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검은 바다와 돛단배
하늘이 열린 순간 강렬한 바람과 굉음이 일시에 모두의 감각을 앗아갔다.
삐이이이이-!
----! -----!
뻥 뚫린 하늘.
어둡게 몰아닥친 먹구름을 찢어발기며 피어난 강렬한 빛과 소음에 모두의 아우성이 묻혔다.
소리 없이 입을 벙긋거리고 팔을 휘두르는 게 우스웠다.
그 사이 홀로 머리를 쓸어넘기며 웃고 있는 황자의 자태가 유일하게 평온하여 오히려 눈에 띄었다.
모두가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경악하며 소란을 피우느라 정신없을 때.
‘오와-.’
길잡이의 피를 타고난 하란만큼은 고귀한 황자를 향해 눈동자를 고정해두었다.
본능적으로 사건의 근원을 파악했던 모양.
홀로 웃는 황자를 보며 참으로 대단하다 느꼈다.
어찌 저렇게 자신이 주목받는 방법을 잘 알까.
주변이 고요할 땐 홀로 타오르며 남들의 혼을 쏙 빼놓더니.
막상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홀로 고고하고 잔잔했다.
황자, 그저 제국의 고귀한 자로만 생각했는데 그에겐.
‘길을 타고 태어나셨군요.’
자신만의 길이 있었다.
길잡이의 피, 그중에서도 유독 짙은 피를 타고 태어난 하란에겐 얼핏 보였다.
그 누구보다 진한, 황자가 걸어갈 길이.
그런데 얼핏 엿본 풍경이 너무 참혹하고 어려워 보는 아이의 마음에 심려가 어릴 정도.
아직 어려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 황자가 걸을 길은 그녀의 짧은 일생 동안 보았던 어떤 길보다 험하고 괴로움이 가득했으나.
그의 표정은 너무 담담하고 즐거워 보여 신비했다.
아이의 순진한 눈망울을 느낀 것일까.
지금껏 제가 일으킨 혼란을 즐기던 황자가 힐끗 하란을 바라보았고.
‘뭘 봤던 침묵 해라.’
그녀에게 외면을 강요했다.
궁금했다.
왜 저 험한 길을 걸어가려는 걸까.
그런 길 걸어가지 않아도 그저 편한 삶을 누릴 수 있을 텐데.
아직 여물지 못한 아이에겐 황자라는 직책은 영원해 보였고 그가 누릴 영광과 부귀가 무한해 보였기에.
허나 황자가 침묵을 요구했기에 고개를 돌렸다.
사실은 아직 그가 무서웠다.
이윽고 모든 아우성이 잠잠해졌을 때야 비로소.
“야 이 미친 새끼야! 넌 왜 이렇게 사고를 못 쳐서 안달이냐아아아-!”
살라스의 거센 욕설이 울려 퍼졌다.
모두의 고개가 홱 돌아갔고.
침묵을 틈타 동생에게 욕을 쏟아내던 형이.
“아아아···. 아아. 들려? 설마?”
“네 너무 잘 들리는데요.”
“과하게 잘 들렸습니다.”
뜨끔한 표정으로 아르한을 외면하며 딴청을 피우려 했으나.
이를 두고 볼 황자가 아니었다.
“이봐 무엄한 욕쟁이 마법사.”
“윽.”
“딴청 피우지 말고 똑바로 대답해라.”
“왜, 왜 불러. 요.”
“버릴 거면 제대로 버려. 어설프게 까불지 말고.”
“까불다니-.”
“하늘이나 봐라. 네가 좋아할 풍경이 보일 테니.”
막 황자의 말에 버럭 대들려던 살라스가 고개를 퍼뜩 들었다.
아무래도 화제를 돌리려는 동생의 장단에 맞춰준 모양.
분명 그랬을 진데.
“어? 저게 뭐야.”
멍한 마법사의 물음에.
모두가 고개를 들어 올렸고.
그와 같이 입을 벌렸다.
파군은 열쇠, 황자가 열쇠를 하늘로 쏘아내며 분명 말했다.
하늘을 열라고.
그 말이 그저 수식이 아니었는지 정말 뻥 뚫린 하늘에서 찬란한 별빛이 바위성 전체에 쏟아져 내렸다.
쏟아지는 별빛이 얼마나 뚜렷한지 천장을 타고 빛물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황자의 백금발이 깊은 밤 속으로 쏟아지는 빛줄기를 흠뻑 머금어 상서롭게 반짝였다.
그가 마치 무대에선 주인공처럼 관객이 된 다른 이들을 굽어보며 물었다.
“왜 이런 어두컴컴한 방에 별을 넣어놓았을까. 왜 이리 깊은 지하에 열쇠를 숨겨 놓았을까. 의심해본 적 없나?”
황자의 물음에 누구도 답하지 못했다.
