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 수정완료
저벅, 저벅-
거실로 걸음을 옮기는 제현의 어깨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그의 행동은 당연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찾아온 고독과 모진 세상의 거친 눈빛을 받으며 살아온 그였다. 판타지 책에서나 나올 법한 일을 겪었기에 그의 몸은 흥분에 휩싸였다.
‘흡수’의 능력만 있다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에 군림하며 멸시와 질시를 피한다. 도리어 자신 스스로 세상을 멸시하며 질시한다. 얼마나 멋진 상상인가! 제현은 천천히 둥근 캡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게임 내의 능력이라면… 그깟 녀석들은! 흐흐흐!”
입이 귀에 걸릴 정도였다. 아무튼 복수와 세상을 질타할 상상을 하니 괴상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캡슐에 도착한 제현은 둥근 타원의 캡슐 중앙부의 붉은색 단추를 눌렀다. 그리고 잠시 후 캡슐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부르르- 위이잉!
「Now Loding」
캡슐이 부팅되며 캡슐을 가리던 장막이 걷히며 검은색 스크린이 떴다. 그 곳에는 ‘Now Loding’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스크린 아래에는 2정도가 누울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제현은 몸집이 컸기에 약간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약 20초 정도를 기다렸을 까. 스크린이 활짝 펴지며 제현의 전신을 둘러쌌다. 요즘 새로 나온 전신 스크린 형태의 캡슐이었다. 이 캡슐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제현의 개의치 않고 사들였다. 게임을 위해서라면 이정도의 투자는 기본이라고 생각한 그였다.
「매뉴얼 No.2 음성운행으로 전환하시겠습니까? Yes/No」
스크린에 짤막하게 문구가 나왔고 제현은 지체 없이 ‘Yes’를 선택했다. 1달에 한번 꼴로 매뉴얼이 떴기에 약간 귀찮은 면도 있었지만 괜찮은 기능이었다. 한 번 선택하면 업데이트일이 아니면 변경할 수 없기에 약간 황당한 면도 있었지만 괜찮은 기능이다.
[(주)고려 캡슐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패스(Pass) 광고 기능은 꺼줘.”
[광고기능 오프(OFF). 부팅이 완료됐습니다.]
스크린이 떴고 음성기능으로 변경되는 순간 부팅이 완료되었다. 제현은 스크린에 표시된 여러 가지 아이콘을 보며 원하는 아이콘을 찾아 이름을 외쳤다. 제현이 원하는 아이콘의 생김새는 불꽃이 휘날리듯 뿌리는 익룡의 모양이었다. 그 아이콘을 발견한 제현은 짧게 명령어를 말했다.
“셀리온 월드 접속”
[키워드 인식! 셀리온 월드에 접속합니다. 스크린을 종료하며 뇌파로 접속합니다.]
제현의 말에 캡슐은 셀리온 월드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잠깐 시야가 흐릿해졌고 검은색 공간이 생겨났다. 그곳으로 빨아 당기 듯 제현은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곧 맑은 정신으로 돌아와 있었다.
[셀리온 월드에 접속하신걸. 환영합니다. 계정을 말씀해 주십시오.]
“가만두지 않겠다.”
[인식되었습니다. 1차 락(Lock)을 해체, 홍체인식 및 뇌파 싱크롤을 조정합니다. 다소 어지러울 수 있으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았어.”
우우웅-
[2차 락(Lock)의 검증이 완료되었습니다. 생성된 캐릭터가 있습니다. 접속하시겠습니까?]
“그래!”
[즐거운 여행되시기 바랍니다.]
파아앗!
모든 절차가 끝나자 밝은 빛이 터지며 제현을 휘감았다. 정말 잘 만들어진 그래픽이었다. 가상현실의 역사상 이정도로 완벽한 구현은 처음일 것이다. 아무튼, 제현은 눈을 몇 번 끔뻑 거리며 흐름에 몸을 맡겼다.
“휴- 드디어 들어온 건가?”
셀리온 월드의 절차가 까다로웠던지 제현은 약간 지쳤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현의 외모가 변해 있었다. 뚱뚱한 외관과 나약하게 보이게 하던 우중충한 얼굴은 사라지고 잘생긴 미남이 서 있었다. 많은 것을 변화시킨 것은 아니었던지 살만 빠진 모습이었다.
셀리온 월드를 시작해, 캐릭터를 생성할 때 성형이라는 기능이 있다. 물론, 많은 것을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머리카락의 색깔과 5~10센티미터 정도의 키, 그리고 몸매를 변형할 수 있다. 때문에 제현의 몸매는 날씬하게 변해 있었다. 머리카락의 색깔은 귀찮아서 검은색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게임 상이니. 프로필 뷰는 필요 없겠지? 상태창!”
