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첫걸음
아무리 사람마다 사건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가 다르고 반응이 제각각이라 하나.
압도적 사실, 사건 앞에서는 비슷한 반응을 보이기 마련.
드워프 또한 마찬가지였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어떻게. 어떻게?”
역시나 첫 번째는 부정.
“어떻게 시온과 바벨이 하나라는 막말을 한단 말이야! 이건 모독이다! 너! 알렉세이! 어떻게 그런 막말을 지껄여.”
다음은 분노.
“뭔가 잘못된 거야 뭔가. 그렇지? 이럴 리가 없잖아. 악마의 농간인가? 그런 거지?”
다음은 타협.
“아아,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시련을.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
우울을 거쳐.
“그래,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지. 천국과 지옥이 실존한다는 사실을 알면 뭐가 달라진다는 거야.”
수용까지.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나 다이나믹했고 짧았다.
대락 한 2분?
방패와 굳건함들 두드리는 철옹성의 대장인은 굳건함이라는 덕목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행동을 보였고.
“미친놈인가……?”
알렉세이가 상대의 정신 상태를 의심했다.
제대로 설명을 하기도 전부터 발광을 시작하여 홀로 고함을 지르다가 납득해 버리는 꼴이라니.
그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중얼거리는 동족을 보며 혀를 끌끌 차다가.
“…….”
물끄러미 떨어지는 시선들을 느끼곤 흠칫 몸을 굳혔다.
바로 황태자와 백작, 알프레드의 시선.
“지는 뭐 좀 다른 줄 아나 본데.”
“그러게 말입니다. 훨씬 심했는데… 드워프들이란 원래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나 보군요.”
“철을 두들길 줄만 알지… 여러모로 사회화 교육이 필요해 보입니다.”
황태자의 말을 시작으로 비수와도 같은 속닥거림이 알렉세이의 귓가에 꽂혔고.
“아니, 저 정도는 아니었잖아… 솔직히.”
늙은 드워프가 울상을 지으며 제 결백함을 주장해 봤으나.
“저 봐, 끝까지 모른다는 표정.”
“아까 그 꼴을 재현해 볼까요?”
“연기하기엔 백작님의 고귀함이 바닥에 떨어지는 일입니다.”
셋의 입이 쉼없이 알렉세이를 두들겨 팼다.
참 웃긴 노릇이었다.
백작은 황태자의 광기에 고통스러워했으면서도.
“으아아악! 그만, 이 인간들아! 그만들 좀 해!”
지금은 황태자와 함께 가장 즐겁게 알렉세이를 놀리고 있으니.
그의 입에 걸린 미소가 전하의 못된 그것과 똑 닮았고.
심지어 무심하기 그지 없던 알프레드마저 참여하는 모습에.
“아버지?”
“어어, 알프레드 맞아요?”
바이올렛과 솔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항상 근엄하시던 아버지가 맞나?
냉정하면서도 친절하던 알프레드가 맞나?
둘의 물음에.
“큼, 크흠! 바이올렛? 바이올렛이니?”
“솔? 솔인가?”
백작과 알프레드가 흠칫 놀라 보석 모양을 한 딸과 동료를 보는 사이.
“봤나. 늙은 드워프. 사람이란 존재도 원래 제 부끄러움을 모르고 남을 조롱하는 법이다.”
“…확실히 그렇네.”
“아주, 아주 모자란 생명체이지 인간이든 드워프든.”
“어쩌면 더 부끄러워 보이기도 하고.”
어느새 알렉세이 옆으로 붙은 황태자가 시시덕거리며 백작과 알프레드를 놀려 대었고.
이번엔 둘의 귀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나마 알프레드는 공간 왜곡 덕에 키가 껑충 커져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반대로 키가 작아진 백작의 벌겋게 달아오른 귀가 유독 선명했다.
제편을 들어주자 신이 난 알렉세이가 헤벌쭉 웃을 때.
“이봐 늙은 부품. 너의 귀도 붉어졌던가?”
“내 귀?”
황태자의 물음에 그가 제 귀를 만져 보았고.
따끈한 촉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느껴 보는 생경한 감각.
“부끄러움을 느낀 거다.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몸은 솔직한 법이거든. 저들도 마찬가지고. 너도 마찬가지.”
“그런건가……?”
이 못된 인간은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이번엔 무슨 말로 자신을 놀리려 하는가.
알렉세이가 황태자을 경계했으나.
“나 또한 마찬가지지.”
이어진 그의 말은 의외의 고백이었다.
“부끄러움은 그저 덧없는 감정일 뿐이다. 면할 수 없는 당연한 것이지. 가장 문제는.”
이후의 대처.
낮게 읊조린 말에 알렉세이를 비롯하여 자리에 있던 모두가 침묵했다.
