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0/269)

체인 녀석들은 멍하니 소리만 듣고 있는 중이었다. 간간히 모습은 보이지만 멍한 표정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르기 때문이었다. 분명 전투는 벌어지고 있는데 싸우는 자들의 모습이 눈으로 쫓아 갈수 없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당해버리는 흑의 인들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며 떨고 있었다.

그들의 들을 수 있는 것은 소리와 공기과 무언가 터져 나가는 소리뿐이었다.

“미, 밑을 수 없어, 도데체 게임이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능력들이라니.....어떻게?”

“그, 그러게.....사람의 몸이 터져나가질 앉나, 땅속에 파묻히질 않나. 우리가 그런 녀석들과 싸우려고 했었다니!”

퍽!

“이 새끼가 반말 까고 지랄이야!”

체인 녀석들 중 체인의 리더와 재석은 경악한 표정으로 밖을 살피고 있었지만 순식간에 당해버린 흑의 인들의 모습 때문에 멍하니 주저앉을 고 있었다. 도망가려고 해도 다리에 힘이 없으니 갈 힘도 없었다. 현실 도피를 하는 자들이 생겨날 정도였다.

“크윽!”

수강의 신음에 찬 비명이 폐차장에 울려 퍼져 공기를 진동시켰다. 총 흑의 인중 내가 반을 상대했기에 지금 남은 인원은 다섯이어야 하지만 수강과 가연이 세 명을 처치했기에 단 두 명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힘을 다 소진한 가연은 전투 불능의 상황이었고 수강은 힘은 남아 있었지만 부상으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다.

“젠장! 뒤로 비켜 있어, 이곳은 내가 맞을 테니! 저 떨거지나 지키고 있어라! 마탄!”

티티팅!!

나는 수강을 뒤로 보내고는 두 명의 흑 의인에게 마탄을 날려 보냈다. 하지만 체력도 정신력도 그대로 남았다는 듯이 모두 쳐 내며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은 나에게 불운이었다. 튕겨난 마탄이 소멸 해버렸고 그 자리에 마나가 남아 있었기에 그것을 이용한 공격이 나에게 날아 온 것이었다. 하늘에 내리는 굵은 빗방울을 검면으로 쳐내 나에게 날린 것이었다. 검풍의 의용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방울 하나하나에 내력이 실려 나의 몸 쪽으로 날아 온 것이다.

“아이스 월(Ice Wall)”

쩌저적!

순간 나의 눈앞에 아이스 월이 형성되었다. 날아오던 수십개의 빗방울들이 아이스 월에 부딪히며 소멸해 버렸다. 나는 그대로 있지 않고 얼어붙어 있는 아이스 월을 향해 공격을 했고 아이스 월은 터져 나갔다.

퍼ㅡ퍼펑!!

수십 가닥으로 터져 나간 아이스 월은 수많은 파편을 만들어 내며 흑의 인들에게로 날아들었다. 녀석들의 얼굴을 가려주던 천이 찢어지며 얼굴의 일부분이 나타나고 있었다. 새하얀 얼굴아래 도톰한 입술이었다. 남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투 중이었기에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마탄을 난사했다.

하늘의 가득 매우는 수 십 발의 마탄들이 빗방울을 해치며 흑의 인 중 얼굴을 가리던 천이 찢어졌던 녀석에게로 집중되었다. 갑작스런 빠른 대응에 놀란 듯이 창백해진 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누군가 끼어들며 앞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여지없이 마탄이 몸 구석구석을 꿰뚫고 사라져 버렸다.

퍽!!

“도대체! 왜?!”

“발 빠른 네가 이 사실을 알려라! 어서! 잠시나마 이곳을 내가 막고 있겠다!”

흑의 인중 하나가 인간방패를 하며 모든 마탄을 몸으로 받아 냈다. 하지만 몸은 수십 발의 마탄으로 인해 구멍이 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것인지 몸을 틀어 뒤쪽에 서 있는 녀석에게 도망 갈 것을 당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연달아 날아오는 매직 에로우로 명을 달리 하고 말았다. 하지만 순식간에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연환십이참(連環十二斬)!”

슈슈슈슉!!

셀 수 없을 정도의 암기들이 어딘가에서 발사되며 나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단순한 공격 법이 아니었다. 수십 겹의 암기로 이루어진 검풍 처럼 보였다. 하나하나가 강기가 실린 것이 보통 내기로 보이지 않았다. 

