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내 것이다
이름조차 없이 7이라 불리는 무명 요새의 성벽 위.
회색의 성벽과 주변 늘어져 있는 시체, 가시처럼 가득 박힌 화살.
흐르는 신음과 비명.
끔찍한 풍경이었으나 익숙한 수성과 놀라운 승리.
와중에 울린 처절한 외침.
침략자.
이주한 제국민과 본래 어느 무너진 나라의 국민이었을 자들의 후손이 혼재되어 살아가는 동부인들의 마음을 후벼 파는 말.
몇몇 병사들은 고개를 돌렸고 몇몇은 부정하며 분노를 표했다.
동부인들의 굴레.
도끼를 든 거한은 이를 건드렸다.
그때.
“올라오라.”
황자가 나섰다.
놈은 끝없이 떠들어댔다.
자신이 품은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황자의 정신을 흔들기 위해서인지.
가장 높은 성벽 위, 피할 곳 없이 서로를 향해 마주 선 둘은 마치 연극 무대에 오른 배우 같았다.
무대는 전쟁터, 관객은 병사들.
협곡을 흐르던 바람이 멈추자 비릿한 피 냄새와 시린 쇠 냄새가 역하게 올라왔다.
황가의 깃발이 힘을 잃고 늘어졌다.
놈은 무엇이 그리 억울한지 끝없이 오랜 역사를 들추었다.
무대의 주인공인 마냥 끝없이 주변을 원망하고 공격했다.
화를 낼 줄 알았던 황자는 그저 그걸 듣고만 있었다.
담담하게 어떠한 표정도 없이.
그의 항변을 묵묵히 들어준 뒤.
“패배자의 변명이다.”
단 한 마디로 모든 걸 뒤집었다.
그가 입을 벌린 순간.
바람 한 점 없던 성벽 위, 그의 깨끗한 백금발이 흐드러지게 휘날렸다.
어디서 온 바람인가.
자신들의 숨은 이리 답답하건만 황자의 모습만은 너무 자유로워 모두가 싸움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황자가 뿜어낸 바람에 응답이라도 한 것인지.
협곡에 다시금 바람이 불었다.
펄럭, 새까만 깃발이 몸을 부풀리며 백금색 쌍두독수리가 창백히 타오르듯 날개를 편 순간.
와르르릉!
쌍두독수리가 울음을 토했다.
아니, 황자의 검이 울었다.
말은 길었으나 싸움은 짧았다.
커다란 도끼도 커다란 몸도 일제히 잡아먹는 압도적인 무력.
아니 무기력이라 해야 하나.
황자가 든 거검은 도끼부터 적의 몸까지 한꺼번에 잡아먹어 버렸다.
울리는 비명과 터지는 피와 불꽃, 기괴한 검의 울음까지.
모두가 침묵에 빠졌다.
“······.”
연극은 끝났다.
무대에서 승리한 것은 황자.
누구도 함성을 지르지 않았다.
거검을 치우는 황자 또한 승리를 특별히 여기지 않는 듯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고는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방금까지 깨끗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피가 눌어붙은 미소가 살벌했다.
“병사들은 들어라.”
그리곤 거검에 기댄 오만한 자세로 자신을 우러러보는 제국 병사들에게 입을 열었다.
승리를 치하할까.
기뻐하며 소리 지를까.
그렇다면 방금까지 마음을 어지럽혔던 생각들을 지우고 마음껏 환호하리라.
그런데.
“내가 뛰어나서 이겼다.”
황자의 첫 말에 함성을 지르려던 병사들이 침묵 마법에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혼란에 빠졌다.
너무나 황당한 소리.
지금 이 자리에서 저런 말을?
안드레와 솔만이 황자의 성격을 알기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본래 남을 치켜세우기보다는 나를 치켜세우기 좋아하는 자다.
그리고 남의 기분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다.
“나의 전략이 뛰어났고 내가 판 함정이 뛰어났고 내가 마지막 휘두른 일검이 뛰어났다. 내가 이룬 공이며 나 열한 번째 황자 아르한이 이루어낸 공이다. 너희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지.”
극심한 자화자찬.
병사들이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다.
어쨌든 틀린 말은 아니니 호응이라도 해야 하나? 손뼉이라도 쳐야 할까?
망설이던 병사들이 손바닥을 부딪치기 전.
“그러니 침략자, 학살자, 남의 땅을 점령하여 오랫동안 피를 쌓아왔다는 악명 또한.”
황자가 모두가 터부시하고 쉬쉬하는 사실을 직접 입에 담았다.
