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변화
처음 신성 왕국 회의실에 떨어져 내린 순간 이들의 운명을 보았다.
[대상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탐욕, 배신, 속임수, 뒤틀린 신앙이 엿보입니다]
모두가 비슷한 운명을 자랑했다.
다른 점이라면 누군가는 재물욕을 더 크게 가졌고, 누군가는 명예욕을, 누군가는 혐오와 미움을 속에 품었을 뿐.
결국 같은 인간 군상.
놈들의 운명을 틀어쥐고 있는 이가 바로.
성왕.
악의와 더불어 그들의 생을 쥐고 있는 자.
그의 눈 깊은 곳을 마주한 순간.
[대상의 운명 깊은 곳을 확인합니다. 오염된 신성과 불의 파편이 엿보입니다]
마지막 심장 자색염의 파편이 엿보였다.
간단하다, 놈을 죽이고 파편을 탈취한다.
뿐만 아니라.
[성녀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오염, 희생, 비통, 멸망, 조롱, 고결, 순수를 봅니다. 대상의 운명 깊은 곳 자기 극복과 초월이 어려 있습니다]
성녀이자 놈들에게 속아 악룡이 될 드래곤 페르페투아를 살린다.
이번 신성 왕국에 발걸음을 내디디며 결심한 목표 두 가지.
신성 왕국을 시작으로 대륙 동부에 어린 멸망을 제거할 생각.
하여 첫걸음으로 나 대신 유리엘의 운명을 페르페투아와 엮었다.
드래곤은 완전한 존재, 다만 자신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니 인간을 이해하기 어려울 터.
세상에 찌든 어른보단 유리엘과 같이 투명한 시선이 필요할 거다.
거기다 유리엘의 운명엔 성녀가 어려 있으니 통하는 부분이 있으리라.
그리고 생각보다 똘똘한 동생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 주었다.
욕심 많은 성직자들을 보며 품은 의문이 페르페투아의 마음에 의심을 심었고.
그녀가 고개를 돌린 순간.
신성이 거두어졌다.
이후에는 예상대로.
신성이 힘을 거둔 이상 놈들이 승리할 가능성은 없었고.
지금껏 자신의 욕망을 숨기던 성왕이 움직였다.
본래라면 성왕이 성녀를 심판하는 동안에도 신성은 끝까지 추기경들을 비롯하여 모두를 비호했다.
미루어 보건대 지금까지 보였던 모든 것이 성녀를 타락시키기 위해 준비한 수겠지.
마도왕국에서 가져왔다던 악의로 점철된 흑단목과 놈이 품은 어둑한 신성, 거기다 6황자가 훔쳐 갔을 자색염까지.
그녀의 선의와 순수를 이용하여 심판대에 세운 뒤 야비한 함정에 빠뜨렸으리라.
성과 수도, 나라의 죄 없는 이들의 목숨을 흉기 삼아.
드래곤이 품은 신성과 능력이 이들보다 작을 리 없으니까.
스스로 패배를 선택하게 했겠지.
이 순진하며 멍청한 드래곤은 그게 자신을 옥죄는 올가미인 줄도 모르고 당해 주었을 것이고.
언젠간 그들이 저들의 죄를 알고 회개하리라 믿으며.
절로 한숨이 나올 정도의 미련함.
하나 그렇기에 유리엘을 더욱 잘 보듬어 줄 거다.
저래 보여도 지금껏 패악스런 오라비 아래에서 쌓인 상처가 많았을 테니까.
이왕이면 좋은 스승, 아니 좋은 경호 드래곤 하나 끌고 다니는 게 심신 안정에 좋지 않겠는가.
거기다 그 드래곤이 순하고 오만하지도 않다면?
내가 거두긴 답답해도 동생과 함께라면 그야말로 든든할 터.
그래서.
[엄습하는 운명 협박, 강탈, 배신, 오염, 조롱을 당신의 운명으로 분쇄합니다]
[상대의 운명을 포식하여 개변 점수와 신비 점수로 변환합니다]
직접 운명들을 뒤바꾸었다.
협박도 얕은 수도 통하지 않는다.
놈들과 드잡이질을 하는 동안 플라잉 해머호에서 내린 이들이 수도 사람들과 화이트 캐슬 내부 고용인들을 보호.
성왕이 준비한 수를 모두 무력화함과 동시에.
[일곱 번째 심장, 자색염의 일부를 흡수합니다. 오염된 불입니다. 악의가 당신의 몸을 침범하려 합니다]
성왕이 뿜어낸 자색염을 빨아들였다.
깊은 곳 숨어 있는 악의가 심장을 찔러 들어왔고.
