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화 (39/269)

솨아아아

“후~”

샤워기에서 뜨거운 물기 쏟아지자 몸에 묻어 있던 거품들이 일제히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모든 더러움이 사라지듯이 새하얀 거품들이 몸에서 차례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에 주위에는 수증기가 나의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초능력자...무림인....”

샤워를 마친 나는 타지 않은 교복 셔츠를 입고 있었다. 다행히 바지는 타지 않았기에 그대로 입을 수 있었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단어들에 적개심을 불태웠다. 폭발시키는 능력자...칼을 든 무인들...그들이 나의 적이었다. 특히 서양계의 폭발 계 능력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얼굴을 흐릿하게나마 알 수 있었고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칫....그딴 녀석들...트럭으로 와도 이젠 지지 않아!”

언뜻 파묻혀 있던 기억 속에서 능력자와의 전투에서 진 기억이 떠올랐다. 불쾌한 기억에 투덜거리며 중얼거림으로 모든 기억을 떨쳐버리기 위해 언성을 높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학교나 가야지....샤워를 너무 오래 했나...시간이 상당히 지났네..”

식빵으로 간단히 배를 채운 후 집을 나섰다. 상당히 오랫동안 샤워를 한 것인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이대로 가면 지각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속력을 빠른 걸음으로 학교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철수야...어제 그 만화 봤어?”   %3C 이름 짓기 귀찮아서...))

“응, 진짜 재미 있어더라!!”

거리는 직장을 가기 위해 나온 사람들과 초등학교 학생들의 잡담을 떠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고등학생이 보였는데 뛰어 가는 모습이 지각이라는 소리였다. 나는 어차피 지각 할 거 느긋한 걸음으로 가기로 했다. 

맴...맴..

“추은지ㅡ 잠깐 일루와!!”

까딱...

나는 가방도 매지 않고 학교를 등교하는 상당히 착한(?)학생이었다.(저 역시 가방 매고 다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허전한 어깨를 약간 주무르며 천천히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매미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여학생이 다른 여학생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끌려가다시피 가는 여학생의 모습은 아주 작은 키에 안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반면에 부르는 학생은 그런 대로 활발하게 생긴 여자였다. 한마디로 어디서 좀 놀아본 년이구나. 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뭔 일이 있나?”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이 끌려가는 키 작은 여자아이를 보자 예전의 나를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투명마법인 인비지빌리티(Invisibillty)를 이용해 학생들의 뒤를 쫓았다.

“요즘 왕따 당하지 않고 학교 다니는 게 누구 덕분인지 알고 있지?”

음흐흐흐ㅡ

짧은 교복 치마를 걸친 여학생이 말했다. 약간 오만한 눈을 크게 뜨며 추은지라는 여학생을 벽으로 몰아 붙였다. 그리고 그 옆을 막듯이 두 명의 여학생들이 좌우를 둘러싸며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두 명의 여학생들 또한 치마를 줄인 것인지 짧은 치마를 착용하고 있었다. 양 사이드를 제압당하자 안경잡이 여학생은 불안에 떨며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응...”

“그래 돈은 가져 왔니?”

“응..”

불량여학생의 말에 고분히 대답하며 돈 봉투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 봉투를 보자 탐욕스런 표정으로 빠르게 빼앗아 들었다.

“이걸로 이제 돈 안내도 되는 거지?”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받은 건 친구로 지내 주는 것이었지!!”

“그런 게 어디 있어!”

“불만 있어? 다시 그런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가보지?”

돈을 건 낸 여학생은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불량학생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것은 착각이었는지 불량학생들은 웃는 표정을 고치며 협박조로 이야기를 유도 하고 있었다.

“호호호ㅡ! 이년이 맞고 싶어서 그냥 너는 우리말만 들으면 돼!!”

세 명의 여학생들이 한명의 여학생의 뺨과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싸늘한 어조로 이야기를 했다. 그 모습에 겁을 먹은 추은지는 오들오들 떨며 고개만을 약간씩 끄덕이고 있었다.

