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181화 (181/200)

181화 심판

대륙에서도 오래된 존재.

어쩌면 같은 생물을 들먹이는 것보다 높다란 산봉우리나 가파른 절벽, 푸르른 바다와 나이를 견주어야 맞을 만한 세월.

인간의 짧고 뜨거운 삶에 비하면 만년설의 그것처럼 무한하다 부를 만한 시간.

그 긴 세월 동안 신에 가장 가깝다 불리우는 드래곤은 무엇을 꿈꿨는가.

대륙의 존재하는 종들 중 가장 높은 곳.

바짝 다가온 신의 뜻이 별빛이 되어 내리쬐는 자리.

가장 높이 있기에 알았다.

드래곤은 신이 될 수 없다.

완벽은 종결을 내포하는 말.

초월은 미완성에서부터 시작하기에 그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축복.

하나 위대한 종족들은 그마저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감정마저 완성된 그들에겐 아쉬움과 결여마저 느껴지지 않았기에.

절벽이 자리에 우뚝 존재하듯 그들 또한 세상을 굽어볼 뿐.

그렇게 세월을 보냈다.

각 종족이 욕심을 부리고 제 영역을 확보해 가는 와중에도.

악마들이 악의를 흩뿌리며 혼란을 피워 내도 그저 묵묵했고.

인간들이 제 생명과 자유를 위해 꿈틀거릴 때도 존재했을 뿐.

물론 종종 드래곤이 직접 대륙에 재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으나.

대부분은 오만한 악마나 이종족이 먼저 그들을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자연재해와 같은 격.

그러던 어느 날.

- 신은 우리를 굽어볼까?

한 드래곤이 의문을 품었다.

드래곤도 신의 돌보심을 받는 존재일까.

우리도 신이 만든 피조물일까.

오랜 시간 세상을 굽어보다 문득 생긴 의문.

치열하게 생과 초월을 찾아 분투하는 수많은 이의 인생을 살피다 깨달은 아쉬움.

자신 또한 초월을 궁리하고 싶다.

치열하게 살고 싶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

처음이었다, 이런 욕망을 느낀 것은.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이 마음을 품었다고 생각해 보라.

우뚝 솟은 봉우리가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다는 욕망을 품은 격.

누구도 반길 리 없다.

드래곤 또한 그것을 잘 알았고, 하여 고심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완벽하지만 그 자체로 완전했기에 무언가를 품을 수도 무언가를 만들 수도 없다.

존재하기만 하는 삶에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때 불현듯 찾아온 목소리.

- 나를 대변하라.

신성이었다.

그녀는, 화이트 드래곤 페르페투아는 분명 그리 느꼈다.

초월을 이룬, 완벽을 넘어선 무언가의 불가해한 목소리를 들은 순간.

자연을 닮은 드래곤은 생물로서 자아를 획득했다.

만 년이 넘는 세월, 겪어 본 적 없었던 변화가 격했다.

처음 품은 마음은 측은함과 자비.

마침 당시는 인간들이 악마에 대항하던 때.

이길 수 없는 적을 상대로 분투하는 그들의 의지가 기꺼웠고.

그녀가 신성을 대변하여 인간에게 힘을 내려 주었다.

악에 맞서 싸우던 이의 몸에 새하얀 기운이 어렸고.

단번에 악마를 가른 그가 하늘을 둘러보며 외쳤다.

“누, 누구십니까? 누구이기에 이런 힘을 주십니까?”

대체 누구냐고, 이 힘을 전해 준 당신의 정체가 무엇이냐고.

- 나는…….

대답하려던 페르페투아가 말을 멈추었다.

나는 누구인가.

자아를 찾는 질문은 아니었다.

새로운 희망을 얻은 그에게 자신은 무어라 대답해야 하는가.

고민은 잠시.

들었던 목소리를 떠올리곤.

“나는 신성이다.”

말을 맺었다.

환하게 밝아지는 첫 사제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의 마음에도 감격이 차올랐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완벽을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감격, 신성을 대신하여 악을 물리쳤다는 감격, 신에게 찬양을 올리는 첫 신도를 바라보는 감격이.

그렇게 그녀는 신성을 대리하여 많은 인간을 구했다.

나누어주는 힘이 아깝지 않았다.

자신을 쪼개면 쪼갤수록, 불완전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신성과 초월이 어리는 게 느껴졌으니까.

점점 신성에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으니까.

그렇게 신성의 대리자로 활동하길 오래.

때로 세상에 강림하여 인간들을 직접 돌보기도 하였다.

드래곤 페르페투아 그녀가 바로 교단을 만든 첫 교왕이었으며, 성국을 세운 성왕이었고.

