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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72화 (72/200)

72화 주파

사막의 밤은 본래 흐르는 별과 움직이는 돌들이 가득했고.

뭉뚱그려 항해사라 불리는 길잡이와 등대지기들이 필요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새벽 일찍 출발해도 다음 성에 가기까지는 며칠을 밖에서 묵을 수밖에 없는 거리.

시야엔 모래와 암석밖에 없는 지평선.

거친 바람이 한 번 불고 나면 주변 풍경이 완전히 뒤바뀌었고.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있었던 암석이 어느새 저 멀리 사라지기 마련.

매일 길을 찾아야 하는 척박한 땅.

서부인들에겐 익숙한 풍경.

그런 그들에게.

“이게 대체 뭐야.”

“으윽, 보기만 해도 역겨운데.”

검은 빗줄기와 폭풍이 몰아치는 새까만 바다는 낯설었고 안을 유영하는 악마들의 울음은 두려웠다.

꾸물거리는 물결 속 악의 가득한 눈동자들을 마주하고 있자면 절로 욕지기가 치밀었다.

그들로선 처음 겪어보는 멀미.

사막 한가운데서, 그것도 바다를 마주하여 느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던 울렁임.

그나마 바위성 가득 쏟아지는 별빛이 있기에 견뎌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을 경계로 흑해와 악마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

나름 사막에서 거친 생을 영위했다고 하나.

이런 두려운 광경은 처음.

그들의 숨이 거칠어지면 거칠어질수록, 두려움이 몸을 채우면 채울수록.

악마들이 거칠게 요동쳤고.

얼마 가지 않아.

번쩍.

별빛이 꺼졌다.

촤르르르륵!

기다렸다는 듯 검은 빗줄기가 성벽 가득 달라붙었다.

끈적이는 비가 성안으로 들이침과 동시에.

주변 가득 차올랐던 악마들과 파도가 넘실거리며 몰려오니.

“전투 개시! 전투 개시!”

사방에서 종소리와 다급한 뿔피리 소리가 울렸고.

철퍽, 파도가 성에 부딪혀 높이 솟아올랐다.

흩어지는 악의의 분무 안에는.

이빨을 번뜩이는 소악마들이 가득.

벽을 넘어 성안으로 쏟아지려는 놈들을 맞이하여.

사막의 전사들이 무기를 뻗었고 곧 전투가 시작됐다.

“좌측! 좌측에 악마 대거 등장! 검은 물이 들어온다 막아!”

“이런 제기랄! 어서 지원을 아아악!”

“불, 불은 없는 거야? 마법사들은 어디에 있어!”

평소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나 인간이 파도를 이겨낼 수는 없는 법.

무기를 휘두르고 발로 차고 몸부림을 쳤으나 성벽을 넘은 파도에 휩쓸릴 뿐이었다.

그때.

“등대지기들 빛을 쏴라! 사방으로 빛을 쏘아!”

성내에 남아있던 등대지기들이 몰아치는 파도를 밝혔고 잠깐이나마 검은 물과 악마들이 흩어졌다.

그렇게 버티길 얼마였을까.

번쩍!

어두움에 익숙해졌던 눈으로 강렬한 빛이 파고들었고.

쏟아지는 뽀얀 별빛이 질척하게 달라붙은 검은 빗줄기와 악마들을 몰아냈다.

치이이익, 뿜어진 빛에 정화되는 성벽 위 눈을 꿈뻑이던 전사들이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돌아보려니.

방금까지만 해도 같이 전투를 준비하던 이들 중 많은 숫자가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

모든 풍경이 거친 바람이 지나간 후의 사막을 보는 것 같이 생경했다.

“얼마나 지났지? 우리가 얼마나 싸운 거야?”

“···30초.”

“이런 씨발. 30초라고?”

그들이 흑해를 맞이한 시간은 고작 30초.

그 잠깐이 왜 이리 긴 악몽으로 남아있는가.

성벽 가득했던 검은 비가 모두 말라붙어갈 즈음.

“10, 9, 8-!”

