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대가리 박아
황태자가 초월을 바쳐 대륙의 번영과 생명을 대가로 받는 동안.
초월의 계단을 앞둔 이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드래곤 페르페투아.
그녀 또한 황태자가 마주했던 초월로 이르는 길을 마주했다.
황태자와 다른 점이라면 훨씬 크고 넓은 모양새.
아마 드래곤의 덩치에 맞게 내려온 것이리라.
다만 어찌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과거 우연히 품었던 질문.
완전한 존재인 드래곤이 초월에 이를 수 있는가.
거기서부터 시작된 질문 끝에 신성을 품었다.
악에 대항하여 싸우는 이들, 남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에게 측은함을 느꼈고 그들에게 신성을 나누어 주었다.
제 살을 깎아 불완전함으로 나아갔다.
교단을 세우고 신성 왕국을 세웠다.
하나 어긋난 인간의 욕심을 알지 못했고 함정에 빠질 뻔했다.
그때 나타난 게 제국의 황태자.
그는 평소 악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살의와 패악으로 신성 왕국에 깃든 악의를 심판했다.
놀라웠다.
불완전함이란 저런 것이구나.
드래곤은 비로소 자신의 오만함을 깨달았다.
악하다 생각했던 가치가 때론 선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배웠고, 더 나아가 선한 가치도 비틀리면 얼마든지 악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황태자처럼은 못 하여도 신성 왕국을 단기간 내에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린 자들은 신성을 빼앗겼고, 마음에 품은 뜻이 고결한 이들에게 새로이 신성을 내려 주었다.
지금껏 이어졌던 허례허식과 과한 심판 절차를 폐지.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신성께선 왜 지금껏 아무 말씀 없으셨을까?’
때때로 내려오는 계시처럼 자신에게 미리 알려 주었더라면.
대악마의 존재와 성왕과 추기경의 타락을 언질했더라면 그저 보고만 있지 않았으리라.
어떤 뜻을 보이기 위하여 참으셨단 말인가.
더 나아가 지금껏 어떤 기준으로 신성이 내려졌는가.
황태자와 성왕의 싸움부터 그랬다.
페르페투아 본인이 외면한 자들은 신성을 잃었고 눈여겨본 이들에게 힘이 깃들었다.
마치 자신의 뜻을 따르는 것처럼.
이어 대악마 군단과 벌어진 전투.
빛난 건 신성의 위대함보다, 황태자와 제국군의 고결함과 분노 그리고 희생.
제 목숨을 내버리면서까지 미래를 위해 분투하는 그들이 진정 신성을 품을 만하다 느꼈다.
지금껏 그저 무한한 힘을 나누어 주고 신성을 대리하는 것만이 불완전의 모든 것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뒤에 숨어 이들을 조종하는 것이 아닌, 본신의 힘으로 위기 앞에 당당히 맞서는 것.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아픔에도 꺾이지 않는 것.
진정 목숨을 걸고 앞장서는 것.
그게 진정한 나눔이고 희생이며 고결.
하여 드래곤의 모습으로 강림해 대악마를 상대했다.
놈은 강했고 자신이 품은 힘으론 이기기 어려움을 실감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자신이 죽어도 남은 이들이, 황태자가 어떻게든 해 줄 테니까.
그리 믿었고 가진 힘과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마음 한편이 시원하기까지 했다.
울컥울컥 솟아나는 흥분과 결의.
이래서 황태자가 그리 멋있어 보이던 거구나.
자신도 그의 모습을 조금은 닮아 가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낄 정도.
다만 고결한 뜻을 품었다 해서 승리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었다.
대악마는 드래곤 여럿을 잡아먹었을 정도로 강대한 적.
비록 오랜 봉인으로 인해 전성기 시절의 힘은 아니라 해도 페르페투아 홀로는 감당하기 어려웠고.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나누어 주었던 신성이 몸으로 돌아옴을 느꼈다.
어디서부터 오는가.
아래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사제들과 성기사들로부터.
각 왕국에서 악마들과 처절하게 뒤엉켜 싸우는 이들로부터.
비록 전쟁에 참여하진 못했으나 신전 안에서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유리엘과 사제들의 기도가 신성이 되어 흘러들어 왔다.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돌려받는다는 감각.
그렇게 화이트 드래곤은 세인트 드래곤이 되었고 마침내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초월로 오르는 계단을 마주한 순간.
진실을 깨달았다.