이것이 신호였는지 아래에 깔린 흑단목에서부터 악의가 치밀었다.
백색성이 흑색으로 물들었고.
악의가 넘실거리며 속삭였다.
자신의 뜻을 받아들이라고.
하여 진정한 신성에 도달하라고.
물론,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지.
신성 따위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차피 믿음도 없는데.
심판은 어떻게 받았냐고? 그냥 이 악물고 불을 뿜어내어 버텼다.
말이 신성의 심판이지 결국 타오르는 불 위에서 견디는 무식한 행위 아닌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악의가 다 타 버릴 때까지 심장을 돌리면 될 뿐.
나머지 여섯 심장에 어린 불이 악의를 태우기 위해 맹렬히 휘돌았고.
이내 안에 담긴 악의와 운명들마저 포식했다.
“꺼억-.”
삼킨 운명이 꽤 마음에 들었다.
성녀에겐 치명적이었겠으나 나에겐 오히려 새로운 능력.
본래의 불을 찾을 때까진 조금 시간이 걸리겠으나 결국은 내 것이 될 터.
거기다 이리 운명과 악의를 진수성찬으로 차려 주었으니 어찌 배부르지 않을까.
잠시 꼬물거리며 자리를 잡는 자색염을 느끼려니.
고요한 시선이 느껴졌다.
성결하지 못한 사제들이 모두 죽어 버린 자리.
어린 동생의 어깨를 감싸 안은 성녀의 얼굴.
무엇을 기대한 걸까.
위대한 회생과 아름다운 결말이라도 바란 걸까.
문득 못된 마음이 차올라 독한 말을 뱉어 내기 전.
“그랬던 거군요. 진정 저들은 절 타락시키고 이용하려 했던 거예요. 어떻게 알았죠? 어떻게 그렇게 멀쩡할 수 있죠?”
“같은 인간이니까. 놈들보다 내가 더 독하니까. 그래서 알았고, 그래서 이겼다. 그뿐이야.”
“황태자는 이리 쉽게 안 사실을 난 왜 몰랐을까요. 미련하네요. 멍청하고 순진했군요.”
무표정 위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스스로 자책하는 얼굴이었구나.
“차라리 혼을 냈어야 할까요. 그랬다면 죽지라도 않았을까요. 내가 무엇을 했어야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까요.”
그녀의 비통함을 이해했다.
전생의 나 또한 매일같이 그런 생각에 빠져 살았으니까.
이렇게 했으면 살았을까? 저렇게 했으면 멸망을 피했을까?
매 순간, 매 선택이 뼈저린 후회로 남았다.
어느 길을 선택해도 최고는 없었다.
그저 나름의 최선을 반복하는 것뿐.
그럼에도 살리지 못했던 제국.
완전하다던 드래곤도 후회를 느끼는가.
아니면 성녀가 특별한 것일까.
하나 위로의 말이 나오진 않았다.
결국 선택과 책임은 자신의 몫.
미련함마저 괜찮다 할 만큼 무른 삶을 살지 않았다.
그리고 고작 이 정도로 아픈 소리라니.
오히려 그녀를 몰아붙이려 할 때.
“다행이에요. 성녀님께서 다치지 않아서. 아픈 마음이 느껴져요. 힘든 마음이 느껴져요.”
유리엘이 먼저 성녀의 손을 붙잡은 채 말간 눈동자로 올려다보며.
“너무 스스로를 탓하진 마세요. 신성께선 그런 모습을 어여삐 보아 성녀님을 택하신 게 아닐까요. 저들의 죄는 저들의 것. 다만 아직 구해야 할 이가 많아요.”
“유리엘?”
“그러니 눈물을 흘리되 고개를 돌리진 마세요. 우린 성녀잖아요.”
아이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던 페르페투아가.
“그래요, 아직 구해야 할 이들이 많지요. 맞아요. 다행이에요. 유리엘이 내 뒤를 이을 아이라서.”
“저도 옆에서 도울게요. 또 위로할게요. 신성의 이름으로-.”
“신성의 이름으로-.”
하얀 미소로 서로를 바라보는 성녀와 성녀의 얼굴에 고결함이 피어났다.
문득.
“원래 종교가 있었던가?”
하긴 있으니 신학을 공부했으리라.
지금껏 참으로 무심했구나, 미안함을 느낄 때.
인간과 드래곤의 운명이 교감하며 얽혀 가기 시작.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운명의 저울이 맞추어져 감이 느껴졌다.
덩달아.
[유리엘의 운명을 확인합니다. 감금, 지독한 외로움, 두려움이 옅어집니다]
[페르페투아의 운명, 일방적 희생, 미련한 순수, 오염이 정화됩니다]
서로가 서로의 운명을 보듬는 중.