다시 그들을 막아주는 별빛이 사라질 거라는 경고가 귓가를 울렸다.

전사들이 떨리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무기를 강하게 꼬나쥐었다.

버틸 수 있을까, 아니 버텨야만 하는데 이번 어둠은 얼마나 길까.

어두운 파도가 그들의 눈동자에 먼저 차올랐다.

번쩍.

몇 초의 휴식이 끝났고 성벽을 물들이던 별빛이 사라지자 어둠이 밀려들었다.

전사들의 처절한 전투가 반복되었다.

번쩍.

불이 켜지면 잠깐의 휴식.

아니 다음 싸움을 위한 준비와 두려움을 삼키는 시간.

몇몇은 생각했다.

차라리 이 휴식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이 잠깐의 달콤함이 다음 절망을 더욱 쓰라리게 만들었다.

괴롭다.

죽고 싶다.

죽으면 편하지 않을까.

별빛도 어둠도 없는 곳에서 쉬고 싶다.

흑해가 마치 유혹하듯 일렁이며 교태를 부렸고.

악마들이 즐겁게 노래 부르며 춤을 추었다.

저 사이로 빠져들면 차라리 행복할까.

누군가 막 벽 밖으로 몸을 던지려던 순간.

“정신들 차려라!”

성주의 우렁찬 고함이 그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속지 마라! 놈들은 악마다! 저 안엔 어떤 기쁨도 편안함도 없다!”

성주의 고함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전사들이 서로를 깨우며 다시 전투를 준비했고.

번쩍, 빛이 꺼짐과 동시에 어둠이 몰려들었다.

뒤섞이는 비와 고함이 귓가에 질척였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성주가 얼굴을 덮는 검은 비를 쓸어내며 전황을 살폈다.

다행히 머무는 전사들이 많았고 경비들의 수준도 낮지 않았다.

황자의 미친 짓에 당황하긴 했으나 첫 번째 바위성의 경비들은 성주가 키워낸 정예들.

본디 거친 사막의 전사들과 제국에서 몰려드는 무법자에 가까운 모험가들을 다루려면 어지간한 성격과 무력으론 어림도 없다.

심지어 이곳은 알카이드, 첫 번째 바위성.

수없이 몰려드는 이들을 상대로 오랜 세월 굳건했기에.

자신 있었는데.

“이런 제기랄. 운수가 더럽게 없는 하루로군.”

낮에는 황자에게 자존심이 완전히 뭉개졌고, 지금은 바위성이 탄생한 이래 처음으로 함락되게 생겼다.

그 오명을 자신이 모두 뒤집어쓸 줄이야!

사실 성주 또한 흑해를 볼 때마다 마찬가지로 정신이 아득했다.

성벽에서 싸우는 전사들은 더하리라.

그들을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정신 차리라 다그쳤다.

아직 신호를 보내려면 더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한다.

이윽고 다시 번쩍 불이 켜졌고, 다시 빠르게 꺼졌다 켜지길 반복했다.

번갈아 흩어지는 어둠과 몰아치는 빛이 혼란스러웠다.

성주로서 이어받은 지식 중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악마가 나타나면 열쇠를 하늘로 올려 문을 열어라.

어두운 바다가 몰아치면 성에 숨어 빛으로 길을 인도하여라.

지금껏 케케묵은 전설의 일부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이었단 말인가.”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문득 쏟아지는 검은 비가 빛에 증발하길 반복하는 시야 속, 홀로 새빨갛게 타오르는 선 하나를 바라보았다.

황자와 그의 일행이 달려나가는 길이 유독 선명했다.

흑백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제 색을 지닌 것 같아 신비로웠다.

그가 두 번째 성 미자르의 성주를 떠올리며.

“제발 허튼짓하지 말고 황자의 명을 따라라. 안 그러면 모두 죽는다. 너도 나도 성에 거주하는 이들도.”

그가 제발 황자의 뜻에 따르기를, 지금 목숨을 걸고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여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간절한 소망을 품는 사이에도 어둠이 몰아쳤고 이어 별빛이 시야를 밝혔다.

