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180화 (180/200)

180화 성녀 페르페투아

처음 하늘에서부터 밝은 빛이 번져 나올 때만 해도 신성을 바랐다.

최근 흉흉한 분위기를 보았을 때 무언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고.

그들에겐 믿음이 필요했다.

하여 화이트 캐슬, 그것도 원탁회의가 이루어지는 중앙청 위로 해보다 눈부신 빛이 어린 순간.

다들 신의 계시 또는 축복, 보호가 어리는 것이라 그리 생각했다.

몇몇은 바로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릴 정도.

그러나 빛이 걷히고 난 자리, 나타난 건 그들이 바라던 승리의 증거도, 믿음의 현신도 아니었다.

곧 다급한 종소리가 화이트 캐슬을 떨어 울렸다.

새벽 기도 시간을 알리는 종과는 다른 느낌.

차가운 새벽, 잔잔히 울리는 종소리엔 없던 믿음마저도 일으키는 고즈넉함이 있었다면.

지금 다급히 들려오는 소리를 보았을 때.

“적습인가!”

“적습? 화이트 캐슬에?”

“대체 어디서?”

신성 왕국 수도, 그것도 왕성에 적이 나타났단 알림.

성을 지키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대체 무슨 일인가 하여 고개를 두리번거렸고.

정체가 얼마 안가 밝혀졌다.

“저건 대체 뭐야?”

“고래?”

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뒤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뽐내는, 하늘을 가득 채운 타원형 은색 무언가.

꼬리에선 오색 연기가 피어나는 광경.

어찌 보면 신성했고 어찌 보면 사특했다.

바로 플라잉 해머호.

제국에선 이미 황태자가 등장했음을 알리는 상징과도 같은 비행선이었으나.

신성 왕국은 처음 목격하는 물체.

모두가 우왕좌왕하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신을 불러 댈 때.

중앙청 심처, 왕국과 교단의 모든 일을 정하는 신성한 원탁 위.

산산이 부서진 상징 위에서 오연하게 모두를 깔아보는 시선.

황태자 아르한.

그가 신성 왕국에 등장하였고.

등장함과 동시에 정치적으로 문제 될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신성 왕국의 추기경들이 신앙이라는 광기를 품었다면.

“황녀를 성녀로 만들겠단 미친 소리를 지껄인 성녀를 좀 만나야겠는데. 어디 있지?”

“…미, 미친 소리?”

“보호자가 왔다고 전해. 보호자 면담 좀 하자고. 너희가 섬기는 신이든 성녀든 누구든. 당장 나오라 해.”

황태자는 그냥 미쳤다.

신성 왕국 수도, 그것도 왕성 한복판에서 입에 담기에는 너무도 모욕적인 말들.

그들이 섬기는 신과 상징인 성녀를 외람되이 입에 올리는 패기와 오만.

아니 말을 친절히 한다 해서 넘어갈 상황이 아니었다.

그들이 중요시하는 신성한 상징, 평등과 기도의 자리인 원탁을 지르밟다 못해 깨부수며 등장했으니까.

당장 화형식을 치른다 해도 막을 수 없는 상황.

사방에 분노한 광신도들이 가득하나 한 점 흔들림 없다.

당연히 놈들이 자신을 어찌하지 못하리란 확신과.

“아니면, 내가 끄집어낼까?”

따르게 만들겠단 확신이 있었으니까.

그의 진홍색 눈동자가 타오르듯 광기와 살기를 번뜩이기 시작했고.

곧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까 그렇다.

자신이 언제부터 참았단 말인가?

왜 참아야 하지?

원래 누구 하나 죽이고 시작하는 게 버릇이었건만.

최근 황성을 들락거리면서 마음이 많이 물렁해졌나 보다.

이래서 사람이 편한 자리에 서면 안 된다.

항상 거친 바닥에 있어야 제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는 법.

그러기에 지금 이곳은 꽤 괜찮은 장소가 아닌가.

황태자가 브레이커를 쥔 손에 슬며시 힘을 주었고.

그대로 천천히 사방을 훑었다.

누굴 죽여야.

“잘 죽였다 소문이 나나.”

읊조리는 말에 즐거움이 가득하니.

비록 신앙에 미친 자들이라 해도 그의 광기를 못 느낄 리가 없다.

진짜 죽이려는 속셈.

그의 눈길이 닿는 자리마다 모두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신앙을 입에 담고 성전을 외치지만 정작 희생하여 죽을 용기는 없는 자들뿐.

욕망을 위해 종교라는 수단을 손에 쥔 이들뿐.

“호오, 아니다. 다 죽여야겠구나.”

황태자가 그들의 눈에 서린 두려움과 운명을 읽고선 순식간에 마음을 바꾸었다.

다 죽여야겠다.

