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32화 (32/200)

북부로 향하는 열차

북부로 향하는 열차 안.

나름 최고급 열차를 구하긴 했으나 이전 수도에서 탔던 것과 같은 VIP열차는 아니었다.

“아무도 없군.”

“부러 사람들을 배제했습니다. 누가 섞여 있을지 모르니까요.”

“합당한 선택이다.”

대신 열차 하나를 통째로 빌려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황자의 성격상 비천한 이들과 함께 타는 걸 극도로 혐오할 거다.

이런 값싼 열차엔 가난한 자, 시끄러운 자, 의심스러운 자 등이 뒤섞여 타는 법이니까.

열한 번째 황자 아르한의 성격이라면 그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패악을 부렸을 터.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보아도 확실했다.

-능력은 없으나 오만방자하며 욕심이 많은 자.

-어머니의 지원이 없음을 원망하며 가족에게 패악을 부리는 성질.

-고용인들을 마구 다루며 종종 귀족의 자식에게도 폭력을 행사하여 많은 원망을 삼.

-황손 중 최악.

-계승 가능성 없음.

정보부 내부 평가에 따르면 아르한 황자의 계승 가능성은 없다 확신.

지금까지 보였던 행보도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영림 내부에서 홀로 백면지네를 잡은 것으로 확인. 백면귀 수십 마리를 추가 사냥.

-강철성 협곡, 암살자의 등장을 파악. 직접 막아냄.

-최근 하수구 구역 방화사건과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 악마 숭배자를 잡은 사실 확인.

-불과 그림자를 다룬다는 사실 확인.

그 변화의 폭이 너무도 극심하여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

최근엔 정보부에 연을 대고 있는 자들이 황자의 진면목을 확인해주길 요청했다.

개중엔 귀족들뿐만 아니라.

황후와.

-폐하께서 요청하셨으니 황자를 따르는 자들과 다른 세력의 개입을 면밀히 파악할 것.

황제 폐하까지.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한가, 황자는 정말 변한 게 맞는가.

혹시 뒷배에 누군가의 간섭이 있는 것은 아닌가.

타당한 의심.

마침 황자의 동선 변경을 확인.

여러 위협이 확인되었기에 정보부가 직접 나섰다.

“북부로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당연한 말을 자랑스레 하는 재주가 있군.”

동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완전히 파악은 못 했으나 꽤나 시끄러운 것을 보니 단단히 일을 낸 모양.

요원들이 곧 정보를 모아올 터.

일단 여기 있는 정보부 요원들은 황자를 호위, 북부에서 그의 진면목을 확인하면 될 일이었다.

“평민, 가로등 가자.”

“예 전하.”

“네.”

그가 열차에 탑승하는 모습을 보며 정보부 요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권 의식과 오만한 성정은 그대로.

1황자라면 억지로 사람들을 모아 같이 탔을 것이며 6황자라면 정보부의 등장을 예상하고 다른 길로 향했을 것이고 7황자라면 로브로 정체를 가린 채 불편함도 마다치 않았겠지.

“통신구. 로이스에 연락해라 새로운 열차를 준비해서 보내라고. 열차를 통째로 빌리느라 못 탄 사람들을 태우라고 해.”

“아 저요? 저는 가로등도 되고 통신구도 되고 참 다재다능하네요. 헤헤, 헤헤헤.”

생각 외로 배려심이 있다고 머릿속 정보를 수정했다.

“티켓값은, 여기 검은 코트로 나 요원이요. 자랑하는 친구들이 내줄 거다.”

“아! 그렇군요!”

“물론, 은혜를 베푼 건 내 이름이고.”

“역시 전하는 똑똑하세요!”

아니, 배려가 아닌 남을 골리려는 심술이구나.

피식,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황자의 미소를 마주한 정보부 요원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뿌우우우!

황자와 시커먼 요원들이 탑승한 열차가 힘찬 증기를 뿜어내고는 천천히 출발했다.

열차 꽁무니에 진득한 시선 몇 개가 몰래 따라붙었다.

**

“······.”

열차에 탑승한 후 일부러 침묵으로 일관했다.

정보부, 겉으로야 제국을 위해 일하는 은밀한 국가 기관인 척을 하지만 내부엔 여러 권력, 자본, 인간관계가 덕지덕지 얽혀있는 곳.

단지 더러운 얼룩을 가리기 위해 검은 가면을 쓰고 있는 것뿐이다.

