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94화 (94/200)

94화 번쩍번쩍 콰콰쾅!

영림은 본래 강철성, 황가가 소유한 사냥터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크기를 자랑했다.

안에는 각종 몬스터와 신비한 동물이 가득했다 한다.

그런데 황손들은 정작 사냥해야 할 몬스터들을 죽이는 대신, 엉뚱한 방향으로 활을 겨누었다.

같은 황손들과 그들을 따르는 귀족들.

참으로 편하지 않은가.

황가 안, 그것도 드넓은 숲.

증인은 몬스터와 동물뿐인 장소.

한가운데서 마주한 정적.

죽이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서로가 서로를 사냥하는 사냥터가 되어 버렸고.

알게 모르게 많은 피와 죽음이 흘렀다.

실제로 어떤 황제는 자기 뜻에 반하는 신하들을 몰아넣고 직접 쫓아다니며 죽였다고도 하니.

그야말로 사람을 사냥하는 사냥터나 마찬가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다.

죽은 이들의 피와 시체, 원한과 분노가 땅에 스며들었고 그들의 원혼이 떠나지 못한 채 숲을 떠돌았다.

처음엔 원혼이 불러온 짙은 안개가 스멀스멀 끼었다.

음산한 기운에 점차 들어가는 사람들이 적어졌다.

자연스런 현상,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자 숲이 스산함을 축축하게 머금었고.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처음엔 고용인들 사이에서.

이후엔 황손들 사이에서.

오래전 죽은 이들이 나타난다는 이야기.

이쯤 되면 숲을 소각하거나 정화 작업을 해야 하건만.

오히려 황가에서는 숲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서로를 죽이는 것을 권장했고.

그럴수록 고인 어둠과 원한이 강해지니.

오랜 세월이 흘러 하얀 가면을 쓴 귀신, 백면귀가 생겨났다.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그저 귀신에 불과했던 녀석들이 실체를 갖추어 사람을 공격했고.

종국엔 서로를 잡아먹어 가며 점차 크기를 불려 나갔다.

하나의 백면귀가 아흔아홉의 백면귀를 잡아먹으면 지네가 된다.

식탐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고, 지네가 다른 지네를 잡아먹으며 점차 크기를 불려 나가.

나중엔 수백 개의 다리를 흔들며 숲을 휘저을 정도로 강대해졌다.

황가의 실력 좋다는 기사들과 마법사들도 거대 지네를 상대하려면 애먹을 정도.

그러나 진짜는 바로 그 너머.

오랫동안 누구도 발걸음을 옮기지 않은 심처.

지네의 껍질마저 탈피한 진짜 귀신들이 머무는 장소.

[대상의 운명을 읽습니다. 커다란 원한에 가려 운명이 쉬이 보이지 않습니다. 운명 원망, 슬픔, 이루지 못한 목표, 망령이 당신을 잡아먹고자 합니다]

지금 내 앞에 선 황자의 가면을 쓴 아이가 그러했다.

오랫동안 다른 지네를 먹고 살아온 지네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을 때.

안에 뒤섞인 수백, 수천의 영혼 중 가장 강렬한 염원을 지닌 개체 하나가 밖으로 부상한다.

녀석 같은 경우엔 황태자가 되지 못하고 죽은 황자의 영혼이 나머지를 잡아먹고 주인이 된 격.

풍기는 기세가 나름 삼엄했으나.

“여기에 있는 것을 보니 문지기 수준인가 보군.”

“뭐? 지금 뭐라고? 고귀한 나에게 뭐라고?”

“문지기.”

“아니야!”

“문지기.”

“아니라니까! 나는 제국의 위대한 황자다!”

“웃기는 소리 마라. 황태자도 못 되고 죽은 귀신아.”

“너, 너! 감히 신입 주제에 버릇이 없구나? 심지어 고귀한 피도 아닌 일개 장수 주제에! 어딜 황자에게 그런 모욕을 지껄여!”

