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 수정완료
흡수!
흡수!
제현은 미친 듯이 흡수했다. 몸 안에 차오르는 이질적인 기운을 더 느끼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점점 차오르고 만족감에 제현은 캡슐에서 몸을 일으켰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마음만은 상쾌했다.
“드디어…… 다 흡수했다.”
뿌드득-
장장 두 시간에 걸쳐 게임을 검토하며, 흡수를 했기 때문에 시간은 상당히 흘러 있었다. 투자한 시간에 비해 얻은 능력은 별로 없었다. 이유는 대부분 게임을 접을 때 계정도 같이 지워버렸기 때문에 남아 있는 캐릭터가 별로 없었다. 하물며 게임을 다시 다운로드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다. 캡슐에서 몸을 일으키며 몸의 곳곳에서 뼈의 아우성이 들렸지만 마음이 편해졌다.
“흑마법, 신성마법… 하하하!”
제현은 웃음을 터뜨리며 방금 흡수한 능력을 떠올렸다. 흑마법과 신성마법이었다. 제현은 게임을 하면서 마법을 고집했다. 비현실적인 가상현실에서조차 특별하게 취급 받는 마법이 좋았다. 알고 보면 흡수라는 것도 마법과도 비슷했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특별한 능력! 어딘가 멋있어 보였고 수십, 수백에 달하는 몬스터를 마법 한방에 전멸시키는 것도 통쾌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해… 특별한 클래스(Class). 그래 정령!”
제현은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금까지의 흡수한 능력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그리고 떠올린 것이 정령이었다. 정령마법! 정령마법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제현은 셀리온 월드를 새롭게 시작할 것을 생각했다.
흡수를 통해 셀리온 월드의 능력치는 초기화 되어 있었다. 꺼리 낄 것이 없다. 게임상의 초기화 이것은 모든 것의 초기화를 뜻했다. 아마 운영자나 게임의 신인 메인컴퓨터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내가 새롭게 태어난 날을 기리기 위해! 새롭게…”
제현은 오늘을 기념하고 싶은 심정으로 셀리온 월드를 실행했다. 오늘 새롭게 시작한 능력을 흡수해 완벽한 마법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흑마법!
속성마법!
신성마법!
모든 마법을 얻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령마법’ 이것을 얻는 다면 최고의 마법사가 되리라. 제현은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과감하게 게임에 접속했다.
파아앗!!
밝은 섬광이 터져나갔고 제현은 셀리온 월드에 접속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육체의 가벼움과 탁한 공기로부터 벋어났다. 온몸을 휘감는 느낌에 제현은 완벽하게 셀리온 월드에 접속했다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접속을 해제한 곳이 마법사의 도시인 헤르시간이었기 때문에 바로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기초자금이며 장비도 넉넉했기에 쉽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마법사의 도시 헤르시안.
이곳은 지도상 서쪽에 위치한 거대한 마법 도시였다. 신기한 구조물들이 허공에 떠 있는가하면 웅장하게 지어진 마탑들이 동서남북 등으로 나뉘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이곳은 셀리온 월드의 명물 중에 하나로 꼽히는 곳이었다.
와글와글-
또한, 수많은 아이템들이 수요와 공급을 통해 이동되는 곳이었다. 마법의 도시인만큼 아이템의 업그레이드가 활성화된 곳이었기에 유저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제현이 서 있는 곳은 마법사의 도시 중앙부에 위치한 워프 게이트 앞이었다. 각 마을, 도시마다 워프 게이트가 있는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워프 게이트가 도시의 중앙에 있었다. 대개 ‘워프 방’이라는 이름의 건물 안에 있지만 특별하게도 마탑들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 게이트였다.
헤르시안의 마탑은 총 4개가 있데 흑의 탑과 백의 탑, 청의 탑과 녹의 탑이 있다. 그 탑들은 신성마법, 흑마법, 속성마법, 정령마법을 뜻하는 탑이었다. 신기하게도 백의 탑은 신전이었다.
