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여자를 처치한 후 숲의 외각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빠져 나가는 중간, 중간에 트롤들의 습격이 있었지만 간단하게 처치하고 숲을 벗어났다.
“드디어 숲에서 빠져 나왔네. 보자. 동쪽으로 가면 로엔이 나오겠다.”
숲을 빠져 나온 나는 기지개를 한차례 편 후 주위를 둘러 봤다.
주위에는 평야만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무성히 자란 잡초들과 갈대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길을 통해 북쪽으로 계속 가면 도둑의 도시인 로넨이 나올 것이다.
셀리온 월드에는 총 4개의 도시가 존재 한는 데 마법사의 도시와 도둑의 도시, 전사의 도시 상인의 도시, 이렇게 4개의 도시가 존재했다. 물론 도시의 이름에 맞게 직업도 있었다.
내가 도둑의 도시인 로엔에 가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바로 정보를 구하러 가는 것이다. 얻고자 하는 정보는 각 드래곤의 거주지인 레어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이다. 지상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을 흡수 한다면, 신에 못지않게 강할 것이 라는 나의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족으로 추정되는 어둠도 (계약자라고 하기에는 이름이 어색해서 어둠이라고 칭함) 간단히 이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으로는 신의 능력을 흡수 해오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게임 상에서 신이면 메인 컴퓨터인데 무슨 수로 불러 낼 것인가?
최선의 선택이 드래곤을 잡아먹는 일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운 좋게 마족이나 천족 하나라도 흡수하게 된다면 큰 전력이 될 것이다. 도둑의 도시로 가서 정보를 얻지 못한다면 전 지역을 돌아다니는 한이 있더라도 드래곤의 레어를 찾아야 할 것이다.
타다다닥
꾸에에엑!!!!
초록 빛깔의 푸른 초원 위에 먼지가 뭉게뭉게 피어나오고 있었다. 나의 시야에 두명의 남녀가 빠른 속도로 나에게 뛰어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뒤에는 자이언트 오크들이 괴성을 지르며 뛰어 오고 있었고 하늘에서는 거대한 와이번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헉, 헉, 어서 피하십시오! 그럼 이만.”
그들은 대략 10대로 보였는데 그중 남자가 나에게 말을 하고 재빨리 나의 뒤쪽으로 도망갔다.
끼아악!!!
꾸룩~
“빨리 피하시세요, 몬스터들이 가까이 왔잖아요!”
“........”
저 멀리 도망가던 남녀 중 예쁘장한 여기사가 급하게 나에게 피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무시 한 채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뭐하시는 거예요, 뒤에 몬스터 안보여요?”
“네 갈 길이나 가라. 귀찮게 굴지 말고”
여자는 나의 행동이 답답한지 다시 한 번 외쳤지만 그 말의 답변을 듣자 여자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뭐예요? 기껏 걱정 되서 와줬더니, 야 우리들만 이라도 가자.”
“흐흠, 말이 심한 거 아니오? 기껏 말해줬더니, 고맙다는 말은커녕 그런 말투라니, 우리끼리라도 가겠소. 우리를 원망 마시오.”
여자는 나의 말을 듣고 기도 차지 않는 듯 나에게 원망하지 말라는 듯이 말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남자친구로 보이는 자까지 나에게 말하고는 그 자리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었다.
“잔말 말고 꺼져라. 방해만 되니”
뒤이어 들리는 싸늘한 나의 말에 뭐라고 하고 싶은지 연신 입만 뻥긋 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뒤쪽에서 자이언트 오크들과 와이번들이 가까이 다가왔는지 조금씩 뒤로 빠지며 물러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놈, 땅파기, 실프 와이번의 날개 짓을 방해해라."
