리멍덩해졌다.
우리 황자님? 멋지시긴 한데-.
“약간, 미치셨지. 멋지고 잘생겼는데 약간 미치셨어.”
순식간에 저녁 식사 자리가 고요해졌다.
그런 그들을 보며.
“그래도 미치셨지만 멋지거든. 언젠가 너희들도 보면 알게 될 거란다. 멋지게 미쳤다는 게 뭔지.”
안드레가 다급히 전하의 멋짐을 칭송했으나.
아이들이 이해하긴 어려운 소리.
오랜만의 시끌벅적한 저녁 식사가 마무리된 후.
아이들의 성화에 안드레가 하룻밤 자고 가겠다며 씻고 편한 옷까지 받아 입었다.
다들 잠들었을 시각.
“원장님 잠깐 대화 괜찮으세요.”
“그래, 나도 마침 나눌 말이 있었는데 들어오거라.”
안드레가 원장과 독대했다.
갑옷을 갖춰 입고 검까지 찬 채로.
원장 또한 의문을 표할 만하건만 조용히 안드레를 원장실로 이끌었다.
앞에 놓인 차.
무심코 잔을 들던 안드레의 손이 멈추었다.
단내.
최근 지겹게 들이켰던 단내.
역하고 진득한 단내가 코를 타고 흘러들어왔고.
안드레의 눈에 핏발이 붉어졌다.
“아이들을 왜···그리···어째서···.”
기사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말았다.
벽 넘어 누워 잠든 아이들의 잠꼬대가 얼핏 들려 온다.
다행이다.
아니 다행인가?
그가 눈을 들어 앞을 보자.
“왜냐고 물었니?”
원장의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동시에 더욱 지독한 단내가 올라왔다.
너무 달아 역겨운 냄새.
원장이 비죽비죽한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읊조렸다.
“처음부터였단다.”
인내는 여기까지.
안드레가 앉은 채로 섬광과 같이 검을 뽑았고.
그대로 목을 갈랐으나.
“안드레- 안드레-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주욱 참을성이 참 없구나.”
원장은 반쯤 잘린 목으로도 주절주절 말을 이어갔다.
쯔으읍.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붙는 머리.
평소와 같이 인자한 표정의 원장이.
“하긴 그 성급한 성미가 아니었다면 너 또한 제물로 먹혔겠지. 운이 좋았구나.”
뱉어낸 말에 안드레의 표정이 더욱 살벌하게 일그러졌다.
“대체 몇 명이나!”
그가 고함을 지르려던 때에.
파삭, 바닥에서 솟아난 손이 그의 얼굴을 노렸고.
안드레가 좁은 원장실 안에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끝없이, 끝없이 뻗어 나오는 손.
그 가운데.
“쉬잇-. 아이들이 깨지 않겠니. 안드레.”
원장이 아이를 타이르듯 안드레를 얼렀고.
“지랄하지 마라!”
안드레가 거센 고함을 지름과 동시에 솟아오른 힘에 밀려 건물 밖으로 날아갔다.
벽을 부수고 문을 부수고 고아원의 마당에 떨어졌다.
분명 어릴 적 공놀이를 했던 추억의 장소는 어느새 악의가 가득한 늪이 되었고.
뻗어 나온 손들이 안드레를 잡아끌었다.
검을 휘두르고 휘두르는 사이.
“안드레-.”
“형-.”
익숙한 목소리와 얼굴들이 보였다.
고아원을 졸업했다던 이들의 얼굴과 목소리.
질퍽 이는 악의와 그들의 원한이 안드레의 몸을 감싸기 시작.
검을 휘두르고 휘둘러도 질척이는 어둠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원장이 자신의 얼굴 껍질을 벗자.
드러난 매끈한 회색 머리통엔 눈코입 없이 가득한 구멍뿐.
얼굴 가득한 구멍이 벌름거리며 안드레의 공포와 분노 절망을 한껏 들이켰다.
