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70화 (70/200)

70화 하늘을 열었다

[장소의 운명을 파악합니다. 운명 패망, 죽음, 악의를 포식하였습니다! 개변 점수와 신비 점수를 대량 획득합니다]

[하위 운명 원한, 함정, 암살, 계략을 포식합니다. 적이 준비한 계략의 일부가 틀어졌습니다. 개변 점수, 신비 점수를 획득합니다]

[운명 광기, 패악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속성 현혹과 혼돈이 서부의 운명에 서서히 스며듭니다]

[인물 안드레의 운명 충심이 거대해집니다. 주요 운명 소드마스터가 한 단계 더 발전합니다]

알카이드의 성문을 넘은 순간, 떠오르는 운명이 시끄러웠다.

앞서 함정과 계략을 준비해놓았을 자들을 떠올리며 입술을 뒤틀었다.

놈들이 무엇을 준비했든 결국은 나의 먹이가 될 뿐.

오히려 좋다.

더욱 깊고 위험한 함정과 계략을 준비해주길 바랐다.

이를 부수고 먹어 더욱 강해질 테니.

적의와 원한을 쌓아 덤벼주길 바랐다.

이를 흡수하여 더욱 거센 불로 돌려줄 테니.

점점 들어차는 운명들이 기꺼워 웃으려니.

“히이익.”

“드, 들어가.”

“다들 눈에 띄지 말자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이들이 일제히 건물 안으로 숨어들었다.

빼꼼 내민 고개에 주렁주렁 달린 두려움이 탐스럽다.

그래 이런 반응이다.

이런 반응을 원했다.

북부에서 떠나오기 전 막바지에는 모두가 존경과 따뜻함을 담아 보았기에 아쉬웠다.

난 존경을 받는 성군이 아닌 두려움이 가득한 길을 걷는 폭군.

이제야 좀 운명과 어울렸다.

그런 그들의 두려움을 구경하며 길을 걷자니.

[속에 삼켰던 지독한 혹한을 녹였습니다. 신비 염제심결이 신비 고드름을 녹였습니다. 담겨있던 개변 점수와 신비 점수를 획득합니다]

[염제심결 두 번째 심장 초적염이 새로운 속성 가시를 획득했습니다. 폭발이 더욱 날카로워집니다]

삼킨 얼음이 소화되었단 소식이 떠올랐다.

지독한 혹한 속 담겨있던 신비가 염제심결에 흡수되어 새로운 기능으로 개화했단 소식이 기뻤다.

가슴팍에 넣어놓은 주머니를 꺼내 여니 후끈한 사막임에도 시원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고.

안에서 투명한 얼음 조각 하나를 뽑아내었다.

막 안으로 숨어들던 이들이 멈춰선 내 손에 들린 얼음을 빤히 바라보았다.

투명한 얼음 결정이 뜨거운 태양을 반사하여 반짝였다.

마치 커다란 보석과도 같은 모양새.

사막에서도 녹지 않는 얼음이라.

광야의 뜨거움을 아는 자들이라면 누구라도 탐을 내리라.

그래서 더욱 보란 듯이 천천히 얼음을 입에 넣고는 굴렸다.

입안부터 시작하여 곧 온몸에 한기가 들어찼고.

[지독한 혹한을 삼켰습니다. 신비 염제심결이 주인을 잃은 신비를 녹입니다]

심장 주변을 휘돌던 불이 시린 냉기에 반응하여 거세게 타올랐다.

지난 북부 이글루 가장 깊은 곳, 건국제의 활이 담겨있던 얼음을 깨부쉈고 그대로 버릴 수 없어 챙겼다.

영원히 녹지 않는 얼음을 자리에 두었다간 혹시라도 에스키모가 탄생할까 염려한 까닭.

그렇다고 다른 곳에 버리기도 어려워 염화심결로 녹이려고 하던 차에 새로운 쓰임새를 발견했다.

사실 처음엔 그냥 호기심이었다.

