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고귀해졌구나
오크 놈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온 고함을 지르며 덤벼들었다.
[검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당신의 어깨를 자를 작정입니다]
[검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당신의 허리를 가를 작정입니다]
[검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거력으로 쓰러뜨릴 작정입니다]
[대상 오크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분노와 야성이 냉정과 이성을 잡아먹었습니다. 흉포함을 드러냅니다]
혹시나 통할까 싶어 코를 쥐었는데 제대로 먹힌 모양.
아마 말은 안 통해도 표정과 몸짓이 표하는 뜻을 알아챈 것이겠지.
웃긴 일이었다.
“냄새가 역겹다면 응당 씻을 생각을 해야지. 화를 내다니 이래서 오크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다. 냄새나는 오크 놈.”
아마 지금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면 어찌 반응했을까.
몰아치는 공격과 그 공격 끝에 달린 운명들 사이.
잔뜩 구겨진 얼굴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오크가 이딴 것에 신경을 쓰고 화를 내다니.
놈이 계속 무어라 소리 질렀으나 알아듣지 못했고, 놈 또한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나와 놈은 계속 전달되지 않을 말을 서로에게 내뱉었다.
몰아치는 오크의 검을 빗겨내고 피하고 마주 부딪쳤다.
그때마다 손목이 시큰거렸고 몸이 이리저리 휩쓸렸다.
실력의 차이는 명확했다.
놈은 그저 주변을 얼리는 신비만 믿고 족장으로 군림한 게 아니었다.
다른 이들에게 맡겨도 되었으나 맡기지 않았다.
놈이 가진 신비 때문.
[대상의 운명 냉기가 스멀스멀 주변을 잠식합니다!]
검이 부딪히며 튀어 오르는 불꽃이 뜨거웠으나 움막은 더욱 차가워졌다.
강한 추위가 주변을 감쌌고 몸이 얼자 반응이 점차 느려졌다.
내 몸을 둘러싼 불이 옅어지다 못해 흩어질 듯 위태로웠다.
“전하!”
“전하! 저희도 돕겠어요!”
참다못한 안드레와 솔이 참전 의사를 밝혔으나.
“끼어들지 마라! 방해다!”
오히려 성을 버럭 내며 그들을 막았다.
“다들 움막 끝으로 물러나! 당장! 명이다!”
혹여라도 뜻을 어기고 끼어들까 봐 모두를 멀리 물렸다.
“너희는 신성한 결투를 즐긴다지? 그래 이건 결투다. 덤벼라 냄새나는 오크.”
그리곤 브레이커를 휘둘러 놈과 더욱 거칠게 부딪쳤다.
브레이커가 울 때마다 철과 불티가 피어올랐다.
놈은 힘으로 날 누르려 했고 나는 브레이커로 놈의 살을 찢으려 했다.
치열한 공방.
아니, 사실 한 걸음 한 걸음 목숨을 건 위태로운 공방 속.
[장소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붕괴의 무게가 가장 짙은 곳입니다!]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
한눈에 보기에도 황자의 싸움은 위태로웠다.
“어, 어떻게 하죠? 지금이라도 도우면 안 될까요?”
“전하가 너무 위태로워 보입니다. 당장 도와야 합니다!”
솔과 안드레가 당장이라도 명을 어기고 황자를 도우러 나갈 듯 발을 동동 굴렀고.
“···일단, 일단은 지켜보세.”
그들을 말리는 알프레드도 말은 그리했으나 움찔움찔 손을 떨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조치로.
파스스스, 사철을 슬그머니 풀어 황자의 주변에 대기시켰다.
혹시라도 무언가 일이 생기면 바로 뛰어들 수 있도록.
솔도 끼어드는 건 포기했는지 주변 그림자를 끌어 싸움터 근처에 풀었다.
언제든 오크의 빈틈을 노릴 수 있도록.
마법사들은 각자의 저격 마법을 기사들은 검병을 쥔 채 긴장하고 있을 때.
“다들 진정해라. 우리가 불안해하면 안 된다. 전하께서 선택하신 일이야.”
발자크 백작이 팔짱을 끼며 고개를 저었다.
황자가 휘청일 때마다 불거지는 턱 근육과 거친 숨을 보아 그 또한 불안한 모양이나.
“전하께선 걷는 동안 온전히 우리에게 맡기셨다. 그렇다면 우리도 때로는 전하께 맡겨야 도리겠지.”
신하로서 갖추어야 할 태도를 입에 담았다.
분명 휘청이며 밀리긴 하지만.
