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41화 (41/200)

깊은 상처

화르르륵!

압축하고 또 압축한 불꽃이 시뻘건 꼬리를 남기며 쏘아졌다.

억눌린 불이 처음 군락의 담벼락에 닿자.

푸화학! 숨겨 왔던 흉폭성을 드러내며 순식간에 몸을 펼쳤고.

속에 담아 놓았던 바람이 덩달아 터져 오르며 불의 등을 넓게 떠밀었다.

“그르르?”

순간 눈앞에 번지는 불이 낯설어 오크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파도처럼 몰아쳐 오는 모양에 상황 인지가 늦었던 모양.

크와아악!

그대로 멍하니 불과 바람을 뒤집어쓴 오크들이 비명을 내질렀고.

몰아치는 불이 담벼락과 오크, 움막들을 타고 넘실거리며 순식간에 대군락의 일부를 휩쓸었다.

그 광경에.

“우와-.”

“완전 멋있어요!”

막 절벽에서 떨어져 내린 안드레와 솔이 감탄했다.

그들이 보기에도 내가 일으킨 불놀이가 썩 괜찮았던 모양.

거의 동시에 떨어진 알프레드가 이런 상황에서도 푸근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한층 성장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전하.”

붉게 번지는 불빛이 알프레드의 얼굴을 물들였다.

몰려오는 오크를 향해 번뜩이는 눈이 스산한 살기를 품었다.

이래서 굳이 따라왔는가 혹시라도 내가 죽거나 다칠까 봐.

개인의 의지일까 아니면 암철단에서 무언가 새로운 지령이 내려온 걸까.

황가에 필요한 인물로 판단을 한 건지 아니면 기존 판단을 보류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전력이 늘었으니 좋은 일.

반면.

“불? 어떻게?”

백작은 내가 일으킨 불을 보며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사방에서 울리는 뿔피리와 불똥을 맞아 화들짝 일어난 대군락의 소란을 배경으로.

내가 잠시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여 백작을 바라보았다.

대군락까지 오는 길이 꽤 길었다.

약 이틀간 말없이 걸었고 백작은 검을 휘두르며 많은 생각을 했을 터.

시간을 충분히 주었음에도 만일 지금 이 자리에서 망설인다면 그를 두고 가리라.

나의 눈을 마주한 백작이.

“걸으소서. 옆에서 보위하겠나이다.”

스르릉, 백색 검을 뽑아내며 굳건한 얼굴로 의지를 표했다.

그거면 되었다.

그런 그의 뒤로.

나를 따라온 청익 기사단과 몇 전투 마법사들, 북부의 기사들이 긴장한 얼굴로 각자 전투 의지를 다졌다.

앞에 피어난 화마 때문인지 아니면 곧 이어질 처절한 전투에 긴장했는지 혈색들이 붉었다.

좋은 눈빛들이다.

[발자크 백작의 하위 운명 불만, 분노, 부당한 대우를 포식합니다! 중요 운명 반역과 패배의 크기가 줄어듭니다! 포식 점수를 대량 획득했습니다! 새로운 하위 운명 믿음이 새로 싹텄습니다!]

[청익 기사들의 운명 나태와 자만을 크게 포식하였습니다! 개변 점수를 대량 획득했습니다! 하위 운명 훈련과 전투가 크기를 키워나갑니다!]

[안드레, 솔의 하위 운명 검술과 전투 감각이 더욱 날카로워집니다. 새로운 운명이 태동합니다!]

적을 마주한 이들의 운명이 변하는 울림이 시끄러웠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큰 울림을 토해내는 운명은.

[하위 운명 패배, 파괴, 패퇴, 죽음, 손실, 조롱, 악담, 절망을 대량 포식하였습니다! 개변 점수를 대량 획득하였습니다! 개변 점수가 쌓였습니다 운명에 투자가 필요합니다!]

[하위 운명 승리와 책략이 불을 타고 점점 크게 번져나갑니다!]

바로 나의 운명.

지난 시간 폭군이 쌓아 놓았던 끔찍하고 부정적인 운명들을 먹어치우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연쇄적으로 쌓이는 개변 점수.

그 모두를.

[개변 점수를 운명 바람, 승리, 행운에 투자합니다!]

[세 운명을 서로 더 하여 전장에 행운과 승리를 담은 바람이 몰아칩니다!]

승리를 위한 운명에 쏟아부었다.

**

“바람.”

“바람이다.”

신기한 일이었다.

전투를 각오하던 가시들과 마법사들이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사방이 빽빽한 나무로 막혀있을 터인데.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방향은 분명 그들의 등 뒤.

