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놀이 시작
사람들은 별똥별을 보면 소원을 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희귀하고 신비한 현상이기 때문이리라.
밤하늘은 끝없이 움직이지만, 인간의 생은 그리 길지 않았고 눈 또한 또렷하지 않아 마치 멈추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
고요한 별 무리 중 유일하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빛 하나.
저 멀리 잡히지 않을 별빛의 움직임이 신비롭고 드물어 모두가 손을 모아 소원을 비는 것이리라.
또한 찰나에 사라지기에 소원을 비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지금 저 하늘, 밝게 솟아오르는 별 하나는 뭐라 해야 할까.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듯 용솟음치는 샛노란 별 하나가 하늘을 역류했고.
그 밝기와 기세가 심상치 않아 제국 곳곳에서 이를 목격하니.
“이번엔 또 뭐란 말이냐.”
“기사단과 마법사단 준비시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수도 페르마, 강철성을 지키는 이들의 눈에도.
“저기! 저기 별빛입니다!”
동부 요새에서도.
“어? 저건 뭐야? 어디서 나온 빛이야?”
북부 끝자락 산맥, 봉우리 위에서도.
“별? 별빛이 떠올랐어요, 오라버니.”
“하란, 저건 별이 아닌 거 같은데.”
심지어 서부 극단, 오색 사막에 세워진 등대에서도.
솟아오르는 한 줄기 빛을 보았다.
끝없이 올라간 별이 반짝, 하늘에 머무르기 잠시.
이내.
“다시 떨어지네요.”
“그러게 말이다.”
올라왔던 것보다 더욱 빠르게 하강을 시작했다.
하강이라기보다 추락이 더 어울리겠다.
이를 바라보던 서부 오색 사막, 등대지기와 하란의 미간에 깊게 주름이 졌다.
이상하게 저 별이 낯설지가 않았다.
분명 먼 거리이건만, 왜일까.
누군가의 살벌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기분.
“설마.”
“설마…?”
오라비와 동생이 같은 생각을 떠올린 듯 불안한 얼굴을 마주 보았고.
이는 비단 그들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창문 사이, 방안을 비집고 들어오는 옅은 빛무리에.
“허어억!”
“우아악!”
깊이 잠을 자던 성주들이 파드득 잠자리에서 깨어 일제히 창밖을 보곤 몸을 바들바들 떨어 댔다.
아아, 저 빛! 저 빌어먹을 빛!
깊은 새벽 자신들을 납치했던 저 빛을 아직도 가끔 악몽으로 꾸었는데, 현실에서 또 볼 줄이야!
서부의 지체 높으신 분들께서 이불을 뒤집어쓰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고.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이제는 홍련의 족장이자, 서부 사막의 지배자가 된 이엘이 막 잠자리에 들기 전.
모두가 물러간 자리, 창가로 비치는 별을 발견하고는.
고귀함과 광기를 품은 황태자를 떠올리며 작게 미소 지었다.
그녀가 몸에 걸친 얇은 가운을 추스르며 창가에 기대어 앉아.
흑단 같은 머릿결을 매만지며 지난 추억을 상기했다.
설핏 드러난 목선과 발등이 달빛을 받아 유독 새하얗게 빛났다.
곧 그녀가 고요히 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별똥별은 아닐지라도 별똥별보다 더욱 특별하신 분에게 올리는 기도.
“보우하소서, 이끄소서, 승리하소서, 지키소서. 오롯이, 오롯이- 그대의 삶이 우리의 삶이니. 붉은 눈동자와 순결한 백금발이 영원하도록.”
그녀가 짧은 기도를 끝내곤 아련한 눈으로 황태자를 닮은 빛줄기를 바라보는 풍경.
오색 사막 가운데 위치한 홍련의 섬과 드높게 솟은 등대가 깊은 밤임에도 사막을 건너는 많은 이를 인도하니.
염료를 갈구하는 수많은 상인과 이를 맞이하는 사막이 안전하였다.
모든 게 황태자 덕이었다.
북부, 불의 샘 주변을 감싼 들꽃이 가득한 언덕.
“아버지, 여전한가 봅니다. 전하께서는.”
드넓은 등을 지닌 사내가, 똑 닮은 석상 옆에 서서 떨어지는 빛을 바라보는 풍경.
발자크와 루카르.
전대 백작은 하염없이 북부 산맥을 보고 있기에 아들이 옆에서 말을 전했다.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누구보다 높으십니다. 참으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 것만 같군요.”
담담히 보는 풍경을 전하는 루카르의 얼굴에 진 주름이 부드러이 풀렸다.
입가에 떠오른 봄 같은 미소.
“아버지도 그리 생각하시죠?”
아들의 물음에 아버지가 동의하듯 주변에 핀 들꽃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랑이는 밤바람이 쾌적했다.