비밀스러운 척, 은밀한 척은 다 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돈과 권력의 흐름에 민감한 자들.

나의 눈이 앉아있는 정보부 인원들을 훑을 때마다.

“안됩니다.”

“전하. 안돼요.”

안드레와 솔이 고개를 저었다.

진정시키려는 듯한 태도.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이러는 걸까?

괜히 이러니까 더.

“이봐 검은개들.”

괴롭히고 싶어지지 않는가.

내 부름에 둘러 앉아있던 요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검은개, 정보부를 낮춰 부르는 말.

모욕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표정은 한 점 흐트러짐 없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들이 정보부라는 자부심이 없다.

그저 남들의 부탁을 들어주러 왔다는 태도.

아마 북부 변경백, 동북부 공작을 비롯하여 로이스 가문과 연관된 귀족들이 은밀히 청탁을 넣었겠지.

나를 좀 옆에서 관찰하라고.

아, 황후께서도 그중 하나이려나.

감히 숨기지도 않고 당당히 꼴을 드러낸 태도가 못마땅했다.

그래서 좀 더 깊이 찔러보았다.

“어디 보자. 오만방자하며 패악스러운 황자의 변화가 수상하다. 그러니 옆에서 지켜보며 그의 뒤에 버티고 있는 자가 없는지 살피라.”

나른한 목소리가 햇빛에 부유하는 먼지와 함께 떠돌았고.

나른하게 풀린 동공 속, 아직 북부에 이르지도 않았건만 정보부 요원들의 얼굴이 북풍을 맞은 듯 차갑게 굳었다.

그런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터졌다.

내가 웃음을 참지 못하자 상황을 이해 못 한 솔이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고.

“아하하핫! 아하하어걱! 왜요!”

안드레가 눈치를 챙기라는 듯 옆구리를 푹 찔렀다.

그녀와 안드레의 투닥거리는 꼴이 우스워 더욱 크게 웃었다.

“뼈다귀만 물려주면 개새끼들처럼 바닥을 핥아대는데 검은개라는 호칭이 어떻게 멸칭인가! 그것도 주인의 몸을 훑어대는 개새끼들이라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아직 잘라내고 정화해야 할 부분이 이리 많이 남았다는 사실이 기꺼웠다.

머리가 지끈지끈하는 것이 광기와 분노가 치미는 모양.

심장에 가득한 불이 바람을 만난 것처럼 화르르륵 타올랐다.

차가운 얼굴로 바라만 보는 얼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구 하나 피를 볼까, 진지하게 고민할 때.

“정보는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황자님이라 하여 피해갈까요.”

어디선가 울컥 감정이 드러나는 말이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한 녀석이 붉어진 얼굴로 날 쏘아보았다.

황자인 나를.

오히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마음에 들었다.

무표정으로 자신들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개새끼들임을 인정하는 녀석들보단.

“네! 다만 정보를 모아 제국의 미래를 위하는 것 그게 정보부입니다! 믿어주셨으면 합니다!”

평이한 얼굴, 맹해 보이는 눈매.

이름을 묻지는 않았다.

다만 녀석을 따라 불만스럽다는 듯, 화가 난다는 듯 얼굴을 구기는 녀석들을 자세히 봐두었다.

“너는 살려주마. 그러니 스스로 증명하도록.”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코끝에 역한 냄새가 스쳤다.

저딴 놈들에게 신경 쓸 시간에 싸움을 준비해야 했다.

뿌우우우!

짙은 증기가 창가를 지나치며 객실 안이 어둑해졌다.

**

어둑해진 객실 속, 황자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시렸다.

어째 험악해진 분위기에 솔이 침을 꼴딱 넘기려니.

“무엄한 눈들 치우시지요. 점점 참기 어렵군요.”

안드레가 슬며시 몸을 앞으로 빼며 그들의 시선을 홀로 받아내었다.

주군을 바라보는 이들의 유리알 같이 무감정한 눈이 기분이 나빴다.

모셔야 할 이를 보는 것이 아닌 물건을 품평하는 것 같아서.

그제야 정보부 요원들이 눈을 돌렸다.

약간은 비웃음이 담긴 표정들.

자신을 향한 비웃음은 상관없는지 안드레가 잠잠해졌고.

그제야 북부로 향하는 열차가 고요해졌다.

동북부에서 북부로 향하는 기차가 하염없이 평원을 달렸다.

