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269)

7편 - 수정완료   

 “엘레멘탈 폼 샐러맨더!”

 웅덩이 밖으로 빠져나온 제현은 운디네의 엘레멘탈 폼을 해체시킨 후 샐러맨더의 정령력을 받아들였다. 놀랍게도 푸른눈으로 변해 있는 눈은 다시 붉은 색으로 변하며 샐러맨더와의 엘레멘탈 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표시했다.

 엘레멘탈 폼은 정령의 정령력을 받아들여 일시적으로 속성의 한계를 뛰어넘고 정령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정령이 펼치는 기술의 2배에 해당하는 파괴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주 유용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마나의 소모가 많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엘레멘탈 폼이었다. 즉, 몇 초 정도 밖에 운용할 수 없는 엘레멘탈 폼으로 사냥하는 바보는 없다는 것이다. 

 취익, 취익!

 제현이 웅덩이에서 빠져나오지 않자 오크 로드는 이상한 기분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있었다. 입에서는 연신 ‘취익’거리고 있었고 코에는 거친 숨결이 느껴지며 하얀 김을 뿜어냈다. 아직 제현을 찾지 못한 것인지 계속 두리번거릴 뿐 찾지 못하고 있었다.

 서서히 엘레멘탈 폼이 캐릭터의 몸에 자리 잡자 두 눈은 붉게 타올랐고 온몸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이 퍼져나갔다. 그렇게 주먹을 쥐었다 펴며 정령력을 확인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제현은 소환해 놓은 땅의 정령을 이용해 오크 로드의 발을 일시적으로 묶어 버렸다.

 “취익!!”

 녀석은 발이 묶이자 당황한 것인지 연신 취익 거리며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제현은 녀석의 울부짖음에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이윽고 녀석의 등 뒤로 이동한 제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바람의 정령의 보조계 마법이 뛰어난지 아니면 엘레멘탈 폼의 영향인지 몸은 아주 가벼웠다.

 퍽!

 오크 로드의 후방을 점한 제현은 빠른 속도로 주먹을 휘둘렀다. 불의 정령력을 더한 공격은 몇 배의 공격력이 더해졌고 주먹에는 불꽃이 튀며 녀석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오크의 후두부에 주먹이 강타하자 녀석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꾸액!”

 오크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기합(?)을 넣었지만 계속된 공격에 정신을 놓아버리기 직전이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엘레멘탈 폼으로 인해 상승된 육체와 불의 기운을 불어넣은 주먹으로 가격당한 오크가 무사할 리가 없었다.

 “죽어랏!!”

 제현은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고 죽을힘을 다해 기합을 내뱉듯 뇌까리고는 오크 로드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회심의 일격임에도 녀석은 주춤거리더니 검을 고쳐 쥐고 있었다. 아무래도 공격이 약했던 모양이다.

 후웅!

 오크 로드는 그간 당했던 공격에 심한 타격을 입은 건지 처음의 공격에 비해서 상당히 느려져 있었다. 아주 느린 속도였기 때문에 제현은 쉽게 피해냈다. 피함과 동시에 제현은 불의 정령인 샐러맨더가 사용하는 파이어 볼트(Fire Bolt)를 펼쳤다.

 화르륵!

 거세게 타오르는 불꽃이 조그마한 구슬로 변하며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손바닥에 뭉쳐져 있는 붉은 기운을 보며 제현은 오크 로드의 옆구리를 향해 파이어 볼트를 던졌다. 간단한 공격임에도 오크 녀석은 비틀 거리더니 검으로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후두부를 공격한 것이 제대로 먹힌 모양이다.

 제현은 비틀거리는 오크 로드를 보며 아이템 창에서 체력 포션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상당히 체력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체력 포션을 이용해 회복 속도를 향상시켰다.

 셀리온 월드의 포션은 다른 게임과 다르게 체력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회복 속도를 향상시키며 상처를 회복하는 정도로 쓰이는 것이었다. 물론, 일시적으로 체력이 상승하지만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프리스트와 파티를 이루는 것은 필수였다. 하지만, 포션의 빠른 회복속도가 있었기에 이렇게 혼자서도 사냥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체력이 점점 차오르는 것을 느낀 제현은 슬슬 움직일 때가 됐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아까 오크 로드의 함성의 영향력 또한 없어졌기에 움직임은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피핏- 빠직!

 움직이려던 제현의 몸에서 돌연 붉은 스파크기 튀기 시작했다. 엘레멘탈 폼의 지속시간이 다된 것 같았다.

 “쳇! 지속시간이 문제군.”

 엘레멘탈 폼이 아직 초보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금방 변신이 풀려 버렸다. 그래도 체력과 마력은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기에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실프! 샐러맨더! 운디네! 놈!”