일시에 움직임이 굳었다.
아르한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확언했다.
“모두 내 것이다. 공과 악업 모두 내 이름 위에 얹어라. 승리했다는 영광도 가엾은 망국의 병사들을 죽였단 악명도. 너희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당당히 악인을 자처하겠다는 말에 다들 술렁였다.
누구도 짊어지기 싫어하는 이름이건만 황자의 탐욕이 너무도 커다란 탓일까.
“공도 악명도 모두 내 것이니 병사들은 혼란을 거두고 잠잠히 떨어지는 포상이나 얻어먹도록.”
그리 말하곤 뒤돌아서려던 황자가.
“모처럼 커다란 승리를 거두지 않았는가. 그냥 즐겨라. 그게 승리를 위해 분투한 너희들의 책무다.”
그렇게 간단히 승리했음을 선언하곤 물러났다.
그러니까.
“이런 승리는 처음인데?”
“이긴 거 맞는 거지?”
“맞긴 한데.”
이런 연설은 처음이었다.
자화자찬하다가 자신이 악인이라 떠들고는 우리보고 즐기라니.
그런데 황당한 것도 잠시.
“그냥 즐기면 되는 거지?”
“그래, 승리했잖아 그러면 된 거지.”
“이겼으니까 즐길 수 있는 거잖아.”
“어차피 졌으면 우리가 죽었을 텐데.”
병사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무언가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르던 짐이 사라진 기분.
사람이란 자신 대신 책임져줄 사람이 있으면 마음을 놓는 법.
황자가 악명을 지겠다 했다.
우리에겐 책임이 없다 했다.
너희들은 내 명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니 그저 승리를 즐기라 했다.
그리고.
“여기 붉은매 기사단이 술과 함께 도착했소!”
막 요새 뒷문, 붉은매 요새에서부터 출발한 기사단이 어째서인지 모두를 먹이고도 남을 양의 술과 음식을 들고 도착.
완전히 안전해졌다는 사실에.
즐길 술과 음식이 왔단 사실에.
“우와아아아!”
뒤늦게야 병사들의 함성이 울렸다.
황자의 연설과 술을 마주한 병사들의 마음속 깊이 꽂혔던 침략자라는 가시가 어느새 쑥 빠졌다.
**
[하위 운명 조롱, 무시, 멸시, 무능력, 나태, 열등감을 포식했습니다! 개변 점수를 대량 획득했습니다!]
[하위 운명 행운, 책략, 전투가 크기를 키웁니다! 운명이 강해집니다]
[새로운 운명이 태동합니다! 하위 운명 승리를 획득했습니다. 거검 브레이커의 운명과 강하게 연계됩니다!]
연설을 끝마치고 내려오는 걸음.
떠오르는 알람들이 꽤 시끄러웠다.
본래 폭군이 받아야 했을 수많은 조롱을 단박에 뒤집었고.
동부 요새에서 커다란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동부에 나라가 들어설 일도, 끝없이 일어날 전투도 당분간은 잠잠하겠지.
“흐응, 굳이 악명을 짊어진다는 소리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문득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변 바쁘게 뛰어다니는 병사들은 듣지 못하는 모양.
마법이다.
“블러디.”
“놀라질 않네. 처음 봤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놀랄 생각이야?”
“쓸데없는 소리를 하러 왔나. 북부에 가라고 했을 텐데.”
“착각하지 않았으면 해. 나에게 명령할 권리는 없어 황자 전하. 그리고 말 돌리지 마. 방금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었으니까. 악명을 짊어진 다라. 이거 죽이고 싶어지는 말이잖니?”
늘어지는 콧소리 속 은은한 살기가 어렸다.
진심일까, 내 심중을 알아내기 위한 흔들기일까.
상관없다. 딱히 의중을 감출 생각이 없었으니까.
“미련한 위선보다 효율적인 위악이 나으니까.”
“···효율적인 위악.”
“이겨야 살고 살아야 미래를 그릴 수 있다. 그래서 수배자 생활하는 거 아니었나? 본인도.”
“대체 어떻게 거기까지 아는 거야? 황자 전하의 정체가 뭔지 너무너무-.”
“쉬잇. 기사들이 오고 있다.”
콧소리를 길게 빼내며 내 정체에 관해 물어보려던 그녀가 자취를 감추었다.
“전하! 붉은매 기사단이 도착하였나이다!”
막 뒷문으로 들이닥친 붉은 갑옷을 차려입은 기사들이 당찬 기세를 피워내며 황자를 향해 다가왔다.
전투의 판도를 뒤바꾸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였으나.