아침 일찍 열차를 탔건만 벌써 해가 지기 시작했고.

아직 북부로 가려면 한참을 더 달려야 했다.

“얼마나 걸릴까요? 내일 아침이면 도착할까요?”

“아마도. 악천후가 아니라면 분명 도착하겠지.”

“악천후요?”

“그래.”

정보부 요원들끼리 식당칸에서 간단히 식사하며 앞으로의 일정을 상기했다.

“일단 북부로 가서 황자 전하의 모닥불 관리를 도와야겠지. 그러며 북부의 정보를 추가 수집한다.”

“북부의 정보라시면?”

“일부는 변경백과 그 부하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나머지는 북부 주변에 출몰하기 시작했다는 예티와 몬스터들을 확인하도록. 동토인들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도 있더군.”

“알겠습니다.”

그들도 아무 명분도 없이 황자를 감시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

나름의 임무가 있었기에 따라나선 것.

물론 명분에 불과했으나 임무는 임무이니 다들 열과 성을 다해야 할 거다.

그래야 혹시라도 황자가 딴지를 걸어도 변명할 수 있다.

문득.

“설마?”

정보부 요원들을 이끌던 책임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는 턱을 쓰다듬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황자는 우리를 압박해 제대로 일하게 만든 것 아닐까?

그가 정보를 요구한다면 내줘야 하는 분위기.

그게 뭐든 당신을 감시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어야 할 테니.

함부로 간섭할 수 없는 거리를 만들면서도 정보는 취할 명분을 만들었다.

만일 우리가 기분이 상해 정보를 주지 않는다면?

“검을 휘두르겠지. 하나쯤 팔을 자를지도 몰라.”

그렇다면 황자는 그 유명한 광기를 터뜨리며 우리를 얼러댈 것이다.

어느 면으로 보나 황자의 의도대로.

정보부 요원 생활 중 오랜만에 감탄을 토했다.

아까 객실에서 보인 황자의 태도가 새로 보였다.

“철저하게 계산된 분노와 광기였다?”

흐으음, 깊게 울리는 감탄사.

물론 자신의 짐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정말 기가 막힌 우연에 과대망상이 섞였다면 그러나 왜인지 모든게 그의 의도라는 확신이 들었다.

단순 서류가 아닌 실물로 만난 황자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그가 작게 웃은 뒤.

“역시 정보는 직접 수집해야 알 수 있다니까?”

수하들을 향해 물었으나 답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괴상한 침묵이 주변을 감쌌다는 걸 그제야 느꼈고.

“다들 기상. 무언가 이상하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철컹철컹, 철컹철컹.

열차 달리는 소리가 유독 시끄러웠다.

보니 수하들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다.

깊은 밤, 열차 천장에 달린 전등이 껌뻑였고 곧 싸늘한 공기가 들이닥쳤다.

북부에 가까워진 것일까 아니면 어떤 현상의 징조일까.

모두가 정지한 채로 무언가를 기다리듯 자리에 앉아있으려니.

뿌우우우.

희미한 경적이 귓가에 맴돌았다.

열차는 달리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불안감과 의문이 점점 커질 때.

뿌우우! 뿌우우우우!

열차 경적이 점점 더 커진다 싶었다.

아니 이젠 고막을 터뜨릴 듯 객실 전체를 울렸다.

껌뻑이는 전등 속 정보부 요원들의 눈이 이리저리 불안하게 움직였다.

곧 모두의 눈이 창밖으로 향했다.

“뿌우우우! 뿌우우우우-!”

희멀건 얼굴과 절반을 가리는 커다란 입.

비죽비죽 피부를 뚫고 나온 이빨들이 날카롭다.

놈들이 입을 벌려 열차의 경적을 흉내 냈다.

기형적으로 꺾인 팔다리가 너무도 빨리 움직여 징그러웠다.

땅을 기어오던 놈들이 일제히 요원들을 쳐다보았고.

벌레가 달려들 듯 창문으로 달려들었다.

**

콰장창! 어디선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객실 전등이 모두 꺼졌다.

바깥에 머물던 어둠이 객실 안으로 침범했다.

창백한 어둠 속.

“평민, 가로등 싸울 시간이다.”

황자가 지금껏 감고 있던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진홍색 눈동자가 빛났다.

“네 전하!”

“알겠어요.”

무언가 사태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안드레와 솔이 동시에 전투태세를 갖추었고.