“너와 같은 고귀한 피면 이런 모욕을 감내할 수 있는 건가? 불쌍한 취미로군.”

“아냐! 그런 거!”

“신하 하나 없는 황자와 뒤에 부하가 가득한 맹장이 부딪히면 누가 이길까?”

“그러고 보니 너 어떻게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는 거지? 먹고 싶지 않은 거냐? 아니, 그 전에 어떻게 여기까지 끌고 온 거야?”

뒤에 선 청익 기사단과 마법사들을 향해 군침을 흘리는 놈을 보며 입술을 삐뚜름이 끌어 올렸다.

그 상태로 반쯤 가면을 벗어 이목구비를 보여 주니.

“어? 어어? 너 뭐야! 어떻게 얼굴이?”

놈이 당황하며 바위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본래 가면을 쓴 백면귀들은 얼굴이 없다.

가면에 그려진 얼굴이 본인들의 수준이자 영혼 그 자체.

아마 황자 놈이 자신 있게 나에게 말을 건 이유가 얼굴에 그려진 그림이 맹장이었기 때문이겠지.

장수는 본래 황자의 밑이니까.

하지만.

“보았지? 너희들의 서열 놀음은 통하지 않는다. 난 가면을 쓴 귀신이기도 하며 살아 있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황자, 감히 혈통을 들먹여 날 억압하지 말아라.”

나는 놈들의 위계에서 자유로웠다.

본래 백면귀들은 포식자가 모든 걸 잡아먹는 구조.

생각해 보니 강철성의 생리를 닮았다.

강철성에서 죽은 이들이니 생전의 법도를 따르는 모양.

허나 어차피 나는 운명을 잡아먹는 자.

서열이든 법칙이든 잡아먹으면 그뿐.

그리하여 놈에게 당당히 검을 겨누며 물었다.

“너희들의 황제가 있는 장소가 어디인가. 안내해라. 내가 그의 자리를 취해야겠다.”

과거 영림엔 또 다른 황제가 산다 들었다.

제국 정보부와 황가 마법사들이 이런 신비한 장소를 그냥 둘 리 없다.

정보부는 자신들이 모르는 정보가 있다는 걸 병적으로 싫어했고 마법사들의 호기심은 목숨을 넘어설 정도니까.

많은 이가 영림을 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들이 꽤 있었다.

특히 지난 홍련의 섬에서 부딪힌 1전투 마법사단 출신 마법사가 발표한 연구서에 따르면.

영림의 가장 깊은 곳에는 지네를 넘어선 놈들, 일명 자아를 획득한 백면귀들이 존재했고.

그 중심엔 영황, 그림자 귀신들의 황제가 존재한다는 보고.

물론 대부분은 그 보고서를 허황된 소리라 웃어넘겼고.

전생에도 비고 깊은 곳에 처박혀 있다 내 손에 들어왔다.

그때 확인한 사실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마법사는 홀연히 행방불명 되었다는 후문.

보고서 또한 대부분 파기되었는데 딱 하나가 황가 비고에 보관되어 액운을 피한 모양.

1전투 마법사단은 분명 영림의 깊은 곳까지 파악했던 모양.

전생엔 그저 호기심 많은 마법사가 벌인 일인 줄 알았는데.

그 마법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전생에 보았던 이름이 가물가물했다.

잠시, 전생에 보고서에서 보았던 이름을 떠올리려 고민하는 사이.

황자의 얼굴을 한 귀신이 광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높게 찢어지는 목소리와 더불어 몸을 덮은 고풍스런 의복이 펄럭였고.

가면 깊은 곳 붉은 안광이 번져 나왔다.

“사람이 감히 영림에 발을 들여? 그것도 가면을 쓰고? 미쳤구나. 그 가면을 내놔! 내가 가져야겠다! 인간에게 허락된 힘이 아니야!”