“이거 먹으면 어떻게 될까?”

주변에서 말리기도 전에 얼음 조각을 냉큼 입속으로 집어넣었고 자리에 있던 백작과 마법사들이 얼마나 호들갑을 떨던지.

처음엔 강렬한 냉기와 뜨거운 열기가 치열하게 다투길 꽤 오래.

호기심에 삼킨 얼음이 보물임을 깨달았다.

바로 에스키모들이 품었던 신비의 조각이 얼음에 담겨있었다.

과거 어떤 공격에도 생명을 잃지 않았던 이유.

비겁하게 신비를 따로 빼내어 녹지 않는 얼음 덩어리에 담아놨기 때문.

이런저런 반대가 있었으나 설득을 빙자한 협박 끝에 결론적으로 놈들의 신비를 담은 얼음은 지금.

까드득, 빠드득.

내 일용할 간식이자, 더위를 식혀줄 소중한 추위이며 능력까지 불려주는 엘릭서가 되어버렸다.

에스키모 놈들이 알았다면 아주 땅을 치며 분노하겠지만 뭐 어쩌라고.

원래 패배자는 서러운 굴욕을 당하는 법이다.

아니지 지금쯤이면 땅을 칠 손마저 불에 녹아 없어졌으려나?

그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워 킬킬 비웃고 있으려니.

탐욕으로 눈을 물들이던 자들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의 눈길에 분노했다 생각한 걸까.

아니면 피 칠갑을 하고선 얼음을 깨물어 먹는 얼굴이 두려워서였을까.

홀로 그들의 두려움을 즐기고 있자니.

“맛있으셔요?”

솔의 속내 뻔한 물음이 들려왔다.

“왜 주랴?”

“우음, 먹어도 되는 건가요?”

“내가 먹는 거 보면 몰라?”

“맛있게 드시길래요.”

“넌 못 먹는다.”

“방금은 주신다면서요?”

“안 줘. 정 먹고 싶으면 빼앗아 보던가. 목숨 걸고.”

“······.”

“대답 똑바로.”

“아직 아무 대답 안 했는데요?”

“눼 이러려고 한 것 모를 줄 알았나? 앞서 말한 건 농담이 아니니 혹여 탐내지 마라. 이걸 먹는 순간 평생 추위 속에서 살아야 할 테니.”

“역시 일반적으론 못 먹는 거죠?”

“먹을 수 있었다면 다 같이 나누어 먹었겠지.”

“우음. 나누어··· 주신다고요?”

“물론 거짓말이다. 욕심 많은 가로등.”

솔이 입술을 비죽거리며 물러나는 사이 입에 얼음 하나를 더 탐욕스럽게 구겨 넣었다.

살라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을 느끼곤 선선히 하나를 내밀었으나.

방금 대화를 들었는지 그가 고개를 저어 거절했다.

사실 줄 생각도 없고 필요도 없다.

혹한을 녹일 능력도 없는 이들이 이를 함부로 먹었다간 평생 추위에 떨며 괴로움을 느낄 뿐.

어떤 신비도 얻을 수 없다.

즉, 나에게만 허락된 영약이니 어찌 만족스럽지 않을까.

치미는 열기와 냉기를 즐기며 걷다가.

문득 방금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왼쪽 새끼손톱을 돌아보자 상태가 심상치 않아 물었다.

“평민, 몸을 바로 움직여도 되겠나?”

어째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게 단번에 너무 많은 힘을 쏟은 모양.

안드레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멀쩡합니다! 아직 힘이 넘칩니다!”

과장되게 목소리를 높였고 성주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아무래도 싸웠던 상대가 멀쩡하다니 기분이 나빴는지 발걸음이 거칠어졌다.

허나 정작 안드레의 등이 축 처지는 걸 확인하곤.

“알프레드 유사시에 평민을 맡도록.”

“네. 전하.”

알프레드에게 후일을 맡겼다.

아무리 새끼손톱이라지만 빠지면 아프니까.

