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올라가지 않겠습니다
과거 자신을 봉인했던 빌어먹을 원수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직감했다.
졌다.
이길 수 없다.
죽는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억울하다.
살고 싶다.
확신했다.
세상을 지배하리라고.
대륙이 자신의 것이 될 거라고.
그런데 모든 게 틀렸다.
흉내 낸 일곱 불을 뿜어 보았으나 미약했다.
하여 지금껏 잡아먹은 모든 생명들을 뿜어냈다.
언제부터였을까.
처음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수천 년이 넘는 세월, 대악마로 군림하던 시절에도 포식을 멈추지 않았다.
당대 강자라 불렸던 영웅, 초인, 초월체라 불리던 놈들을 직접 씹어 삼켰다.
그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곧 바알의 몸이 확장을 시작.
- 크아아악!
놈이 삼켰던 수많은 존재를 흉내 냈다.
엘프들 중 가장 강했던 이를, 거인들 중 가장 거대했던 이를, 악마들 중 가장 흉험했던 놈을, 더 나아가 인간 중 초월에 가까웠던 이들을.
수없이 분화하는 강자들의 형상.
탐욕스럽게 삼켜 두었던 그들의 능력을 뿜어내 보았으나.
-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밀리는 거야!
황태자가 뿜어내는 끝없는 순환과 가능성 앞에서 덧없이 흩어졌다.
세상을 덮을 만한 크기의 악의를 뿜어내어 보았으나 마찬가지.
건국제와 마왕에 필적한다던 영웅의 형상을 빌려 보았으나 마찬가지.
건국제의 불과 마왕의 형상을 빌린 황태자의 힘이 더욱 뛰어났다.
왜?
- 네놈 또한 다른 이들의 능력을 빌린 것뿐이지 않은가! 어째서 내가 지는 거냐!
자신이 강한 존재들의 육신을 탐하여 이를 빼앗았다면.
놈도 건국제와 마왕의 능력을 가져왔을 뿐.
다를 게 없다.
숫자는 자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삼킨 존재만 수만에 이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질 수 없는 싸움.
양부터 압도적이니 홀로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여 페르페투아를 상대하면서도 드래곤만을 꺼내 들었다.
대륙을 휩쓸 때 보여 줄 힘이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상황은 달랐다.
펼쳐 내는 힘이, 대륙 전체를 삼키고도 모자랄 무한한 악의가 흩어져 간다.
아무리 확장하려 애써 보아도 황태자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를 이겨 내지 못했다.
그런 바알을 바라보던 황태자가.
- 신비가 고작 훔친다고 되는 것이냐. 숫자가 많다고 압도적인 것이냐? 착각이다.
비웃음을 띠어 올렸다.
분명 가면을 쓰고 있건만 조소를 짓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 가짜는 가짜일 뿐이다. 고작 훔치는 걸로는 가짜는 진짜가 되지 못하지.
- 웃기는 소리! 네놈이 그걸 어찌 안다고!
- 내가 경험해 보았거든, 가짜 인생을.
잠시 바알의 사고가 멈추었다.
가짜 인생을 경험해 보았다? 저 오만한 황태자가?
이것이야말로 웃기는 소리.
문득 황태자의 살을 씹었을 때 느껴졌던 꼬여 있는 시간과 뒤섞인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가 겪었을 리 없는 멸망 속 황태자는 분명 가짜였다.
남의 인생을 살고 남의 영광을 누렸고 남이 저지른 오류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최후를 맞이했던 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진정 사실이라면.
- 네놈도 가짜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내가 질 리 없다!
놈도 가짜 자신도 가짜.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나.
그런 바알의 의문을 향한 황태자의 답변은 간단했다.
- 다시 주어진 기회를 충실히 살았고, 진짜 인생을 살았다. 그게 이유겠지.
- 고작 그것뿐이라고?
- 고작? 고작이라 했나?
황태자가 거세게 웃곤.
- 결말을 보아라, 이번에 멸망하는 게 누구인지.
- ……!
- 신비란 그런 거다. 신비와 초월은 훔치는 것으론 이를 수 없는 것.
대악마의 힘을 부정했다.
다시 주어진 기회는 천운이었으나, 직접 이룬 인생은 노력이었다.
쏟아지는 절망 앞, 물러남 없이 맞섰고 이겨 냈다.
비록 남의 신비를 물려받았을지언정 삶의 파편들이 모여 이룬 고결함에 황태자를 주인으로 인정했다.
멸망을 겪었던 가짜가 진짜가 되었으니.