놈의 가면 위 그려진 황자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더니 삐죽한 이빨을 갈아대었고.

덩달아 숲이 으스스한 소리를 뿜어냈다.

펄럭이던 의복에서 날카로운 가시가 솟아나며 기괴한 제 본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상대는 귀신이다, 인간의 형체는 과거의 추억을 따라 한 것뿐.

지금 드러낸 저 흉측한 몰골이 진짜.

백면황자가 흉포한 괴물이 되는 사이.

나 또한 놈을 마주하여 검은 그림자를 몸에 둘렀고.

곧 콰르르르! 브레이커가 이빨을 대신해 거칠게 울어 젖혔다.

“마침 잘되었군.”

강한 적을 만났으니 실험해 볼 것이 많았다.

첫째로는 브레이커와 그림자의 궁합.

평소 염제심결의 불꽃만 둘렀던 브레이커에 백면맹장의 그림자를 구겨 넣기 시작.

처음엔 울컥울컥 그림자를 게워내던 브레이커가 곧 새까만 어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푸쉬시시식-

짙은 매연을 뿜어내며 숨을 씨근덕거렸다.

그러나 그마저도 잠잠해졌다.

불을 빨아들인 브레이커가 광폭했다면 그림자를 흠뻑 머금은 지금의 브레이커는.

“음침하구나.”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처럼 음침했다.

옅게 느껴지는 진동이 어서 적의 피와 살을 원하는 듯해.

“와라, 귀신.”

이젠 완전히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황자였던 귀신을 마주하여 싸움을 시작했다.

첫 일격.

그림자를 타고 공간을 건너온 놈과 스쳐 지나갔고.

놈의 옆구리를 울컥 뜯어먹었다.

브레이커가 그제야 날을 휘돌리며 찢어 낸 그림자를 꿀떡꿀떡 삼키더니.

검을 휘두르자 먹은 그림자를 역으로 상대에게 쏘아 냈다.

땅을 가르는 검은 송곳니가 놈을 향했고.

놈이 이를 이겨 내기 위해 더욱 큰 그림자를 뿜어냈으나.

브레이커가 다시 이를 빨아들이더니.

다시 그림자를 뱉어 냈다.

이번엔 더욱 크게.

백면황자가 쏟아지는 자신의 그림자를 상대하느라 분투하는 사이.

딸깍, 품 안에 챙겨 온 작은 병을 열어 붉은 염료를 살짝 그림자 위에 끼얹자.

그림자 뒤에 숨어 치달은 붉은 염료가.

“끄아아아! 이게 뭐야!”

놈의 가면을 물들였다.

그러자 상대의 그림자가 이리저리 망가지며 힘을 잃어 갔고.

본격적인 사냥 시간이 시작되었다.

* * *

황자와 황자의 싸움을 보며 모두가 자리에서 멈추었다.

특히 백면지네를 상대해 보았던 기사들과 마법사들의 얼굴이 창백했다.

상대의 강함이 단번에 느껴졌기 때문.

마치 백면지네 수백을 마주한 것 같은 압도감.

청익과 3전투 마법사단이 모두 합심해야 상대할 만한 정도.

아니, 상대할 수 있을까?

강한 단일 개체는 때론 쉽게 집단을 무력화하기도 한다.

공격을 쏟아부을 수 있는 면적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장소도 좋지 않았다.

이곳은 놈들의 아지트, 우리에겐 적진.

심지어 상성마저 불리했다.

같은 공격이라도 일반 마나가 놈들에게 입히는 피해 수준은 평소 화력의 절반 정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신체가 아니기에 억센 그림자를 끊어 내기 위해선 더 많은 마나가 필요했고.

상처를 입히면 금세 그림자를 끌어와 회복, 때론 그림자 안에 숨어 공격을 피해 내기까지 했다.

반면 인간의 육신은 놈들의 그림자에 쉬이 상처를 입었다.

