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대가로 바라는 것
초월(超越).
한 존재가 이룰 수 있는 지고의 경지.
과거 고대 악마부터 드래곤, 더 나아가 대악마와 영웅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존재들도 바라 마지않았던 길.
보였다.
계단 끝에 놓여 있는 새로운 세상이.
느꼈다.
인간의, 육신의 한계를 넘어 신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하나 택하지 않았다.
“뭐? 미친 거야?”
건국제의 경악이 요란스러웠다.
혹여라도 초월로 가는 계단이 닫힐까 노심초사하며.
“야, 이 미친 자식아. 이게 어떤 기회인데 이걸 포기해? 너 미쳤어? 당장 선택하겠다고 해. 말 잘못 했다고! 이런 미련한 놈이!”
선택을 번복하라 설득했으나.
“아니요. 전 초월을 포기하겠습니다.”
뜻이 확고했다.
그가 뭐라 욕을 지껄이기 전.
“이유가 뭐냐.”
낮은 울림,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건국제의 말을 가로챘다.
건국제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말투.
건국제와 좀 떨어진 곳에 자리한 계단의 좌측에 선 사내.
굽은 등과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 삐쩍 마른 몸.
추레한 몰골이었으나 눈동자에 깃든 지혜와 정광이 건국제 못지않은 자.
마왕(魔王).
“초월에 오르면 영생을 누리는 것은 물론, 신에 다다를 수 있다. 황제 따위가 아닌 신에. 설마 의미를 모르진 않을 테고 이유가 뭐냐.”
그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어 왔고.
“뭐? 황제 따위? 뭔가 기분이 좀 그렇다? 넌 황제도 못 돼서 왕이라 불린 주제에.”
“흥, 왕이나 황제나 같은 인간일 뿐이지. 땅덩어리 조금 크다고 황제라 부르는 것 아니냐.”
“허! 어이가 없네. 그래서 넌 그 땅 차지해 봤고?”
“내가 대륙 서부에 있었다면 마황이라 불렸을 거다. 운 좋은 줄 알아.”
“웃기시네. 나야말로 대륙 동부에 있었으면 거기에 제국을 세웠을 거야. 실력이 어디 가겠냐?”
“그래, 그 경박함이 어디 가겠어.”
“너! 이 버르장머리 없는 마왕 놈아!”
“내가 살아도 너보다 수백 년을 더 살았다.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아.”
“이미 죽어서 백골 된 마당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강하면 장땡이지!”
“그렇게 강해 보이지도 않던데?”
“오호- 해보자는 거냐?”
“해보자는 거지.”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둘이 으르릉거리느라 바빴다.
마왕을 처음 만난 것은 자색염을 얻고 무수한 순환 속에서 운명 깊은 곳을 관조하던 때.
드러나지 않은 운명이 참 많았고 순환은 이를 모조리 보여 주었다.
무수한 갈림길, 무한한 가능성.
과정과 결과가 교차하고 분화되어 뻗어 나가는 광경이 마치 세계수를 보는 것 같은 기분.
이어 내가 겪었던, 겪었을, 겪지 못한 과거와 현재와 미래 모두가 운명이 되어 쏟아졌다.
이를 모조리 포식했다.
가장 최선의 운명만을 남겨 두었고 이를 키워 나갔다.
바알은 몰랐겠지만 단순히 일곱 불을 이루고 마왕의 힘을 얻었기에 쉬이 승리한 게 아니다.
이미 무수한 순환 속, 놈과 수없이 싸웠다.
일곱 심장을 얻었음에도 때로 이겼고 때로 졌다.
오래 묵은 거대한 악마의 힘은 그만큼 위협적이었다.
그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운명을 확인합니다. 운명, 또 다른 혈통, 마도의 끝자락을 붙잡습니다]
얼핏 보인 실낱같이 얇은 운명 한 줄기.
