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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89화 (89/200)

89화 질의응답

지난 홍련의 섬을 땅에 떨어뜨리고 폴라리스를 쏘아 흑해를 정화한 이후.

“이들은 어찌 처리할까요.”

잔당 처리가 남았다.

별빛 제사장을 따르던 이들은 대부분 죽음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살아 항복한 자들이 있었으나 반역의 대가는 죽음.

예외는 없었다.

“이놈들은 내가 따로 잡아 두었다.”

외에는 살라스와 함께했던 1전투 마법사단의 마법사들이 몇

부상이 심했으나 죽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놈들에게서 정보를 캐내도록. 살라딘, 직접 놈들의 정신을 부수고 들어가 실토하게 만들어라. 누가 어떤 명령을 내렸는지, 배후가 누구인지. 솔과 알프레드가 돕도록.”

“그러지.”

“네.”

“돕겠습니다.”

직접 정보를 캐내라 명령.

그때부터 살라스를 비롯하여 알프레드까지 자신의 모든 역량을 다해 놈들의 정신을 무너뜨렸다.

긴 설명은 필요 없을 터.

잔혹하고 무자비한 과정.

솔이 몇 번이고 토악질해 댔으나.

“배워 둬라. 저 녀석과 함께하려면 이 정도 기술은 있어야지.”

“마법의 고강함과 무자비한 승부는 다른 법입니다. 솔, 당신에게 필요한 부분이니 받아들여야 합니다.”

살라스와 알프레드가 그녀에게 단호히 조언했다.

이번 홍련에서 얻은 깨달음은 그녀의 경지를 한층 끌어 올렸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잔혹함과 승부욕이 없으니.

목숨이 오가는 전투에선 오히려 눈에 띄는 먹잇감이 될 뿐.

황자가 이를 파악하여 일부러 솔을 둘에게 붙였구나 생각이 들 정도.

솔이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와 구토를 참아가며 마법사들을 몰아붙인 끝에.

“놈들에게 진실을 들었나이다.”

“그래 대체 누가 그들에게 그런 명을 내렸지. 홍련과 서부의 멸망에 관여된 자가 누구라던가.”

진실을 들었으나.

“정말인가. 그게 진실이라고.”

황자의 찌푸려진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

옆에 선 살라스와 알프레드의 표정도 마찬가지.

“그래, 황당하지. 황후는 그저 홍련 족장을 죽이라 명했다더군. 나머지 일어난 일들은 모조리 자신들의 욕심 때문이었다고. 제기랄, 악마를 부른 건 무지에서 비롯한 사고. 홍련과 서부를 이용하여 마법적 성장에 도움이 될 마유를 뽑아내려 했던 것이 원래 목표라 했다.”

“정신 간섭이 있나 살폈으나 별다른 징후를 찾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더 웃긴 건 자신들이 진정 제국을 생각하여 행동했다고 믿는 거야. 누군진 몰라도 세뇌를 제대로 시켰어.”

“세뇌에 정보 통제까지 완벽한 수준입니다. 실험실 쥐처럼 시야를 가려 놓은 솜씨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알프레드는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거예요?”

“…글쎄요.”

“춤추는 가로등, 강철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걸 묻지 마. 그러다 밀실에서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넵, 그런데 살라딘 마법사님, 전 춤추는 가로등이 아니라 솔이란 이름이 있는걸요?”

“어울리는데 왜. 토하는 가로등으로 해 줄까?”

“전하! 살라딘 마법사가 괴롭혀요!”

“아니, 너 성인 맞아? 그걸 일러?”

마법사들은 흑막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황후가 내렸던 명은 그저 홍련 족장을 죽이고 서부를 망치라는 것뿐.

구체적 지시가 없으니 증거로 써먹지 못할 테고 저들 마음대로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니 엮기도 애매했다.

살라스와 알프레드의 말대로 솜씨 좋은 적은 추상적 명령만으로 상황을 조율했고 언제든 꼬리를 자를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강력한 심증만 있을 뿐.

다만 황자는 확신했다.

이전 별빛 제사장이던 늙은이가 했던 말.

“서, 선대- 오래전- 깊은 숲에- 살아-.”

분명 황가 안에 사건의 흑막이 있다.

황후와 연관된 누군가가 있다.

아니면 황후가 연관되었을지도.

황가에 존재하는 깊은 숲이라면 영림이겠지.

황자가 직접 죄를 묻기 위해 그들을 바이올렛의 주머니에 넣어 놓았고.