“그것이 대상의 격을 정하는 것이지.”
마지막 울림이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폐허를 조용히 뒤흔들었다.
대체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다.
알렉세이는 그렇게 느꼈다.
방금까진 모두를 놀림감으로 삼더니 갑자기 이리 깊은 이야기를 하는 건 무어란 말인가.
허나 생각과는 다르게.
그의 감정은 요동치고 있었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 이후 대처가 대상의 격을 정한다.
그렇다면.
“대처에 따라 격이 높아질수도 있나?”
“높아질수도 낮아질수도 있지.”
“높아지면 더 높은 세상을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겠나?”
드워프의 물음에.
“백작.”
황태자는 엉뚱한 이름을 불렀다.
“보여 줘.”
그 한마디에, 지금은 우스운 난쟁이 꼴이지만 원래 제국에서도 인정받는 실력자 발자크 드보르작이 손을 휘둘렀고.
얇은 실선 하나가.
알렉세이의 마음 깊은 곳 어린 번뇌와 고민을 잘라 내었다.
“아.”
투투둑, 무언가 깔끔하게 잘려 나가는 기분과 함께 찾아오는 가벼운 탈력감.
그가 자신의 두터운 가슴팍을 어루만지려니.
“대답이 되었겠지.”
황태자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날카로움.
날카로움을 벼리는 그에게 방금 백작이 보인 신기는 더욱 특별했다.
단순히 물질을 자르는 날카로움이 아닌.
현상과 진리를 자르는 날카로움.
기술을 넘어 새로운 지평에 이르른 검.
“이런 걸 다룰 수 있다고?”
그가 커진 동공으로 놀라길 잠시.
곧 납득했다.
눈앞의 증거를 보지 않았나.
의심할 것도 없는 명백한 사실.
이건 기술의 영역이 아닌.
“자네는 검술의 장인이로군.”
장인의 영역.
그가 새로운 영감에 수염을 부르르 떠는 동안.
“격을 높이면 된다고 했지?”
영감을 받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던 모양.
황태자에게 납치되어 시온과 바벨에 대한 진실을 들었던, 방패와 굳건함을 두들기는 대장인 또한 번뜩이는 눈으로 다시금 사실을 확인했다.
알렉세이가 방금 백작의 손짓에서 검의 새로운 지평을 보았다면.
그는 방패의 새로운 지평을 떠올렸다.
“의념을 지키는 방패, 어떤 고통에도 흔들리지 않는 방패- 그런 걸 두드릴 수 있을까? 격을 높이면.”
아니 의념 자체를 방패로 빚어 낼 수 있을까?
번뇌를 잘라내는 날카로움을 보았다.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
저걸 막아 낼 방패는 있는가.
두 대장인의 얼굴에 은은한 열망이 어렸다.
그들이 뜨거운 얼굴로 동시에 물어왔다.
“격이란게 계속 높아질 수 있는 건가?”
“어떻게? 대체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하면 이런 것을 벼리고 두드릴 격을 얻을 수 있겠냐고.
학생들의 열망 어린 질문에 황태자가 친절한 선생이 되어 알려 주었다.
“부끄러움을 인정하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의지를 견고히하며, 자신의 길을 감내하는 것.”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일들.
“둘 다 알고 있을 텐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 말을 끝으로 황태자와 일행이 침묵했다.
두 대장인도 입을 다물었다.
지금 그들은 중요한 기로에 놓였다.
천성적인 두려움과 자존심을 내려놓고 바른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여기 머물러 있을 것인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나, 나는-.”
먼저 입을 연 건 알렉세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 그가.
“내가 시온과 바벨을 가졌단 사실을 알리고 모두에게 사죄하겠다. 대장인의 직위를 내려놓는 것은 물론이고 만일 철옹성에서 쫓겨난다 하더라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겠노라, 모두에게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서겠노라 선언.
“나 또한 대장인으로서 그의 의지를 함께하고, 더 나아가 검과 날카로움을 벼리는 대장인을 용서하겠다. 용서 또한 격을 높이는 방법이겠지.”
방패와 굳건함을 다루는 대장인은 알렉세이를 용서하고 뜻을 함께하기로 하니.
남들에게 손가락질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부끄러움보다, 장인으로서의 욕심이 먼저.
격을 높여 더 높은 경지에 이르겠다는 몸부림.
“좋다.”
황태자가 기꺼운 미소를 짓고는.
“가서 말하도록. 너희들의 뜻을.”
공간을 열어 두 대장인을 시온 밖으로 쫓아내었다.
* * *
물론 격을 높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다시 방패와 굳건함을 두드리는 철옹성에 등장한 둘이 진실을 전했고.
대장인을 비롯한 대부분이 시온과 바벨이 현존하며 하나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믿지 않았다.
몇몇은 알렉세이를 죽이려고까지 했다.
