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안
조그마한 전구 하나에 의지한 빛으로 누군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
쾅!
“헉, 헉! 모두 당했습니다.”
“무슨 일이야!”
조용하기만 하던 어두운 공간에서 작은 불빛이 요동치며 흔들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자는 여자였다. 하지만 여자는 힘든 것인지 숨을 헐떡이며 눈앞의 사람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말을 했지만 숨이 찬 관계로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오지 않았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서야 호흡이 재대로 돌아오며 자세를 바로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 당했습니다. 한국인에게! 그것도 전멸입니다.”
여자는 침울한 표정을 짓더니 앞의 남자에게 차근차근 말하고 있었다.
“사람이 몇 명인데 그걸 당해! 정보 좀 모아오라고 내보냈더니 전멸? 그러고도 네놈들이 불사교의 소속이라고 말 할 수 있겠나? 기껏 비급을 줘서 익히게 했더니, 다 죽고 없다? 쓸 모 없는 놈들, 나가! 여기서 당장 나가, 더러운 짐승 같은....!!”
남자는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눈앞의 여자를 내치고 있었다. 여자의 표정은 마치 지금껏 저런 표정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는 듯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네놈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명령만 내릴 줄 알지? 더러운 놈아! 사람이 죽었다고!”
“뭐, 뭐라?”
여자는 분노를 이기지 못했던지 이때까지 참고 있던 화를 발산하며 남자에게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정말 남자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것인지 한겨울에 옷을 입고 있는 듯이 떨고 있었다.
슉ㅡ팟!!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두운 공간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나오며 여자의 살기를 와해시키며 제압해버렸다.
“더 이상의 살기는 용납하지 않는다. 아무리 무능력이라도 불사교의 간부는 간부다. 진정해라. 마유!”
“뭐라? 무능력? 너도 나가! 네놈들의 얼굴, 보고 싶지 않다.”
순식간에 여자를 제압한 상대가 나지막한 어조로 말하자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는 길길이 화를 내며 모두를 내치고 있었다. 그 남자의 어깨가 들썩이며 격동된 분노를 내뿜었지만 사실상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나도 무공을 익히지 않고 싶어서 그랬어!? 몸이 이런걸!!”
모두 그 공간에서 사라지자 그 남자는 자신의 없어진 다리를 보며 절규하듯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밖에서 보두 듣고 있던 자들은 그를 비웃으며 방에서 멀어져 갔다.
“멍청한 놈, 다리가 없어도 사용 할수있는 무공이 얼마나 많은데. 그나저나, 마유, 어떻게 당한 거냐. 한명한테는 당하지 않았을 테고, 총 몇 명의 한국인에게 당한 거야? 그 정도로 한국인이 쌨나?”
“세 명이 있었지만 사실상 한 놈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거나 다름없어. 비록 지금 산공독에 당해 내력은 없을 테지만, 일주일 뒤면 녀석은 반드시 회복한다. 그전에 해치워야 해! 그놈은 이상한 사술을 써! 주로 장법만 익힌 듯이 발출형 기술뿐이었다. 하지만 방심 할 수도 없어, 하나하나가 강력한 것들뿐이었어.”
축객령을 당한 사람들은 제각기 자리를 찾아 돌아갔지만 단 두 사람, 마유라 불린 여자와 한 남자가 가까운 자리에 앉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마유라고 불린 여자는 자신이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지만 남자는 믿지 못한다는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게임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마법, 그래 마법이야, 이상한 주문, 이상한 손놀림, 무공이라는 것도 신비롭지만, 그건 무공과는 차원이 다른 수법이었다. 손만 휘저어도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 검은 구가 사방을 날아다니며 우리의 살과 뼈를 순식간에 관통......”
“어처구니없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어. 마법이라니, 그런 건 애초에 존재 하지도 않았어. 어디에도, 발굴된 흔적도 없었고 어느 나라에서 사용한다는 말도 없었다. 그냥 상상속의 무학일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유의 언성은 높아졌고 설명도 길어졌다. 하지만 말도 되지 않는 다는 식으로 남자는 그 말을 끊어버리고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그럼 무공은! 무공도 상상이 아니었나?”
“그건 오래전에 발굴 되서 우리 중국에 보급 된 것이고, 그것 때문에 우리가 있는 것이고 불사교가 있는 것이다. 알겠어? 어처구니없는 소리 하지 마! 그놈이 그렇게 무서우면 내가 그놈을 처치하지,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처치할까? 그놈의 생김새나 말해봐!”