“충분히 상대하고 계시다. 보아라 위태로워 보여도 결국 자세를 회복하시지. 검을 배우신 티가 역력해. 무기의 우위로 충분히 상황 반전이 가능하다. 눈이 빛나고 있다는 게 증거다.”
“하지만 이 냉기는요?”
“전하의 불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온 북부 기사들의 물음에 백작의 미간에도 깊은 주름이 파였다.
그게 한 가지 이상했다.
밖을 살랐던 불은 그리 거대했는데 어째서 움막엔 불 한점 들어오지 못한단 말인가.
오크의 냉기가 황자의 열기보다 위라서?
글쎄 그랬다면 황자의 불꽃이 대군락에 닿았을 때 이미 화마를 막아냈겠지.
백작이 스멀스멀 뒷덜미를 타고 오르는 불안감에 고민할 때.
황자의 얼굴에 피어오른 스산한 미소를 보고는 하던 고민을 일제히 멈추었다.
“어.”
“전하?”
“알프레드 집사님?”
불안감을 느낀 건 그뿐만이 아니었는지 황자의 미소를 보자 알프레드와 안드레, 솔이 일제히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전하가 저런 표정을 지었을 때마다 무언가 사달이 벌어지곤 했다.
황자의 광기를 겪어본 북부 기사들과 중부 기사들도 슬슬 무언가 불길함을 느끼곤 몸을 긴장시켰다.
때마침 황자가 어느 한 곳에 발을 붙였고.
그때부터.
콰카카카캉!
황자와 오크가 서로의 목숨을 취하려 거칠게 부딪혔다.
비틀거리나 물러서지 않았다.
검을 빗겨 막아내고 상대의 검을 잡아먹고 고함을 치고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내고 상처에 고인 피를 뿌려가며 맞섰다.
처절했다.
그러나 아름다웠다.
싸우는 황자는 고요한 백조도 고고한 학도 아니었다.
독수리, 찢어지는 거센소리와 함께 죽음을 각오하고 땅에 꽂혀 드는 맹금 같으니.
냉기와 검의 폭풍 속에서도 날개를 접지 않고 끝까지 비행하듯 버티고 맞섰다.
독수리가 먹이를 잡아채기 위해 땅에 도달한 순간.
쩌저적!
날카로운 발톱으로 먹이를 잡아채듯 거대한 울림이 땅을 뒤흔들었다.
발자크를 비롯한 모두가 혼란을 느꼈고.
오크 또한 커다란 소리와 진동에 주춤거리는 사이.
“크아아악!”
황자의 브레이커가 놈의 옆구리를 갈랐다.
살이 너덜너덜 찢어지며 붉은 피가 터졌다.
억지로 상처를 틀어막은 놈이 텅 빈 황자의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 할 때.
“위를 봐라. 멍청한 오크.”
황자가 하늘을 가리키며 욕설을 날렸고.
동시에 오크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
백작이 오크를 향해 휘두르려던 검을 틀어 움막을 가르자.
빼꼼 펼쳐진 바깥 풍경에.
“이런 제기랄.”
나지막이 욕을 뱉어내었다.
천장이 가라앉고 있다.
지금 보니 이 움막을 제외하곤 사방이 모두 불에 휩싸였다.
바람을 타고 막대한 열기가 위로 올라갔고.
참으로 신비하게도.
“여기에 거대한 얼음이 떨어진다!”
돔 형태 천장 중앙에 거대한 고드름이 맺혔다.
아니 저걸 고드름이라 해야 하나? 빙하라고 해야지 않을까?
문득.
“불과 바람!”
백작이 경기하듯 소리쳤다.
싸움터에 불과 바람이 없었던 이유.
황자는 설마.
“싸우는 도중에 이 한 수를 준비했단 말입니까!”
백작이 경악했다.
차라리 자신에게 명했다면, 한 수에 놈의 목을 참했을 텐데!
대체 왜?
황자가 경악하는 백작을 보며 타오르는 미소를 짓고는.
“멋지지 않나.”
오크를 마주했다.
말도 안 되는 이유.
허나 오크는 오히려 이유를 납득한 듯 사납게 웃더니 자신의 검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떨어지는 빙하를 막겠다는 의지일까.
곧 이유를 알았다.
놈이 뿜어낸 냉기가 얼음을 생성해내며 가라앉는 천장을 받쳤고.
잠시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졌다.
짓누르듯 가라앉는 천장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놈의 상처 입은 배가 쭈욱 갈라지며 내장이 쏟아졌다.
황자는 그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오롯이 묵묵하게.
몸을 누르는 빙하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놈이.
꾸웅.
황자의 앞에서 마치 벌서듯 양손을 들어 올린 채 무릎을 꿇었다.
