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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96화 (96/200)

96화 반역

본래 황가의 기사단은 13개였으나 숫자는 12까지였다.

지금 존재하는 13번째 홍익 기사단은 후대에 창설된 기사단.

현재 강철성과 황제궁을 지키는 제1기사단, 쇠뿔 기사단은 현 13기사단 중에서 최강임이 분명하나.

대륙 최강이라는 의견엔 반대하는 자들이 꽤 있을 것이다.

제국 내부만 하여도 동남부의 가고일 기사단과 뇌전 마법사단, 북부의 북벽 기사단, 남부 이종족만으로 이루어진 청매 레인저와 스프링 필드의 백장미 마법사단이 어깨를 견주었다.

최근 북부에 일어난 변고로 인해 북부의 검 루카르를 잃은 북벽 기사단이 최하단 취급을 받고는 있으나.

지금 겪고 있는 고난을 극복하는 순간 수좌의 자리를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을 정도이니.

뿐만인가.

제국을 넘어서는 기사왕국의 드래고니아 기사단, 마도왕국의 마도 전투단 등.

제국 너머 강자들 또한 때때로 1 기사단과 어깨를 견주어 왔다.

제국이 쉬이 동부를 넘지 못하는 이유 또한 저 너머 존재하는 강자들 때문.

허나 먼 과거, 대륙엔 확고한 최강 기사단 하나가 존재했다.

바로 0번째 기사단인 불꽃 기사단.

제1기사단이 자리를 대신하기 전, 황제를 지키는 가장 숭고한 임무를 도맡았던 기사단이자.

단원 전부가 기예를 넘어 신비를 지녔던 대륙 최강의 무력 집단.

건국제가 대륙을 질타하던 시기에 그의 옆에서 같이 신화와 전설을 이루었다던 자들.

그런 위대한 자들이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급격히 세를 잃어 갔다.

지닌 무력은 여전히 최강.

하지만 설 자리가 사라졌다.

신화와 전설이 끝나자 남은 것은 인간들의 추악한 욕망과 이권 다툼뿐.

누군가는 황가 계승 다툼에 휘말려 죽었고, 누군가는 의미 없는 정복 전쟁에 끌려가 죽었으며, 누군가는 탐욕에 눈이 멀어 지닌 신비를 잃었다.

실제로 죽은 불꽃 기사단이 남겨 두었다는 신비를 찾기 위해 많은 방랑기사가 제국 전역을 떠돌았다.

개중엔 기연을 얻어 위대한 기사가 된 이들도 있을 정도.

-영림 깊은 곳에는 강대한 귀신들과 맞서 싸우는 심장에 불꽃을 품은 기사가 하나 있다. 1전투 마법사들조차 껄끄러워 피해 다녔던 귀신이자 귀신이 아닌 자.

과거 영광을 지녔을 몸은 없고 오랜 회한만이 갑옷 안에 들어차 귀신들과 영원한 전투를 벌이는 지치지 않는 기사.

마법사들은 그에게 조롱이 가득한 깡통 기사란 멸칭을 붙여 주었으나 감히 이야기하건대 현시대 가장 기사다운 기사가 아닐는지.

전생 1전투 마법사단 부단장 달런이 쓴 영림에 대한 보고서 중 일부.

당시엔 현역에서 활동하던 자가 쓴 보고서인 줄 알았는데.

퇴역하고 나서 이러한 보고서를 작성했다지.

그가 남긴 보고서를 통해 영림에 존재하는 귀신들의 군주와 불꽃 기사단의 존재를 예상했다.

다만 그때는 들어갈 수 없어 두었을 뿐.

이번엔 달랐다.

북부와 서부를 얻었고 황후에게 대들 힘을 길렀다.

허나 그들은 외부 세력.

수도까지 몰려오는 데 시간과 장애물이 많았고.

결국 황태자가 되려면 당장 끌어올 무력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계획한 것이 바로 영림 토벌.

황후의 힘 중 일부인 영림을 무너뜨리고 안에 담겨 있는 힘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

“빼앗고 차지해야 일을 벌이는 의미가 있지.”

적의 것을 부수는 거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상대의 손해로는 메꿀 수 없는 간격.

황후와 나의 세력 차이는 그 정도였다.

그녀는 태생부터 권력자였고 평생을 들여 자신의 힘을 공고히 쌓아 왔으니까.

제국의 태반이 그녀의 것.

북부와 서부를 갖고 동북부와 연합하여도 부족하다.

하여 그녀의 것을 부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빼앗기로 했다.

그래야 빨리 격차가 메꿔질 테니.

또한 가능하다면 서부를 뒤흔들고 오랫동안 검은 비를 준비했던 배후 또한 잡으려 했다.

늙은 제사장이 남겼던 말.

숲엔 오랜 망령이 산다.