지금껏 하늘의 계시라 믿었던 신성이.
“내 것이었구나.”
오롯이 자신의 힘이었다는 걸.
하늘로 오르는 계단을 마주하고서야 알았다.
안에서 얼핏 보이는 초월은 지금껏 본 신성과 너무나도 달랐으니까.
무어라 해야 할까, 허탈? 허무?
지금껏 신성을 대리한다 착각하고 있었단 말인가?
사실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존재치 않았던 신성의 출현, 홀로 들었던 목소리, 제힘을 나누어 준 과정들.
드래곤들은 흔히 일컬어 이를.
“유희였던 건가.”
유희라 불렀다.
완전에 가장 가깝다 하더라도, 단단하기 그지없는 그들의 정신이라도 세월 앞에서 부스러지기 마련.
절벽이 바람에 깎여 나가듯 드래곤의 정신도 차츰 마모되기 마련이었고.
와중에 생기는 부스러기들을 처리하기 위해 유희라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
흔히 드래곤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정신병적 발작을 막기 위해 행하는 장난 또는 치유의 과정이라던가.
완전한 정신에서 떨어져 나온 뒤틀린 부스러기들을 모아 하나의 껍질을 만들고 이를 잠깐 뒤집어쓰는 가면 놀이.
드래곤들의 유희란 그런 것이었다.
페르페투아가 연기한 신성과 성녀, 만들어 낸 교단과 성국 또한 유희의 과정이었던가.
문득 혼란스러웠다.
고뇌 끝 들렸던 신성의 목소리는 강대한 정신 어느 곳에 깊이 파인 상흔의 결과였던가.
“나는- 나는- 유희가 아닌 진심이었어.”
자신이 대리했던 신성이 고작 너무 나이 들어 버린 드래곤의 광증이 빚어 낸 결과물이란 결론이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페르페투아가 점차 드래곤에서 성녀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머리를 붙잡은 채.
“아냐, 아냐- 진심이었어. 진심이었다고.”
불쌍한 이들을 위하는 마음만은 진심이었다 되뇌던 때.
“그게 중요한가?”
평소와 같은 오만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홱 돌아보는 눈가에 표독스러움이 가득했다.
지금만큼은 장난 따위 받아 줄 기분이 아니다.
“황태자, 말조심해.”
드래곤의 살기 어린 경고에도.
“참 얕구만, 그 믿음인가 뭔가 하는 것 말이야.”
황태자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사실 겁낼 것 없다.
그의 무력은 이미 드래곤 따위를 겁낼 수준이 아니니.
“너!”
“결국 믿음이 진실 아니던가, 네가 만든 교리에 따르면.”
“너-.”
“이루어 낸 결과를 보아라. 이것마저 거짓인가? 저 빛나는 눈동자들을 보아라. 저것마저 거짓인가? 네 빛나는 몸을 보아라. 믿음마저 거짓인가?”
“너…….”
황태자의 몰아치는 질문에 페르페투아의 고개가 꺾였다.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는 황태자는 어떤 위로도 해 주지 않은 채 기다릴 뿐.
이내.
“너무해.”
가늘게 어깨를 떨던 페르페투아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이럴 때만큼은 위로해 줘야 하는 것 아냐? 정말…….”
“내가 왜. 네가 저지른 짓인데.”
“쳇, 그러면서도 나름 위로할 건 다 했잖아.”
“…그럴 리가.”
“짓궂으면서도 은근히 친절하다니까. 뭐야, 일부러 그러는 거야? 부끄러운 걸까?”
“아니라고 했다.”
“오홍- 이런 게 약점이었구나, 너?”
“닥쳐라, 도마뱀.”
황태자의 강한 부정에 큭큭 웃던 페르페투아가 갑작스레.
“초월을 포기하겠어요.”
당당히 포기를 선언.
“이런 기분이었군요, 두 분.”
황태자가 비로소 건국제와 마왕의 기분을 이해했다.
기껏 초월을 바라며 신성까지 흩뿌려 놓고선 이제 와 포기하겠다니.
페르페투아가 황태자의 의문에 아랑곳하지 않고선 말을 이었다.
“황태자께서는 초월을 포기하고 생명과 번영을 요구했죠? 훌륭한 선택이었어요.”
방금까진 날카로운 분노를 뿜어 내더니만 갑자기 성녀의 얼굴로 돌아온 상태.