“적은 어디입니까! 붉은매 기사단, 직접 적들의 목을 치겠나이다!”
그들을 향한 내 눈은 심드렁했고 자세마저 삐딱하게 변했다.
놈들, 뒷북을 거하게 치고 있다.
“전투는 이미 끝났다.”
“네?”
“끝났다고.”
“허면.”
“보면 모르겠나? 이겼지.”
“아, 아아, 경하드리옵니다!”
“경하고 나발이고 왜 이리 늦었어?”
“네?”
“네는 자꾸 네야. 네발로 기어 다니고 싶은가? 왜 이리 늦었냐고.”
“그, 그것이 오는 길이 멀어.”
“왜 이리 늦었냐고 묻잖아!”
내 거센 고함에 기사들의 입이 꾹 닫혔다.
화려하게 치장한 기사들의 붉은 갑옷과 피를 잔뜩 뒤집어쓴 내 갑옷이 비슷했으나 달랐다.
속에서 분노와 한심함이 치밀어올랐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놈들이 꺼드럭대며 잘난 척하는 꼴이란!
놈들은 그저 마지막에 나타나 화려한 승리의 대미를 장식하고 싶었던 거다.
충분히 그 전에 올 수 있었음에도.
놈들이 늦는 바람에 많은 병사들이 죽었다.
몰아치는 화와 광기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빌어먹을 게으름뱅이 새끼들! 기사란 놈들이 이리 기동력이 떨어져서야 어떻게 전쟁을 치르겠어!”
“······.”
“화려하게도 차려입고 왔군. 누가 보면 예식장에 온 이들인 줄 알겠어. 당장 가서 시신 수습하는 주변에서 경계나 서!”
“아, 알겠습니다!”
몇몇 기사들이 불만스러운 눈을 했으나 내 화가 너무 거세 어벙하게 자리를 떠났다.
죽은 병사들이 많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희생이었다.
놈들만 있었어도.
“이 개새끼들!”
몸에 달라붙는 피가 진득해 갑옷을 벗어 아무렇게나 던졌다.
텅, 터텅.
몸을 감싼 무거운 은갑을 벗겨내자 몸에 달라붙었던 분노가 조금 가벼워졌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피가 끈적했다.
그때.
“전하! 신 안드레가 왔습니다!”
“전하! 솔도 왔어요!”
얼추 인계를 마친 안드레와 솔이 부요새장과 함께 달려왔고.
그들을 보자 미친 듯 솟아오르던 화가 가라앉았다.
“평민, 전투 가로등. 짐을 꾸려라. 내일 날이 밝으면 떠날 터이니.”
“네? 벌써요?”
“전하, 아직 정리해야 할 게 많습니다. 이들을 이끌어 주셔야 합니다. 패잔병들을 이끌고 잃은 요새들을 수복하면 공이 더욱 커질 겁니다.”
“그건 동북부 공작이 할 뒤치다꺼리다 평민. 부요새장.”
“네! 전하!”
“이 요새 관련된 나머지 일들은 자네가 해. 그러라고 있는 자리이니까. 되었지? 깔끔하게 정리했으니 내일 떠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편지 하나를 남길 테니 부요새장은 공작을 만나면 전하도록.”
“네!”
“혹시라도 저 기사놈들이 공을 가로채려 한다면 말해라. 뒤집어 줄 테니.”
“알겠습니다.”
부요새장이 바짝 군기든 목소리로 답했다.
처음 보았을 때와는 달라진 눈빛과 분위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네와 병사들 모두 고생했고 앞으로도 개고생을 좀 더 하도록. 저 허세만 가득한 놈들이랑 있는 게 쉽지만은 않겠군.”
나의 지나가는 듯한 치하에.
“가, 감사합니다!”
부요새장이 지금껏 들은 목소리 중 가장 크게 답하고는 급히 어디론가 뛰어갔다.
얼핏 황자 전하께서 너희들 보고 고생하셨단다 새끼들아!
같은 헛소리가 들려왔으나.
“쓸데없는 짓은.”
그저 고개를 저었다.
병사들의 웅성거림과 선망 어린 눈빛을 보며 안드레와 솔이 헤벌쭉 웃으며 은근히 말을 걸었다.
“에이, 그 말씀을 성벽 위에서 하셨으면 얼마나 좋게요? 다들 감동했을걸요? 잘 아시면서 그려셨담.”
“전투 가로등, 아니 솔의 말이 맞습니다. 병사들을 치하해주셨다면 환호를 받았을 겁니다.”
“전투 가로등이라니요! 안드레마저!”