문득 짐작 가는 것이 있어 이를 붙잡고 더욱 깊은 운명 속으로 침잠했고, 마침내.
[당신이 이루지 못한 운명, 마왕의 혈통을 마주합니다!]
또 다른 초인, 마왕을 마주했다.
처음 만난 순간, 그는 운명 깊은 자리에 묵묵히 앉아 있을 뿐.
허름한 로브와 손에 쥔 간소한 지팡이 하나가 전부.
건국제와는 여러모로 달랐고.
“뭐냐? 이 기분 나쁜 기운을 풀풀 풍기는 놈은?”
“흥, 천박하군.”
“…어? 뭐? 뭐라고?”
역시나 극상성이었다.
건국제가 불이라면 마왕은 얼음.
냉철하기 그지없는-.
“천박하다고.”
“너 죽고 싶냐?”
“죽여 보든가. 그럴 힘도 없어 보이는데.”
그건 아닌가?
어쨌든, 마왕을 만났다.
그리고 그는 단번에 나를 알아보았다.
“내 먼 후손이구나.”
아버지는 아니니, 어머니 쪽이 맞겠지.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본래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다던 백면귀의 가면을 어째서 그리 쉬이 탈취할 수 있었는지.
과거 알리굴이 얼굴을 덮은 가면을 보며 왜 마왕을 언급했는지.
몸속에 흐르는 피 중 하나는 건국제의 것, 하나는 마왕의 것.
다만 건국제의 혈통이 더욱 진했고 제국의 황자라 피어났던 운명.
아마 마도 왕국의 왕자로 태어났다면 다른 결과를 맞이하지 않았을까.
“무슨 소리야! 내 후손이야! 내 후손! 어디서 포크를 들이밀어?”
“…저 시끄러운 망종 좀 치워 주면 안 되겠냐. 귀가 아프다.”
“시끄러운 망종? 오냐. 한번 해보자, 이 새끼야!”
“덤벼. 죽여 줄 테니.”
건국제와 마왕의 싸움이 벌어졌고 말리지 않았다.
이 귀한 구경을 놓칠 순 없지.
자그마치 대륙 서부에 제국을 세운 영웅과 대륙 동부 대악마를 봉인한 대마법사의 대결.
솔직히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이 싸움, 돈 받고 보여 주면 가치가 얼마일까?
못해도 국가를 사고팔 정돈 되겠지.
이런 기회를 놓칠쏘냐.
예상대로 둘의 다툼은 꽤 치열했다.
마왕은 이름값을 저버리지 않고 생전 처음 보는 마법을 발산해 댔고.
이에 맞선 건국제는 불을 치열하게 뿜어내며 모든 마법을 분쇄.
아니, 마법과 더불어 마왕을 태우려 했다.
그야말로 초인들의 싸움.
아, 저렇게 쓰는 거구나.
건국제의 싸움을 보며 심장의 완전한 사용법을 배웠고.
마왕의 대처를 보며 어떻게 이용하면 되겠구나, 감을 잡아 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죽어- 죽어-!”
“놔라, 이거 놔. 진짜 추하게 이럴래?”
“네가 먼저 놔.”
전성기 때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힘을 모조리 소진해 버린 둘이 서로 멱살을 잡은 채 투닥거리기 시작.
“하나, 둘, 셋 하면 놓기로 하자.”
“좋아, 센다. 하나.”
“둘.”
“셋-!”
역시나 둘 다 놓지 않았고.
“후손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냐? 황제라는 놈이 약속도 안 지키고.”
“넌 왕이고 난 황제니까 왕이 먼저 놔야지!”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가 어디 있어.”
“여기 있다! 왜!”
점점 유치해지는 싸움에 관자놀이를 짚었다.
어째 느낌이 불안했다.
이거 앞으로도 이 꼬락서니를 계속 봐야 하는 건 아니겠지?
어찌 되었든.
“두 분 다 그만하세요. 대체 뭐 하는 짓들입니까?”