강철성에 도착하자마자 꺼내어 죄를 고백하게 했다.

황후의 반응을 보기 위해.

* * *

강철성 황제궁.

그중에서도 황제와 혈족들에게만 허락된 식당.

평소라면 묵색의 식탁 위 독을 감지하는 은식기 부딪히는 소리만이 가득한 식사였을 것이나.

“하여 마법사단을 이끌고 사막을 건너 홍련의 섬에 들어갔나이다.”

“우리의 목표는 홍련의 멸망, 사막의 오염.”

“사막에서 내리는 비는 마법을 발전시키는 비약이니. 이를 이용하고자 욕망을 부렸고 황자를 버리고 욕심을 우선했습니다.”

“오래전, 1전투 마법사의 일원이 하늘을 올라 홍련의 제단을 빼앗았고. 그때부터 오랜 시간 서부의 멸망을 준비했나이다.”

“모든 계획이 마법의 발전을 위한 욕심이었습니다.”

지금 식탁 주변엔 초췌한 얼굴의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죄를 고백했다.

서부에서 제국이 벌인 음흉한 계획들.

서두칠성을 비롯하여 홍련을 어떻게 무력화시켰는지.

그리고 흑해를 통하여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까지.

내용이 충격적이라 황제가 식사는 뒷전으로 한 채.

“뭐? 뭐라?”

되물을 뿐이었다.

고풍스러운 접시에 담긴 수프에서 올라오는 따스운 김과 별개로 황제의 얼굴을 차갑기 그지없었다.

청중의 반응이 뜨거우니 어찌 즐겁지 않을까.

황자가 남들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우걱우걱 음식을 쑤셔 넣다가.

“왜 들지 않는 것이냐, 유리엘. 이리 귀한 음식들을 앞에 두고.”

동생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선한 미소를 지었다.

눈에 감도는 온기와 세심한 손길이 제 동생을 돌보았으나.

유리엘은 그저 와들와들 떨고 있을 뿐.

그러한 동생을 돌보던 황자가.

“세린느, 너도 숟가락을 들지 않는군. 어차피 은 식기라 독도 없을 터인데.”

태평히 숟가락으로 수프를 떠먹곤 빵을 찢어 나이프로 버터를 발라 입에 쑤셔 넣었다.

입에 걸린 미소를 보아하니 식사 자리가 마음에 드는 모양.

“으음, 버터의 풍미가 진한 게 어디 특산품이지? 이봐, 이거 어디서 가져온 거냐.”

“…….”

“묻는 소리가 안 들리나?”

“남부 스프링 필드 초원에서 생산한 특산품입니다.”

“좋아, 다음번엔 남부에 가보아야겠군. 어머니, 좀 드시죠. 맛이 좋습니다. 황자궁에서도 맛보지 못한 버터로군요.”

“…고마워요, 황자.”

아들의 너스레에 어머니가 억지로 미소를 띄웠다.

잠시 충격에 빠져 있던 황제가 태평한 아들의 얼굴을 보곤.

“아무렇지도 않구나.”

미간을 찌푸렸다.

무신경한 태도에 화가 나서는 아니었다.

녀석이 굳이 여기까지 저들을 끌고 온 이유.

홀로 오지 않고 황비와 동생까지 끌고 와 자신과 황후를 마주한 이유가 무얼까.

“할 말이 있으면 하도록.”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어서겠지.

과거 그의 광증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행동들이 그저 미울 뿐이었으나.

지난 북부에서부터 조금은 황자의 마음을 이해했다.

답답한 걸 참지 못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그래도 속에 품은 대의가 제국을 위함이니 탓할 수만은 없다.

“이리 에둘러 표현하는 것은 네 방식이지 아니지 않으냐.”

황제의 물음에 비로소.

“맞습니다. 다만 아직 확실히 해야 할 것들이 있어 여쭙고자 왔나이다. 살라스 형님께서 먼저 입을 여시지요.”

황자가 천천히 이리 찾아온 용무를 밝히기 시작했다.

* * *

7황자 살라스가 서부에서 본 풍광과 겪은 과정들을 간결히 설명했고.

이야기의 끝에.

“하여 저 일곱 번째 황자 살라스는 계승권을 포기하고 지금껏 쌓아 온 공을 모두 여기 있는 열한 번째 황자이자 동생인 아르한에게 이양하려 합니다.”

충격적인 결론을 맺었다.

코끝에 맺힌 땀을 닦아 내는 그 또한 앞에 놓인 음식은 손도 대지 않은 상태.

