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269)

슈슈슉!!

나의 몸 주위를 빙글빙글 돌던 매직 에로우가 한꺼번에 녀석에게로 날아갔다. 빠른 템포와 끊어서 들어가는 매직 에로우를 여간 막기 힘든 것인지 신음을 토하며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리스(Grease)”

치이익...주르륵

바닥의 마찰력으로 버티고 있던 녀석은 갑자기 마찰력이 사라져 버리자 빠른 속도로 뒤쪽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마찰력이 생겨 넘어지고 말았다.

쿵!!

“게임 오버(Game Over)? 이게 다냐? 일어 나 보라고.....이게 끝이냐? B급이라는 게....큰 거 없어?”

넘어진 녀석을 보자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나는 목소리를 내려 깔며 저번의 기억을 더듬어 녀석이 한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러자 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넘어진 자세를 바로 잡았다.

“크으으...젠장!”

비틀거리며 일어선 수강은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떤 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강해 졌는가? 라는 듯 한 물음을 물어 오는듯했다.

“이정도로 끝나면 섭섭하지...저번에 당한 뭐더라...아 스매쉬? 그 정도의 고통은 당해야지.”

뚜벅....뚜벅.

“파이어 핸드(Fire hand)....1서클 마법이지....마나도 별로 달지도 않구 말이야....그리고 네놈을 공격한 마법들 역시 1서클이다....별로 세지도 않는 마법이지....”

나는 손에 불을 붙였다. 타오르는 손....손에서 불이 타오르자 구석에 처박혀 있던 가연과 나를 쳐다보고 있던 수강의 눈동자가 커졌다.

“시작 해보자고...이제...홀드 퍼슨(Hold Person)”

나의 걸음은 멈추지 않고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녀석은 나의 행동에 조금씩 뒤로 물러났지만 홀드 퍼슨의 영향으로 꼼짝 달싹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보통 잘 걸리지 않는 마법이었지만 의외로 잘 걸렸다.

“이, 이게 무슨....무슨 짓이냐!...아..아아악!!”

치이이익!!

꼼짝도 못하며 무방비상태의 녀석에게 손을 뻗었다. 여전히 타오르고 있는 파이어 핸드는 녀석의 살갗에 닿자마자 타고 있었다. 산채로 구이는 고통을 맛보고 있는 녀석은 계속 해서 고통에 찬 비명만 질러 댈 뿐이었다. 언제 나의 뒤로 온 것인지 가연은 나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하지마! 하지마!!!”

“시끄럽다...다음은 네 차례니까 구석에 처박혀 있어!!...윈드(Wind)”

쿵!!

나의 팔을  잡고 늘어지며 발악을 하고 있었다. 한줌의 기운도 없는 것인지 초능력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 육체의 힘만으로 나에게 대항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발악에 가까운 행동에 귀찮음을 느끼고 바람을 이용해 멀리 날려 보냈다. 멀리 날아간 것을 확인하듯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크아아악!!! 으으으.....”

“다 탔으면 확인해봐야지....안 그래? 네놈에게 당한 고통은 이정도가 아니었다구....윈드 커터(Wind Cuttur)”

슈슉!

고통에 찬 녀석의 비명에 맞추어 나의 파이어 핸드가 녀석의 팔과 목 가슴주위로 태우고 있었다. 참기 어려운지 비명은 날로 갈수록 커지더니 이제는 줄어 들어버렸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봐줄 정도로 너그럽지 못했던지 나는 바람의 칼 날로 녀석을 태운 화상의 부위를 살짝 갈라놓았다.

슈각!!

“크허헉!! 컥! 컥!”

화상부위가 벌겋게 터져 나가며 갈라졌다. 그러자 녀석은 고통의 한계에 다다른 듯이 짧은 비명만 질러 대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천천히 낮은 서클로 고통을 주고 또 주고 있었다.

“그만! 그만해!!”

몇 번을 반복했을까 녀석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너덜너덜해진 옷 사이로 비치는 화상자국과 칼에 베인듯이 벌어진 살들 사이에서 벌건 선홍빛의 피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무한 반복을 하던 나를 제지하기위해 다시 가연이 달려들었지만 나를 제지 할 수 없었다.

