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화 (47/269)

치이이잉ㅡ

어두운 거실에서 캡슐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그 누구도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다. 다만 약간의 신음만이 공허한 거실만을 가득 메울 뿐이었다.

“크으윽ㅡ 어떻게 된....컥...뜨거워....”

캡슐 속에서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가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으로 몸에서 고통과 열기가 나오고 있었다. 게임을 오랫동안 한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한 나는 별 생각 없이 그 고통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렸지만 그 고통은 더 커져만 갔다.

“빨리 몸을 식힐 수 있는 곳으로....”

뜨거워진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급히 움직였다. 움직일 정도의 힘은 있었던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고통을 누군가에게 알려 해결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두 남매라고 해봐야 전화번호도 모르기 때문에 도움을 청 할 수도 없었다. 혼자 해결하는 수밖에...

솨아아ㅡ

화장실에 있는 한사람이 간신히 누을 수 있는 욕조 안에 물을 받으면서 나는 몸을 그곳에 맡겼다. 인간이 참을 정도의 열이 아닌지 차가운 물이 몸에 닿자마자 수증기를 내뿜으며 증발해버렸다. 

“도대체 외! 마법이 안 써지는 거야!! 이럴 때에....헉...헉...”

나는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열기를 이기지 못 할 정도로 정신이 흐트러져있었다. 마법으로 해결하려던 나는 그만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된 일인지 마나들이 제멋대로 날뛰며 몸의 구석구석을 뛰어 다니듯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현상은 게임 안에서도 느꼈던 것이었다.

“제발....누가 날 도와줘....”

욕조에는 물이 차오르다 증발해버리는 현상이 계속 되며 무한 반복 하고 있었다. 그 지루한 과정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화장실 내부에 새하얀 김을 내뿜으며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누가....허억....도와....줘”

수증기가 많아질수록 공기가 희박 해지는 듯 한 착각이 들었고 정신마저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귀에서는 앵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혼미한 정신의 한 끈을 간신히 붙잡고 있던 나의 뇌는 그 기능이 점점 굳어 가는 듯했다.

화악ㅡ

솨아아아ㅡ

물은 쏟아지고 수증기는 계속 생겨나고 열기는 그칠 줄 모르는 상황에 나는 정신을 잃어 버렸다. 마지막 정신의 끈을 붙잡았지만 검은 색의 빛이 화장실에서 뿜어지며 나의 의식을 집어 삼켰다. 수증기에 반사된 수십 가닥의 검은 빛이 화장실을 집어 삼켰고 집을 삼켰다. 그리고 나의 정신마저도......

                *                *              *

휘유우우웅!!! 쾅!!!!

수십 개의 운석들이 지상으로 낙하하며 부수고 있었다. 한 절벽위에 검은 색의 망토를 착용하고 바람에 몸을 마껴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의 얼굴은 분노, 슬픔, 즐거움의 감정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모든 감정을 아는 듯 한 눈동자였다.

쿠워어어어!!!

크하하하하!!

수많은 살육이 펼쳐짐에도 그 사내의 눈동자는 한 점의 동요가 없이 그 모습을 지켜 볼뿐이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인지 하늘만 공허히 쳐다보며 때를 기다리는 듯했다.

휘이이잉ㅡ

“이것이...진정 네가 원하던 일인가? 나와는 다른 이여....진정...이것이...”

싸늘한 바람이 벼랑 끝에 서있던 남자의 등을 세차게 두드리며 불어 닥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몸을 하늘에 맞기며 유유히 날아올랐고 전쟁이 한창 벌어지는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케케케!! 인간! 인간들을 죽여 그 피를 취하자!!!”

“저 마족 놈들....!!!!”

커다란 초원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수많은 마족들은 점점 광포해졌다. 그리고 하늘에서 그것을 막기 위해 내려온 천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을 소멸시킬 작정인지 닥치는 대로 베어 넘기고 있었다.

