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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93화 (93/200)

93화 훌륭한 그림자 공급원이죠

황자가 제국 서부와 북부를 돌아다니는 동안.

변한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청익과 3전투 마법사단이 합동 훈련을 진행한다지?”

“매일같이 영림에 들어가 훈련 중이라더군요. 특별 허가까지 받았다던가.”

“이유는?”

“정보부에서 듣기로는 황자의 명이었다 합니다.”

“청익과 3전투 마법사단이 아르한 황자의 밑으로 들어갈 속셈인가.”

“그리 판단하고 있습니다.”

제국의 귀족들은 사병을 키울 수 있고 각 영지마다 가문에서 공들여 키운 정예가 존재했다.

아무리 제국의 치세가 안정되었다 하더라도 곳곳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를 막기 위함.

그중에서도 북부의 북벽, 동북부의 수정 마법사단, 동남부의 가고일 기사단이 유명했고.

외에도 남부의 백장미 마법사단, 청매 레인저 등이 존재했다.

그만큼 황가의 무력 또한 거대해야만 했다.

그래야 귀족들 앞에서 황제의 체면이 서는 법.

총 13개의 기사단과 8개의 마법사단이 황가 소속.

그중 제1기사단이자 강철성과 황제궁을 지키는 쇠뿔 기사단을 제외한 12개의 기사단이 제국 곳곳에서 활약하니.

8개 마법사단들도 꾸준히 공적을 올려왔다.

그중 청익과 3전투 마법사단이 황자에게 합류했다는 소식은 황가 내에서도 꽤 충격적인 소식.

1황자가 철사자 기사단을, 7황자 살라스가 4전투 마법사단의 충성을 받아 낸 게 전부.

강철성 소속 기사단과 마법사들은 대부분 황가와 황제에게 충성하는 자들.

그중 둘을 얻었다면 커다란 수확.

거기다 1황자는 차기 제국 제일검이 될 재목이라 불리며 7황자 또한 대마법사의 재질이라 불리니.

“대체 어찌 기사단과 마법사단을 모두 얻었단 말인가.”

황가 기사단과 마법사단 사이에서도 소문과 의혹이 파다했다.

특히.

“아르한 황자 전하 말인가? 말을 조심해 그분은 건드리는 게 아니야.”

“으음, 그분은 그래, 검술도 마법도 아닌 뭔가가 있지. 그래. 훈련이나 하러 가야겠어.”

호기심에 아르한의 이름이라도 꺼내면 청익 소속 기사건 3전투 마법사단 소속 마법사건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를 피하니.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다급히 떠나는 모습들이 심상치 않았다.

그렇게 흉흉한 소문이 더욱 쌓일 동안.

그들도 황자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이 할 일에 충실했다.

매일매일 고된 훈련은 물론이오.

그 와중에도 영림 탐험을 멈춘 적이 없다.

어떻게 쏟아질지 모르는 아르한의 질책이 무서워서이기도 했으나.

“이런 제기랄 어제 또 꿈을 꿨어.”

“너도? 나도.”

“…너희도? 내용이 뭐였는데?”

“뭐 항상 똑같지.”

“빌어먹을… 아직도 믿기질 않을 때가 있다니까.”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종종 그들은 같은 꿈을 꾸었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죽었다는 게 믿기질 않아.”

“그 순간 우리가 없었다는 게 이리 마음에 남을 줄이야.”

전대 백작이 북부 노병들과 백야 속에서 싸우던 순간.

그들의 고결한 죽음을 본 이후.

황가를 섬기고 있다며 꺼드럭거렸던 지난 세월이 얼마나 후회로 남았는지.

더군다나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모닥불 관리자들에게 받았던 많은 선물이 북부인들의 고혈을 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사용하지도 않을 것들 잔뜩 쌓아 둬서는… 짜증 나게.”

“그렇다고 버리냐?”

이도 저도 못 했다.

글쎄… 전에는 죄책감 따위 느껴 본 적 없다.

정말 자신들의 특권이자 희생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 생각했으니까.

우린 이리 위대했고 그에 맞는 값을 받는 것뿐이다.

그런데 북부에 갔다 온 이후, 황자의.

“탐욕스럽게 받아라. 대신 그만큼의 의무를 다해라. 그러기에 주어지는 특권이다.”

말이 머릿속 깊이 남았다.

받지 말라 했을 때는 욕심이 났는데 오히려 받으라니, 그것도 탐욕스럽게 받으라니 작은 의문이 싹을 틔웠다.

진정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그 답을 북부인들은 죽음으로 대신했다.

1전투 마법사단 소속 일개 단이 서부로 향했다는 말에도.

“기다리자. 기다리면 돌아오시겠지. 그때가 되면 우리의 노력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거다.”