말이 길어질수록 두 사람은 말싸움으로 번져 갔지만 다행히 남자가 주제를 바꿨기에 금세 분위기는 가라 앉아버렸다. 그리고 마유는 생김새에 대해 자세히 말하며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 남자는 그녀의 말에 흥미를 느끼며 이야기는 시간을 더해갈수록 길어졌다.
* * *
“야! 조제현! 밥은 안 먹고 명상만 할 거야? 야! 야! 하....말을 말자!”
뜨거운 햇볕이 내려 쬐는 옥상 아스팔트 위에서 세 명의 남녀가 그런 곳에 있었다. 단 두 명의 남녀는 그늘아래에 있었지만 한 명의 남학생만이 옥상 중앙에 있는 아스팔트 위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글지글!
맴! 맴!
아스팔트가 끓는 듯이 아지랑이가 생겨나며 정신이 혼미할 정도의 온도였지만 중앙에 있는 남학생은 전혀 개의치 않는 다는 듯이 명상만을 고집하고 있었다. 시원한 매미의 울음소리로 위안을 달래듯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명상에 집중하고 또 집중하고 있었다.
뚝....뚝....!
얼굴에서는 비 오듯 땀이 아스팔트로 떨어지고 마르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 땀 좀 봐, 내가 딱 아 줄게”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일어난 가연은 굳은 결심을 했다는 듯이 성큼성큼 남학생에게 다가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학생은 눈을 번쩍 뜨며 그녀의 손을 제지했다.
“그만 둬라, 방해하지 말고 저기 구석에 짱 박혀 있어! 방해하려거든 교실로 돌아가든지!”
“그런다고 사이킥 에너지가 돌아와? 일주일 뒤라고 하잖아! 괜히 몸만 상할 뿐이야! 쉬는 시간 마다 옥상에 와서 무슨 짓이야! 네가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한다면......흑,”
“젠장! 너희들이 내 마음을 알기나해?”
당연하겠지만 남자의 정체는 제현, 즉 나였다. 나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가연에게 호통을 쳤지만 가연의 울음에 그만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멈출 수 없었기에 가연의 눈길을 외면하고 눈을 감아 버렸다. 뜨거운 땡볕에서도 나는 일말의 희망을 걸고 명상을 하고 또 명상을 했다.
평소에 하지 않던 명상이었지만 이제는 이것이 희망이라는 생각에 명상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조금이라도 느껴져라....제발. 쫌!!’
나는 속으로 주문을 걸듯이 중얼거리며 명상을 임했다. 다른 잡념이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듯이, 하지만 나의 뜻대로 한줌의 마나는 주위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대기 중의 공기에서도 뜨거운 햇빛에서도 시원한 바람에서도, 그리고 푸른 나무들에게서도 평범함 그 자체였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마치 백지 같은 느낌이었다.
치료제 없는 병
“야, 조제현! 이제 집에 가자, 언제까지 그렇게 하고 있을 거야!”
학교를 마친지 한참이 지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옥상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학교를 마치지 마자 올라온 이후로 한 번도 움직이지도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휘이잉ㅡ!
검은 하늘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하지만 수강과 가연은 그 기분을 느끼지 못한 것인지 손으로 부채질 하며 명상에서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원하다.’
나는 속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히고 있었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더운 열기를 그대로 받으며 있었기에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나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자 온몸이 활력이 돋는 듯 한 착각을 불어 일으켰다. 마나를 잃은 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잠깐의 솟아오른 힘이었지만 그것은 잠깐 뿐이었기에 마나가 돌아왔다고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르륵ㅡ
하늘에 별이 뜨고 나서야 나는 눈을 뜨며 옥상 입구에 쭈그려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는 둘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꾸벅, 꾸벅,
같이 머리를 맞대며 자는 모습에 약간의 미소가 그려졌다.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 와 버렸다.
“어? 끝났어? 이제 집에 가자.”
꼬르륵
“헤헤, 저녁을 먹지 않아서 그만...”
나의 걸음 소리가 크게 들렸던 것인지 두 녀석은 잠에서 일어났지만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머리를 긁적이며 헤픈 웃음을 날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때, 성과 좀 있었어?”
“그냥 조용히, 가자.”
가연은 상쾌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약간 우중충한 기분에 모든 것이 귀찮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바로 녀석들을 재촉하며 집으로 향했다.
“자고 있는 동안 무슨 일 있었나?”
나의 분위기에 앞서가는 둘은 대체 무슨 일 있냐는 듯 한 물음을 날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사실 나도 왜 이러는 지 잘 모르는 상태였지만.
