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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65화 (65/200)

65화 화려한 인사 (1)

아르한이 떠나있는 강철성은 여러 일로 소란스러웠다.

황자의 심상치 않은 반란 흉내와 이후 어전에서 벌어진 사건부터.

북부에 일어났던 모닥불 폭발과 이어진 대전투.

북부인들의 피난과 복귀까지.

마침내 전대 백작과 늙은 병사들의 희생으로 북부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오랜 적을 물리쳤다는 승전보가 울렸고.

이어서 최근 동북부 공작성이 북부로 이동하기 시작했단 소식은 더욱 큰 지각변동을 암시했다.

11황자 아르한은 황실에 없었으나 그 누구보다 가장 강력하게 강철성을 혼란으로 밀어 넣고 있었으니.

“폐하-.”

여느 때와 같은 어전.

“다들 그 입들 다물라! 감히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자는 내 직접 그를 벌하겠다!”

황자가 남긴 발자취가 유독 강하게 남아 신하들을 곤란하게 하고 있었다.

반대 의견을 꺼내기도 전 분노 가득한 황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본래 그리 화가 많지 않고 항상 온유하여 신하들의 뜻을 경청하시던 폐하였건만.

지난번 황자가 신성한 어전에서 패악스러운, 입에 담기도 힘든 욕을 내뱉은 뒤론.

이상하게 화를 내는 일들이 잦아졌다.

신하들이 멈칫한 사이 황제가 거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대 백작이자 위대한 기사 루카르는 내 스승이었으며 친우였다! 오래 떨어져 있었으나 그의 희생을 넘길 수 없으니! 예우에 따라 국가장을 치를 것이며 그의 뜻을 기려 새로운 모닥불, 불의 샘을 백작가에 상으로 내릴 것이다! 그러니 경들은 토 달지 말라! 전대 백작과 노병들의 희생을 흐리지 말라 경고하는 것이다!”

평소 어떤 반대에도 그들을 설득하려 했던 황제가 변했다.

설득이 아닌 강요.

신하들의 얼굴에 불만이 차올랐으나 결국은.

“폐하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백작가 또한 폐하의 뜻에 감격하여 더욱 충정을 바칠 것입니다.”

“폐하의 은혜와 위대하심이 더욱 공고해질 일입니다.”

“북부 또한 지난 아픔을 견디고 더욱 좋은 봄을 맞이할 것이니. 모든 것이 폐하의 덕이옵니다.”

그들이 두 걸음 전진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섰다.

황제가 신하들의 치하를 들으며 뒤틀리려는 입술을 깨물었다.

겉으로는 제국을 위하는 척, 황제를 찬양하는 척, 북부를 위하는 척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북부를 버리려 했는지 기억했다.

그래서 더욱 아니꼬웠다.

저 가증스러운 자들의 말대로 했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었을지.

그럼에도 자신들은 아무 잘못 없다는 듯 뻔뻔하게 행동했겠지.

평소 그들의 행동에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

이상하게 황자가 다녀간 이후로 심히 거슬렸다.

왜일까.

그때 느꼈던 마음속 응어리가 내려가던 시원한 감각이 간절해짐은.

황자의 상스러운 욕이 그리워지는 오후.

“그리하여 북부의 이권과 사업권 일체를 황자와 북부의 재량에 맡기려 한다.”

황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죽은 선대 백작과 북부를 침공한 에스키모들에겐 그런 분노를 표하지 않더니.

자신들의 이권이 관계되자 변하는 얼굴들.

역겨웠다.

황제가 마음을 다잡으며 그들을 노려보았고.

심상치 않은 분노에 결국 모두가 고개를 조아렸다.

단순 이권에 관련된 거였다면 다들 벌떼처럼 일어났겠으나.

현 황제의 스승이자 오랜 가신의 죽음이 엮였다.

슬픔과 분노는 한 끗 차이, 지금 잘못 혀를 놀리면 목이 잘릴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돈 냄새, 시체 냄새는 잘 맡는 이들.

그렇게 어전회의가 끝난 저녁.

“폐하, 황후께서 뵙기를 청하나이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쉬려는 찰나, 황후가 찾아왔다.

단번에 짐작했다.

왜 오늘 신하들이 그리 조용했는가.

이 순간을 위해서였구나.

황제가 잠깐의 시간 동안 무엇을 내주어야 할까 고민했다.

황후는 항상 그랬다.

황제의 뜻이 이루어진 날엔 어김없이 찾아와 무언가를 요구했다.

