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269)

“으음......”

“정신이 드는가?”

어둠의 나락 속에 있던 나는 점점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인자한 목소리하나가 들려왔다.

“신.....전? 누가 나를......”

“아. 어떤 젊은 처자가 너를 대려 왔지...허허허, 다음에 만나면 아는 채라도 하자더군......”

늙은 신관이 나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을 해줬다. 하지만 뒤에 들리는 말소리에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 여자가 나에게 도움을 줬다는 점을 생각하니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아픈 것은 아픈거고....계산은 해야겠지? 왼팔 재생 2백골드....숙박비....30실버 되겠네.....자”

나는 친절하던 신관이 인상을 바꾸고 돈을 요구하자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쩌랴? 기껏해야 프로그램으로 된 NPC인 것을 어쩌겠는가? 그냥 돈을 내고 더러운 신전에서 나왔다.

“하.....언제 드워프의 숲으로 가냐?.....그쪽은 워프게이트가 없는데.......우선 전사의 도시에서 벗어나 봐야겠다.”

막상 신전을 나오고 나니 드워프의 숲까지 갈 것이 걱정되었다. 그곳은 워프게이트가 없어서.....순수 도보나 마차 같은 이동수단으로 이동해야했다. 워낙 고렙의 사냥터라서 가는 사람들도 적었고 별로 알려지지 않은 숲이었다. 물론 경험치는 짭짤했지만 잘 가지 않는 곳 중 하나였다.

터덜, 터덜

전사의 도시에서 나와 조용히 도둑의 도시로 향했다. 저번에 가본적이 있었기에 길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잦은 몬스터들의 기습이 있었지만 간단하게 손을 휘둘러 죽여 버리고는 가던 길을 계속 재촉 할뿐이었다.

나는 황량한 벌판을 걸어가는 것에 지루함을 느끼고 입에서는 하품만이 연신 터져 나왔다.

“그냥......가지 말까?? 별로 필요도 없는데.......”

끼아아악

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늘에서는 와이번 무리가 먹이를 찾는 것인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해맨 끝에 와이번은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무서운 속도로 나에게 수직낙하를 해왔다.

키에에에에!!!

피융~

엄청난 숫자의 와이번이 한꺼번에 수직 낙하 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고 말 할수 있었다. 서로가 배가 고픈지 나에게 달려드는 와이번이 아주 많았다. 그것 때문에 나는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와이번을 간발의 차이로 피해 낼 수 있었다. 머리위에서 느껴지는 풍압만이 와이번의 입속으로 들어 갈뿐 나의 몸은 아무이상이 없었다.

“저놈은....붉은색의 와이번은.......보스?”

보통 와이번과는 다르게 몸집이 크고 색깔까지 검붉은 색의 와이번이 나에게로 수직낙하를 해왔다. 공중에서 자신의 날개를 퍼덕여 회전까지 더하자 총알처럼 나에게 회전하며 날아 왔다.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듯 긴 잔영이 퍼지며 불꽃같은 느낌이 들자 약간의 위압감이 생겨났다.

사!!!!!!

거대한 와이번의 몸체가 나의 몸을 살짝 스쳐 지나가자 거대한 풍압이 나의 몸을 훝고 지나갔다. 풍압의 영향인지 나의 몸에서는 약간의 피가 배어나왔다. 그만큼 보스 몬스터의 공격방식은 지능적이라고 할만 했다. 치고 빠질 필요 없이 지나가기만 했을 뿐인데, 이정도의 타격이라면 몬스터들 중의 최강이라고 할 만한 몬스터였다.

“하지만.......너는 상대를 잘못 만났다!!! 윈드 토네이도(Wind Tornado)”

스산한 살기를 살짝 내비치고는 윈드 토네이도를 사용했다. 하늘에서는 바람의 흐름이 갑자기 변하더니 와이번의 날개 짓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기류가 조금씩 반응해 토네이도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와이번들의 날개 짓이 소용이 없는지 기류의 탓인지는 몰라도 한두 마리씩 땅으로 곤두박질치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쿵!!!!

수많은 와이번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떨어져 내렸다. 떨어져 내린 녀석들은 내부 장기와 머리가 터져 죽어버리는 것이 대반사였다. 하지만 보스 몬스터는 보스 몬스터인지 하늘에서 유유히 토내이도의 기류를 피해 하늘에서 이리 저리 질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동족들이 땅으로 떨어져 죽는 모습을 보고는 눈에서 불이라도 난 듯이 살기를 내뿜으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하하, 그거 가지고 나를 죽일수 있다고 생각해?? 블링크(Blink)”

번 번히 나에게 공격을 해오는 녀석을 약 올리기라도 할 듯이 나는 블링크로 이리저리 도망을 다녔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하면 재미가 없듯이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키키키, 재밋겟다.”

순간적으로 기발한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거대한 검붉은 색의 와이번을 향해 마법하나를 펼쳤다.