‘젠장, 그렇게 많던 마나가 어디로 간 거야’
하루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명상을 했지만 모든 것이 허사 인 것 같았다. 이대로 일주일을 버티든지 아니면 무슨 수를 내어야 했지만 모든 것이 슬슬 짜증이 밀려오며 만사가 싫어졌고 허탈해졌다. 그리고 아침부터 중국인이 이 학교를 어슬렁거리는 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학교에 붙어 있는 시계를 보니 대략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명상을 시작한지 약 두 시간이 지나 있었던 것이다. 아직 덜 마른 등이 축축 하며 불쾌한 기분이었지만 나의 심정을 모르는 녀석들은 제잘 거리며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고 웃는 녀석들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하아아, 젠장맞을 산공독!!”
결국 나도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모르고 아무도 없는 거리를 향해 소리를 크게 질렀지만 들어주는 사람이라고는 두 남매 뿐이었다. 그들도 나의 돌발행동에 놀라 나를 쳐다 볼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이, 한국인! 이리로 얌전히 따라 와라!”
나의 분이 풀리도록 소리를 지르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어눌한 한국어에 기분이 촥 갈아 앉으며 알 수없는 분노가 녀석들에게로 향했다.
* * *
“여기가 그 녀석이 다니는 학교라 그 말이냐?”
“예? 예!!”
긴 장발의 검은 머리를 틀어 올리고 검은색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한 학생으로 보이는 녀석들과 머리에 물을 들인 녀석들의 뒤를 따르며 한 녀석에게 물었지만 한 녀석은 분위기 파악을 하지 않고 딴청을 피우던 녀석인지 질문에 놀라 의문을 던졌지만 양복 사내의 살기에 큰소리로 대답해버렸다.
“여, 마유. 이곳이라는데....그 녀석이랑 같은 반 녀석이 있다고 했지?”
“병신아, 눈에 뛰게 왜, 양복을 처 입고 지랄이야.”
“네가 더 눈에 띄면서 뭔 소리야!”
양복의 사내는 뒤쪽에 들려오는 욕 소리에 인상을 구기며 맞수를 놨지만 마유라는 여자는 질수 없다는 듯이 목청을 높 혀 말했지만 뒤늦게 등교하는 학생들과 학교 주사들로 인해 그들의 말싸움은 끝나고 말았다.
“거기, 학교에 무슨 일이야! 학교 학생들도 아닌 것 같은데 뭉쳐서 무슨 짓이야! 학생들이 놀라잖아!”
학교의 주사인 듯 한 사람이 뛰어 오며 말했지만 두 남녀는 무슨 일이냐는 듯 한 표정으로 앞을 주시 할 뿐이었다.
“뭐야, 중국인이잖아? 한국말 몰라? 저리가! 때 놈 세끼야! 저기 너희들이 무서워서 못 들어오는 녀석들이 안 보여? 니 하우마? 니 셤머 그워런? 이런 니 씨발 넘아! 중국 말도 말라? 벙어리야?”
“........뭐야, 이 녀석은! 한국인은 다 이런가?”
주사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언성을 높였지만 두 남녀의 대화로 중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어색한 중국말로 이리 저리 말했지만 벙어리처럼 꾹 다물고 있는 두 남녀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라 화를 냈지만 두 남녀는 요지부동이었다.
“킥킥....니 씨발넘아.....키키키..헛!...죄, 죄송....”
뒤쪽에서는 그 주사의 말에 배를 잡으며 뒹굴며 웃는 녀석들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양복의 사내가 눈길을 주자 웃던 웃음도 꾹 참으며 다시 부동자세로 바로 일어서며 주사를 끌고 어딘가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조용하네, 야, 재석이라고 하는 놈! 제현이라는 놈 몇 반이야!”
“옛! 예....1학년 10반입니다. 그럼 저희는 가도 되겠습니까?”
휘익!
“감사, 감사합니다.”
양복의 사내가 조용히 재석을 불렀고 재석은 화들짝 놀라 배에 힘을 주고 큰소리로 보고 올리듯 말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마유라는 여자는 웃으면서 양복의 사내를 이끌고 학교를 벗어나고 있었다.
“왜 그래! 지금 가서 죽여 버리면 될 것을!”
“바보야! 주위의 눈을 생각해야지! 활동은 밤에 한다. 그전에 우선 관찰만 해서 적부터 알아 봐야지. 혹시 산공독이 잘못 돼서 먹혀들지 않으면 어쩔래? 너 바보야?”
