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154화 (154/200)

154화 선조를 부숴

수정은 투명하며 단단하다.

한 점 오염 없이 깨끗하고, 한 줄기 빛을 빨아들여 여러 빛깔로 나누기도 하며, 더 나아가 수많은 현상을 비추고 왜곡하기도 한다.

공작가가 품은 마법 또한 그러했다.

수정이 맑으면 맑을수록 더욱 많은 마나를 품었고.

원하는 심상을 비추는 것을 넘어 이를 비틀고 현실을 왜곡하며 분화했다.

공작이 펼치는 마법 또한 마찬가지.

몸은 비록 수정궁 가장 아래, 심처에 위치해 있으나 수정으로 만든 형상에 의식을 투여하여 현장을 보고 느낀다.

맛, 색, 냄새 등 오감을 넘어 마법사의 제 육감이라 불리는 마나까지.

어찌 보면 극한의 효율.

이러한 성질 때문에라도 수정궁이 동북부 한복판을 지키고 있는 이상.

수정 거북이라 불리는 공작이 도사리고 있는 이상.

함부로 국경을 넘지 못한다.

성벽 위에 수정으로 이루어진 대마법사가 등장하는 순간.

마나로 이루어진 재해가 쏟아질 것이 분명하기에.

심지어 상대는 죽지 않는다.

어찌어찌 수많은 손해를 감수하고 동북부 요새들을 넘어 수정궁에 도착한다고 하여도.

진짜 싸움은 그때부터.

수정궁은 그야말로 공작가 마법의 집합체.

대마법사 개인을 넘어선 ‘대마법사 가문’이 세워 놓은 영역.

그 안에서라면 공작은 신에 가깝다.

모든 법칙이 그의 손안에서 뛰놀고, 축적된 마나가 원래라면 이룰 수 없는 이적을 일으킨다.

움직이는 절대 영역.

비록 공격보다는 방어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해도 누구도 쉬이 볼 수 없는 것만은 사실.

그런데.

“허어어억-!”

수정궁 가장 아래, 투명하고 시린 수정 조각 사이에 파묻혀 잠자듯 눈을 감고 있던 사일러스 공작이 숨 막히는 소리를 내며 번쩍 눈을 떴다.

악몽이라도 꾼 것일까.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과 벌떡이는 몸이 그의 놀람을 짐작하게 했다.

그가 급히 이마를 훔치며 방금 본 풍경을 떠올렸다.

꿈인가?

근래에 심마가 심해지던 터라 악몽을 자주 꾸었던 터.

그래, 꿈인가 보다.

깨달음과 비원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깊어지다 보니 고약한 악몽을 꾼 게 틀림없다.

전하께선 언제 오시려나.

공작이 다시 수정 위로 몸을 누이려다가.

“아니야.”

다시 번쩍 일어났다.

그래도 오랜 시간 마법이란 환상 속을 이성이란 무기 하나로 헤쳐 나온 그다.

아무리 심마에 빠졌다고 한들 확실했다.

방금 본 풍경은 현실이다.

수정궁 한복판에 황태자가 강림했고.

“수정궁이…….”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

마법을 처음 배운 이후 200년이 넘는 시간 마나를 호흡했고, 가주가 되고 150년 동안 수정궁을 제 몸 삼아 왔다.

오랜 경험과 직관은 지금껏 그의 강력한 무기.

그런데.

“대체 무엇이었단 말이지?”

방금 그가 본, 꿈결과 같은 풍경을 해석할 길이 없었다.

완전했던 투명한 수정 사이.

당연히 박혀서는 안 될 검의 파편들이 파고 들어왔고.

그걸로도 모자라 풀리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수정궁의 이음새들이 열렸다.

마나의 구조가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졌다.

그의 가슴에 박힌 검날.

그 작은 것이 마치 마법을 해체하는 열쇠라도 된 듯 사일러스의 마나를 열어젖혔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망치에 으깨졌다.

그가 막고 싶지 않아 막지 않은 게 아니었다.

황태자가 망치를 들고 떨어져 내리는 순간.

무엇이라도 하려 마나를 일으켰으나.

그가 쌓아 온 세월이, 공작가가 쌓아 온 세월이 무색하게 흩어졌다.

그리고.

“가주시여 괜찮으십니까!”

“들어오지 마라!”

막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과도 같은 부름에 사일러스가 마주 소리치곤 앞에 놓인 수정 기둥을 바라보았다.

역대 일곱 가주들이 잠들어 있는 수정 가득 어린 실금.

그 명정하고 지혜로워 보였던 선조들의 얼굴이 어그러진 광경.

공작이 주름진 입가를 뻐끔거렸다.

자신의 대에 이런 비극이 일어나다니.

