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용으로 제격이다
[거검의 운명을 쥐었습니다. 신비 염제심결과 공명합니다!]
[거검의 운명 위에 녹이 가득하여 진면목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우르르릉.
지진이라도 난 듯 무기고가 몸을 뒤흔들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져나갔단 사실을 깨달은 모양.
그러나 이미 나의 눈은 오직 손에 들린 거검을 향해있으니.
“무, 무슨 일입니까!”
“전하? 전하!”
비고 담당 마법사들이 다급한 발소리에 이어 얼굴을 내밀어 주변을 확인하다 문득.
“어어어? 어어어!”
“그, 그거 어디서 나신 겁니까?”
“분명 초입에 있는 무기들만 가져가시라고?”
내 손에 들린 검을 보곤 모두 주춤거렸다.
초입에 놓인 검 중 저런 것은 없었는데? 의문이 가득한 얼굴들을 마주하곤.
“안에 있는 무기들을 다 알고 있는가?”
“그, 그거야. 기본적으로는 알고 있습니다만 그건 처음 봅니다.”
“허락된 공간에서 뽑았으니 내 것이다. 관리하는 건 너희들이니 허락되지 않은 공간에 들어갈 방법이 없다는 것도 잘 알겠지. 두말할 게 남았나?”
“아닙니다. 허락된 공간 내에서 찾으셨다면 황자 전하의 것이 맞습니다.”
그들 중 가장 경험이 많아 보이는 중년 마법사의 말에 작게 웃었다.
“다행이다. 검의 성능을 실험하는 첫 제물이 사람이 아니라 말이다.”
담담히 뱉은 말에 마법사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며 창백해졌고.
“가마. 고생들 하도록.”
거대한 검을 바닥에 질질 끌며 밖으로 나섰다.
“···그건 대체 무슨 검입니까?”
내 손에 달린 검을 보고는 너무나 눈에 띄는 외형에 알프레드조차 입을 멍하니 벌렸다.
검신의 길이만 1m 50cm 정도, 손잡이까지 하면 웬만한 성인 남성만 한 크기.
그런데 그 모양마저 흉포하기 그지없었다.
길쭉한 검신은 마치 톱날처럼 비죽비죽 솟아난 이빨들이 가득하여 베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찢기 위한 모양.
이를 끌며 나타난 미친 황자라니.
“히이이익!”
“끼야아악!”
주변을 지나가던 고용인들이 저마다 개성 넘치는 신음을 뱉어내며 도망가는 것도 당연했다.
잔뜩 겁먹은 이들을 보자 무언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거,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좀 보겠다 싶다.
마침 갈 곳들이 있는데 말이지.
잘 되었다.
“알프레드.”
“네 전하.”
“3 전투 마법사 단으로 가자.”
“모시겠습니다. 검은 따로 보관할까요?”
알프레드의 물음에 내가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아니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남들을 겁박하기 위해.
****
강철성 외곽 제3 전투 마법사단 본단.
작게는 수도 북부 구역, 넓게는 제국 북부와 북동부를 담당하는 전투 마법사들의 집단.
그 한구석, 가장 허름한 방.
“씨잉. 나 한테만 왜 맨날 지랄이냐고!”
처녀라 불리기엔 어리고 소녀라 불리기엔 성장한, 비죽비죽 적갈색 머리카락을 질끈 동여맨 솔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지네 마법만 소중해? 내 마법도 소중해! 누굴 부엌데기로 아는 거야 뭐야!”
그녀가 이리저리 청소도구를 준비하면서도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솔이 청소도구를 한 아름 들고선 복도로 나서자.
“야 솔. 너 뭐하냐. 아직도 연구실 청소 안 해놨어? 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야?”
“야이 씨. 정신 안 차릴래? 지금 연구실 엉망이잖아! 마법 연구 못 해서 전투 중에 죽으면 네 책임이야 알겠어?”
“능력 없으시면 청소나 잘 하시라구요. 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냐구요. 진짜?”
선배 마법사들이 그녀를 보며 이리저리 갈궈대었다.
이래서 전투 마법사단이 싫었다.
보조라는 이유로 자신과 써클도 비슷한 놈들이 선배 행세를 하며 갈구어 대니.
마음 같아선 드잡이질이라도 하고 팠으나 그녀의 편은 없다.
분을 삭이며 연구실로 들어선 그녀가 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리저리 흩어진 시약병들과 메케한 연기와 마나가 가득한 곳.
자기네가 썼음 치울 만도 하건만 누구도 손대지 않았다.
“솔은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개같은 선배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씨바 씨바 아이 씨바.”
그녀가 홀로 연구실을 청소하며 욕인지 노래인지 모를 말을 마구 뱉어내다 문득.
“하아 그때가 좋았지.”
며칠 전을 떠올렸다.