그렇게 시선을 즐기며, 얼음을 소화하며, 점점 강해지며 걷고 있자니.

“도착했습니다.”

바위성 중심, 성주 저택에서도 가장 지하에 도착했다.

이미 주변 가득했던 병사들을 물린 뒤.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가 마주한 건 성주의 피를 떨어뜨려야만 들어갈 수 있는 밀실.

성주가 손을 그어 자신의 피를 뿌리자 바위가 사방으로 갈라지며 길을 열었다.

“본래라면 성주의 피를 남이 뿌려야 하는 거겠지.”

“···네.”

별다른 살기가 없었음에도 성주가 흠칫 놀라며 안을 가리켰다.

“어둡군.”

그 말대로였다.

안은 그저 칠흑만이 가득할 뿐.

어떠한 광원도 마련되지 않은 곳.

“성주들은 이 방을 깊은 밤이라 부릅니다.”

“그래, 깊은 밤 속 너에게 주어진 자격은 어디 있나.”

“깊이 들어가셔야 합니다.”

“앞장서라. 혹여라도 허튼짓하면 네 피를 잔뜩 뿌리리라.”

협박을 곁들인 단호한 명령에 성주가 찬찬히 어둠 속으로 먹혀들었고.

나를 따라 모두가 안으로 따라 들어가려던 차.

“너흰 왜 여기 있냐?”

“아, 들켰다. 헤헤헤.”

“거 좀 모른 척 좀 해주쇼. 깐깐하긴.”

“깐깐한 게 아니라 너희가 이상하단 생각은 못 한 거야? 저기 전하. 얘들 그냥 둘 따라오게 둘 거냐?”

문득 살라스가 뒤에서 살금살금 기척을 죽이고 따라오던 아이와 거한을 가리키며 황당하다는 듯 나를 보았다.

마치 정말 이대로 둘 거야? 묻는 듯한 눈에.

“이봐 대머리.”

“윽. 대, 대머리?”

“오빠, 화내지 말고 침착, 침착하게 일단 심호흡해.”

“후우,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황자 전하.”

“민머리, 빡빡머리, 맨들맨들, 빛나리 이중 뭐가 맘에 드나. 삶은 문어는 너무 잔혹해서 빼줬다만.”

“이익! 거 전하라고 막 남의 아픔을 엉? 그런 식으로 놀리고 그러면-!”

“오빠! 안 돼!”

놈을 다양하게 부르자.

거한이 잘 삶은 문어처럼 시뻘겋게 변해갔다.

굳이 뺄 필요 없었나 본데.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타입인 모양.

안절부절못하는 아이와 이성을 잃어버릴락 말락 하는 거한을 보며 태평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까 들어보니 등대지기라 했지. 어느 정도 밝기를 뿜어낼 수 있나? 별자리는 읽을 줄 아는가.”

“등대지기에 대해 아시오? 아니 아십니까?”

“대충은. 사막의 밤을 안내하는 자라는 것 정도는 알지.”

“다 아시는구만 뭐. 자랑은 아니지만 별자리는 기본적으로 볼 줄 알고, 밝기도 밤에 헷갈릴 정도는 아니오. 아닙니다.”

“그러면 됐다. 길잡이의 피를 타고 태어난 아이와 함께 들어와라. 다음 성으로 갈 때 도움을 좀 받아야겠으니.”

“알겠소. 어? 그런데 하란이가 길잡이의 피를 타고 태어난 건 어떻게-?”

“네! 오빠 쉿!”

나의 허락의 둘이 비로소 안심했다.

숙박할 모래성이 가득한 초입과는 달리 첫 번째 바위성 이후 펼쳐지는 광야 중반, 밤이 찾아온 사막을 건너려면 반드시 필요한 자들이 바로 등대지기와 길잡이.

등대지기는 별빛만이 가득한 광야의 밤하늘에 자아가 먹히지 않게 도와주고.

길잡이는 천변만화하는 사막의 길을 알려준다 했다.