연이어 충격적인 소식에 황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어쩌면 방금 들은 마법사들의 음흉한 서부 몰락 계획보다 더 충격을 가져올 선언.

황제로서 여파가 걱정되기도 했고 아비로서 끈 떨어진 연이 될 아들이 걱정되기도 했다.

“진심이냐, 살라스. 내가 너를 서부로 보낸 것은 합심하여 문제를 해결하란 뜻이었다.”

“합심하여 일을 해결하는 중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고 이젠 황자로서의 계승권보다 더 중한 것이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잠시 맞지 않은 음식을 삼키듯 목울대를 꿀렁거린 살라스가.

“저보다는 여기 아르한이 태자 직위에 더 적합하다 판단하여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 살라스, 황가의 핏줄로서 책무는 다하겠으나 계승에 관한 욕심을 버릴 테니, 이후 초야에 묻혀 마법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진심을 게워 냈다.

그리곤 크게 한숨을 토했다.

설핏 얼굴에 어린 미소가 시원했다.

얼마나 많이 고민했고 망설였던가.

원래라면 죽음으로 도망치려 했던 유약한 황자는 이제 당당히 마법사가 되겠노라 선언했고.

식탁 위에 깊은 침묵이 감돌기 잠깐.

“네 뜻이 그러하다면 알겠다. 그래도 황가의 피를 완전히 버리지는 말거라. 네 동생도 그 정돈 이해해 주겠지.”

황제이자 아버지가 쓰게 웃으며 허락했다.

아들의 뜻이 저렇다는데 뭐라 할까.

“그럼요. 뛰어난 마법사를 무상으로 부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요.”

동생이 형님의 결단과 아비의 허락을 고약한 농담으로 받았다.

“야, 너는 꼭 이런 자리에서까지.”

“약속 잊었어? 비원을 이루려면 처신 잘하라고 마법사.”

“빌어먹을 놈, 어쩌다가 이런 놈이랑 엮였을까.”

“어허, 폐하의 앞이다. 형님. 말을 삼가야지.”

“내 앞에서 그리 심한 욕을 한 네가 할 말이냐? 허락하마, 살라스. 계승은 포기해도 부족한 동생의 계도는 포기하지 말거라.”

“폐하?”

“네! 뜻을 받들겠나이다! 아주 욕이란 욕은 다 하겠습니다!”

황제가 따뜻한 미소로 두 아들을, 두 아들은 각자 정중함을 담아 아비에게 답했다.

다 큰 아들들이 부리는 어리광이건만 퍽 즐거웠다.

하나는 미쳤다 불리며 피 칠갑을 즐기는 녀석이었고 하나는 마법적 재능은 뛰어나나 성격이 유약했지.

그들의 단점만이 보여 매일 질책했고 거리를 두었다.

그런데 이리 가까이서 보니.

미친 녀석은 대의가 있고 유약한 녀석은 재능이 있구나.

황제가 아니어도 좋다.

그래 길을 찾아 살아가다오, 그 끝이 비극일지라도 잠깐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비가 속으로 두 형제의 앞날을 축복하는 사이.

“하여 황자들은 모두 계승을 포기할 생각인가요?”

황후의 매끄러운 목소리가 그들의 유대를 끊으며 들어왔다.

소리는 매끄러우나 안에 담긴 감정과 뜻이 독하여 귓가가 따가웠다.

황제와 살라스가 움찔하는 사이.

“죽 쒀서 개 줄 일 있습니까. 전 황태자가 될 생각입니다. 황후 마마께 드릴 질문은 따로 있나이다.”

“읍.”

“끄응.”

아르한이 대번에 황후의 말에 반기를 들었고.

거친 말투에 황후의 눈썹이 움찔 떨렸다.

“첫째를 제치고 태자가 되겠다?”

“오는 데 순서 있어도 되는 데 순서 없지요.”

“어미를 앞에 두고 그런 말이 나오다니 발칙하군요.”

“원래 좀 정신이 아프다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옆에 계신 황비도 같은 생각인가요?”

“저와 대화 중입니다.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지 마십시오. 1마법사단에게 무엇을 명하셨습니까.”

황자와 황후가 첨예하게 대립했고.

식당에 날카로운 공기가 가득 차올랐다.

히끅, 히끅, 히끅.

아직 이러한 분위기를 감당하기엔 어린 유리엘이 딸꾹질을 터뜨렸다.

어머니가 슬며시 그런 동생의 등을 토닥였고.