지금은 신성 교단의 상징인 성녀로 활동하는 중.

그리고.

“아직도 순수를 믿는 멍청한 용이지.”

황태자의 단언이 떨어졌다.

드래곤이라는 정체를 들킨 이후.

본래라면 모두를 죽여야 옳겠으나 마음이 모질지 못해, 자신과 운명이 연결된 아이의 순수함이 아름다워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했다.

그것이 황태자가 노린 빈틈.

그리고 지금 그녀를 타락시키려는 자들이 노리는 빈틈.

따로 마련한 자리.

페르페투아가 날 선 파충류 눈을 반질거리며 물어왔다.

“순수? 순수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은가요?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난 그들을 믿고 있어요.”

“그래, 그 믿음 때문에 죽는다. 넌 아주 비참하게.”

“…거짓말.”

“거짓말로 보여?”

“나도 예언하지 못한 미래를 어떻게 아는 거죠?”

* * *

그야 네가 악룡이 되어 세상을 멸망시키는 걸 보았으니까.

지금 악룡이 되면 내가 널 죽일 거고 아주 비참하게.

그러니까 결국 맞는 말이잖아.

목울대를 넘어 튀어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걸어 잠갔다.

지금 이런 말을 한다고 믿을 리도 없거니와 환생에 대한 이야기는 죽을 때까지 비밀이니까.

대신.

“네가 믿는 그 뭐냐- 신성에게서 계시를 받았다.”

“……!”

가장 간단하며 믿을 수밖에 없는 답을 내놓았다.

성녀가 신성의 계시를 믿지 않으면 무엇을 믿겠는가.

돋아오른 하얀 비늘을 만지작거리던 페르페투아가.

“정말요?”

“지금 신성을 의심하는가?”

“아, 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하! 성녀라는 자가 지금 계시를 받았단 말을 믿지 않는단 말이지? 신성의 뜻을 무시하겠다 이 말이지? 오, 신성이시여-.”

“아니에요. 믿어요! 믿는다고요!”

간단한 말 몇 마디에 내 말을 신뢰하기로 한 모양.

“거짓말이다.”

“네? 방금은 진짜라면서요?”

“진짜라곤 하지 않았다. 네 믿음을 의심했을 뿐이지.”

“못됐어요.”

“인간은 못됐다. 때론 악마보다도.”

그 순진한 모습이 답답했다.

아직 멍한 얼굴, 자신을 속였다는 분노보다도 의아함이 앞서는 얼굴.

페르페투아 저 위대한 용은 인간의 고결함을 굳건히 믿었고.

결국 배신당했다.

아무리 배신당하고 모욕당하고 심지어 자신이 세운 나라, 교단에서 쫓겨났어도 끝까지 인간을 믿었다.

“한 번은 실수할 수 있지요. 황태자 그대를 용서할게요. 다만 다음부턴 진실을 말해 주세요.”

지금처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계속 빙빙 도는 대화.

신성 왕국의 몰락과 고위 성직자들의 타락, 신성의 변질, 사적인 심판의 필요성을 설명해 주어도.

그저 잠깐의 잘못이라는 말뿐.

전혀 분노치 않았다.

답답함을 깨달았는지 내 눈치를 보던 성녀가.

세상에, 드래곤이 인간의 눈치를 보다니.

“어, 그러니까. 황태자의 말을 못 믿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받아들이긴 어려워요. 음- 뭐라 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바다가 떨어지는 빗줄기를 보며 넘칠까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요.”

“뭐?”

“비유가 좀 이상했나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고민하던 페르페투아의 눈이 다시 푸르르게 변하였고 돋아났던 비늘이 가라앉았다.

다시금 고결한 성녀의 외형으로 돌아온 그녀가.

“악함의 권세는 잠깐이오, 결국은 신성이 승리하리니. 잠깐에 흔들려 모든 걸 심판하기엔… 신성의 자비가 기니까요. 그들이 가할 수 있는 해악이 저에겐 무력하니까요.”

드래곤 짖는 소리를 뱉었다.

그러니까 시점이 다른 거다.

길어 봤자 백 년을 살아가는 인간과 백 년이 하루아침에 불과한 드래곤의 시점이.

아무리 설득해도 이해하지 못할 거다.

성국의 타락이 그녀에겐 며칠간 보아 왔던 아이가 악마가 되었단 말과 다름없을 테니까.

그것도 자신을 타락시키고 죽일 정도로 커다란 존재가 되어.

인간은 그간 성장하고 타락했건만 그 번성과 변화의 속도를 만년설을 이고 살아가는 산봉우리가 이해할 리 만무.

