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138화 (138/200)

138화 집주인

멀리 몰려오는 기계 장치들을 보며 백작은 내심 기대했다.

드디어 전하 앞에서 활약할 순간이 왔는가.

일그러진 공간 속으로 떨어진 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곳은 바로 나를 위한 전쟁터!

전하의 저 커다란 망치가 석순 하나를 부수지 못하고 빗나감을 보았을 때.

속으로 못된 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불경하다고 탓하지는 말아 달라.

항상 홀로 오롯하고 홀로 모든 고난을 감당하시는 황태자 전하 앞에서, 제 무력을 자랑하고 싶은 기사로서의 치기 어린 충성심일 뿐이니.

하여 석순을 잘라 낸 순간.

내심 즐거웠다.

살다보니 이런 때도 다 오는 구나.

전하께서 나의 검에 의지하실 때가!

얼마나 긴 시간이었던가.

전하가 북부를 떠나시고 난 뒤 매일같이.

“어떤 검이었습니까. 그 모든 걸 베어 내었다던 검은.”

하얗게 탈색되어 자리에 멈춰 선 아버지에게 물었다.

깊은 밤, 모두가 잠든 시각.

청명한 하늘엔 은하수가 쏟아질 듯 가득했고 아래엔 여린 들풀들이 까딱까딱 잠에 취해 머리를 흔드는 풍경 속.

불 흐르는 소리를 배경으로.

“모두의 마지막은 어떠했습니까. 아니, 아버지의 마지막은 어떠했습니까. 기예를 넘어선 검. 신비를 담은 검은 어떤 의지를 품고 있었습니까.”

아들은 끝없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기예의 궁극, 검을 뛰어넘은 신비는 무엇인가.

어떤 검을 휘둘러야 완성되는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수많은 의문을 담은 채 검을 휘두르던 나날.

오랜만에 치열하게 검을 수련했다.

과거 처음 검을 잡았을 때처럼 손바닥이 붉게 물들 때까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버지! 대체 무엇이 당신을 이리 고결하게 만들었단 말입니까!”

미쳐 버릴 것 같아서.

솔직히 미웠다.

그의 위대한 성취가, 위대한 희생이.

그리고.

“아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그리 떠나는 게 어디 있단 말입니까…….”

야속한 죽음이.

안다, 자신도 이미 자식이 있는 아버지.

의지할 나이가 훌쩍 지났다는 것쯤은.

그래도 그의 어린 시절, 북벽보다 위대했던 기사.

루카르 드보르작의 넓은 등은 항상 실존하는 이상향으로 남아 있었다.

내심 바랐다.

아버지가 늙어 죽기를.

따뜻한 벽난로 앞, 그 넓은 등이 굽은 아버지는 침상에 누워 있고.

자신을 비롯한 자손들은 주변에 그만큼 넓은 등으로 선 광경을.

하여 북부를 지켰던 검이 남긴 유언을 대대로 물려주리라.

그리 안일한 꿈을 꾸었다.

그의 깊은 지혜와 드높은 깨달음을 남겨 북부의 보물로 삼겠다고.

하나 한낮의 눈송이처럼 참으로 덧없는 바람이었다.

아버지는 이렇게 멈추어 생을 마감했다.

“듣지 못한 것들이, 묻지 못한 것들이 많단 말입니다…….”

얼마나 검을 휘둘렀을까.

눈물 대신 몸에서 피어나는 짙은 증기와 뚝뚝 떨어지는 땀으로 울었다.

서툰 소통 방식이었으나 마음만은 진실했고.

그렇게 얼마나 오랜 시간 앞에서 재롱을 떨 듯 검과 물음을 휘둘렀을까.

‘이놈아 하단을 칠 때 그리 치라 알려 주었더냐?’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버지?”

급히 돌아본 자리, 아버지는 여전히 굳은 상태.

한데 이후로도 종종.

‘검은 기예이나 그걸 뛰어넘기 위해선 마음이 필요하다. 버려야지. 내 목숨도 삶도 북부도.’

