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내에서 조금 놀다가 너희 집에 가자. 어때?”
“그것도 괜찮겠군.”
모든 수업을 마친 우리들은 하교를 하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수강의 뜻밖의 제안에 나는 곧 승낙을 하고 말았다. 단순히 집을 구경 가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구경만 시켜주고 내쫓을 생각이었지만 딱히 보여 줄 것도 없었고 자랑 할 만 한 물건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꼭 생활에 필요한 물품만이 집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뭐부터 할까? 응? 응?”
“아무거나...나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어”
나를 끝까지 물고 지며 물어오는 가연 덕분에 나는 GG를 치고 한발 뒤로 물러났다. 나의 무관심한 태도에 약간 삐진 것인지 표로퉁한 얼굴을 하고는 오락실로 우리를 이끌었다.
뿅ㅡ뿅ㅡ
띠리릭ㅡ
오락실로 들어서니 수많은 초딩들과 중딩들이 진을 치고 여러 게임들에 열중하고 있었다. 단연 눈에 띠는 것은 스투리투파이토였다. 하지만 이미 많은 초딩들이 장악하고 있었기에 할 만한 게임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저기...우리 저거 하지 않을래?”
가연이 가리킨 곳은 스티커 사진을 찍는 곳이었다. 보통 연인들이나 찍었다던 그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세 명이었기에 나는 가연과 수강의 등을 떠밀어 넣고는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어깨를 잡아채며 끌어당기는 수강의 완력덕문에 끌려 들어가 사진 몇 번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딸깍ㅡ
몇 개의 동전을 집어 넣자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 오고 있었다.
-준비됐어?
-간다?
-3, 2, 1
-치즈
막 이런 소리가 울리더니 순식간에 사진을 찍고 지나가 버렸다. 나는 시선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몰라 두 녀석들이 자세를 잡는 쪽으로 같이 눈을 돌려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찍은 사진을 흔들며 나에게 다가오는 가연과 수강의 얼굴은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잘나왔다. 그치? 다음에도 한 번 더 찍자...어때?”
“그, 그러지..."
가연은 사진을 유심이 쳐다보며 나에게 사진을 건 내며 다음에도 와서 한 번 더 찍자는 말을 했다. 천진한 웃음이었기에 거절하기도 힘들었고 뒤에서는 기대하고 있다는 포스를 내뿜어 대니 거절하지는 못하고 머뭇거리며 승낙을 해버렸다. 나의 승낙에 다시 정상적인 표정을 짓는 수강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인형 뽑기 하자. 여기 한번 와봤으면 이것도 한번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내가 먼저 해볼게”
이번에도 역시 수강의 제의가 먹혀들었는지 죽이 잘 맞는 남매는 앞 다투어 인형 뽑기 앞으로가 천 원짜리를 밀어 넣고 있었다.
띠리리링ㅡ지잉, 지잉, 뽀로롱
동전이 들어갔고 갈고리 같은 것이 서서히 움직였다. 그리고 한 인형 위에 서더니 서서히 내려가 집어 올렸지만 꼴인 지점으로 가지 못하고 떨어져 버렸다. 둘 다 아쉽게 떨어진 것인지 입맛을 다시며 그 인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인형 뽑으려고 이 고생을 하는 거냐? 간단하겠 구만!”
두 녀석이 인형을 놓치며 아쉬워하는 표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간단하게 손 한번 쓰면 될 일을 그렇게 아쉽다고 입맛을 다시니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었다.
“그 집게손이 얼마나 힘이 없다고...네가 해봐”
“그러지”
나는 마지막 한번이 남은 기회를 얻어 처음이자 마지막인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스틱 같은 것을 손바닥에 움켜쥐고는 녀석들이 잡으려던 인형으로 정확히 섰다. 그리고 집게손이 내려가 인형의 몸과 목을 정확하게 잡고는 점점 위로 부상했다.
-찰캉
인형이 위로 올라서자 약간의 진동이 인형에게 갔고 흔들렸지만 나는 마법으로 안쪽에 공기를 안정시키며 인형이 못 움직이게 고정시켰다. 그리고 인형은 꼴인 지점에 정확하게 떨어지며 낙하했다.
“우와ㅡ어떻게 한 거야? 이렇게 큰 인형은 잡기 어려운데....”