 제현은 엘레멘탈 폼이 풀림과 동시에 4대 속성 정령을 모두 소환했다. 그 후 보조계열 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실프의 헤이스트(Haste)

 놈의 스톤 스킨(Stone Skin)

 움직임과 방어에 중점을 둔 보조계열 마법에 자신감이 생겼다. 제현은 마법이 걸린 즉시 오크 로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오른손과 왼손에 머무는 샐러맨더와 운디네의 청명한 기운에 제현은 눈을 반짝이며 오크 로드의 가슴을 향해 파고들었다.

 퍽!

 직업이 샤먼이었기에 특별한 공격수단이 없었다. 육체적인 힘과 정령을 이용한 공격이 전부였다. 때문에 제현은 있는 힘껏 주먹을 뻗으며 오크 로드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일정한 레벨이 달성된다면 정령검사나 정령마법사로 전직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주먹으로 만족해야 했다.

 “취익!”

 오크 로드는 제현의 주먹이 가소로운지 검을 움켜쥐며 역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현의 피부는 놈의 보조마법으로 단단한 피부를 유지하고 있었다.

 캉!

 오크 로드의 검은 힘없이 튕겨나갔고 그 틈을 이용해 제현의 공격은 더욱 거세어졌다. 하지만, 체력은 조금씩 깎이는 것인지 오크 로드의 공격이 계속 될수록 제현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제발……. 죽어!!”

 “꾸에엑!”

 퍽!

 제현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진 것일까? 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오크 로드의 체력이 고갈되며 뒤로 천천히 넘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넘어지면서 까지 검을 휘두를 것인지 오크 로드의 손짓은 더욱 거칠어졌다.

 “헉!”

 휘익-

 오크 로드의 검이 수직으로 내려찍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제현의 머리는 좌우로 벌어지며 피를 분수처럼 뿜어댈 것이다. 죽음을 느낀 제현은 눈을 꼭 감았다.

 1초… 2초… 3초

 10초가량 시간이 지났을 무렵 제현은 아무른 부상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멈춰서 있는 오크 로드의 검은 머리에 닿기 직전 멈춰 있었다. 오크 로드의 체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같이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풀썩!

 사방에 먼지를 뿌리며 넘어진 오크로드의 시체가 회색빛으로 물들었을 무렵 제현의 몸에서는 시릴 정도의 빛과 함께 연이어 터지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오크 슬레이어’ 칭호를 습득하셨습니다.]

 힘들게 잡았기 때문일 까? 좀처럼 주지 않는 칭호가 주어졌다. 더욱 기쁜 점은 레벨 업이었다. 또한, 오크로드와 전사들이 남긴 아이템들이 제현에게는 짭짤한 수입이 될 것이다. 오크 로드와 전사들의 경험치가 상당했던지 폭발적인 레벨 업을 취할 수 있었다.

 “오크로드의 시체에선 뭐가 나왔나…….”

 제현은 잠깐 휴식을 취하고 오크로드가 남기고간 시체. 즉, 아이템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바닥에는 누런색 양피지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썩 값어치가 높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단 보스 급 몬스터가 떨어트린 것이었기에 뭔가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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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성의 양피지]

 종류 : 스크롤

 급수 : 매직

 설명 : 어떤 속성이 부여되어 있다고 전해지는 양피지다. 정확한 정보는 없으며 잡화점에서 감정을 받아야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양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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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피지를 줍고 여기저기 있는 잡템들과 땅에 떨어진 돈을 챙긴 후 오크 베이스에서 자리를 떠났다. 간간히 리젠되는 평범한 오크들을 볼 수 있었지만 제현의 상대는 아니었다.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마법 도시인 헤르시안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다. 사냥터와도 가까웠기 때문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저 멀리 4개의 탑이 보이는 마법사의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도시의 입구에 도착했음에도 제현은 쉽게 들어가지 못했다.

 바로 길게 늘어진 사람들의 뒤에 서야 했기 때문이다. 셀리온 월드만의 독특한 운영방식이다. 마치 중세를 보는 것처럼 신분패가 있어야 도시로 입장할 수 있었다. 신분패는 초보마을을 벗어날 때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만약 신분패를 분실할 경우 도시에 진입하기가 어려워진다. 재발급을 받기 위해서는 그 금액이 50실버로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의 금액이 1골드인 것을 감안해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초보들에게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신분패를 보여라!”

 도시의 입구를 지키는 NPC에게 신분패를 꺼내보였다. 제현의 신분패는 금색으로 도금되어 있었다. 신분패는 4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나무패는 초보들이 사용하는 패였고 동패는 전직을 완료한 자들이 사용하는 패였다.

 은패의 경우 2차 전직과 어느 정도의 명성이 필요했고 금패역시 명성이 일정한 수위까지 올린다면 받을 수 있는 패였다. 신분패의 종류에 따라 마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워프 게이트다.