‘그런 말씀 마세요. 북부의 검이 어디로 떠난단 말입니까.’

‘북부의 검이라. 아들아 검엔 지역이 없는 법이다. 날 둘러싼 굴레를 벗어야 진짜 검을 얻을 수 있는 법이야.’

과거 했던 대화들이 환청처럼 발자크의 검을 이끌었다.

모든 걸 버리라는 말에.

“그래서 목숨을 버리셨습니까? 북부를 떠나셨습니까? 하여 신비를 얻으셨습니까?”

따지듯 물었고.

아버지는.

“아니죠. 아무것도 버리지 않으셨군요. 아버지는.”

여전한 모습으로 답했다.

영원히 북부에 남은 형상으로 답했다.

버리는 것이 아닌 모든 걸 짊어지는 것.

그게 찾아낸 답이었구나.

깨달았다.

아버지는 유언을 남기지 않았던 게 아니라.

마지막 모습 자체가 유언이었다는 걸.

처음부터 북부를 위해 헌신했고, 검의 극의를 넘어 의지를 담아내려 분투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형상.

검에 어린 절삭의 신비.

모든 걸 짊어지고 나서야 모든 걸 끊어 낼 수 있게 되었고.

아들은 비로소 아버지의 뜻을 이해했다.

그렇게 반복된 물음 끝에 얻은 신비.

아버지, 이제야 이 부족한 아들이 위대한 검과 뜻을 이어받아 전하를 지키려 합니다!

그분께서 북부를 지켜 주셨듯이!

백작이 몰려오는 적들을 마주하여 검에 어린 절삭을 휘두르려는 순간.

쩌어엉-!

공간이 수백, 수천 개로 잘게 쪼개졌다.

황태자의 갑작스런 난입.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일그러진 공간을 어쩌지 못하셨는데?

놀란 백작의 표정을 보며 황태자가.

“설마 나보다 더 활약하리라 기대라도 한 것은 아니겠지?”

그의 속셈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어림도 없지, 어딜 무엄하게 황태자보다 더 멋있게 굴려 해.

마지막 뚱한 타박에.

“내 활약……! 내 감동……!”

백작이 억울하단 목소리를 내었다.

알프레드가 표정으로나마 위로했으나.

“뭘 봐, 꺽다리 시종장!”

훌쩍 커 버린 키, 내려다보는 눈이 일그러져 뜻이 제대로 전달 안 된 모양.

왕 발 왕 손 난쟁이가 된 백작이 더욱 부루퉁하게 나온 입술로 쿵쾅쿵쾅 걸어가는 뒤를 따라.

“욕심이 과했습니다.”

“나도 안다고!”

알프레드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이내.

“뭐 해! 난쟁이 백작, 꺽다리 시종장! 안 따라오고!”

황태자의 번지는 호통에 그들이 다급히 달려.

천 갈래로 찢어진 공간에 진입하자.

파스스스-

공간 부서지는 소리와 더불어 그들의 감각도 천 갈래로 나뉘어 흔들렸다.

“으윽.”

달리던 백작과 알프레드가 순간 휘청일 정도.

방금까진 그저 아이들이 그린 조악한 그림 안을 걸어 다녔다면.

지금은 깨진 유리 파편 속을 걷는 듯한 기분.

반사되고 갈라지고 베인 공간이 그들의 오감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만일 둘이 극의에 이른 소드마스터와 극도의 훈련을 거친 암살자가 아니었다면 정신을 못 차리고 쓰러졌으리라.

그들이 천천히 감각을 적응시켜 나가며 전진하려는 때.

“대체 뭣들 하는 거야. 왜 이리 굼떠?”

다시금 황태자의 불만이 들려왔다.

그러니까 그는 지금.

수백, 수천 조각으로 갈라진 공간 속을 자유롭게 뛰어노는 중이었다.

방금은 불꽃과 같이 이지러졌다면 지금은 별빛과도 번지는 중.

그가 한 발짝 뛸 때마다.

깨끗한 백금발이 온 공간에 가득 찰랑였고.