“병신! 못 막겠지? 막을 수 있다면 모두 막아 봐라! 연환십이참(連環十二斬)!!”

슈슈슉!!

계속 블링크로 피하던 나의 모습이 약 올랐던 것인지 그 녀석은 암기를 던지는 와중에도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마치 못 막으니까 도망간다는 듯이 말이다.

“그딴 암기쯤은 간단하게 막을 수 있다. 오라, 변치 않는 어둠이여 영원의 결계를 만들어 나를 보호하라. 다크 배리어(Dark Barrier)”

나는 있는 빠르게 캐스팅을 하며 어두운 색의 배리어가 완성되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마저도 막으며 녀석이 날릴 암기에 대비 하고 있었다. 

“병신! 호신강기 마저 부술 수 있는 비월시(飛月矢) 이게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폭우이화침(暴 雨梨花針)!!!! 바보야! 나는 간다!”

사사사삭!

녀석은 검사출신이 아니었던지 암기를 수십 발을 던지며 어딘가로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순간 아차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이것을 막는 수밖에 없었다. 무슨 중궁 말로 시부러 재끼고 어디론가 도망가 버린 녀석이 어디에로 갔는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이 끼어들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사실 비월시는 중국에서 알아주는 암기였다. 다루기가 약간 까다롭지만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호신강기전문 파훼 암기였기 때문인지 구하기도 어렵지만 사용하기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 발출이 되면 은밀하기까지 하여 상당한 경지에 오른 고수라도 상대하기가 까다롭다고 알려진 것이었지만 그것을 알 턱이 없었기에 태연하게 다크 배리어 속에서 잡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

펑!

슈슈슉ㅡ퍼퍼퍽!

무언가 다크 배리어를 뚫고 들어왔다. 나의 눈동자가 커지며 눈이 부릅떠졌다.

이질적인 차가운 금속이 온몸을 파고들어 있었다.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고통들이 점차 없어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컥! 커컥! 젠장! 독까지 발라 놓다니!! 이게....중국의 암기술?”

다른 방법으로 막았다면 어떻게든 막을 수가 있었으리라고 생각하며 입에서는 검은 피와 붉은 피가 석여 연신 꾸역꾸역 입안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몸을 비틀거리며 해독마법을 준비했다. 이미 다리에 힘마져 풀린 것인지 비틀거리며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한 번의 공격이 더 들어온다면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하늘마저 비웃듯이 천둥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쿠르르릉ㅡ쾅!!

솨아아아!!

참으로 어이없는 기술이었다. 폭풍처럼 돌다가 한 지점을 정 한 듯이 일제히 날아오는 암기 술은 게임에서도 보지 못했던 기술이었지만 어이없는 한수였다. 된통 당했지만.....말이다.

치료제 없는 병

쿨럭ㅡ컥!

“포이즌 큐어 (Poison Cure)!”

솨악!

얼마나 포이즌 큐어를 걸었는지 모른다. 단순한 독이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마법을 사용할수록 더욱더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정신이 몽롱하며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었다. 또한, 마나까지 제대로 유동하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바보야! 어떻게 된 거야?!”

푹ㅡ!

가연이 다가 오며 나의 몸에 밖 혀 있던 수많은 철심들을 뽑아내고 있었다. 나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잘 모르는 것인지 치유마법을 왜 안 쓰냐는 식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힐(Heal).....포이즌 큐어 (Poison Cure)!”

다시 한 번 상처 치유마법과 해독 마법을 펼쳤다. 철심이 밖 혀 있던 자리는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지만 어찌된 것인지 독은 해독될 기미가 전혀 없었다. 다만, 마나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 몸에 상실감만 더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1시간도 되지 않아서 모든 마나가 사라 질 것만 같았다.

“안 되겠다. 우선 집으로 옮겨야겠어!”

“하아, 하아, 난 괜찮다. 걱정하지 마.”

수강은 나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는 빨리 집으로 옮기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제지하고는 몸을 폐차에 지탱하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얼마 걷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단순한 독 인줄 알았지만 마나가 점점 사라져 가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지독한 독에 당 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도와준다니까! 바보야! 업혀!”

수강은 나의 모습이 보기에 심히 안 좋았던지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강제로 등에 업었다. 단단히 나를 붙잡은 뒤 녀석은 빠른 속도로 폐차장을 벗어나 자신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물론 가연도 몸을 일으켜 쫓아오고 있었지만 힘이 다해 빠른 움직임은 내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 이거 풀어 주고 가야지~”

솨아아아아!!