딱히 끼어들 필요가 없겠구나.
그들이 뿜어내는 개변 점수와 신비 점수를 주워먹으면 될 뿐.
얼마나 편하단 말인가.
다시금 배부른 미소가 피어올랐고.
“그럼 이제 신성 왕국에 볼일은 끝난 건가요?”
성녀의 물음에.
“그럴 리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 시작이다. 성국에 미친 사제들이 저들뿐이라 믿는 거냐? 정말?”
믿음으로 광기를 정당화하는 풍습부터 뜯어고쳐야겠지.
물론 모두 손대면 내정 간섭이기에 거기까진 굳이 내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더 재미있는 게 많은데 귀찮기도 했고 맡길 사람과 드래곤이 있었으니까.
“유리엘. 네가 이끌어야 할 교단과 왕국이다. 온전하게 전해 주지 못하여 미안하구나.”
“괜찮아요. 오라버니. 오라버니께서 험한 길을 다 치워 주셨는 걸요.”
“그래, 그 순둥이 좀 잘 가르쳐 다오. 때론 모진 말도 하고.”
“순둥이? 설마 저요?”
“네, 함께 잘해 볼게요.”
의아한 표정을 짓는 페르페투아를 외면하곤.
“그럼 본격적으로 정화를 시작해 볼까. 피와 불의 정화를.”
이어질 폭력을 입에 담자.
하늘에 다시금 빛이 번져 가기 시작했다.
이전 플라잉 해머호가 나타났을 때와 비슷한 밝기.
아니 그것보다 더욱 강렬한, 시야를 멀게 만들 듯 퍼지는 빛.
들린다, 등대지기와 하란이 욕을 지껄이는 소리가.
들린다, 장인들과 마법사들의 신음과 고통이.
이윽고 욕과 신음과 고통의 결정체가 서서히 몸집을 드러냈다.
유리엘이 정체를 알아보곤 눈을 둥그렇게 떴다.
“비행선!”
플라잉 해머호보다는 작지만 나름 공을 들여 만든 비행선들.
플라잉 해머호를 선두로 하여 하늘에 떠오른 비행군단.
그들이 반사하는 햇빛이 자욱하게 뿜어내는 오색연기를 투과하며 제각각 빛났다.
하늘에 스테인드글라스가 펼쳐진 풍경.
성녀와 유리엘의 얼굴에 색색의 빛결이 내려앉았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둘은 고결히 있으라. 피는 내가 뿌릴 것이니.”
어둑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비행선들이 성국의 각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탐욕이란 명분으로 성전을 준비할 광신도들을 베어 내기 위해.
* * *
황태자의 말을 들은 성녀는 정신이 멍했다.
대체 어찌해야 하는가.
그래도 자신이 이끄는 교단이거늘 남의 손에 모든 일을 맡길 순 없다.
거기다 황태자 품은 살의는 모두를 죽일 만한 크기.
성왕과 추기경들까진 심판을 명분으로 죽였다고 해도 보이는 족족 전부를 죽여선 교단을 유지할 수 없다.
성녀가 황태자를 뜯어말려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를 때.
“어서 가요.”
유리엘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디로 가자는 말일까?
아이의 작은 머리통을 바라보려니.
“가서 교단 사람들에게 전해야 해요. 광기를 멈추라고 교단은 바뀔 것이라고. 확실히 변해야 오라버니가 죽이는 걸 멈출 거예요.”
“……!”
유리엘이 놀라운 통찰력을 보였다.
맞다.
황태자를 막기 위해선 그를 말리는 것이 아닌 우리가 변해야 한다.
아이가 지금껏 보아 왔던 오라비의 등.
그는 항상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피를 뿌렸고 광기를 뽐냈다.
과정은 험했으나 결과를 보면 언제나 옳았다.
어린 눈에도 그 풍경이 참으로 신비했더랬다.
무서운 오라비지만 누구보다 제국을 바르게 이끄는 이.
하여 신학을 배웠다.
남을 위해 남을 베어 내는 고통을 함께 짊어지지는 못하지만.
그의 죄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달라고.
죽인 사람보다 살린 사람이 많으니 기억해 달라고.
더 나아가, 오라비의 진심과 위대한 업적을 기억해 달라고.
어찌 보면 성녀가 되기엔 믿음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오라버니와 어머니를 위한 기도였을 뿐이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답을 알았다.
성국이 변해야 한다.
유리엘과 성녀가 다급히 성국 곳곳에 남아 있는 고위 사제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리기 위해 달렸고.
“재미없게.”
황태자가 투덜거리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어느새 저리 똘똘하게 자랐을까.