어지러워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성주도 도끼를 들고 성벽을 올랐다.

어쩌면 끝나지 않는 폭풍우 속에서 영원히 싸움을 반복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유일하게 위로가 되는 황자가 남긴 불길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랬다.

세로로 찍어누르는 검은 빗줄기 사이 붉은 선 하나만이 가로로 달려나갔다.

* * *

번쩍, 번쩍 등 뒤에서 터지는 별빛이 마치 번개와도 같이 주변을 밝혔다.

달리는 와중 붉게 타오르는 불과 쏟아지는 어둠, 얼핏 터지는 별빛이 혼란스러웠으나.

“이랴! 이랴!”

앞서 달려가는 황자는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내달렸다.

어떠한 의심도 두려움도 없었다.

앞을 향한 고개를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고.

가로막는 것들은 모두 거검으로 갈랐다.

어둑한 불이 흩어지는 어둠을 살라 먹으며 크게 번졌다.

처음 보았다.

놓인 길을 그저 믿고 나아가는 자는.

하란과 등대지기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어찌 저렇게 곧게 달릴 수 있을까?

쏘아진 화살도 저리 날아가진 못할 거다.

하물며 마법사가 쏘아낸 마법도 바람과 뒤섞인 마나에 흔들리는 법이거늘.

어찌, 어찌 저리 곧단 말인가.

아까 보였던 광기와는 정반대되는 모습이 신비했다.

“살라딘! 마법!”

“살라딘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요!”

앞서 달리던 황자가 경적을 울리듯 형을 불렀고.

황자의 자아를 버리기로 했던 살라스가 억지로 욕을 억누르며.

마법 구현을 끝마쳤다.

지금껏 마법 한 번 펼치지 않고 기다린 이유.

“아이언 웨이브!”

현재 가장 도움이 될 마법을 위해.

6써클 철 속성 마법 중에서도 그의 주특기를 발동.

우르륵 마나가 이리저리 결속되며 형상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고.

묵직한 강철의 파도가 그들의 발밑을 잠식하기 시작.

달리는 모두를 흑해 위로 밀어 올렸다.

말이 달리는 속도에 아이언 웨이브가 더해져 그들이 쭉쭉 앞으로 치고 나갔고.

“가로등! 등대지기! 빛을 더해라!”

“샤인 스웜!”

“알겠소!”

황자의 명에 둘이 빛을 뿜어 살라스의 아이언 웨이브에 더했다.

솔의 마법이 마치 작은 곤충무리처럼 우수수 일어서더니 단단한 철 위에 달라붙어 반짝임을 더했고.

등대지기가 뿜어낸 강렬한 빛이 웨이브 앞에서 길을 열 듯 부글거렸다.

마치 물보라가 일어나는 것처럼 빛이 바스스스 부서졌다.

강철의 파도에 밀려난 검은 비와 악마들의 기세가 옅어진 사이.

“살라딘 뜨거워도 견디도록!”

황자가 뿜어낸 불이 살라스의 마법을 타고 철과 빛무리에 열과 색을 더했다.

움틀거리며 달리는 모습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과 같아 신비로웠다.

“으하하하!”

상황도 잊고 살라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마법사들은 본디 자신의 지식과 기술이 신비에 이르기를 꿈꾸기 마련.

그런데 지금 보는 풍경은 이를 이룬 것만 같아 절로 신이 났다.

그가 입을 크게 벌려 쏟아지는 검은 비를 꿀떡꿀떡 삼켰다.

몸 안에 치미는 검은 기운을 마나로 변환하여 뿜어내었고.

아이언 웨이브가 스러지지 않고 계속 그들을 실어날랐다.

치이이익!

몸에 어리는 어둠은 솔과 등대지기의 빛으로 몰아내었고.

정신을 앗아가는 사악함은 황자의 불로 태웠다.

그는 그저 입을 벌리고 끝없이 검은 비를 받아먹을 뿐.

그리고 이를 마법으로 변환하여 내뿜을 뿐.

그리하면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다.