거검을 휘두를 때마다 날카로운 톱니가 수백으로 불어나 기계들을 부수었다.

화르륵, 뿜어진 불이 부서진 공간을 타고 흘러 날카롭게 뻗어 나갔다.

불이라기보다는 다른 무언가 같은 모습.

그 안에서 휘두르는 황태자의 손이 수백 개.

마치 전능함을 자랑하듯 공간을 부수어 나가던 그가.

쿠욱.

다시 브레이커를 공간 사이에 꽂아 넣고는.

망치로 위를 때리자.

균열이 미치지 않았던 왜곡된 공간이 다시금 깨져 나갔다.

그렇게 빙하를 깨듯 드워프들이 일궈 놓은 공간을 까부수며 나아가길 꽤 오래.

그가 지나간 자리마다.

망가진 기계 장치와 공간의 파편만이 뒤섞여 날카로운 불꽃에 녹아들었다.

황태자의 얼굴 가득 즐거운 웃음이 피어났다.

역시 그는 파괴해야 보람을 느끼는 모양.

그렇게 쇄빙선처럼 전진하던 그들을 막아선 자.

“멈춰! 이 미친 놈들아, 멈춰! 어느 미친 새끼가 이렇게 공간을 마구 부수는 거야! 다 죽어! 죽는다고!”

사람의 반도 안 되는 작은 키, 덮수룩한 수염과 대비되는 맑디맑은 까만 눈동자.

두툼한 손과 커다란 발.

그 모습이 마치.

“백작… 자네 혈통에 비밀이 있었나?”

“어… 어어?”

백작의 일그러진 모습과 흡사했고.

태평한 황태자의 얼굴을 보며 드워프가.

“그 검! 그 망치!”

갑작스레 황태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공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모양인지 순식간에 접혀진 거리.

앞으로 손을 뻗는데 옆에서 불쑥 나타난 털복숭이 손이 막 황태자가 든 망치를 잡으려 할 때.

“무엄하다. 털복숭이 난쟁이.”

그가 단번에 진생철퇴를 휘둘러.

쩌어엉!

그를 감싼 공간을 후려쳤고.

드워프가 휘청이는 사이, 브레이커로 그를 감싼 공간을 쿠욱 찔러.

검을 비틀자.

쩌저적, 드워프를 감싸고 있던 공간이 서서히 벌어졌다.

- 안 돼-!

난쟁이가 갑작스레 쑥쑥 자라났다.

두려움과 절망 섞인 울음이 동굴을 가득 메웠다.

놈이 바들바들 몸을 떨며 괴로워하는 사이.

황태자가 참 뻔뻔하게도 놈의 앞에 섰고.

갈라진 공간, 수백의 입을 열어.

“이봐, 드워프. 아니, 겁이 많아 본 모습을 버리고 도망친 거인이여.”

“그, 이름을, 그 이름을 꺼내지 마악!”

드워프들의 본래 모습을 입에 담자, 이를 들은 겁쟁이 거인이었던, 지금은 땅속에 사는 난쟁이가 숨 막히는 비명을 질렀다.

양손으로 귀를 막은 채 덜덜 떠는 와중에도 쑥쑥 자라는 몸.

어느새 골반에 닿지도 못할 것 같았던 키가 2m를 훌쩍 뛰어넘었고.

가엾게도 그 거대한 몸을 억지로 웅크려 가며 크기를 줄이려 했으나.

허리를 굽힌다 해서 불어난 덩치가 줄어들 리가 있나.

“죽는다-! 난 죽는다고-! 죽기 싫어! 살려 줘!”

극도의 공포에 질렸는지 수염마저 하얗게 질린 드워프가 고래고래 고함을 치기에.

“한 번만 더 고함치면 공간을 완전히 깨 버리겠다.”

“헙.”

“그래, 이제야 좀 조용하군.”

황태자가 당당히 협박했고, 드워프가 단번에 입을 다물었다.

참 볼 때마다 황태자의 협박은 예술에 가까웠다.