슈각ㅡ!!

수많은 천족과 마족들 그리고 인간들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목이 베이고 옆구리가 터지며 머리의 뇌수가 대지에 뿌려지고 있었다. 마계에서 건너온 수많은 마수들이 인간의 피를 취했고 천족의 날개를 우적우적 먹어 치우고 있었다. 마족에 비해 턱없이 약한 인간들은 엘프와 드워프 여러 가지 유사인종들과 연합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또한 천족의 힘까지 빌리고 있었다.

슈우우웅 

쾅!!!

수십 발의 운석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수많은 마족과 천족....유사인종연합들의 중앙에 떨어져 버렸다. 수많은 죽음에도 아직 더 많은 수의 마수들이 들끓고 있었다.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도 번식을 해대는 통에 줄어들 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유사인종들과 천족은 그것이 아닌지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인종연합과 천족이 힘을 합함에도 마족의 강함에는 어쩔 수 없는지 점점 천족의 수도 줄어들었고 강한 인간들과 유사인종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드래곤이다!!! 드래곤이 중간 계를 수호하기 위해서 나섰다!!”

절망에 구렁텅이에 빠지고 있던 인종연합과 천족들은 희망의 눈빛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가지 각색의 수많은 드래곤들의 본체가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었다. 수많은 드래곤들의 몸체에 지상은 거대한 그림자들이 모든 것을 가리고 있었다.

쿠워어어어!!!

“마족들이여!! 중간계를 더 이상 혼란스럽게 만들지 말라!! 돌아가라!!”

“헛소리다!! 이건 신께서 원하시는 일!! 이대로 물러 날수는 없다!! 비록 우리가 인간계에서 1/10의 힘을 사용한다고 하나 너희들에게 질 정도로 약하지는 않다!! 우리는 천족도 이겼고 모든 종족도 이겼다!!!”

수많은 드래곤 중 가장 덩치가 크고 색깔이 화려한 금빛의 몸을 가진 드래곤이 크게 울음을 터뜨린 후 모든 마족들이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식간에 무산되며 많은 마족들은 날개를 펼쳐 드래곤들에게로 날아가 드래곤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어리석은 선택이었다.....마족....아니...어둠의 지배자인 마왕이여!!!”

금빛의 드래곤은 나지막한 어조로 마왕이라는 자에게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리고 드래곤이 끼어든 와중에 다시 전쟁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드래곤들의 가세에 마물들의 수는 더 이상 불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마족들이 우세한지 수많은 드래곤들이 하나둘씩 마나의 품속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드래곤과 인간...천족...유사인종들이 연합을 이루었다. 공통의 적인 마족에게 대항하기 위해....

“나는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 것인가? 마족의 편인가? 아니면 드래곤들이 속해 있는 곳인가?”

기척이 전혀 감지되지 않던 검은 색 망토의 사내는 어디로 갈지를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마치 이 사내의 판단으로 인해 결판이 날 것인지....

뜨거운 열기 속 환상(幻想, illusion)

“나는.....나는 드래곤의 편에 서겠다!!!....현신!!!”

검은 색의 망토의 사내는 한참을 생각으로 지새우며 고민하고 있었다. 사내의 기다림으로 지상에서는 수많은 드래곤과 마족들이 죽어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천족도.,..유사인종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마침 선택을 한 것인지 사내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휘이이잉ㅡ

사내의 몸에서 뿜어져 빛이 완전히 사그라지자 가려져 있던 사내의 윤곽이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라고 부르기 민망 할 정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카리스마가 느껴지던 외모는 위엄이 있으되 귀염성이 있는 모습이었다. 머리칼도 길어졌고 입술도 약간 도톰해졌다. 하지만 사내는 개의치 않는 것인지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마신의 길이 아닌 용신의 길을 걷겠다!!!”