북부에서 본 황자의 광기와 패기를 믿고 기다렸다.

하루하루 고련을 이어 갔고 임무를 다했다.

그리고 드디어 황자가 돌아왔다.

엄청난 전공을 세웠다는 소식과 함께.

심지어 제국 최고 마법사단이라는 1전투 마법사단을 무력화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비록 본대가 아닌 일개 파견단에 불과했으나 어찌 되었든 황자가 승리했단 소식에 그들의 기분이 좋아지는 건 왜일까.

그리하여 기대했다.

황자에게 지난 노력의 결과와 성장한 실력을 보여 줄 날을.

사실 지도를 보여 주었을 때 들은 타박까진 그러려니 했다.

지휘자가 명령을 내린 의도와 수행원들의 해석이 다른 경우는 현장에서도 왕왕 있으니까.

그걸 알기에 황자도 타박 정도에서 그쳤겠지.

오히려 내심 기분이 좋기도 했다.

머리통을 깨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인정받은 기분.

‘어, 이건 좀 아닌가?’

뭔가 사고회로가 어그러졌다는 걸 느꼈으나 이미 늦었다.

그리고 내심 자신도 있었다.

분명 황자께서 우리의 실력을 보시면 놀라시리라.

지난 북부에서는 본 실력을 보여 줄 기회가 없었고.

이후 수련으로 한 단계씩 다들 성장하였으니.

만일 지금 북벽으로 향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지도.

그런데.

“어어, 저 녀석 안드레 아냐?”

“맞는데, 아닌 거 같은데? 아닌데, 맞는데.”

“껍데기만 같은 다른 사람 아니고?”

“뭐야, 왜 저렇게 강해진 거야?”

청익 기사단도.

“지금 저거 솔이야?”

“말도 안 돼. 원래 비전투 인원이었잖아?”

“그게 문제냐? 저 마법이 대체 뭐냐고? 광 속성이랑 암 속성 둘 다 다루는 거야?”

“단순히 광 속성, 암 속성 둘로만 나누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

“체계가 달라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른 마법이다.”

3전투 마법사단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과거 막 들어온 신입 기사에 불과했던 안드레는 어느새 고강한 검술을 뽐내었다.

그가 검을 뻗을 때마다 앞을 가로막은 백면귀들이 우수수 쓰러졌고 절정에 다다른 안드레의 검에서 곧.

쉬르르르륵.

마나 치달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가 싶더니.

기괴한 각도로 짓쳐 든 검이 마지막 백면귀를 찢어발겼다.

홀로 상대한 숫자가 정확히 백면귀 열하나.

“부단장님이 상대한 숫자가 몇이었지?”

“열둘이다.”

“단장님은 열다섯을 한 번에 상대하셨지.”

기사단 평균이 일곱, 경험이 많고 뛰어난 기사가 여덟에서 아홉을 상대했으니.

열하나를 해치운 안드레의 실력이 단원들 중에선 으뜸이요, 부단장엔 못 미치는 실력이라는 뜻.

적이 하나가 늘어날수록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을 감안하면 안드레가 이룬 성취가 경악스러울 정도.

그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기사들은 고작해야 여섯을 상대하는 데 그쳤으니까.

직접 백면귀들을 상대하여 봤기에 놀라울 따름.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진짜 놀라움은.

“저게 뭐야!”

“이런 미친!”

“잠깐! 저건 반칙이잖아!”

솔을 보며 터져 나왔다.

안드레가 열하나에 달하는 백면귀들을 물리친 순간.

솔이 춤을 추듯 손을 뻗자.

그녀의 그림자가 가면 안으로 스며들었고, 곧 되살아난 백면귀들이 다른 백면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 사이.

솔이 백면귀들을 조종하듯, 춤을 추듯 손을 뿌릴 때마다.

빛이 번쩍 터져 나왔고 얼얼해진 시야가 가시면 새로 깨어난 백면귀들이 다른 놈들을 향해 달려드는 광경이 반복.

마치 이제는 사라졌다던 사령술사와 같은 모습에 모두가 경악했다.

비록 시체는 아니지만 그림자로 이루어진 백면귀 군대를 이끄는 사령관.

그녀가.

“길을 뚫어라!”

당당히 명하자.

솔의 그림자로 채워진 백면귀들이 영림을 헤집었고.

어느새 수십에 가까운 군세가 영림을 행군했다.

“어떻게 저런 능력이?”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광경.

그들 또한 영림을 돌아다니면서 백면귀들과 전투를 지겨울 정도로 치렀다.

아무리 고강한 마법사라도 홀로 놈들을 상대하긴 까다로웠다.

최소 둘, 많으면 셋.

공수를 나누어 담당해야 가능한 싸움.

물론 화력을 쏟아부으면 수십을 상대하는 것도 일이 아니었으나.