마음이 벅찼다.

“이거다! 이거야! 이게 바로 마법이다! 이 물은 반드시 시대를 바꿀 거다!”

그가 반쯤 미친 사람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떠들어댔다.

“저기! 전하! 형님께서 정신이 이상하세요!”

“두어라! 어차피 내 형제들이니 모두 광기 한 자락씩은 품은 법!”

“우-와! 그거 참 타당한 이유네요!”

황자와 솔이 덩달아 웃으며 악마들 사이를 내달렸다.

거검이 울어 젖힐 때마다 달려들던 악마들이 갈려 나갔다.

양옆에선 이런 끝없이 몰려드는 적들이 두렵지도 않은 지 두 기사가 묵묵히 검을 휘두르는 중.

질끈 하나로 묶은 보라색 머리를 휘날리는 바이올렛은 단단한 검으로 적들을 막아냈고.

거칠게 등을 들썩이는 안드레의 검은 번쩍이며 적을 들 꿰뚫었다.

일행의 가장 뒤에선.

“알프레드! 상황은!”

“문제없나이다!”

알프레드가 사철로 두터운 벽을 쌓은 채 뒤쫓는 악마들을 막아냈다.

사철이 장막처럼 둘러쳐진 가운데, 그의 단검이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악마들을 물리쳤고.

“알프레드, 나의 마법을 이용해라!”

살라스의 조언에 사철이 뒤에 부서지는 웨이브의 철 조각을 먹어가며 크기를 키웠다.

쏟아지는 어둑한 빗줄기 속에서 황자의 만족스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찌 이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달릴 수 있는가.

하란의 눈에 이채가 돌기 시작했다.

놀라웠다.

지금껏 보아왔던 길 중 가장 어렵고 어두웠으나 이들의 의지와 능력이 강렬하니 오히려 어떤 길보다 뚜렷했다.

하란의 가슴이 벅차올라 숨이 가빠졌다.

“하란? 하란!”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등대지기가 어린 동생의 어깨를 흔드는 와중에도.

“오롯이 한 길을 달리니 어떤 파도 속에도 흔들리지 않으리라. 않으리라. 흔들리지 않으리라.”

하린이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며 중얼중얼거리기 시작.

그녀의 눈에 어렸던 빛무리가 빠르게 명멸하며 주변의 풍광을 담아냈다.

지금 달리는 이들의 고결함과 그녀가 찾은 길이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이 하란의 내면, 어딘가를 강하게 자극했고.

본래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두드러졌을 능력이 이르게 움틀거리기 시작했다.

* * *

[대상의 운명을 파악합니다. 주요 운명 로드 파인더가 일찍 개화합니다. 운명 각성이 앞당겨 졌습니다. 운명 서두칠성의 길이 당신과 함께합니다. 올바른 길 앞에 축복이 더해집니다!]

[등대지기의 운명 희생, 죽음, 운명의 대물림 일부를 포식합니다. 그의 운명 별을 헤아리는 눈이 길잡이를 돕습니다!]

또 한 번 변한 운명에 크게 웃었다.

각성은 하찮은 계기로 찾아오기도 하고 누군가의 죽음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아마 등대지기의 희생, 즉 죽음이 길잡이의 왕이 각성하는 계기였던 모양.

길잡이의 왕은 본래 사막 서부에서 끝까지 악마들을 물리치려 했던 자.

혹시라도 살아 있는 자들을 구하기 위해 끝없이 어두움 속을 헤쳐나갔던 자.

허나 당시엔 모두가 그녀를 돈에 미친 길잡이라 불렀다.

터전을 잃은 서부인들을 구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고 검은 비를 원하는 사업가들의 길을 인도하여 주는 대신 경비를 마련했으니까.

현실은 이상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답 없는 헌신과 희생, 끝없는 조롱.

기억하기로는 그녀는 마지막 순간, 홀로 쓸쓸하게 흑해에 묻혀 사라졌다던가.

그녀가 죽고 나서 많은 이들이 혹여 남겨놓은 재산이 있을까 살던 집을 찾았으나.