거짓된 흉내는 아무리 많아도 진정한 순환과 가능성을 이길 수 없다.
대악마 바알의 형상이 점차 부스러졌다.
마지막 순간 무엇을 보았는가.
멸망을 바라 왔던 악마는 무슨 말을 하려는가.
- 나는-.
놈이 마지막 말을 중얼거리기 전.
황태자가 뻗은 브레이커가 놈을 반으로 갈랐고.
이어 진생철퇴가 갈라진 몸을 으깼으며.
데스레인이 흩어진 파편마저 모조리 부수었다.
완전한 소멸.
- 네놈의 마지막 말을 들어 줄 만큼의 자비는 없어.
황태자의 말이 차갑게 떨어진 이후, 그가 뿜어내었던 힘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대악마가 흩어진 자리, 일곱 불이 흔적으로 남아 타오르는 풍경.
악의 한 점 남지 않았다.
그렇게 대륙의 멸망이었던 대악마가 죽음을 맞이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어라 해야 할까.
지독한 싸움의 끝은 참으로 짧았다.
황태자가 각성한 순간부터 대악마 바알이 죽는 순간까지.
몇 호흡에 불과했던 싸움.
그러나 모두가 느꼈다.
황태자가 품은 힘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걸.
대악마가 사그라든 자리, 홀로 하늘에 선 황태자의 모습이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
하늘에는 그가 뿜어낸 일곱 불이 무수한 그림을 이루어 내었고.
천변만화하는 구름이 꿈결 같았다.
그 아래 초인의 가면을 쓴 황태자의 자태는 그야말로 신화와 같으니.
“아아, 전하.”
“전하께서- 승리하셨구나.”
“마침내.”
제국군이 그제야 승리를 실감했다.
부스러진 폐허를 밟고 선 이들의 허리는 곧았고 어깨도 단단했다.
그런 그들을 굽어보던 황태자가.
“마침내, 우린 악마를 멸하고 멸망을 이겨 냈다.”
대악마에게서 승리했음을 선언함과 동시에.
그가 뿜어낸 불이 사방으로 번져 나가기 시작.
땅에 남아 있는 악의를 모조리 살라 먹었다.
갑작스러운 새벽에 이어 황태자가 띄워 올리는 승리는 아침 햇빛과 같이 찬란했다.
번지는 일곱 색 불과 치밀한 지혜가 산산조각 난 마도 왕국 수도를 감쌌고 곧 무너진 땅이 제 형태를 되찾았다.
곳곳에 숨어 도망칠 기회를 노리던 악마들과 악의 또한 휩쓸려 사라졌다.
- 성녀, 도와라.
황태자의 말에 페르페투아가 고개를 끄덕이곤 높이 날아올라 날개를 펼치니.
하늘 가득한 광명이 세인트 드래곤의 날개에 반사되어 사방으로 내달렸다.
* * *
상업 연합국 수도 골든힐 한복판.
“마지막 순간이 오고 있다.”
발자크 백작이 중요한 승부가 끝나려 함을 직감했다.
신호는 분명했다.
방금까지 미친 듯 솟아나던 악의와 악마들이 일제히 확장을 멈추고 메마르기 시작했으니까.
대악마가 비장의 수를 준비하는 듯했다.
제가 뿌린 씨앗을 모조리 되돌릴 만큼 간절하다는 뜻이겠지.
그가 남은 악마들을 베어 내며.
“전하, 승리하소서-.”
황태자의 승리를 기도했다.
생각해 보니 과거 북부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가장 중요한 순간 전하 옆에 없구나.
영광의 순간을 직접 목도하지 못함이 아쉬웠다.
그래도.
“북부! 도망치는 악마를 모조리 죽여라!”
이리 전하를 도울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백작의 노성에 북부 병사들과 기사들이 더욱 날카로운 살기를 뿜어내며 악마들을 도륙했고 악의를 밀어냈다.
백작 또한 쉬지 않고 검을 휘둘러 악마와 악의를 베어 냈다.
지난 북부 에스키모를 상대할 땐 그저 무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싸움이 끝나고 결말을 알 때까지.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으리라.
자신이 선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할 것이다.
그가 그리 치열하게 검을 휘두르다 문득.
오싹- 뒷덜미를 타고 오르는 감각에 검을 멈추었다.
“대체 방금 무엇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그가 품은 신비보다 더욱 날카로운 검격을.
육안으로 보진 못했으나 확신했다.
황태자 전하께서 새로운 경지에 다다르셨구나.
누구도 못 이룰 놀라운 세계에 발을 디디셨구나.
승리를 확신했고.
