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269)

2편 - 수정완료

[나의 부탁을 들어 주지 않겠나!? 원한다면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두운 공간 속에서 듣기 거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흡사 쇳소리가 귀로 들려오자, 흠칫 몸이 떨려왔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샘솟는 위엄이 전해지자, 제현은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며 그 존재를 찾기 시작했다. 시각으로 찾을 수 없자, 제현은 마음속으로 외쳤다.

‘하고 싶어요! 반드시.’

이상하게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몇 년은 말을 하고 살지 않았던 것처럼 목이 턱턱 막혀 온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목소리에 응답하고 싶었다. ‘하고 싶다. 원한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자 속은 답답했다.

‘뭐, 뭐야. 저건!?’

제현의 답답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둠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며 점점 다가왔다. 테니스공처럼 작기만 하던 물체는 끝도 없이 커져, 웬만한 빌딩보다도 크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물체는 제현을 덮치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성난 파도처럼, 대지를 질타하는 폭풍처럼 크게 몰아치며 제현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온 몸을 뒤덮자 제현은 숨이 턱턱 막히며, 눈, 코, 입은 물론, 있는 구멍, 없는 구멍을 찾아내며 몸속으로 흘러들어갔다. 

푸쉬시시!

고통에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곳을 가로막은 검은 물체는 제현의 몸속으로 흡수될 때까지 몰아쳤다. 그리고 몸속으로 침입한 검은 물체가 부풀어 오르자, 제현은 마음속에서부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제현의 말문이 트였다.

“으악…! 헉! 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검은 물체에 의해 막혀버린 구멍들로부터 전해지는 비릿한 향기와 절망을 느낀 순간 제현은 숨을 쉴 수 있었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제현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크게 비명을 질렀기 때문일까?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은 물론, 조용히 수업을 듣고 있던 반 친구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제현을 주시했다. 갑작스럽게 크게 비명을 질렀던 것 때문 일 것이다. 그리고 이곳이 학교라는 것을 깨닫자 제현은 머리를 숙이며 얼굴을 살짝 붉혔다.

“푸하하! 저놈 뭐야. 미친 거 아니야?”

“조제현! 무슨 짓이냐! 수업 중에…”

제현의 황당한 돌방 행동에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놀랐다는 듯이 소리쳤다. 간간히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욕설에 제현은 치욕스런 생각에 분노에 몸을 떨었다. 부끄럽다는 것 보다, 저 비웃음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었다.

척!

제현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넘어진 의자를 바로 세우며, 자리에 앉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지만, 생색 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번쩍!

“선생님! 수업 계속 진행하시죠.”

어수선한 분위기에 멀리서 누군가 선생님에게 말했다. 그 존재는 다름 아닌 재석이었다. 녀석은 보기와는 다르게 의외로 선생님들에게 사랑받는 애제자였다. 공부도 순위권에 들 정도였으며, 운동도 잘하니, 그야 말로 학생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은 있었다.

물론, 그것이 내숭이라는 것을 잘 아는 아이들은 치를 떨어야 했지만, 선생님들에게 비친 모습은 성실한 학생으로 비춰질 뿐이다. 게다가 집안도 잘 살고, 부유한 편이니 주위에서 인기 있는 녀석이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재력마저 받쳐주니, 어디가도 꿀리지 않을 녀석이었다. 부여하면서 다른 학생의 돈을 뜯어내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있는 것들의 유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제현은 입을 굳게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런 시간도 아깝지. 아무튼 고맙구나.”

“뭘요. 선생님… 학생으로서 당연한 행동입니다.”

재석의 말에 선생님의 표정은 한결 풀어졌고, 고개를 주억거리기 까지 했다. 한편, 제현은 저 간악하게 혀를 놀리는 재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제나 재석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었다. 그렇게 선생님은 제현에게로 향해 있던 시선을 칠판으로 돌렸고, 수업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하아… 아깐 뭐였지? 게다가 부탁이라니…’

꿈치고는 너무 생생했다. 애절하게 까지 들리는 목소리와 뿌리 칠 수 없는 유혹에 제현은 잡념에 사로잡혔다. 아까 겪었던 일들이 모두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꿈을 개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이었기에 쉽사리 떨쳐 낼 수 없었다.

