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158화 (158/200)

158화 같은 질문

며칠간 폭우가 내리 쏟아져서일까.

최근 제국 전역엔 맑은 날씨가 계속되었다.

그중에서도 동남부, 쨍한 햇살 아래.

“전군 차렷!”

북부, 동북부 병력들이 행군 준비를 마치고 선 자리.

지금은 어둑한 그림자와 철갑옷을 두른 수정궁 가장 높은 곳에.

여느 때와 같이 고귀함을 뽐내는 황태자가 등장했다.

모두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깨끗한 백금발과 은은한 열의와 광기를 품은 진홍색 눈동자가 줄 맞춰 선 병사들과 쨍한 햇빛 아래 드러난 동남부의 풍경을 훑었다.

모두가 긴장한 가운데 그만이 마치 아침 산책이라도 나온 듯 태평한 얼굴.

입가엔 은은한 미소까지 어려 있다.

여느 날과 같은 동북부의 풍경을 바라보던 황태자가 입을 열었고.

“긴 여행길이 될 거다. 고생스러운 여행길이 될 거다.”

그들에게 길고 힘든 여정이 될 것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를 듣는 얼굴들엔 동요 한 점 피어나지 않았다.

이미 각오했다.

수도로 향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거친 행군이 되리라 예상했고 모든 결심은 지난밤 끝마쳤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황태자가 참으로 오랜만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를 모시던 자들이 다들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런 미소를 지을 줄도 아는 분이셨던가.

저리 따뜻한 눈길이라니.

항상 광기와 살기가 가득한 얼굴만 보다 저런 모습을 보니 생경할 지경.

그렇게 은은한 열기로 모두를 훑어 보길 잠시.

“왜 이리들 긴장했어. 어디 죽으러들 가나? 난 대화를 하러 간다고 했는데 다들 반역자들의 얼굴들을 하고 있구나.”

역시나.

저 미친 전하께서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하면 몸에 큰 문제라도 생기는 건지.

굳이 좋은 분위기 다 잡아 놓고 초 치는 소리를 내뱉었다.

이왕이면 거친 전투 이후 주어질 편안한 휴식, 번영할 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얼마나 멋졌겠는가.

그가 지금까지 변화시킨 제국에 대해, 이후 이룰 제국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얼마나 사기가 올랐겠는가.

그들이 다 아쉬울 정도.

그래도 황태자를 겪어 본 이들이 많아서일까.

터져 나오는 웃음이 곳곳에서 들렸다.

어쩌면 무례일 수도 있으나 누구도 웃은 자들을 탓하지 않았다.

황태자도 덩달아 웃었으니까.

분명 비장한 순간이나 이를 맞이하는 자들의 얼굴엔 편안함이 깃들었다.

반역을 시작하는 이들치고는 참 소탈한 미소.

그렇게 어깨를 들썩이며 웃던 황태자가 문득 건넨.

“결국은 집안싸움이다. 그대들의 희생이 안타까울 따름이야.”

가벼운 고백에 금세 싸늘한 침묵이 그들을 감쌌다.

수도 진격을 앞둔 황태자의 연설은 대단하지도 열정적이지도 살벌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들이 아비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많은 피가 뿌려지는 현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 마음이 이럴진대. 제국 곳곳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이들은 더 하겠지.”

담담함 속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마치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형제와 말을 나누듯.

“여행을 표명함은 혹여 엉뚱한 이들이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우리의 목표가 대화임을 밝히는 것은 분노하지 않기 위함이다. 대상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발을 옮기자. 하여 조금이라도 슬픔을 덜어 내자. 그게 우리가 이번 수도까지 가는 길에 명심해야 할 일이다.”

“…….”

그의 절절한 말이 울리고 나자 병사들의 얼굴에 굳은 결심이 끼었다.

그래, 제국에 내분이 일어나면 가장 커다란 피해를 입는 건 귀족들도 황족들도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분투하는 미친개들일 뿐.

아귀다툼에 휘말릴까 두려움에 떠는 이들은 바로 평범한 제국민들.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지도자, 곡식을 짓밟으며 전진하는 병력, 전장터로 떠난 아들을 기다리는 부모들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삶들.

여기 있는 대부분의 병사는 그런 자들이다.

지금 황태자를 따르는 병력이기도 했으나 이후엔 일상을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황태자의 뜻에 반할 자는 없다.

오히려 환영하면 환영했지.

병사들이 일어난 감정을 수습하자 황태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끝나지 않았다.

“대신 목표와 대상이 명확한 만큼.”