이를 증거하듯 승리와 치유가 떠오르는 동이 되어 대륙 동부 전체로 뻗어 나갔다.
“아아! 전군 정지!”
백작의 목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이미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퍼지는 색이 익숙했다.
황태자 전하께서 품으신 불.
하늘 전체를 덮는 상서로운 모양새와 더불어 치열한 확산이 그를 똑 닮았다.
더는 싸울 필요 없다.
달려들던 악의와 악마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을 추격해야 하건만.
“모두 예를 표하라!”
백작이 자리에 멈춰 검을 들어 올려 예를 표했다.
악마와 악의 따위는 중요치 않다는 모양새.
그의 명령을 따라 북부 기사들과 병력들이 일제히 검을 드높이 올려 황태자를 기렸고.
그런 그들의 예에 부응하듯 퍼지는 불이 빛살이 되어 땅에 이르자.
도망치던 악마들이 소멸했다.
“아아- 이런 놀라운 광경이.”
투명함과 견고함을 자랑하는 장성 위, 사일러스 공작이 주름진 눈가를 닦아 내며 감탄했다.
대체 전하께서는 이 늙은이를 얼마나 놀라게 해야 만족하신단 말인가.
퍼지는 불과 내리쬐는 빛에 담긴 신비와 지혜가 치밀했다.
“대체 저런 경지는 어떻게 얻는단 말인가.”
대마법사인 그조차 꿈꾸지 못할 정도로!
악마와 악의를 흩어 내며 부스러진 땅을 회복시키고, 생명을 불어넣는 신비와 이를 이루어 내는 치밀한 조화.
아마 이것이 마왕의 능력이란 걸 알았다면 당장이라도 황태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으리라.
곧 퍼지는 빛결이 수정 장성에 닿았고.
이를 함빡 빨아들인 공작가의 염원이 땅에 세워진 무지개가 되어 영광을 선보였다.
공작을 시작으로 장성에 선 모든 이가 황태자를 향해 예를 표하며 승리를 축하했다.
황태자가 뿜어낸 초월에 이르는 신비는 중소국가연합이 위치한 산맥 깊은 곳 구석구석에도 치밀었다.
두꺼운 가지와 짙은 녹음을 투과한 빛결이 악마와 악의를 살라 먹었고.
“으음, 이건 마침내.”
“승리했군요.”
경쟁하듯 악마를 향해 무기를 뻗던 드워프와 엘프가 움직임을 멈추곤 하늘을 가린 가지를 치우자.
산맥 전체를 뒤덮은 영광이 그들의 시야를 간지럽혔다.
블러디와 알렉세이가 감격 가득한 얼굴로 이를 바라보는 동안.
멀리 뻗어 나간 신비는 대륙 동부를 넘어 제국에도 이르렀고.
- 이루어 냈구나. 놀라워.
그중에서도 남부 깊은 숲, 신철목이 가득한 자리.
새롭게 영역을 키워 가던 세계수 또한 황태자가 이루어 낸 승리를 보곤 감탄했다.
잎사귀로 스며드는 따스한 신비가 놀라웠다.
그가 이루어 낸 경지가 얼마나 위대한지 느껴졌다.
과거 세계의 뿌리라 불리던 시절의 자신보다 더욱 고결하며 높은 영역에 닿았구나.
- 다행이야.
밀려드는 안도와 허탈함.
혹여라도 패배를 걱정하여 비축해 두었던 힘을 풀어 내자 그녀의 가지가 높이 퍼져 나갔다.
하이얀 몸통과 더불어 일곱 빛으로 빛나는 잎사귀들이 상서로우니.
- 곧 갈림길에 서겠구나. 무엇을 선택하든 너의 자유. 부디 후회하지 않을 길을 걸으렴.
세계수가 황태자의 선택을 응원하곤 엘프들을 불러 의식을 준비했다.
새로운 초월의 탄생을 기리기 위해.
서부 사막, 원래라면 메마른 모래와 쨍한 햇빛만이 가득할 장소.
하나 황태자가 다녀간 이후로 모든 게 달라졌다.
사람들의 걸음을 방해했던 마른 모래가 오색을 축축이 머금은 채 사그락사그락 눈을 즐겁게 만들었고.
사막의 열기를 막기 위해 칭칭 감았던 옷을 풀어헤친 이들이 활발히 돌아다니는 풍경.
그중에서도 일곱 성 중앙, 붉디붉은 홍련의 처소와 우뚝 솟아난 등대 하나.
깊은 밤에도 사람들의 길을 인도하기 위해 빛을 뿜어내는 사막의 새로운 상징 최상층.