역시 멀쩡한 드래곤은 아니다.
자기 못지않은 광증에 황태자가 속으로 혀를 끌끌 차는 사이.
“저는 초월을 버리는 대가로 신성을 요구하겠습니다.”
페르페투아는 더 황당한 결론을 내 버렸다.
그러니까 스스로가 초월에 이르기보다, 초월을 대가로 믿었던 신성을 실체화하겠다는 말.
결론은 황당하기 그지없었으나.
“신성께서 스스로의 의지를 갖고 행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일이니까.”
“…….”
“순진하고 미련한 드래곤이 억지로 신성을 연기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백배 낫겠군.”
“…뭔가 기분 나쁘군요.”
“왜, 기껏 동의해 줬더니.”
“그래요. 고마워요, 친절한 황태자님.”
“하지 마라.”
황태자가 성녀의 말에 질색하는 사이.
초월로 향하는 계단이 무너져 내렸다.
드래곤이라도 결국은 생명체, 사견과 아집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순수를 가장한 미련한 믿음이 그녀 스스로를 위기에 빠뜨렸으니까.
하나 지금 초월을 대가 삼아 피어나는 신성은 달랐다.
믿음과 교리로 빚어 내는 능력.
비록 신은 아닐지라도 페르페투아를 대신하여 아프고 어려움에 떠는 자들을 돌보아 주리라.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초월을 대가로 얻은 번영과 생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신성이 모두를 돕기 원하니까.”
언젠가 황태자가 이루어 낸 대륙이 멸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신성이 옆에 남아 돕길 바랐다.
건국제, 마왕, 황태자 옆에 성녀가 있길 바랐다.
하여 고결한 믿음으로 멸망을 이겨 내고 대륙을, 자신이 사랑하고 측은히 여겼던 약한 이들을 구해 주길 바랐다.
이것으로 충분했다.
그녀의 고결한 결심에.
“뭐, 도마뱀 주제에 나름 머리를 썼군.”
“뭐예요. 설마 칭찬해 주는 건가요? 역시 상냥하신 황태자 전하-.”
“죽는다, 진짜.”
황태자가 고개를 가로젓고는.
“유리엘을 부탁한다. 똑똑하지만 여린 아이야.”
넌지시 동생의 안전을 부탁했다.
그런 그의 말에 살포시 웃은 페르페투아가.
“걱정 마세요. 누구보다도 안전하게 지켜 주고 사랑도 담뿍 줄 테니.”
신성 왕국에서 홀로 기다리고 있을 황녀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지 않게, 행복하게 그리 돌보겠노라는 약속에 비로소.
“이제야 싸움이 끝났군.”
황태자와 페르페투아가 초월로 올라가는 계단을 포기하고 현세로 내려갔다.
* * *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런 혼란 속에서 살아남은 왕족들이 있었다.
대부분 권력 싸움에서 밀려나거나, 저들의 욕심만을 챙기고 정작 국정은 돌보지 않는 이들을 보며 신물이 나 도망쳐 버린 또는 변화를 강요하다 쫓겨나 버린 왕족들.
당시엔 굴욕을 겪었으나 오히려 생존의 발판이 되었다.
대악마 바알이 이끄는 악마들이 발호를 시작한 것은 각국 왕성부터.
왕족들은 물론 고위 귀족들까지 모조리 죽어 버린 상황.
나라를 이끌 이들이 필요했고 제국은 운 좋게 살아남은 왕족들을 소환했다.
신성 왕국, 거대한 원탁이 놓인 회의실.
행색이 초라하여 정말 고귀한 혈통이 맞는지도 의심 가는 이들이 모여 있었다.
하긴 수도에서 쫓겨난 왕족들이 대체 무슨 영화를 누리고 살았겠는가.
깊은 시골, 마을이라고 하기도 뭣한 오지에서 농사를 짓거나 사냥꾼으로 살아가던 자들.
몸 누일 땅도 없이 유목을 하던 자도 있었다.
보통 이런 법이다.
아니, 운이 좋은 편이다.
이런 삶도 살아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보통은 목이 잘려 죽거나 독살당하기 마련.
그런 정치 싸움에서도 심지어 악마들의 준동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들의 종류는 극단적으로 두 가지.
하나는 유능한 자, 하나는 고결한 자.
모두가 깜빡 속아 넘어갈 만큼의 바보 연기를 하며 때를 기다린 잠룡이거나.