방금까지 따뜻하며 베려 넘치던 분위기가 일변했다.

제국민을 입에 담을 땐 형제를 대하듯 친우를 대하듯 담담히 말을 이어가던 황태자의 목소리에 살기가 짙은 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단번에 바뀐 분위기.

등 뒤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불과 빛 그리고 번개.

어둑하게 그늘진 얼굴 속 번뜩이는 눈동자가 맹수의 것과 같았고.

눅진하게 늘어지는 숨소리 또한 먹잇감을 바라보는 포식자의 것과 닮았다.

그가 잡아먹고자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적, 제국을 좀먹고 앞을 가로막는 자들은 철저히. 남김없이 죽이고 부숴라. 내가 가장 앞에 서겠다. 그리고 가장 맹렬하게 검을 휘두르겠다. 가장 많은 피를 뒤집어쓰겠다.”

앞길을 가로막고 제국을 좀 먹는 이들.

여러 번 흘릴 피, 한 번에 끝을 보겠단 의지.

“그러니 이 집안싸움. 제국의 썩은 부분을 도려 내고 태워 내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함께해 다오.”

마지막, 함께해 달란 말에 모두가 먹먹한 마음으로 황태자를 올려다보았다.

오만하며 홀로 오롯하고 고결한 이가 할 줄은 몰랐던 말.

함께.

그는 항상 혼자 모든 걸 해결했고, 혼자 이겨 내 왔고, 혼자 모든 짐을 져왔다.

그런 황태자가 지금 함께해 달라 부탁하고 있다.

앞에 서는 것은 마찬가지일지라도 너희들 앞에 서리라 말하고 있다.

아마 꽤 커다란 결심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리 짐작해 볼 뿐.

이것이라도 어디인가.

항상 못된 말만 내뱉던 황태자 전하께서 처음으로 도움을 청하고 있다.

그렇다면.

“함께하겠습니다!”

“적들의 목을 치겠습니다!”

응답하는 것이 인지상정.

병사들 중 담이 큰 자들이 하나둘 제 나름의 뜻을 담아 함께하겠노라 소리쳤고.

기사들은 주군의 부름에 예로 화답했다.

뽑아 든 검, 꿇은 무릎.

밤새 벼린 날이 햇빛마저 가르듯 날카롭게 울리며 검명을 토해 냈고.

그들의 고결한 외침에 바람마저 가라앉았다.

이윽고.

“가자. 수도로. 폐하를 뵈러.”

황태자의 선언과 더불어 북부와 동북부 연합, 더 나아가 서부, 남부에서부터 전사들과 엘프들이 출진.

제국 전체에 전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 * *

보통 전쟁은 어둑한 장소부터 시작된다.

양 세력이 맞붙기 전 가장 활발하고 잔혹한 싸움이 벌어지는 곳은 바로 그림자 속.

물밑에서 정보를 모으고 교란하는 첩보와 암살이 가장 성행하는 시기.

“명령이 떨어졌다. 새어 나갈 정보를 모두 틀어막아라.”

“정보부는 이제부터 코드 로열이 아닌 플레티넘의 명령을 따른다. 로열의 눈과 귀를 모두 베어 내라. 상황은… 코드 블랙이다.”

알프레드 휘하로 들어간 중앙정보처 또한 마찬가지.

그중에서도 북부와 동북부에 남아 있는 황후의 눈을 쫓는 움직임이 숨 가빴다.

코드 로열은 황가, 코드 플레티넘은 황태자.

마지막으로 코드 블랙은 반역.

즉 알프레드를 비롯한 정보부와 특무대는 황태자를 따라 반역에 몸을 실은 셈.

명령이 떨어진 그 순간부터.

권력과는 관계없는 제국민들이 깊게 잠든 시각.

검은 옷으로 몸을 칭칭 감은 이들이 뒷골목을 뛰어다녔고.

음습한 다툼 소리에 이은 억눌린 신음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황실로 흘러 들어갈 정보를 막기 위한 암투.

아직 조직 내에 황후를 따르는 이들의 입을 막았고.

더 나아가.

“특무대 준비해라. 코드 블랙, 리스트에 올라 있는 요주의 인물들의 암살을 시작한다.”

특무대는 더 잔혹한 임무를 맡았다.

그들이 향한 곳은 평소 황후 세력에 빌붙어 권력의 양분을 빨아먹던 제국의 암 같은 존재들.

오늘도 권력과 부에 취해 영지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던 귀족들 앞.

“뭐, 뭐야? 너희 누구야!”

“심판이다.”

