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폭군은 살고 싶다-186화 (186/200)

186화 구원을 목적으로 (2)

왕국 연합 전역에 검게 번진 악의.

북부, 동부, 남부와 중부까지.

제국 전역에서 밀려든 전력이 순식간에 길목을 비롯하여 각 왕국을 포위했고.

일제히 왕국을 향해 진격했다.

모두가 멸망과 죽음을 예상했다.

이미 제국군에 의해 고립된 상황.

나아질 것 하나 없는 위기 속에서 발호한 악마까지.

수뇌부가 마비되어 제 기능을 상실한 각국의 상태는, 툭 치면 부서질 만큼 허약해져 있었고.

제국은 그저 케이크 떠먹듯 각 국가를 점령하면 될 뿐.

모두가 그런 결말을 예상했다.

그들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생존자들을 구하고 거점을 확보한다!”

“악마들을 쓸어버려!”

제국군은 땅을 점령하는 데 힘쓰기보단 사람을 구하는 데 힘썼다.

악마들의 노리개가 될 뻔한 이들을 보호하고 혹여 다친 사람들에겐 치료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가.

그들이 알기론 제국군은 악마보다 더한 이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짓밟고, 고문하는 게 취미인, 인간도 아닌 자들.

평생 그렇게 배우고 그렇게 들어 왔는데.

“괜찮니?”

“우으- 우으으-.”

“어, 어어. 울지 말고. 여기 이거 먹을래? 꿀을 굳힌 간식이란다.”

“우와아앙-!”

“야, 네 얼굴 보고 애 울잖아.”

“아니, 내 동생은 꿀 먹으면 그치던데.”

“그거야 네 얼굴에 적응돼서 그렇고. 나와 봐. 내가 달랠게. 안녕 꼬마야?”

“우와아아아앙-!”

“아 뭐 해! 애 더 울잖아!”

“이럴 리가 없는데? 우리 동네에선 애들이 나만 보면 울음을 그쳤다고.”

“그거 좋은 거 아냐 멍청아.”

실제로 마주한 제국군은 악마도 괴물도 아니었다.

우락부락한 병사들이 아이 하나를 달래기 위해 애쓰는 모습.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 그런 것이니 용서해 주세요.”

그제야 소란을 알아챈 어머니가 아이를 감싸 안으며 그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험한 상황 속 남은 아이마저 잃으면 삶의 의미가 사라진다.

어쩌면 둘 다 죽을지 모르지만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어머니가 눈을 질끈 감곤 고개를 숙일 때.

“아니, 애가 울어서요. 아이 데리고 피난민 캠프로 가세요. 저기 언덕 너머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내가 보고할 테니까 네가 안내해 드려라. 그리고 꼬마야. 여기 사탕 먹으면서 가. 가는 길이 험할 거야. 또 울어서 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

병사들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적거리곤 둘을 피난민 캠프로 명명된 장소로 이끌었고.

어머니와 아이, 더불어 마을에 살던 이들이 모두 감탄했다.

먼발치에서만 보던 귀족성.

평생 들어갈 일 없던 그곳이 그들이 지낼 피난민 캠프.

그곳엔 질척한 악의도, 악마도, 수탈도 없었다.

풍족하진 않지만 충분한 음식과 그들을 지켜 주는 병사들.

새로운 피난민들을 보면서도 별다른 탐욕도 공격성도 보이지 않는 이들.

제국군이 확립한 규율이 그만큼 엄격하기도 했고, 오히려 영주들에게 수탈당할 때보다 풍족한 삶이니 남의 것을 빼앗을 필요도 없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그래, 걱정 말고 얼른 복귀하도록.”

“네. 고생하십시오.”

피난민 인계를 마친 병사가 다시 싸움터로 복귀하려 하기 전.

“저기… 감사합니다!”

아이의 손을 꼭 붙잡은 어머니가 이번엔 용서 대신 감사를 외쳤고.

그의 보호 아래 피난민 캠프에 도착한 사람들이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던 아이가 쪼르르 달려가 내민 손.

병사의 커다란 손에 떨어진 건 굳힌 꿀 한 덩이.

아까 받은 걸 아껴 놓은 모양.

“왜? 먹지 않고.”

병사의 의아한 물음에.

“…저는 괜찮아요. 여기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가 힐끔 어머니를 돌아보곤 다른 이들처럼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아까 있었던 일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

병사가 피식 웃고는 사탕을 반 쪼개 입에 넣고선 나머지 반을 다시 아이 손에 쥐여 주었다.

“단 거 별로 안 좋아해. 나머진 너 먹어라. 이번엔 누구 주지 말고 얼른 지금 입에 넣어.”