내가 만류하고 나서야 멱살을 놓은 건국제와 마왕이 씩씩 숨을 몰아쉬길 잠깐.
“야, 근데 너 웃긴다. 너 누구 편이냐, 대체?”
건국제 카이론이 섭섭한 표정으로 나에게 따졌다
“지금까지 같이한 시간이 얼마고, 엉? 너랑 같이 싸운 전투가 얼마며, 건네준 능력이 얼마인데. 지금 내 편 안 들고 마왕 편드냐?”
“제가 언제 한쪽 편을 들었습니까.”
“그게 문제라는 거야, 이놈아! 내가 너랑 더 친하지, 쟤가 너랑 더 친해?”
이후로도 얼마나 잔소리를 해 대는지.
“그러니까 네 편을 안 들어 주지, 쪼잔한 황제.”
“…넌 뒈졌어.”
바로 2차전에 돌입.
“아, 좀! 그만 좀 하라고요!”
결국 화를 토해 내고 나서야.
“아, 알았다. 뭘 그렇게 화를 내냐.”
“…알겠다.”
비로소 싸우는 걸 멈추었다.
눈치를 보는 둘을 번갈아 보길 잠시.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건국제의 신비와 마왕의 신비 둘 다 얻은 사람이 대륙에 있을까요?”
“당연히 없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되냐니? 그야-.”
“유례없는 괴물이 되겠지.”
“바알을 상대로는요.”
“음, 내 심장만으로도 충분하긴 하지만 저 모지리의 힘까지 있어서 나쁠 것 없지?”
“내가 할 말이다.”
처음으로 둘의 의견이 일치했고 확신했다.
“마왕의 신비를 가져야겠습니다.”
그의 능력까지 가지리라.
하여 단번에 바알을 죽일 것이다.
결심대로 이루었다.
마왕의 도움과 더불어 수많은 운명을 포식했고, 이를 이용하여 깊이 숨어 있던 마왕의 운명을 개화해 백금면마왕을 얻었다.
하여 이루어 낸 것이 바로 일곱 심장과 마왕의 가면을 합친 힘, 무수한 가능성.
이윽고 대악마 바알의 지난 시간을 지워 냈고.
초월 앞에 섰다.
* * *
둘의 의문은 어쩌면 당연했다.
기껏 대륙 역사에 남을 두 초인의 힘을 얻었다.
거기다 건국제마저 어쩌지 못한 멸망을 막아 냈고 마왕마저 목숨으로 봉인하는 것에 불과했던 대악마를 죽였다.
이룬 업적부터가 이미 초월이다.
그런데 왜? 왜 이 발칙한 후손은 당연히 얻어야 할 영광을 버리려 한단 말인가.
둘의 의문에 후손이 당당히 답했다.
“두 분 또한 초월을 버리지 않았습니까.”
생각지 못한 답에 건국제와 마왕이 침묵했다.
잠시 시선을 피하던 건국제가.
“대체 어떻게 알았냐. 말해 준 적도 없는데.”
발칙한 후손의 말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마왕 또한 침묵으로 긍정했다.
그야 당연히.
“두 분의 능력을 이어받아 초월에 이르렀는데 어찌 짐작 못 하겠습니까.”
건국제와 마왕이 먼저 걸었던 길이니까.
그들이 앞서 초월로 오르는 계단을 본 게 당연했다.
계단 끝에서 빛나는 초월을 보고도 그리 놀라지 않는 얼굴.
그렇다면 둘은 초월을 포기한 대가로 무엇을 바랐는가.
“마왕께서는- 바알을 봉인하는 대가로 초월을 포기하셨습니까.”
“맞다. 놈을 봉인하기 위해 포기했는데 이리 풀려나 버렸군. 면목 없다.”
마왕은 초월을 포기하여 대악마 바알을 봉인했다.
천 년이 넘는 세월, 저 강대한 악마가 봉인을 깨지 못한 이유가 있었던 것.