제현은 허공에 소리쳤다. 그러나 놀랍게도 하나의 스크린이 뜨며 제현의 눈앞에 보기 좋게 나열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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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스텔스
레벨 : 400
직업 : 아크 메이지(9서클)
칭호 : 엘레멘탈 마스터(4대 속성 마법 마스터)
스킬 : 1-9서클 마법, 마나호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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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은 의외로 간단했다. 현실성을 중시한 셀리온 월드 측의 배려(?)였다. 제현의 캐릭터는 ‘스텔스’라는 캐릭명을 사용하고 있었고, 레벨은 셀리온 월드 내에서 최고 레벨인 400레벨에 달해 있었다.
거기다 마법사를 키우는 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아크 메이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칭호 역시 만만치 않았다. 4대 속성을 마스터 한자를 증명하는 엘레멘탈 마스터라는 칭호를 달고 있었다. 스킬은 간소하게 정리 되어 있었지만, 두 가지에 모든 스킬이 포함되어 있기에 그 의미가 상상을 초월하는 상태창이었다.
씨익!
제현은 상태창을 훓어 보고는 입 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언제 봐도 기분 좋은 상태창이었다. 그렇게 쳐다보던 상태창을 향해 제현은 손을 뻗었다. 바치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상태창에 손을 가져다댄 제현은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저 능력을 현실의 나에게 보낸다. 보낸다!’
“흡수(Absorption)!”
흡수라는 단어를 내뱉는 순간 가상현실 상의 육신은 오색 빛을 터뜨리며 공간을 뒤덮였다. 다행히 혼자 있었기에 누구도 그 빛을 보지 못했다. 거기다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오는 고통에 제현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 제, 젠장.’
너무 강렬하게 몰아치는 기운에 제현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고통도 잠시 뿐이었다. 씻은 듯이 사라지는 빛과 고통에 제현의 시선은 아까 보았던 상태창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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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스텔스
레벨 : 1
직업 : 무직
칭호 : 없음
스킬 : 무(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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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에 달해 있던 게임 상의 능력이 모두 사라졌다. 고작 정신을 집중하고 외쳤을 뿐인데 이런 결과가 나오자 알게 모르게 두려움이 생겨났다. ‘혹시 누군가 눈치 채지 않을 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때문에 제현은 급히 로그아웃을 외쳤다. 확인해보고 싶었고 지금의 상황에서 도피하고 싶었다.
“로그아웃!”
[카운터 3,2,1 …정상적으로 로그아웃됐습니다. 게임을 종료하시겠습니까?]
“그래! 빨리 종료해!”
[정상적으로 처리되었습니다. 현실에서도 그대의 꿈을 펼치기를…….]
제현의 말에 캡슐은 모든 게임을 종료시켰다. 캡슐 밖으로 튀어나온 제현은 급히 외쳤다.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손이 벌벌 떨렸으며, 다리까지 후들거렸다.
“프로필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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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름 : 조제현
별칭 : 왕따 or 엘레멘탈 마스터
성향 : 중(中)
직업 : 고등학생 or 아크 메이지
능력 - 쿠션(Cushion), 카무플라주(Camouflage)
특수 - 프로필 뷰, 흡수, 부여, 회수
마법 - 1-9서클 마법, 마나호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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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아악!
프로필을 확인한 제현은 알게 모르게 몸에서 치솟는 엄청난 포스를 맛봐야 했다. 끝도 없이 용솟음치는 기운과 기쁨! 온몸이 전율했다. 입을 쩌억 벌리게 만드는 프로필이다. 단 한 번의 흡수로 이렇게 강해졌다.
왠지 몸속의 기운이 요동치며 억제에 벗어나려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기분 탓이라고 치부한 제현은 능력을 펼칠 수 있는지 실험에 들어갔다. 공격 마법을 펼친 다면 건물이 무너져 내릴 위험도 있었기에 공격 마법이 아닌 마법을 펼쳐보기로 했다.
“라이트(Light)!”
우웅- 파파팟!
제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3개 정도의 라이트 마법이 실현됐다. 판타스틱한 상황에 묘한 표정과 기쁨이 자리 잡았다. 이것이 꿈이 아닌지 볼도 꼬집어 봤지만 결코 꿈이 아니었다. 비록 1개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지만 3개가 펼쳐진 것을 보고 아직 숙련에 미흡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크하하하! 이렇게 된 거 모조리 흡수하겠다!”
아크 메이지 특유의 마나가 몸속에 자리 잡았다. 그 강렬한 힘에 제현은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껏 해온 게임의 능력을 흡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몸이 움직였다. 곧장 캡슐로 달려가는 제현의 걸음은 그 어떤 두려움도 자리 잡지 않았다.
새로운 시작(New Start) - 수정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