그들을 보는 황자의 눈에 한심함이 어렸다.
그들로선 억울했다.
제 삶 살기도 바쁜데 그런 거 신경 쓸 틈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다들 우물우물 변명을 입안에 씹어 돌리려니.
“열쇠가 하늘로 도망치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하늘로요?”
“그래, 별이 하늘에 위치하는 것이 당연하거늘. 어째서 이 땅 깊은 곳에 숨겨 놓았을까. 이리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싫어서? 그리 생각하나 살라딘.”
“그럴 리가. 이 신비로운 풍경을 봉인해 놓은 이유가 고작 그딴 거일리가-.”
동생의 말을 멍하니 받던 살라스가 말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살라딘? 그건 또 누구야, 나는 왜 대답했지.
후회하길 잠시.
다시 쏟아지는 별빛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중에서도.
“헤-.”
“오와.”
“으음.”
솔과 길잡이 하란, 등대지기는 완전히 몰입한 듯 정신을 놓았다.
솔은 빛을 다루는 마법사, 하란은 길을 인도하는 자, 등대지기는 자리를 찾는 자이니.
모두 처음 보는 밝음에 깊은 감명을 받은 모양.
황자가 그들을 바라보길 잠시.
밖에서 들리는 소란에 그가.
“알아서들 나오도록.”
발끝에서 불을 뿜어내더니 하늘로 솟아올랐다.
스쳐 지나가는 층간, 고용인들의 놀란 얼굴들이 얼핏얼핏 보였다.
저택 지붕 너머 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이까지 솟아오름과 동시에.
별빛이 쏟아지는 바위성을 경계로 꾸물꾸물 모여든 짙은 먹구름이 보였다.
극명한 대비 때문인지 별빛은 더욱 아름다웠고 먹구름은 더욱 불길했다.
곧 마법으로 떠오른 솔과 살라스, 사철을 타고 뛰어오른 알프레드 또한 먹구름을 발견했고.
“저건 뭐야.”
“전, 살라딘 마법사께서 드신 검은 물의 원흉이요.”
“가로등, 살라딘이란 말 한 번만 더하면 황족 능멸 죄에 처할 거다.”
“가로등 계속 그렇게 불러라. 명령이다.”
사막 가득 펼쳐진 풍경에 마법사들이 놀라는 사이.
간신히 벽을 타고 올라온 안드레와 성주, 바이올렛이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검은 비입니까.”
“놈들이 몰려올까요.”
둘은 모래성에서 겪었던 고난이 떠올라 불쾌해했고.
“별빛-. 정말 별빛이로구나. 놀랍다. 바위성이 별이 되었어!”
성주는 뒤바뀐 바위성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분명 바위성의 거친 표면이 함빡 별빛을 머금어 반짝였다.
칙칙했던 회색빛이 우윳빛 뽀얀 색으로 바뀌니.
성의 열쇠로 하늘을 열자 바위성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났다.
“이게 진정한 서두칠성의 모양새다.”
황자의 말대로 바위성들이 서두칠성으로 불렸던 이유.
성(城)은 성(星)이니.
일곱 개의 성이자 별이 사막의 깊은 밤 동안 한없이 빛났다던 전설의 끝자락을 재현해낸 황자가.
“물론 그만큼 이걸 노리는 놈들도 많지.”
몰려드는 먹구름이 뱉어 내는 검은 비를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래, 열쇠를 봉인해 둔 이유.
밝은 별빛이 수많은 이의 길을 인도했던 것처럼.
키이이이!
악마들 또한 불러오니까.
검은 비 사이 떨어지는 악마들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가자. 모두 따라오도록.”
황자가 다음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 * *
[장소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운명 별빛이 가득 내립니다. 운명 악의와 검은 빗줄기가 침범치 못합니다]
[장소의 운명 가리어져 있던 진실, 첫 번째 별을 깨우쳐 멸망, 참극, 거대한 악을 막아 내었습니다! 장소의 운명을 포식합니다 개변 점수와 신비 점수를 대량으로 획득합니다!]
[녹지 않는 얼음을 염제심결로 녹였습니다. 신비 울리는 소리를 흡수합니다. 염제심결 첫 번째 심장 적염에 새로운 속성 번지는 불길을 획득합니다]
별빛과 검은 비 뒤섞여 내리는 시야 속, 변하는 운명들이 떠올랐다.
이를 치워내며 땅으로 떨어져 내렸고 급히 따라붙은 이들의 목소리가 시끄러웠다.
“전하! 저 비 사이를 달리시겠다고요?”
“곧 밤이 옵니다. 악마들 사이를 달리려 하십니까?”
“전투 인원을 더 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두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불안.