나는 놈과 실프를 소환해내고 명령을 내렸다. 정령들은 나의 명령에 고개를 까딱 거리고는 자신들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나의 정령들은 평소와는 다르게 더욱 강력한 힘을 냈는데. 아마 흑마법사를 흡수한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퍽, 터더더덕
휘유우웅
땅이 갑자기 꺼지자 잘 달려가고 있던 자이언트 오크들이 땅속으로 처박히는 모습이 나의 눈에 잡혔다. 자이언트 오크들은 갑작스런 현상에 놀랐는지 반항도 하지 못하고 구덩이 속으로 빠져 버렸다. 그리고 하늘을 날고 있던 와이번들은 실프의 영향으로 바람을 타지 못해 지상으로 서서히 추락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지 하늘에서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거세게 들려 왔다.
“번플레어(Burn Flare)!!”
나는 땅속에 처박힌 오크들을 처리하기 위해 5서클의 화염폭발 마법인 번플레어를 사용했다. 고온의 열기가 나의 손에서 뻗어 나와 오크들이 있는 거대한 구덩이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곧 거대한 굉음을 내고는 구덩이 속에서 폭발해버렸다. 많은 수의 오크들의 살점을이 터저 나가고 피가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치솟은 피는 비가 내리듯 지상을 향해 피를 뿌리고 있었다. 다행이 구덩가 깊은지 그리 많은 양의 피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비위가 약한 사람이 봤다면 필시 구토를 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번플레어의 영향으로 주위는 약간 녹아내려 있었고 구덩이 안은 초토화라고도 말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쿵!!!
끼아아악!!!
마침내 하늘에서 추락하던 수많은 와이번들이 땅으로 처박혀 버렸다. 덩치에 맞게 그 정도로 죽을 리 없다는 듯 신음을 내며 움찔거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땅으로 떨어지면서 생긴 충격으로 내장이 파열되거나 그 압력으로 배가 터져 장기들이 사방에 뿌려지는 모습도 간간히 보였다.
“운디네 소환. 저 와이번의 목으로 들어가 물로 녀석들의 목 구멍을 막아버려”
뾰로롱~
공중에서 물이 서서히 뭉치더니 소녀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완전히 소녀의 형상을 갖추자 나의 명령을 받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명령에 조용히 있던 운디네가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명령을 이행했다.
케엑 끼에에
운디네가 완벽하게 명령을 완수 한 것인지 주위에 널려있던 수많은 와이번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질식사하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오크들이 죽으면서 많은 레벨 업을 했듯이 와이번 또한 나에게 엄청난 레벨 업을 선사 시켜 주었다.
[띠링,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갑작스러운 폭렙에 정신을 차릴수 없었지만 기분은 째지도록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이봐요, 꼭 그렇게 죽일 필요는 없잖아요”
여자는 내가 운디네를 시켜 와이번들을 질식사 시킨 것이 잔인한 것인지 나에게 항의했다.
“무서워서 벌 벌 떨며 도망친 녀석이 말이 많군, 이게 어떻다는 거지?”
“........”
여자의 말에 나는 순간 속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들어 조소를 머금고 남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약간의 살기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나의 입에서 튀어 나오자 여자는 온몸을 벌 벌 떨며 나를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희들 갈 길이나 가라.”
나는 멍하니 나를 쳐다보는 둘을 놓아두고 동쪽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나의 감각에 두 남녀는 급히 나에게 달려오는 게 느껴졌다.
“하하하, 혹시 귀찮지 않다면 우리를 도둑의 도시까지만 동행 해주면 안 되겠나? 보아하니 로엔까지 가는듯한데.......”
급히 뛰어온 남자가 약간 뜸을 들이더니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남자는 나와 함께 로엔까지 같이 가자는 부탁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여자는 무엇이 불만인지 땅을 향해 발길질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흠.......귀찮게만 하지마라.”
나는 두 남녀를 한번 쳐다보며 약간 망설이다가 간단히 말하고는 다시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겼다. 남자도 나의 말이 긍정을 표하는 것을 알았는지 표정이 밝아지며 나의 뒤를 따랐다.