양복의 사내는 어깨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지만 마유라는 여자의 톡소는 말에 그만 기가 질려버렸다. 하지만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양복의 사내는 근처에 있는 아파트 옥상으로 빠르게 뛰어 올라 가고 있었다. 마치 새처럼, 아니 스파이더 맨 처럼 벽을 발로 박차며 올라가는 몸놀림이 예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마유라는 여자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이 실력을 차라고 설명해야 할까? 아니며 그 남자의 무공이 특별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어쨌든 그 둘은 옥상에서 학교를 주시하고 있었다.
“무슨 수업이 이렇게 길어! 지루하게.”
“앗, 온다!”
마유와 양복의 남자는 지루한 시간을 죽이며, 누군가를 찾듯이 안력을 돋우며 학교의 유리창을 이리저리 쳐다보며 누군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러기를 1분이 지났을까 옥상으로 올라오는 세 명의 남녀가 눈에 들어왔다.
“저놈 이야! 저놈! 저기 가운데 앉아서 심법을 운용하고 있는 놈!”
“흠....별 볼일 없어 보이는데? 운기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고, 아무리 내공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될 텐데....잘못 집은 거 아니야? 차라리 저기 그늘에 앉아서 쳐다보고 있는 녀석들이 더 확실해 보이는데.”
마유의 말에 양복사내는 멋이 감을 관찰하듯이 매서운 눈초리로 옥상 중앙에 앉아 명상을 하고 있는 녀석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녀석에게서는 아무것도 그저 평범한 느낌만 날뿐 어떤 위험한 느낌이나 이상은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내공을 잃었어도 무인 특유의 기운은 느껴지기 마련이건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안 느껴져, 무인 특유의 기세 같은 것도 있지만 아무 반응도 없어, 살기도 섞어 보내도 말이야, 저 녀석들이 더 민감한 것 같.....숨어!”
“멍청한! 그러게 누가 살기를 그렇게 줄기줄기 내뿜으래. 들킬 뻔 했잖아!”
양복사내가 살기를 내뿜으며 관찰하고 있을 무렵 마침 종이 울렸지만 그것을 알지 못한 두 남녀는 갑작스럽게 일어나며 잠깐 이곳으로 시선을 준 목표의 모습에 순간 움찔하며 밑으로 숨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는 것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휘이잉ㅡ!
그렇게 쉬는 시간이면 옥상에 올라와 내공을 찾으려는 녀석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 둘은 날이 어두워지며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고 슬슬 움직일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 아직도 옥상에 있을 녀석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휘이잉ㅡ후우웅!!
잠깐 녀석들을 관찰하며 있던 두 남녀는 강풍이 불어오자 몸을 약간 움츠리며 아직도 있을 녀석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 바람쯤은 몸을 움츠리지 않아도 됐지만 그 바람은 알 수없는 위압감과 차가움에 살짝 움츠린 것이었다. 그 바람이 기류를 타고 자신들의 목표에 다가가는 것을 알지 못했다.
“뭐야! 내공을 잃은 것이 아니었어? 산공독에 당했을 텐데!! 저놈에게서 미약하지만 기운이 느껴져, 멀리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확실해! 지금까지 우리를 방심 시키려던 수작이었나 봐! 기회는 지금 뿐이야! 빨리 이동해!”
“뭘 그렇게 호들갑이야. 별로 쌔보이지도 안구만. 그럼 슬슬 교문 쪽으로 가볼까?”
한참을 관찰하던 두 사람의 눈동자가 잠깐 빛나며 사라져 버렸다. 목표에게서 미약하지만 몸속에서 기류가 뿜어져 나온 것을 둘은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순간이었지만 둘에게는 충분히 관찰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양복의 남자는 특유의 표정으로 입이 살짝 올라 갔을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기대 이하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둘은 빠른 속도로 교문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목표와의 거리는 채 1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젠장맞을 산공독!!”
점점 목표의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알고는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호기롭게 외쳤다.
“어이, 한국인! 이리로 얌전히 따라 와라!”
그렇게 한국인 세 명과 두 명의 중국인 남녀는 가까운 공터로 이동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공터는 학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 운동장이었지만, 그것은 옥상에서 미리 점찍어둔 전투 장소였다. 전혀 장애물이 없는 그런 곳이었다. 간혹 잔디도 있었지만 관리를 하지 않아 약간 무성한 곳이었다.
“당신들 뭐야! 우리를 어디까지 끌고 갈 셈이지?”
“잔말 말고 따라와라, 한국인 꼬마야!”
목표 이외의 남자아이 녀석이 나서는 모습에 양복의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목표는 갑작스런 살기에 약간 움츠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양복의 남자는 알 수없는 미소를 만면에 띠고 있었고 마유라는 여자는 불안 한 듯 힐끔 거리며 목표에게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경계하고 있었다.
치료제 없는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