그러길 잠깐.
“바이올렛… 이 못된 것은 연락 한 번이 없네요. 아버지 자식 키우는 게 이렇습니까?”
아비가 아비에게 물었고.
그의 고민이 즐겁다는 듯 들꽃들이 꺄르륵 몸을 흔들어댔다.
이제야 알았냐는 대답에.
“후우, 무사하셔야 합니다. 전하. 변한 북부를 보셔야지요.”
루카르가 황태자의 안전을 기원하곤 다시금 검을 잡자.
그의 검에 날카롭디 날카로운 백색 기운이 어렸고.
휘두른 검이 마음속 어렸던 슬픔 하나를 잘라 냈다.
발자크의 검에 과거 아버지가 도달했던 신비가 약하게나마 깃들었고.
아비 루카르가 가리키는 산맥엔 수 없는 불과 이를 지키는 정예병들이.
아들이 바라보는 북부는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었으니.
그들의 뜨거운 삶이 북부의 추위를 완연히 몰아내고 있었다.
모두 황태자의 공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뜨거운 운석이 되어 남부의 운명을 뒤바꾸려는 중.
치이이이-
마찰로 인해 달아오른 몸.
거센 열기를 품은 채.
마침내 철괴이자 철퇴에 다다랐고.
힘을 다해 부딪히자.
일렁이는 충격파가 공단 지하로부터 시작하여 플라워 밸리와 스프링 필드 전역을 뒤흔들었다.
온몸이 뒤흔들리고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굉음.
이어진 여파가 계속하여 피어났고.
흔들리는 마나가 순식간에 충격파와 동화되어 일정한 울림을 품으니.
우웅- 우웅- 우웅-
황태자가 철괴에 몸을 부딪쳤던 지난번에는 공단만이 영향을 받았다면 이번엔 남부 전체가 울렸다.
파스스슷!
공단 가득한 장비들이 일제히 울어 대며 마나를 뿜어냈고.
“뭐야! 다들, 다들 대피해!”
플라워 밸리 곳곳에 자리한 마법사들의 연구실 또한 엉망이 되었다.
물론.
“이번엔 또 뭔데?”
“전하! 전하! 무사하십니까!”
살라스와 마법사들이 머무는 대도서관도 마찬가지.
대도서관 전체가 흔들리며 기껏 설정해 놓은 장비들이 이상 반응을 보였고.
지금껏 숨어 있던 자들까지 우르르 밖으로 기어 나왔다.
물론.
“이런 빌어먹을. 대체 무슨 일을 벌이는 게야…….”
살라스는 이미 밖으로 뛰쳐나와 상황을 살피는 중.
“이봐! 나 먼저 갈 테니 전투에 능한 마법사들 모두 준비해서 따라와! 공단으로 향한다!”
그가 막 마법사들을 이끌고 다급히 플라워 밸리를 주파했고.
얼마 가지 않아 특이한 풍경을 목격했다.
계속하여 울어 대는 마나 속.
명확히 나뉘는 사람들의 반응.
어떤 이들은 지금 살라스처럼 그저 이어지는 파동에 당황할 뿐이었다면.
어떤 자들은.
“으으으윽! 으아아악!”
“커억, 커어억.”
견딜 수 없다는 듯 온몸을 뒤틀며 고통을 호소했다.
울림이 겹치면 겹칠수록.
그들이 뒤틀리는 머리와 속을 붙잡다가.
우웨에엑!
더러운 토사물을 게워 내기 시작.
심한 몇몇은 귀와 눈에서 피를 줄줄 흘려 대었다.
이건 대체 무어란 말인가.
살라스의 얼굴에 공포가 끼었다.
아니, 계속되는 이상 현상에 플라워 밸리 전체에 어두침침한 두려움이 피어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편협하긴 했어도 가장 평화로웠고 가장 발전했던 도시가.
황태자라는 열병을 못 견디고 시름시름 앓았다.
곧 살라스가 속을 게워 내는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의 차이를 파악했다.
“밤하늘.”
그래, 지금 고통에 몸을 바들바들 떠는 자들은 모두 행복한 표정을 한 이들.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고통에 몸부림쳤고 피눈물을 흘리는 자들은 그 와중에도 웃어 대었다.
그런데 살라스를 가장 괴롭힌 사실은.
거리에 쏟아져 나온 자들 중 많은 이가 토를 하고 있단 점.
플라워 밸리 전역에 악마의 환상이 퍼졌구나.
살라스가 달리는 중에도 비통함을 숨기지 못했다.
대체 어디까지 썩었단 말인가.
문득 부끄러움이 치밀었다.
골방에 박혀 세상을 보지 못했다.
황자임에도 황자의 책임이 싫었다.