황후와 1전투 마법사단, 영림에 사는 귀신들, 흑해와 악마.

이들은 무엇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가.

황후와 현자는 어째서 서로 반목하는 것일까.

전생 폭군은 황후를 몰아내기 위해 추수꾼과 손을 잡았으리라.

직접 겪진 못했어도 복잡한 관계들을 짐작했다.

이 매듭을 풀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복잡한 정치적 견제와 세력의 확장, 더 나아가 명분을 획득해야겠지.

평범한 인간이라면.

하지만 나는 광기에 젖은 자.

“모두 잘라 버리면 그만 아닌가.”

그들의 사정과 명분엔 관심 없었다.

결국은 모두 적.

그러니 모두 무너뜨릴 거다.

진실을 못 들어도 괜찮다.

어차피 죽이면 무엇도 하지 못하는 법.

그러기 위해 들어온 영림이기도 했고.

헌데.

“안 됩니다! 가시면 안 됩니다! 전하! 절대로 가면 안 됩니다!”

생각지 못한 장애물을 만났다.

바로 불꽃 기사단의 망령.

스스로를 명예를 잃은 기사라 하여 무명 기사라 불러 달라고 했던 녀석이.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말에.

“절대 안 됩니다! 소신의 목을 치고 들어가소서!”

커다란 덩치로 앞길을 막아서고선 외쳐대기에.

자리에서 검을 휘둘러 놈의 투구를 쳐냈고.

그러자 텅 빈 속이 드러났다.

“하하하! 사실 전 쳐낼 목이 없습니다! 그러니 절대 들어가지 못하십니다.”

놈이 제 텅 빈 속을 자랑하며 못 들어간다 재차 외쳐 대는 동안.

“허어업! 모, 목이!”

“아니, 안이 비었단 말인가?”

“어떻게 저런!”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놀라 소란을 떨어댔다.

안이 텅 비어 있을 줄은 몰랐겠지.

“저는, 전 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베지 못합니다 크하학, 하하하학!”

무명 기사가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배를 잡고 웃어 댔다.

아, 배도 없지.

어쨌든 갑옷을 잡고 웃는 꼴이 어이없었다.

놈이 목이 있든 없든.

“비켜라. 들어가야겠다.”

영림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니.

크게 숨을 들이켠 놈이 투구를 올려 쓰며 진지하게 말투를 바꾸었다.

어째 정상은 아닌 듯싶다.

“들어가면 죽습니다.”

무엄한 말에 이번엔 검을 휘둘러 기사의 투구와 팔다리를 날렸다.

그러나 녀석은 그 자리에 당당히 서서 말을 반복할 뿐.

“이기지 못합니다. 장담하죠. 전하께서 불을 품으셨다곤 하나 부족합니다.”

“무엄하구나.”

“무엄하죠. 무엄하나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홀로 오랜 시간 놈을 상대해 왔습니다. 전하께서는 백면영황을 이기지 못합니다.”

백면영황(白面影皇).

기사는 귀신들의 수장을 황제라 불렀다.

“감히 더러운 귀신들의 수좌에게 황이란 이름을 붙이는가. 무엄하다. 불꽃 기사단으로서 누구에게도 붙일 수 없는 호칭임을 알 텐데.”

“그러한 불꽃 기사단이 상대에게 황이란 호칭을 붙인 이유가 있지 않겠나이까.”

“…….”

묵묵히 팔과 다리를 다시 끼워 넣는 녀석의 몸짓이 어딘가 서글펐다.

무언가 좋지 않은 가정이 떠올랐다.

“황가의 후손이다? 귀신들의 왕이?”

“그렇지요. 당신처럼 가장 진한 혈통을 이은-.”

“거기까지. 더는 입을 열지 말라. 듣기 싫은 이야기다.”

“입이 없습니다만.”

깡, 꺄악!

놈의 덧없는 농에 다시 머리통을 쳐 날리니 마침 자리에 선 솔의 발 앞에 떨어졌고.

그녀가 경악하며 투구를 발로 차고는.

“끄아악!”

“갑옷이니 아픈 법이지. 철과 발가락 중 무엇이 단단하겠나. 물론 난 발가락이 없지만.”

제 발을 잡고선 펄쩍펄쩍 뛰었다.

무명 기사가 솔의 무신경함을 탓하며 다시 태연스레 투구를 끼워 넣고는.

“여튼 지금 가지고 계신 밝은 불로는 상대할 수 없습니다. 영황은 더 많은 불꽃을 가졌거든요.”

다시 불가함을 주장했다.

이해는 되었다.

녀석의 말이 아니었어도 깊은 곳 떠오르는 운명이 위험을 경고했으니까.

내 피와 불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문득 콧속으로 밀려드는 칙칙한 그림자가 짙은 탄내를 뿜어냈다.

놈이 날 주시하고 있다.