핏발 선 눈이 황자를 향했다.
증오와 분노, 살기가 가득한 눈동자.
이를 마주한 황자의 눈에는 그저.
“이봐 오크 이미 싸움은 끝났다. 포기해라. 네 운명은 신비를 받아들이지 못할 그릇이다.”
혐오와 권태로움이 담겨있을 뿐.
“눈에서 두려움이 보이는군. 창피한 줄 알아라. 태생부터 전사라던 오크가 두려움이라니. 우스운 일이다. 그릇을 넘어서는 꿈을 꾸었으니 이제 벌을 받아야지.”
황자의 말을 알아듣진 못해도 자신을 내려다보는 눈과 말에 담긴 무시를 알아들었던 것일까.
“웃기는 소리! 내려다보지 마라! 나는! 나는! 동토의 주인이 될 자다!”
놈이 거세게 울며 더욱 거센 냉기를 뽑아내었다.
그제야 움막을 태우며 몰려든 불과 오크가 뿜어낸 냉기가 부딪히며 짙은 증기를 만들어냈다.
무릎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으나 놈이 억지로 다시 일어섰다.
엉거주춤하게나마 황자와 눈을 맞추며 으르렁거렸다.
“난 새로운 종이다! 오크 따위가 아닌 새로운 자다! 미련하고 변하지 못하며 본능에 이끌려 살육을 일삼는 야만적인 괴물이 아니란 말이다!”
오크가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황자의 무시를 부정했다.
머리를 누르는 무게를 부정했다.
마치 과거 자신과 부족이 처한 운명을 부정했을 때처럼.
발전하지 않는 지성, 끝없는 싸움과 추위.
자신만은 다르다는 걸 어린 시절 알아챘고 아무리 그들을 이끌려 노력해도 오크들은 변하지 못했다.
몬스터, 그게 그들의 운명이었다.
그래서 버리기로 했다.
신비를 쥐여준 자, 동토의 주인, 에스키모들을 만났을 때.
이 모든 오크들을 그들의 군세로 사용하는 대신 주어진 운명을 버리고 에스키모라는 새로운 운명을 택하기로 했다.
“난, 나는 달랐다. 지금도 마찬가지! 인간! 인간! 네가 얼마나 고귀한지는 모르나 네놈이 오크 사이에서 태어났다면 나와 같았을 거다! 나와 같은 길을 걸었을 거다!”
구구절절 속을 토해내던 놈이 우뚝 말을 멈추었다.
과한 냉기에 혀가 얼어서이기도 했고.
“뭐라 짖어대는지 모르겠군.”
황자의 얼굴에 담긴 귀찮음을 보곤 깨달았다.
알아들을 수도 이해할 생각도 없구나.
홀로 고고하게 오롯하게 섰구나.
앞에 있는 자는 실로.
“오만하고 귀하구나.”
자신이 되고 싶었던 이상이었다.
그러나 될 수 없다는 걸 마주하고야 알았다.
자신이 걸었던 길이 그릇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점차 그를 달구었던 마음이 식었고.
꾸드드득.
천장을 막기 위해 뿜었던 냉기의 신비가 점차 주인을 좀 먹었다.
다만 무릎을 꿇진 않았다.
들어 올린 손을 내리지 않았다.
운명처럼 짓쳐 드는 빙하에 깔리지 않았다.
오크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죽음으로 저항했다.
발끝부터 번진 살얼음이 발목, 종아리, 무릎, 허벅지 허리, 가슴, 목을 넘어.
“네가 이겼다. 미친 불꽃.”
마지막 패배 선언마저 얼려버리곤 멈추었다.
빙하를 짊어진 채 하얀 얼음 동상이 되어버린 거대한 오크.
얼어버린 놈의 양팔은 제가 감당해야 했던 무겁고 거센 운명에 영원히 저항하겠지.
나름대로 의미 있는 패배였다.
“끝까지 무릎 꿇지 않았으니 나름 운명을 거슬렀구나. 오크. 훌륭하다.”
체념했음에도 운명을 이기기 위해 애썼던 마지막 모습만이 남았다.
황자 또한 그의 의지를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다만 신비를 가두어야 하기에 이리함을 이해해다오. 복수는 잊지 않고 해주마.”
평소 오만한 성격답지 않게 정중히 허리춤에 멘 검을 뽑았다.
나오는 길 북벽 병사에게 빼앗은 멀끔한 롱소드 한 자루.
황자가 검신을 쓰다듬자.
주변 가득한 불이 검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불을 머금은 검신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곤 천천히 마치 열쇠를 꽂아 넣듯.