예쁜 꼬마 여자 아이 같이 변한 사내는 큰 목소리로 공기를 진동시키며 싸우고 있는 모든 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그러자 전쟁은 약간 소강상태를 맞으며 소란스러워 지고 있었다.

사아ㅡ!!

순간 꼬마의 모습을 하고 있던 사내는 몸이 커지며 완벽한 본체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것은 여자....여자라고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와 남자라면 갑빠 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할 자리에 볼록 튀어나온 가슴이 여자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나....비록 완전한 신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신....바로 용신의 길을 택한 자다!! 마족들이여....그대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이건 마지막 경고이자 충고이다. 이것은 한때나마 마도의 힘을 빌리고 있던 자의 마지막 배려다!!”

완강한 의지와 위압감에 수많은 마족들은 할 말을 일었다. 자신의 주장만을 펼치던 마왕마저도 굳게 입을 다물어 버렸던 것이었다. 그리고 생존해 있는 드래곤들은 희열에 몸을 떨며 하늘에 떠있는 자칭 용신이라는 자를 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허튼 수작 떨 지마라!! 용신은 있을 수 없어!! 오랜 봉인에 빠져 있어야 할 존재가 외 나와 있어야 한다는 말이냐!! 그리고 드래곤이 힘을 되찾은 것부터 이상하다!! 우리는 분명 드래곤들은 인간보다도 능력이 미천하게 되었다기에 나온 것 이었다!! 있을 수 없어!!”

여자의 말을 들은 수많은 마족들이 웅성거리며 동요를 하기 시작하자 마왕은 자신의 마기를 몸 밖으로 내뿜으며 자신이 낼 수 있는 육성을 크게 내뱉었다. 그의 긴 말이 끝나자 수많은 드래곤들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하늘위의 신은.....모든 유사인종을 버렸고.....드래곤을 버렸고....천족과 마족도 버렸다. 그리고 너희들의 신들도....버렸다! 모든 일은 이제 스스로 개척 해 나가야 할뿐....”

화르르르륵!!!

그 말이 끝이 나자 갑자기 모든 것이 불이 타며 사라져 버렸다. 아니 사라져 버렸다고 느꼈다. 사라진 것은 지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 자신이었다. 가슴속에 남아버린 신이 모든 것을 버렸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다시 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발밑에서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불길이 모든 것을 태워 버렸다.

             *                      *                      *

순간 타오른 나의 몸이 재생이 되며 뒷골목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누구도 눈치를 체지 못하는 것인지 자신들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옮겨 수많은 학생들이 유심히 지켜보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 새끼가 돌았나? 지금 나보고 맞짱을 뜨자고? 저번에 몇 대 맞더니 정신이 돌아갔나? 왕따면 왕따답게 기어야 할 것 아니야....너는 어찌 된 녀석인지 왕따답지 않게 매일 맞짱 타령이야? 싸움도 잘하면 모를까....이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나의 눈에 익숙한 정경이 들어왔다. 과거의 나였지만 약간 달랐다. 재석의 모습이 보였고 나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약간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은 예전에 있었던 뚱뚱한 모습이 아닌 빼빼 마른모습이었고 싸늘한 눈초리가 완전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 하게 만들었지만 가슴에 붙어 있는 명찰과 목소리만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왜 왕따를 당해야 하지? 하찮은 네놈 때문에 말이야....”

“하하...이놈 지가 왜 왕따 당하는지 모른단다.”

하하하하ㅡ!!

마른 나는 재석에게 살기등등한 어조로 말했지만 재석은 웃기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는 다는 표정으로 말하며 웃고 있었다. 그러자 주위에서 구경하던 수많은 아이들도 따라 웃고 있었다.

“그래...또 맞짱뜨자...이 말이냐? 실력은 얼마만큼 늘었냐? 저번에는 검도더니 이번에는 뭐 배워 왔어?”

“병신....죽어라!!! 핫!!!”

휘익.....퍽!!!!

“컥....!! 이새끼...무슨 짓을....”