아직 열려있는 성문 밖을 바라보려니, 별빛을 경계로 이빨을 드러내는 악마들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성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우선 놈들을 공격하여 숫자를 줄인 뒤 돌파해야 합니다.”
바이올렛의 의견.
나름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불이 거세다 하여 빗방울을 줄일 수 있을까.”
“!”
“영애, 보아라 악마들이 비처럼 떨어지고 있다. 별빛도 검은 빗줄기도 악마도 빗방울처럼 내리니 그야말로 지금이 폭우이며 사막의 갈증이 해결된 순간 아니던가.”
아무리 무기를 쏟아부은들 저들이 줄어들까.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사막은 처음부터 사막이었는가.
그렇다면 어째서.
“등대지기, 길잡이. 진짜 항해를 떠날 때다.”
사막을 건너는 행위를 항해라 하는가.
내가 뱉은 익숙한 단어에 주변에 선 사막에서 태어나 살던 자들의 얼굴이 변했다.
바위성에서 다음 바위성으로 넘어가는 일을, 깊은 사막에 들어가 보물을 찾은 행위를.
그들은 어릴 적부터 항해라 배워왔겠지.
이유는 모른다, 그저 어른들이 그리 가르쳤기에 굳어진 말.
평생 바다와 인접할 일이 없건만 왜 등대와 항해라는 단어가 익숙할까.
“항해. 파도와 폭풍.”
“등대? 등대지기?”
그들이 문득 내 말에 성 바깥을 보았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 속에서.
우윳빛 섬 바깥, 검은 바다와 악마가 이루어낸 파도가 가득한 폭풍우 치는 바다를 마주했다.
사막이 바다가 되었다.
흑해.
내가 황제를 해 먹던 시절에 망해버린 서부를 지칭했던 다른 단어.
검은 바다와 몰아치는 검은 폭풍우, 그 사이를 유영하는 악마들.
일곱 개의 바위섬과 흩뿌려진 모래성들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무인도.
그 시절엔 그랬다.
그나마 지금은 한 개의 섬과 자그마한 바다가 형성되었을 뿐.
“지금이 아니면 영영 건너지 못할지도 모른다. 진짜 바다는 이것보다 훨씬 넓고 거치니까.”
오히려 지금이 기회였다.
[장소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악의 가득한 바다가 점점 영역을 넓힙니다. 바위성의 운명 별빛이 점점 미약해집니다]
“성주. 지금 내리는 별빛은 오래 가지 못한다.”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다음 성의 열쇠를 열어야 한다. 아니 일곱 성의 열쇠를 모두 열어야 하는바. 성에 있는 등대지기들을 차출하여 빛으로 신호를 보내라. 모두 열쇠를 준비하라고. 안 그러면 전멸한다고.”
“···알겠습니다.”
“일반적인 빛은 빗줄기와 파도에 가려 보이지 않을 터이니 성에 내리는 별빛을 껐다 켜며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사이 몰려드는 악마들은요.”
“직접 막아 내야겠지. 사막의 전사들이.”
“밤이 지나고 날이 밝을 때까지 계속하면 되겠나이까.”
“내가 신호를 줄 때까지. 지루하고 고된 폭풍이 이어질 거야. 성주로써 이들을 이끌도록. 그러라고 살려준 목숨이니까.”
“책무를 다하겠나이다. 다만.”
“다른 성주들이 신호를 믿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가.”
“네. 사실 성주들 간 관계가 모두 좋지는 않습니다.”
“상관없다. 몇이라도 믿으면 성과다. 안 믿는 놈은.”
철컥, 등에 멘 브레이커를 뽑아 들며 스산한 목소리를 뿜어냈다.
“죽이고 열쇠를 강탈하면 그만. 그러고 보니 성주는 운이 좋군. 첫 번째라 죽지 않았어.”
“···감사합니다.”
“이제야 좀 제국민으로서 어울리는 태도를 보이는구나.”
황자가 거칠게 울어대는 악마들을 앞에 두고도 환히 웃었다.
별빛에 반사된 그 웃음이 반짝여 주변에선 자들이 말을 잃었다.
이를 끝으로.
“길잡이! 등대지기!”
“네?”
“네!”
“둘이 상의하여 두 번째 성으로 갈 항해 경로를 짜서 가져오라. 당장. 시간이 얼마 없다.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이번 항해는.”
콰르르릉! 키루루룩!
번쩍 몰아치는 검은 번개와 울리는 악마들의 고함을 배경으로.
“상당히 거칠 테니까 말이야.”
황자의 경고가 울렸고.
“네! 최선을 다해 경로를 짤게요.”
“하, 하지만 하란은 아이-.”
“오빠! 나 할 수 있어! 아니 해야만 해! 평생 만나지 못할 기회야!”
오라비라는 등대지기가 하란을 보며 걱정하길 잠시.
“우리 살 수는 있는 겁니까.”