-하아아아. 달구나.
그리곤 그 많은 구멍으로 동시에 감탄을 토해냈다.
안드레가 피워내는 체취가 기꺼웠다.
이제 정체를 감출 필요도 없다.
본래는 하수구 구역을 거주지 삼아 마약으로 죽어가는 이들의 절망과 괴로움을 먹고 또 먹어.
수도 속 자신의 둥지를 틀려 했건만.
자신이 획책한 계획은 모두 틀어졌다.
이미 실패한 이상.
-모두를 먹어야겠다. 내 힘으로 삼아야겠어.
찌꺼기라도 싹싹 훑어 먹고 가리라.
시끄러운 싸움 소리에.
“우음. 원장님. 무슨 소리-?”
“안드레 형은 언제 와요?”
아이들이 졸린 눈을 부비며 건물 밖으로 나왔고.
일제히 자리에 굳었다.
이해할 수 없는 풍경 속.
거칠게 검을 휘두르는 안드레와 그런 안드레를 바라보는 원장, 아니.
-쉬이잇. 애들아 그대로 잠을 자려무나.
얼굴에 구멍이 숭숭 뚫린 알 수 없는 괴물.
머리통 가득한 구멍에서 동시에 검은 연기가 몽글몽글 솟아 나왔고.
아이들이 역한 단내를 흡입하고선 자리에 풀썩풀썩 쓰러졌다.
얼굴에 피어나는 검은 핏줄들.
악몽을 꾸는 듯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얼굴들.
그러자 놈이 만족스러운 듯 구멍들을 좁히며 킬킬거렸다.
곧 놈의 기다란 손가락이 안드레를 향했고.
검은 연기가 안드레를 감쌌다.
궐련 냄새를 맡았을 때보다 훨씬 짙은 농도의 마약.
사람을 취하다 못해 골수까지 오염시키는 악의.
안드레가 검을 휘두르며 놈을, 놈이 뿜은 연기를 가르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아무리 빠른 검도 벨 수 없는 것.
악마는 그래서 위험했다.
차라리 트롤이나 오우거였다면 상대하기 쉬웠을 텐데.
점차 멀어지는 의식 속.
‘아아, 전하.’
문득 지켜야 할 이를 떠올렸다.
차라리 여기 없는 것이 다행이다.
이 부족한 기사는 오물 속에 잠겨 죽을 터이니 전하께서는 오롯하소서.
안드레가 악마가 토해낸 오물에 점차 파묻혀 갈 때.
“미련하고 미련한 놈. 멍청한 평민. 홀로 분투하며 주군은 찾지도 않는 멍청한 기사.”
선명한 목소리가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이 목소리는 분명.
“전하···?”
그가 흐린 눈으로 돌아본 곳에는.
찬연하게 백금발을 휘날리며 선, 고고하며 권태로운 황자 아르한.
주군이 있었다.
그가 삐뚜름히 입술을 끌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찾아오라 하였더니 내가 찾아가게 만드는 모자람. 어찌 속죄할 거냐.”
아, 그랬었다.
‘오물에 잠겨 있다가 너를 이끌어줄 불이 보이면 달려와라. 거기에 있겠다.’
이전 자신의 외유를 허락하며 했던 전하의 말씀.
이런 사태를 예견하셨던 걸까.
오직 어둠과 절망만이 가득한 자리.
진홍색 눈동자에 광기가 들어찼고.
모두의 잠을 깨우려는 듯.
둥, 둥, 둥, 둥.
거센 북소리가 마당을 가득 채웠다.
이것만으로도 안드레의 정신을 잠식해가던 악의가 사그라들었다.
놀라운 일.
이윽고.
“아직 검을 휘두를 힘은 남았나?”
“네!”
“길을 밝힐 테니 뚫어라. 내 검으로써.”
“따르겠나이다!”