“너희들이라면 그 이상한 초능력이라는 것을 써서 다 꺼낼 수도 있을 텐데?”
“그래도...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자기 힘으로 얻는 게 보람이 아닐까?”
두 남매는 내가 단번에 뽑아버린 인형을 보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고는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오락실에서 나는 여러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전달하는 바는 잘 들을 수 있었다.
탁
“슬슬 배도 고픈데 어디 들러서 저녁이라도 먹고 너희 집에 가자, 날도 저물었고 말이야.”
“오랫동안 오락실에 있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말라.”
열심히 스투리투파이토를 하고 있던 나의 어깨를 잡으며 자신들의 의사를 말했고 나는 하던 게임을 초딩에게 넘기며 녀석들을 따라 거리로 나왔다. 밤이 다되어 가니 젊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뭉쳐 다니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ㅡ우리들끼리 이렇게 나오니까 정말 좋다. 1년만인가? 이렇게 재미있게 노는 것도...별로 한일도 없었지만 같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을 줄 몰랐어...늦었지만 말도 없이 떠나서 미안해.”
가연이 평소와는 다르게 진지 모드에 들어가며 수강과 나를 그 자리에 세우며 말했다. 그러자 수강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또한 징그럽게 녀석들이 나를 안으며 한번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후딱 떨어져 버렸다. 가연 녀석은 좀 더 오랫동안 안고 있었지만...하지만 누군가의 말 때문에 좋아지려던 나의 감정도 한순간에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부서진 안식처
부릉ㅡ부르릉!!
“여, 오랜만이야, 조제현! 그동안 잘 지냈나?”
기분이 좋던 나는 한 순간에 어둠의 나락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간만에 평화롭고 산뜻한 느낌이었건만 빨간색의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때 거지로 뭉쳐 다니는 녀석들로 인해 좋던 기분을 다 날려 버렸다.
빵ㅡ빵!!
쨍그랑!!
도로 근처의 인도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였었지만 이 무리덕분에 사람들은 멀지 감지 물러나 이 사태를 관망만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도로역시 오토바이들의 영향으로 이도 저도 못하고 빵빵 거렸지만 폭주족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에 유리가 박살나고서야 조용해졌다.
“저번에는 고마웠어....손목 부러트린 거 말이야...아주 고마웠어!”
“그래서...이번에는 반대쪽 손목을 부러지고 싶은 거냐? 간만에 기분 좋으니까 조용히 가라.”
체인 녀석들이 나에게 볼일 있는 것인지 나에게 다가오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마법을 써 쫓아버리고 싶었지만 보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놓아 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기분이 아주 좋은 상황이었기에 말로 해결하려고 했다.
“여, 재석아...너도 한마디 해야지! 이리와!”
빨간 헬멧을 벗은 녀석이 뒤쪽에 누군가를 부르더니 한 녀석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야, 조제현! 집 구경 잘했다. 혹시 우리한테 볼 일 있으면 저번에 있던 폐차장에서 보자고! 혹시 온다면 너는 죽을 준비 하는 게 좋을 걸?”
“그만! 그 정도만 해둬라 많이 알려주면 재미없지~”
“예, 행님!”
“우리는 그곳에 있을 테니까, 자신 있으면 오라고! 집 구경 잘했어~ ....아주 따뜻했어!”
재석이 녀석이 우리에게 다가오며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었다. 상당히 기분 나쁜 웃음이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버렸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체인의 리더가 재석을 말리며 오토바이에 올라타며 끝을 맺었다.
“우리는 폐차장에서 기다릴 테니까...무서우면 오지 않아도 되....오늘 하루만 있을 테니까! 가자!”
“끼야호!!!!”
빠라바라 바라밤ㅡ!!!
부르르릉ㅡ부릉!!!
그 말을 끝으로 녀석들은 순식간에 도로를 질주하며 사라져 버렸다. 소란스러운 행동에 아직도 귀가 멍멍했지만 주위의 사람들은 어느새 아까의 일을 잊은 듯이 다시 거리를 활보하며 월래대로 돌아가 버렸다.