폐차장 한 구석에서 수많은 무리들이 이도 저도 못하고 날이 새도록 그곳에 짱 박혀 있어야 했다. 홀드라는 마법에.....

          *                     *                      *

띵동ㅡ띵동!

빠르게 달려온 수강은 문의 초인종을 쉴 새 없이 눌려대고 있었다. 그러기를 30초쯤 되었을까 그제 서야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수강은 얼마나 빠르게 달려 왔던지 숨이 많이 흐트러져 있었다.

“아버지! 제현이가, 제현이가 이상해요!”

뚝, 뚝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온 수강은 물이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메이드 누나들뿐이었다.

“누나! 빨리 부모님 좀 불러 와 줘요. 빨리”

반갑게 맞아 주기위해 말을 하려던 메이드는 등 뒤 업혀 있는 나를 보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 무슨 일이냐. 늦은 시간에....”

눈앞의 아저씨는 나를 발견 하고는 두 눈이 커질 대로 커져 버렸다. 외상으로는 아무 상처도 나 있지 않았지만 속에서는 빠른 속도로 마나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점점 사라져 가는 그 상실감이 장난이 아니었고 눈동자도 서서히 풀리려 하고 있었다. 빨리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어떤 일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여보! 여보 빨리 내려 와봐, 아픈 사람이 있어!”

수강은 가까운 소파에 나를 누이며 걱정한다는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이제 마침 돌아온 가연 역시 불안 한 듯이 나만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네 녀석들에게 뭐냐? 왜 이렇게 까지....”

“바보야! 친구잖아! 친구 걱정하는데 뭐가 필요 하냐!”

“그러냐? 친구란 말이지?”

나는 점점 사라져 가는 마나로 인해 정신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몰려가 있었다. 문득 이 녀석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 힘겹게 입을 떼며 녀석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나의 말에 한 점의 동요도 없이 바로 말하고 있었다. 왠지 녀석들의 말을 들으니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너희들은 올라가서 몸이나 말리고 있으렴, 여기는 우리가 맡을 테니.”

마침 아주머니가 내려와 나의 몸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빠른 손놀림으로 나의 팔을 움켜쥐더니 자신의 기운을 나의 몸속으로 불어 넣고 계셨다. 그 기운은 따뜻하면서도 밝은 기운이었다. 기 기운이 나의 전신을 헤집고 다님에도 전혀 거부감이 일지 않았고 부모님의 품속에 들어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따듯했다.

그 기운이 나의 몸속을 돌면 돌수록 회복 되어가는 듯했지만 그만큼 다시 상태는 악화 되어 가고 있었다. 몸속의 식충이가 든 것인지 밝은 기운마저 갈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중국의 산공독(散功毒)의 일종 인 것 같아요. 한 종류가 아닌 것 같고....아마 미혼산(迷魂散)과 함께 산공독까지 섞여 있는 것 같은데....”

“치료 할 수 있겠어?”

“몸속의 사이킥 에너지가 천천히 사라지게 할 수는 있어요.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지만 몇 일간 초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겠지만.”

“하....그럼 어떻게 해야 좋을 지...”

정신의 끈이 사라져 가기 전에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나는 치유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몇 일 지나면 돌아온다는 말이 위안은 되었지만 그렇게 큰 힘이 되지는 못했다.

“고맙....”

나는 작은 목소리로 눈앞에 있는 이들에게 말했고 정신을 놓아버렸다. 정신을 잃는 와중에도 따뜻한 기운이 나의 몸속을 돌고 있으니 얼굴만은 펴지며 웃고 있었다.

치료제 없는 병

“조.....현?

“조제현? 일어났어?”

나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조금씩 정신이 차려졌다. 밝은 햇빛이 나의 눈을 제대로 뜰 수 없게 만들었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며 시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전혀 색 다른 방, 어둠이 가득했던 나의 방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었다.

“여기는.....?”

“우리 집이지! 너 정말 죽은 듯이 잘 자더라.”

나는 문득 이곳이 어딘가를 물었지만 당연한 결과였다. 수강은 나의 부스스한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띠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몸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다만 당분간 사이킥 에너지는 끌어 모을 수 없을 거야. 일주일 정도.”