그건 마법사단이 나섰을 때 이야기.

지금 솔이 보이는 능력의 수준은.

“홀로 한 개 마법사단 수준의 전투력이다.”

“우리 전체가 상대할 수 있겠나?”

“상대는 가능할 테지만 많은 준비가 필요할 듯 보입니다. 개인의 전투력도 강하니까요.”

홀로 3전투 마법사단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

물론 솔의 능력을 최대한도로 발휘할 수 있는 영림이라는 이점을 제하고서라도 그녀가 선보인 신비에 가까운 마법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심지어 이전엔 비전투 인원에 불과했는데.

대체 황자와 다니는 동안 그들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

어떤 싸움과 고난이 있었기에 저런 놀라운 힘을 얻었는가.

기사들과 마법사들의 마음에 질투와 부러움, 간절함이 피어났다.

예전 같았다면 그저 지위를 이용해 안드레를 깔아뭉개고 솔의 상처를 건드려 깎아내렸으리라.

그러나 이젠 그들도 알았다.

그런 행동들이 부질없음을.

진짜 중요한 건 목숨이 걸린 순간 생사를 가르는 건 알량한 자존심과 손에 쥔 금은보화가 아니라.

실력임을 깨달았다.

황자의 광기와 패악, 희생과 고결한 결단.

북부에서 새겨진 흔적들이 그들을 변화시켰고.

지금은 다들.

“우리도 강해지고 싶다.”

“차라리 그때 따라갔다면.”

안드레와 솔을 향해 부러운 눈길들을 보냈다.

이전 같았다면 그들이 보낸 어려운 시간들을 피했다며 좋아했겠으나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간절했다.

이번 서부의 소식을 들은 이후 확신했다.

제국에 무언가 커다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악마들이 나타나고 오랜 신비가 깨어나고 있다.

세상의 금은보화보다 일신의 무력이 중요한 때가 오고 있다.

그렇기에 안드레와 솔의 눈부신 발전이 부러웠고 간절했다.

“백면지네입니다!”

“기사단! 전투 준비!”

“마법사들! 반은 실드 준비하고 나머지는 공격 마법을 준비하라!”

마침 기회가 왔다.

그들이 숲의 중반까지 밖에 지도를 그리지 못한 이유.

바로 백면귀들을 잡아먹는 포식자.

백면지네의 존재 때문.

초입이 끝나고 중반에 접어들면서부터 더욱 짙은 그림자 사이.

다른 백면귀를 잡아먹는 괴물이 살았다.

존재 하나만으로도 수십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는 놈.

그뿐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차 거대해졌고 강해졌다.

놈과의 싸움은 끔찍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회였다.

황자의 앞에서 자신들의 성과를 보여 주고 이후 작전에 반드시 참여하리라.

솔과 안드레와 같은 기연을 만나고자 보냈던 인고의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막 나타난 백면지네를 향해 검과 마법을 쏟아 내려 하기 전.

“비켜라.”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본능이었다.

비키지 않으면 죽는다.

오랜 전투로 인해 쌓인 경험, 살고자 하는 동물적 본능이 새빨간 경고를 보내왔다.

목덜미가 찌릿찌릿할 정도의 살기.

그들이 분주히 물러나며 뒤를 바라보자.

하얀 가면을 얼굴에 둘러쓴 황자의 모습이 보였다.

이전 백면지네의 가면을 얻은 건 알고 있다.

헌데.

“얼굴에 썼다고?”

가면을 얼굴에 쓰다니?

사람이 어떻게 귀신의 가면을 쓴단 말인가?

그들 또한 백면귀들의 가면과 백면지네의 가면을 연구해 보았으나.

쉬이 결론이 나왔다.

인간이 써서는 안 된다.

깊은 그림자에 먹혀 살인귀가 되고 말 거다.

그런데 지금 황자가 쓴 가면은 백면지네의 것보다 더욱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맹장과도 같은 얼굴.

그가 당당히 그림자를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자.

키르르륵!

백면지네가 경기를 일으키며 자리에 멈추어 섰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대는 게 황자가 쓴 가면을 경계하는 모양.

곧 흰 바탕 위 그려진 귀신의 얼굴과 맹장의 얼굴이 마주했고.

놈이 그림자를 뚝뚝 흘리며 황자를 주시.

반면 황자는 그저 태평하게 자리에 서서 놈을 바라볼 뿐.

이윽고 참을성이 다한 백면지네가 황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그를 지키려 하기 전.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네, 두고만 보셔도 돼요.”

안드레와 솔이 먼저 나서 그들을 말렸다.

괜히 끼어들었다간 휘말린다.

경고에 멈칫하는 사이 어느새 백면지네가 황자의 앞에 치달았고.