아니면 세상의 가치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괴로운 삶을 선택한 사람들.
그들이 두려워할 게 무엇이겠나.
비록 행색은 초라했으나, 얼굴에 때가 덕지덕지 꼈으나 눈에 품은 의지만은 굳건했다.
제국이 불렀다 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능력을 선보여 야망을 실현할 기회. 신념이 있으니 굴하지 않으면 그뿐.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 아닌가.
“제국이 어찌하여 우리를 불렀는지는 몰라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거야.”
“어떤 속셈을 품었는지 들어 봐야겠지.”
“왕국 연합 전부를 식민지로 두려 할지도.”
머리가 돌아가는 이들은 벌써 제국의 정치적 간섭에 신경을 곤두세웠고.
“제국이 우리를 구해 준 것은 사실이니 우린 신의를 다해 제국의 말을 따라야지.”
“선을 넘지 않는 일이라면 은혜를 갚아야 한다 생각하네.”
제 뜻이 높은 이들은 왕국을 구해 준 제국의 공로를 생각하여서라도 자세를 낮출 생각이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 은혜를 갚기 위해 나라라도 넘기겠단 말인가?”
“그런 소리가 아니지 않은가. 만일 제국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여기 있을 수나 있었냔 말일세.”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걸 따지면 그냥 나라를 포기해야지, 여기까진 왜 기어들어 왔어?”
“뭐? 너 뭐야. 어디 쪽이길래 말이 그따위야?”
“알 게 뭐야. 지금 다 망하게 생겼는데.”
“그러니까 제국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거지. 우릴 살릴 수 있는 건 제국이 유일하잖아. 우리끼리 뭘 할 수 있는데?”
의견 충돌이 있었으나 결국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
최대한 살길을 모색하되 과하게 선을 넘지는 못하게 하자.
제국의 은혜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를 빌미로 목줄까진 내줄 수 없다.
나름의 합리적인 선을 정했고.
“흥, 다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군.”
누군가 대번에 모든 논의를 비웃어 버렸다.
살벌한 시선이 모아진 자리.
유독 깨끗하고 단정한 사내.
“너, 마도 왕국의 1왕자 맞지?”
마도 왕국 1왕자 페티스 메이고.
그가 모두를 향해 비웃음을 지어 보였다.
왜냐고?
“현실 감각들이 없어도 너무 없어.”
그야 그들이 하는 말이 같잖아서.
지금 뭐라고?
“제국의 황태자 앞에서 감히 선을 넘지 말란 말을 하겠다고? 하, 어디 한번 입에 올려 봐라. 내 장담하지, 당장 목이 떨어질 거다.”
누구한테 뭘 제의하겠다고?
그야말로 미친 소리지.
그들은 모르겠지만 자신은 직접 황태자를 만나지 않았던가.
그가 얼마나 강한지, 위대한지 직접 겪지 않았던가.
심지어 치열한 전투 한복판에 있었다.
황태자가 이룬 업적을 보았다.
“직접 마주 보고도 그런 말을 지껄일 수 있는지 보지. 그리고 미리 말하건대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분명 경고했어.”
어찌 감히 선을 넘지 말란 말을 입에 담겠는가.
그가 원한다면 여기 있는 전부를 죽이고 당장 대륙 전체를 일통할 수 있을 터.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데? 그냥 죽자고?”
누군가의 날 선 물음에.
“맡겨. 그냥 황태자의 결정을 기다려. 나라를 잘 이끌겠다는 마음으로.”
페티스가 정답을 내놓았으나 모두가 불신하는 표정.
그리고 때마침.
“황태자 전하 납시오-!”
우렁찬 목소리에 이어.
거대한 문이 열렸고.
모두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문 틈새로 몰아치는 짙은 살기.
빼꼼 비친 적안이 흉흉하게 빛났다.
이내 벌컥 열린 문 사이로 황태자가 걸음을 내디뎠다.
저벅, 저벅, 저벅.
한 손에는 사람 몸통만 한 망치를 든 채.
좌중을 쓸어 보는 그의 기세에 방금 전까진 당당히 제 권리를 요구하려던 이들이 눈을 피했다.
페티스의 말이 맞았다.
마치 굶주린 맹수 한 마리가 회의장에 들어선 기분.
이윽고.
꾸웅-!
황태자가 망치를 상 위에 올려놓곤.
“다들 원탁 위에 대가리 박아.”
당당히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