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269)

3편 - 수정완료

“으윽, 머리가…”

꿈틀거리며 정신을 차리고 있는 제현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몸은 물먹은 솜털처럼 무거웠으면 머리를 뇌가 터질 듯 아파왔다. 고통을 참으며 간신히 몸을 일으킨 제현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왔다. 

“재석…에게 맞고 쓰러지고, 뭔가 덮쳤는데…”

제현은 자신에게 벌어진 현상을 천천히 되짚어 보고 있었다. 꿈만 같은 일들이었다. 누군가 자신에게 힘을 줬다. 누구에게도 무시 받지 않는 강력한 힘을 부여 받았다. 거짓말 같은 상황이었기에 제현은 얼굴을 구기며 몸을 일으켰다.

탁탁-

바닥에 쓰러져 교복이 더러워져 있었다. 재석 패거리 녀석들이 뱉은 침과 자신의 피가 뒤섞여 찝찝한 기분을 만들었다. 다행히 눈앞이 캄캄했기에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처참한 모습일 것이다. 거기다 입술을 터져 조금만 건드려도 아파왔다.

“도대체 왜! 왜! 내가 당해야 하지? 왜! 젠장!”

입술이 터져 고통이 엄습하자 제현은 짜증과 히스테리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거기다 학생이 사라졌음에 불구하고 누구도 자신을 찾아주지 않았으며 양호실로 옮겨주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교내에서 학생이 사라졌으면 선생님들이 찾아보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들이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온몸과 정신이 분노에 사로잡혀 있던 제현은 손에 잡히는 물건은 족족 거칠게 내팽개치며 화풀이를 해댔다.

만약, 제현이 자신의 모습을 봤다면 크게 놀랐을 광경이었다. 난폭하게 분노를 해소하고 있던 제현의 손이 잠시 움찔거리며 멈췄다. 행동이 옮겨지고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의 사고에 정보가 들어왔다. 분노! 분노로 인한 노이로제(Neurosis)는 극에 달해 있었고 자신의 행동에 놀란 제현은 움찔거리며 행동을 멈췄다.

탁- 탁-

제현은 마음을 한번 가다듬으며 먼지와 침, 피가 묻은 교복을 다시 털어내며 바지의 뒷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손수건을 꺼내들며 얼굴과 입사를 살며시 쓸어 닦았다.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던 중 이상한 종이쪼가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낀 제현은 뚱뚱한 몸을 움직이며 종이를 잡아챘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아… 뭐, 집에서 보지 뭐.”

제현은 이곳이 어둡다는 것을 느끼고 종이쪼가리를 다시 호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음침한 소각장을 한번 쓸어본 제현은 아무생각 없이 자리를 떴다. 소각장을 지나 몇 발자국을 떼니 학교의 정경이 보였다. 빛이라고는 한 점 뿜어지지 않은 암흑천지였다.

“보름달인가…”

빛이라고는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이었다. 그 보름달마저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걸음을 옮기기에 모자람이 없는 빛이다. 학교와 집은 약 5분 거리였기에 제현의 걸음으로도 금방 도착 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한 제현은 옷을 훌러덩 벗고는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교복도 더러워 졌기에 이대로 입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흙과 먼지, 땀으로 인해 몸은 끈적거렸다. 안그래도 육중한 몸매를 소유하고 있는 제현으로써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보통 사람이 10분 정도면 끝낼 샤워를 15분 정도를 하고 나서야 제현은 끝마칠 수 있었다. 기름기가 좔좔한 뱃살을 내려다 본 제현은 아까 호주머니에 찔러 넣었던 종이쪼가리가 생각났다. 대충 옷을 걸친 제현은 종이쪼가리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궁금하겠지? 내가 누군지… 그리고 너에게 주어진 능력이 뭔지. 지금은 알 필요가 없다. 나중에 알려주지. 차원의 율법에 위배되겠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대의 힘이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자각하라! 너의 능력을…」

“자각…? 자각.”

쪽지의 말에 제현은 한참을 고심했다. 자각, 고작 그런 말로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자각하라니,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건만 기어야 할 녀석에게 뛰어 라고 무리한 주문을 한 것과 다름없었다.

“음… 이건가? 발현하라! 얍!”

제현은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능력이라는 것을 펼치기 위해 발악했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제현은 결론을 내렸다. 사기 당했다고, 아까전의 일들은 허상이었다고 치부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런 능력이 쉽게 생겨날 리가 없지. 얻은 것이 있다면 대가가 있는 법이야. 역시… 노력 없이는 안 되는 건가?”

제현은 이상하게도 알 수 없는 말을 끝도 없이 되풀이 했다. 눈은 탁 풀려 있었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답을 요했다. 그렇게 몇 번이고 말을 한 끝에 제현의 정신은 처음으로 돌아왔다.

“자각! 나약한 자신을 인정하는 거였나? 바로 자신을 돌아보라! 나 자신이 뭔지 느껴라! 그래!”

제현은 뭔가 감 잡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렇게 한참을 기뻐하던 제현은 뚱뚱한 얼굴을 진지모드로 바꾸고 자세를 잡았다. 뚱뚱한 외모에 온갖 폼을 잡고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지만 제현은 진지했다.

“나 자신을 보여 다오! 프로필 뷰(Profile View)!”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을 떠올리며 뚱뚱하며 나약한 자신을 떠올렸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자신의 모습! 추악하고도 나약한 자신을 떠올린 제현은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목소리로 ‘프로필 뷰’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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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름 : 조제현

별칭 : 왕따

성향 : 중(中)

직업 : 고등학생

능력 - 쿠션(Cushion), 카무플라주(Camouflage)

특수 - 프로필 뷰, 흡수, 부여,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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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현은 긴장했다. 환상과도 같이 떠오른 자신의 프로필에 긴장한 것이다. 단 몇 줄로 나열된 자신의 모든 것이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능력이다. 처음 듣는 능력에 제현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자각으로 알아낸 능력은 ‘프로필 뷰’였다. 그것으로 인해 의문의 존재에게 부여 받은 것이 4가지 정도 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2가지 능력은 자신 본연의 능력이었다. 그 능력들을 유심히 쳐다보자 머릿속에서 자연히 능력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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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션(Cushion) : 맞는 것에 이골이 난자. 자신의 육신의 특성을 살려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줄여주는 능력

카무플라주(Camouflage) : 은신, 위장이 뛰어 난자. 극한의 두려움으로 주위의 존재감을 흐리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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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몇 가지 능력을 읽은 제현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왕따로 인한 괴롭힘과 따돌림, 질시, 경멸로 인해 생겨난 능력이었다. 왠지 기분이 좋으면서 찜찜함,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

능력을 보며, 흡수를 하며, 타인에게 능력을 부여하며, 부여한 것을 회수하는 기상천외한 능력을 얻었다. 상상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능력에 제현은 전율했다. 그리고 시험해보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능력을 흡수할 수 있는 가! 아니, 세상의 모든 존재를 누를 수 있을 지 궁금해졌다. 세상에 군림하며 세상을 멸시하고 싶었다. 자신이 당한 것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꿀꺽-

“해, 해보자! …흡수를!”

제현은 침을 꼴깍 삼키며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시작(New Start) - 수정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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