백면영황.

“그러한가.”

“네, 방금 저에게도 막힌 빛살 아닙니까. 밝은 불을 가지고 계시다는 게 놀랍긴 하지만 그뿐입니다.”

“놈의 불은 어떻지?”

“어둡습니다. 짙고 어둡지요. 모든 걸 부식시킵니다.”

“네가 보았던 건국제의 불이 그러했나.”

“그럴 리가요. 비할 바가 없지요. 하지만 분명한 건 강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빌어먹을 깡통아. 네가 섬기던 분의 불마저 잊었단 말이냐.”

나의 질책에 기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 모양.

“황가의 혈통은 불을 잃었다. 꽤 오래되었지.”

“뭐라 하셨습니까? 불을 잃었다니요. 그렇다면 전하께서 가진 불은 무엇입니까. 분명 후손들이 품은 불 중에서도 희귀한 밝은 불이 아닙니까.”

“어차피 영황이라 불리는 놈도 물려받은 불의 찌꺼기나 모은 자가 아닌가.”

처음엔 설마 진짜 건국제의 불을 품었나 싶었다.

그렇다면 가망이 없으니까.

어두운색의 불이라면 아직 구할 때가 아니니까.

하지만 운명은 알려 주었다.

[거대한 힘에 가려진 운명의 일부를 엿봅니다. 사라진 불의 찌꺼기가 숲에 가득합니다. 당신이 품은 신비 염제심결이 열화된 신비에 불과합니다]

놈이 품은 불은 건국제가 품었던 것에 비하면 그저 찌꺼기에 불과하다고.

과거 아직 건국제의 뜻이 지엄했을 시절엔 황가의 후손은 모두 자신만의 불을 품고 태어났다.

색색별로 달랐으며 품은 능력 또한 달랐다.

강철의 신비가 몸을 단단히 해 주고 신비로운 불로 앞을 가로막는 것을 태우니.

혹자는 전설의 신수 드래곤이 사람으로 형상화한 것과 같다 했지.

황손의 머리카락 색이 옅은 이유도 여기 있었다.

자신이 가진 불이 머리를 물들였으니까.

성인식 또한 속에 담긴 불을 꺼내기 위한 의식이었다지.

건국제에게 들은 진실은 그러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며 불은 사라졌다.

머리가 회색으로 물들어 때가 타면 탈수록 그들이 품었던 깨끗한 불꽃의 신비도 점차 옅어졌다.

“말도 안 돼, 불이 사라졌다니. 불이 사라졌다니? 황가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 아닌가.”

혼란스러워하는 무명 기사의 말대로였다.

황가는 자아 중 일부를 잃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잃은 것은 그것 말고도 한참이나 많다. 불꽃의 기사. 네가 숲에서 오랜 시간 동안 귀신들과 전투를 치르는 동안 제국은 많은 것을 잃었지.”

생각해 보니 과거의 영광을 참 많이도 잃었구나.

그래서 더욱 물러날 수 없었다.

하여.

“가로등, 제사를 준비하라. 불을 나누어야겠다.”

“네.”

“다른 이들에겐 네가 방법을 알려 주도록.”

서부 홍련에서 벌였던 일을 재현하기로 했다.

이길 수 없다? 웃기는 소리.

“세력을 잃은 황제는 무엇을 할 수 있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한 것인지 아니면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멍하니 서 있는 무명 기사에게 물었다.

“건국제를 따랐던 기사여. 황제를 섬길 자가 하나도 없다면 그는 황제인가?”

“…아니겠죠.”

“황제는 홀로 오롯할 수 있는가?”

“…없습니다.”

“있다.”

내 단호한 답에 기사가 고개를 갸웃했고.

안드레가 푸흡 터지는 웃음을 참았다.

“…무슨 소리십니까. 뇌가 없는 건 접니다. 전하가 아니라.”

“나는 오롯할 수 있다. 저 가짜 놈과 다르게 말이지.”

“홀로 오롯하실 수 있으시다는 말씀입니까.”

“남들이 받쳐 황제가 되는 자, 남들을 끌어 황제가 되는 자. 모두가 같은 수준일 순 없지 않은가. 너희가 만난 건국제는 어떠했지? 그가 너희의 힘을 빌어 황제가 되던가?”

“…아, 아아, 아아아.”

무명 기사가 깨달았는지 깊은 탄식을 뱉었다.

뿜어내는 탄식 속에 오랜 그리움이 뚝뚝 묻어 나왔고.

그의 긴 한숨을 배경음 삼아.

“제사를 시작하라.”

둥둥, 두둥, 둥.

심장을 울리니.

귀신의 가면을 덮어쓴 솔이 주변을 돌며 그림자와 빛을 뿜어내었고.

영문을 모르는 마법사들이 그녀에게 들은대로 주변을 휘돌았다.