“괜찮아? 혹시 집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설마~ 무슨 일 있으려고! 자~ 오늘은 우리가 쏘는 거니까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두 남매는 나를 걱정하는 듯 말했지만 금세 표정을 고치며 나를 끌어당기며 저녁을 먹으러 향했다. 아까의 일은 완전히 잊은 듯이 활발한 웃음과 이야기로 나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고 있었다. 녀석들의 섬세한 배려에 나도 기분이 다시 좋아 지는 것을 느꼈다.
짤랑~
“어서 오세요. 자, 여기에 앉으시죠.”
우리들은 가까운 곳에 돈가스 전문점인 할루얌이라는 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장사가 잘 되는 집인지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지만 다행히 자리는 금방 났다. 그리고 이곳에는 많은 젊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시끄러운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만큼 맛도 좋다는 뜻이었기에 나는 자리에 풀썩 앉으며 물을 원 샷 해버렸다.
“여기요...음, 저는 생선가스로 주세요. 너희들은 뭐 먹을래?”
“음....나는 돈가스 정식으로 주세요.”
“나는 너희들이 알아서 시켜, 어느 것이 맛있는 건지 모르니까.”
수강이 종업원을 불러 주문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녀석은 생선가스를 선택해버렸고 남은 가연과 나는 조금 고민했지만 금방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곳에 잘 오지도 않고 와본 적도 없었기에 무엇이 맛있는 것인지 몰라 가연이 에게 대신 주문을 시키라고 말했다.
“하하. 손님 여기는 다 맛있답니다.”
“그럼....제현이 네 것은 나랑 똑같은 돈가스 정식 어때?”
“좋아. 그걸로 주세요.”
종업원 녀석은 가식적인 웃음을 띠며 모든 것이 맛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가연은 그런 종업원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같은 정식을 시켜 버렸다. 나로서는 가연이 시키는 대로 먹는 수밖에 없었다.
꼼지락.
나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둘은 이야기 거리가 없는 것인지 자신들의 손을 바라보며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약간의 어색한 시간이 이어졌지만 금방 나온 음식들로 어색한 것을 날려 버렸다.
“자. 여기 생선가스 하나, 정식 둘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종업원이 순식간에 음식을 날랐다.
“오물오물...그러고 보니 우리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제현이 네 얘기도 좀 해 괜히 우리만 이야기 하니까 좀 미안하기도 하고...”
수강이 열심히 생선가스를 먹으며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가연도 맞장구를 치며 나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는 식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탈칵
“흠...별로 할 이야기도 없는 걸? 재미난 이야기 거리도 없고...”
순식간에 먹을 것을 다 해치워 버린 나는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식기들은 테이블 위로 내려 두며 이야기 했다. 솔직히 별로 할 이야기 거리가 없었고 재미난 이야기도 없었기에 할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 그러면 이제부터 우리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방학이 되면 물놀이도 가고 뭐...여러 군데 다니면서 추억도 만들면서 그러는 것도 좋다고 생각 하는데? 언제 전쟁 같은 것도 터질지 모르고...휴식이라고는 여름 방학 뿐이잖아?”
“제현아....”
나의 무뚝뚝한 말에 다시 한 번 침묵이 이어졌지만 모든 식사를 마친 후에야 다시 이야기를 시작 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당연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나와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가연도 나의 승낙만을 기다리는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마구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건 방학이 되고 그때까지 무슨 일이 없을 때 이야기지...그리고 난 네 녀석들의 기관인지 클랜 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곳에 속해 있는 것도 아니야! 그저 무소속의 능력자일 뿐이고....같이 목숨을 맡길 만큼 너희들은 나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어.”
“제현아...”
“하하...이런 딱딱한 이야기는 접고 슬슬 제현이 너희 집으로 가보자....배도 채웠고 말이야.”
나의 도발적인 발언에도 두 녀석은 화내기는커녕 미안함과 연민의 눈빛만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눈매가 사나워지는 것을 본 수강은 화제를 돌려 나의 집으로 갈 것을 말했다. 나도 더 이상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와 버렸다. 두 녀석도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나의 뒤를 쫒았다. 하지만 더 이상의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았다.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긴 침묵 만 있을 뿐이었다.
구르르릉
다만 다시 비가 내리려는지 천둥만이 요란하게 울릴 뿐이었다. 그 소리에 시끌하던 거리도 약간 조용해졌다. 그 현상에 우리들의 주위에는 요상한 기류만이 감돌뿐이었다.
부서진 안식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