그런 상성 관계가 없었다면 청익과 3 마법사단은 훨씬 빨리 영림을 헤집었으리라.

그래도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들이니까.

그런데 황자는 마치.

“사냥이군.”

“손쉬운 사냥이야.”

“누가 괴물이고 누가 인간인지 모를 정도인데.”

인간과 백면귀 사이의 상성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본래 지닌 마나가 통하지 않는다면 놈들의 능력을 사용하면 될 뿐.

그도 모자란다면 위에 설 수 있는 상성을 준비하리라.

그리 말하는 듯했다.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정체 모를 붉은 가루를 뿌리자 백면황자가 고통스러워 몸을 뒤틀었고.

황자는 그저 놈의 몸을 한 점 한 점 저며 검에 먹였다.

비록 그림자라지만 비명과 뚝뚝 떨어지는 그림자가 생생하여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

“염료가 정말 소용이 있네.”

“흑해에서도 유독 어둠에 강했으니까요. 전하께선 다 계획이 있으시겠지요.”

“가로등은 어때? 이길 자신 있어?”

“전혀요. 전 지네까지가 한계예요. 가면은 분명 강한 능력이지만 저보다 상위종을 만나면 왜인지 무기력해지더라고요.”

“으음, 나도 염료를 손에 쥐면 상대할 수 있으려나.”

“보기엔 어떤데요.”

“불가능, 결국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 같아. 팔 하나는 줘야 할 거 같은데. 반면 전하께서는 전신 능력을 모두 사용하신 게 아니니까. 으음, 이상허다. 예전엔 분명 내가 강했는데. 언제 저렇게 강해지신 거지?”

“그 말투는 뭐예요. 뭐 전하께서야 워낙 다양한 능력을 보유하신 분이니까요. 근데 왜 굳이 능력을 폭발시키지 않으시는지 이유는 모르겠네요.”

“그러게. 이상허다. 분명 번쩍번쩍 콰콰쾅 하면 쉽게 끝내실 텐데. 왜?”

“그렇죠. 번쩍번쩍 콰콰쾅이면 금방이죠.”

둘의 태평한 대화에 이번엔 모두가 숨을 삼켰다.

아니, 지금 저 무력만으로도 놀라울 정도인데 더 커다란 힘을 숨기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번쩍번쩍 콰콰쾅은 뭔데.

기술 이름인가? 기술 이름이라기에는 너무 원초적인데.

마법인가? 검술인가? 검술이 번쩍번쩍? 콰콰쾅?

다들 의문을 품은 채 솔과 안드레의 대화를 슬쩍슬쩍 훔쳐 듣는 사이.

“이제 누가 신하가 될 차례냐.”

어느새 황자의 사냥이 끝났다.

괴기한 힘을 뽐내던 백면 귀신은 모든 그림자를 잃고선 바닥에 쓰러져 붉은 얼굴로 숨을 헐떡였고.

맹장의 가면을 쓴 황자는 그림자를 두른 채 검게 물든 거검을 들어 놈의 목숨 줄을 희롱했다.

보이지 않았으나 왜인지 웃고 있을 것 같았다.

아니 들썩이는 어깨를 보아하니 진짜로 웃고 있는 모양.

“답해라. 죽어 버린 황자. 황제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다면 내 목숨을 살려 주지. 대신 나를 섬겨라.”

“웃기는 소리, 어찌 위대한 황자가 다른 자를 섬길까. 죽여라.”

“기개는 있군.”

“그래, 인간에게 졌다는 게 한이다.”

“평생을 한으로 살았으니. 그거 하나 더한다고 크게 흠은 아니지.”

그걸로 끝이었다.

황자가 상대의 그림자를 완전히 끊어 낸 순간.

힘을 잃은 가면이 툭 떨어져 나뒹굴었다.

그리고.

“일어나라.”

황자의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그가 지금껏 삼켰던 그림자들이 붉은 가면에 쏟아져 들어갔고.