처음엔 황제로서 거부했으나.

그 이후엔 국정을 보기 힘들었다.

모든 신하들이 작은 뜻에도 죽음을 각오하고 반했으니까.

사랑이 없는 결혼 어차피 둘은 정치적 숙적이자 동반자일 뿐.

황제가 살을 잘라낼 각오를 끝마친 차에.

“폐하,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이셔요. 심려가 있으신지요.”

스르륵 소리 없이 문이 열리며 까만 드레스를 차려입은 황후가 들어섰다.

드레스의 길이가 길어 뒤에 자락을 쥔 시녀가 여럿.

곧 그들을 물린 황후와 황제의 눈이 물끄러미 마주쳤다.

말과 다르게 황후의 표정엔 걱정하는 빛은 하나도 없었고 황제의 얼굴엔 부인이 아닌 정적을 만난 것과 같은 긴장이 서려 있다.

“앉으라는 말씀도 안 하시나요?”

“옷자락이 길어 앉기 힘들어 보여 권하지 않았소.”

“섭섭해요. 부군.”

“섭섭할 것 없소. 부인.”

“······.”

황제의 차가운 표정에 잠시 눈가를 좁히던 황후가 픽 웃음을 웃으며 제 스스로 의자에 앉았다.

“허락한 적 없소만.”

“허락을 해주지 않으시니 스스로 찾아야지요. 감히 폐하를 계속 내려다볼 순 없으니까요.”

“퍽 의미가 깊은 말이오. 중의적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소?”

“폐하 유독 차가우시군요. 오랜 스승의 죽음 때문에 날카로워지셨나 봐요. 화를 가라앉히셔요.”

“화? 화라. 지금 화가 난 것으로 보이오?”

둥그레진 눈으로 황후를 보던 황제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황후의 말이 우스웠다.

화라 화는 이런 게 아니지.

귀를 찢고 목을 자르고 머리통을 깨는 걸 화라 하는 법.

자신의 작은 흠을 잡아 물려는 그녀의 속내가 보여 가슴팍이 꽉 막혀왔다.

그 꼴이 우스워 웃었다.

그런 황제의 웃음을 들으며 황후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평소 이런 적 없는 부군이건만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란 말인가.

‘아르한. 그 미친 황자가 폐하의 마음속에 분노를 심었구나.’

짐작은 갔다.

그가 왔다 간 이후 황제의 성품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허나 이 정도일 줄이야.

그녀가 속으로 분을 삼켰다.

처음 녀석을 북부로 보낸 것은 벌을 주기 위함이었다.

척박한 땅, 심상치 않은 상황.

어떤 정치적 기반도 없는 황자가 어찌해볼 수 있는 재앙이 아니었다.

그런데 놈은 그녀조차도 예상치 못한 미친 짓을 벌이며 결국은 북부를 구원해냈고.

자신의 위상을 높이다 못해 모두의 마음속 깊이 분노와 광기를 남겼다.

그녀가 차가운 속내를 삼키며 싱긋 미소 지으려니.

“그래, 이미 들어 알겠지만 백작과 아르한 그 녀석에게 북부의 전권을 일임했지. 그대가 무엇을 말하든 난 죄를 면책하려 하오. 그러니 말하시오. 뭘 원하는지.”

황제의 날카로운 눈이 황후의 깊은 곳을 찌르듯 빛났다.

황후도 이번만큼은 불편한 기색을 참지 못했다.

답지 않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과했다.

“폐하. 노함이 과하십니다. 폐하와 패악한 황자는 다름을 잊으시면 안 되어요. 저는 폐하의 부인이지 정적이 아닌 것을요.”

“그런가, 부인은 정적이 아닌가.”

“네 폐하 제가 아니면 누가 폐하를 돕고 위로하겠어요. 가장 어려울 때를 헤쳐나온 때를 기억하셔요. 저의 아버지 동남부 공작과 함께했던 수많은 대신들을요. 폐하 정녕 그때를 잊으신 건 아니겠죠?”

“···그랬지. 그대와 나는 어려운 때를 함께 했지.”

“그러니 잠깐의 즐거움에 흔들리지 마세요. 제가 옆에 있으니 언제나, 언제나 옳은 길을 걸으셔야 합니다.”

황후의 말이 이어질수록 황제의 얼굴에 체념의 빛이 어렸다.

황후의 달콤한 말과 손짓이 계속될수록 방금까지 속에 가득했던 분노와 염원들이 서서히 흐려졌다.