둘이 죽이 맞는 모습을 보곤.
“죽어버린 시체들은 환호를 못 하니 굳이 받을 필요 없다. 저들끼리 즐거워하면 될 일이야. 위로주도 충분히 왔군.”
“아! 근데 술은 어떻게 알고 가져왔을까요?”
“내가 로이스 가문에게 가져오라 시켰다.”
“언제 어떻게 이길 줄 알고 딱 맞춰 부르신 거예요? 설마 이것도 예상하신 거예요?”
“놀라울 따름입니다. 전하.”
“당연하지. 너희가 섬기는 전하기 이리 위대하다. 그런데 기사 놈들 얼마나 늦장을 부렸으면 술 동이와 함께 도착했겠어. 이 새끼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생각할수록 열이 받아 바닥에 떨어진 망치를 들고 찾아가려니.
“자자, 전하! 전하! 잠시만요. 잠시만요!”
“무기는 적을 향해 휘두르셔야죠!”
왜인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솔과 안드레가 다급히 나를 뜯어말렸다.
둘 덕분에 기사 놈들은 피바람을 면했다.
허세만 가득한 개새끼들.
가장 커다란 적은 게으른 아군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
잠시 소란이 있었으나 금방 진정한 뒤.
간부들에게 요새 정리 방향과 몰려든 병사들에 관한 처리 등을 일임하고 승리를 동북부 공작에게 알렸다.
다시 한번 변하는 운명이 시끄러웠다.
굳이 황실에는 알리지 않았다.
어차피 들어갈 소식이기도 하거니와 본디 북부로 향하기로 했는데 동부로 갔냐는 물음에 답하기 귀찮았다.
그저 편지에 적어놓기로는 그냥 한 가지만 처리하기 아쉬워 그리했다 적었다.
날 미워하는 자들이 북부로 향하는 길에 잔뜩 장애물을 설치해 놨을 텐데 피해버린 셈.
“황자 전하를 향해- 경례!”
부요새장이 입이 싼 탓인지 어느새 병사들 사이에서도 내가 모든 걸 계획했다는 소문이 퍼졌고.
떠나는 마차 뒤에 선 병사들이 감사와 존경을 담아 경례를 건넸다.
개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자까지 있었다.
모르는 척하기에는 멋쩍어 마차 밖으로 손을 뻗어 흔드니.
“와아아악!”
요새가 떠나갈듯한 함성이 우리를 배웅했다.
“모두 건강해야 해요! 나중에 또 봐요! 우리!”
“다들 잘 있도록! 이 기사 안드레의 이름도 기억해주고! 전하의 은혜도 잊지 말고!”
어째 그들의 환호에 솔과 안드레가 더욱 신나 손을 방방 흔들었다.
붉은매 기사단 놈들은 태도가 미적지근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화낸 것을 마음에 두고 있는 듯했다.
“하나쯤은 머리통을 깰 걸 그랬나?”
북부로 향하는 마차가 작은 플랫폼에 도착할 때까지도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다른 방법으로 머리통을 깨 놓았으니 만족하며 플랫폼 안으로 들어선 순간.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나이다.”
치렁한 검은색 코트를 두른 사내들이 내 주변을 둘러쌌다.
아무런 기세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강한 자들임을 확신했고 칙칙한 코트와 칙칙한 눈빛을 보곤 단번에 그들의 정체를 짐작했다.
“정보부가 왜 여기서 날 기다리고 있지?”
날카로운 물음에.
“중요한 첩보 하나를 입수했습니다.”
유독 평이한 인상에 무색무취한 인물 하나가 나섰다.
놈이 책임자일까.
제국 정보부, 황가에 소속된 암철단과 다르게 국가 기관으로 다양한 일들을 맡는다.
가장 크게는 정보 수집.
“전하를 보호하러 왔나이다.”
은밀한 황족 보호도 그중 하나.
그런데 그들이 나설 정도라는 것은.
“황자 전하를 해하려는 불온한 자들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꽤 음습한 사안이라는 뜻.
정말일까? 감시를 위해 모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을 훑어보던 내 입꼬리가 어느새 깊이 올라가 있었다.
“퍽 재미있는 길동무들이군. 가지.”
“모시겠습니다.”
[하위 운명 암살, 감시가 당신의 뒤에 진득히 따라붙었습니다]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가는 길 심심치 않겠다며 발걸음을 옮길 때 문득.
[중요 운명 악의 냄새가 주변을 스쳐 갑니다]
역겨운 냄새가 플랫폼 어디에선가 풍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