어느덧 등진 바람이 점점 거세지더니.

화르르륵!

황자가 내던진 불이 이를 타고 더욱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 대군락 끝에서부터 시작한 화마가 바람을 타고 일렁였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승기류가 하늘로 거칠게 솟았다.

그 앞.

전장을 바라보는 황자의 눈이 무언가에 취한 듯 몽롱했다.

입가에 걸린 미소가 제가 품은 불처럼 붉었다.

마치 이 바람을 기다렸다는 듯한 태도.

아니 불렀다는 듯한 태도.

의문을 품은 자는 없었다.

황자의 표정과 몸짓에 가득한 자만과 도취는 설령 이 바람이 자연 현상에 불과할지라도 그가 일구어낸 신비라 믿게 할 정도로 고혹적이었으니까.

불에 물들어 적금발이 된 황자의 머리카락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길 잠시.

의식을 끝마쳤다는 듯 도취에서 깨어난 그가.

“끝까지 걷겠다. 호위하라.”

거검을 들어 올리며 불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길이 트이듯 불이 물러났다.

주변을 울리는 오크들의 고통 어린 비명이 황자가 걷는 길을 악기처럼 물들였다.

자신의 적을 태우며 비명으로 음악을 채우고 불을 가르는 발걸음엔 망설임이 없다.

손에 든 거검은 거칠게 울며 주변을 위협했고 몸에 두른 적염은 끔찍한 풍경 속 유일하게 아름다움을 뽐내니.

“폭군···.”

누군가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고는 흠칫 몸을 떨었다.

지금 황자의 모습과 어울리나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말.

그러나.

“맞다. 난 폭군이다.”

황자는 오히려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악명을 흔쾌히 인정하는 대신.

“그 폭군이 이루는 일이 너희의 삶을 태우는지 제국의 악을 태우는지 분명히 보도록.”

“······.”

“어설픈 따뜻함이 아닌 진정 모든 걸 태울 광화가 될 것이다.”

경고했다.

“그러니 따른다면 나를 끝까지 지키고 두렵다면 죽게 두어라. 그뿐이다.”

그 말을 끝으로 그저 앞으로 걸었다.

저벅저벅 즈려밟는 걸음 소리가 선명했다.

그때.

콰르르르!

바로 옆, 오크가 불길과 건물을 뚫으며 불에 휩싸인 채 모습을 드러냈고.

“크롸라라!”

육신이 녹는 고통에도 황자를 향해 무기를 휘두르려는 찰나.

서걱,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선명한 절삭음이 울리더니.

오크의 몸이 양단되어 쓰러졌다.

그사이 드러난 것은 바로.

“끝까지 보필하겠나이다.”

발자크 백작.

그의 눈엔 한 점 의심이 없었다.

황자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곤 마저 걸었다.

이어 사방에서 불에 휩싸인 오크들이 황자를 노리고 달려왔다.

그는 적과 불, 비명 사이를 고고히 걸었고.

주변에 선 모든 이들이 일제히 황자를 지키기 위해 몰려오는 오크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

기묘한 싸움이었다.

첫 개시를 알린 자는 그저 중앙에서 걸었고.

뒤따라 온 자들이 일사불란하게 몰려드는 오크들을 쓰러뜨렸다.

“······.”

그 모습을 대군락 가장 깊은 움막에서 한 오크가 지켜보았다.

놈의 주변도 멀리 보이는 황자처럼 다른 오크들이 둘러싼 형태.

다른 놈들보다 1.5배는 큰 덩치임에도 보호받고 있었다.

놈이 황자를 보며 이빨을 드러냈다.

“놈이 불의 주인인가.”

“맞습니다.”

“거대한 신비로군. 부족들은 멀쩡한 자가 얼마나 남았지.”

“···대부분이 불에 휩싸였습니다.”

“죽음을 면치 못하겠군.”

부족들이 죽는다는 말에도 놈은 그저 차가운 눈동자를 유지할 뿐.

몸에서 풍기는 냉기에 다른 오크들의 입에서 하얀 김이 펄펄 피어났다.

“동토의 주인들은 무어라 하는가.”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그렇군.”

그들이 충성을 바치기로 한 에스키모들이 아무런 소식 없다는 말에도 부족장은 화 한 번 내지 않았다.

어째서?

주변 오크들의 눈빛에 험악함이 감돌았다.

그들은 지금 속이 뒤틀리고 화가 나건만 어째서 자신들을 이끄는 족장은 분노하지 않는단 말인가!

지금 밖에서 들리는 고통 어린 비명을 듣고도!

오크는 본디 참을성이 그리 많지 않은 종족.

