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되리라
황제는 제국의 어버이이자 수장.
가장 커다란 권력을 쥔 자.
황제라는 이름 앞에선 자식과 아비, 남편과 부인의 이름마저 무의미했다.
세상 모든 것이 황제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오직 황제를 지키기 위해 지어진 궁 황제궁.
그 가장 깊은 곳.
“잠시 옷을 벗어주시겠나이까.”
“···아비를 만나러 가는 길에 옷을 벗어야 하는가.”
“황제를 뵈러 가는 길이니까요.”
얼굴에 허옇게 분칠을 한 내시들이 내 겉옷을 벗기고는 온갖 마법 장치들과 저들만의 방법으로 혹시 위협이 될만한 것은 없는지 확인했다.
오늘 오후 즈음.
사건을 벌여놓고 며칠간 안드레와 검술을 훈련하고 있던 사이에 소식이 들어간 모양.
하긴 황제가 수도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
그런데.
“유독 오래 걸리는군.”
문득 내시들의 행동이 굼뜸을 느꼈다.
그야 전생에 황제였으니 내시들이 행하는 검사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어느 정도나 걸리는지 안다.
과할 정도로 오랫동안 꼼꼼히 보고 있다.
전에 맞았던 분풀인가?
아니.
“죽기 전에야 맡은 바를 다하려 하는가?”
“······.”
지나가듯 뱉은 말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굳었다.
다들 억지로 내 말을 외면하는 통에.
“아니면 죽기 싫어하는 발악인가.”
굳이 말을 추가했다.
외면하면 괜히 더 골리고 싶어지는지라.
[하위 운명, 광기, 패악, 오만이 강화됩니다. 속성 현혹을 결합하여 상대의 정신을 뒤흔듭니다]
폭군의 못된 심보가 자꾸 입을 충동질했고 굳이 참지 않았다.
“아니라면 황후께서 들어가 계신가 보군.”
얼핏 강한 향수 냄새 사이, 처음 맡는 향이 코끝에 휘감겨왔다.
역겨운 내시들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여인의 냄새.
본능적으로 황후가 황제를 알현하고 있겠다 짐작했다.
그럴 만도 했다.
“하긴 황후께서 한 마디 도움이라도 안 주시면 지금 여기 있는 놈 중 반은 목이 날아갈 테니. 안 그래?”
“······.”
“그러니 오물에는 손을 대지 말았어야지. 죽을 줄 모르고 나댄 벌을 받아야지 않겠어?”
내 신랄한 비난에도 놈들은 한점 흐트러짐 없이 묵묵했다.
이윽고.
“끝났사옵니다. 전하.”
그들 중 가장 상위 품격의 내시가 고요히 입을 열었다.
“황후께서 볼일이 끝났는가. 어찌 되었을까. 몇 놈의 목을 구하셨을지 궁금하군.”
비뚜름히 끌어올린 입술로 못된 말을 담자.
“어인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혹여 섭섭한 마음을 품고 계신다면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내시 중 연장자가 깊이 고개를 숙이며 자비를 구했다.
보기에는 더없이 정중하며 공손한 자세.
그러나.
거짓된 공손을 마주한 내 머릿속 깊이서부터 광기와 분노가 치밀었다.
이곳이 황제궁이 아니었다면, 옆에 철퇴만 있었다면 저자의 머리통을 깨부쉈을 것이다.
가장 더러우며 가장 깊은 곳까지 제국을 썩게 만든 장본인임을 아니까.
내시들의 탐욕과 거짓으로 죽은 충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까.
“자비? 내가 자네들에게 자비를 베풀 위치나 되던가?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보잘것없는 황자가 아니던가.”
자조적인 말에 내시들이 눈을 피했다.
이미 알고 있다.
놈들이 뒤에서 무언가를 획책하고 있음을 또한.
[하위 운명 무시, 조소, 멸시를 포식합니다. 개변 점수를 획득합니다]
[하위 운명 패악, 오만, 광기로 상대의 운명을 위협합니다]
지금껏 날 얼마나 무시해왔는지.
나를 비롯하여 어머니와 동생을 얼마나 무시했는지도 안다.
이 모든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놈들을 용서할 생각은 없다.
미친 황자가 된 이상 자비보다는 단호한 처벌이 옳다.
나를 바라보는 내시들의 눈이 음험하게 가라앉았고.
그들과 잠시 눈싸움을 벌인 뒤 알현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진회색의 기다란 복도.
조명을 잔뜩 깔아놔 밝지만 어딘가 끈적한 음침함이 흐르는 길.