그제야 눈치를 보던 아이가 굳힌 꿀을 입에 쏙 넣었고 금세 퍼지는 단맛에 얼굴이 환해졌다.

병사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걸음을 옮겼다.

“감솨해요. 아조씨!”

한결 밝아진 인사에.

“끄응, 그래 울지 말고.”

병사가 쓴웃음을 짓고선 본대로 복귀.

그러나 방금 본 아이의 미소와 사람들의 평화가 거짓이었다는 듯.

입에 남아 있던 달큰한 꿀맛이 환상이었다는 듯.

“전열! 전열 정비해!”

“이런 빌어먹을, 기사단은?”

“현재 외곽 지역 악마 소탕 작전에 투입된 상황입니다!”

“다들 막아! 뒤에 피난민 캠프가 있다!”

어째서인지 원래라면 안정을 찾아갔어야 할 마을에 악마들이 출몰했고 병사들이 이를 막아 내는 풍경.

다시 절망이 도래한 듯 쏟아지는 검은 빗줄기 사이.

“으윽!”

방금까지 같이 담소를 나누던 전우가 위기에 빠진 것을 목격.

다급히 달려가 악마를 베어 낸 참에.

“이런 제기랄!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이게 무슨 상황이야.”

“무슨 상황이긴, 뭣 같은 상황이지. 피난민 캠프는?”

“괜찮아 나 올 때까지만 해도 문제없었어.”

“정말인가?”

“대장님!”

“묻는 말에 대답해. 피난민 캠프 상황은?”

“무사했습니다.”

대장이 그의 팔을 꾹 잡고선.

“가서 알려. 다시 피난을 준비하라고.”

“대장님! 싸우겠습니다!”

“명령이다! 당장 달려! 이 새끼야! 사람들 죽일 셈이야! 여기서 네가 가장 길을 잘 알고 체력 남아 있잖아!”

거칠게 소리쳤다.

“어서 가. 여긴 내가 맡을 테니까.”

그리 말하는 동료의 배를 타고 흐르는 피.

조금만 격하게 움직여도 내장이 흘러나올 듯 위태롭다.

헐떡이는 숨, 고통과 흥분으로 인해 풀린 동공.

방금까진, 방금까진 분명 괜찮았는데.

그가 주춤주춤 발걸음을 물리는 사이.

- 모두 죽여라.

지금껏 간신히 유지되던 전선에 새로운 악마가 등장했다.

이리저리 꼬인 뿔과 더불어 양손에 불을 치켜든 놈.

단번에 느껴졌다.

강하다.

지금 몰려오는 놈들은 잔챙이고 저놈이 진짜 악마구나.

기사들과 마법사들 대부분이 자리를 비운 지금.

피난민 캠프로 향하는 마지막 방어선을 맡은 셈.

그가 뿜어내는 불에 순식간에 전황이 불리해졌고.

“어서 가!”

대장의 외침에 그가 뒤돌아 달렸다.

“씨발, 씨발, 씨바아알!”

마음속 차오르는 두려움과 절망을 애써 털어 냈다.

아이에게 울지 말라 했건만 어째 눈가가 자꾸 축축했다.

쏟아지는 검은 비를 헤치며 달려 나가던 그의 뒤에서.

연이어 끔찍한 비명이 터졌고.

순간 그가 발을 멈추었다.

뒤돌아보면 안 된다.

임무를 기억해라.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았다 안도하는 사람들을 얼른 피신시켜야 한다.

그가 작게 욕을 읊조리곤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옮기려 할 때.

“신성이시여 우리를 보우하시고 정결한 이들을 살리소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청아한 기도 소리.

짙은 빗줄기에 푹 수그렸던 고개를 들자.

막 언덕 꼭대기로 보이는 신성 교단의 표식과 더불어, 로브를 뒤집어쓴 사제들과 하얀 갑옷을 차려입은 성기사단.

그들이 뿜어내는 신성이 언덕 꼭대기에서 첫 햇빛처럼 피어났고.

그가 눈을 가리길 잠시.

“어?”

뒤를 돌아보곤 멍한 목소리를 냈다.

방금까지 위세를 자랑하던 악마의 몸을 휘감은 하얀 불꽃.

황태자 전하의 붉디붉은 불과는 다른 창백함.

곧 그가 있는 곳까지 도달한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신성이 도래하셨으니 괜찮을 겁니다.”

그를 위로하곤.

“전원 악을 멸하라.”

신성력을 함빡 뿜어내며 내달렸다.

하얀 빛줄기가 검은 땅을 가르자.

번지는 백화가 악마들을 휘감았고, 심지어 떨어지는 검은 빗줄기마저 정화했다.