그때 나선 것이.
“나! 대장인 니콜라이는! 여기 다른 대장인 알렉세이의 말이 진실임을 내 망치와 불에 걸고 맹세한다! 또한 그를 용서하고 더 나아가 함께할 것이다! 그대들도 함께하라! 만일 싫다면 장인전을 열어라! 기술을 겨루자!”
바로 방패를 두드리는 철옹성의 대장인 니콜라이.
그의 외침에 철옹성의 장인들이 잠시 침묵했고.
“어떤 미친 새끼가 악마들이 판을 치는 자리에서 장인전을 열까.”
“그러게 말입니다.”
“부끄러움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이지요.”
반쯤 무너져 내린 성벽 위, 거대한 망치를 짚은 황태자와 옆에 선 길쭉이와 난쟁이가 말을 이었다.
저들끼리 한 이야기였으나 결국 모두가 들으라고 한 말.
마지막.
“지금 분란을 일으키는 놈은 악마라고 봐도 되지 않겠어?”
“망치의 먹잇감으로 딱이네요.”
“그러게요. 피를 원하는 듯 보입니다. 그 망치.”
황태자의 말에 둘이 냅다 고개를 끄덕였고.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알프레드 아저씨가 어쩌다가 저렇게…….”
바이올렛과 솔이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했으나.
“흐음- 그것만은 아닐 거야.”
블러디가 고개를 저었다.
솔과 바이올렛의 의아한 표정에.
“저 두 아저씨들이 정말 황태자의 괴팍한 성격에 전염되서 저런 짓을 한다고 생각해?”
“…아니라는 건가요?”
“딸내미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걸 알면 저 사람 울지도 모르겠는데?”
블러디의 솔직한 말에 자수정, 바이올렛이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다행이 왜곡된 공간 덕에 빛무리만이 우그러질 뿐.
블러디가 새빨간 입술을 열어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를 이야기해 주었다.
“알고 있는 거지. 둘은 황태자 혼자 지고 있을 짐이 얼마나 큰지.”
“짐이요?”
“짐이라면.”
“매번 홀로 모든 걸 바꾸어 왔잖아. 짐작하겠지. 저 둘도 이끄는 자들이니까. 전하가 지고 있는 짐은 훨씬 크겠구나-, 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전하의 짐을 나누어지고 싶은 거야.”
그녀의 고백과도 같은 말에 바이올렛과 솔의 귀가 붉어졌다.
그래, 블러디 자신도 평생 몰랐던 사실.
이번 남부에서 엘프들을 이끄는 동안 절절히 느꼈다.
지도자란 참 쉽지 않구나.
매 결정에 각종 사정이 들러붙었고 때때론 인정을 내버려야 했다.
하물며 그들은 아직 모든 힘을 회복하지도 않은 상태.
갓난아기와 같은 상황임에도 모든 책임을 진다는 게 참으로 힘들었다.
그녀가 본래 그런 일을 해 보지 않아서 이기도 했겠으나.
“살라스 전하도 그러셨지. 저 미친 인간의 마음을 이제야 좀 이해하겠다고.”
단체를 이끄는 이들은 다들 조금씩이라도 황태자의 마음을 이해했다.
살라스 또한 마찬가지.
장인들과 마법사들을 이끌기 시작하며 아르한, 제 미친 동생을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그렇기에 감히 짐작해 보는 거다.
“저 책임감 넘치는 아버지와 충성심이 지극한 아저씨는 조금이라도 황태자 전하의 짐을 넘겨 받으려는 거야. 우리와 다르게. 저런 게.”
이끄는 자들의 책임감이라는 거겠지.
블러디의 쓸쓸한 동감에 바이올렛과 솔이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보석같이 빛나는 딸들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
전하와 아저씨와 아버지는 아직까지도 한심해 보이는 만담과 덧없는 책임감을 과시하는 중이었다.
* * *
마침내.
“우리 모두 대장인의 말을 따르겠습니다.”
결정이 내려졌다.
악마들이 판치는 와중에도 제 의견이 맞다며 소리를 질러대던 놈들이 맞는지 싶을 정도로 온순한 태도.
힐끗힐끗 내가 쥔 망치를 자꾸 바라보는 눈길이 답을 알려 주었으나.
모른 척했다.
어찌 되었든.
두 난쟁이들은.
[대상들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알렉세이와 니콜라이의 운명에 고백, 용서, 화합이 작게나마 깃듭니다!]
[둘을 감싼 운명의 격이 높아집니다. 운명 독선, 외골수, 단절이 한결 완화됩니다]
바른길을 택했고 높은 격으로 나아갔다.
덩달아.
[장소의 운명을 파악합니다. 장소에 어린 단절과 미련한 운명들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철옹성의 격도 한층 높아졌다.