검은 공간에서 나온 이상한 목소리와 부탁이라는 묘한 단어가 떠오르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 세상에서 누구도 자신에게 부탁을 해 온 적이 없다. 오직, 구타와 명령뿐이다. 때문에 호기심은 더욱 깊어졌다.

딩동… 딩동!

꿈에 대한 잡념은 오래 가지 못했다. 마침, 종이 울려 퍼졌고,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자 약간 아쉽다는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아쉽게도 오늘은 이것으로 마쳐야 갰네. 반장은 오늘 한 페이지 체크 해두고 다음 시간에 보자.”

선생님의 짧은 말에 아이들은 각자 선생님에게 인사하고는 각자 할 일을 했다. 잠자는 녀석, 다음 시간 준비하는 녀석, 매점 가는 녀석들 등. 각양각색이었지만, 제현은 묵묵히 자리에 앉아 멍하지 있었다.

퍽…

“따라와!”

“씨발, 사람 귀찮게 하는 재주는 뛰어나요. 진짜.”

재석과 그 친구들인 진수와 명우가 제현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양팔로 제현을 끌어 올렸다. 강제로 세운 만큼 거칠었지만, 제현은 일말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녀석들을 따라가야 했다. 제현은 아까의 일을 떠올리며 흠칫 몸을 떨어야 했다. 꿈으로 인해 아까의 일을 잊었던 것 이다.

질질…

녀석들은 제현을 소각장으로 이끌었다. 그곳은 사람의 인적이 드물었고, 선생님들도 출입을 하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와 싸움을 하거나, 구타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달랐다.

인적이 드물었지만, 남의 싸움을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인간들인 만큼 많은 학생들이 재석의 뒤를 따랐다. 같은 반의 학생들도 다수 있었으며, 다른 반 학생들도 많았다. 역시 인간은 호기심 많은 동물이었다.

“야야… 싸움 났어?”

“씨바, 보면 모르냐? 이건 싸움이 아니고 일방적인 구타라고. 봐봐, 저 왕따 새끼 오들오들 떠는 거 안보여?”

“하긴, 왕따가 제대로 덤비기나 하겠냐? 그냥 오늘 한 인간 작살나는 거지 뭐.”

각박하고 삭막한 학교생활에서 활력소가 되는 것이 바로 싸움이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 자신이 당하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싸움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유희거리다. 물론, 때리는 입장에서의 말이지만.

어느새 구타가 시작될 곳인, 소각장으로 도착했다. 소처럼 질질 끌려온 제현은 많은 구경꾼들인 학교 학생들의 중앙으로 내팽겨 치듯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나 세게 멱살을 잡고 끌려왔던지, 교복의 단추하나가 사라져 출렁이는 가슴살이 보일 정도였다.

아무튼, 언뜻 비치는 기름기 넘치는 육질에 아이들은 비호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미간을 좁히며 제현을 욕하고 있었다. 마치 눈이 썩어 들어간다는 투였다.

“그래. 오늘 돼지 세끼 하나 잡아 보자. 자세 잡아!”

반대쪽에 서 있던 재석이 제현에게 소리쳤다. 그 말에 제현은 움찔 거리며 자세를 취했다. 제현이 취한 자세는 특이했다. 마치 게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무투가라도 됐다는 듯이 좌우로 벌어진 팔 사이로, 거친 숨결이 느껴졌다.

“개그맨이냐? 장난해!?”

“하하하, 저거 개그만이잖아! 좆나 웃겨!”

아이들은 제현의 자세에 배를 잡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어처구니없는 자세에 자신들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온 것이다. 어디서 보고 따라하는 것인지, 저 모습은 ‘나 지금 몸 개그 하고 있어요.’ 라고 광고하는 것 같았다.

스슷

재석은 제현의 우스꽝스런 행동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좌우로 스텝을 밟으며, 점점 앞으로 다가온다. 그 모습에 제현은 살짝 긴장했다. 주위의 아이들도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는 듯이 긴장한 눈치다.

푸슉!

바람을 가르며 날아온, 재석의 잽이다. 왼손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디서 보고 따라한 것인지, 그렇게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현의 뚱뚱하고,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한 몸으로는 피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퍽!

