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바위가 깨졌다
고개를 내미는 바람에 머리에 피가 쏠려서일까.
아니면 성벽 아래, 피를 뒤집어쓴 채 환히 웃는 황자의 미친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진 걸까.
사실 누구라도 성주와 같은 상황에 부닥쳤다면 눈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답답했을 터.
처음엔 그에 대해 들었던 건 성주 회의.
피에 미친 황자가 성인식을 위해 서부에 오고 있다.
황가가 또 다시 사막을 저들의 놀이터로 이용하려 한다.
본래 사막의 바위성에서 서부를 지켜온 것은 그들.
반감이 안 생길 수 없었고 여러 번의 충동질 끝에 미련한 결정을 내렸다.
물론 황자에 대한 정보 또한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데 큰 몫을 했다.
피와 광기에 젖은 무능력자.
정보를 전달한 자는 분명 그리 말했다.
이곳으로 오고 있는 황자 아르한은 계승권에 발도 못 들이밀 천하의 머저리이며 패악과 광기만이 가득한 쓰레기라고.
그러니 걱정할 것 없다고.
그에게 어떤 말을 하건 황가는 묵인할 것이며 황자를 돕지 않을 것도 보장받았다.
그래서 그가 첫 번째 바위성에 도착했단 소식을 들었을 땐 내심 비웃었다.
홀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고작 몇 명의 수행원을 데리고선 어찌 이 거대한 성벽을 무너뜨리겠는가.
그리 생각했건만.
사막의 모래바람에 풍화되어 깎여나가는 암석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통치하는 바위성만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으리라.
그리 믿었건만.
“성주가 벙어리였나? 봐라. 여기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너의 성이 황제의 아들인 나를 때렸다. 성의 주인, 아비라면 대답을 해야지 안 그래?”
황자의 생떼에 평생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굳건했던 바위성이 휘청임을 느꼈다.
아니 어쩌면 성주인 자신이 흔들렸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화와 황당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유치한 논리로 맞받아쳤다.
“저, 전하께서 먼저 머리로 성을 때리셨잖소! 성은 가만히 있었지! 그렇다면 황자가 바위성을 공격한 것 아니오.”
“그래서 누가 다쳤지? 이 피는 누구의 것이냐. 바위성이 흘린 피인가? 바위가 피도 흘리던가?”
“······.”
“내가 다쳤다. 그럼 누가 공격한 거지?”
“···어, 그건.”
“결정적으로 감히 황자가 가는 길을 막은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허나 평생을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온 성주가 황자의 광기를 쉬이 따라잡을 수는 없는 법.
말도 안 되는데 말이 되는 미친 소리의 향연에 아찔해진 정신을 붙잡으려 노력하는 사이.
“성주, 제대로 답해라. 이건 옳고 그름을 가리는 놀음이 아니다. 넌 틀렸고 난 맞다. 그뿐이다. 정말 감당할 수 있겠나? 일개 성주가 황자의 분노를?”
“당장 무엇을 할 수 있기에 그리 당당한 것이오.”
“누구에게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결국 분노를 마주하는 것은 너와 성에 있는 자들이다. 북부의 기사단과 동부의 마법사단이 몰려온다면 너희들은 이겨낼 수 있겠냐 물었다. 아니 혼자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군. 얼마 전에도 모래성 하나를 멸망시키고 오는 참이라.”
“황가는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소.”
“난 내 집안에 기대는 그런 병신이 아니다.”
“하, 하지만 분명-.”
“이런 답답한 새끼!”
황자가 갑자기 거센 욕과 함께 빼꼼 내민 성주의 고개를 향해 그림자를 홱 뽑아냈고.
그의 목을 감아서는 그대로 끌어내렸다.
알프레드의 사철이 떨어지는 성주의 몸을 받치지 않았다면 목이 부러져 죽었을 거다.
“으윽-!”
충격을 받은 성주가 가물가물한 눈을 억지로 떠 앞을 바라보자.
태양을 후광처럼 머리에 인 황자가 피 칠갑을 한 채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으으으.”
“직접 본 것보다 알지도 못하는 자의 말을 믿나! 그 빌어먹을 눈동자로 똑바로 봐라! 내가 허풍을 떠는 것 같은가? 정말 성 하나도 멸망 못 시킬 자로 보여!”
얼굴을 마주한 성주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황자의 분노와 광기가 얼마나 심한지 이 가는 소리가 살벌했다.
전해 들은 말과 달랐다.
