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며 서 있었다. 똑같은 교실...그리고 뒤쪽의 똑같은 환경정리...무엇하나 바뀐 것은 없었지만 책상 2개가 더 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전학생인가라는 의문을 표했다. 결과 적으로 나의 자리는 맨 뒤에 있는 두 책상 앞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별 일이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짝지가 없는 텅 빈 책상에 앉았다. 평소처럼 잠은 안 왔지만 멍하니 책상에 엎드렸다.
째깍, 째깍...
팔을 오므리고 책상에 엎드려 있으니 시계 소리가 나에게 전해져 왔다. 한 번 두 번 반복하자 얼마나 시간이 지난 지도 모를 만큼 흘렀다. 그리고 반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숫자도 많아졌다. 여전히 나의 뒤쪽에는 빈 두 책상만 남겨 놓고...모든 학생이 등교 한 것이었다.
째깍..째깍..
“야..쟤 언제 왔냐? 4일이나 땡땡이치더니 이제야 왔네....근데 좀 분위기가 달라 진거 같지 않냐?”
“확실히...모습도 좀 바뀐 것 같고 왠지...흠.”
시계소리는 여전히 들려왔지만 중간에 떠드는 녀석들의 방해로 더 이상 시계소리에 집중 할 수 없었다. 평소라면 관심 밖인 나에게 관심을 가지며 떠드는 반 녀석들을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드르륵-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야~”
엎드려 있던 자세를 풀고 일어나려던 차에 뒤쪽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학생인지 전에 없었던 학생이었다. 한 명은 누구나 호감 가질 정도의 잘생긴 남자 애였고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남자들이라면 자연히 눈길을 줄 듯 한 예쁜 여학생이었다. 하지만 나의 관심은 녀석들의 생김새가 아니었다.
‘뭐야....저 연놈들은 저번의 그놈들...’
나는 녀석들의 얼굴을 보자 저번의 정체불명의 무리들과 싸우던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나의 몸을 만신창이로 만든 녀석들이었다. 나는 녀석들에게서 느껴지는 미증유의 힘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앗....정체불명의 결석생이 너인가? 말로만 들어 왔던 조제현!?”
덥석
남자 녀석이 아는 채를 하며 책상위에 있던 나의 손을 가로 채더니 다짜고짜 붙잡았다. 피할 수도 있었지만 평범함을 내비치기 위해 조용히 잡혀 주었다.
“넌....뭐냐?”
굳 건히 닫혀있던 나의 입이 조금씩 열렸다. 그리고 감정을 배제한 어떤 느낌도 들지 않는 표정과 목소리로 나의 손을 붙잡고 있는 녀석에게 말했다.
“아하하, 전학생이야 여기 옆에 있는 이 얘는 나랑 이란성 쌍둥이, 시간상으로는 내가 동생이지만 뭐,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 나의 이름은 ‘이수강’ 친하게 지내자...”
“나는 ‘이가연‘이라고 해, 친하게 지내자...자”
불쑥
이수강이라고 불린 녀석이 자신의 소개를 하고 이름을 밝혔다. 그리고 뒤이어 이가연이라고 불리는 여자아이도 나에게 소개를 다했고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야~ 좀 무안하다. 손 좀 잡아주면 안되니?”
-적에게 베풀 친절 따위는 없다.
무안해 진 듯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손을 거두어 들였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에게 베풀 친절 따위는 없었기에 조용히 매직마우스로 두 녀석에게 말했다.
“저 새끼 진짜 재수 없네, 왕따 주제에 먼저 말 걸어 주면 감지덕지지 미친거 아니야?”
“야, 듣겠다.”
나의 건방진 태도에 열이 뻗힌 몇몇의 반 아이들이 큰소리로 나에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이 앞의 여자에게 잘 보이려는 듯이 호기 있게 왜치는 모습이 꼭 주인에게 잘 보이려는 똥개 같은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나의 눈빛에 그 호기롭던 녀석들도 잠잠해졌다.
“어이, 조제현, 말을 그따구로 하면 쓰나...가서 음료수나 사와라.”
잠자코 책상에 앉아 있던 재석이 나서며 나에게 톡 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 표정도 바꾸지 않은 채 무시하고 있었다. 아마 이 녀석도 이가연이라고 불린 적에게 잘 보이려는 듯했다. 이미 나는 녀석들을 적이라고 판단하고는 일체 동요도 없이 녀석들을 노려 볼뿐이었다.
“이 새끼가....요즘 봐주니까 슬슬 기어오르네. 안 그러냐. 얘들아?”
“맞아...우리가 가만히 맞아 주니까 제 세상인줄 알고 잘난 척 한다니까”
“죽고 싶어 새꺄? 저번에 봐 준 것 가지고 간이 부웠냐?”
무시하며 조용히 자리에 앉으려던 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재석 패거리인 재석과 명우, 진수의 왜침에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시끄럽다.”
나는 녀석들의 표정과 몸짓에도 아무런 심정을 느끼지 못하고 간단한 말로 녀석들의 의견을 묵살시켰다. 하지만 나의 말이 촉매가 된 것인지 녀석들은 각자 무기 아닌 무기를 움켜쥐고는 나에게 다가 오고 있었다. 뒤에서는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수강과 가연의 모습이 보였다.
뿌드득.
목과 손을 푸는 듯이 조용히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소롭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또한 뒤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듯 한 두 연놈의 태도가 약간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그것은 속에서의 생각 일뿐 겉으로는 무표정한 얼굴을 고수했다.
“체인의 형들이 네놈보고 고맙다더라...조만간에 다시 보잖다...네놈 때문에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진 것을 생각하니 배앓이 뒤틀리는 듯 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오늘 네놈은 죽었다고 복창해라!!”
후웅-
밀대의 봉만 분리시킨 작대기로 나에게 달려오는 명우가 보였다. 수직으로 내려 꽂는 막대기를 옆으로 살짝 피했다. 하지만 옆에서 날아오는 빗자루와 쓰레기통을 보고는 오른손으로 그것들을 쳐냈다.
“하앗!”
그것이 끝이 아닌지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봉을 휘두르는 움직임이 보였다. 그리고 재석의 빗자루가 나의 안면으로 날아드는 것을 보고는 밑으로 살짝 몸을 숙였다. 하지만 부서진 쓰레기통의 파편을 발로 차는 진수의 움직임에 얼굴을 가리고는 옆으로 살짝 손을 내뻗었다.
퍽!
봉을 휘두른 것이 큰 움직임이었기에 허점이 그대로 들어나 있었다. 커버가 되어 있지 않은 복부를 왼손을 가볍게 말아 쥐며 회전을 더해 녀석의 명치를 가격했다.
“크으윽.....쿨럭.”
쿵!!
정확하게 틀어박힌 주먹을 살짝 비틀자 녀석의 고통에 찬 비명이 들려왔다. 약하게 마나까지 주입했기에 내상도 입었을 것이다. 조금만 쉬면 낳을 테지만 속은 계속 쓰라릴 것이기에 큰 움직임과 지금의 싸움에서는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나는 녀석의 배에서 손을 때자 차가운 바닥으로 쓰러졌다. 복부가 아픈 것인지 신음을 흘릴 뿐 기절까지는 가지 않았다.
휙!
“너희들...계속 할 테냐!?”
주춤 뒤로 물러 서있는 녀석들을 꼬나보며 살짝 말했다. 주위의 반 아이들은 이런 나의 움직임에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수강과 가연은 재미있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만나다...적인가 아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