새까만 정복을 입은 사신들이 날카로운 검으로 놈들의 목을 단번에 베어 냈다.

제국 전역에서 일어난 심판 소식이 퍼지기도 전.

황태자를 비롯하여 그를 따르는 병력이 고속으로 북부와 동북부를 주파.

특히.

황태자와 최측근들이 탄 은색의 비행선은 어떠한 제지 없이 순식간에 산과 강을 건너.

“황태자 전하 납시오-!”

각 성의 영주들에게 충성과 복종을 강요했다.

북부에선 감히 황태자에게 반기를 들 배은망덕한 이가 없었고.

동북부엔 간혹.

“성문을 닫고 오는 병력을 막아라!”

황후를 따르는 미련한 영주들이 존재했으나.

“적들이 들어왔나이다!”

“대체 어떻게? 성문은 모두 막아 두지 않았나!”

“그것이, 하늘. 하늘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그게 뭔 개소리-!”

그들의 바람대로 되진 않았다.

성벽보다 한참 높은 공중에서부터 등장한 비행선을 어찌 막을까.

마법도 화살도 닿지 않는 거리.

그러나.

두두두두두-!

그들이 쏘아 내는 강철비는 너무나 쉽게 성을 무력화했고.

“폭격을 시작하라-!”

비행선에 탄 마법사들이 아래로 던진 마법은 너무나 편하게 성문을 박살 냈다.

원래 중력을 거스르는 건 많은 마나가 필요하지만 순응하는 덴 큰 마나가 필요치 않으니까.

압도적인 전력 차.

그리고 항상 마지막 순간엔.

“반역의 죄를 뒤집어쓸 자는 나와 맞서라! 모조리 죽여 주마!”

거센 번개가 되어 떨어져 내린 황태자가 위협적인 기세로 모두를 겁박했고.

금세 성을 함락했다.

황후를 따랐던 이들은 그 자리에서 자격을 박탈.

“사형이다.”

가차 없이 목을 내리쳤다.

황후를 도왔다는 것이 명목.

하나 영지민 중 누구도 슬퍼하지 않았다.

놈들에게 겪은 고통이 너무나 컸기에.

그렇게 진격하길 한참.

어느덧 도착한 장소는 북부와 수도를 잇는 마지막 관문, 마르세 요새.

원래도 북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최종 방어선 역할을 하는 전략적 요충지였기에 많은 병력이 머물러 있기 마련이었으나.

지금은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병력이 상주하는 중.

전운이 감도는 요새, 그들이 막을 것은 북부를 짓밟고 수도를 노리는 몬스터들이 아닌.

“전투 준비! 대규모 병력 확인! 나팔을 불어라!”

뿌우우우-

같은 제국의 병사들.

최종 방어선이란 단어엔 몬스터와 인간 둘 다 포함이었고.

지금은 반란을 막는 방패로써 북부와 동북부의 병력을 맞이했다.

성벽에 가득 세운 거대 발리스타와 마나 투사기들.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

황태자 세력에 하늘을 날아 성을 초토화하는 생소한 병기가 있다는 걸.

이를 격추하기 위해 준비한 물건.

뿐만 아니었다.

관문에 황실 기사단 몇 개 단과 전투 마법사 몇 개 단이 파견 나왔다.

여기서 최대한 황태자의 전력을 깎겠단 의지.

개중엔.

“…오고 계시겠지.”

“그렇겠지요.”

과거 마르세 요새에서 황태자를 맞이했던 홍익 기사단도 포함되어 있었다.

황태자의 반란을 막는 게 이번이 두 번째인가.

“그때와 같으리란 생각은 버려야겠지.”

“그렇겠죠. 그때처럼 흘러갔으면 좋겠지만요.”

홍익의 단장과 뒤에선 부단장이 근심 어린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며 뜻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아니, 뜻이 없다기보단 이루어지기 어려운 소원을 입에 올렸다.

처음엔 진짜 미친 자라고 생각했다.

제 목숨을 빌미로 황성까지 진격한다는 황당한 논리.

그러나 마지막엔 그 뜻을 이해했다.

많은 이의 목숨 대신 자신의 목숨을 걸고선 도박을 감행했던 거다.

제 생명을 판돈으로 올리는 말도 안 되는 담대함과 광기 어린 자기 확신.

이루기 어렵다 생각했는데.

이루어 버렸다.

홍익 기사단은 당시 황태자와 지금은 세상을 떠난 북부의 검을 호위하며 생생히 목격했다.

특히 강철성 알현실에서 벌어진 일련의 연극 같았던 대담은 아직도 그들의 머리와 가슴속 깊이 남아 있다.