발린 말임을 아나 어쩔 수 없다.

한순간의 감정으로 황후를 끊어 내기엔 그녀에게 입은 은혜가 컸고.

그녀의 뒤에 선 귀족들의 권력이 컸다.

그 또한 알았다.

자신은 그리 강단 있는 성격이 아니다.

능력이 특출난 것도 아니다.

황후가 아니었다면 황제가 되지도 못했을 테고 상황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터.

문득 자신의 무능함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녀의 계속된 설득에 결국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그리하리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시오.”

“조금 더 같이 있지 않으시고요.”

“너무 피곤하군. 요즘 자꾸 속이 막히고 피곤한 게 오래 깨어있기가 힘드오.”

“알겠사옵니다. 몸에 좋은 약들을 찾아볼 테니 오늘 편히 주무시어요.”

황제의 축객령에 황후가 짙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이루었기 때문이리라.

안 그랬다면 밤이 새도록 자신을 구슬렸겠지.

그녀는 집요했고 수완이 좋았으며 잔혹했다.

아마 황제가 아는 것보다 더욱.

자신이 끝까지 거부했다면 직접 손을 써서라도 아르한을 해하였으리라.

침실을 나서는 황후를 따라 문이 열렸고.

짙은 묵 색의 문 사이, 뒤돌아선 황후의 얼굴에 만족감과 살기가 몰아쳤다.

이번엔 북부와 같은 요행은 없으리라.

그리고 그런 그녀의 어깨너머, 황후를 바라보는 황제의 얼굴엔 깊은 무기력함이 어렸다.

허나 평생을 함께해 온 깊은 무기력함 어딘가 이전과 다른 번쩍이는 빛이 있음을 누구도 보지 못했다.

문이 닫히고 홀로 남은 자리.

황제의 긴 한숨이 드레스 자락처럼 늘어졌다.

병신이라 욕해도 좋다.

스스로는 해결할 능력이 안 되어 끝까지 뜻을 관철하지 못했음이 부끄러웠으나.

작은 희망을 지키기 위한 일이었음을.

‘아르한, 살라스. 너희에게 맡긴다. 무능력한 황제이자 아비가 부탁하니. 부디 바른길로 이끌어주기를. 서부 별빛의 은혜가 함께 하기를 바란다.’

황제가 잠시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자신의 무능함과는 별개로 나름의 뜻을 가진 아들들이라면 분명 위기를 헤쳐나올 수 있으리라.

여러 가지를 양보하고 제 살을 잘라주어도 마지막 불씨를 넘겨줄 수 없어 지켰다.

다음날, 황제의 성지를 받아든 한 무리는 북부에 머무는 11황자 아르한에게로.

다른 무리는 남부 마도 공학의 중심지라 불리는 스프링필드로 향했다.

또 다른 황자에게 성지를 전하기 위해.

* * *

남부 마도시(魔都市) 스프링필드.

먼 동쪽 마도왕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마법사들과 공학 장치들이 몰려든다는 첨단 마법도시, 그중 가장 첨단의 기술이 몰려든다는 플라워 밸리.

그중에서도 가장 심처에 마련된 존귀한 신분만이 드나들 수 있다는 연구소 안쪽.

“뭐? 폐하의 성지가?”

한 사내가 온갖 마도서와 기계장치에 둘러싸인 채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술식과 휙휙 지나가는 계산 결과가 어지러운 가운데.

옅은 회색의 머리를 부스스 띄운 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네, 일곱 번째 황자 살라스에게 전달된 교지입니다.”

“사자들은? 분명 성지를 받으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 터인데?”

“제가 조용히 시켰지요. 참 얼마나 시끄럽던지.”

“과한 짓은 아니었으면 하는데.”

“걱정 마십시오. 천지 분간 못하는 외골수는 아니니까요. 다만 전하 또한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지 않으셨나이까. 잘 설명했습니다.”

“맞지. 고맙네. 덕분에 방해받지 않고 일을 마칠 수 있었어.”

바로 일곱 번째 황자, 살라스 아이로니아.

옅은 회색 머리와 어울리는 흐린 인상, 허나 짙푸른 두 눈동자만은 바다를 닮은 듯 원대한 지식이 일렁였다.

황가에 태어난 대마법사의 자질, 제국 마도계의 축복이라 불리는 이가.

그가 얇은 턱선을 쓸며 교지를 찬찬히 살피다가.

“사막으로 가라고? 가서 그들의 가장 소중한 보물을 지키라?”