“왜....네 녀석들이 한 행동은 잘한....것이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공격 해놓고....실수? 죽여 놓고 미안하다고 할 건가?....아...나도 이건 실수다....됐나?....실수로 죽여주지....파이어 볼(Fire Ball)”

화르르륵ㅡ

나의 앞을 가로막는 가연을 보며 나는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가연은 눈물을 흘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뒤에서는 살았다는 표시로 움찔 거리며 꿈틀 거리고 있었다. 나는 살기를 내비치며 파이어 볼을 구현 시켰다. 몸에서 불의 기운이 살짝 피어오르자 손에서는 타오르는 구체가 떠올랐다. 다른 파이어 볼과는 다르게 검은 색의 기류도 약간 섞여 있는 특이한 파이어 볼이었다.

“하하하하!!!! 이거 재미있군....저번이랑 바뀌었어...상황이 말이야!! 어때.......Game Over....start all over again? (게임 종료....다시시작 하기겠습니까?) Yes or No."

“어때....재미있지 않나?....아주 통쾌 하군.....네년은 어떻게 할까...”

나는 타오르는 불꽃을 쳐다보며 황홀하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녀석들을 쳐다봤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오며 실성 한 듯이 쪼개며 녀석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흔히 게임에서 죽으면 나오는 말이 나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부르르

“너는 누구야!! 우리가 알던 제현이가 아니야....흑”

나의 차가운 말에 가연은 몸을 부르르 떨며 나에게 소리쳤다. 나는 그녀의 말에 머리가 멍해지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갑자기 일어나는 궁금증....녀석들이 알고 있던 나는 뭘까? 아니 누굴까 라는....

“사람은 변하기 마련....나는 변한 것뿐이다...어리석은 것.....쯧...나는 나다.”

나는 가연의 말을 곱씹으며 조용히 답변을 해주었다. 갑작스런 나의 부드러운(?)말에 놀란 듯이 나를 쳐다보는 가연의 모습이 들어왔다.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눈은 퉁퉁 부어 있는 모습이었다. 

"으으으.."

언뜻 가연의 모습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녀석의 모습은 다 죽어가는 듯 한 모습이었다. 아마 지금 병원에 가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나다...적인가 아군인가.

“넌....제현이가 아니야....”

화르륵!!

“편안하게 죽어라!”

나는 손에서 떠도는 검붉은 색의 파이어 볼을 던졌다. 슬로우 모션처럼 붉은 꼬리를 남기며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들과의 거리는 채 1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약속했잖아....우린....친구라고...”

뚝...

활활 타오르며 날아가는 파이어 볼의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미약한 소리가 나의 귀 속으로 전해져 들어왔다. 그리고 순간 세상은 정지 된 듯이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갔고 나의 의식 속에서는 이상한 생각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기억을 봉인해야 합니다.....부작용으로 그전의 기억까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안 돼요....우리를 잊으면...다른 방법은...

절레...

어둠속에서 보아온 영상의 뒷부분인지 갑작스럽게 생각이 나버렸다. 여자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나며 김성수라는 남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성수라는 남자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 뿐이었다.

-잊어도 우리는 너의 영원한 친구야....

기억을 봉인시키기 전 나의 몸을 붙들고는 여자 아이가 나에게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기억을 봉인하기 위해 머리에 손을 얻은 김성수는 자신의 기운을 있는 힘껏 끌어 올리더니 나의 머릿속에 주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필름을 거기서 끈긴 듯했다.

친구야...친구야...친구야...친구...야

지금 와서 그 여자아이의 말이 나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 여자아이....나의 앞에 있는 녀석들이었다. 파이어 볼이 닿기 1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였다. 이대로라면 죽음  뿐이었다.

-너의 선택은?

갑작스런 기억의 파동이 나의 의식을 일깨웠다. 그리고 나는 지체도 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파이어 볼이 가연에 닿기 직전 나는 온몸으로 파이어 볼을 막았다. 갑작스런 나의 돌발행동에 가연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갑작스럽게 마나를 끌어 모았기에 나의 몸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 왔다.

주르르...뚝

“왜!?”

나의 입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자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가연은 나의 행동에 의문을 품고 물어왔다. 하지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마나가 몸에서 마구 들끓자 주체 할 수없이 마나가 전신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몸속의 기운은 자신의 주인을 지키려는 듯한 움직임 일뿐 몸에 이상은 주지 않았다. 기운이 상처가 난 곳으로 퍼지더니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다. 입에서 조금씩 배어나오던 피도 서서히 멈추어버렸다.