더군다나 저 대머리 사내를 오빠라 부르는, 천진한 표정을 짓는 아이의 이름을 알고 있다.

하란, 파인더 로드라 불렸던 로드 파인더들의 일인자.

단순히 단어의 순서가 바뀐 것뿐이지만 의미가 컸다.

사막의 길잡이 중 왕이란 말이기도 하며 가장 많은 사지를 걸어 통과했단 소리기도 했으니까.

다만 길잡이 중 으뜸이라던 이가 지금 이렇게 어린 나이일 줄이야.

그런데 정작 나의 흥미를 자극한 건 아직 덜 여문 파인더 로드의 운명이 아닌.

[대상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별자리, 풍수지리, 빛의 길, 등대지기의 왕, 희생, 죽음, 이전된 업적과 운명의 대물림이 보입니다]

[중요 운명 별을 헤아리는 눈이 악의에 맞섭니다]

바로 대머리 거한의 운명.

녀석은 평범한 등대지기가 아니다.

지금 반짝이는 저 머리처럼 그의 눈 또한 많은 별을 담았던 모양.

아까 사람들이 그를 피해 주춤거린 이유가 있었다.

이제 곧 벌어질 일들을 이겨 내기 위해선 저 둘만큼 적임자가 없겠지.

또한.

“가로등.”

“네 전하.”

“진화할 기회다.”

“네?”

“언제까지 가로등으로 살 테냐. 그렇게 포부가 작아서 되겠어? 마법사라는 족속이.”

“아, 저 죄송합니다만 원래 가로등이 꿈은 아니었는데요.”

“말대꾸가 과해. 요즘-.”

“맞아요! 더 훌륭한 가로등이 되고 싶어요! 전하의 명이라면 뭐든지 환영인걸요! 가로등이라니 어릴 적부터 꿈꾸던 소원이었지 뭐예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가로등에게 할 일을 알려주곤.

“등대지기에게 빛을 조절하는 법과 자리 읽는 법을 배워라. 분명 도움이 될 거다.”

“넵!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대답 똑바로.”

“방금 똑바로 한 건데요.”

“다시.”

“감사해요.”

“그래.”

깊은 밤 속을 자연스레 걸으려니.

“눈이 침침하지는 않으십니까?”

“그러게 말이오. 말입니다.”

“그러게 오빠. 전하께서는 전혀 어둡지 않으신가 봐요.”

태평한 나와 솔을 보며 성주와 등대지기, 하란이 놀라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이 걷는 안드레와 바이올렛은 이리저리 부딪히고 흔들리느라 난리였기 때문.

그나마 알프레드가 암철단의 자존심을 지키며 신색을 유지했으나.

슬며시 땅을 탐지하는 발끝은 비밀로 해주자.

살라스도 나름 방법을 강구했는지 추한 꼴을 보이진 않았다.

반대로 성주는 깊은 밤에 익숙했고, 등대지기와 하란은 본래 어둠을 보는 자들이니 혼란스러울 이유가 없다.

분명 깊은 밤이 처음일 나와 솔이 그들처럼 쉽게 밀실을 걷는 이유.

“비슷한 어둠을 지니고 있거든.”

“아? 아아! 그림자? 그거 때문인가요?”

그림자.

그제야 솔이 깨달았다는 듯 눈을 번뜩였다.

영림에서 가져온 그림자가 밀실을 가득 채운 깊은 밤과 닮았기에 가능했던 일.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깨달은 듯 호들갑을 떠는 솔을 보다가 살라스와 눈이 마주쳤고.

“이봐. 원래 마법사들은 다 이런가?”

“마법사를 모욕하지 마.”

“너무하세요!”

실없는 대화나 나누던 중.

“여기입니다. 열쇠가 있는 곳.”

“우와. 별이네요.”

“그러게요. 별을 보관해 놨군요.”

드디어 밀실 가장 깊은 곳, 자그마한 별 하나가 빛나는 자리에 도착했다.