황자는 고귀한 만큼 미쳤고 미친 만큼 광폭했다.
뒤에 선 자들의 기세 또한 가까이서 보니 범상치 않았다.
성주의 눈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이.
황자가 불같이 뿜어냈던 화를 가라앉히며 차근히 협박하기 시작.
“네 성이 반역을 저질렀으니 답해라 성주. 내가 직접 군세를 이끌고 와 여기 있는 사람을 모두 죽여도 되겠는가?”
“자, 잠깐만-.”
“내 직접 군세를 이끌고 와 반역의 죄를 물어 성과 함께하는 자! 은혜를 입은 자! 하물며 이 땅에 발을 디딘 개새끼까지 모조리 남김없이 죽여도 되겠냐고 물었다! 스쳐 지나간 자들과 그들과 관계있는 자들까지 전부 죽이리라!”
다시금 황자의 추궁이 추상같이 그를 몰아쳤고.
사막에 부는 모래폭풍처럼 종잡을 수 없는 황자의 분노가 성주의 혼을 쏙 빼놓았다.
성주가 벌벌 떨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의 성을 지켜야 했기에, 안에 있는 사람들의 평화를 지켜야 했기에.
그래도 성주로서 책임감은 있는 사내였다.
“답하라. 성 전체의 전멸 아니 서부 전체의 멸망을 택하겠는가. 아니면 사막의 오랜 법에 따라 자격을 놓고 다투겠느냐?”
“자, 자격은 시험을 통해.”
“이 겁쟁이 새끼. 끝까지 시치미를 뗄 테냐. 그게 진짜 자격이 아님을 모를 줄 알았는가? 열쇠! 남들 몰래 너희가 숨겨놓은 열쇠를 내놓으란 말이다.”
황자가 들이민 진실에 성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신이 없었다.
방금 일어난 일부터 지금 황자가 꺼낸 서두칠성의 비밀까지.
어떻게 그 사실을?
그런 그를 보며 황자가 새하얗게 미소를 지으니.
머리에는 쨍한 빛을 두른 채 검붉은 얼굴 속, 타오르는 눈으로 짓는 새하얀 미소가 마치 전설 속 찾아온다는 그것과 닮아 두려웠다.
그가 저도 모르게 읊조렸다.
“폴라리스···.”
서부의 오랜 전설.
황자가 넋을 놓은 성주를 향해 마지막으로 물었다.
목소리가 머릿속을 파고들 듯 찔러왔다.
“어찌하겠느냐. 답해라. 모두를 죽여줄까 아니면 성주의 열쇠를 놓고 겨루겠는가.”
“···겨루겠습니다.”
“좋다. 무기를 들어라.”
황자가 비로소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고.
성주가 자리에서 일어서 도끼를 뽑았다.
그가 막 고함을 지르며 아르한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려는 때.
“평민.”
황자의 부름에.
“신 안드레! 출격하겠나이다!”
기다렸다는 듯 안드레가 짓쳐 들었고.
“잠깐 사막에선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것이 명예-.”
“그가 곧 내 일부다. 주군의 명예는 곧 신하의 명예이기도 하니 문제없음이야.”
“받아라! 내 검이 곧 전하의 검!”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성주가 무어라 할 틈도 없이 안드레의 검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일부라 해주셨어. 전하께서 일부라 해주셨다! 질 수 없다! 이긴다악!”
방금 들은 황자의 말이 어지간히 감동이었는지 안드레가 평소보다 과한 충심으로 검을 휘둘렀고.
성주는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 연신 뒤로 밀렸다.
“평민 피를 흘려 어지럽다. 최대한 빨리 끝내라.”
“네! 전하! 전하의 몸이 제 몸이니 속전속결을 내겠나이다! 흐으읍!”
그가 바로 노병에게서 배운 비기를 꺼내 들었고.
“전하, 전하 상처 좀 보여주세요. 아유 왜 그리 아픈 짓을 하셨어요.”
“가로등 치료는 나중에 해라 번거롭다.”
“손수건이라도 드릴까요.”
“알프레드 사철을 준비해라 성주가 패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네.”
“그런데 전하. 안드레 경이 전하의 일부라 하셨잖아요. 어디쯤일까요? 왼팔? 오른팔? 저는 어느 쪽 팔인가요? 이왕이면 오른팔이 좋겠는데요.”
옆에 다가온 솔이 쭈뼛쭈뼛 기대를 품고 물어보았으나.
“평민은 왼손 새끼손톱.”
“······.”