“우주의 힘이여,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여, 모든 만물을 짓누르는 미지의 힘이여 나의 앞에 있는 모든 적들에게 견딜 수 없는 짐을 주소서....그래비티(Gravity)”

휘우우웅

“플로우트(Float)”

8서클의 중력마법에 힘을 이기 못한 와이번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지상에 닿을 때쯤에 부유마법인 플오우트를 사용했다. 이 플로우트는 물속에 잠긴 것을 띄우거나 어떤 물채를 공중으로 띄우는 마법이다. 간단한 마법이지만 마나를 잘 컨트롤 하지 못하면 잘 실패하는 마법 중 하나였다.

찌지직

나의 마법에 꼼짝하지 못하고 공중으로 서서히 뜨고 있는 와이번이 나의 마법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세 개 발부등치는 지 근육이 끊어지는 소리 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의 눈을 봐라, 챰 퍼슨(Charm Person)”

키르르르르

“너는 나에게 친근감을 갖는다. 나는 너의 주인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나는 너의 주인 너는 나의 종”

끼룩, 끼룩

나의 챰 퍼슨 마법에 대항하던 녀석도 두 번 이상으로 펼치니 고분고분 나의 말에 기분 좋게 애교(?)를 떨고 있었다. 툭 튀어 나온 주둥이로 나의 얼굴을 비비는 모습이참 어찌나 귀여운(?)지 확 패주고 싶었다. 주위에 보는 사람이 있다면 산채로 머리를 잡아먹히는 모습이 연출 되는 상황이었다. 

“자, 가자 도둑의 도시를 지나, 드워프의 숲으로!!! 와이번, 발진!!”

키에에에에~~!!!!

나는 간단히 근육이 파열된 곳을 치료 해주고 하늘을 날것을 명령했다. 나의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린 듯이 날개를 힘차게 펄럭이며 붉은 태양이 떠있는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회복.....그리고 드워프 마을로

와이번을 타고 한참 바람을 가르고 하늘을 날아가니 도둑의 도시 로엔이 나의 눈앞에 보였다. 거대한 도시에 걸맞게 도둑의 도시는 크고 웅장했다. 그리고 야경 또한 멋있었기에 나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물론 도둑의 도시만 밤이라는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밑에서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들어 레드 와이번을 처다 보고 있었다.

“헉, 저거 레드 와이번? 이곳에 나타날 리가 없는데?”

“저건 소환수 잔아 바보야, 소환수는 도시 안으로 들어 올수도 있어, 아직도 한 번도 못밨냐?”

“그러냐? 그렇다고 바보라니 이자식이, 사람이 모를 수도 있지, 현실에서 두고 보자 가만두지 않겠다.”

“헤헤헤, 한번만 바주라 응? 좋은 아이템 하나 줄게”

힘차게 날개를 젖는 와이번의 풍압소리와 밑에서 놀라운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의 귀에 미약하지만 들려 왔다. 전사의 도시에서 와이번을 타고 날아서 오니, 6시간가량 걸릴 거리가 3시간 만에 이곳 도둑의 도시까지 날아 올수 있었으니 얼마나 빠른지 말 다한 것이다. 

사실 셀리온 월드에서는 소환사를 하는 사람들이 극히 적었다. 이유는 극악의 레벨업과 야생의 몬스터들을 자신의 소환수가 되기까지의 까다로운 퀘스트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반에 하다 말고 그만 두는 사람들이 대부분 많았다. 하지만 일단 레벨만 높다 면 가장 강력한 직업중 하나로 꼽히는 직업이 소환사였다. 다만, 문제는 극히 작은 수의 사람들만이 이 직업들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매우 희귀한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하암, 빠른 것도 좋지만 이제는 질리네.”

빠른 공기의 저항을 견디기 위해 에어 실드 마법으로 비행기의 강화유리처럼 둥글게 생긴 것이 나의 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에어 실드 때문에 바람을 느낄 수 없었지만 속력만큼은 끝내 줬기 때문에 한동안은 심심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속된 속도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혹시 청룡열차를 연속으로 10번 이상 타본 적 있는가? 처음 탈 때는 스릴 있고 재미있지만 4번 이상을 넘어가면 하품이 나온다는 공식이 나오듯이 지금도 같은 공식이 성립되고 있었다. 

“몬스터 안나오나?? 하늘에 날면 공중형 몬스터를 많이 만날줄 알았는데.........”

꾸룩, 꾸룩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지루함에 질려 있던 나는 오크 멱따는 소리가 이렇게 반가 울 수가 없었다. 날개 달린 오크라고 생각했지만 주위에는 날개 달린 오크들을 볼수 없었다. 

퓽~

주위를 다시 둘러보니 구름을 뚫고 인간과 새를 합쳐 놓은 듯 한 거대한 조각상 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각각 창을 들고 이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은 가고일이라는 몬스터로 대부분 성당 같은 곳이나 돌산 같은 곳에서 서식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높은 하늘 위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이 녀석들은 와이번 보다는 크기는 작았지만 워낙 쪽수가 많기 때문에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었다. 그리고 가고일은 마법이나 마법 검이 아니면 죽일 수 없었기에 쉽게 볼 수 없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나는 마법을 사용 할 수 있었기에 손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좋지만 나의 길을 방해하지 마!! 파이어 볼 (Fire Ball)”

쾅!!!