드워프들이 알렉세이를 용서하고 니콜라이의 뜻을 따르기로 했기 때문.
반쯤 부서진 철옹성 안.
그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이기기 위한 경쟁, 장인전이 아닌.
“이봐! 이거 혼자서는 어렵다고! 와서 좀 도와.”
“으이구 이 멍청한 놈아. 이거 하나 못 하냐?”
“넌 하고?”
“못 하지.”
“근데 왜 나만 멍청한 놈이냐?”
“어? 그러게 나도 멍청한 놈이네.”
“빌어먹을 이거 결합 잘하는 놈 없어? 난 강화 쪽만 파왔다고.”
“멍청한 새끼들. 내가 결합 쪽 솜씨가 있지.”
“좋아. 멍청이 3이 결합, 멍청이 2는 강화를 맡아라. 나 멍청이 1은 수복을 맡지.”
“…왜 네가 1이냐? 가장 멍청해서?”
“어?”
“맞네. 잘 부탁한다. 멍청이 대장.”
“어어?”
협력과 수복을 선택했다.
아직 완전히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투닥거리기도 했고 어설픈 이유로 서로를 탓하기도 했지만.
거친 말 속에 서로를 향한 이해가 담겼다.
이것만으로도.
“조금은 가까워졌어.”
만족스러운 결과.
다만 문제는 시간.
아직 갈길이 멀다는 걸 알기에.
처음 산봉우리로 떨어지며 보았던 악마의 흔적을 기억한다.
난쟁이들이 산을 버린 이유를 알겠다.
악마와 붕괴.
원래라면 바깥올 휩쓸 멸망을 피해 안으로 도망쳤으나.
안 또한 마찬가지.
일그러진 공간은 붕괴했고 어디선가 나타난 악마들이 드워프들을 위협한 탓.
그래, 지금 이 철옹성들만 보아도, 모닥불만 보아도 그리 쉽게 무너질 전력이 아니건만.
전생에 그리 쉬이 멸족당했다는 사실이 이제야 이해되었다.
부랴부랴 무너지는 집안에서 도망친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들을 챙겨 나왔겠는가.
“검과 방패를 획득했으니… 이번엔 갑옷이 적당하겠군.”
어딘가 퍼즐을 맞추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때.
“정말 괜찮을까요?”
백작의 물음.
“왜, 대가를 바란 행위는 고결한 것이 아니어서?”
들어볼 것도 없이 그의 속내를 간파했고.
“원래 걸음마는 그렇게 떼는 거야. 애 키워 봤잖아?”
간단히 그의 걱정을 일축했다.
대장장이로서 더 높은 차원을 바라고 한 사과와 용서.
본연의 의도가 깨끗하지 않은 건 맞으나.
“이후 어떻게 자리잡아 나가느냐가 중요하지.”
“맞군요. 경솔한 질문이었습니다.”
첫걸음을 떼었다는 게 중했다.
금방 뜻을 이해한 그가 고개를 숙였다.
점차 활기차게 변하는 분위기를 느낀 탓일까.
여기저기서 탄성과 논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자기가 잘하는 구석에만 관심을 가졌던 외골수들이 남과 소통하고 기술을 나누는 방법을 깨달아가기 시작하는 중.
이 풍경이 유지되기만 한다면 충분하다.
더 가까워질 거다.
“그래, 그럼 가자고.”
덩달아 신나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던 알렉세이와 니콜라이의 뒷덜미를 잡아 채고는.
“문 열어.”
다시 시온으로 향했다.
“너희 참 운반하기 편하네.”
이렇게 쉽게 딸려 오는 꼴이 불만스러웠는지.
“빌어먹을-.”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된 거야?”
둘이 눈알을 돌려 대며 항의했으나 이미 돌이킬 방법은 없다.
그렇게 다시 브레이커로 시온의 문을 닫았다 열자.
“오오오- 위대한 갑옷이시여! 위대한 갑옷이시여!”
“찬양하라! 찬양하라! 갑옷의 이상향! 그야말로 완벽한 갑주가 도래했다!”
“시온의 증거다!”
가득 모여 누군가를 찬양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중앙.
“크하하하! 날 경배하라! 신체 없이도 돌아다니는 이 위대한 갑옷을!”
텅 빈 내부를 자랑하며 괴상한 웃음을 터뜨리는.
“깡통?”
무명 기사와.
“이 미친 놈들아 이거 놔!”
또 다른 드워프 무리에게 둘러싸인.
“평민?”
안드레.
그들이 나를 발견하곤.
“전하! 여깁니다!”
“오오! 저기! 이 위대한 갑옷의 주인이 오셨다! 찬양하라!”
반갑게 손을 흔들자.
일제히 쏟아지는 드워프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그 뒤.
가득한 악마들의 시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미친놈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