스멀스멀 형태를 갖추어 황자의 옆에 섰다.

“가자.”

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냥이 벌어졌다.

처음 붉은 가면을 취한 이후부터 숲을 돌아다니며 다른 가면들을 찾아 나섰다.

사냥하는 족족 모두 황자의 가면으로 흡수되었다.

위기를 감지한 귀신들이 도망치려 했으나.

뒤엔 붉은 가면이, 앞엔 맹장이 버티고 있으니.

다른 귀신들의 그림자를 빨아들일수록 가면에 그려진 맹장의 얼굴이 점점 더 생생해졌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 해도 믿을 정도.

사냥하는 중에 황자는 붉은 황자를 비롯하여 다른 귀신들의 가면을 모아 나갔다.

기준은 모르겠다.

때론 공작이기도 했고, 때론 위대한 기사의 얼굴이기도 했다, 심지어는 수녀의 가면까지 취했다.

그렇게 총 다섯.

붉은 황자, 청색 기사, 백색 수녀, 황색 공작을 모아 자신의 세력으로 삼았다.

“가로등, 이끄는 가면들을 삼켜라.”

황자의 명에 그녀가 주변에 가득한 가면들을 삼키자.

그녀의 가면에도 새로운 귀신의 얼굴이 자리 잡았다.

이제 막 형성된 얼굴이라 어떤 표정인지 무엇을 나타내는지 불분명했고.

주변에 늘어선 다른 귀신들보다 힘도 미약했으나.

“뿌려라.”

황자가 첫 제사장을 도외시할 수 없었는지 솔에게 검은 염료를 주었고.

그녀가 검게 가면을 물들였다.

검은 제사장이 다른 가면들과 자리를 같이하니.

다섯 가면을 뒤에 대동한 황자가 당당히 걸어 더욱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들어갔을까.

쿵, 쿵, 쿵!

어디 선가부터 땅이 울리기 시작하더니.

“설마 기사단?”

“마법사들?”

가면으로 이루어진 군세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일.

황가 강철성 영림 속 귀신들로 이루어진 군대가 있을 줄이야!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하나만으로도 어려운 싸움을 각오해야 하건만 저 많은 숫자라니!

그런데 목숨을 걸어도 모자랄 상황을 앞두고.

황자는 웃었다.

정말 신나게도 웃었다.

그의 웃음이 기사단과 마법사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울 정도.

“웃기는 장난질이군. 너희들의 황제는 이딴 거짓을 좋아하는가?”

황자가 녀석들을 비웃길 잠시.

양손을 기도하듯 모으니.

안에 세 가지 색이 감돌기 시작했다.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세 불꽃이 이지러지며 서로를 희롱하였고.

황자가 그 위를 어두운 불꽃으로 덮었다.

그러고도 모자라 깊은 어둠으로 불꽃들을 감싸기 시작.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그가 지닌 어두운 그림자로도 불빛이 가려지지 않아 여러 번 응축하고 압축하길 오래.

손안에 작은 구슬을 하나 띄워 냈다.

까만 구슬 속, 어둑한 불을 휘감은 세 불꽃이 빙빙 돌며 춤을 추었다.

어찌 보면 작은 세계를 띄워 올린 것도 같았다.

황자가 작은 공간 안에서 무한히 변화하는 구슬 속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잘 나왔네.”

만족을 표했다.

저 많은 귀신을 앞에 두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가?

역시나 그의 광증을 이해하기 어렵다 생각하는 사이.

그가 직섭 빚어 낸 작은 구슬 하나를 놈들을 향해 던졌고.

휘익 날아간 구슬이.

토옥, 앙증맞은 소리를 내며 그들 사이에 떨어져 내린 후.

쩌적, 감싸 놓은 겉면이 갈라짐과 동시에.

그들의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다음은 솔과 안드레의 말대로였다.

번쩍.

번쩍.

콰콰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