칙칙한 묵색 알현실 한가운데 홀로 벌겋게 타오르던 당시 황자의 모습이.

“여기서 북부를 버려야 한다며 진실을 외면했던 신하들과! 북부 한풍 속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몬스터의 머리를 헤아려 가며 싸워 온 북벽 중! 누가 반역도입니까!”

그가 뱉은 말에 그들 또한 속이 찌르르 울렸다.

기사로서 주군에게 인정받는다는 기쁨.

어쩌면 그때부터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청익 놈들이 부러웠는데 말이야.”

“저도 북부 촌뜨기 기사 놈들이 부러웠습니다.”

청익과 북부를 부러워하기 시작했던 게.

그들뿐만 아니라 홍익 기사단 모두의 얼굴이 유독 무거웠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지난 짧았던 동행을 아무리 곱씹고 또 곱씹어도.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자신들은 황명을 따를 것이고 황태자는 이번에도 반역도로 짓쳐 들겠지.

마음이 아려왔다.

그렇게 몰려드는 북부와 동북부 병력들을 바라보길 잠시.

점차 짙은 살기와 투기가 관문을 휘감았고.

위용을 자랑하던 비행선이 등장하지 않아 의아해하던 순간에.

하늘에서 빛 한 줄기가 관문 성벽 가장 높은 곳에 떨어져 내린다 싶더니.

“여기서 다들 뭐 하고 있는 건가.”

황태자가 등장했다.

너무나 태평하며 당당한 물음에.

“막으라 명을 받았습니다.”

“무엇을?”

“…….”

“무엇을 막으라 명을 받았지.”

“…반역도 아르한을… 막으라… 그리 명받았습니다.”

병사 하나가 순간 눈앞의 상대가 막아야 하는 대상임도 잊고선 멍하니 답했다.

모르는 이가 보면 황태자가 이들을 이끄는 수장이라 생각할 정도.

그만큼 그의 존재감은 모두의 시선과 의식을 흐트러뜨릴 정도로 강했다.

갑작스레 등장한 반역 무리의 수장에 다들 어찌해야 하나 멈춰있는 사이.

유일하게 그를 겪어본 적 있는 자들이 정신을 차리고는.

“어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바로 홍익 기사단.

질문하는 단장의 얼굴에 깊게 낀 경탄과 슬픔이 이질적이었다.

황태자가 답하기도 전.

“왜 어찌하여 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여기 행차했습니까. 그때처럼 자신의 목을 걸고 도박이라도 하러 오신 겁니까. 그때와 다른 상황이 아닙니까. 차라리- 차라리 뒤에 나타나시죠. 우리의 시체를 밟고 지나가시죠. 왜 또 이러십니까.”

홍익의 단장이 우르륵 자신의 의문을 쏟아 냈고.

“이런, 들켜 버렸나? 이래서 한번 사용한 수는 또 사용하기가 어렵다니까.”

황태자가 짓궂은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나, 저분은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웃어넘기는구나.

홍익 기사단의 얼굴에 더욱 짙은 괴로움이 어렸다.

차라리, 차라리, 지금 앞에 계신 분이-.

잠깐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을 애써 지우려는 때.

황태자가 고개를 비뚜름히 꺾으며.

“이왕이면 같은 수를 쓴 김에 같은 질문을 해 볼까.”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홍익 기사단을 둘러보길 잠깐.

이내 그때처럼 당당히 가슴을 펴더니 주변에선 모두를 오시하며 거만하게.

“그대들이 보기엔 누가 반역도인가.”

알현실에서 들었던, 그들의 마음에 깊게 남은 질문을 반복했다.

누가 반역도인가.

흠칫 굳은 홍익을 마주한 황태자가.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려는 내가? 아니면 의미 없이 길을 막은 이들이. 어때. 그때와 같은 여정을 반복해 보는 것은.”

다시 한번 그때의 여정을 제안했고.

“…홍익 뒤돌아.”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단장의 명령에 기사단이 뒤를 돌자.

황태자를 포위했던 그들이 이번엔 호위하는 모양새를 취했고.

“어디까지 가십니까.”

“그때와 같은 목적지. 강철성, 알현실. 폐하를 뵈려 하는데.”

“홍익이 모시겠습니다.”

“즐거운 여정이겠군.”

그대로 요새 성벽에서부터 적들을 향해 짓쳐 들었다.

성벽에서부터 황태자와 홍익의 공격이 시작됨과 동시에.

이를 신호로 북부와 동북부 병력이 관문을 향해 진격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