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화 (38/269)

“이상한 짓시키면 이제 등록이고 뭐고 없다. 또한....중국 역시 지도에서 사라질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웃기네...이 녀석...좋아...”

나는 표정을 고치며 프로얀에게 말했다. 단순한 협박조였지만 꼭 그렇게 할 것임을 밝혀 두고 있었다. 그녀 역시 나에게 무리한 부탁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인지 순순히 긍정을 표했다.

“자....하고 싶은 일이 뭐야!”

“우선....그 머리에 쓰고 있는 후드나 벗어봐 보는 사람 진짜 답답하게...”

나는 약간의 굳은 얼굴로 그녀에게 빨리 하라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말 따위로 허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나의 머리 쪽을 가리키며 말하고 있었다. 

펄럭ㅡ

“이제 됐냐?”

나는 푹 눌러 쓰고 있던 로브의 후드 부분을 뒤로 힘껏 젖혔다. 그러자 나의 현실에서의 모습을 투영하듯이 변화된 나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밝은 얼굴이면서 약간 창백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눈 또한 명랑과는 거리가 먼 어두침침한 느낌을 주는 눈동자였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었다. 약간 입가가 씰룩 거리는 것이 불만이 많은 듯 한 표정이었다.

쭈욱ㅡ

“얼굴 좀 펴라고...어찌 표정이 없냐?”

“그 손 놔....죽고 싶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나의 무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빠른 보법으로 나에게 다가 오며 손을 뻗어 나의 볼을 쭈욱 잡아 당겼다. 나는 공격 의사인지 않고 마나를 끌어 모으며 몸 전체에 둘렀지만 공격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마나를 거두어 들였다. 하지만 기분 나쁜 행동에 무심한 어조로 경고를 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나....사실....네가 동생처럼 보여서.....헤헷...무린가? 역시?”

“.......”

나는 갑자기 분위기를 잡으며 말하는 프로얀을 보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중국 때년에 불과한 그녀였기에 나는 그냥 그런 가보다는 생각이 들뿐이었다.

“우리 동생도 너랑 같은 녀석이었지...나를 무척 싫어했거든....그런데 죽어버렸어!!”

꼬악!!

‘이년이 미쳤나....돈 것도 아니고 왜 갑자기 이러는데...’

프로얀은 갑자기 과거를 생각 하듯이 멍한 눈동자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언성도 커졌고 손을 불끈 쥐는 모습도 나의 눈에 비쳤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이상하다는 생각만 할뿐이었다.

“우연한 사고였어....단순히 부딪힌 것뿐인데....그 놈이 죽여 버렸어....손에서 앞으로 뻗더니 모든 것이 터져 나가더군....”

“....!!”

눈가에 눈물까지 비치며 말하는 그녀의 말에 갑자기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가 말했던 이상한 능력에 정신이 차려지는 것이었다. 머릿속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한가지의 파편처럼 과거 사고가 났던 기억이 났던 것이었다.

                  *                   *                   *

“쳇...더러운 아시아 놈들....피를 묻히고 지랄이야!!!”

스르륵

서양 남자가 옷에 묻어 흘러내리는 피를 손수건으로 닦아 내더니 더럽다는 듯이 손수건을 멀리 던져 버렸다. 주위에는 한 대의 승용차와 커다란 트럭 하나가 접촉 사고를 낸듯이 붙어 있었고 남자의 주위에는 여러 명의 검은 복장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복면을 한 사람들은 도검 종류의 무기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 왜에도 한명의 남자가 하나 더 서있었는데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일본으로 가시죠....아시아 쪽에 있다는 정보가 있었지만 한국에는 정말로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가 마지막 방문지였으니....저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죽여버려...”

“알겠습니다.”

복면인 중 하나가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자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잠시후 알 수 없는 얼굴의 사내가 무심한 어조로 사살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에 복면인은 조용히 자신의 직무를 다할 뿐이었다.

“아이 만은....부탁이야...아이만을 살려줘....”

“미안하게 됬어....다 그놈의 보옥 때문이지...보옥을 탓해라고....핫!!”

쉬익ㅡ슈각!!!

아빠의 간절한 부탁에도 복면의 사내는 조용히 자신의 직무를 다하고 있었다. 한번 검을 쳐다보던 복면인은 빠른 속도의 휘두름으로 나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잠시후 가슴에서 폭포수 같은 피가 줄줄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에 따라 소년의 숨 또한 가빠지고 있었다.

“어이 동양인!! 그렇게 일처리 하면 어떻해? 죽일려면 확실히 해야지!! 이렇게...스윽”

쾅ㅡ콰콰쾅!!!