“공간과 왜소함을 잃은 너희들이 어떻게 되는지 안다. 그래도 자존심을 부릴 텐가? 아니면 묻는 말에 대답할 텐가.”

“…….”

드워프의 얼굴에 깃드는 자존심과 반항심을 보곤.

“나에겐 공간을 메워 줄 신비가 있지.”

황태자가 길쭉한 검지를 들어 갈라진 공간을 슬며시 쓰다듬자.

치이이이이-

뜨거운 열기와 더불어 갈라졌던 공간이 아물아물 합쳐졌다.

유리를 녹이는 듯한 과정.

이를 본 드워프가 눈을 부릅떴고.

“들리는군. 감찰관이 오는 소리가.”

철컹, 철컹, 철컹.

저 멀리 왜곡된 공간 너머 생경한 소리가 울렸다.

무언가를 잘라먹는 듯한 차가운 맞물림.

창백하다 못해 새파랗게 변하는 드워프의 표정을 보며.

“어떻게 그냥 두고 보면 되나? 아니면 서로 협상을 할까?”

황태자가 슬며시 탈출구를 열어 주었다.

협박을 했으니 테이블에 앉혀야 할 차례.

능력은 이미 보여 주었고 시간은 촉박했다.

본래 겁은 많은 주제에 자존심은 쎈 드워프라면 미쳐 버리거나 정신이 무너져 죽음을 택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아물어 가는 공간이 유일한 숨통이었고.

황태자가 유혹하듯 손가락과 더불어 입을 놀렸다.

“일단 알겠다! 알겠으니 공간부터 붙여!”

“명령은 내가 한다. 다시 작아지기 싫은가 보군.”

“이런 미친-.”

“첫 번째 질문. 이 빌어먹을 공간 왜곡을 철회할 수 있나?”

“없어. 너무 켜켜이 쌓여서 누구도 다룰 수 없어. 어떤 난쟁이도.”

“좋아 다음. 너희 대장인이 총 몇이지?”

“그걸 어떻게?”

“질문은 내가, 대답은 네가.”

드워프의 반문에 황태자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만족스러운 답을 하면 공간을 메꾸고 아니면 멈춘다.

확고한 행동 원리.

“이대로 있으면 너희들도 죽어!”

“알아.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뭐어?”

“난 죽어도 시온에 간다. 하지만 공간을 잃고 감찰관에게 먹힌 거인은 바벨에 떨어지지. 내 말이 틀렸나?”

“어떻게 시온을! 너 대체 정체가 뭐야!”

“물음에 답해. 천국을 꿈꾸는 난쟁아. 대장인은 총 몇이냐.”

다시금 시작된 문답에 덩치 큰 드워프가 고민하길 잠시.

“…열.”

“열? 원래 열이었나?”

“아니, 줄었어. 본래는 열셋이었다.”

“그들이 이끄는 장인들은.”

“각자 구역에 흩어져 있다.”

“좋아. 혹여 내가 들어온 이후 다른 인간들이 여기에 오지 않았나?”

“없었어. 있었어도 몰라. 동굴이 수백 갈래인 데다가 공간 수천 개가 겹쳐 있으니까. 우리도 보통 다니던 길만 다닌다고.”

“…어느 부족의 장인이냐.”

“검과 날카로움을 벼리는 난쟁이들 중 하나. 대체 언제까지 물어볼 거야?”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에 드워프가 땀을 뻘뻘 흘리거나 말거나.

“이름은?”

“아스불라! 거의 다 왔다고!”

“좋다. 검과 날카로움을 벼리는 아스불라. 네 말은 진실이군.”

황태자가 드워프 아스불라의 말이 진실임을 인정했고.

“당연하지! 장인들은 거짓을 벼리지 않는 법이야!”

그가 이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제 자존심을 내세웠다.

대화가 끝난 시점엔 이미 황태자의 손길이 공간 전체를 어루만진 후.

메꿔진 공간을 살펴보는 아스불라에게.

“압축은 스스로 할 수 있겠지. 안내해라. 너희 부족이 있는 곳으로.”