짧게 끊어 친, 주먹이 제현의 얼굴에 부딪혔다. 다행히 위력적이지는 않았던지, 볼이 출렁일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뒤이어 날아오는 긴 호선을 그리는 훅이다. 몸의 체중까지 실린 듯이 강력한 펀치로 예상되었다.

쉬이익!

강한 파공음이다. 바람을 가르는 느낌까지 들었다.

‘저건 위험하겠어.’

어쩐 일인지, 주먹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눈은 따라 갔지만, 몸은 정신을 따라 주지 못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하지 못하는, 주먹을 날리고 싶어도 날리지 못했다. 게다가, 싸움이라고는 게임에서 PK를 한 것 밖에 없으니, 현실에서는 젬병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퍼억!

제현은 무방비 상태에서 그대로 재석의 훅이 정통으로 얼굴에 들이 닥쳤다. 두 번째의 펀치였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한 강한 충격이다. 뇌를 뒤 흔드는 강한 충격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몸은 비틀 거리며 의지와는 다르게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퍽! 퍽… 퍼퍼퍽!

그 뒤로 이어지는 것은 그저 그런, 구타에 불과했다. 발길질과 주먹이 자세와는 다르게 날아온다. 그냥 막치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고 막 휘두르는 주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제현은 자신이 한심해졌다.

점점 얼굴과 온 몸에 멍이 들거나 찢어지는 상처가 늘어났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이정도 된다면 악에 바친 반항이라도 하겠지만, 연달아 날아드는 강한 펀치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퍽- 퍽!

“개 새끼, 벌레 같은 네놈만 보면 속이 뒤틀린다.”

퍽!

“씨발, 아까처럼 대 들어봐. 좆만아!”

퍼퍽!

“대들어 바라고, 크크큭, 싸움도 좆도 못하면서 가만히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왜 반항하고 지랄이야. 사람 귀찮게 스리!”

재석은 주먹을 휘두르며 제현에게 소리쳤다. 그 말투 속에는 역겨움과 경멸, 조소가 어린 말투였다. 수십 번의 주먹질에 지치는 것인지, 부어오른 주먹이 쓰라린 것인지, 녀석은 손수건을 꺼내 들며, 자신의 몸에 붙은 제현의 피를 닦아 내기 시작했다.

“역겨운 피.”

휙!

녀석은 피를 다 닦아 내고는 그 손수건을 제현에게 던져 버렸다. 피에 절은 손수건은 그대로 제현의 배 위에 떨어져 내렸다. 순간 울컥한 제현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 소리를 내질렀다. 악에 바친 소리였다.

“미친 새끼야!”

“이 새끼, 방금 뭐라고 했어.”

“미친 새끼라고 했다. 머저리야!”

제현은 억울하다는 심정으로 소리쳤다. 그저, 뚱뚱한 외모를 가진 것뿐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그저, 좋은 먹잇감 그 이상, 이하로 보지 않았다. 간간히 보이는 여자들의 경멸어린 시선도 싫었다. 모든 것이 떠오르자, 세상에 대한 원망과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 그 모든 것을 떨쳐 내기 위해 제현은 소리 친 것이다.

퍼퍼퍽…

“돌았나, 좋게 끝 낼 때, 찌그러져 있지, 왜 기어오르고 지랄이야!” 

퉷-

제현의 악에 바친 모습이 충격이었던지, 녀석은 몇 분의 분풀이를 더하고는 주위에서 구경하던 아이들과 교실로 돌아갔다. 이미, 흥미를 잃어 먼저 간 아이들도 있었다. 이건 일방적인 구타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지만, 너무 시시했던 것 같았다.

‘잊지 않겠어. 언젠가 복수를!’

제현은 아이들의 표정을 세세히 떠올렸다. 등을 돌린 그들의 등을 끝까지 노려본 제현을 본 몇몇의 아이들은 질렸다는 듯이 혀를 차고는 빠르게 그 자리를 떴다. 혹시 선생님이 이 장면을 본다면, 큰 화를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딩동… 딩동!

수업을 울리는 종소리가 전 학급에 울려 퍼졌지만, 제현은 자리에서 일어 날 수 없었다. 온 몸이 쓰라렸고, 아팠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도 없었기 때문에 일어 날 턱이 없었다.

‘구해줘… 아파…!’