“가로등 너는 오른손 새끼손톱이다. 이왕이면 오른팔이 좋다 하여 그리 정했다.”
“···눼. 촴~으로 감솨합뉘돠.”
“대답 똑바로.”
“넵.”
상처만 받고 물러섰다.
몇 걸음 뒤, 일련의 촌극을 멍하니 바라보는 바이올렛의 옆으로 살라스가 다가와 은밀히 말을 걸었다.
“바이올렛.”
“네. 전-, 마법사님.”
“설마 이것도 예상했나? 방금 그 미친 짓도 예상했어? 정말 뜻이 있는 거 맞아? 그냥 뇌가 돌아버린 거 아니고?”
“···물론이죠. 다 뜻이 있으십니다.”
대답은 그리했으나 그녀의 손에는 이미 찢긴 수첩이 한가득.
힐끗, 수첩의 새로운 페이지엔 분명 그리 적혀있었다.
황자는 미쳤다.
살라스가 그 무엄한 한 문장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참으로 맞는 말이야.”
자신의 동생이지만 방금 뿜어낸 광기가 살벌했다.
아마 여기서 성주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 아닐까.
놈은 미쳤다, 하지만 무능력하다는 말은 틀렸다.
살라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곤 황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만일 끝까지 결투를 허락하지 않았다면 정말 억지 논리를 빌미로 다 죽일 생각이었냐.”
“너라면 어찌했을까.”
“나라면 돌아가거나 다른 방법으로 침투하여 시험을 치렀을 거다. 아니면 시험을 치른 뒤 결과를 요구했겠지.”
“그래서 넌 황자에 어울리지 않는다. 고작 마법사가 맞는 그릇이야.”
“소름 돋는 놈. 그딴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성을 멸망시키겠다 마음을 먹었던 거냐? 진심으로?”
그가 진정으로 아우에게 화를 내기 전.
아르한이 슬쩍 피를 훔쳐내며 형을 붉게 비웃었다.
“왜 그런 고민을 해야 하지?”
“뭐?”
“결국은 성공했지. 안 그래? 미련한 마법사야. 난 너처럼 돌아가지 않아. 정면에서 돌파한다. 그게 미친 소리든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든. 머리통 하나로 내했지. 네놈의 그 위대한 마법으로도 불가능한 일을 말야.”
“무슨! 마법이라면 저 성문쯤은 금방-.”
“바위로 머리통을 내리치면 마법을 못 쓰지 않을까? 감히 고작 계산기 따위와 내 위대함을 비교치 마라. 무엄하다 살라딘 마법사 나부랭이.”
“윽.”
“내 머리통이 너의 그 어떠한 마법보다도 위대하니.”
형의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보곤 황자가 즐겁게 웃었다.
방금까지의 분노가 모두 거짓이라는 것처럼 웃음이 시원했다.
마침 안드레와 성주의 결투도 결판이 날 듯 싶었다.
싸움이란 단순히 무력 한 가지 요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건 안드레도, 그를 마주한 성주도 아는 사실.
서부의 태양은 유독 드높았고, 높은 만큼 강렬한 빛으로 전사와 기사를 비추었다.
방금 잠깐 부딪히며 서로의 실력이 만만치 않음을 확인했다.
“후우, 후우, 후우.”
“스으으읍.”
성주는 도끼를 바짝 잡아 든 채 깊이 심호흡을 뱉어냈고.
안드레는 발검 자세로 스산한 바람 소리를 내었다.
성주가 긴장했는지 연신 두꺼운 손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눈을 껌뻑였다.
뒤에는 물러날 곳 없는 성벽.
앞에는 피 칠갑을 한 황자와 일행들.
평소엔 무엇보다 든든한 성벽이었건만.
정작 바닥에 떨어져 보니 오히려 막다른 골목처럼 막막했다.
반면 안드레는 흐르는 땀이 턱을 타고 떨어지도록 두었다.
정점에 이른 집중력.
뒤에는 누구보다 섬기는 주군.
자신을 신체의 일부라 말해준 주군이 계시니 무엇보다 든든했다!
손톱이란 진실은 검 부딪히는 소리에 묻혀 다행.
“성주께서 위험에 빠지셨다! 모두 문! 문 열어!”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경비들이 다급히 문을 여는 동안.
“문이 열리면 우려하던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성주.”
황자가 여전히 살기 가득한 얼굴로 그를 압박했다.
혼란스러웠다.
다른 이들의 목숨을 어깨에 짊어진다는 게 이리 어려운 일이었나?