“족장! 내가 널 죽이고 족장이 되겠다! 그리하여 부족들을 구하리라!”

한 오크가 버럭 성을 내며 무기를 적이 아닌 족장을 향하여 겨누었고.

그 즉시.

꾸드드득!

신성한 결투를 신청한 전사가 얼어붙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피와 고함이 넘쳐야 할 오크의 가장 신성한 결투가 모욕받았다.

“결투에 신비를 사용하다니! 족장! 비겁하다! 무기를 들어라!”

“그건 오크의 결투가 아니다!”

“오크답게 무기를 들고 맞서라!”

“나 또한 족장에게 도전한다! 비겁한 자는 오크들의 족장이 될 수 없다!”

이를 본 전사들이 일제히 족장을 향하여 무기를 겨누었고.

“어째서 내가 너희들의 더러운 피를 묻혀야 하는가?”

족장이 밖을 향한 시선을 그대로 고정한 채 물었다.

그의 눈에 담긴 것은 불을 휘감은 채 고고하고 도도하게 걷는 황자.

무리에 둘러싸여 고귀한 걸음을 걷는 그의 모습만이 오크 부족장의 눈동자에 가득했다.

“족장! 그게 무슨 소리냐! 당장 무기를 들어라!”

“결투다 모두 순서를 지켜라!”

평생 당연하다 생각했던 오크들의 지린내와 비린내가 갑자기 역겨웠다.

같은 오크임에도.

주변에 선 놈들의 야만과 폭력성이 싫었다.

어차피.

“나 또한 동토의 주인이 되기로 약속받았다. 난 족장이 아닌 에스키모다.”

오크를 벗어날 몸이기에.

정체성을 버리겠다는 발언에.

“죽여라!”

“당장 사지를 찢고 머리를 밖에 널어라!”

“전사들이여 일단 족장을 죽여! 겁쟁이다!”

족장을 보호하기 위해 모였던 전사들이 이제는 분노하며 족장을 향해 달려들었고.

거친 울음과 시린 냉기가 뒤섞였다.

**

걸음을 걷다가 모두가 의아함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오크들이 안 튀어나오네요?”

솔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묻자.

“그러게, 모두 타 죽은 건가?”

안드레가 뚝뚝 떨어지는 땀을 닦으며 동의했다.

뜨거운 불과 짙은 습기 때문에 숨을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기사들도 동의하는 듯 조금은 긴장을 늦추었다.

하긴 아무리 질긴 설원 오크라지만 이 거센 불에 휩싸이고도 오래 살진 못하겠지.

그러나.

“모두 긴장을 늦추지 마라.”

백작은 아직 앞에 가득한 불을 보며 오히려 몸을 더욱 긴장시켰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무언가 강대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다.

그가 황자를 보호하기 위해 넓은 등판으로 앞을 막아서며 걸었고.

마지막 불을 넘어서자.

“어? 얼음?”

“불이 들어서지 못했습니다.”

숨통이 트이듯 시린 공기가 그들을 감쌌다.

대군락의 가장 중심이자 부족장이 머무는 움막 주변.

분명 황자의 불이 주변 가득하건만.

“냉기, 얼음, 피가 가득하군요.”

대군락의 중심만은 홀로 냉기를 뿜어내며 불에 저항했다.

그들이 강력한 적을 예상하며 무기를 치켜든 채 안으로 들어서자.

“다들 얼었어요.”

“살아있는 건가?”

“이렇게 얼어서야 살아있을 리가 없죠.”

얼어붙은 오크들이 가득했다.

몇몇은 흉악한 표정을, 몇몇은 경악한 표정을, 몇몇은 서글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오크들이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군요.”

“흐음 이건 새로운 연구 자료로 쓸만해.”

“그런데 뛰는 방향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 왜 다들 안으로 향하는 거지?”

“불을 피해 도망쳤나 보군.”

“그런 거 치고는 표정들이 이상한데요?”

“설마 내분인가? 이런 상황에서? 멍청한 오크들답군.”

마법사들이 눈을 빛내며 저들의 호기심을 충족할 때.

콰자작!

백작이 검을 휘둘러 얼어있는 오크를 부숴버렸다.

얼음이 무너지는 소리에 느슨해졌던 자들이 바짝 긴장했다.

발자크가 다른 이들을 둘러보며 나지막이 경고했다.

“정신들 차려.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임무가 끝나기 전까진 개인적 감상들은 접어두도록.”

“넵.”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백작의 가라앉은 눈을 보고는 모두가 정신을 다잡았고 발자크의 인도를 따라 대군락 가장 중심부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만나는 모든 얼음 동상을 파괴했다.