“내일도 이곳...이 시간에 보자 늦으면 알지?”

“알지?!”

“쓸모없는 년!!”

치마 짧은 패밀리 들은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고는 학교로 걸어가고 있었다. 땅바닥에 버려진 하얀 봉투가 애처롭게 추은지라는 여학생의 발치로 굴러들어 가고 있었다. 봉투 안은 이미 비어 있는 듯이 매우 가볍게 느껴졌다.

“흑ㅡ흑흑!! 대채 왜!!...더 이상은 싫어...어째서 이런 짓을....”

모두 떠난 자리에 애처롭게 주저앉아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눈물을 질질 짜면서 자신에게 묻는 것이지 아까의 여학생들에게 묻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독백이 이어졌다.

두근....두근....

갑자기 소녀의 눈물에 반응 하듯이 나의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마치 예전의 나를 보고 있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빠르게 펌프질하던 심장은 여학생이 눈물을 멈추자 자연히 본래의 심장박동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에게 조금의 힘만 있더라면....아니 조금만 더 예뻤더라면!!”

여학생은 모든 슬픔을 다 토해 낸 것인지 갈라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작은 소리였지만 나의 귀속에는 하나하나 다 들려왔다.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듯했다. 나의 간절한 소망처럼....이런 것을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 하는 듯했다. 나는 그 여학생을 동정하고 있었다. 마치 도와주고 싶다는 감정이 무럭무럭 솟아오르고 있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왕따의 고통

여학생은 모든 분이 다 풀린 것인지 힘겹게 몸을 일으켜 학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뒷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 어떤 누구도 진심으로 걱정 해주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나 역시 그렇지만....학교와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기에 금방 학교로 들어 갈수 있었다.

드르륵ㅡ

추은지라는 여학생이 제일 끝에 있는 반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나의 반이기도 했기에 약간 놀랐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법을 해체하고 약간 시간을 두어 들어갔다.

“어이...조제현. 좋은 아침이다.”

“안녕!”

어제의 전투를 잊은 것인지 두 남매가 사이좋게 나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특히 고문 같은 것 까지 당했던 이수강은 더욱 활기찬 표정으로 나를 맞이 해주고 있었다.

힐끔.

나는 머리를 이리 저리 돌려 추은지가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그녀는 교실 문 쪽 제일 앞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반에 두 명의 왕따가 있을 수 있는 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제현아....우리 집에 놀러 가지 않을래? 부모님도 너를 보고 싶어 하고....”

시선을 추은지 쪽으로 두고 있던 나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정지 되어 있던 머리를 움직였다. 약간 갑작스런 제안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나는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싫다...”

“그래? 그럼 다음에라도....”

“생각은 해보지...”

나는 곧장 거절을 했다. 하지만 이가연은 포기를 할 줄 모르는 것인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다시 말했고 나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말을 하고 말았다.

털썩ㅡ

나는 자리에 앉으며 시선을 추은지 쪽으로 직시했다. 나와는 다르게 가만히 있는데도 괴롭히러 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냥 말없는 녀석으로 보일뿐 왕따로 보이지는 않았다.

“야ㅡ 조제현...조제현! 듣고 있어?”

뒤에서 귀찮게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무시해도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이지 나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고 있었다. 계속된 부름에 아이들의 시선도 집중되었고 나는 몸을 돌려 녀석을 노려봤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귀찮게 하지마라.”

“하하...그냥, 우리 기관에 들어오지 않을래?”

“어이없군...왜 내가 그딴 곳에 들어가야 하는 거냐...”

나는 화가 난 듯이 톡 쏘아 말했다. 하지만 녀석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다는 듯이 웃으며 나에게 제안하나를 해왔다. 이상한 말에 나는 단번에 거절을 했지만 포기 하지 않고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너희 부모님들도 속해 있었...”

“그래서....속해 있으면 뭐해! 나의 부모님을 죽게 내버려 뒀으면서!! 차라리 혼자서 하나의 기관에 수장이 되겠다. 일인 기관!”