“장담 못 한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라 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성주 튼튼한 말을 내어다오. 떠나야겠다.”
곧 가장 잘 먹인 말들을 엄선하여 준비했고.
성주의 명령에 경비들과 성내에 남아있던 전사들이 바위성벽 위로 몰려들었다.
몰려오는 폭풍과 불길한 전운에 성의 주민들이 불안한 얼굴로 힐끗힐끗 하늘을 살피는 동안.
“전하 준비가 끝났습니다.”
알프레드가 다가와 항해 준비가 끝났음을 알렸다.
잠깐의 시간 동안, 그나마 남아있던 햇빛은 몰락했고 이제 남은 건 파도 치는 어둠과 외로운 별빛뿐.
다각, 다각, 다각.
말 위에 올라 천천히 성문 밖으로 나서자.
흐르는 별빛을 사이에 두고 손을 뻗어오는 악마들의 역한 숨결이 느껴졌다.
대형은 내가 선두 양옆으로 바이올렛과 안드레가 삼각형을 이루었고.
그 뒤로는 살라스, 등대지기, 길잡이 하란 순서.
마지막은 알프레드가 맡았다.
“길을 표시할게요.”
“등대를 밝히겠습니다. 별자리를 준비할 테니 잠깐의 시간을.”
하란의 눈에 별 무리가 어리듯 작은 빛들이 명멸했고,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여러 방향을 찍었다.
뒤에선 등대지기기가 창을 뻗어 아이가 찍은 방향으로 빛을 쏟아내니.
철로처럼 빛이 어리며 길이 형성되었고, 곳곳에 쉬어갈 별자리가 웅덩이처럼 고였다.
둘의 합이 꽤 잘 맞는 것을 보아하니 전부터 같이 항해를 해왔던 모양.
찬찬히 형성된 항해 경로를 살피다가.
[길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죽음, 탈락, 시련이 강하게 고여있습니다]
[길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죽음, 탈락, 시련, 부상이 어른거립니다]
[길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악마, 끝없는 적, 깊은 수심, 시련과 고난이 넘실거립니다]
어느 하나 쉬운 길이 없다는 사실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어차피 모두 고난일 뿐이다.
강약이 중요한가.
그래서.
“방향을 정했으니 따라오라. 뒤돌아보지 마라. 우리는 앞길만을 바라보며 달리니. 망설였다간 바다에 휩싸여 떠내려간다.”
가장 많은 적이 있는 길을 선택하였다.
물론 그냥 무작정 달릴 생각은 없다.
“가로등. 빛을 더해라.”
“네! 전하!”
명령에 솔이 자신이 뿜어낼 수 있는 빛을 전력으로 뿜어냈고.
등대지기가 이를 받아 내가 선택한 항로를 더욱 구체화했다.
몰아치는 어둠에도 지워지지 않도록.
말이 거칠게 투레질을 하며 숨을 내쉬었고.
양옆을 비롯하여 뒤에서도 거친 숨결이 느껴졌다.
주변에서 뿜어내는 긴장감을 연료 삼아.
거검을 날카롭게 세워 들어.
불을 뿜어내자.
투투투투투 심장이 거칠게 맥동했고.
이윽고 와르르릉-. 브레이커가 울며 매운 연기와 울음을 뽑아냈다.
왼손을 휘둘러 세 가지 불을 빛나는 길 위에 던졌다.
첫 번째 심장 적염이 길을 타고 시뻘겋게 번졌고.
양옆에는 두 번째 심장 초적염이 피어오르며 날카로운 폭발로 다가드는 악마와 검은 파도를 밀어냈다.
마지막으로 내가 만든 불꽃 암화가 주변 쏟아지는 검은 비와 악마들을 타고 끈적하게 눌어붙으며 차차 높다란 길을 쌓았다.
길이 준비되었고 이제는 달릴 시간.
검은 바다를 항해하기 전, 마지막 의식으로 얼음 한 조각과 술을 배 속에 쑤셔 넣고는.
[신비 점수와 개변 점수를 신비 염제심결, 운명 행운, 평범한 체력에 투자합니다. 신비와 신체가 조금 더 강건해집니다. 행운이 불운을 압도합니다. 구사일생의 효과가 커집니다. 달리는 길에 행운이 어립니다!]
[신비 점수와 개변 점수를 길의 운명 해류와 순항에 투자합니다. 달리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덜 지칩니다]
지금껏 모은 신비 점수와 개변 점수를 투자하여 길의 운명을 뒤틀었다.
독한 술의 알싸한 감각과 한기가 머릿속을 띵하게 울리는 순간.
“이랴!”
말을 달렸고.
몰려드는 악마들을 거검으로 흩으며 운명을 겨루었다.
폭풍이 몰아치는 흑해 위 불꽃으로 이루어진 돛단배가 출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