“컥!..카악!..퉷!”

몸속의 마나들이 순식간에 퍼졌다 다시 제자리로 찾아 들어갔다. 그 갑작스런 충격으로 입에서는 가래 같은 피를 한번 뱉고는 자세를 바로 잡았다. 하지만 아직도 파이어 볼의 충격이 남아 있는 것인지 몸은 달구어져 있었다.

“왜냐고!? 1년 전에 구해준 보답이다. 이제 빚은 없다....아는 척 하지 마라......이건 서비스라고 생각해라!....나의 마나여, 죽어가고 있는 자에게 희망을, 살아있는 자에게 평온을, 다친 자의 몸을 모두 회복 시켜 주소서, 리커버리(Ricovery)”

휙....뚜벅...뚜벅.

나는 가연의 의문을 대충 1년 전의 구해준 보답으로 마무리 지었다. 갑작스런 기억으로 굳어졌던 나의 마음은 조금 가벼워 진 것 같았다. 분노가....분노가 말이다. 기억의 끝자락에서 나는 가슴이 찌릿하고 아픈 것이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의 행동에 후회는 하지 않았다.

“고마워....우리는 아직 친구지?”

냉정하게 몸을 돌려 옥상을 막 벗어나려던 나의 발걸음을 잡는 소리가 들렸다. 가연의 말에 나는 마음 한구석이 찡해지는 듯 한 착각이 들었지만 멈추어져 있던 나의 걸음을 약간 지체했을 뿐 나를 완전히 잡지는 못했다.

“착각 하지마. 너희 들을 치료 해 준 것은.....예전에 놀아준 보답이었다. 나는 늘 혼자였으니까....”

나는 옥상의 문을 닫고는 그대로 학교를 벗어나 버렸다. 붉은 하늘이 나의 마음 한구석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듯 여러 가지의 생각이 나의 머릿속에서 뒤엉키며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사실 가연의 마지막 말에 잠잠하던 마음의 호수가 작은 파문을 일으켰지만 아니라고 나는 부정했다. 그냥....그냥 작은 침입자일 뿐이라고....

“너희들은....나에게 적이냐.....아군이냐.....아니...나에게 있어서....적이냐....아군이냐....적이면 죽일 것이고....아군이라면.....”

나는 머리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이해 불가능의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며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옮기고 있었다.

        *                      *                       *

“알 수 없군....왜 살려 줬을까....갑작스런 변덕? 아니면 동정?.....모르겠다.”

집으로 천천히 걸어온 탓에 어느새 붉게 물들었던 석양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집은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고 나는 그 어두운 곳 한군데 주저앉아 아까전의 일을 생각 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행동에 의문에 의문이 물고 늘어 졌지만 의문 일뿐 답은 나오지 않았다.

“모르겠군....셀리온 월드나 해 볼까? 드래곤....”

한참을 고심하던 나는 머리를 한번 박박 긁고는 옆에 있는 캡슐을 한번 처다 봤다. 그리고 천천히 나는 몸을 일으켜 캡슐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기어 들어갔다. 잠시후 조용하던 기계는 요란한 소리를 내뱉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투대회 참가 신청

“셀리온 월드 접속....”

[3.2버전 업데이트가 있습니다.]

“업데이트...시작.”

나는 캡슐 속으로 들어가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는 셀리온 월드로 접속했다. 하지만 한가지 스크린이 뜨더니 업데이트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것을 시작 시키고 나는 업데이트 내용을 쳐다봤다.

[3.2버전 업데이트]

몰락하기 시작하는 용족...그들의 멸족으로 중간계를 크나큰 혼란을 격시 시작하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마족들 그리고 호시탐탐 중간계를 노리는 악의 무리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용사뿐....이제 중간계의 평화를 수호 할 수 있는 존재는 얼마 남지 않았다. 7월 10일 12시 전까지 각 도시의 중앙에 있는 이벤트 NPC에서 신청하세요....당신은 용사입니다. 중간계의 평화를 위해....

-공지사항-

-7월 11일 본격적인 용사 결정전 무투 대회가 있습니다.

-무투 대회 우승자는 최후의 드래곤인 골드 실버 블루의 중간계 수호 퀘스트가 주어집니다.

-버그, 핵 사용자의 체벌이 강화됩니다.