 워프 게이트는 동패부터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또한 게임내의 수련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은패부터 이용이 가능했다. 그리고 금패의 경우는 상점들의 물건을 할인해 살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가 주어졌다.

 제현은 경비병에게 금패를 보여준 후에야 도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도시 안에는 아이템을 사고파는 유저들이 보였다. 대부분 장비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코어 같은 물건을 팔고 있었다. 개중에는 마법서와 무구도 팔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상급 코어 팝니다.”

 “2서클 마법서 팔아요.”

 여기저기서 아이템을 사고파는 소리와 흥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제현에게 필요한 아이템은 애초에 없었기에 사람들을 뚫고 잡화점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잡화점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인 건물의 외향은 설정상 낡고 초라해 보였지만 건물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물건은 깨끗하고 좋아보였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마법사의 도시답게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지만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4개의 마탑을 제외한 곳에는 실망을 금치 못할 정도로 초라한 곳이었다. 제현은 잡화점을 문을 살짝 밀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탁- 딸랑!

 잡화점의 문을 열자 눅눅한 가죽냄새가 풍겨왔다. 또한 문에서 들려오는 쇠 긁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제현은 그 소리에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잡화점의 계산대 겸 카운터로 걸어갔다.

 카운터에는 젊은 청년 하나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여느 게임과 마찬가지로 영업용 웃음을 흘리며 인사해왔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청년의 말에 제현은 아이템 창에 넣어 두었던 아이템을 꺼냈다. 대부분 재료와 쓸 대 없는 무기가 대부분이었다. 물건을 꺼내며 제현은 입을 열었다.

 “아이템의 처분과 포션을 구입하기 위해 왔습니다. 아! 건량과 이것의 감정도 부탁드립니다.”

 제현은 아이템 창에서 쏟아져 내리는 아이템들과 양피지를 꺼내 청년에게 건네주었다. 청년은 잠시 이것저것 쳐다보더니 양피지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한참을 양피지를 살피더니 손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이 아이템들은 총 1만 골드 되겠습니다. 포션과 건량은 무슨 종류도 사시겠습니까?”

 제현은 청년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한참을 고심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 장시간 사냥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에 많은 포션과 건량을 주문하기로 했다. 중급 정도의 포션과 고급 건량을 사기로 했다.

 “고급 건량은 1주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준비해주시고, 중급 체력 포션 300개 하급 마나 포션은 100개만 주십시오.”

 “고급 건량 5천 골드, 중급 체력 포션 2만 골드, 하급 마나 포션 1만 골드 되겠습니다. 그리고 감정비는 100만 골드입니다.”

 제현은 엄청난 금액에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100만 골드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에 놀란 것이다. 감정비 치고는 과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급에 속하는 보스였기에 더욱 놀란 것이다. 하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모두 지불했다.

 모든 것을 챙긴 뒤 제현은 잡화점 근처에 있는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 안으로 들어간 제현은 아이템 창에 넣어둔 양피지를 꺼내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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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령의 양피지]

 종류 : 스크롤

 급수 : 유니크

 설명 : 정령의 기운이 깃든 양피지로 랜덤으로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양피지다. 소환된 정령은 양피지의 소유자와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정령은 최하급부터 정령왕 까지 랜덤으로 소환된다. 신중히 양피지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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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현은 입을 크게 벌렸다. 이정도의 아이템이라면 엄청난 값어치를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오크 로드가 아무리 보스 몬스터라지만 이정도의 아이템을 토해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드랍 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제현의 입은 미소로 번져 있었다.

 감정비로 100만 골드를 소비했다는 것도 잊은 채 싱글벙글 거렸다. 제현은 누가 볼세라 급히 아이템 창에 넣어두었다. 나중에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레벨을 올리고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레벨도 상당히 높아졌고 새로운 스킬인 엘레멘탈 폼도 얻었으니 더 강한 사냥터로 옮기는 것은 당연했다. 때문에 제현은 트롤의 숲으로 향하기로 마음먹었다. 트롤의 서식지는 오크가 리젠 되는 것과 다르게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많은 유저들이 파티를 이루어 사냥하는 곳이었다.

 제현도 파티를 구성해 사냥해도 되겠지만 적은 양의 경험치를 주기 때문에 혼자서 사냥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차하면 ‘부여’라는 기술로 현실의 몸에 각인되어 있는 9서클에 이르는 마법을 되돌려 놓으면 그만이다.

 “그워어어!”

 쿵쿵!