비록 심술 궂긴 해도 황자 전하와 함께할 때는 재미라도 있었다.
영림에서도 그랬고, 협곡에서는.
협곡에서 겪었던 사건을 떠올린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후우, 내가 미쳤지. 그런 사고를 쳐놓고선 또 전하에게 폐를 끼칠 순 없어.”
사실 지금 하는 청소도 지난 마법 전투단을 무단으로 이탈한 벌로 받은 징계.
황자 전하의 자비가 있어서 살았지 아니었다면 쫓겨났을 거다.
그런데 그나저나.
“황자 전하는 어떻게 그림자를 그리 쉬이 다루시는 거지?”
요 며칠간 계속 떠오른 의문을 이어갔다.
황자는 어떠한 마법적 지식도 없을 텐데 어떻게 그림자를 그리 쉬이 다루고 자신의 폭주를 막아낸 걸까.
거기다.
“암살자-.”
청소하던 솔의 눈이 몽롱해졌다.
그날 밤, 정신을 차려보니 어둑한 미로에서 눈을 떴고 쭉 뻗은 다리와 오만해 보이는 얼굴을 보았다.
오만한 표정 속 자신을 내려다보던 그 자애롭던 진홍색 눈동자도.
거기다 암살자 앞을 막아선 전하의 등은 어쩜 그리 넓던지.
정신 못 차리고 입가에 고인 침이 흐르려는 걸 얼른 닦았다.
최근 황자와 함께 한 이후 종종 넋을 빼놓고 당시를 떠올리는 일들이 잦아졌다.
그때.
“설!”
꿈에서도 들려왔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고.
“헛! 설, 술, 아니 솔! 나쁜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츄르릅!
그녀가 다시금 입가에 가득한 침을 닦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 방금.
“술! 어디 있나! 당장 튀어나와!”
커다란 외침, 익숙한 목소리와 호칭이 들렸는데? 설마?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급히 밖으로 뛰쳐나가 창문을 바라보니.
“셜! 솰! 실! 신! 나와라 당장!”
이젠 이름과 상관없는 단어들을 외치며 그녀를 불러대는 황자 전하가 보였다.
그날이나 지금이나 고귀한 자태는 그대로.
다른 점이라면 손에 든 검 때문에 더욱 무서워보인다는 것 정도?
그러나 상관없다.
그녀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하의 부름에 다급히 밖으로 나가려는 때에.
**
솔보다 한 발짝 일찍 3 전투 마법사단 부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하. 여긴 어인 일로 오셨는지요.”
그의 눈에 어린 빛을 보자 불쑥 속에서 불쾌감이 치솟았다.
경계와 불안 그리고 비웃음.
그리고 마침 솔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사가 아닌 청소부와 같은 모습.
예상은 했지만 심했다.
오죽 무시를 받았으면 전생에 모두를 죽여버렸을까.
끓어오르는 속을 한 번 삼킨 후 물었다.
“분명 솔 또한 암살자를 막아내는 데 일조했다 했을 텐데. 마법 전투단은 전공자에게 청소를 시키는 게 전통인가?”
이 정도면 길게 물었다.
한 번 눈을 굴린 놈이 입을 열었다.
“공과 과는 다른 것이기에 우선 과를-.”
휘우우우웅!
내가 등 뒤 두었던 거검을 휘둘렀다.
망설일 필요 없다.
그저 화가 나는 대로 하면 된다.
어차피 자기네들이 알아서 막을 터이니.
위협을 감지한 부단장의 마법 아티팩트가 여러 겹의 실드가 전방에 펼쳤고.
내가 휘두른 브레이커가 와르르륵 실드를 부수며 들어갔다.
멈춘 곳은.
“뭐, 뭐 하는 짓입니까!”
놈의 목 근처.
경악성을 지르는 놈을 보며 내가 조소를 띄워 올렸다.
“아 검이 좀 잘 드는지 확인 좀 해보고 싶어서.”
태평한 대답에 상대가 질린 듯 눈을 끔뻑거리길 잠시.
다시 입을 열려 하기에 명확히 알렸다.
“부단장 말을 길게 하지 마라. 아직 날이 목 옆에 있다. 이 욕심 많은 마법사 새끼야.”
갑작스런 심한 모욕에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면서도 놈이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실제로 브레이커의 뾰족뾰족한 칼날이 목 근처에 있었기에.
내 눈에 담긴 분노가 진심임을 알았기에.
“지금 부단주를 죽이시겠단 겁니까. 그딴 것도 묻지 마라. 죽인다. 못할 거 같으면 씨부려 보고.”
“······.”
“이 빌어먹을 새끼들. 황궁을 침범한 암살자를 막아내는 데 일조를 한 마법사를 이딴 식으로 대해? 다 뒈지고 싶은 거냐? 분명 상을 내리라 말했건만.”