한 놈도 살려 둘 가치가 없다.

밖에서 들려오는 기사들의 달음박질 소리가 다급한 가운데.

피어난 살기에 성기사단장들이 급히 검을 뽑아 들었고.

추기경들이 뒤로 물러나 기도를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왕국의 핵심 인력이라 불리는 자들이라 그런지.

금방 삼엄한 기세와 더불어 신성력이 몰아쳤고.

성기사들의 몸에 온갖 보조 주문들이 덕지덕지 붙었다.

추기경들의 손위에서 피어나는 성력으로 빚어 낸 마법들.

그들이 왕국 한복판에 침입한 이교도이자 오만한 황태자를 벌하려 할 때.

“거짓된 빛과 불을 자랑하지 마라.”

황태자가 일시에 그들의 빛을 지워 버릴 만한 광휘를 내뿜었다.

광염.

더욱 밝은 빛에 그들이 짜올린 신성함이 눈 녹듯 사그라들었고.

뒤이어 뜨거운 적염이 그들을 사르기 위해 혀를 날름거리며 뻗어 나왔다.

그들이 한 줌 재로 화하기 직전.

“멈춰!”

맑은 목소리 하나가 장내에 울리더니.

순결하다 할만한 하이얀 기운이 황태자의 불과 그들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목표한 것을 태우지 못한 건 처음이었다.

분명 적염은 여전히 뜨겁고 맹렬했으나.

사이를 메운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한 기운이 몽글몽글 불에 달라붙었고.

힘겹게나마 황태자의 신비를 막아 내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성기사들과 추기경들이 다시 신성력을 뿜어내어 황태자를 공격하려 하는 순간.

“그대들도 멈추세요!”

다시금 일전의 목소리가 울렸고.

모두의 시선이 돌아간 자리.

흩날리는 새하얀 머릿결, 바다와 같이 푸르른 눈동자를 반짝이는 여인.

서신 속에 숨겨 놓았던 메시지, 그 속에서 보았던 환상에 등장했던 자.

신성 교단의 상징, 성녀가 황태자를 보며 속눈썹을 파르르 떨길 잠시.

“멈추세요. 그대들이 먼저 힘을 거두세요. 제가 부른 탓입니다.”

아직까지 신성력을 뿜어내고 있는 추기경들과 성기사들에게 자신이 황태자를 청했음을 알렸다.

하나.

“성녀님.”

“성녀님께서 부르신 것과 신에 대한 모욕을 저지른 것은 다른 죄입니다.”

“원탁이 부서졌고 성자들의 고귀한 희생이 모욕받았음을 넘기란 겁니까.”

그들 또한 물러나지 않았다.

특히.

“불경한 자를 그저 두고 보란 말인가. 성녀. 그대가 요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성왕, 갈리스토 3세가 유독 차가운 목소리로 성녀의 앞을 가로막고선.

“그댄 대체 어디까지 성국의 위명을 떨어뜨려야 만족하겠는가.”

“왕이시여.”

“지금 장난하는 건가? 저런 패악스러운 자를 이 자리에 요청한 것으로 모자라 우리 보러 먼저 물러나라? 신성을 버리라?”

“그런 뜻이 아님을 알 텐데요.”

“제국에서 성녀를 데려오라는 말을 내뱉더니, 이젠 제국의 주구가 되라는 겐가. 끔찍하군.”

“…….”

“성녀여. 그대는 진정 신을 섬기는 게 맞는가.”

엉뚱한 방향으로 심판대를 돌렸다.

그리고 주변에 선 자들이 성녀를 향해 눈을 번뜩였다.

성녀가 슬픈 눈으로 자신을 적대하는 이들을 둘러보는 사이.

“이거 당장 치워 다 죽여 버릴 테니까.”

황태자의 스산한 목소리가 존재감을 뽐냈다.

감히 자신을 앞에 두고 저들끼리 대화나 나누는 태평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

그가 살기를 번들거리며.

“성녀, 경고다. 그대의 부름에 응답했다 해서 뜻에 따라 줄 거란 착각은 버려라. 그러니 힘을 거둬. 같이 찢어 버리기 전에.”

경고를 남기곤 점점 적염을 부풀렸다.

뒤이어 터지는 초적염들.

붉게 일렁이는 불과 자잘하게 어리는 폭발들이 성녀의 차분한 기운을 찢고 갈라냈고.

뜨뜻한 혓바닥으로 성기사들의 갑옷을 날름 핥으려 바짝 다가섰다.

이어 몸과 검에 밝은 빛이 어렸다.

이대로는 뚫린다.

막 황태자가 피를 마음껏 흩뿌리려 할 때.

성녀가 자신이 피워 낸 신성력을 거두었고.

퍼지는 불, 날카로운 검이 그들의 목을 자르기 직전.