안드레가 방금까지 보였던 흐리멍덩한 표정은 날려버린 채 뚜렷이 따라가야 할 목표를 보았고.
황자가 찬찬히 검을 뽑아 들고는.
“타오르라.”
명하자.
그의 심장 깊은 곳부터 떠오른 불꽃이 몸을 넘어 검 끝까지.
더 나아가 깨끗한 백금발을 휘감으며 맑게 불타올랐다.
악의가 가득한 늪, 다시금 불의 화신이 강림했다.
**
안드레가 놈과 싸우는 모습을 잠시 지켜 보고는 내린 결론.
‘충분히 태울 수 있다.’
나의 불은 충분히 놈의 힘을 태울 수 있다.
염화심결 첫 번째 심장 적염은 정화하는 불.
악의를 먹고 성장하는 불.
악마도 되지 못한 악마 찌꺼기쯤 되는 놈을 태우는 거야 쉽다.
검술, 검기, 검강, 소드 마스터와 같은 경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상성의 문제.
내가 품은 신비가 놈이 품은 신비를 잡아먹는 성질이기에 성립하는 유리한 조건.
다만.
‘검술 연습 더 해놓을 걸 그랬군.’
놈에게 가기가 고될 점이 불편했다.
그러다가 문득.
치열하게 싸우는 안드레를 보고 든 생각.
내가 왜 힘겹게 뚫어야 하는가?
내 검이 저기 홀로 분투하고 있는데.
안드레에게 명을 내린 뒤.
검을 휘둘러 감싼 불을 그대로 뿜어내니.
치이이이익!
거센소리와 함께 앞에 가득했던 연기와 늪이 타올랐다.
점차 소멸하는 깊은 악의.
“전하의 앞길을 막지 마라!”
앞서 검을 휘두르는 안드레의 성난 목소리가 시끄럽다.
그가 섬광이란 미래의 명성에는 못 미치나 충분히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러 타오른 재를 밀어내었고.
‘더 빠르게.’
주군 된 자로서 기사의 앞을 밝혀주기 위해 심장에 맺힌 불의 고리를 더욱 맹렬히 돌렸다.
그러며 지난 며칠간 염화심결로 정화한 신체, 닦아 놓은 길로 불을 인도했다.
염화 심결이 담긴 기록이 알려준 대로 뚫은 불길을 따라 불의 고리가 한 마리 구렁이가 되어 흘렀고.
이내 강이 되었다.
‘더 빨리 더 뜨겁게.’
몸과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이 더욱 크게 더욱 선명하게 더욱 맑게 더욱 자신 있게.
푸화학!
고아원 가득한 독기와 마약의 단내를 삼키며 번졌다.
이내 검은 것들로 가득했던 고아원의 마당이.
내가 뿜어낸 적염으로 가득해졌다.
그 가운데 안드레가 힘차게 남은 것들을 베어내는 모습.
가득했던 어둠과 악의가 사라지고 남은 건 불이 가득한 길.
주군이 기사가 뚫은 불길 가운데를 오만하고 태평스럽게 걸어 지나쳤다.
“전하 길을 뚫었나이다.”
“고생 많았다.”
짧은 사이에 무리했는지 안드레가 거친 숨을 내쉬었고.
내 간단한 칭찬에 밝게 웃으며 물러났다.
주변을 감싼 불 가운데.
-키야아아앗!
원장, 아니 악마 숭배자이자 악마가 되려 했던 오물 덩어리가 기다란 팔다리를 내저으며 불을 막아내고 있었다.
“추하구나.”
저절로 나오는 탄식.
“참으로 추하게도 생겼다. 고작 이런 추함을 얻기 위해 그리 많은 사람을 죽였나?”
-네놈이 황자구나! 네놈이 모든 걸 망쳤어! 네놈만 없었으면 나는 진짜 악마가 될 수 있었다! 신비를 얻을 수 있었단 말이다!
놈의 원망에 내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입에 떠올린 명백한 비웃음.