이윽고 도달한 신성 왕국의 신성군이 악을 멸하며 제국군을 도왔고.

이러한 일이 다시금 왕국 전역에 걸쳐 펼쳐졌다.

* *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들의 욕심을 위해 이번엔 누구를 심판할까 고민하던 원탁이건만.

부서진 잔해를 치우고 새로운 원탁을 들여놓은 자리.

“성녀님, 현재 신성 기사단이 각 왕국에 파견되어 제국군을 도와 악을 멸하고 있습니다.”

“수도원과 신전에 머물던 은둔 사제들이 성전에 참여하겠다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제들이 직접 땅을 정화하고 아픈 이들을 치료할 계획입니다.”

성녀, 페르페투아의 귓가에 만족스러운 보고가 이어졌다.

황태자를 따르는 엘프들과 드워프들이 신철목을 다듬어 만들어 준 원탁에서 풍기는 향도, 지금 자리한 이들이 풍기는 정결한 신성력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특히.

“저, 성녀님?”

“왜요? 유리엘.”

“머리카락 너무 만지지 말아 주세요-.”

“왜요. 감촉이 너무 좋은 걸요?”

“그리고 저 의자에 앉으면 안 돼요?”

“아니요. 여기 앉아요.”

자신의 무릎에 앉아 볼을 부풀리고 있는 유리엘의 보드라운 감촉이 특히 즐거웠다.

보고를 듣는 와중에도 그녀의 보슬보슬한 머릿결을 만질 정도.

거기다 아무리 의젓한 척을 하여도 아이는 아이.

의자에 앉으면 회의 탁자 위로 눈만 빼꼼 나오는 터라 무릎에 올려놓을 수밖에.

아니, 그것도 귀여운가?

성녀가 유리엘을 보며 살가운 미소를 짓고선.

“정확히 뜻을 전하세요. 악마에겐 멸망을, 사람들에겐 치유를. 우린 더는 예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됩니다.”

뜻을 밝히는 페르페투아의 얼굴이 방금과는 달리 단호했다.

그녀가 뜻을 따르는 새로운 추기경들을 훑으며.

“신성께서 베푸신 자비와 사랑은 우리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며, 고결한 뜻을 품은 이들이라면 비록 신성을 믿지 않아도 존중해야 할 일입니다. 신성은 파괴가 아닌 재생. 땅도 사람도 치유를 우선으로 생각하세요.”

“성녀님의 뜻을 따릅니다.”

새로운 신성의 가치를 언급했고 이를 듣는 추기경들의 얼굴 또한 평온했다.

신성 왕국은 바뀌었다.

“신성의 이름으로 축복을- 신성을 위하여.”

이내 페르페투아가 한결 풀린 얼굴로 모두를 축복했고.

“신성을 위하여.”

추기경들이 신성을 섬기는 마음으로 답했다.

그들이 보내는 믿음이 기꺼웠다.

이전에는 그저 자신의 욕망을 가리기 위해 신성을 핑계로 삼았던 이들.

그러나 이젠 달랐다.

지난번 대심판이라 명명된 사건 이후, 속에 품은 마음을 보고 신성을 내려주었고 삿된 욕심을 품은 자들에겐 신성을 거두어 버렸다.

자신의 죄를 깨닫고 회개하면 다시 신성을 받으리라.

인간이란 천변만화하는 것.

짧은 삶에서 누구보다 고결해질 수도, 누구보다 타락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순진한 믿음은 미련함인 걸 알았지요. 황태자와 유리엘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변화하는 성국을 보며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황태자의 패악 덕이었고 유리엘의 현명한 대처 덕이었다.

둘이 없었다면 어쩌면 자신은 교단의 성녀이자 드래곤인 자신은 정말.

“그들에게 이용당해 비참한 꼴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녀석들에게 이용당하여 악마의 주구가 되었을지도.

드래곤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미련한 최후 아닌가.

성왕이 뿜어냈던, 황태자가 상대했던 악의와 불을 보며 모든 것이 자신을 타락시키기 위해 준비되었음을 알았다.

그대로 심판을 받아들였다면 비참한 처지가 되었으리라.

“용서하지 않겠어요. 성왕을 비롯하여 추기경들을 홀린 자를- 제가 직접 나서 그를 심판하여 신성의 위대함을 세울 것이에요.”

페르페투아의 눈이 파충류의 그것으로 변하며 번뜩였다.

드래곤이 살기를 품은 사이.

“저, 성녀님? 무거워요.”

성녀의 품 안, 제 턱을 정수리에 올려 둔 채 종알거린 탓에 유리엘이 꼬물꼬물 머리를 흔들었다.