문득 지금까지 진짜 위협을 겪어 본 적 없음을 상기했다.
바위성의 위용이 거대했기에 누구도 바위에 몸을 부딪치려 하지 않았다.
지레 겁을 먹고 피하기 바빴으니까.
겉보기에 단단한 바위 안에서 세상을 오시했다.
당연한 줄 알았건만.
황자가 성벽에 머리를 들이받은 순간.
자신이 믿던 바위 안이 텅텅 비었음을 깨달았다.
아니 황자의 광기가 더 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지금 모든 상황이 성주에겐 압박이었고.
“스으으읏.”
안드레에겐 기회였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 노병에게서 전수 받은 검을 펼칠 기회, 최근 바이올렛에게 밀렸던 충성심을 보여드릴 기회!
분명 전하께선 말씀하셨다.
너는 내 일부라고.
그 말이 얼마나 감동으로 치닫던지.
전하께서 백야에 파묻혀 사라져 버린 날, 눈을 감고 일어나지 못한 밤 동안 얼마나 자책하고 후회했는지 모른다.
왜 나는 옆에 서지 못했는가.
과거 하수구 구역에서 전하와 함께 싸우던 그때를 그리워했다.
얼핏 손톱이라는 단어를 들은 것도 같았으나.
이미 떠오르지도 않을 만큼 몰입한 상태.
안드레의 가슴 속 황자에 대한 충심과 감격이 가득하니.
승리하리라 결심했다.
둘의 운명이 싸우기 전부터 갈렸다.
어디선가 독수리 울음소리가 삐이익 신호처럼 울렸고.
“스슷!”
“하아앗!”
둘이 전력을 다해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도끼가 웅대한 힘을 품고 떨어졌다.
이두와 흉근이 부풀어 옷이 찢어질 듯 팽창했다.
반면 힘을 뺀 안드레의 몸은 물과 같이 모래 위로 녹아들었다가.
한 번에 솟아났다.
키이이익!
비명이 울리듯 거대한 도끼가 단번에 잘려나갔다.
안드레의 검에 어린 푸르스름한 기운.
단번에 무기를 잘라낸 그가 막 전사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 할 때.
“그만.”
황자의 명이 울렸고 검이 멈추었다.
성주가 패했다.
막 문을 열고 뛰쳐나오던 경비들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사막에선 결투가 벌어진 이상 패자의 목숨은 승자에게 있는 법.
한 발 뒤늦게 거친 바람이 몰아닥쳤고.
“죽이시오. 사막의 전사로서 패했으니 부끄러움은 없소. 다만 죄 없는 사람들은 살려주길 바라오.”
그가 마지막까지 성주로서의 위엄을 지키려 했다.
막 몰려나오던 경비들이 성주님! 고함을 지르며 그의 희생에 슬퍼하려 하기 전.
“뭔 개소리냐.”
황자의 차가운 비웃음이 그들의 연대를 끊어버렸다.
“죽이긴 누굴 죽여.”
패배한 성주가 어찌 얼굴을 들고 살아갈 수 있을까.
더군다나 본디 일곱 성주가 합의하여 결정한 사항을 홀로 어기게 생겼으니 면목이 없다.
그러나 황자에겐 그의 성주로서 책임감이나 전사로서의 명예 따윈 알 바 아니었다.
“넌 죽지 못해. 앞으로도 살아서 계속 성주로 남을 거다. 이 패배의 순간을 곱씹으면서 말이지. 명확히 기억해라. 너를 지켜주었던 이 바위가 껍데기에 불과했단 사실을. 넌 패배했고 나에게 모든 권리와 명예를 빼앗겼다.”
“······.”
“그러니 패배한 주제에 멋진 척 그만하고 어서 안내해. 본래 받기로 했던 열쇠를 받아야겠으니.”
황자의 막말에 성주가 이를 꽉 물길 잠시.
“알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갈라진 도끼를 땅에 버리곤 앞장섰다.
앞을 막아선 경비들을 향해.
“길을 비켜라. 자격을 얻은 분이시다.”
성주가 침통히 명을 뱉었고 경비들이 분분히 물러났다.
황자가 당당히 열린 성문, 깨진 바위성 안으로 입성했다.
고요한 침묵이 그를 반겼고.
그가 뚝뚝 떨어지는 제 피를 핥으며 맹수처럼 성안을 쓸어보았다.
어슬렁거리는 걸음걸이가 유독 위협적이었다.
계란으로 바위, 아니 머리통으로 바위를 치자.
바위가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