사람을 이끄는 것이 어색했고 홀로 깨달음만을 추구했다.
누구를 위한 깨달음이란 말인가.
지난 서부, 새롭게 얻은 영감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 했으나.
정작 가장 가까운 곳은 살필 생각조차 하지 않았구나.
마침내 도달한 공단.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자리.
살라스가 마법으로 단번에 흙먼지를 쓸어버렸고.
달빛이 들이치는 지하 깊은 곳엔.
악마의 목을 한 손에 쥔 황태자의 고귀한 자태가 드러났다.
그 또한 멀쩡하지만은 않았다.
얼굴을 비롯하여 몸 곳곳이 피범벅이었고.
심지어 어깨는 뜯어먹혔는지 너덜너덜했다.
하지만.
“아아- 이제야 머리가 좀 식는 기분이군.”
황태자는 피범벅이 된 얼굴 그대로 웃었다.
피를 빼고 나자 머리 가득 차올랐던 광기와 분노가 가라앉은 모양.
그의 손에 잡힌 악마는.
“키히히히- 키히이이-.”
괴로운 듯 숨 빠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온몸이 박살 났는지 이리저리 기괴하게 비틀린 모양새.
정신을 잃은 듯 역삼각으로 자리 잡은 눈동자 세 개가 제각기 다른 방향을 보았고.
날카로운 이빨이 자리 잡은 아구는 빠졌는지 쩍 벌어진 채 덜렁였다.
달빛을 받는 둘의 모습이 극명히 대비되었다.
이윽고.
“거짓은 부서지고 진실만이 자리 잡으리니. 네놈의 거짓은 진실이 되리라.”
황태자가 확고한 선언을 내리고는.
그대로 놈의 발목을 붙잡아.
철괴 위로 내리쳤다.
퍼억!
광기와 분노를 담아.
연이어.
피륙 터지는 소리가 살벌했다.
철괴 위로 악마를 두드리는 황태자의 얼굴에 피어난 미소가 너무나 해맑다.
그가 곧.
악마를 망치 삼아, 철퇴를 모루 삼아.
심장에 품은 신비를 풀무 불 삼아.
장인들의 노동요를 부르기 시작했고.
거짓을 깨고 진실을 다듬이질하니.
악마의 몸이 점차 철퇴에 새겨졌고 절절히 울리는 마나가 플라워 밸리를 잠식한 거짓과 환상을 몰아내었다.
* * *
첫 충격을 마주한 순간.
세상을 깨치는 기분을 느꼈다.
달구어진 몸이 차가운 철을 파고드는 감각이 선명했다.
단단한 물살을 헤집듯 이리저리 밀려나는 철퇴의 살결.
악마를 붙잡은 채 깊은 곳, 더욱 깊은 곳으로 향했다.
몸이 부서질 듯 밀려오는 고통도, 손아귀에서 발버둥 치는 악마의 몸부림도 모두 생생하여.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 이게 삶이구나!
지독한 고통 속에서 생을 깨우치니.
이윽고 뜨거운 열기가 되어 파고든 철괴 깊은 곳에서.
[대상의 중심에 닿았습니다! 영광을 잃어버린 무기, 진생철퇴(眞生鐵槌)의 운명을 손아귀에 쥡니다!]
[대상의 운명 파사(破邪)가 거짓을 부수고 진실을 깨우칩니다!]
철괴의 중심에 다다랐다.
철퇴가 지닌 운명이 손아귀에 잡힐 듯 펄떡였다.
한 발 뒤늦게 중앙에서부터 울린 파동이.
[알리굴이 지닌 거짓된 운명 모두가 파사의 힘에 깨집니다!]
악마가 억지로 두른 거짓과 환상을 산산이 깨부쉈고.
내 몸을 단단하게 두드렸다.
진동이 울릴 때마다 잔뜩 달아올랐던 육체가 더욱 단단해졌다.
생명과 진실을 강화하는 힘이 몸에 엉겨 붙었고.
[지닌 신비 강철이 활력을 머금습니다! 지닌 속성 금속화와 빠른 회복이 결합하여 초회복의 영역을 들어섭니다]
파사의 진동이 계속되면 될수록 몸이 급속도로 회복되었다.
아무리 단단한 몸이라도 그만한 충격을 받으면 망가지는 법.
부러졌던 뼈가 아물었고 갈라졌던 피부가 붙었다.
그사이.
“키야아악!”
알리굴이 본능적으로 내 어깨를 날카롭게 물어뜯었고.
잠깐의 몸싸움 끝.
빠드득.
어깨가 찢어짐과 동시에 놈의 턱도 부서졌다.
놈이 물어뜯은 곳이 느리게 아물었다.
아무래도 거짓이 붙은 모양.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니까.