모든 것이 꿈이 아니었던지 나의 몸에는 한줌의 마나가 있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느끼지도 못할 만큼의 마나들이 몸속에서 유동하고 있어야 했지만 지금의 몸 안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상실감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자, 너도 일어났으니 식사라도 해야지, 밑에서 다 기다리고 있을 걸? 나는 너를 깨우러 온 거니까. 아참, 교복은 저기 걸려 있어, 준비하고 내려와 먼저 가서 먹고 있을 테니까.”

수강은 그 말을 끝내고는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덩그러니 혼자 남아 있으니 왠지 어색한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는데 그것이 현실이었다.

푹신한 침대에서 내려온 나는 근처에 있는 교복을 챙겨 입었다. 어떻게 알고 맞춘 것인지 나의 몸에 딱 맞는 교복이었다. 교복에서 나는 상큼한 향수 냄새가 나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인지 정신이 바짝 차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클린!”

나는 생각도 하지 않고 마법의 시동어를 외쳤다. 잠깐 동안의 정적이 찾아오고 나서야 나는 산공독에 당해 한줌의 마나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약간 침울해지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을 수동으로 해야 했다. 방을 나온 나는 습관적으로 옆을 돌아 화장실을 가려고 했지만 전혀 다른 곳이었다. 방을 나오고도 몇 개의 방들이 있었지만 화장실은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뒤진 후에야 찾은 화장실, 하지만 화장실이라기보다는 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거대한 곳이었다.

“이런 곳이 화장실? 으리으리하네, 정말.”

솨아아

나는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안을 하고는 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또 역시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가 어딘 줄 알아야 찾아 갈 것이 아닌가. 넓은 곳인 만큼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모두 기다리고 있답니다. 자, 여기로.”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메이드로 보이는 여성이 나를 안내했다. 어제 나를 보며 놀라며 급히 어딘가로 가던 여자였지만 지금은 차분해 보였고 왼지 모르게 기품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부드러운 어조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편안하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여,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기다리고 있었잖아.”

“잘 잤어?”

조용 할 것 같았던 식사시간이 시끌하며 나의 예상이 빛나가 버렸다. 뭔가 무거울 것 같았던 이곳이 떠들썩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나의 집이랑은 뭔가 다른 분위기였고 오랜만에 가족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어제는 고마웠습니다. 다음에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시끌하던 곳이 나의 말에 싸늘한 분위기로 바뀌며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모여들었다. 뒤쪽에 서 있던 메이드들 역시 나에게 시선을 모으며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제현군. 아까 이야기를 들어 보니...아무튼 은혜라고 생각 하지 말고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세요. 알았죠?”

“그래, 우리는 남도 아니고.”

싸늘해진 분위기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나서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단순한 이야기였지만 나에게는 커다란 이야기였다. 비록, 지금 집이 불타 살 곳이 없다고는 하지만 오늘 중으로 이곳을 나가려고 생각 하고 있었기에 순간 나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렸다.

“자자, 이러고들 있지 말고 식사나 하고 학교도 가야지.”

결국 아저씨가 나서서야 분위기는 월래의 괴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단, 나만은 즐겁지는 않았다. 무언가 침울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상실감으로 인한 우울한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었다.

“수강아, 가연아 그리고 제현군.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나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만큼 멍한 상태로 식사를 끝마칠 수 있었다. 그것은 이 집을 나설 때까지 계속 유지 되었다. 아주머니의 말이 들려와서야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멍하니 뭘 그렇게 생각해? 아까부터.”

나의 표정이 얼굴에도 나타났던지 수강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수강의 말에 정신이 들며 발걸음을 살짝 늦추었다.

“나, 왜 이렇게 응용 능력이 없는 걸까? 모든 게다. 게임에서는 쓸 수 있었던 것들을 현실에서는 사용 하지도 못하고, 능력은 있으면서 쓸 수는 없고, 쓸 때 없는 독이나 당하고....이게 다 내가 문제 인 것 같다.”

“뭔 소리야? 하나도 모르겠네, 다시 차근히 말해봐”

“아무것도 아니다. 학교나 가자.”

나는 중얼거리듯 수강과 가연에게 말했지만 둘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쓸 때 없는 말을 지 꺼려 버린 것이었다. 녀석들은 나의 모습에 그저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었다.

질퍽, 질퍽

비가 온 다음 날이라 그런지 땅은 질퍽했고 수분이 가득한 날이었다. 햇빛은 내려쬐이는 데 땅은 질퍽하니 무언가 끈적이는 느낌이었다. 알 수없는 기분에 나의 마음은 꿀꿀했고 우울했다.

치료제 없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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