충격이 머리를 거세게 떼려 어지러웠다.

그가 비틀거리며 정신을 수습하지 못하는 동안.

쿵, 쿵, 쿵, 쿵-!

불길한 소리가 문밖에서부터 멀리 들려왔다.

황태자다, 그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어찌해야 하지?

공작의 얼굴에 불안감이 어렸다.

다름이 아니라.

사람을 실제로 만나지 않은 지 100년이 넘었다.

이 깊은 수정 속에 숨어 세상을 관조하고 동북부를 이끌어 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

사람이 오고 있다!

공작의 늙은 심장이 거세게 뛰는 사이.

저벅, 수정으로 이루어진 두꺼운 문 앞에 발걸음이 멈추는 소리가 들렸고.

빽빽한 실금 덕택에 불투명해진 문 앞에서.

“거기 있는 거 다 알고 있어-.”

황태자의 늘어지는 목소리가 울렸다.

웃는 모양인지 삐뚜름한 미소가 실금을 타고 번져 나갔다.

사람이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안 됩니다! 전하! 잠시만, 잠시만 시간을 주소서!”

공작이 다급히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달라 애원했으나.

“거북이, 거북이, 수정 거북이-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잘라 먹으리, 삶아 먹으리, 구워 먹으리, 으깨 먹으리.”

황태자는 이미 광기에 잠식된 듯 들어 본 적 없는 섬뜩한 노래를 흥얼거릴 뿐.

아니, 이제 저건 노래도 아니다.

그냥 협박.

공작이 다급히 마법을 펼쳐 자신의 늙은 육신을 수정으로 감추려고 했으나.

그전에.

쿠드득.

황태자의 손에 들려 있던 기형 검이 문을 파고들었다.

더욱 크게 번지는 실금과 더불어.

슬금슬금 머리를 들이미는 브레이커.

곧 손바닥만큼 떼어 낸 공간.

어둑한 구멍 안으로.

“거기 숨어 있었군 공작. 진짜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지?”

황태자가 비죽 제 심술궂은 얼굴을 들이밀었다.

호기심 가득한 진홍색 눈동자가 공작가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쳤고.

수정 속에 파묻혀 굳어 있는 공작과 잠든 전대 가주들을 살피길 잠시.

츄릅, 입맛을 다시며 알 수 없는 만족감을 표했다.

그의 입가에 번져 나가는 붉은 광기에 공작이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아아, 루카르 오랜 친구여.

왜인지 이런 경고 한 번 해 주지 않고 떠난 친우가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 * *

[장소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위대한 역사와 마나가 깃든 장소입니다. 운명 투명, 명정, 현명, 세월, 이적, 견고함을 읽습니다]

[맑은 수정의 드러나지 않은 불투명함까지 시선이 닿았습니다. 깊은 운명 한계, 불변, 무색, 무감, 잠적, 불수용, 정지가 어려 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며 본 운명들.

공작가의 상징, 움직이는 수정궁은 일견 완벽해 보였으나.

한편으론 멈춰 있었다.

드워프들의 불통과는 다른 개념.

그들은 홀로 동굴을 파 내려간 나머지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면.

공작가의 수정은 너무나도 깨끗하다.

문제는 깨끗할 뿐이라는 점.

그래, 스스로는 보지 못하는 문제점이리라.

깨끗함과 단단함에 집착한 결과 저리 완벽해 보이는 궁전을 얻었으나.

결과적으로.

“잠재력을 잃었지.”

가능성을 잃었다.

아무리 오랜 세월에도 그들이 세운 수정궁이 항상 같은 풍경인 이유.

사일러스 하르델, 제8대 공작.

내가 황제가 되기 전, 제국이 기울어가는 와중에도 제자리를 지키며 본분을 다했던 충신이자.

미래를 위해 드워프를 수정 속에 가두어 준, 반역의 죄를 뒤집어쓰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은 현자.

그의 저런 점이 바로 수정의 단단함과 투명함을 닮았으나.

그렇기에 부수어야 한다.

그의 명정함은 무감정이기도 했고 무변이기도 했으니.

앞으로 있을 싸움과 계획을 위해서라도 그의 능력을 발전시킬 이유가 충분했다.

완벽을 가장한 제자리걸음을 무너뜨릴 생각.

하여 브레이커를 수정궁 전역에 던졌고.

수정의 이음새를 열었다.

견고한 연결이 헐거워짐을 확인하곤 철퇴로 이를 강하게 내리치니.

퍼지는 실금과 번지는 햇볕.

수정궁이 무너지기 직전.

검은 그림자를 펼쳐 이를 감싸자.

[지닌 신비 그림자, 암화가 수정의 견고함, 명정, 세월 속에 침투합니다. 운명을 빨아들여 새로운 가능성을 품습니다]

수정에 담긴 유구한 역사를 빨아먹기 시작.