“허억! 허억-!”
허파에서 나는 바람 빠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과거 황태자와 일행의 길을 안내했던 하란과 등대지기가 비지땀을 흘리며 바닥에 엎어져 있었고.
홍련의 수장 이엘 또한 후들거리는 무릎을 양손으로 지탱한 채 간신히 서 있는 모습.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붉은 궁장이 모두 젖어 몸에 바짝 달라붙었을 정도.
황태자와 바알의 전투가 한창이던 때.
추락하던 비행선들을 구하느라 꼴이 엉망진창이었다.
그러나 얼굴에 피어난 건 피곤도 힘겨움도 아닌 환한 미소.
홍련의 섬 너머 일곱 바위 성과 돌아다니는 사람들, 이젠 익숙한 풍경이 되어 버린 오색 사막.
모든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하늘.
곧 쏟아지는 빛이 사막에 두 가지 색을 더했다.
그렇게 하늘과 땅이 같은 모양을 취했고.
“하란, 나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으으, 못 해요, 못 해. 저 죽는다고요.”
하란이 몸을 꿈틀거리며 손사래를 치려니.
“그거 아니?”
“뭘요?”
“사람은 그리 쉬이 죽지 않는단다.”
“누가 그런 말을-.”
“전하께 배운 사실이야.”
어딘가 황태자를 닮아 가는 이엘의 얼굴을 보며 하란과 등대지기가 공포에 떨었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엘이.
“어서- 날 황성으로 좀 보내 줘.”
열망을 품은 눈으로 하란을 졸랐다.
무엇을 위함인가.
이이익, 간신히 몸을 일으킨 하란이 마지막 힘을 짜내어 이엘을 황성으로 보내 주곤.
“더는 못 해. 이제 진짜 죽는다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 시각 제국 황성에서는.
“폐하! 폐하! 어디 가십니까! 폐하!”
“비켜! 다들 비켜!”
홀로 방 안에서 침묵하던 황제가 갑작스레 황성을 질주하는 중.
그를 말리려는 시종들이 다급히 따라 달렸으나.
“비켜! 비키란 말이야!”
황제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다급했다.
아려 오는 폐와 심장에 가슴팍을 움켜쥐면서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보았다.
변하는 색을.
눈앞을 잠식했던 어둠을 밀어내며 터 오른 동을 보았다.
아름답고 고귀한 풍경.
이지러지는 무수한 색이 찬란하게 떠올랐고.
홀로 하늘 끝까지 이르려는 별빛 한 줄기를 보았다.
얼핏 보이는 백금색 머릿결.
아아, 태자.
“폐하! 고정하소서-.”
주변에 달라붙은 손길을 떨쳐 낸 황제가 마침내 처소 바깥까지 도달했고.
“태자! 어딜 그리 가는 거냐!”
하늘로 오르려는 황태자를 목 놓아 불렀다.
이 위대한 풍경을 그려 놓고선 본인은 어디로 가려 한단 말인가.
황제가 비틀비틀 정원을 걷는 사이.
누군가 부드러운 손길로 황제를 부축했다.
“폐하, 걱정 마소서. 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하란의 마지막 힘을 타고 등장한 이엘.
그녀가 황제를 부축한 채, 말간 미소로.
“언제까지고 난 제국의 황태자이며 황제가 될 사람이라고.”
황태자가 품은 뜻을 전했다.
“그런데… 자네는 누구인가?”
“홍련의 족장 이엘, 아버님을 뵙사옵니다.”
“아버님? 태자가 결혼했단 소식은 못 들었는데.”
“예비 며느리라 보시면 되옵니다.”
그러면서 얼렁뚱땅 자신이 품은 뜻도 전했다.
* * *
모든 풍경을 확인했다.
항상 미움만 받았던 인생, 모두의 축복을 받는 광경이 생소했다.
지금껏 이룬 일들.
특히 마지막, 황제의 간절한 부름과 더불어 홀로 기도하는 어머니와 신성 왕국 깊은 곳에서 눈물을 삼키는 동생의 얼굴이 눈에 밟혔다.
“뭐 해.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냐.”
“성미가 급하군. 너야말로 좀 기다려라.”
“어쭈? 지금 시비 거는 거냐?”
“못 걸 것도 없지.”
앞에 선 두 사내 사이, 하늘로 뻗어 있는 계단.
계단 끝에는 내가 품은 광휘보다 더욱 찬란한, 아니 이지를 넘어선 무언가.
초월로 오르는 계단 앞에서.
결정했다.
- 올라가지 않겠습니다.
초월을 포기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