하나 아무리 대단한 힘이라도 세월 앞에서 흩어지기 마련.
그의 바람과 희생이 무색하게 풀려나 버렸지만.
“어우, 그건 좀 안됐네.”
이번만은 놀리기 힘들었는지 건국제가 마왕을 위로하는 사이.
“그럼 건국제께서는요. 왜 초월을 포기했습니까.”
제국을 세운 이에게 물었다.
솔직히 건국제가 초월을 포기한 이유가 더 궁금했다.
마왕처럼 대적자를 이겨야 했던 것도 아니고, 이미 생전에 제국을 세우고 이룰 것을 모두 이루었다.
“초월을 대가로 무엇을 바랐습니까.”
둘이 치열하게 싸웠다고 하나 전력이었다면 건국제가 이겼으리라.
두 힘을 모두 가지고 있기에 알 수 있는 사실.
입으로는 험하게 굴었으나 그래도 마왕을 선배로 대접해 주었다는 거겠지.
그가 나타나기 이전 인간의 해방자로 등장했던 이를 예우한 셈.
말은 저렇게 해도 은근히 정이 넘치는 선조-.
“훗, 나야 이 녀석처럼 대적할 적수가 없었으니까 말이지. 위대한 건국제께서는 전혀 다른 이유로 초월을 반납했다는 말씀.”
아, 취소.
그냥 꼰대다.
잘난 척 엄청 좋아하는 꼰대의 얼굴이다, 저건.
마왕의 재수 없어 하는 눈길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높은 콧대를 자랑하던 건국제가 문득 콧등을 긁으며.
“막아 달라고 했지. 단 한 번.”
알 수 없는 말을 뱉었다.
뭘 막아 달라고 하였을까.
의문은 잠시.
“멸망?”
“제국의 멸망?”
마왕과 황태자가 같은 결론을 내었다.
초월을 버리는 대가로 한 번, 단 한 번 제국의 멸망을 막아 달라고 부탁했는가.
그러나 건국제의 스케일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아니, 대륙의 멸망을 막아 달라고 했다.”
황태자와 마왕의 얼굴에 경탄이 깃들었다.
생각지 못했다.
“왜 굳이 대륙이지? 넌 제국의 황제가 아닌가.”
“황제가 왕이랑 그릇이 같아서야 되겠어? 너도 바알을 봉인했을 때 그냥 왕국을 세우기 위해서 그런 건 아니었을 것 아냐.”
“그렇지, 원래 나라를 세울 생각조차 없었다.”
“뭐, 어쨌든 제국이야 수단에 불과했으니까 흥망성쇠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
“무슨 수단.”
“인간이 살아갈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 그게 본질이었지.”
“…확실히 황제는 그릇이 다르군.”
마왕의 인정에 건국제가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이를 보고 있자면 솔직히 거짓말 아니냐 묻고 싶을 정도.
물론 굳이 묻진 않았다.
“방금 의심했지.”
“아뇨. 그럴 리가요.”
“진짜야, 거짓말 아니고.”
“믿습니다.”
“어쨌든 초월을 대가로 단 한 번 대륙의 멸망을 막을 기회를 달라고 했다. 내가 겪었던 아픔을 후손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았어.”
“노예로 살았던 삶 말입니까.”
“노예보다도 못해질 게 뻔했으니까.”
건국제의 고백에 세 초인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마왕과 건국제는 진짜 그런 시절을 살아 보았고, 황태자는 멸망을 겪어 보았으니.
문득 떠올랐다.
제국 서기관이자 대마법사, 누구도 모르는 그의 출신.
심지어 제국이 세워졌을 때부터 존재했다던 소문.
그가 멸망을 막아 내려던 가짜 황제를 회귀시켰다.
그것도 진짜 폭군의 어린 시절로.
그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보았으나 흔적을 찾지 못했는데.