팅~ 팅팅~~

내 와이번의 앞길을 가로막는 가고일을 처치하기 위해 나는 과감하게 파이어 볼을 녀석들에게 날려 보냈다. 나의 눈먼 파이어 볼에 맞은 가고일 하나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몸이 터져 나갔다. 길을 가로막던 가고일이 터져 나가자 파편이 튀며 나의 앞을 막고 있던 실드에 맞았지만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탁, 다다다다탁!!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고일의 마법방어력이 상당히 높은지 터져 나갔던 몸뚱이가 빠른 속도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회복을 끝마친 가고일은 다시 무리에 합류해 나의 뒤를 쫓고 있었다. 

“강력한 마법을 써야 하나? 안되겠지? 하는 수 없이 따돌려야 갰다. 블레이즈(Blaze)”

워낙 많은 수의 가고일 들이라 한꺼번에 처리 할 수 있는 마법이 있지만 그 마법을 사용 하면 그 피해가 내가 타고 있는 와이번에게 까지 끼칠 것을 염려해 따돌리기로 했다. 왜냐 하면 공중에서 큰 마법을 사용하면 와이번의 비행에 지장을 주기에 피해를 작게 주는 낮은 서클의 마법을 사용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녀석들을 따돌리기 위해 4서클 화염속성의 마법인 블레이즈를 와이번에게 걸었다.

화아아악

마법이 와이번에게 걸리자 어느새 하늘에는 화염의 길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마법은 시전 자가 건 대상이 지나가는 자리에 불길이 남는 마법이었다. 꼭 비행기가 에어쇼에서 이용하는 구름 같은 것을 하늘에 뿌려 글을 만들 듯이 이 마법 또한 그런 형태의 마법이었다. 

“자동조종에서 반자동 조종으로 바꾼다. 나의 명령을 따르라!!!”

키에에에~

나는 와이번의 자동조종에서 반 수동조종으로 체계를 바꾸었다. 물론 와이번이 잘 날아 주었지만 나의 명령을 더하면 잘 따돌릴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공비행이다!!”

피이융~~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와이번의 뒤에는 많은 수의 가고일 들과 화염의 길이 길게 나있었다. 화염의 영향으로 많은 수의 가고일 들이 사라져 있었지만 아직도 많은 수의 가고일 들이 뒤를 쫓고 있었다. 남은 가고일 들을 없애기 위해 레드 와이번은 저공비행을 감행했다. 

“에드 히즌 (Adhesion)”

나는 수직으로 낙하하는 와이번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접착 마법인 에드 히즌 마법을 이용해 와이번의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에드 히즌 마법을 사용 하자 조금씩 움직이던 몸이 이제는 완전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와이번의 등위에서는 거센 공기가 에어 실드에 부딪혀 왔다. 

“이제 수직 상승해”

키에에에

쾅!!!!

나의 명령을 들은 와이번은 지상에 닫기 직전 몸을 비틀어 수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미쳐 방향을 틀지 못한 가고일 들이 땅에 들이 박에 이제는 영원히 부활 할 수없는 상태가 되었다. 또한 가고일 뿐만 아니라 밑에서 레드 와이번의 화려한 비행을 지켜보고 있던 많은 유저들도 가고일에게 깔려 죽고 말았다.  

“토네이도다. 원을 그려. 클로킹 모드!!! 인비지빌리티(Invisibillty)!!!”

나는 가고일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클로킹 모드인 인비지빌리티를 사용했다. 녀석들의 앞에서 점점 희미해져가는 나의 모습을 보자 가고일들은 당황하며 따라 왔지만 이미 사라진 후였다.

“휴우~ 아까 저 유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가고일 을 떨어트린 게 어디야, 정말 질긴 녀석이었어. 와이번 수고했다. 리커버리 (Recovery)”

키키키키키

무사히 가고일을 떨어뜨리고 나자 저 멀리 나의 시야에 보이는 푸른 숲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나의 시야를 따라 푸른 숲 위에 다다르자 끝도 없이 펼쳐진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가고일을 따돌린다고 열심히 날개 짓을 하던 와이번에게 회복마법을 다시 한 번 더 걸어주고는 챰 마법에 걸려있던 와이번을 마법에서 해체 해주었다. 마법이 완전히 해체되자 고맙다는 표시 인 듯 와이번은 괴성을 한번 외치더니 그 자리에서 떠나 버렸다. 

“저곳이.....드워프의 숲? 차앗!”

와이번의 등에서 경치를 감상하고는 도착지점에 왔다고 생각되자 지체 없이 등에서 뛰어 내렸다. 잠시후 나는 중력의 법칙에 의해 점점 숲속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보호 장비도 없이 말이다. 

회복.....그리고 드워프 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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