생각지 못한 수확에 흥을 주체하지 못했다.

내딛는 걸음걸음, 수정 깊이 서린 마나가 그림자와 암화 속으로 빨려들어 오는 중.

마법의 깊은 이치 전부를 알 수는 없으나.

그 견고한 짜임새만큼은 본능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제국 건국 이래부터 존재했던 신비에 가까운 건축물이다.

품고 있는 비밀이 참으로 많으리라.

그렇게 느긋하게 도착한 공작가 가주실.

문을 부수고 얼굴을 내밀자.

보인 건 전대 가주들의 형상이자.

[대상들의 운명을 읽습니다. 남은 잔여 운명들이 색을 이룬 채 강렬한 향취를 뿜어냅니다]

겉모습만 남은 자취.

갈라진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향기가 너무나도 강렬하여 머리가 아득해질 정도.

그러니까 한마디로.

“저 아까운 것들을 이리 놔두다니. 얼마나 미련한 일이냐.”

일곱 가주들의 전력이 담겨 있는 마나통이나 다름없다는 뜻.

절로 입가에 군침이 고였다.

저기 고여 있는 운명들과 힘들은 대체 얼마나.

“맛있을까.”

츄릅, 천 년을 고여 왔을 달콤한 샘물을 보며 입맛을 다실 때.

어째서인지 늙은 공작이 겁에 질렸다.

“왜 공작이 그런 표정을 하지? 왜, 진짜 잘라 먹기라도 할까 봐?”

“…아닙니까?”

“당연히 아니지. 껍질째로 부수는 것도 재밌겠지만 이리 아까운 것들을 망가뜨릴 수는 없지.”

“아까운 것들이라면?”

“자네들의 선조. 아니 선조의 형상을 취한 마나.”

나의 말에 공작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알아챘다.

그는 아니 대대로 공작가의 가주들은 저 형상을 이룬 마나를.

“진짜 전대 가주로 믿고 있었나?”

“믿는 게 아니라 진짜입니다.”

“진짜라고? 저것들이?”

“네, 전대 가주들께선 스스로의 몸을 수정 속에 가두어 지금껏 다음 가주에게 자신이 지닌 지혜를 모두 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어온 천 년 전통이 제 대에 깨지고 말았군요.

이젠 거리낄 것도 없다는 듯 비밀을 토해 낸 그가 제 죄를 사죄하듯 고개를 숙일 때.

“뭔 개소리냐 공작. 대체 어디에 살아 있는 생명이 있단 말이야. 투명한 풍경을 오래 보다 보니 미친 거냐?”

도저히 참기 어려워 미쳤냐 물었다.

선조들이 지혜를 전해 주었다고? 그럴 수 있다.

나 또한 건국제의 불을 받았고 그와 대화를 나눈 적이 많으니까.

기록은 꼭 종이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의지와 기억은 대상과 함께한 특별한 물건, 강대한 힘에도 남는 법이니까.

처음 ‘염제심결-적염’을 흡수할 때도 그러했고, 얼마 전 다섯 번째 심장 청염을 빨아들일 때도 마찬가지.

사람의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 곳은 머리, 감정이 가장 오래 남는 곳은 심장.

그 주위를 돌던 불이니 어쩌면 건국제와 가장 가깝다 할 수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건 남은 찌꺼기이지 본인이 아니다. 뭘 착각하고 있는 거야.”

나와 대화한 건국제는 진짜 건국제가 아니다.

그의 흔적일 뿐.

생생한 기억을 보고 대화를 나누고 표정을 보았지만 그것만은 확실히 구분했다.

지금 내가 보는 건 힘에 담긴 초인의 흔적일 뿐이라고.

흔적을 마주하여 갈구한 것은 지금 얻은 능력의 활용법.

초인이 남긴 자산.

다섯 번째 심장 청염을 얻은 뒤 새로 이룬 신체 또한 같은 논리.

그런데 공작은 오히려 내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가주들의 몸은 수정 안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서.”

“그거야 후손을 위해서죠.”

“후손을 위해 굳이 저 몸뚱어리를 남겨 두어야 한다고? 시체 보면 뭐가 나와?”

“많은 지혜가-.”

“이런 빌어먹을. 그 지혜라는 게 꼭 섬뜩하게 제 시체를 남겨 놔야 하는 거였나? 진실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의심한 적도 없는 거야.”

계속된 질문에 공작의 얼굴에 흐린 의문이 끼어들었다.

과거 한 현자는 이러한 과정을 진리의 분만을 돕는 것이라 하여 산파법이라 이름 붙였다지.

지금이 그랬다.