광명이 둘을 삼켰다.

“이런…….”

자리에 남은 건 난장판이 된 원탁과 불이 내뿜던 뜨거운 열기뿐.

하늘을 올려다보았으나 방금까지 위용을 자랑하던 플라잉 해머호도 사라진 상태.

치밀던 광명이 사라진 자리, 먼지를 머금은 햇빛이 회백색으로 원탁을 비추는 가운데.

“찾아라, 성녀가 왕국을 배신했다. 심판대에 올려 믿음을 재리라.”

성왕이 차가운 목소리로 성녀가 왕국과 신성을 배신했단 말을 입에 올렸다.

회의장을 떠나는 그의 눈동자에 보라색 화염이 일렁였다.

* * *

일순간 하얗게 번졌던 시야가 되돌아온 뒤.

생경한 공간 안에 섰음을 느꼈다.

나뿐만이 아니라.

“어? 전하? 밑에서 싸우시려는 것 아니었습니까?”

“전하, 괜찮으십니까? 여긴 대체?”

“잠깐 플라잉 해머호는? 다들 무사한 거야?”

나를 따라 플라잉 해머호를 타고 왔던 안드레와 알프레드, 살라스 등을 비롯하여.

“오라버니?”

“태자, 괜찮은 건가요?”

유리엘과 어머니까지.

어머니의 손을 꼬옥 붙잡은 채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던 유리엘이 나를 발견하곤 발을 움찔거렸다.

아무래도 달려오고 싶은 모양.

하나.

“거기 있어라 유리엘. 평민, 알프레드. 어머니와 동생을 지켜라.”

동생의 어리광을 받아 줄 상황이 아니다.

정확히는 내 앞에 선 이.

여전히 순결함을 자랑하는 성녀의 자태.

푸른 눈동자가 유리엘을 향한 게 불쾌하여 이를 막아 서곤.

“절호의 기회를 놓쳤군. 어째서 말렸나.”

굳이 끼어든 이유를 물었다.

자리에 있던 자들의 운명을 읽었다.

과거 강철성에 즐비하던 놈들을 보는 듯한 기분.

하나도 남김없이 죽이려 했는데.

하필 성녀가 끼어드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놈들의 목을 모두 잘랐다면 일이 한결 쉬워졌으리라.

나의 진심에.

“정말, 죽일 생각이었어요? 모두를?”

성녀가 숨 막히는 표정을 지었다.

순진한 얼굴이 우스웠다.

“그럼 살려 둘까? 하등 도움도 안 되는 버러지들을?”

“죽인다 해도 다음은요? 성국의 적이 되어 쫓기면요? 뒷일은 생각 안 하나요?”

“이미 적이나 마찬가지인데 뭐가 그리 어려워? 성국이 나를 쫓아? 감히? 죽이고 또 죽이면 되겠군. ”

“거짓말. 그렇게 악한 사람이 어찌 있겠어요.”

믿을 수 없단 표정에 고개를 기울였다.

진심인가? 저 순진한 표정이?

순간 헷갈릴 정도로 묻어 나오는 순진무구함에.

“그럼 대체 뭘 바란 거야?”

“당연히 제국을 구한 황태자의 지혜를 원했지요.”

“방금 보인 게 내 지혜다만?”

“농담을 잘하시네요. 보통 살육을 지혜라 부르지는 않는 법이잖아요?”

“성녀라 해도 모지리는 아니지 않은가?”

아직도 살가운 미소를 짓는 성녀를 보려니 정신이 아찔하여 뒤를 돌아보았고.

“어, 전하. 성녀님이시라면 그럴 수도 있죠.”

“으음, 보통은… 성녀님 말씀이 맞긴 한데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니까요.”

안드레와 솔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들이?

모두가 내 눈을 피했다.

심지어 어머니와 유리엘마저.

어머니? 동생아?

“정말이라고요? 그러니까 제국을 다시 세운 방도가 정말 살육과 광기였다고?”

성녀는 더 놀란 모양.

정신을 잃을 듯 휘청이던 그녀가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고는.

“아아, 난 그것도 모르고 그저, 그저 도움을 얻기 위해- 이런 선택을. 신성이시여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제가 믿는 신께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기가 막힌 꼴에.

“이봐 성녀.”

“아아, 어찌 신성께서 저런 무서운 자를 부르셨단 말인가요. 패악과 살육, 광기를 저지르는 자가 우리의 구원자라니요.”

“성녀.”

“그의 동생이 성녀라면 선과 악은 진정 함께하는 것이었나요. 진정 그런 것인가요.”

“야, 드래곤. 기도 멈추라고.”

“……!”

말을 무시한 채 기도에 빠져 있던 그녀의 눈이 크게 뜨였다.