“쳇, 그냥 좋게 같이 동행한다고 말할 것이지 꼭 그렇게 말해야 하나?”
여자는 나의 말투가 불만인지 계속 투덜거리면서도 나의 뒤를 따랐다. 나는 저 여자를 보자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밖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로엔까지 조용히 가기는 글럿군.’
여자를 보자 조용히 가기 틀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도둑의 도시 로엔으로 가자.
“이봐, 그렇게 매너가 없어서 어떻게 여자한테 인기를 얻겠어.”
“........”
모든 와이번을 처리한 나는 이 둘과 동행하게 되었다. 동행 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아루스라는 여자가 나를 계속 못살게 굴고 있었다. 가령, 나이가 몇이냐는 둥, 이름이 무엇이라는 둥 귀찮은 질문만 해왔다. 나도 처음에는 간단하게 답변을 해주었지만 계속 되는 질문에 질려버렸기 때문에 지금처럼 씹고 있었다.
“야, 계속 남의 말을 먹을래?”
“아루스, 스텔스님을 귀찮게 하지마, 내가 봐도 귀찮겠다.”
이 두 사람은 이란성 쌍둥이남매였다. 하지만 보통 쌍둥이와는 다르게 성격이 완전히 차이가 있었다. 아루스는 활발하고 활동적인 반면에 루커스라는 이 남자는 그렇게 활발하지 못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다. 그리고 아루스를 말리는 것이 익숙한지 어색해 하지 않았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아루스가 계속 귀찮게 해서.......”
“괜찮다.”
나는 아루스에게 얼마나 시달렸던지 말할 힘도 없었다. 그래서 평소와는 다르게 힘없이 말했다. 그 뒤에도 아루스가 계속 시비를 걸었지만 나의 화이어 애로우의 맛을 보고 잠잠해졌다.
이런 저런 사건이 있었지만 무사히 도둑의 도시 로엔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가는 중간 중간에 몬스터들의 습격도 있었지만 나의 마법과 정령들의 힘 덕분에 다친 곳 없이 도착했다. 물론나의 수고는 말로 할 수 없이 많았지만.
* * *
도둑의 도시 로엔
이곳은 셀리온 월드의 중심에 세워져 있으며, 도시 전체가 어두운 분위기를 풍겼지만 대체로 유흥의 분위기를 띠는 붉은 계통의 등불을 사용했기에 주위는 밝았다. 그리고 이곳은 도박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덧붙여 여느 도시와는 다르게 많은 수의 성인들이 찾는 곳이었다. 또한 정보도 많아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있는 도시였다. 여느 도시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도시의 문을 지켜야할 경비병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무법지대란 말이었기에 범죄 또한 빈번이 이루어지는 도시였다.
“이제 해어져야 갰군요. 신세 많이 졌습니다.”
“흥, 고마웠어요. 다음에 만나면 아는 척이라도 하죠. 스텔스씨”
두 남매는 나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그 자리에서 해어졌다. 나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두 남매의 차취를 끝까지 쳐다봤다. 그리고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 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도무지 상종하기 싫은 남매야.”
이 두 남매는 나의 무력과 살기에도 무감각한 반응을 보여 줬다. 특히 여자의 말빨은 나로서는 당해 낼 수 없는 경지였다. 나의 무표정함과 무미건조함의 언어를 강조해 지존의 경지에 올랐다면 그 여자는 발랄함과 끝이 없는 설교로 나를 교화 시킨 신급의 경지에 달해있었다. 다행히 루커스의 도움으로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났지만 그 여자의 설교는 치가 떨릴 정도였다. 현실에서는 어떻지 모르지만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 야~ 폼 잡지 마 안 멋있으니까 ”
갑자기 저 멀리서 들리는 그 여자의 말에 나는 순간 움찔하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시 오는 줄 알고 그 자리에서 급히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