그렇다면.

“좋아, 그렇게 믿도록.”

이해시키지 않겠다.

아마 이 사실을 이해하는 데 천 년은 걸리겠지.

자신이 완전하니 남들도 완전하다 믿는 미련함까지 돌봐 줄 자비는 없다.

그리고.

“그럼 죽이지 않는 건가요?”

“죽이질 않길 바라나?”

“네, 제가 당신에게 요청한 도움은 죽음과 파괴가 아닌 각성과 설득이었는걸요.”

“각성과 설득이라. 가장 좋은 방법이 있지.”

“뭔가요?”

“그들이 그리 원하는 심판.”

“죽이겠단 말이잖아요.”

“아니, 너희들이 그리 좋아하는 신성에게 묻겠다. 누가 맞는지, 누가 죽어야 하는 자들인지. 신성으로 믿음을 재고 신성으로 심판해라. 그러면 될 일이다. 네가 스스로를 신의 대리자라 믿는 것처럼 나는 스스로를 신의 심판자라 믿겠다.”

미련한 드래곤의 바람대로 해 줄 생각도 없다.

난 단순히 성녀의 목숨이 아까워 구하러 온 것이 아니다.

“성녀가 될 내 동생과, 동생을 걱정할 어머니와, 왕국이 무너지고 창궐할 악마를 막기 위해. 신성의 이름으로 삿된 자들을 심판할 거다.”

가족과 더 나아가 제국에 몰려들 또 다른 멸망을 막기 위해 왔다.

“그러니, 성녀 페르페투아. 네가 진짜 신성을 대리한다면 지켜봐라. 신성이 나를 선택하는지 그들을 선택하는지.”

“무슨 방법으로요? 성전이라도 벌일 건가요?”

“신성이 직접 선택하시리라.”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힐끗 바라보곤 브레이커를 들어 공간을 열었다.

드래곤이 펼친 아공간 바깥.

멍한 얼굴로 서 있던 일행이 날 바라보곤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마 드래곤에 관한 기억을 소거한 모양.

그들 사이 어색한 얼굴로 선 유리엘만이 기억이 멀쩡한지 뒤따라 나오는 페르페투아를 보며 흠칫 굳었고.

“다시 신성 왕국으로 가자. 가서 심판을 받아야겠다. 성녀, 동생을 보호해다오.”

유리엘을 드래곤에게 맡기곤 광신도들에게로 향했다.

* * *

신성 왕국에선 성전 준비가 한창이었다.

황태자의 불경한 발언과 행동이 신성을 모욕했다 판단.

성왕의 이름으로 발표된 성전 선포가 왕국 내부를 떠들썩하게 만든 상태.

벌써부터 황태자를 심판대에 세우겠단 말이 활발한 가운데.

“왕이시여. 성녀에 대한 처분은 어찌하면 되겠나이까.”

이젠 성녀에 대한 심판을 준비하자는 의견이 팽배했다.

다름이 아니라, 황태자같이 불경한 자를 보호했다는 이유.

더 나아가 제국의 황녀를 성녀로 삼으라는 계시가 신성이 아닌 악마의 속삭임이 아니겠냐는 의심.

깊은 속내엔 언제나 사사건건 이익을 방해하고 심판을 방해하는 성녀에 대한 불만이 존재했으나.

주름진 얼굴로 내뱉는 말만은 누구보다 고결했고 신성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성왕이.

“교단의 상징이며 신의 입으로 선택받은 성녀를 함부로 해할 수 없는 바.”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되.

“신성께 심판을 맡기겠노라.”

신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열한 수를 입에 올렸다.

신성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사이 어둑한 욕망이 빛났고.

성왕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보랏빛 불이 일렁였다.

꽉 쥔 주먹, 손톱에 퍼진 보라색이 독기를 품고 번들거렸다.

준비는 금방 끝났다.

화이트 캐슬과는 상반되는 흑단목을 잘라 만든 장작들이 무더기로 쌓였다.

하얀 성 한복판 쌓인 새까만 봉우리.

지나가던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불길한 색이로군 어디서 가져온 나무지?”

“마도 왕국 쪽에 저런 나무가 있다 들었는데.”

“진정 심판이 벌어지리라. 신성이시어. 우리를 굽어살피소서.”

대놓고 불길함을 풍기는 무더기를 보며 수군거렸다.

심판대에 올라서는 것이 누구일지 모르나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그때, 성전과 심판을 준비하던 화이트 캐슬 하늘 위로 다시 한번 밝은 빛이 번졌고.

“적이다! 요격하라!”