흔들리는 푸른색 동공, 경악하여 벌어진 입술, 바르르 떨리는 손가락.

놀람을 거두고 무슨 소리냐며 시침 떼려 하기에.

“내가 뿜어낸 불이 바로 건국제의 신비다. 그걸 막을 만한 건 많지 않지. 대표적으로 악마 그리고 드래곤이 있거든. 대답해 너 악마야?”

“아니요. 당연히 아니죠.”

“그럼 드래곤이네.”

“자, 잠깐 드래곤이라고 인정한 건-.”

“신성력에 섞인 한기를 못 느낄 줄 알았나? 보아하니 화이트 드래곤이 분명하군. 어디 보자. 지금껏 활동할 만한 드래곤이-.”

신화 속 기록된 드래곤들의 이름을 대면 댈수록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덩달아 뒤에 선 이들의 얼굴도.

손가락 몇 개를 꼽다가.

“페르페-.”

거기까지 말하자.

“안 돼! 잠깐!”

그녀가 다급히 달려들어 내 입을 막으려 했다.

물론 어림도 없는 짓.

다가오기도 전에 날카로운 검과 단단한 사철, 은밀한 그림자가 성녀의 주위를 둘러쌌다.

상대가 드래곤이든 뭐든 일단 막는 충성심.

드래곤의 진명은 그들의 정체성이자 위력.

이를 처음 부른 자와 강렬한 유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 보통.

벌어지는 입을 보는 성녀의 얼굴에 피어나는 불안.

푸른 눈동자에 비치는 짓궂은 얼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목을 타고 하얀 비늘이 솟아날 때.

“페르페투아.”

답이 들려온 곳은 내 입이 아닌 엉뚱한 방향.

홱, 세로로 찢어진 파충류의 눈으로 돌아본 장소엔.

“정말 이렇게 하면 되는 거 맞아요? 오라버니?”

여전히 어머니의 드레스 자락을 꼬옥 부여잡은 어린 유리엘이 있었다.

바르르 떨리는 분홍빛 입술이 지금 상황이 두려운 모양.

드래곤 쪽은 바라보지도 못한 채 나에게 고정된 눈동자.

“말도 안 돼! 너! 황태자! 지금 무슨 짓을!”

방금까지 보드랍던 목소리마저 날카롭게 갈라진 성녀를 뒤로하곤.

“그래, 잘했단다 유리엘. 우리 동생 참으로 똘똘하네.”

무릎을 굽혀 아직 두려움에 젖어 떠는 아이의 눈을 맞추곤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제야 가라앉는 불안.

이어 유리엘의 어깨를 잡은 채.

“처음 진명을 들은 드래곤은 이름을 부른 자와 운명이 연결되지.”

“대체 내 이름을 어떻게! 아니 드래곤인걸 어떻게 알았나부터 설명해!”

아직 분노를 완전히 가라앉히지 못한 드래곤이 서서히 제 본성을 드러내려 했고.

“부탁이에요. 화내지 마세요. 머리가 너무 아파요.”

유리엘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그제야 드래곤이자 성녀, 페르페투아가 진노를 멈추었다.

다만.

“어서, 이야기해, 참을성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드래곤 특유의 성미가 부글부글 끓는 모양.

대답은 내가 아닌 유리엘의 입에서 나왔다.

“그래야, 그래야 성녀님을 살릴 수 있다 했어요. 오라버니께서.”

“뭐?”

자신을 살릴 수 있다는 말.

신에 가장 가깝다는 드래곤, 그중에서도 오랜 세월을 견뎌 온 고대종에게 하기에는 뜬금없는 말.

그러나 비웃기 어려웠다.

아이의 눈에 어린 진심이 너무나도 순결해서.

그녀의 가라앉기 시작한 눈을 보며.

“말 그대로다. 내가 한 가지 알려 주지. 넌 여기서 배신당하여 죽는다. 아니 더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

맞이했을 비참한 최후를 알려 주었다.

전생, 제국엔 알리굴과 보티스, 무르무르 푸르푸르가 있었다면.

왕국 연합 멸망의 효시이자 대륙 동부의 재앙이라 불렸던 이름.

성악룡(聖惡龍) 페르페투아.

신성 왕국을 세운 장본이기도 하며, 또 멸망시키기도 한 자.

과거 신성의 대리자였으나 타락하여 악으로 신을 멸하겠다 선포한 용.

인간을 가장 사랑했으나, 배신에 치를 떨며 인간을 버리고 결국 멸망과 죽음을 택한 서글픈 운명.

“하여 이리 찾아왔다. 그러니 말하지. 내가 이루는 일에 토 달지 말아라. 미련한 성녀. 너의 자비와 신성은 아무도 구원하지 못할 것이고. 더 나아가.”

너 스스로도 구원하지 못한다.

차가운 예언에 성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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