그저 산책을 나온 것처럼 걷고는 있지만.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크게 뛰고 있다.
‘전대 황제라···.’
제국의 절대자를 본다는 불안감 때문인가 혹은 아버지를 본다는 불편함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언젠가 내가 올라야 할 자리를 오랜만에 마주한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현 황제 아우구스 아이로니아.
제국의 긴 역사 속, 수많은 황제 중 그리 특출나지도 그리 못나지도 않았으나.
제국을 망국으로 만든 최악 폭군의 아비였기에.
미련한 황제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물론 이미 죽은 뒤였지만 그것도 아들인 폭군의 손에.
‘패륜.’
녀석의 운명이자 이젠 나의 운명이 된 패륜.
놈은 자신의 아비를 죽이고 황제 자리를 차지했다.
쉬쉬했으나 알만한 자들은 모두 알았던 사실.
어쩌면 이것마저도 악마들의 힘을 빌렸던가.
즉위한 폭군은 자신의 업적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아비를 암군으로 만들어 버린다.
가장 우매하며 멍청하고 부족한 황제여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황제가 될 수밖에 없었노라고.
잠시 과거를 떠올리던 차.
“폐하, 열한 번째 황자. 아르한 황자가 도착하였사옵니다.”
앞에서 대기하던 내시의 보고에 거대한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알현실에 나 있는 또 다른 길.
한 발짝, 두 발짝.
앞으로 다가가려니.
“황자께서는 백 보 앞에 멈추시지요.”
얼마 가지도 못하고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황제를 만나려면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헌데 백 걸음이라니.
‘곁에 두는 신하들도 이 정도 거리는 안 두겠군.’
황제와의 거리에 한숨을 내쉴 뻔했다.
아버지와 자식의 거리라기엔 너무나 멀다.
아마 마음의 거리가 표현된 것이겠지.
거기다.
“황자께서는 예를 갖추시오.”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거로도 모자라 커튼으로 모습을 꽁꽁 감추어 놓고선 뭘 알현이라는 건지.
내가 속으로 꿍얼거리면서도 예를 표했다.
“아르한. 열한 번째 황자가 폐하를 뵙습니다.”
이후 찾아온 침묵.
황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장막 넘어 에서 날 바라보기만 했다.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건 폭군이 남긴 참혹한 기록과 그가 아버지에 대해 뱉었던 혐오뿐.
허나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폭군을 알기에 그가 어떤 사람일지 짐작할 수 있었고.
이번 대화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내어줄지 계산을 끝마쳤다.
“재미있는 일을 이루었더구나.”
공간 전체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에 한점 온정도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내가 내리깐 시선 그대로 입술을 끌어올리며 답했다.
“고생을 좀 했나이다.”
“고생하였다? 그래. 고생하였더구나. 많은 이들을 죽이고 겁박하는 것도 고생이지. 헌데 너에게는 보통 때처럼. 하던 대로 하였던 게 고생이더냐?”
“겁박하여도 약한 이들을 겁박하지 아니하였고 죽였어도 제국의 적을 죽였나이다. 그것이 노력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단면만 보고 뒷면은 보지 않으니. 그리했겠지.”
“뒷면이라 하시면 무엇을 말씀하십니까.”
“오물을 담는 곳이 터졌으니 수도에 퍼질 게다. 잠깐은 뛰어난 일이었으나 과했다. 피를 흘려서만이 능사가 아님이다. 담을 부대가 없어.”
황제의 말뜻을 헤아렸다.
이제 칼을 멈추어라.
하수구 구역이 아닌 다른 곳을 터뜨리면 위험하다는 뜻.
앞으로도 사사건건 날 막아설 자들을 정리하려는 의도를 알아채고 적당히 멈추라는 의도.
역시.
황후가 다녀가며 온갖 거짓으로 황제를 설득했겠지.
“그렇다면 폐하 담지 않아도 된다면 어떻겠습니까?”
“담지 않아도 된다?”
“오물을 정화하려 한다면 괜찮겠나이까?”
“정화하려 한다면 어찌하겠다는 것이지?”
황제의 목소리에 호기심이 어렸고.
짐작이 맞아들어감을 느끼곤 더욱 짙게 웃었다.
**
황자 아르한이 말을 이었다.
“폐하. 악마를 만났습니다.”
“알고 있다.”
“놈은 베어도 끝이 없었습니다.”
“그래 그런 성질을 띠었다더군.”
“베어도 베어도 회복하고 또 회복했나이다. 마치 죽지 않은 생물처럼 끝없이 살이 아물고 몸이 자랐습니다.”