수백의 발을 바쁘게 놀려 단번에 황자를 휩쓸려 하기 직전.

콰드드득.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먼저 울렸다.

이후 펼쳐진 풍경에 청익과 3전투 마법사단 모두가 솔과 안드레의 성장을 보았을 때보다 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 황자는.

콰드득, 콰득.

백면지네를 씹어먹고 있다.

그림자를 내뿜어 놈의 몸을 공들여 뜯어먹었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백면지네의 가면을 손에 쥐더니.

쥐어짜듯 손아귀에 힘을 주자.

지네의 비명이 즐거운 음악처럼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렇게 귀곡성이 얼마나 울렸을까.

그림자를 모두 뜯어 먹힌 초라한 백면지네의 가면이 쩌적 갈라지며 힘을 잃었고.

그제야 황자가 포만감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팔을 타고 스멀거리며 올라간 그림자가 맹장의 얼굴에 흡수되었다.

갓 바른 잉크처럼 촉촉해진 얼굴을 돌려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입을 여니.

“따라올 테냐. 여기부턴 고난이 많을 것이다.”

물론 고난을 이겨 낸 자들은 그만큼의 상을 받겠지만.

황자의 경고인지 유혹인지 모를 말에.

“따르겠나이다!”

“따르게 해 주소서!”

기사와 마법사들이 먼저 나서 따르겠다 소리를 질러 댔다.

고난이라면 환영이다.

솔과 안드레와 같이 강해질 수만 있다면!

그들의 번쩍이는 눈을 보며.

“왜 굳이 고난을-?”

“그러게요. 그런 힘든 길을 왜?”

안드레와 솔이 말리려 했으나.

“좋다. 따라오도록.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지.”

황자는 이미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 버렸고.

뭐에 홀린 듯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뒤를 따르니.

훌륭한 역군을 얻었단 생각에 황자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피어났다.

안드레와 솔이 처지도 모르고 뒤를 따르는 선임들을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길 잠시.

“…우리가 누굴 불쌍해할 처지는 아니죠, 평민 안드레?”

“그렇지, 춤추는 가로등.”

“이익! 나는 춤추는 가로등으로 진화했는데 왜 평민은 진화 안 해요! 생각해보니까 나만 맨날 놀림받잖아요.”

“대신 그만한 힘을 받았잖아? 진화해서 좋은 거 아냐?”

“그, 그건 맞죠. 아니 맞나? 뭔가 이상한 논리인데요?”

“나도 진화 맛 좀 보고 싶은데.”

“그럼 가서 다른 별명으로 불러 달라고 해 봐요.”

“아, 그건 사양.”

“것봐요!”

이미 둘도 황자를 마음속 깊이 따르고 있었기에.

말리기에는 꼴이 우습다는 것 정도는 알았고.

그대로 그의 뒤를 따라 점차 깊은 숲으로 나아갔다.

* * *

영림 안으로 들어가는 길,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리했고.

달려오는 지네의 크기가 점차 거대해졌다.

작게는 10m 크기, 가장 깊이 들어가자 블랙맘바에 준하는 크기의 개체가 심심치 않게 달려들었다.

물론.

[신비 그림자가 작은 그림자를 흡수하여 더욱 짙어집니다]

[신비 그림자가 커다란 그림자를 흡수하여 더욱 넓어집니다]

[신비 그림자가 매우 커다란 그림자를 흡수하여 더욱 깊어집니다!]

[신비 그림자가 많이 모여 백면맹장의 얼굴에 선이 추가됩니다! 속성 날카로운 이빨을 획득합니다]

나에게 놈들은 그저 훌륭한 그림자 공급원일 뿐.

그렇게 얼마나 깊이 들어갔을까.

문득.

“이봐, 지도에 나온 바에 따르면 이미 자네들이 그린 부분을 지나쳤겠군.”

“맞습니다. 저희가 마지막으로 본 게 아까 그 거대한 지네보다도 작았으니까요.”

“슬슬 놈들이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놈들 말입니까?”

내 기대감 어린 목소리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사이.

역시나 짙은 어둠이 주변에 서렸고.

어디선가.

“너 그 가면은 뭐야? 처음 보는 가면인걸?”

앳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문득 쳐다본 반쯤 부서진 채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바위 위.

고풍스런 옷을 차려입은 아이가 다리를 까딱이며 앉아 있는 모습.

아이의 얼굴엔 하얀 가면.

그려진 그림은.

“황자?”

위엄 넘치는 꼬마 황자.

녀석이 날 가리키며.

“흥미롭네. 너 내 신하 할래?”

어림도 없는 소리를 뱉었고.

이에 맞서 나는.

“백면황자, 억울하게 죽어 원혼이 된 황자로군. 하지만 지금은 내 먹잇감이지.”

군침 아니 살기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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