이번엔 멍청하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대기하던 사제들이 신성 마법으로 플라잉 해머호를 공격.

신의 뜻을 빚어 만든 마법들이 하늘에 뜬 비행선을 단죄하려 했으나.

모두가 그대로 흡수되었다.

마법으론 플라잉 해머호를 해하지 못한다.

진생철퇴로 만든 몸체는 마나나 악의를 모두 흡수하는 재질.

오히려 동력원으로 삼으니.

하늘을 나는 고래가 오색 분무를 분수처럼 뿜어내길 잠시.

검게 쌓인 심판대 위로 찬란한 빛줄기가 떨어져 내렸고.

황태자를 비롯하여 성녀와 성녀 후보라는 아이가 등장했다.

소란이 일었다.

성기사들은 당장 황태자의 목을 베겠다 소리를 질렀고.

사제들은 성녀에게 몸을 피하라며 다급히 외쳤다.

하나.

“모두 잠잠하라!”

곧 등장한 고위 사제들과 추기경, 성기사단장들에 의해 소란이 가라앉았고.

이어.

“성녀는 심판대에 머물도록 하시오! 당신의 믿음을 우리가 확인해야겠소!”

성녀를 심판하겠단 선언에 충격이 번져 나갔다.

몇몇 사제와 성기사들이 과한 처사 아니냐며 따져보려 했으나.

그들의 위세가 거세어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도 성녀는 작은 아이를 옆에 둔 채 담담히 서 있을 뿐.

서늘한 침묵이 도는 광장.

평소라면 성왕의 말씀이 전해지는 자리.

이윽고.

“성녀여, 그대가 진정 신성의 계시를 받았다 생각하는가.”

성왕이 직접 성녀에게 물었다.

“네, 분명 신성의 말씀이었어요.”

“악마가 신성을 가장하여 그대를 홀린 것이라면?”

“그럴 리가 없지요. 성녀는 신성의 입. 삿된 악마가 틈탈 일은 없어요.”

“신성을 모욕하는 자의 동생을 성녀 후보로 두었다? 이를 믿으란 말인가.”

“신성께선 본디 가장 험한 곳에서 가장 귀한 것을 찾으시는 법이니까요.”

성녀의 지지 않는 말에 성왕이 슬쩍 미간을 찌푸리곤.

“그대가 악마에게 넘어간 것이라면? 하여 우리 모두를 잘못된 길로 이끄는 것이라면?”

“성왕이시여?”

“난 그대를 믿는다. 하나 악마를 믿을 순 없지. 여기 추기경들을 비롯하여 고위 사제들과 성기사단장들 모두가 동의한 바. 그대의 믿음을 존귀한 신성 앞에서 달아 보리라.”

심판받을 것을 강요했다.

물론 성녀의 권위로 거절할 수 있다.

둘은 동격.

성녀가 신성의 입이라면 성왕은 신성의 손이니.

하나 그녀는 아직까지도 성왕과 추기경들, 사제들을 믿었다.

그들의 믿음이 돌아오리라고, 잠깐 흔들릴지라도 반드시 제자리를 찾으리라고.

지금까지 그래 왔고 그런 이들이 많았으니까.

하여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심.

입을 열기 전.

“그 심판, 내가 대신 받지.”

황태자가 나섰다.

성녀가 올라야 할 심판대에 대신 올라서겠노라고.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

“너희들도 심판대에 서라. 너희의 믿음과 내 믿음을 재보자. 누가 신성의 뜻을 따르는 자인지.”

성왕을 비롯하여 성녀를 구석지로 몰려 했던 이들을 심판대로 불렀다.

물론 그들 또한 황태자의 의견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기에 거절하려 했으나.

“도망칠 생각 마라. 이 성이 너희가 설 심판대다.”

황태자의 몸에서 광휘와 더불어 불이 번져 나가며 화이트 캐슬 전체를 휘감았고.

이에 맞서 성왕을 비롯한 고위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일제히 신성력을 뿜어내기 시작.

성녀가 제 몸과 유리엘을 보호한 사이.

한 성기사단장이 황태자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 달렸으나.

“으아아아 신성이시여-!”

황태자의 몸에 닿기도 전에 뜨거운 불에 녹아 사라졌고 그의 몸 또한 재가 되어 흩어졌다.

신성이 심판하셨다.

남을 심판할 줄만 알았던, 오만한 사제들 앞.

“살아남아서 너희의 믿음을 증명해 보아라.”

신성의 심판자를 자처한 황태자의 말이 뜨겁게 울렸고.

화이트 캐슬을 재단 삼아 심판의 불이 모두를 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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