가장 바깥의 기사들이 검을 든 채 울타리를 치듯 주변을 경계하니.

각자의 몸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와 숲을 스멀스멀 먹어 가기 시작.

“너희도 춤을 추어라.”

내 명령에 주변을 떠돌던 붉은 황자, 청색 기사, 백색 수녀, 황색 공작이 솔의 주변에서 따라 돌았다.

솔의 검은 가면과 함께 있으니 오색이 맞추어졌고.

곧 휘도는 중에 오색 염료가 스멀스멀 피어나니.

“썩어 버린 숲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보자.”

건국제가 사용했다던 장궁을 들어 하늘을 겨누었고.

활에 세 가지 불꽃을 짜 올렸다.

활이 영롱히 빛나는 것을 보고는.

“데스레인!”

무명 기사가 숨막히는 비명을 질렀다.

* * *

그러니까 언제쯤이었더라.

아주 오래전, 이름마저 잊어버린 지금과 다르게 영광 속에서 살던 시절.

건국제의 무력행사를 종종 목격했다.

그가 불꽃 기사단에 막 입단했을 당시엔 이미 제국의 위상이 공고했을 때였으나.

“뭐? 이 새끼들이! 다들 무기 챙겨! 당장 조지러 간다!”

“폐하, 조지러 간다는 좀.”

“부수러 간다?”

“그건 좀 체통이 있네요.”

“가즈아!”

“부수러 가즈아!”

황제는 소탈하여 직접 나설 때가 많았다.

그때 보았던 수많은 신기 중.

지금 황자가 보였던 것과 같은 풍경을 종종 보았다.

물론 건국제가 뿜어내는 신비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으나.

이 광경을 다시 볼 줄은 몰랐다.

눈이 없어 울지 못함이 아쉬웠다.

활 가득 어린 광휘와 시위에 걸린 불꽃들을 압축해 만든 화살.

안에 어린 불들이 익숙했고.

“적염, 초적염, 광염-!”

황손이 하사받는 밝은 불 따위가 아니다.

진짜 광염이다, 건국제께서 가지고 있던!

너무 오랜 기억이라 이제야 알아챘다.

지금은 텅 비어 버린 몸이나 차오르는 감격 때문에 마치 육신을 갖고 있던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황자의 일렁이던 깨끗한 백금발에 고귀한 불꽃들이 각자의 존재감을 뿜어내며 어렸다.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불이 거세게 타오르면 타오를수록.

영림의 그림자를 품은 솔의 몸에는 깊은 그림자가 어렸다.

주변에서 도는 자들의 가면에서도 그림자들이 퍼져 나와 주변을 물들였다.

“흑해.”

유일하게 가면을 쓰지 않은 안드레라 불린 기사가 홀로 중얼거렸다.

그래, 잘 어울린다.

일시적으로 펼쳐진 검은 바다 위.

황자가 밝은 별처럼 홀로 빛났다.

언젠가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일까.

울리는 심장 소리와 마법사들의 춤이 절정에 다다랐고.

휘도는 검은 그림자와 주변에 어린 빛무리, 오색 가면의 춤사위가 절정에 달한 순간.

황자가 시위를 놓았다.

푸화하하학!

서부 때처럼 하늘을 뚫을 듯 올라가지 않았다.

대신.

“비! 오색 비로구나!”

시위를 떠난 불들이 일제히 나뉘어 숲 하늘로 퍼져 올랐고.

곧 흑해에 내렸던 오색 비가 이번엔 영림을 덮었다.

더 나아가 적염과 초적염도 힘을 보태듯 오랜 원한이 가득한 숲을 태우니.

“아아. 신화를 재현하려는가.”

무명 기사가 깊은 감탄을 토해 냈다.

지금 자신이 만난 존귀한 황자는 이전 건국제의 신화를 재현하려 하는구나!

그것도 그가 세운 강철성 영림에서!

무명 기사가 전율할 때.

“재현이 아닌, 새로운 신화를 쌓아 가는 중이다. 건국제는 건국제의 신화를, 나는 나의 신화를.”

황자의 타오르는 미소를 배경으로.

오색 비와 폭발하는 불방울들이 영림을 초토화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주인을 섬기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아. 그림자를 모두 죽여라.”

황자의 즐거움 어린 목소리를 따라.

하얀 가면 조각을 얼굴에 뒤집어쓴 자들이 귀신을 사냥하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

이제 사냥감과 사냥꾼의 처지가 뒤바뀌리라.

몰려드는 가짜 황제의 그림자 군세와 제 신화를 쌓아 가는 황자의 군세가 거칠게 부딪혔다.

황자의 광기 어린 웃음이 영롱히 숲을 물들였고.

“가짜 황제를 죽이고 자리를 찬탈해야겠다.”

미친 황자가 그림자 황제를 상대로 반역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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