곧 스멀스멀 차오르는 철괴를 타고 올라섰고.
무너진 천장, 쏟아지는 달빛을 받으며 손아귀에 악마를 쥐었다.
놈은 빠진 턱으로.
‘거짓이다. 거짓이야. 이 고통도 이 상황도 날 쥔 손도 모두 거짓이야.’
거짓을 간절히 부르짖었으나.
“거짓은 부서지고 진실만이 자리 잡으리니. 네놈의 거짓은 진실이 되리라.”
차가운 선고를 내리곤 그대로 놈을 철퇴 위로 휘둘렀다.
손아귀에 전해지는, 거짓이 깨지는 감촉이 좋다.
그렇게 얼마나 두드렸을까.
대장장이가 되어 거짓을 진실로 탈바꿈하는 동안 불꽃이 뜨겁게 튀었고.
마침내.
“한 폭의 그림이 되었구나. 그곳에선 빠져나오기 어려울 거야.”
고대의 악마 알리굴을 철퇴 위에 새겨 넣었다.
절규하는 놈의 꼴, 거짓을 자랑하던 역삼각 눈은 꾹 감겨 있는 상태.
진실을 감당하지 못한 거짓은 그렇게 철퇴 안에 잠겨 눈을 감았다.
[악마 알리굴이 진생철퇴의 운명 연옥에 갇혀 떠돕니다. 대상이 지닌 운명 모두를 포식합니다! 개변 점수와 신비 점수를 획득합니다!]
[신비 강철과 진생철퇴의 운명이 강하게 이어집니다. 철퇴의 운명 일부를 몸에 지닙니다. 새로운 운명 파사가 깃듭니다!]
몸을 파고드는 운명이 거세어 잠시 숨을 떨었다.
거짓을 깨는 힘이 단단한 몸뚱어리에 깃드니.
안을 들여다보는 이들의 얼굴을 잠깐 일별하곤.
하늘로 펄쩍 뛰어올랐다.
얼굴을 때리는 시원한 밤바람이 기분 좋았다.
이윽고 공단 위,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고.
놀라 몰려든 이들의 얼굴을 쓸어보았다.
익히 아는 얼굴도 모르는 얼굴도 있었으나.
모두 같은 감정을 품었다.
두려움, 경악, 걱정, 의심.
익숙한 표정들.
짜아아악!
손뼉을 거세게 마주치자.
나를 바라보는 이들의 얼굴에 가득했던 불안이 일시에 물러갔다.
파사의 힘.
거짓과 그른 것들을 몰아내는 능력.
몸에 깃들었다기에 실험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성능이 좋았다.
그리 만족하고 있을 때.
마침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이들이 얼핏 보였다.
“다들 진입해! 어서 공단을 확보해라!”
플라워 밸리를 지키는 고위직들과 그들이 부리는 기사들과 마법사, 병사들.
주변에 선 자들과 다른 표정엔 분노와 살의가 가득했다.
몸 곳곳에 토사물을 묻힌 모습이 지저분했고.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웃는 얼굴이 징그러웠다.
그리고 반대쪽에선.
“전하! 전하를 구해라!”
안가를 지키는 정보부와 특무대 요원들이 다가오는 중.
다급히 몰려드는 두 세력 너머, 요동하는 플라워 밸리 넘어.
스프링 필드 곳곳, 다가오는 불빛들이 보였다.
내가 부른 3, 4전투 마법사단과 청익일까, 아니면 플라워 밸리 고위직들이 부른 지원군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이윽고 두 세력이 서로를 마주했고.
팽배하게 긴장감이 차오르는 가운데.
“악마는 죽었다. 너희들의 즐거움을 내가 거두었다.”
당당히 선언하니.
깊은 신음과 울음 같은 비명이 들려왔다.
거짓된 행복을 빼앗긴 그들이 나를 원망하려 하기에.
그들의 마음이 갸륵하여.
“좋다. 한 가지 놀이를 제안하도록 하지.”
즐거움을 잃은 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과 목표를 주기로 하였다.
이리 자비가 넘치는 황태자가 또 있을까.
놀이의 규칙은 간단.
“지금, 내가 선 플라워 밸리에서만큼은 신분의 고하가 없다.”
결론은 단순.
“그러니 덤빌 자는 덤벼라. 여기서라면 날 죽여도 반역이 아니다.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지.”
충격적인 선언에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짓는 사이.
내가 먼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며.
푸화학!
가장 앞장선 자의 머리를 잘라 내었고.
솟아오르는 피를 뒤집어쓰며 선연히 웃었다.
튕겨 오른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신호로.
“놀이 시작.”
날 죽이려 덤벼드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이 일제히 부딪혔다.
학문이 꽃폈다던 플라워 밸리에 피와 광기, 죽음이 가득 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