주르륵

자신의 신세에 눈물이 흘러넘친다. 왜 맞았는지 이유도 모르겠다. 왜, 당하고만 살아야하는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저절로 눈물이 흘러 넘쳤다. 그 슬픔은 곧, 원망으로 바뀌며 세상을 저주했다.

‘저주 할 거야. 복수! 힘만 있다면, 나에게 힘만 있으면…!’

심하게 다쳤음에도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않는 아이들에게 원망이 생겨났다. 슬픔은 잠시였다. 그 슬픔은 원망이 되고, 원망은 한이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앗아간,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아니, 저주스러웠다.

“쿨럭- 푸웃.”

입이 다시 터진 것인지, 잔득 비릿한 혈 향이 느껴졌다. 그 피에 숨쉬기도 힘든 것인지, 침과 섞여 입 밖으로 분출되듯 뿜어져 교복을 더럽혔지만, 제현은 아무렇지 않게 눈을 부라리며,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저주 할 뿐이었다.

휘이잉-

순간 싸늘한 강풍에 제현은 알게 모르게 몸을 떨었다. 푸른빛을 내던 하늘이 검은 색으로 변하며, 주위가 깜깜한 공간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제현은 당황하기는커녕,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는 듯이 체념적인 눈빛을 보냈다. 

“죽은… 건가!? 하하하.”

[이계의 인간이여!]

“누구? 누구야!?”

제현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경계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운 육체에 눈알만 굴릴 뿐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그저 그 목소리에 순응 할 뿐이다.

[어느 세계든, 인간은 추악한 존재.]

“뭐, 뭐야, 넌 누구야.”

제현은 검은 로브 같은 것을 펄럭이며, 지팡이를 움켜쥔 미지의 존재에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검은 물결에 눈을 질끈 감으며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 물결이 마치 온 몸을 조여 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힘을 주마! 어때? 끌리지 않은가? 나의 부탁을 들어 준다면, 너에게 무한한 힘을 주겠다.]

그 미지의 존재는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악마의 속삭임처럼, 달콤했다.

[힘이 있다면 그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다. 힘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부탁을 들어주는 것! 손해는 없을 것이다.]

“조, 좋아! 난 그 힘을 원해.”

제현은 그 달콤한 말에 넘어갔다. 아니, 넘어 갈 필요까지도 없었다. 힘만 있다면 지긋지긋하게 당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괴롭히면 되는 것이다.

상처를 입기 전에 녀석들에게 상처를 입히면 되는 것이다.

‘이건… 아까의 꿈이랑 같다!?’

제현은 이것이 꿈이랑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목소리가 약간씩 떨려왔다. 마치,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듯이, 아니, 예고되었다는 듯이 리플레이 되는 영상과 같았다. 

[인과의 법칙에 따라. 너와 나의 영혼은 순리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약속의 굴레로 들어간다.]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미지의 존재에게 반발심이라고 날듯 했지만, 제현은 묵묵히 무거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리쳤다.

“모든 것을 수락해! 설사 영혼을 판다고 할지라도, 난 힘을 원해!”

스슷… 스악!

[후후… 나와 너의 계약은 이행 될 것이다. 서로의 피로써.]

“무, 무슨 짓을…!?”

[피의 계약! 어떤 계약보다 신성시 되며, 우선시 된다. 약속의 굴레는 나와의 약속이 이행되는 즉시 소멸 될 것이다.]

아직도 알 수 없는 말을 하고는 그 미지의 존재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졌다. 그리고 그 어둠의 공간이 흐물흐물해 지며, 허물어졌다. 그리고 허물어진 블록 같은 것들이 액체로 변하며, 제현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 존재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너의 힘은 흡수. 모든 것을 끌어 들이며, 군림할 존재.]

그 영문 모를 말에 제현은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 지며 완전히 감겨 버렸다. 희미해지는 정신 속에 들려오는 작은 몇 마디가 머릿속에 틀어 박혔다.

[나의 부탁… 나의 세계를… 것… 약속의 굴레에 따라… 이어질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제현의 정신은 다시 한 번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렸다. 긴장하고 있던 몸은 탁 풀어지며, 잠에 빠진 듯이 축 늘어졌다. 그 미지의 존재가 준 힘은, 이 세상, 아니, 미지의 세계에서 얼마만큼 강력한 힘을 낼지 그 누구도 몰랐다.  

새로운 시작(New Start) - 수정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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