수강이 나의 부모님이 속해 있다면서 들어오라는 말을 꺼내고 있었다. 나는 말 중간에 끊어서 언성을 높여 말했다.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놀란 주위의 아이들은 급속히 조용해지며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생각 해봐...지금 들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까...알았지?”

“.....”

나의 모습에 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음을 기약하는 수강이었다.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내다 봤다.

                  *                  *                *

딩동ㅡ딩동ㅡ!

수업을 흘려들으며 시간을 보내니 순식간에 점심시간으로 접어들어 갔다. 다수의 반 아이들은 자기 친구들과 어울려 점심을 먹고 있었다.

“같이 먹을래? 괜찮다면 이 도시락을....”

가만히 앉아 있던 나의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뒤쪽에서 나에게 같이 식사를 하자는 말을 건네다. 또한 어제 내가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것을 본 것인지 도시락 하나를 더 가지고 와 있었다. 고마운 씀씀이였지만 나는 조용히 자리에 일어나 매점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간단한 빵과 우유를 사들고 옥상으로 올라왔다.

“빵으로 되겠어? 같이 먹지...”

뒤쫓아 온 것인지 수강과 가연이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매일 먹는 장소인 물탱크 옆이었기에 그늘도 있었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는 장소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빵을 찢어 가며 입에 꾹꾹 눌러 넣고 있었다.

“헤헤...이렇게 먹으니까 맛있다...중학교 때도 이랬었잖아....그때는 제현이 너도 같이 말도 하고 그랬는데....”

나의 양옆에 앉은 녀석들을 보니 괸히 예전의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중학교 때 알고 지내던 녀석들이었고 부모님들도 친구였기에 자연히 친해질 수 없었지만 그때는 정말 즐거웠던 기억만 있었던 것 같았다. 그 기억이 떠오르니 괜히 얼굴의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응? 혹시 너희들 방금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았냐?”

“앗...말했다. 소리? 못 들었는데?”

벌떡...

“같이가ㅡ!”

나는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나의 귀에 들어왔다. 나는 혹시나 싶어서 옆에 앉아 있던 녀석들에게 물었지만 헛수고였다. 하지만 나의 귀에는 들려왔기에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따라 녀석들도 따라 왔지만....

“썅년아...고분고분 말 잘 들으면 이런 일도 없잖아...잘 놀아 주니까 아주 기어오른다? 아주..”

찰싹

아침의 여자 아이들이 추은지를 둘러싸며 때리는 모습이 보였다. 계속 맞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하라는 숙제를 안 해? 네년 때문에 우리가 맞았잖아!!”

“실실 웃으니까 우리가 만만하게 보이지?”

퍽!!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못하는 녀석을 데리고 때리는 것이 재미없는 것인지 차례대로 돌아가며 때리고 있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있지?”

“저게 왕따다....나도 그랬고....알았어? 나는 너희들과 사는 세계가 다른 것이다.”

가연은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일과 같은 것이었기에 착잡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불쌍하면 네 녀석들이 도와주지?”

“그건....함부로 능력을 사용 할 수는 없어....”

“함부로? 그것은 규칙인가? 지금 같은 때에 사용 하라고 있는 능력이 아니었나? 그렇기에 나는 그딴 기관에는 들어가지 않겠다.”

나는 두 녀석을 지긋이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기관의 규칙 같은 것을 들먹이며 도와주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그에 화가 난 나는 녀석들에게 조소 어린 말로 녀석들을 비난 했다.

“자 우리와 다시 친구 하고 싶지? 그러면 반 학급비를 훔쳐와 어때? 쉽지?”

“못해! 못하겠어...흑...”

리더로 보이는 여학생이 추은지에게 무리한 일을 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추은지는 눈물을 흘리며 못하겠다고 거부하고 있었다.

“어때...이래도 안도와 줄 거냐? 그럼 내가 도와주겠다.”

“잠깐만...”

나는 녀석들을 보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역시 이번에도 나를 붙잡으며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왕따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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