곧 가장 앞에 위치한, 황자가 탄 열차 칸의 유리창도 깨져나갔다.

“꺄아악!”

비산하는 유리와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는 기형적인 괴수들.

뿌우우, 뿌우우 울어대는 괴성 사이.

“그림자!”

황자의 부름에 솔이 사방으로 그림자를 뻗었다.

몰아치는 유리를 걷어내고 몰려오는 놈들을 향해.

푸푸푸푸푹!

그림자를 날카롭게 세워 찔렀다.

객실은 완전한 어둠.

솔의 숨겨져 있던 전투 감각이 날카롭게 벼려졌다.

그녀를 미래에 가장 뛰어난 전투 마법사로 이끌어 줄 자질이.

이어서 손끝에서 빛덩이들을 뿌렸고 빛과 그림자가 뒤엉킨 거친 협곡이 생겨났다.

그야말로 솔의 놀이터였다.

“안드레!”

“옳지!”

그녀의 부름에 안드레가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검에는 어느새 솔이 건네준 빛이 매달려 있다.

그가 검을 휘두르자 협곡이 춤을 추었다.

사이사이, 더욱 진해진 그림자가 두각을 드러내며 적들을 찔렀다.

황자가 나설 필요도 없이 둘이 순식간에 괴물들을 정리했고.

“전하 길을 닦았나이다.”

안드레가 얼굴에 튄 검푸른 피를 닦으며 황자를 인도했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솔과 안드레가 황자를 바라보았으나.

“난 여기서 기다리겠다. 그러니 가서 요원들을 구해라.”

“그럼 같이 가시죠. 홀로는 위험합니다.”

“평민.”

“전하. 같이 가셔야 합니다.”

“내가 있는 곳은 어디나 위험하다. 그러니 가라. 명령이다.”

“전하!”

안드레가 황자를 지키고자 고집을 부리려 했으나.

“어서 명이나 받들어요! 지금 전하께선 우리가 필요 없으시다구요!”

솔이 웬일로 눈치를 발휘해 안드레를 끌고 나갔고.

“너희도 가라. 동료들을 구하려면.”

황자가 주변 얼어있는 정보부 요원들까지 전부 쫓아냈다.

텅 비어버린 객실 안.

솔이 남겨둔 창백한 빛덩이 하나만이 황자의 주변을 하늘거리며 떠돌았다.

이리저리 휘날리는 빛에 그의 얼굴에 깃든 음영 또한 춤을 추었다.

웃고 울 듯 이런저런 표정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가 손을 뻗어 빛을 훅 빨아들이자,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리곤.

“슬슬 내려오지?”

천장을 향해 툭 나른한 목소리를 던졌다.

기다렸다는 듯 칼날같이 기다란 손이 천장을 찢었고.

비쩍 마른 다리가 찢어진 구멍에서부터 내려와 슬며시 바닥에 닿았다.

조심조심 더듬더듬 내려선 놈이 이리저리를 둘러보았다.

방금 나타난 놈들과 비슷하나 길이가 훨씬 길고 머리카락이 치렁치렁 뻗어있다.

놈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곤 황자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까드득, 까드득, 까드득, 까드득.

그러더니 비죽비죽한 이빨을 갈았다.

날카로운 이빨이 서로 부딪히며 피부를 찢었고 검푸른 피가 주르륵 쏟아졌다.

놈이 목을 이리저리 꺾었다.

마치 황자의 반응을 기다리듯.

아마 황자의 입가에 떠오른 비웃음을 보았다면 당황하지 않았을까.

아르한이 놈을 찬찬히 살펴보다.

“네놈의 이빨과 퍽 잘 어울리는 한 쌍이 있는데 한 번 견주어 보아야겠다.”

옆에 세워둔 거검을 손에 잡았다.

검은 천으로 감싸놓은 상태.

목소리를 들은 놈이 검푸르게 웃었고, 악마를 마주한 황자가 붉게 미소지었다.

놈이 달려들려는 순간.

“타올라라.”

황자의 명에 불꽃이 치밀었고.

거검을 감싼 그림자가 갈가리 찢어지며 브레이커의 흉포한 이빨이 모습을 드러냈다.

콰르르르르!

거검이 제 모습과 비슷한 놈을 만나 기쁜지 크게 울더니.

거친 불꽃을 피워내며 맹렬히 회전했다.

물감이 번지듯 황자의 몸에도 붉은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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