안엔 오래된 집기와 누군가를 그리워한 흔적, 푸석하게 말라버린 빵 몇 조각뿐.

왕이라 불린 것치고는 너무나 허무한 최후.

뒤늦게 드러난 그녀의 뜻을 기리기 위해 칭호를 내렸으니.

“서글픈 죽음이로구나. 길잡이의 왕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이야기를 엮어 사람들에게 배포하라. 황가의 업적을 칭송하는 좋은 빌미가 되겠어.”

칭호를 내린 것이 바로 나였다.

진정 그녀를 위로하기 위함이기도 했고, 제국민들의 무너져버린 정신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길 바란 마음.

물론 어림도 없었지만.

본디 비극으로 끝났어야 할 삶이 변하는 모습이 꽤 기꺼웠다.

이 외에도 주변 살라스와 안드레, 바이올렛, 솔, 알프레드의 운명이 변하는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살라스는 끝없이 검은 비를 삼키며 새로운 지식을 향해 나아갔고.

알프레드는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깨달아갔으며.

안드레와 바이올렛의 검이 점점 날카로워 지는 게 보였다.

특히 솔.

그녀의 변화가 놀라웠다.

본래 특기였던 빛 속성 마법이 등대지기와 길잡이의 운명을 닮아갔고.

가면 덕에 얻은 그림자가 흑해를 보고선 요동쳤다.

[솔의 운명이 다시 한번 뒤틀립니다. 기존 주요 운명 전투 마법사가 새로운 가능성을 품습니다!]

그녀의 주요 운명부터 여러 하위 운명이 일제히 고치를 틀 듯 새로운 가능성을 품었다.

언젠간 새로운 운명이 날개를 펼치리라.

나의 뒤를 따르는 자들의 발전은 곧 나의 발전이기도 했다.

그들이 강해져야 앞으로 있을 싸움도 헤쳐나갈 수 있으니까.

물론.

“모두 속도를 높여라!”

그저 주변의 성장에 기대어 살아갈 생각은 없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본래라면 며칠이 걸렸을 거리를 순식간에 주파했고.

저 멀리 서두칠성의 두 번째 성, 미자르가 보였다.

아직 먹구름에 둘러싸이진 않은 상태.

어느덧, 흑해의 경계에서 달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달리는 속도가 곧 흑해가 커지는 속도.

시간이 별로 없다.

말로 설득할 시간은 더더욱.

점점 다가오는 성벽을 보고는 등에서 활을 꺼내 들어.

성을 향해 겨누었다.

다시금 얽히고설키는 불꽃들과 그 속을 맴도는 폭발들.

첫발은 등 뒤.

몰려드는 흑해를 향해 쏘아 올리니.

수백 가닥의 불줄기가 일제히 흑해를 터뜨리며 화려하게 폭발했다.

뒤섞이는 적과 흑이 퍽 아름다웠다.

폭발과 흑해, 불꽃을 이끌고 성을 향해 달리며 두 번째 화살을 짜 올렸고.

“열쇠를 내놓아라! 안 내놓으면 쏜다!”

대놓고 이루어진 협박에.

“이, 이런 미친 가져십시오! 제발 가져가라고! 쏘지 마!”

성벽 위에선 깡마른 노인이 다급히 손에든 별빛을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두 번째 열쇠 무곡(武曲)을 겨누어.

“쏘세요.”

“안 쏜다며!”

성주의 바람과는 별개로 시위를 놓아 별을 맞추니.

우르르르릉!

두 번째 별빛이 이리저리 휘어지며 성을 감쌌다.

[신비 서두칠성 중 두 개를 이었습니다. 새로운 신비 염제심결 세 번째 심장 광염(光炎)이 얼핏 실체를 드러냅니다!]

동시에 첫 번째 알카이드와, 두 번째 미자르를 잇닿는 길이 생겨났고.

노란색, 아름다운 파동이 심장 주변에 어렸다.

세 번째 심장 광염의 파동에 온몸이 요동쳤다.

다시금 성장의 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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