오크의 얼어버린 가슴팍에 검을 찔러넣었다.
치이이익.
불과 얼음 닿자 작은 증기가 퍼지길 잠깐.
끝이었다.
저항하던 냉기도 모든 걸 태우려던 불도 사그라들었다.
희뿌연 증기 속, 황자의 모습이 곧 눈에 비쳤다.
담담한 시선으로 오크를 마주한 모습.
푸른 얼음 동상, 가슴에 꽂힌 붉은 칼.
백금발과 핏줄기를 휘날리며 마지막을 기리는 황자.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마지막 순간 무언가를 느낀 걸까.
잠시 모두가 말을 잊은 사이.
“끝났다.”
황자가 의식을 끝낸 제사장과 같이 자리에서 걸어 나왔다.
동시에.
파스스스스.
빙하와 동상에 남은 냉기가 공간을 가득 채운 증기를 순식간에 얼렸고.
유리조각과같이 잘은 얼음들이 허공을 떠돌았다.
동시에 산란한 빛이 공간을 번쩍번쩍 물들였다.
“우와-.”
“잠깐 천장이?”
“전하. 위를 보세요.”
모두가 어디서 빛이 들어오나 하여 하늘을 보니.
나뭇가지가 빽빽이 자리 잡은 두터운 얼음이었던 천장이.
“유리 같아요.”
“아름답다.”
얇은 유리와 같이 투명하게 변하여 북부의 햇볕을 함빡 공간에 쏟아부었다.
휘도는 얼음 결정들은 이를 받아 춤추며 사람들의 눈을 어지럽혔다.
폐허가 된 대군락 가운데에는 운명에 맞서는 오크가 오롯했다.
자신이 만든 풍경을 바라보는 황자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고.
“마침내 고귀해졌구나. 오크.”
들릴 리 없건만 외로이 빙하를 받친 오크를 향해 치하했다.
황자를 선두로 모두가 대군락이 있었던 공동을 떠났고.
오크의 심장에 박힌 검만이 고동하듯 찬찬히 붉게 명멸했다.
****
다시 북벽으로 돌아가는 길.
기껏 싸움을 잘 끝냈건만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
“업히시죠.”
“싫다.”
“그럼 저한테 업히시죠.”
“싫다니까.”
“제 등이 가장 넓습니다.”
“백작 그만해라.”
“저도 업을 수 있어요.”
“닥쳐라 가로등.”
“나한테만 맨날 뭐라 그러셔.”
눈앞에 등판 세 개가 나란히 섰다.
하나는 알프레드, 하나는 안드레, 하나는 발자크.
밖으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나를 업겠다 성화였다.
“발걸음이 위태롭습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집사 아닙니까. 북벽까지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전하.”
알프레드의 어부바 어필.
“전하, 나이 든 집사의 허리는 언제 구부러질지 모릅니다. 젊은 저에게 업히시죠. 주군의 기사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드레는 남을 깎아내리면서까지 자기 등에 업히라 했고.
“제 등이 가장 넓습니다. 또 여기서 가장 고귀한 직위이니 전하의 품격에도 맞는 가마입니다만.”
백작의 어필은 간단했지만 치명적이었다.
셋의 등을 보고 있으려니 골이 지끈지끈 아팠다.
사실 아까 싸움으로 인해 체력이 다한 상태.
어찌어찌 오만과 광기로 버티고는 있지만 이대로는 진짜 쓰러질지 몰랐다.
결국 가장 넓고 편안하다는 백작의 등을 선택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할 때.
“전하. 모시러 왔나이다.”
어디선가 늙수그레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눈밭에서 불쑥.
“어머멋!”
“모두 경계!”
노인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시뻘건 코와 풍기는 술 냄새.
그가 코를 킁킁거리며 주변 냄새를 맡고는.
“쉬실 오두막을 준비해두었습니다. 맛난 음식도 있구요. 누추하지만 잠깐은 괜찮을 겝니다.”
씨익 듬성듬성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과연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그래, 건장한 사내들의 등보다는 덜 누추하겠지.”
차라리 반가웠다.
알프레드와 안드레, 백작의 섭섭하단 표정을 외면하며 오두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뿌드득, 뿌드득 눈 부서지는 소리에 섞여 떠오르는 운명 포식 알람들이 번잡했다.
문득 대군락을 덮은 투명한 얼음을 바라보았다.
내리누르는 운명에 맞서던 오크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 또한 무릎이 부서져도 운명에 굴복하지 않으리라.
잡아먹고 찢어먹고 태워 먹어 마침내는 일어서리라.
후들거렸던 다리에 다시금 힘이 차올랐다.
사냥은 지금부터가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