나의 으르렁거리듯 뇌까리는 말에 단 건물 전체가 고요해졌다.
황자인 내가 분명 상을 내리라 했건만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벌을 내렸다.
명백한 무시이자 월권.
이후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 채 굳어있는 놈들을 하나하나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저 아이를 무시하는 것인지. 날 무시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황족 능멸의 죄가 무엇이지? 알프레드?”
“사형입니다.”
“지금 감히 나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놈들은 다 죽여도 된다는 거겠지?”
“네.”
물론 못할 거로 생각하겠지.
그런데 정말 못할까?
곧 내 눈에 가득한 광기를 알아챈 놈들이 우르르 내려와 무릎을 꿇었고.
내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건물 마당을 메웠다.
금세 피가 터질 분위기.
“저, 전하 일, 일단은 진정하시는 것이-.”
“닥쳐라!”
“히익!”
솔이 날 말리려다 내 고함에 바짝 바닥에 엎드렸다.
이번엔 불똥이 솔에게 튀었다.
“약해서 이런 비참한 꼴을 당하는 거야! 멍청하고 모자라며 부족하고 능력 없는 가로등 같으니!”
“가, 가로등이라니요.”
“당장 따라와라.”
신경질 가득한 목소리에 솔이 화들짝 고개를 들었고.
“사냥할 때 길을 밝힐 가로등이 좀 필요하니.”
나의 말에 다급히 간략한 짐을 챙겨 나왔다.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한 마디를 남겼다.
“혹시라도 말하건대 또 이딴 장난을 치면 진짜 한 명 죽을 줄 알아라. 그게 너일 가능성이 높겠군.”
“···알겠습니다.”
[솔의 하위 운명 무력감, 분노, 열등감, 자기 비하를 포식하였습니다. 개변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솔의 하위 운명 살인마를 포식하였습니다 개변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대상의 운명에 간섭하였습니다. 새로운 운명이 태동합니다]
[새로운 운명 전투 감각이 생성되었습니다]
분이 풀리지 않아 단장부터 부단장까지 황족 명령 불복종 및 부조리 명목으로 근신을 내렸다.
곧 소문이 강철성 내부에 퍼졌다.
부당한 처리에 불만을 품는 자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미친 황자가 성질을 잘 참았다고도 했다.
혹은 솔이라는 마법사와 그렇고 그런 관계라고도 했다.
또는 다른 황자의 세력인 마법사단을 일부러 건드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시끄러운 소문 따윈 관심 없다는 듯 며칠간 그저 영림에 틀어박혔다.
[하위 운명 그림자를 강화합니다! 그림자의 운명이 강해져 주변 그림자들이 도망칩니다]
[하위 운명 나태함, 보잘것없는 재능, 보통 체력, 평범 체질을 포식합니다. 개변 점수를 획득합니다!]
[하위 운명 행운을 발동하여 개변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개변 점수를 투자합니다 행운의 크기가 커집니다]
잠시 떠오르는 알람을 보며 만족한 뒤.
손에 들린 거검을 바라보자.
[거검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녹을 조금 벗겨내었습니다. 개변 점수를 획득합니다!]
[검에 담긴 운명이 조금 모습을 드러냅니다]
가득 슬어있던 녹이 조금은 벗겨지자 얼핏 묵색 검신이 보였고.
검에 담긴 운명이 슬쩍 모습을 비추었다.
그러나 모든 운명을 보기엔 아직 톱날 같은 검신 위로 붉은 거스러미가 가득했다.
“아직 한참 남았군. 개변 점수나 신비 점수를 투자해야 하나. 그럼 단박에 벗겨낼 수 있을 텐데.”
홀로 중얼거릴 때.
“전하?”
“괜찮으십까.”
멀리 떨어져 있던 솔과 안드레가 나타나 나의 상태를 살폈다.
영림 주변은 초토화된 듯 부러진 나무와 깨진 가면들이 한가득.
개중엔 귀신 얼굴을 한 백면지네 또한 섞여 있었다.
방금 거검을 휘둘러 나무와 몰려오는 백면귀들을 모조리 참했다.
짧은 시간 동안이나 그 위력은 안드레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
“잠시 쉬었다 갈 테니. 주변을 경계하도록.”
내가 브레이커로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난 후 쉬는 동안.
“솔 빛을 띄우세요. 몰려오는 놈들은 제가 막습니다. 뒤로 흐르는 놈들을 공격하면 됩니다.”
“네!”
솔과 안드레가 소란에 모여든 다른 백면귀들로부터 나를 보호하며 사냥을 이어갔다.
험난한 일정.
그러나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안드레와 솔도 고된 싸움을 보필하며 자연스레 강해졌다.
이윽고.
“가자.”
“사냥을 마저 하시겠습니까?”
“여기서 마무리. 갈 곳이 있다.”