“혹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르니 모두 부수도록.”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얼어버린 오크들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황자는 묵묵히 길을 걸었다.

마치 전투는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

약간은 지루함을 담아 종종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이 산책을 나온 것도 같았다.

어느덧 대군락 가장 거대한 움막 중심.

나무와 동물들의 뼈를 얽어 만든 거대한 권좌 위.

“크르르, 크르르, 크르르.”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거대한 오크 한 마리.

주변엔 부서진 얼음과 딱딱하게 굳은 피가 가득했다.

놈은 우리가 도착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족의 피를 벅벅 닦아내느라 정신없었다.

얼굴에 어린 혐오감과 분노.

홀로 무어라 계속 떠들어댔으나 이해하긴 어려웠다.

한 가지 짐작한다면.

“직접 모두 죽여버린 건가? 제 전사들을?”

백작의 혼잣말에 오크가 비로소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발자크 또한 눈가를 좁혀 놈을 쏘아보았다.

의아했다, 본디 오크란 평소 저들끼리 잡아먹기도 하는 야만적인 몬스터들이나 외적을 상대로는 똘똘 뭉쳐 대항하기에 까다로운 놈들이었다.

이런 대군락이 똘똘 뭉쳐 덤빈다면? 그야말로 재앙.

황자의 특별한 신비가 아니었다면 감히 이 인원으로 싸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소드마스터인 백작도 말이다.

놈이 거대한 검을 들어 올리며 백작을 마주 쏘아보았고 발자크가 공격하려 할 때.

“목적지까지 호위를 마쳤으니 이제 내 차례다. 발자크 백작.”

황자가 그제야 입을 뗐다.

지금껏 잠잠하던 브레이커가 깨어나듯 굉음을 토했고 그의 몸에서 후끈한 열기가 치밀었다.

불과 얼음.

말리고 싶었으나.

“명을 따릅니다.”

백작 또한 본능적으로 느꼈다.

놈은 황자와 겨루어야 한다.

황자도 이를 알았기에 지금껏 힘을 아낀 거 아닐까?

짐작일 뿐이지만 백작은 왜인지 저 황자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오크가 오크의 피를 닦아내다니 네놈 뭐 하는 놈이냐? 스스로가 오크임을 부정하려는 건가?”

역시나 황자의 입은 처음부터 폭언을 내뱉었다.

“전사라는 오크의 본능을 버리고 뒤에 숨어 있으니 진 거다. 넌 이미 죽은 것과 마찬가지야. 그리 피를 닦는다고 오크의 타고난 지린내와 비린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르한이 당연하게 놈을 깎아내렸고.

놈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무시하는 낌새를 느꼈는지 이를 드러내며 황자를 위협했다.

“넌, 결코 고귀한 자가 될 수 없다.”

황자의 선언이 끝남과 동시에 오크의 권좌를 박차며 움직였고.

거검과 거검, 황자와 오크, 불과 얼음이 부딪혔다.

“네놈과 내가 무엇이 다른가! 그저 인간이라? 아니 네놈이 남들에게 보호를 받았듯 나 또한 존귀한 존재로서 보호를 받았고 이들을 이끌었다!”

오크가 황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마구 지껄였다.

“나는 존귀한 오크다! 아니 오크를 넘어 동토의 주인 중 하나가 될 몸이다! 웃기지 마라! 난 오크가 아닌 새로운 종족! 나에게 덤비는 놈들은 오크고 인간이고 모두 죽는다!”

2m 가까운 덩치로 휘둘러대는 대검은 위력적이었고.

검이 브레이커를 칠 때마다 황자의 몸이 비틀비틀 흔들렸다.

그럼에도 황자는 버텼다.

어떤 거센 공격에도 쓰러지지 않고 담담히 놈의 공격을 받아냈다.

그래 때를 노려 단번에 반격하겠지.

방금처럼 불을 뿜어낼까?

그리하여 놈의 몸을 태우리라.

싸움에 끼어들지 못한 이들이 움찔움찔 무기를 쥐며 황자의 반격을 기대할 때.

드디어 황자의 손이 움직였다.

반격의 시작.

그런데 황자의 손은 다른 이들의 기대처럼 불을 뿜어내지도 어떤 비장의 수도 던지지 않았고.

그저 코를 살포시 틀어쥐었을 뿐.

동시에 살포시 구겨지는 미간과 혐오 어린 목소리를 구사.

“냄새가 역겹군.”

생각지도 못한 반격을 펼쳤다.

하지만.

“크와아악! 크아아악!”

오크는 살면서 그 어떤 공격보다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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