아까의 서양인 녀석이 손을 앞으로 뻗으며 죽은 복면인들의 무기들을 터뜨렸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폭발이 일어 나고 있었다. 순식간에 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 복면인의 시체들의 모습에 흡족하다는 듯이 서양인은 복면인을 한번 쳐다보고는 숨을 헐떡이는 소년에게 손을 뻗으려 했다.

탁!

“시간이 없습니다. 다음 행선지로 가시죠..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죽을 겁니다. 이정도면 사고 처리도 됩니다.”

“이 더러운 손 못 치워? 동양인 주제에 어딜 만져!!! 칫 더러워서 원...”

복면의 사내가 서양인의 행동을 제지하며 대기하고 있던 차로 행보를 인도했다. 그러자 서양인은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으로 복면인의 손을 쳐내며 자신의 발로 차로 돌아가 버렸다.

사라라랑ㅡ!!

두 남녀의 손이 소년에게로 뻗어지며 손을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기운들이 소년에게로 흘러 들어가며 몸을 빠른 속도로 회복시키고 있었다.

                  *                     *                    *

“야!! 멍하니 뭐하는 거야!!! 얼굴도 험악해진 것 같고....?”

흔들흔들

정신이 갑자기 돌아오며 눈앞에 다가온 프로얀이 나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 흔들어 대는 모습이 보였다. 그냥 앞이라면 문제가 없을 테지만 나의 바로 코앞 입술이 닿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나는 재빨리 떨어지며 거리를 유지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왕따의 고통

“뭐냐?”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프로얀의 들이대기 성 흔들기에 잠깐 당황하며 뒤쪽으로 살짝 물러나서 물었다.

“갑자기 멍하니 있어서 그랬지...흐응...야한생각?”

“이년이 돌았나...?”

살짝 물러난 나는 프로얀과의 거리를 일정거리로 유지했다. 하지만 프로얀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점점 다가오며 나에게 얼굴을 들이 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프로얀을 살짝 밀쳐 내며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대화를 이었다.

“그래...하고 싶은 이야기나 빨리 하고 등록이나 시켜!”

나는 계속 밀고 들어오는 프로얀과의 일정 선을 유지하며 계속 이야기를 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들이밀기 식 이야기가 전개 되자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언성을 높여 이야기를 했다.

“훗...내 동생도 이런 거 싫어했는데...정말 똑같네...생김새만 다르지...다 똑 같아...좋아...너는 이제부터 내 동생해라...”

“장난 할 기분 아니다. 빨리 등록이나 시켜!! 멍청한 계집아!!”

프로얀의 말장난 같은 말에 화가 났지만 나의 목표를 생각해 억지로 화를 가라 앉혔다. 죽여 버리고 싶은 기분은 굴뚝같았지만 지금까지의 수모를 생각해보면 참아야 했다. 나의 반응에 놀란 얼굴을 하는 프로얀을 보자 약간 통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마지막으로 딱....한 번만....”

“뭐라고 하는 거야...안 들리잖아”

약간 위축된 표정으로 프로얀이 말했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기에 약간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채 3분도 남지 않는 시간이었다.

“뭐....이런거....”

스팟!!

“뭐, 뭐야! 떨어지지 못해?”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프로얀을 계속 노려봤다. 하지만 계속 답답하게 작은 소리로 말하자 조금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말을 들었다. 단편적인 단어였기에 이해 불능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몸이 흐릿해지며 나의 몸을 조여 왔다. 갑작스런 육탄공격에 약간 당황스러웠다.

“호호...바로 등록 시켜 줄게...”

짧은 육탄공격에 나는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헤픈 여자로 보였지만 여자가 나를 안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었다. 이때까지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나를 끌어안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이었다. 비록 게임이었지만 약간의 감촉과 여자의 냄새에 나의 정신은 약간 아찔해지는 듯 한 기분이 들었지만 순식간이었기에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름...스텔스...직업은?”

“정령마법사”

샤샤샥

“자...여기 이것은 참가자라는 표시야...”

프로얀이 종이 같은 것은 꺼내들며 나의 아이디를 종이에 기재했다. 그리고 나의 직업을 물어왔고 나는 곧장 대답했다. 그리고 허공에 종이를 던지더니 그 종이는 순간 빛을 토해내며 사라져 버렸다. 다만 이상한 동전 같은 것이 그녀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그 동전의 모양은 지팡이와 검의 표시로 되어 있는 평범한 동전이었다. 그 동전이 참가자라는 것을 확인 한다는 듯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건 냈다.

“동생...수고 했어~다음에 또 봐...정보 고마웠어!”