재석은 저번에도 이런 일이 많았다는 듯이 여유러운 얼굴로 마른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마른 나는 그것을 듣지 않고 곧장 몸을 숙여 모래를 한줌 줍더니 재석의 얼굴에다 뿌려 버렸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러 재석의 복부를 마구 쥐어 패고 있었다. 재석은 이런 공격에 당황하며 땅으로 쓰러지며 고통을 토해냈다.

“이런 병신 새끼가....죽을 라고....컥!!”

“말로 싸우는 거냐? 저번의 실력은?”

마른 나의 계속되는 공격에 재석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약간의 빈틈을 노려 마른 나를 밀쳐 냈다. 뒤쪽으로 넘어진 마른 나의 몸에 올라탄 재석은 빠른 휘두름으로 마른 나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퍽...퍽퍽!!!

퍽ㅡ!!!

“병신세끼...네놈 체력은 3초냐? 그 정도 밖에 안가? 네놈이 왜 왕따를 당하는지 알려 줄까? 재수 없는 그 눈초리 하며....부모도 없고 친구도 없는 놈이기 때문이다!!!”

5분가량을 구타를 하고 있던 재석은 약간 지치는지 이마에서 땀을 훔쳐내고는 손을 비비며 마른 나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는 왕따를 당하는 이유를 말하고는 그대로 교실로 돌아가 버렸다. 뒷골목에 남은 것이라고는 마른 나와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나였다.

풀썩....

잠시후 마른 나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다시 몸이 타오르며 모든 것을 바꿔 버렸다.

“너의 선택은?”

“너의 선택은?”

모든 몸이 타오른 나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변해버렸다. 가루로 변해버린 나는 비와 함께 엉켜 물이 되었고 그 물은 어디론가 흘러갔다. 어떨 때는 차갑게...어떨 때는 마그마 보다 뜨겁게 느껴졌다.  

“너의 선택은?”

액체로 변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상한 소리들이 점점 커져가며 들리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 속 환상(幻想, illusion)

쿵쾅...쿵쾅!!

액체의 상태로 변한지 얼마의 시간이 지난지도 모르고 있었다. 갑갑한 기분이 들때면 어디론가 흘러가고 싶은 충동이 있었고 빠르게 흘러 갈때면 천천히 흘러가고 싶었다. 그리고 이 쿵쾅 거리는 소리를 얼마나 들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몇 개의 통들을 지나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는 반복하기를 수차례 주위의 액체들이 용암처럼 뜨거워 졌다.

뽀글뽀글....

“너의 선택은?”

“뭐라는 거야...매일 선택 이래!! 이젠 지겨워!!”

주위의 액체들이 더욱 뜨거워지며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또 알 수 없는 물음의 전해져 왔지만 일상처럼 나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뜨거워.....”

일상처럼 뜨거워 졌다 차가워졌다 반복했지만 이처럼 이겨내지 못 할 정도로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흘러가는 속도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흘렀고 그 관의 부피마저 커져 가고 있었다. 

“너의 선택은?”

“몰라...선택 따위...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다시 들려오는 물음...하지만 나는 고통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이 소리만은 꼭 들을 수 있었다. 계속 끓어오르며 온도를 높이는 액체들과 빠른 이동속도가 관을 찢어 버릴 듯이 커져 갔다. 이제는 한계였다. 점점 주위에 있던 액체들이 사라져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너의 선택은?”

“컥...으아아악!!”

“너의 선택은?”

“그만!!”

“너의 선택은?”

“뜨거워!! 차가워지고 싶어!!!”

계속되는 질문 공세가 왔지만 엄청난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나는 비명만 질러 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질문은 무한으로 묻고 있었다. 점점 몸은 사라져 가고 있었다. 나는 절망에 가까워 졌고 본의 아니게 차가워지고 싶다는 말을 내뱉어 버렸다.

“너의 선택...인가.....?”

“그래! 그만 날 내버려 둬!!!”