참으로 고귀한 입술로.
“지랄하고-.”
놈을 하찮게 바라보며.
“자빠졌네.”
신랄하게 조롱했다.
“네놈의 계획은 보잘것없었다. 네놈이 부족했다. 능력이 없었다. 스스로의 잘못은 인정하지 못하고 남의 탓만을 하니 그리 추해지는 거다. 노력의 결과가 그딴 찌꺼기라니 네놈은 본래부터, 본바탕부터 쓰레기이고 병신이다.”
-······.
정곡을 찔렸던 걸까.
아니면 너무 기다란 인격모독에 놀랐던 걸까.
놈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키야아앗!
검은 독기를 뿜어내며 덤벼들었다.
본래 할 말 없는 놈이 성내기 마련.
말싸움에서 이긴 게 흡족하여 더욱 밝게 웃었다.
놈이 손을 마구 뻗어왔으나.
[운명을 파악합니다. 어떠한 악의도 당신의 불과 몸을 해하지 못합니다]
운명을 읽는 눈은 분명히 보여주었다.
놈의 운명은 나의 몸 어느 곳에도 닿지 못함을.
마치 한바탕 춤이라도 추듯 나는 피하고 놈은 쫓는다.
기형적으로 긴 다리를 휘적이고 얼굴 가득한 구멍을 벌름거리며 필사적으로 쫓는다.
그저 나는 놈을 희롱하듯 피하고 피할 뿐.
그러며 검을 휘둘렀다.
한 점 한 점 놈의 껍질을 베어냈다.
-키야아아앗!
“하하하! 아하하하! 하하하하!”
놈의 비명과 나의 맑은 웃음이 겹쳐 묘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안드레의 검에 베여도 회복되었던 상처가.
적염을 담은 검에 베이자 타오르며 수복되지 않았다.
그저 고통만 더할 뿐.
힘이 다한 놈이 숨만 쌕쌕 내쉬며 쓰러졌고.
“벌써 끝인 건가?”
흥이 식어 웃음을 멈추었다.
목숨을 끊어주기 위해 다가가자.
놈이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제안했다.
-살려주마. 살려주기만 한다면 내 너를 성심성의껏 도우마. 황제가 되게 해준다고!
“황제?”
-그래! 황제! 황제가 되게 해주겠다! 충분히 도울 악마를 알고 있다. 연결해주지! 황제가 되고 싶다면-!
“역겹다.”
거기까지.
서걱.
내가 검을 들어 놈의 목을 잘랐고.
이후로도 머리를 비롯해 온몸을 난자했다.
마지막으로 적염을 뿜어 놈의 몸을 흔적도 없이 태웠다.
아마 듣지는 못하겠지만 대답은 해주어야겠지.
“비천한 악마 새끼들의 도움 따위 필요 없다.”
황제는 내가 알아서 될 거다.
그리 광소를 지으며 첫 악마를 잡았고.
[중요 운명 악마를 포식했습니다! 신비 점수를 1점 획득했습니다! 개변 점수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하위 운명 포상이 예정되었습니다. 추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위 운명 죽음, 오염, 중독, 비겁을 포식하였습니다! 개변 점수를 대량 획득합니다!]
[하위 운명 불이 악마의 어둠을 삼킵니다. 어둠을 장작으로 더욱 거세게 타오릅니다! 신비 염화심결의 새로운 기능을 깨닫습니다!]
[운명 개변을 이루어 운명을 보는 눈이 강화됩니다. 사람의 운명 일부를 봅니다]
풍족한 보상을 얻었다.
그리고.
[중요 운명 악마를 거부하고 주어진 길을 비틀었습니다!]
[중요 운명 악마에 의한 찬탈을 거절했습니다. 중요 운명을 조금 포식했습니다. 개변 점수를 대량 획득합니다]
[핵심 운명 계승이 뒤틀립니다]
내가 몰랐던 폭군의 운명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