유리엘을 볼 때마다 항상 전생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렸다.
평생 탑에 갇혀 쓸쓸히 고통을 감내하다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마지막.
광신도들 사이 성녀라는 직책을 잘 견뎌 낼까, 전생처럼 홀로 고통을 감내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잘 헤쳐 나갈 수 있겠다.
곧 화이트 캐슬에서부터 성왕의 배신과 추기경들의 추악한 결말이 계시로 내려졌고.
성국 전역에 들불이 번지듯 격한 변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지금껏 자비만을 베풀었다던 성녀로부터.
이러한 성국의 변화는 비단 성국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빠르게 전해졌다.
특히.
“뭐? 성왕을 비롯한 추기경들이 몰살을 당해? 이런 미친!”
황금을 녹여 강을 이룬다던 상업연합국가 플렉스,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언덕이라 불리는 수도 골든힐.
각 연합 수장이 모인 황금 원탁에 충격이 번져 나갔다.
흔들리는 보석들이 치렁치렁 거추장스러운 소리를 내는 가운데.
“허면 성녀는? 성녀는 어찌하고 있단 말인가?”
“듣기로는 성녀가 직접 성국을 통치하고 있다더군.”
“이런 빌어먹을… 지금까지 욕심 많은 돼지 새끼들에게 먹인 돈이 얼마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뒈져 버리다니.”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야. 지금 고위 성직자들 중에 신성력을 잃은 자들이 부지기수라네.”
“뭐? 신성력을 잃어? 지금껏 어떤 죄를 지어도 잘만 써 대던 신성력을?”
“그렇다더군. 신성력을 잃는 자들도 새로 얻는 자들도 많다고 들었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지금껏 한 번도 움직이지 않던 게으른 신이 이제야 심판을 내리기라도 하는 건가.”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는.”
뚱보 하나가 땀을 닦으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성왕이 사라졌으니 성녀가 교단을 쥐고 개혁을 이어 나가고 있단 것이지. 들었나. 심판대를 폐지하고 교단의 무분별한 심판 활동을 막았다네. 악의는 심판 하나 죄 없는 자들까진 징치하지 않겠다 선포했다지. 교단의 적폐들을 몰아내겠단 뜻이지.”
“그 순해 빠진 성녀가 어째서?”
“새로운 성녀, 제국의 황녀가 관련되어 있다더군. 이 모든 일의 배후엔-.”
지금 벌어지는 사건의 중심을 입에 올리려 했고.
모두가 그의 두툼한 입술을 주목하며 침을 꼴딱 삼켰다.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이 가진 정보력이 다들 비슷하니까.
하나 입에 올리는 것은 다르다.
공식화시키는 것이니 외교적 마찰을 피할 수 없다.
하나.
“제국의 황태자 본인이라더군.”
이제 그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잠시 차가운 침묵이 그들 사이에 감돌았다.
이윽고, 그들 중에서도 유독 탐욕스럽게 생겨 먹은 늙은이가 느물거리는 입을 열어.
“마도왕국에서 사람이 왔다네.”
뜬금없는 소리를 뱉었다.
마도왕국이라니? 왜 갑자기 최고 상인 회의에서 마도왕국의 인물을 찾는단 말인가?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사이.
끼이익, 순금으로 이루어진 문을 열며 들어서는 사내.
칙칙한 회색 머리, 아래에서 야비하게 빛나는 눈동자, 무언가를 물은 듯 아래로 처진 입술.
“황자?”
“이런 제기랄! 대체 누굴 데려온 거야!”
연합국의 수장들이 식겁했다.
바로 제국의 6황자, 가장 비열하며 술수에 능하다던 자 아닌가!
승냥이 같은 자를 여기까지 들이다니!
그들이 벌떡 일어나 분노를 토해 내기 전.
“친애하는 상인 여러분들. 드릴 말씀이 있는데 잠시 진정하시지요.”
“밖에 아무도 없는가! 당장-!”
누군가 밖에 있을 기사들을 불렀으나.
말을 맺기도 전에 목이 찢어졌다.
바로 처음 6황자를 입에 올린 자, 연합의 배신자이자, 영생을 추구하는 추악한 늙은이.
그가 어느새 짙푸른 꼬리를 흔들며 기다란 혀를 날름거렸다.
악마의 모양새.
그런 악마 옆에 선 6황자, 레이건 아이로니아가.
보랏빛으로 물든 눈동자로 그들을 훑어보며.
“여러분들의 가족과 생명을 제가 쥐고 있으니 말을 들으세요. 당신들의 영혼을 바치세요. 대신.”
당신들에게 영원한 부를 약속하겠습니다.
어둑한 악의가 그들을 감싸 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