물론 산파법을 명명한 현자는 진실한 마음으로 진리의 탄생에 힘썼겠지만.

“나이를 하도 먹어서 눈이 고블린 눈깔이라도 되어 버린 거냐 뭐냐. 제대로 보고 답해. 저 시체들이 정녕 지혜를 위해 필요한 거라 믿느냐고.”

“그건- 아닐지도 모릅니다만, 미래를 위해서라도-.”

“뭔 말 같지도 않은 미래! 미래에 공작성에 위기가 닥치면 저 시체들이 벌떡 일어나 수정궁을 지켜 주기라도 한다던가? 정말 그런 기능이라도 있는 거야?”

“…방금 겪은 위기를 보았을 땐 아니로군요. 일말의 기대는 해 봤습니다만.”

“오, 맙소사. 제국의 공작이 노망들었단 사실을 누가 알고 있나. 설마 이런 멍청한 말을 나 말고 누구한테 한 거 아니겠지?”

“…….”

“했어?”

“안 했습니다.”

“차마 적국에 소식이 퍼지진 않아서 다행이군.”

“이래 봬도 공작이자 대마법사입니다. 전하.”

“그러니까 공작이자 위대한 대마법사가 보기엔 저 과거의 대마법사들이 굳이 시체를 남겨 둘 이유가 뭐냔 말이야. 제 연구실도 아닌 시체를!”

나는 그런 친절한 스승이 아니다.

사일러스 공작이 답하지 못한 채 수정 속에서 고개를 떨구었다.

노인을 너무 몰아쳤던 모양.

하여 이번엔 전법을 바꾸었다.

“이봐, 공작. 너무 말랐군. 대체 여기 얼마나 있었던 거야?”

“네? 한 100년 정도-.”

“이런 햇빛도 보지 않고 이곳에 계속 머물러 있었단 말인가? 마음이 아파. 이 황태자의 마음이 아파.”

갑자기 변한 따뜻한 말투에 공작의 얼굴이 황당하다는 듯 일그러졌다.

아, 심문 방법 중에 이런 게 있었는데 말이지.

착한 심문관과 나쁜 심문관이 오가며 대상의 심리를 흔드는 방법이.

생각해 보니 그건 둘이 하는 거구나.

혼자 못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

“대마법사라는 자가 이리 삐쩍 곯아서야.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고? 자네 꼴이 이게 무언가.”

“저, 전하?”

“이래서야! 제대로 전투나 하겠어! 동북부의 위기 속에서도 이리 수정 속에서 잠이나 처자고! 자네가 잠자는 숲속의 늙은이야!”

“네? 갑자기요?”

“이런, 공작 선조들의 시체나 보며 지내니 그리 마른 거 아닌가. 이제 대답해 봐. 진정 그리 생각해? 정말 저 시체들이 살아 있는 전대 가주들이라고? 자네도 그럴 수 있다고 믿어? 자네의 지혜로 답해. 과거부터 내려온 뻔한 전통 말고.”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말투에 공작이 공포와 혼돈에 빠지길 잠시.

그래도 마법사다운 차가운 이성으로 정신을 수습한 뒤.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진실을 인정했다.

* * *

그제야 거두어지는 황태자의 분노를 보며 공작이 의문을 품은 채 일곱 수정 기둥을 보았다.

그 안에 고이 잠든 가주들을 보았다.

당연하다 여겼다.

전통이었고 계승이었다.

자신 또한 당연히 죽기 직전 저기 누워 남은 생을 보존하리라 그리 생각해 왔다.

대체 왜?

황태자의 질문을 들은 순간 그런 의문이 치밀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저 다음 가주를 가르치기 위해?

아니면 나중에 후대 가주가 마도의 궁극을 깨달으면 영생을 나누어 가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불가능한 일이다.

마법사라 환상을 바라지만 그렇기에 현실을 냉정히 파악해야 한다.

영생은 불가능의 영역.

그 위대한 건국제마저 결국 천수를 다했거늘.

그러고 보니 우리는, 하르델 공작가는 무엇을 바라여 이리 힘이 다한 가주들의 육신을 보관하였단 말인가.

그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질 때.

“이봐 공작. 의심이 일면 확인해 봐야지.”

황태자의 은근한 말이 그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내가 자네의 비원을 이뤄 준다고 했던 말 기억하나? 장성. 궁을 넘어 장성을 세우게 해 주겠다던 말 말이야.”

“기억합니다.”

어찌 기억을 못 하겠는가 그걸 기다리다가 이리 심마까지 걸렸는데.

그런 공작의 얼굴을 바라보던 황태자가 더욱 간지러운 목소리로 꿈을 속삭이듯.

“선조를 부숴. 그리하면 알 수 있을 거야.”

패륜을 저지르라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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