알 수 없는 내용에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심상치 않은 냄새가 나는데.”

이상했다.

“빼앗는 것도 아니고 지키라? 거기다 4전투 마법사단도 아닌 1전투 마법사단을 이끌고? 어째서?”

어딘가 악의가 서려 있는 듯한 내용.

폐하의 뜻이 아님을 단박에 알아챘다.

“황후인가-.”

그의 눈에서 혐오와 귀찮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으나.

곧.

“떠날 일이 있으니 다들 기다리지 말고 연구에 집중들 해.”

“또 가십니까? 기껏 얻은 성과를 발표도 없이요?”

“뭐 이놈의 혈통 덕에 이리 편하게 지내니 할 일은 해야지.”

“그건 맞긴 맞습니다만.”

살라스가 귀찮다는 듯 툴툴거리며 나서려다 문득.

“나도 언젠간 이 무거운 짐을 벗고 온전한 마법사로서 살아갈 날이 있을까?”

한 가지 질문을 남기고는 연구실을 떠났다.

그런 그의 등을 바라보던 마법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세상에 온전한 마법사란 게 존재하긴 할까요?”

우문현답에 살라스가 시원스레 웃으며 플라워 밸리를 떠나 사막으로 향했다.

어쩌면 죽고 나서도 온전한 마법사가 되긴 글렀으리라.

슬픈 예감이 들었다.

* * *

7황자 살라스와 1전투 마법사단이 만난 건 서부 광야로 들어가기 전 한 영지.

거기서부터 함께 출발하여 광야 초입에 들어선 후에도.

“지금 이 현상이 궁금하지도 않단 말야? 당신들 마법사 맞아?”

“전하. 지금 저희는 성지를 받아 홍련으로 향하는 것이지 호기심을 풀기 위한 유희를 즐기는 게 아닙니다.”

“이런 답답하긴. 지금 이 말들을 좀 봐. 이 액체가 과연 멀쩡한 것으로 보여? 서부에 변고가 생겼다면 이런 작은 것들부터가 문제라는 걸 생각지 못해?”

“하아, 전하 지금 함께하는 건 4전투 마법사단이 아닌 1전투 마법사단입니다.”

“그래서, 자네들도 황가의 마법사단 아냐? 가자고. 가서 간단하게 확인만 하면 될 거 아냐.”

“강요입니다. 갈 길이 바쁜데 지금 이런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입니다.”

끝없이 투닥거리던 황자와 마법사단이 저 멀리서부터 다가온 말 두 마리를 보곤 결국 언성을 높였다.

광야 한복판에서 불쑥 나타난 말들이 뒤집어쓴 액체가 심상치 않았다.

아까 모래폭풍이 거세다 싶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살라스의 눈은 이미 먼 광야 한복판을 향한 상태.

마법사란 종족은 죽음보다 호기심이 우선인 법.

“이봐! 어쨌든 자네들을 이끄는 건 나야! 살라스 아이로니아. 아무래 내 휘하가 아니라도 예의는 지켜!”

결국 혈통을 벗어버리고 싶다던 그가 혈통이라는 모순된 보도를 꺼내 들었고.

“그러니 명하겠다! 따라와라!”

일단 말을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결국은 1전투 마법사단도 포기하고 따라 오는 와중.

저 멀리 모래성.

“모래성이야? 저거?

모래성이라고 하기에는 심하게 뭉개진 무언가를 보곤 살라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전하! 위험합니다! 심상치 않습니다!“

뒤에서 1전투 마법사단장의 불만 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으나.

멈추지 않았다.

걱정보다 불만이 앞서는 그가 괘씸해서였기도 했으나.

“사람들이 다쳤을지도 모른다! 모두 전투 준비!”

살라스는 그런 것들보다 저 뭉게뭉게 역한 냄새가 피어오르는 성에 살던 이들이 더욱 신경 쓰였다.

처음부터 저렇진 않았을 테니까.

그러나.

“이런 다들 뭐 하는 거야? 당장 전투 준비!”

1전투 마법사단은 살라스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 아니었고 그와 떨어진 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

화르르륵-.

보이지 않았으나 들렸다.

거센 불의 소리가.

황자와 마법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치켜든 순간.

거대한 불줄기 하나가 하늘로 솟아올랐고.

이내.

피피피피피피핑!

수십 가닥의 불줄기로 나뉘어 비처럼 쏟아졌다.

아르한이 쏘아낸 신호탄이자 인사가.

그들의 눈동자 가득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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