나의 대답에 고통에 지배당하고 있던 몸에서 순간 빛이 뿜어져 나오며 회복과 함께 온도가 정상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리고 몸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                  *                  *

“으음....”

출렁...출렁....

차가운 느낌에 정신이 조금씩 돌아온 나는 약간의 신음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여긴....화장실..?”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여기가 화장실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차오를 것 같지 않던 물은 어느새 욕조 밖까지 침범 한 것인지 넘쳐흐르고 있었다. 뜨겁던 몸도 정상적인 체온으로 돌아와 있었지만 욕조 안에는 얼음조각 들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이상한 꿈이었어....드래곤이 나오질 안나...마족이며..천족까지....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이런 꿈까지 꾸는 건가?”

나는 모든 환상을 꿈으로 치부해버리고 있었다. 장시간 게임으로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이 갑자기 뜨거워 졌던 현상은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은 온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던 뜨거운 고통과 터질 듯 한 감각이 아직도 생생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꼬르륵ㅡ!

“하....몇 시간이나 죽치고 물속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배도 고프고....”

상당히 오랫동안 있었던 것인지 배에서는 뜻하지 않게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약간 머쓱한 기분에 급히 몸을 수건으로 닦고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솨아아아ㅡ!!

밖에서는 아직도 비가 오는지 시원한 느낌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시원한 느낌이 몸에도 퍼지는지 아주 가벼운 느낌이었다. 정신은 더욱 맑아진 느낌이었고 몸놀림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더욱이 놀라운 점은 몸속에 있던 마나들이 더욱 힘차고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조금 무겁고 힘겨운 느낌이었다.

“훗...쓴게 약이라더니....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건가? 이런 거라면 그런 고통은 한 번쯤 더 일어나도 괜찮으려나?”

나는 지금까지의 고통이 이런 것을 위한 준비단계라는 것을 알고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하지만 그 고통이 한 번 더 있었으면 하는 어이없는 생각에 모순을 느끼고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고는 방으로 들어가 억지로 잠을 청했다. 솔직히 잠은 오지 않았지만 왠지 자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서진 안식처

“야...조제현...왜...토...일 접속 안했어? 걱정했잖아...그래 누가 이겼어?”

이상한 꿈을 꾸고 바로 잠들고 나서 일어났지만 그때의 시간은 월요일이었다. 학교 가는 날...그러므로 나는 게임에 한번 접속도 못하고 주말을 보낸 것이었다. 그것도 잠으로 말이다....보통 때처럼 등교를 한 나는 성대한 환영을 받으며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누가 이겼어?”

나는 할 말이 없었기에 조용히 자리에 앉으려 했지만 주위에 웬일인지 많은 반 아이들이 나의 주위를 맴돌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주저 하고 있었다. 계속 해서 물어오는 가연의 질문 공세에 나는 조용히 말했다.

“내가 이겼다고 할 수 있지만...나도 죽었어...그리고....너희들은 뭐냐?”

“그게....”

나는 가연에게 시선을 돌려 이야기를 했다. 나의 대답에 가연과 수강의 얼굴은 알 수 있을  듯 하면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주위인지...가연의 주위에 인지 모르겠지만 반 녀석들이 모여 들며 말을 걸려고 하고 있었다.

“그게....네가 스텔스라는 아이디로 셀리온 월드를 하나 싶어서....”

“뭔 소리야?”

“아니지? 네가 아니지?”

주위에 몰려 있던 녀석들 중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무시하며 비웃던 녀석들이 무서운 것을 앞에 두고 말하듯 벌벌 떨며 말하고 있었다. 녀석들이 물어오는 대답에 나는 무슨 소리하느냐는 듯 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녀석들의 얼굴이 밝아지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그게 나라면...?”

안심했다는 녀석들의 얼굴을 하나둘씩 쳐다보며 뒷말을 이었다. 그러자 다시 녀석들의 얼굴이 굳어졌다가 다시 밝아 졌다.