턱을 통해 느껴지는 진동과 보들거리는 감촉이 좋아 그렇게 폭 껴안고 있길 오래.

“제가 유리엘의 오라버니를 지킬게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은 나를 이어 신성의 대리자가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신성 왕국을 이끌 사람이 될 거니까요.”

드래곤의 결심 어린 말에.

유리엘이 작은 손을 뻗어 성녀의 손을 꼬옥 쥐곤.

“페르페투아 님도 꼭 무사히 돌아오셔야 해요. 전 오라버니도 성녀님도 모두 좋아하는 걸요.”

페르페투아의 무사를 빌었다.

그리고 그날부로 성녀 페르페투아가 긴 금식 기도에 들어간다는 교단의 발표.

지난 성왕과 추기경들의 죄를 대신하여 회개하리라는 말에 성국이 눈물을 훔쳤다.

자리를 대신한 건 어린 황녀.

불신의 눈길도 있었으나 성녀와 황태자의 비호를 받는 이상 누구도 불만을 표하지 못했고.

추기경들 못지않은 신성력을 뽐내며 신성 왕국의 새로운 성녀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사이.

* * *

마도 왕국의 수도, 흔히 제국 동부 마법의 중심지라 불리는 곳에서도.

마법의 성지라 불리는 가장 높은 탑, 메이지 타워.

왕궁보다 더욱 높다란 위세를 자랑하는 마탑 가장 최상층.

“이런 제기랄!”

한 사내가 욕설과 분노를 토해 내고 있었다.

바로 제국에서 마도 왕국으로 망명한 6황자 레이건 아이로니아.

황후의 장난질로 그를 대신하여 살라스가 서부로 향한 때에.

- 아이야, 영원을 손에 넣고 싶지 않으냐?

제국 내부에선 파고들 곳이 없어 세력 확장을 위해 왕국을 떠돌던 중 들려온 속삭임.

정확히 마탑에 들어섰을 때였다.

“전하?”

의전을 담당하는 마법사의 말을 무시하곤 걸음을 옮겼다.

“전하!”

아래로 향하는 길.

의전 담당자가 그를 막아서려 했으나.

“치워.”

황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걸었다.

눈가엔 이미 어둑한 악의가 낀 채.

귓가에 들리는.

- 건국제의 마지막 힘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황제를 넘어 대륙의 지배자가 되고 싶진 않으냐.

달콤한 유혹.

그가 도달한 곳은 마탑 가장 심처.

삼엄한 경계로 막혀 있는 부분.

막 소식을 들은 마탑 마법사들이 다급히 아래로 내려왔고.

“여긴 무엇이지?”

“여긴 금지구역입니다. 나오십시오.”

“무엇을 가두어 놓은 곳이냐.”

“나오십시오! 더는 말로만 경고하지 않겠습니다!”

“…….”

깊은 곳에 서린 그림자 한 조각이 황자의 발끝을 물들인 뒤에야.

“미안하군.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흥분하고 말았어. 돌아가지.”

몸속, 악의를 담은 채 그곳을 벗어났다.

이후 놈이 시키는 대로 행하였다.

왕국 곳곳에서 봉인된 파편을 모았고 더 나아가 악의를 뿌렸다.

멸망의 때를 기다리며.

제국에 복귀해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옥새함에 들어가 건국제의 불을 훔칠 기회를.

기회는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왔다.

바로 황후의 수도 점령.

혼란이 극에 달한 때에 그가 옥새 관리자들을 죽이곤 옥새함을 열어 자색 천을 손에 집었다.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으나.

- 맞아! 이것이다! 이것이 그놈의 심장 중 하나이니라!

악마는 어느 때보다 기뻐했고.

이를 삼킨 놈이 곧 마도 왕국 전역을 점령하기 시작.

그제야 대악마 바알이 정체를 드러냈다.

승리를 확신했는데.

“어째서 아무것도 못 하고 밀리는 거야!”

제국에 속절없이 밀렸다.

제국의 저력이 저렇게 강했던가? 그가 알던 제국이 아니었다.

황태자의 무력은 어떻고.

이리 강할 줄이야.

기껏 소환한 악마들은 각 왕국에서 고립되어 쓰러졌고 바알이 불러 낸 고위 악마들 또한 속절없이 죽어 나갔다.

허나 정작 대악마는 왕성 깊은 곳에 머물러 있을 뿐.

답답해 미칠 노릇.

그리고 마침내.

“레이건-! 이 야비한 새끼야! 당장 악마와 같이 내려와! 목을 잘라 줄 테니!”

황태자 아르한이 제 세력과 더불어 마도 왕국 수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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