나는 그 동전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고는 아이템 창속에 고이 모셔 놓았다. 잠시 남은 시간을 이용해 동전을 이리 저리 살펴봤지만 특별한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문득 프로얀이라는 여자가 나의 머리를 한번 만지작거리더니 하얀 빛을 내며 사라져 버렸다. 물론 그녀의 수하들은 예전에 사라져 있었지만.....

[띠링. 강제 접속 종료까지 1분 남았습니다. 안전을 위해 로그아웃 해 주십시오.]

“하ㅡ 능력회수....”

남은 시간을 계속 알려주는 것인지 계속 나의 귀를 파고드는 음성이 전해 졌다.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피로를 느낀 나는 가지고 있던 능력들을 회수하고는 조용히 로그아웃을 선택했다. 잠시후 주위가 어두워지며 조용해졌다.

[현실에서도 그대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치이이잉ㅡ

마지막으로 게임이 완전히 종료 됐다는 것을 확인하듯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캡슐에서 나올 수 있었다. 나의 몸 상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어제의 전투로 인해 입고 있던 교복이 많이 타 있었다는 것을 빼고는 별다른 이상은 없었지만 화상을 입었던 부위가 약간 간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시각이...6시 30분....엄청 했군...피곤한 것도 느끼지 못하겠고...후읍~”

캡슐 밖으로 나온 나는 집안에 있는 문을 활짝 열어 새벽의 공기를 마셨다. 아직 여름이라 그런지 그다지 춥지 않은 새벽공기였지만 약간의 냉기가 느껴지는 공기였다. 차가운 공기를 들여 마시니 머리가 약간 띵해졌다.

“호흡법이라는 것을 해봐야겠다. 약간 머리가 띵 한 것 같으니까...효과가 있으려나?”

약간의 두통에 나는 호흡법이라는 것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게임에서 마나를 회복할 때 가끔 하는 호흡법이었기에 이곳에서도 잘 될지 모르겠지만 해보기로 했다.

“후ㅡ흡ㅡ”

나는 평상시의 들숨과 날숨으로 공기를 빨아 들였다 내뱉었다하면서 반복했다. 보통 호흡법을 하면 무조건 길게 들이셨다. 

숨을 멈추었다 빠르게 뱉지만 그건 잘못된 것이었다. 평상시의 숨쉬기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해야 잘된 호흡법이었다. 그것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숨이 길어지고 명상의 시간도 길어지는 것이었다. 

무턱대고 숨을 길게 들이켰다 뱉으면 폐가 상할 수도 있었고 자잘한 병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숨쉬기도 요령이 있듯이 계속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는 것이었다.

“후ㅡ”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나의 머릿속은 잡생각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평소에 하지 않는 것을 하자니 몸에 좀이 쑤시며 온갖 상상이 머릿속으로 가득 차는 것이었다. 오랜 수련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잡생각이 나도 금방 없앨 수 있었지만 별로 많이 하지 않았던 나는 많은 시간을 들여서야 잡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후우~”

계속된 호흡법으로 나의 마음은 차분히 갈아 앉았고 머리 또한 맑아지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몸속에 있던 마나가 느껴지는 듯했다.

‘심장에 서 느껴지는 거대한 힘....’

몸을 관찰하듯이 느껴지는 기운이 몸속을 헤집고 다녔다. 어떨 때는 다리...어떨 때는 팔....어떨 때는 심장 까지...모든 곳이 보이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심장에서 느껴지는 차갑고 어두운 기운들이 나의 심장을 보호 하듯이 주위에 원을 만들며 돌고 있었다. 총 아홉 개의 원들이 뱅글뱅글 돌며 심장 박동 수에 맞추어 움직이고 있었다.

‘느껴진다....’

나의 감각에 맞추어 심장의 고리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의 원이 움직이자 뒤따라 톱니에 맞추어 조금씩 뒤쪽에 나열 되어 있던 톱니바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톱니바퀴를 돌리던 원동력인 검고 차가운 기류들이 피를 타고 이리 저리 흐르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힘....그것이 머릿속까지 돌자 나의 몸은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번쩍...

고이 감겨져 있던 나의 눈이 떠지자 차가운 냉기를 발산 시키듯 주위의 공기가 차갑게 식어 가고 있었다.

짹..짹

집 밖에서 나는 참새의 소리가 완전한 아침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밝아진 아침햇살을 받으며 나는 너덜해진 교복을 벗어 던지고 욕실로 걸어가 학교 갈 준비를 했다. 띵했던 머릿속이 환해지며 피곤함을 덜어 가고 있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왕따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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