“하하...우리랑 친하게 지내자고....”

“그래? 하지만 어쩌지...친해지고 싶지 않은데....너희들 끼리 친해져...왕...따인 내가 너희들이랑 친구 할 수 있겠냐? 너희들에게 폐만 될 뿐이야...하하하”

녀석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나와 친해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의 실체를 알고 있었기에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무조건 강자와 친해지려는 녀석들....그리고 약하다고 놀아주지도 좋은 눈길을 주지 않았던 녀석들과 친구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야...조제현....말이 심한 것 같다....먼저 친해지려고 하는데....”

“너희들은 조용히 해라! 알지도 못하면서....너희들도 똑같지만 옛날을 생각해서 이야기라도 하는 것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완전히 마음을 연 것이 아니다.”

수강이가 내가 심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나는 수강과 가연을 보고 한소리를 했다. 수강과 가연은 나의 말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하더니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하...하...아직도...비가 오네...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나....수업 준비나 해야지..”

수강은 나의 말이 충격이었는지 말을 바꾸어 날씨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업준비를 핑계로 나의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아직 1교시도 시작되지 않았기에 분주한 아침이었다.

조용~

언제나 떠들던 반 녀석들....그 중에서도 특히 재석 패거리는 요즘 들어 너무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반 녀석들도 날씨가 흐린 탓인지 조용한 말로 소곤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드르륵ㅡ

“날씨는 흐리지만 좋은 아침이다. 공부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 2일만 있으면 1학기 마지막 시험인 기말고사가 있는 것은 알고 있겠지? 자...힘내서 한 문제라도 더 맞출 수 있도록 노력 하자! 오늘은 특별한 일 없으니까...공부나 열심히 하도록! 이상!...반장?”

“차렷! 경례”

꾸벅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짧은 아침 조례를 마치고 반 아이들의 얼굴은 아까 전보다 더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험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었다. 그 요일이 수요일....단 2일 남기고 시험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나의 표정도 굳어져 버렸다.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기에 아무렇지는 않았지만 기분 상으로는 정말 좋지 않았다.

“저....제현아....우리 집에서 공부 같이 하지 않을래? 집에 캡슐도 하나 더 있고....에...몇 일간 같이 공부도 하면서....그리고 우리 부모님도 너를 보고 싶어 하고....”

선생님이 나가고 한참이 지나서야 가연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잔뜩 기대에 부푼 말투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약간 자신감이 없는 것인지 나에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시험이니 같이 공부를 하자는 것이었다. 시험인데...게임은 포기 못했는지 게임도 포함 시키면서 말이다.

“생각은 해볼......”

반짝ㅡ

나는 생각을 해본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기대하고 있는 가연의 눈동자가 나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되도록 가도록 노력은 해보지...”

“응! 그럼 오늘 너희 집에 가도 되? 저번에 우리 집에도 놀러 왔었으니까...너의 집에도 한번 가보고 싶고....위치를 알아두면 도움 될지도 모르잖아?”

“흠....좋아...잠깐 만이다.”

나는 애매한 대답을 하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가연과 수강은 나의 양쪽으로 다가 오며 나에게 말했다. 그것은 나의 집에 놀러 가겠다는 말이었기에 단박에 거절 하려고 녀석들의 집에도 한번 갔었기에 거절 할 수 있는 명분이 없었기에 그냥 오라고 말해버렸다.

딩동ㅡ딩동!!

“그럼 수업마치고 같이 가자!”

곧 수업종이 울려 버렸고 기대하고 있다는 어조로 가연이 말하며 자리에 돌아가 버렸다. 매우 기대하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아마 나의 집에 가면 녀석들이 살고 있는 곳과는 다른 환경에 경악을 머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것을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아마 녀석들의 표정이 기대 될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환경과 나의 생활이 단번에 보여 지는 곳이었으니까....

부서진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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