세린느가 아이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미친 오라비 때문에 고생이 많구나.

“대답하십시오. 1마법사단에게 서부에서 무엇을 하라고 명하셨습니까.”

황자가 마디마디에 힘을 주어 다시 사실을 모두의 귓가에 쑤셔 넣으니.

거북한 아침 식사처럼 그들의 뇌를 타고 의심이 일렁였다.

그런 중에도 황자의 시선은 변함없이.

황후를 향해 있으니.

황자의 진홍색 눈이 불꽃처럼 일렁였고, 이를 받아내는 황후의 물빛 눈동자가 어둑하게 물들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황자가 먹이를 씹어먹듯 턱을 천천히 움직여 음식을 씹었다.

그저 황후를 바라보며.

불거지는 턱 근육과 벌겋게 번지는 안광이 포식자 같았고.

그런 그와 반대로 황후는 단 한 점도 음식을 입에 대지 않은 채.

“황자, 진정하세요. 지금 과한 추측을 입에 담는군요. 자제라는 덕목을 어미에게서 배우지 못했습니까?”

황자와 황비 모두를 도발했으나.

아하하하하-!

황자는 그저 커다랗게 웃을 뿐.

심지어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맞습니다. 어머니께선 잘 가르치셨는데 제가 좀 배워 먹질 못했지 뭡니까. 이거 아들로서 못 할 짓을 했군요. 그래서 말입니다. 무례한 김에 더 무례를 범하려 합니다만. 서부에 내린 명령-.”

“날 의심하는 건가요. 제국의 어머니이자-.”

“네, 맞습니다. 의심하는 겁니다. 그러니 대답해 주십시오. 왜 성인식과 서부의 변고에 참견하셨습니까. 서부에 일어날 변고를 예상하셨습니까? 등장할 악마들의 존재를 아셨습니까?”

황자의 확언에 황후의 말문이 막혔다.

“제국의 어머니이든, 아들이든, 외삼촌이든 중요치 않습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제국의 서부를 악마의 땅으로 만들려 한 흑막의 정체뿐입니다.”

그리 말하는 황자의 눈이 오롯이 황후를 담았다.

물러나지 않겠다는 태도.

때마침.

“황후께서 1전투 마법사단에 따로 명령을 내렸소? 처음 알았군.”

오히려 황제가 아르한의 등을 떠밀어 주었고 같이 황후의 답을 기다렸다.

세린느가 입술을 움찔거렸으나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자신 또한 처음 듣는 이야기였으니까.

황후가 태연하게 황자를 바라보며 입술을 나풀거렸다.

“저들에게 물어보면 될 일 아닌가요. 지금처럼 말이죠. 고하세요. 그대들이 내게 무슨 명을 들었는지.”

“황후 마마께선 저희에게 7황자 살라스 전하의 보호와 홍련 족장의 죽음을 명하셨습니다.”

“왜였지?”

“황가의 부흥을 위하여. 서부를 제국에 편입하기 위하여.”

“그렇다면 서부를 악으로 물들인 건 누구의 책임일까?”

“저희의 오만이며 저희의 욕심이었습니다. 자결로 죄를 뉘우치겠나이다.”

황후의 물음에 대답을 끝마친 마법사들이 벌떡 일어나.

벽을 향해 달렸다.

그리곤 그대로 머리통을 벽에 받아 대기 시작.

퍽, 퍽, 퍽.

고통 따윈 잊은 듯 살 터지는 소리가 살벌했다.

세린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유리엘이 울음을 터뜨렸다.

황비, 아르한의 어머니가 얼른 동생을 품에 안아 귀와 눈을 가려 주었다.

허나 황자는 뒤에서 울리는 소리를 조미료 삼아 묵묵히 식사를 이어갔고.

황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황자를 쏘아 보니.

결국 참지 못한 황제가.

“그만! 다들 말려라! 뭐 하는 짓들이야!”

노호성을 터뜨리고 나서야 기사들이 무식한 방법으로 자결하려는 마법사들을 뜯어말렸다.

그들이 끌려나가면서도.

“죽음으로 사죄하겠나이다!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끝까지 죽음으로 용서를 빌겠다 외쳤고.

순식간에 아침 식사가 피와 고함으로 얼룩졌다.

모두가 당황한 가운데, 황자만이 태연하게 식사를 이어 갔다.

코끝에 피어오르는 혈향을 깊이 음미하며.

황자와 황후 사이에 죽음이 짙게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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