“당연히 못 찾을 만했군요.”
바로 건국제가 남긴 기회.
초월을 대가로 얻은 한 번의 기회가 사람의 형상을 띤 모습.
기회를 사용하였으니 남아 있지 않은 게 정상.
“짐작 가는 게 있느냐.”
물어 오는 건국제의 표정이 부드러웠다.
아마 아는 거겠지.
지금 자신의 후손이자 황태자가 그 기회를 쥔 자라는 사실을.
때로 나누는 대화와 행동에서 이를 느꼈으나 일부러 모른 척했다.
어른이란 그래야 하니까.
그런 선조를 바라보던 황태자가.
“왜… 절 선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물음을 뱉었다.
왜일까, 건국제의 후손도 아니요, 심지어 가짜에 불과했던 자신을 선택한 걸까.
그런 의문을 불식하듯 건국제가 황태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곤 환하게 웃었다.
“자격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얼마나 결심했고 어떻게 걸었으며 무엇을 이루었느냐가 중요한 거지. 보아라, 네가 이룬 세상을.”
초월의 계단 아래, 재생하는 대륙을 굽어보았다.
아름다웠다.
“이리 큰 뜻을 결심하고 치열하게 걸었으며 훌륭히 이루었으니,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지!”
건국제가 호탕하게 웃는 사이.
“그래, 결국 모든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은 너다. 그러니 당당해도 된다. 나였어도 널 선택했을 거다.”
마왕 또한 자신의 먼 후손을 바라보며 따스하게 웃었다.
두 초인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감격으로 밀려왔다.
그런 황태자를 향해.
* * *
“그래, 넌 초월을 대가로 무엇을 남기고 싶으냐.”
마지막 질문이 떨어졌다.
내가 품은 초월와 무엇을 교환하고 싶냐는 질문.
마왕은 멸망을 막기 위해 대악마를 봉인했고, 건국제는 한 번의 회생 기회를 바랐다.
같은 대가를 바라야 하는가.
언젠가 다시 찾아올 위기를 극복하게 해 달라 빌어야 하는가.
아니, 멸망을 막는 것으론 충분치 않다.
마왕과 건국제가 증명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미 보아 온 운명 중 답이 있었으니까.
“초월을 대가로 생명과 번영, 대륙의 생명과 번영을 원한다.”
멸망의 운명을 막아 내며 생겨난 새로운 운명, 생명.
초월을 대가로 이를 키우리라.
하여 번영을 이루어 내리라.
“멸망의 때가 다시 도래한다 해도 걱정 없다. 그땐 홀로 선 초인이 아닌 마왕, 건국제, 나와 같은 수많은 초인이 존재할 테니. 대륙은 멸망을 걱정하는 것을 넘어 무한히 번성하리라.”
미래를 꿈꾸며 말을 맺은 순간.
[운명 초월을 포식합니다! 신비 점수와 개변 점수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쌓입니다!]
버거울 정도의 팽창.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거대 운명 멸망, 대악마, 악의를 모조리 포식합니다. 그 아래 무수히 많은 죽음의 운명을 포식합니다! 신비 점수와 개변 점수가 계속하여 쌓입니다!]
막아 낸 멸망과 더불어 대악마와 악의를 잡아먹었고.
사람이 담기 어려울 정도의 무수한 운명의 결과를 모조리.
[싹튼 운명 생명, 시간의 흐름을 확인하여 미래에 피어날 운명 번영에 신비 점수와 개변 점수 모두를 투자합니다]
미래에 내던졌다.
동시에 초월로 향하는 계단이 무너져 내렸다.
닫히는 하늘 사이 사그라드는 가능성이 아쉽지 않았다.
과거 멸망이 가득했던 하늘에는 생동하는 운명이 가득했고, 선한 운명들이 새로운 톱니바퀴가 되어 무수한 가능성을 뿜어냈으니까.
혼자 품을 수 없는 위대한 가능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