 대략 30분을 걸어서야 트롤의 숲에 도착했다. 제현은 수많은 유저들이 파티를 이루어 트롤을 사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조용한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한참을 두리번 거리던 제현은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약간 외진 곳이었지만 인적이 드물고 트롤의 리젠이 느린 곳이었다. 거기다 트롤들의 시야에도 잘 뛰지 않으니 하나씩 처리해도 될 것이다. 과거 이곳에서 레벨 업을 했던 기억이 있는 제현은 금방 좋은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이군.”

 적당한 수풀과 우거진 나무 뒤에 자리를 잡은 제현은 트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한 마리씩 리젠되는 명당이었기에 트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금세 한 마리가 나타났다. 4미터쯤 되어 보이는 트롤은 코를 킁킁 거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육중한 몸집답게 땅은 울렸다. 한손에 쥔 둔기는 흉악하지 그지없었다. 오크와는 달리 일단 공격하고 보자는 심산인지 괴성을 지르면서 달려들었다. 덩치에 걸맞게 무기 또한 엄청 컸기 때문에 중압감이 느껴졌다.

 “그워어어!”

 부우우웅- 쿵!!!

 트롤의 몽둥이가 제현의 머리를 간발의 차이로 지나갔다. 각종 보조마법으로 무장한 제현이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유저였다면 머리통을 맞고 즉사했을 것이다. 다행히 실프의 헤이스트에 목숨을 연명한 제현은 침착하게 요리조리 움직였다.

 덩치가 큰 트롤이었지만 민첨성이 빨랐기 때문에 자칫 역습당할 위협도 있지만 제현은 능숙한 솜씨로 거리를 벌리며 정령을 소환했다.

 “놈! 다리를 잡아! 실프! 윈드 커터! 샐러맨더! 파이어 볼트!”

 하급 정령답게 일일이 명령을 내려야 했기에 제현은 먼저 놈에게 트롤의 다리를 잡아 라는 지시를 내렸다. 즉시 땅을 파헤치며 트롤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시작한 놈을 보며 제현은 실프에게 윈드 커터를 사용할 것을 명했다.

 거칠게 쏟아지는 바람이 트롤에게 날아가자 자잘한 상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상처 난 부위를 공격하는 샐러맨더의 파이어 볼트는 재생능력을 저하시키기 충분했다. 적절한 조합으로 공격 한 제현은 놈을 불러들이며 엘레멘탈 폼을 준비했다.

 “놈! 엘레멘탈 폼!”

 온몸을 휘감는 기운에 제현은 발을 크게 들었다. 괴성을 지르며 쓰러진 트롤을 향해 발을 찍어 버린 것이다. 정령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놈으로 트롤의 발을 묶으며 실프와 샐러맨더는 공격하며, 운디네는 놈을 도와 땅으로 발을 빠트리게 하는 방법으로 쉽게 사냥을 이루어졌다.

 쿵!

 트롤은 제현의 발차기에 기절한 것인지 뒤로 넘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는 제현은 다시 금 놈의 정령력을 이용해 다리를 돌처럼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 후 트롤의 뒤통수를 찍어버렸다. 그러자 수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에 뇌수가 튀었다.

 잔인한 모습이었지만 셀리온 월드의 특성상 회색 가루가 흩날리며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일정량의 골드를 남긴 트롤은 사라져갔다.

 퍽!!

 같은 패턴으로 제현은 3시간 동안 사냥했다. 점점 지루해지고 피로해지는 사냥에 제현은 마지막으로 남은 트롤의 뒤통수를 찍어 누르며 건량을 하나 꺼내 씹기 시작했다.

 질겅, 질겅-

 “휴- 피곤해. 로그아웃해야겠다.”

 제현의 레벨은 60에 임박해 있었다. 오크를 처리할 때가 15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폭렙을 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분홍빛 미래를 상상한 제현은 건량을 꿀꺽 삼키며 로그아웃을 선택했다.

 “로그아웃!”

 물론, 상태창을 열어 스텟을 분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금씩 흐릿해지는 시야를 보며 제현은 긴장의 끈을 놓았다. 

 [10, 9, 8……]

 로그아웃을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을 무렵 제현의 바로 옆에 트롤이 리젠되었다. 로그아웃할 때는 움직일 수 없는데, 자칫 잘못하면 죽을 위협에 놓인 것이다. 트롤은 굳어 있는 제현을 보며 커다란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죽기 일보직전 제현의 귀에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없는 상황에서 들려오는 천사의 목소리!

 [정상적으로 로그아웃됐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쾅!

 기계음이 끝나기 무섭게 트롤의 몽둥이는 제현이 있던 자리를 향해 내리꽂았다. 트롤은 표적이 사라지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휴-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것을 잊었어.”

 캡슐에서 벗어난 제현은 아까의 일을 생각하며 몸서리 쳤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공격도 못하고 죽을 뻔 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늦게 로그아웃됐다면 죽었을 것이다. 아무튼 다음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제현이었다.

스쿨 라이프(School Life) - 수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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