첫 번째 성 알카이드의 열쇠, 파군(破軍).

본디 시험을 통과하면 주어지는 것은 가짜 자격.

진짜는 바로 성주를 이기고 얻는 이 열쇠다.

오래전 사막이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을 때는 이 별을 차지하기 위해 매일같이 성주가 바뀌었다지.

방금 피를 먹어야 열리는 문도 원인 중 하나겠지.

물론 지금은 모두 잊힌 이야기가 대부분.

나 또한 과거 서부를 되찾기 위해 황궁 비고에서 찾아낸 오래된 역사서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사실들.

비고에 보관된 기록 중엔.

“이봐 성주, 이 별을 왜 열쇠라 부르는지 아나?”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그리 전해들었을 뿐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보여주어야겠지.”

열쇠로 무엇을 열어야 하는지도 적혀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별을 손에 쥐었고.

등에 멘 장궁을 들어 시위를 당겨보니.

탄력이 마음에 들어 더더욱 뒤로 당겼다.

“전하? 활은 어째서요?”

“쓰임새를 보여주려고.”

“아 활이 필요한가요? 열쇠를 여는데?”

“어··· 이봐 너희 전하 뭐 하시는 것 같은데? 하란 뒤로 와라.”

“잠깐. 야, 아니 전하 그거 내려놔 봐.”

“전하. 활이라니요. 여기서 말입니까? 전하?”

“어, 가로등 언니 어떻게 해요? 오빠 나 무서워. 이제 다 죽어?”

끼기기기긱, 소름 끼치게 울어대는 활시위에 주변에 선 자들이 소란스레 떠들어댔다.

솔, 등대지기, 살라스, 안드레, 길잡이 하란까지.

점점 커지는 불안감이 즐거웠다.

아 좋다.

그래 이거다.

난 남들의 존경과 평화 따윈 바라지 않는다.

더 큰 혼돈, 더 큰 공포, 더 큰 불안!

그거 아는가.

“불안이 커야 나중에 찾아오는 평화가 소중한 법이지.”

평화에 사는 자들은 정작 평화를 모른다.

그들이 꿈꾸는 건 이상이자 환상.

진짜 평화는 극심한 불안이 끝나고 나서야 찾아오는 법.

그리고 그 불안과 혼돈이 크면 클수록 잔잔함이 극적으로 와닿는 법.

그러니 그만큼 큰 혼돈을 안겨 주어야지.

모두에게 혼돈을 선물하고자 활을 하늘로 들어 올렸고.

시위를 끝까지 당겼다.

완전히 꺾인 허리와 고개.

얼핏 생각해보니 지금 겨눈 방향이 과연 하늘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무한한 공간 속, 방향을 찾지 못하고 시위를 당기고 있는 사수.

“길잡이! 어디가 하늘인가!”

“지, 지금 가리키고 있는 방향이요!”

내 물음에 문득 답한 하란이 입을 틀어막으며 경악하는 사이.

내 얼굴에선 광기 어린 미소가 몸에선 붉은 화염과 자그마한 폭발들, 끈적한 불이 뒤섞여 피어났다.

세 개의 불이 얽히고설켜 살을 만들어냈고.

이번에 끼워 넣을 촉은.

폭발이 아닌 바로.

“파군. 하늘을 열어라.”

성의 열쇠이자 서두칠성의 첫 번째 자격 파군.

타오르는 살 위에 어린 은빛 별 하나가 이질적이었다.

바로 이를 쏘아내니.

별을 실은 화살이 가로막는 것들을 모조리 부수며 치솟아 올랐다.

콰앙! 귀가 먹먹해지는 굉음이 이어지길 잠시, 지하부터 저택 꼭대기까지 훤히 뚫린 풍경 속.

급히 몰려드는 먹구름이 검은 비를 뿌려대는 게 얼핏 보였다.

그 사이를 날아오른 열쇠가 마침내 하늘에 닿았고.

철컥!

하늘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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