“허면 어떻게 죽였더냐?”
“태웠습니다. 불로.”
“말하는 뜻이 무엇이냐.”
“죽이는 게 아닌 태우려 합니다. 그것이 정화입니다.”
“태운다?”
“예. 태우고 태워 오물마저 태워버리려 합니다. 다른 곳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게.”
“또 잔혹한 말을 일삼는구나. 끝까지 네 뜻을 관철하겠다는 뜻인가.”
황제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아르한은 지금 자신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것이 불편했고 또 저 잔혹한 황자의 성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본래라면 당장 황자를 내보내고 근신이라도 시켰겠지만.
이번에는 그가 이룬 공이 꽤 컸다.
황제로서도 관심을 가질 만큼.
악마 숭배자의 이름은 그리 작은 것이 아니기에 한 번을 참았다.
“황자 아르한. 답하라. 잔혹한 성정을 놓지 않고 또 죽이겠다는 뜻이냐 물었다.”
황제의 위엄 서린 물음에도 불구하고 미친 황자는 다시 한번 자기 뜻을 고집했다.
“태우겠습니다.”
“감히.”
“더러운 것을 태우고 또 태우겠습니다. 제국의 영달에 반하는 것이라면 계속하여 태우겠습니다. 높고 낮음의 차별 없이 태우겠습니다.”
“감히 지금! 화마로 제국을 태우겠다는 것이냐! 황자 아르한! 이상적인 말로 자신의 흉폭함을 가리려는 것! 그게 네가 하고 싶은 말인가!”
“폐하. 이상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현실입니다. 제국의 더러운 곳을 태울 불로 저를 세우소서. 더러운 것을 태워 정화하고 새로운 것을 채우게 하소서.”
황제의 분노에도 황자는 무서울 정도로 침착히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더러운 곳을 태울 불로 자신을 세우라.
태운 자리를 새롭고 깨끗한 것으로 채우라.
순간 황제의 마음속 깊은 곳 고여있던 생각이 불쑥 튀었다.
불필요한 것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 바라던 통치를 하고 싶다.
허나 자신은 이미 황제가 되었기에 짊어진 것이 너무나 많기에 그러지 못했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정치, 경제, 민심 등 피해야 할 것들이 많아 내딛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 황자는.
“광기에 잠식된 황자. 그가 행하는 일이 때론 과격하다 하여도 탓하지 못할 일. 폐하.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일에 이만한 인사가 어디 있겠나이까.”
“미쳤구나.”
자신의 성정을 이용하여 바른길로 이끌겠단다.
광기와 죽음을 이용해 제국을 정화하겠단다.
황제가 속으로만 떠올렸던 바람을 직접 자신의 입으로 뱉어내는 황자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스스로의 입으로 직접 체스판 위에 말이 되겠다는 황자의 발언을 어찌 해석해야겠는가.
미친 소리다.
제국의 고귀한 황자가 할 말이 아니다.
그때.
“미쳤기에 할 수 있는 말이지요.”
“······.”
황자의 말에 황제가 침묵했다.
미쳤으나 합당하다.
그리고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이다.
아르한이 익히 짐작한 대로 황제는 모질지 못했고 그 유함 덕에 제국을 이끌었으나 유함 덕에 이리저리 휘둘렸기에.
아르한의 말에 이끌렸다.
결국.
“후우. 좋다 황자 아르한. 뜻대로 해보라.”
황제가 유한 성정대로 지금껏 패악을 일삼던 황자를 쳐내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약한 마음을 이겨내지 못했고.
그의 뜻을 일부분 허락했다.
**
황제의 긴 침묵에 이은 허락에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열한 번째 황자 아르한에게 이번 일 처리에 관한 전권을 일임하겠다. 또한 악마 숭배자를 잡은 공과 지난번 암살자를 찾아낸 공을 합쳐 상을 내리겠노라.”
그런데 그 외에 보상이 더 딸려왔다.
그냥 하는 일을 두는 것에 끝날 줄 알았건만.
전권을 주겠다니 거기다 공에 따른 상이라니.
그런데 그 상이 심상치 않았다.
“황자는 비고 중 한 곳을 택하여 갖고 싶은 것을 한 가지 갖도록 하라. 다만 심처는 제한하니 초입에서 합당한 것을 찾도록.”
비고, 넘치는 보물 중 하나를 자신이 알아서 가져가라는 말.
비록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은 건드리지 못하여도 괜찮다.