“뭐? 우리 부족이 있는 곳으로? 안 돼. 이건 죽여도 안 돼. 시온에 못 간다 해도 부족을 팔아넘길 순 없어!”

안내를 명하자 놈이 극렬히 반대했다.

정말 죽음이라도 각오했는지 덩치를 줄일 생각도 하지 않았고.

차라리 같이 죽겠다는 듯 몸을 활짝 폈다.

거대해진 덩치로 으르렁거렸으나 황태자는 그저 평온한 얼굴.

“검을 벼린다 하지 않았나.”

“그래! 그래서 우리 부족을 원하나? 무기라도 훔치거나 협박하여 빼앗으려고? 어림도 없지!”

“과거 대장인 중 대장인이 만든 무기의 주인으로서 정당한 요청을 하려 한다.”

“뭐? 드워프가 만든 무기의 주인? 그것도 대장인이 만들었다고?”

대장인이 만들었다는 검이라는 소식에 아스불라가 귀 기울이는 순간.

드디어 공간을 타넘은 감찰관이 등장했다.

동굴을 부수며 나타난 놈은 거대한 뱀이기도 했고, 지네이기도 했으며, 두더지 같기도 했다.

다만 생물이 아니라.

“기계 장치인가?”

쇠와 톱니, 마나와 기름으로 이루어진 물체라는 점.

붉은 눈을 빛내며 동굴 속을 치달아 오는 모습이 다급했다.

신기한 점이라면 거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그러진 공간을 유영하듯 건넌다는 점.

녀석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

아니 오히려 공간이 있기에 더욱 기괴해 보였고 더욱 강력해 보였다.

곧 황태자와 일행 앞에까지 도착한 놈이.

입을 쩌억 벌리더니.

-……!

일그러진 공간을 함빡 빨아들여 압축하기 시작.

그들을 향해 고밀도의 공간을 흩뿌리려 하기 전.

“보아라. 이게 너희들의 선조가 벼린 검이자, 녹슬지 않는 날카로움.”

쿠욱-!

브레이커를 놈의 아가리에 던졌고.

톱니 가득한 검신이 뭉친 공간 한가운데에 쿡 박혀 들었다.

동시에 우르르릉,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온 뜨거운 불꽃이 단단한 공간을 녹이기 시작.

황태자가 진생철퇴를 휘둘러 공간을 때리니.

뻗어 나간 충격이 브레이커에 닿자.

취약한 공간을 타고 균열이 화려하게도 터졌다.

별빛이 내리듯 부서지는 공간.

강렬한 충격과 날카롭게 부스러지는 공간에.

우우우-

감찰관이 그대로 멈춰 섰다.

무엇을 공격해야 하는가.

시야에 가득한 적이 너무나도 많았고, 깨진 공간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기계와 사람을 가르는 중요한 차이점.

탄력성.

계산 범위를 벗어난 돌발 상황에 감찰관이 오작동을 일으켜 망가진 사이.

“퍽 튼튼하긴 하다만 너무 크고 무겁다. 바꿀 점이 많아.”

균열 속 황태자가 뒤죽박죽 갈라진 얼굴로 브레이커를 들어 올렸다.

드워프 아스불라가 저도 모르게 감탄을 토했다.

“아아, 이건-!”

완벽한 검신과 날카로운 톱니, 매케한 연기를 뿜어내는 아름다운 외관!

그 들어 본 무구.

“브레이커!”

아스불라가 지금까지와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황태자를 바라보며.

“혹시 집주인의 후손입니까?”

전설로 내려오는 집주인, 건국제를 입에 올렸고.

황태자가 브레이커를 어깨에 둘러멘 채.

“그래, 제국의 주인이 될 자이자 너희들의 집을 마련해 준 집주인의 후손이다. 자, 길을 안내해라.”

당당히 안내를 명령하니.

“새로운 집주인이 집의 거주자들과 새로운 계약을 해야겠으니.”

차기 산맥의 주인이자 집주인, 황태자가 거주자 드워프들이 망쳐 놓은 집에 방문한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