“녹의 탑…”
제현은 다른 탑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녹의 탑’으로 걸음을 옮겼다. 녹의 탑은 정령마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섣부른 선택은 후회를 부른다고 하지만, 제현은 이미 마음을 다 잡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녹의 탑 앞에 도착한 제현은 자신의 로브의 깃을 쓸어 넘겼다.
지금 제현의 모습은 초보라고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착용하고 있는 로브는 셀리온 월드 내에서도 200개가 넘지 않는 수량으로 ‘현자의 로브’라는 이름의 아이템이었다. 이 로브의 옵션은 마나량과 회복량을 늘려주는 옷으로 고렙들에게 유용한 로브였다.
보통 마법증폭이 달린 옵션을 선호하지만, 그건 저 서클의 마법사들에게나 그런 것이었고 고서클의 유저에게는 현자의 로브와 같은 옵션을 선호했다. 아무튼, 제현이 입고 있는 로브는 물량이 적었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수 있는 로브였다.
“한마디로 난 몸은 저렙이되 아이템은 고렙!”
제현은 중얼거리며 녹의 탑으로 들어갔다. 탑 안에는 샤먼, 즉 정령사 지망생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현실 시간으로 늦은 시각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벌써 상용화 된지 1년이나 됐지만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이 셀리온 월드였다. 그만큼 초보도 넘쳐났다.
“그대에게 자연의 축복이 있기를…….”
“축복이 있기를…”
한참을 기다리던 제현은 NPC의 말에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이런 관례가 귀찮았지만 NPC의 행동에 따라줘야 했다.
“허허허, 무슨 일로 녹의 탑까지 왔는가?”
“샤먼이 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제현은 인터넷에 나와 있는 대로 대답했다. 이런 식으로 육성법이 나와 있기 때문에 쉽게 샤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가져보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가슴은 벅차올라 있었다.
“영혼을 바른 길로 인도 할 수 있겠는가?”
“예!”
샤먼이 되기 위해 이런 질문이 있지만 특별히 직업과 연관되는 말은 아니었기에 그냥 대충 대답했다. 대답이 끝나는 순간 NPC의 몸에서 은은한 녹색의 빛이 광채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제현의 몸으로 흘러들어가 버렸다.
[띠링, 클래스 ‘견습 샤먼’이 되셨습니다.]
직업을 얻었다는 말과 함께 빛이 사라졌다. 왠지 감흥이 색달랐지만 몸의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이름만 ‘견습 샤먼’이었지 직업을 가지나 안 가지나 별 차이는 없었다. 다행히도 이곳에서 기본적인 초급 정령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제현은 눈앞의 NPC에게 입을 열었다.
“기초 수업을 받고 싶습니다.”
“기특하군. 저기 뒤쪽 후문을 통해 2층으로 가보게나.”
순간 눈앞에 퀘스트 창이 떴지만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꺼버렸다.
“감사합니다.”
“그대의 앞길에 자연의 축복이 있기를…….”
NPC의 말을 끝까지 듣고 제현은 2층에 있는 수련장으로 올라갔다. 수련장이라고는 하나, 공부방에 가까웠다. 2층으로 올라가보니 한명의 샤먼이 제현은 맞이했다. 곧바로 수업에 참관할 수 있었다. 의외로 쉬운 관문인 모양이다.
“별 차이는 없네.”
예전에 들어봤던 속성마법에 관한 내용과 별 차이는 없었다. 정령의 기원과 마나 운용법, 정령을 이용한 전투 방법 등 기초에 해당하는 내용을 설명하는 장소였다. 대충 아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제현은 곧장 다음 수련장으로 이동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테스트를 받고 나서야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띠링, 첫 번째 관문을 통과 하셨습니다.]
[퀘스트, 샤먼의 마음가짐을 통과하셨습니다.]
경쾌한 퀘스트 음이 터져나왔지만 살짝 무시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올라갔을 까 곧 처음과 비슷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정령을 소환을 연습하는 장소였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주저앉아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곳은 어렵다면 어려운 곳이었고 쉽다면 쉬운 곳이었다. 일단 운이 좋아야 하는 곳이다 보통 전직직후에는 정령소환서가 없다. 때문에 처음 게임을 접하는 자들은 이 퀘스트를 이용해야 한다.