초입, 누구도 바라보지 않는 장소에 어떤 것보다 귀한 물건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니까.
“이 모든 일을 서기관은 적으라. 황자는 나가보도록.”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피로감 가득한 황제의 목소리에 고개를 숙인 뒤 뒷걸음질로 나왔다.
아마 황후의 요청과 나의 고집을 저울질하다 나의 손을 들어주었겠지.
막 문밖을 나서려 할 때.
“황자.”
“네. 폐하.”
“너무 불길을 거세게 피우지 말라. 언제든지 끌 수 있음이야.”
“알겠사옵니다.”
“되었다.”
나를 완전히 신뢰하진 못했는지 나지막이 경고를 남긴 황제가 축객령을 내렸고.
비로소 답답한 황제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위 운명 조소, 무시, 미움, 무능력을 포식했습니다! 개변 점수를 획득하였습니다!]
[하위 운명 패륜을 크게 포식하였습니다! 개변 점수를 대량 획득하였습니다!]
[중요한 운명 기점 황제대담에서 하위 운명 광기와 불을 선택하였습니다]
[새로운 운명이 태동합니다! 상대의 운명을 뒤틀었습니다! 합당하며 최선의 길을 선택하여 보상으로 포식자의 능력을 강화합니다!]
[개변 점수를 사물에 투자하여 해당 물건의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나오자마자 이번 황제와 대담의 결과가 주르륵 떠올랐다.
어쨌든 결과적으론 대성공.
물론.
[주변의 운명을 뒤틀었습니다. 당신을 적대하는 세력의 운명이 뒤틀렸습니다. 당신을 향한 하위 운명 적의가 더욱 짙어집니다!]
[강한 운명을 지닌 이가 당신을 적대합니다. 하위 운명 위협이 크기를 키워갑니다!]
[당신을 향한 작은 계략들이 스멀스멀 움틉니다. 이대로 두었을 시 운명이 되어 당신을 옥죌 것입니다]
그만큼 나를 경계하고 미워하는 자들 또한 피어났다.
하지만 상관없다.
폭군의 길엔 필연적으로 적들이 생길 테니.
어차피 도망칠 생각도 없다.
오히려 덤비는 족족 밀어내고 태우고 죽여 길을 뚫을 생각이다.
“오셨나이까. 어떠셨습니까.”
“뭐 평범했지. 아비와 자식이 만났는데 얼마나 특별할까.”
“황자궁으로 가시겠습니까.”
“비고.”
“그저 평범하진 않았나 봅니다.”
“뭐 그냥저냥 적도 만들고 했지. 자주 가고 싶지는 않아.”
차에 올라타 알프레드에게 투덜거리며 비고로 이동했다.
“전해 들었습니다. 비고 중 어디로 이동하시겠나이까?”
“무기고.”
담당 마법사에게 짤막하게 답하자.
커다란 블록들이 벽처럼 쌓였고.
“출입은 초입 끝과 중반 첫 번째까지 가능하십니다.”
“충분하다. 혼자 들어가도록 하지.”
이전 서고와는 다른 무한한 무기들을 마주했다.
하나하나가 명작 수준.
조금 더 들어가자 명작을 벗어나 보물에 가까운 무기들이 보였다.
어떤 것들은 사용처를 짐작도 못 할 정도의 모양새.
그중 하나가 안드레에게 퍽 잘 맞아 보였으나 아쉽게도 지금은 여러 개를 가져나갈 수 없으니.
“평민이 공을 세우면 저걸 쥐여주어야겠군.”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걸어 나갔다.
그렇게 무기고를 구경하듯 걷기를 한참.
꽤 커다란 공간을 한 바퀴 휘 돌아서 마침내 도착한 곳은 무기고 입구.
손에는 아직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그냥 나중에 만날 이들에게 줄 만한 무기들을 좀 보았던 차.
이제 구경은 끝.
찬찬히 고개를 내려.
무기고 입구 바로 옆, 툭 튀어나온 손잡이를 보았다.
비고 관리자들 사이에선 무기고의 열쇠라 불리는 기물.
누구도 용도를 모르는 물건.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초입 중 초입에 위치한, 그저 방치된.
신검(神劍).
[하위 운명 불이 크게 일렁입니다! 신비 염화심결이 강한 운명이 이끌립니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그 검을 잡아.
불꽃을 집어넣자.
와르르르릉!
검이 거칠게 울기 시작했고.
찬찬히 뽑자.
거친 불꽃을 이리저리 튀어 올랐다.
마침내.
과거 폭군의 애병, 브레이커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