내가 며칠 밤낮으로 이었던 사냥을 마무리하고선 정령의 화원으로 향했다.
슬슬 다시 협박, 아니 움직여야 할 때가 왔다.
**
“오늘 들여온 북부 알렉 지방 어린 청류잎 차이옵니다. 마음에 드실 겁니다. 전하.”
“흐응, 그러길 바라야죠. 괜히 바치는 건 아닐 테니.”
여느 때처럼 7 황녀 세린느가 새끼손가락을 우아하게 치켜올린 채 차를 마시려 할 때.
“전하! 황녀 전하!”
입구에서 망을 보던 시종 하나가 급히 달려오며.
“아르한! 아르한 황자가 왔습니다! 피하소서!”
고함을 지름과 동시에.
화원의 입구로 아르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번처럼 한 손에 들린 검.
그런데 그 크기와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다.
그그그극.
땅을 긁는 소리가 위협적이었다.
“저 미친-!”
마치 전투라도 치르러 온 모습에 세린느가 차 마시던 것도 잊고선 기함을 질렀다.
왜 여길 또 왔단 말인가.
자신은 누굴 건드린 적 없는데? 최근에?
그녀가 마구 최근 행적을 떠올리다가 문득.
“흐, 흥! 내가 왜? 내가 왜 저 녀석을 피해?”
턱을 치켜올리며 억지로 거만한 표정을 회복했다.
하지만 속으론 심장이 벌렁였다.
저 미친 자가 이번엔 또 무슨 짓을.
그런데.
탁자 앞에 도달한 황자가 예상과는 다르게 우아한 태도로 앉아서는.
“나도 차 한 잔 줘라.”
“···왜 왔어?”
“차.”
“이유부터 말해.”
“휘두른다?”
철그럭, 거검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자.
“잔뜩 내주렴.”
“네가 직접 따라. 주변 녀석들은 천하다.”
“내 손이 귀하긴 하지. 하지만 난 시녀가 아니야. 황녀지. 그러니-.”
“휘두른다.”
어쩔 수 없이 세린느가 직접 귀한 손을 움직여 아르한이 쥐어 든 잔에 차를 따라주었다.
잔에 넘치게 차를 따랐다.
나름 해본 소심한 반항.
그러나.
촤아악!
“커헙!”
아르한은 곧바로 넘치는 차를 옆에 있던 놈들에게 휙 뿌리곤.
“다시 따라줘.”
“너 진짜!”
“다시.”
세린느가 화를 참아가며 이번엔 적당히 차를 따라주었다.
한입 맛을 본 아르한이.
“이딴 맛대가리 없는 걸 왜 먹는지.”
투덜거리곤.
“협상은 결렬이다.”
알 수 없는 말을 뱉었다.
“뭐어?”
세린느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대화에 넋을 반쯤 놓았다.
“황후마마께 전해 딸이 우려낸 차가 너무 맛없어서 협상은 결렬되었노라고.”
“아니 그러니까 설명을-!”
“그러니 주변 내시 새끼들 살리려는 발악 멈추시라고 해. 아무 소용 없을 테니까. 아니 오히려 덕분에 놈들을 쉬이 쳐죽일 수 있겠다.”
“너, 너 지금 무슨 소리를, 그걸 왜 나한테 말해. 황후 마마께 말하기는 무섭니?”
“무섭기는. 널 통해 전달해야 더욱 화날 테니까. 약 올리려고 하는 짓이다.”
황후를 약 올리려고 자신에게 왔단 소리에 세린느의 입이 벌어졌다.
황족으로서 보여선 안 되는 추태이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못했다.
그만큼 아르한의 말은 충격이었다.
“그러니 최악의 시험을 준비해보시라고 해라. 재미있겠어.”
“···나보고 그딴 말들을 전하라고?”
“뭐 네가 안 전해도 여기 있는 떨거지들이 전하겠지. 세린느.”
“······.”
“일곱째 황녀여 주변에 있는 자들이 네 사람이라고 생각지 말아라. 여기 네 것은 하나도 없다. 안타까워 건네는 오라비의 충고다.”
그 말을 끝으로 아르한이 휘적휘적, 그그그극 우아하면서도 요란스럽게 퇴장했고.
“저 미친놈이 진짜-!”
그의 등 뒤로 터지는 세린느의 분노를 들으며 광소를 터뜨렸다.
아르한의 짐작대로 황후는 분노하여 최악의 시험을 준비하겠지.
그리고 그녀의 시험은 지난 영림처럼 이번에도.
[새로운 운명 험지, 악의, 고립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강력한 위협이 당신을 잡아먹기 위해 도사립니다]
[하위 운명 불, 그림자, 거검이 꿈틀거립니다. 당신이 품은 신비들이 새로운 운명을 기다립니다]
오히려 아르한에게 기회가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