이곳의 교관들이 나누어 주는 연습용 정령 소환서를 이용해 익히는 것으로 이 시험을 통과하면 자연히 정령을 하나 소환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 물론, 서민형 유저들의 경우에나 그렇지 돈이 많다면 직접 소환서를 사서 하는 것이 빠르다. 그러나 제현은 쉽게 레벨업 할 수 있는 기초 수련을 택했다. 그리고 돈도 절약되기 때문이다.
제발 좀 대라 하앗!
제발, 제발
아, 겨우 성공!! 아싸!!
제현이 두 번째 수련방으로 갔을 때 여기저기에서 기도하는 소리와 환호성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방에는 많은 견습 샤먼 유저들이 소환서를 이용해 정령 소환을 펼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대부분이 몇 번의 실패를 경함해야 했고 가끔 한명이 성공해 다음 방으로 나서고 있었다.
제현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조건을 클리어 해야 했기 때문에 연습용 소환서를 받아 들었다. 수련장의 바닥에 자리를 잡은 제현은 소환서를 펼치며 소환을 위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자연이여 나의 부름에 답하여라. 물, 불, 땅, 바람이여 나의 앞에 나타나라!”
마법진이 생겨났다. 이번 방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소환서에 마나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초보가 얼마나 큰 마나를 소유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마나를 불어넣자 마법진이 생겨났다.
여타의 마법진과는 다르게 간단한 마법진이었지만 초보들의 눈에는 복잡하기 이를 대 없는 마법진이었다. 약간의 빛이 토해지며 소환서를 휘감았지만 역시나 정령은 고사하고 고요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나 회복을 위해 몇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지만 현자의 로브로 인해 순식간에 차오르는 마나를 느끼며 제현을 즐거운 듯 소환마법을 준비했다. 그렇게 몇 번을 시도했을 까. 약간의 빛과 함께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요정이 하나 튀어나왔다. 등에 두 장의 날개를 퍼덕이며 주위를 맴도는 실프가 보였다.
“실프!”
제현의 외침에 많은 사람들이 부러운 눈길과 질투에 찬 표정이 엇갈려 있었다. 제현은 성공의 징표로 실프를 교관에게 보이며 다음 방으로 향했다. 아마 다음 방이 마지막 일 것이다.
“잘왔네. 마지막 관문인 실전의 관이네.”
역시 마지막은 실전의 관이었다. 다른 직업도 마지막 관은 실전이었기 때문에 제현은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방의 교관이 제지했다.
“다른 직업과 다르게 샤먼은 타인의 전투를 지켜보는 것으로 끝을 맺지. 저 수정구를 잘보게… 먼 훗날 자네가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게나.”
NPC의 말에 제현은 살짝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정구를 쳐다보자 커다란 스크린이 생겨나며 눈앞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동영상에는 정령들을 소환해 조종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정령과의 빙의합체에 이르기 까지 많은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령을 이용해 최종 합체를 사용한 인간은 정령의 속성을 자유자제로 다루는 능력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정령왕을 소환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현란한 샤먼들의 움직임에 쉼취해 있던 제현은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기계음이 들리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띠링, 기초 수업을 완료하셨습니다.]
[칭호, ‘샤면의 길’을 습득하였습니다.]
[스킬, 하급정령 ‘실프’를 습득하였습니다.]
[레벨이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연달아 들리는 즐거운 소리에 제현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모두 캔슬하고는 ‘녹의 탑’에서 벗어났다. 이제 녹의 탑은 2차 전직 전에는 들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4대 속성의 정령을 소환하는 소환서를 사는 것은 잊지 않았다. 상당히 오래 게임을 했기 때문에 로그아웃을 선택했다. 로그아웃을 한 제현의 눈에 들어온 숫자는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만큼 흡수에 심취해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뜻이었다. 몸과 정신이 매우 피로했기 때문에 제현은 그대로 침대로 쓰러졌다. 이것이 꿈이 아니길 빌면서…….
새로운 시작(New Start) - 수정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