-아이템이 복사되던 현상을 수정했습니다.

나는 천천히 업데이트 내용과 공지사항을 읽었다. 화려한 배경에 중세시대에 날쳐 쓰기 식 글자였기에 읽기가 불편했지만 분위기가 살아나서 좋았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운영자 놈들이 드래곤을 선수 쳤는지 안타깝게도 무투 대회를 해야만 만날 수 있게 정해 버렸기에 나는 하는 수 없이 참여 할 수밖에 없었다.

[3.2버전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셀리온 월드 접속 Yes/No]

"Yes..."

[셀리온 월드에서 좋은 꿈을 꾸시기 바랍니다.]

사아아...

조용한 목소리가 나의 귀에 흘러 들어왔다. 업데이트가 완료 되었다는 소리와 함께 접속여부를 물어오는 소리였다. 나는 지채 하지 않고 접속을 선택했다. 그렇게 1초 동안 기다리자 화면이 어두워지며 나는 꿈속으로 빠져 들었다. 셀리온 월드라는...

짹...짹

푸른 숲속...나무 그늘 아래 눈을 감고 깨어나지 않을 것 같던 남자가 깨어났다. 전신에는 검은색으로 도배 한 듯이 칙칙한 검은색의 로브를 착용하고 있었다. 남자의 등을 받혀주고 있는 거대한 고목은 바람에 살랑 거리며 시원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음...오랜 만이라 그런지 색다른 느낌...”

사아아

남자는 제현이었다. 등에서 느껴지는 차갑고 싱그러운 풀냄새에 절로 얼굴이 펴지는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나의 눈이 떠짐과 동시에 거대한 나무의 푸른 이파리 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반갑다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곳은 드워프의 숲이었다. 모든 것이 복구가 된 것인지 약간 패어있던 구덩이들은 모두 복구가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서쪽으로 2~3시간...도둑의 도시...”

나는 아이템 창에 있는 지도 한 장을 꺼내 들고는 나의 현재위치가 표시된 곳부터 가장 가까운 도시의 위치를 고르고 있었다. 그 중 가장 가까운 도시가 도둑의 도시 로엔이라는 것을 알고는 지체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후읍~”

나는 숲의 공기를 한번이라도 더 마시기 위해 숨을 크게 들여 마셨다. 오랜 시간 걸었기에 이마에는 약간의 땀이 배어 나왔다. 숲의 끝자락이라 그런지 황량한 모래의 벌판만이 눈에 비쳤다.

“여기부터는 몬스터가 나오겠지?”

드워프의 숲에는 웬일인지 몬스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나오는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몬스터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따분한 감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기에 기분은 좋았다.

"기분 나쁘군."

걷기만 1시간....웬일인지 어떠한 몬스터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것인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허허벌판...어떠한 생명체도 살지 않았다. 가끔 장식인지 모를 사람의 뼈와 구더기들만이 보일뿐이었다. 나는 미간을 좁히며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귀찮아...능력부여...”

한참을 산책하듯이 걷다 보니 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한 마리의 생명체가 보이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점점 몸이 무거워 지고 강렬한 모래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찌는 듯한 느낌이 드니 짜증이 났던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정령마법을 쓸 기회를 잃었기에 이제까지 참고 있던 능력부여를 했다.

후ㅡ흡...

능력부여의 영향인지 주위의 공기가 차가워지며 모래를 중력을 잃은 듯이 하늘로 비산했다. 회오리가 치듯이 빠르게 돌던 차가운 기운이 나의 숨결에 맞추어 빨려 들어갔다. 현실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차가운 기운이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차오르더니 마지막에는 미간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기분이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꼭 해보지 않은 마약이라는 약물을 복용한 듯이 한번 헤픈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이제는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휘이잉

모든 변화가 끝났는지 하늘에서 비산하던 모래들과 그 기류에 놀라 펄럭이던 검은색의 로브는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 한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나의 머리를 가리고 있던 로브의 모자가 한번 펄럭였다.

“4일간의 공백이 크구나....도시로 가면 알겠지!...가자...도둑의 도시 로엔으로...”

나는 가벼워진 걸음을 옮기며 혼자 중얼거렸다. 친구가 없던 시절 얻어 버린 이상한 행동에 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었다. 습관적으로 독백을 한 나는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무투대회 참가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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