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멋진 경기였습니다. 이제 마지막 경기인 제 40번째 경기! 쌍둥이 남매 중, 아루아님입니다. 상대는 프리스트인 엑티브님입니다. 여성 유저들 인만큼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준비 되셨죠?
“네ㅡ”
우리가 접속한지 3시간이 다되어 가고 있었다. 오늘의 마지막 경기인 아루아인 가연과 엑티브라는 외국인 여성이었다. 둘은 약간 긴장된 얼굴로 각자의 무기인 검과 해머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곧 시작이 되었고 아루아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엑티브에게 달려들었다.
“크로스 슬래셔!”
엑티브의 가슴 쪽으로 파고든 아루아는 그대로 크로스 슬래셔를 사용했다. 예전에 수강인, 루커스와 같이 사용하던 기술이었다. 하지만 혼자라 그런지 한쪽만 생겨난 오러였다. 한마디로 수강이 없다면 반쪽짜리인 기술이었다.
“홀리 크로스!”
캉ㅡ!
빠르게 파고든 아루아의 모습에 당황하지 않고 손을 빠르게 십자가의 모양으로 그으며 성스러운 마나를 불어 넣고 지나갔다. 그대로 생겨난 새하얀 색의 십자가가 아루아의 기술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지체하지 않고 엑티브는 몸을 날려 움켜지고 있던 헤머를 아루아의 머리 쪽으로 내려찍었다.
캉!
강철 같은 헤머에 덮씌워진 성력으로 아루아의 검신이 약간 금이 가버렸다. 오러로 보호를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제 성력과 함께 쇼크까지 건 헤머를 견디다니 대단하군요. 이만 끝내야 겠어요. 현실에서 누군가 급하게 부르고 있어서 말이죠.”
“나도 지루한 참이에요! 이번 경기는 제가 꼭 이겨야겠어요. 아는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경기라서 말이죠.”
그 둘은 멀찌감치 떨어져 자신들의 최고의 절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프리스트인 엑티브의 헤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엄청난 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버프를 거는 것인지 몸에서는 은은한 성력이 뿜어져 나옴으로 전신을 성력으로 둘러 버렸다.
반면에 아루아는 단순히 검에 마나를 밀집시키며 앞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후, 둘은 각자의 눈빛을 응시하더니 조용히 한걸음씩 걸음을 떼며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가 둘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경기장의 중앙에서 부딪혔다.
“소드 투 엠블럼!”
아루아의 외침에 순간 검이 두 개의 잔영을 만들어 내며 각각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검의 표식이 나듯 엑티브의 성복에서는 자잘한 빛이 생겨나더니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하지만 엑티브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쾅!
단발의 폭발음이 아루아의 몸에서 나더니 수많은 성력이 아루아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순간 막은 검음 이미 장외 밖으로 떨어져 부서져 있었고 경기장 쪽에서는 빨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누가 이겼는지는 성력이 사라진 후에야 볼 수 있었다.
하아ㅡ하아ㅡ
"와, 저 프리스트 장난 아니다. 무식하게 해머를 쓰다니."
"멍청한! 프리스트가 들수 있는 무기는 한정되어 있어, 해머와 단순한 십자가의 철대가 전부인데 뭘 들고 싸우겠냐."
"초보라서......아씨발, 좃만한 놈이 존나 아는 채 해요."
"PK함 떠볼까? 누가 좃만한지?"
멀쩡히 서있는 사람은 엑티브였다. 바닥에 쓰러져 미약한 숨만을 내뿜고 있는 아루아의 모습은 애처로웠다. 순식간에 끝나버린 싸움에 경기장은 떠들썩하게 변해버렸다. 이제 총 40명의 우승자들이 가려진 순간이었다. 아루아는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치료되었고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올 수 있었다. 루커스와 아루아는 간발의 차이로 둘 다 떨어져 버렸다.
-예! 오늘 하루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총 40명의 선수들이 남았는데요. 이제는 마지막 본선, 베틀로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사람이 남을 때까지의 결투, 그것은 내일 오후 10시에 벌어집니다. 오늘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가져주세요. 우승자에게는 드래곤의 기술 중 하나가 주어지는 것은 알고 계시죠? 더욱더 힘내주세요. 물론, 그 스킬이 무엇일지 모른답니다. 각자의 기량과 능력에 따라 달라지겠죠!
모든 경기가 끝나고 사회자가 많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 가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들을수록 남은 사람들을 부러운 듯 한 눈빛과 질투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자! 그러면 내일......?
슈슈슈슈슉!
갑작스런 현상!
관중석과 경기장 중앙에 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강제로그아웃이 되고 있었다. 대규모의 강제로그아웃이라 게임의 관계자들과 사회자는 순간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처음이었던지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수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말을 내뱉고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3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차례대로 사라져 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놀란 사람들은 로그아웃을 선택해 빠져 나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흠흠, 여러분 갑작스런 사태에 놀란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희가 알아 본 바로는 외국 쪽에 있는 지부에서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저희 쪽 아시아와 태평양, 유럽 쪽에는 안전하니 안심하시고 플레이하시기 바랍니다. 갑작스런 현상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호들갑을 떨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회자는 몇 번의 헛기침을 하고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 진 물이었던지 떠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남아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있었다. 물론 나와 두 남매도 포함되어 있었다.
“뭔 소리야! 절대 다운 되는 일이 없잖아! 샐리온 월드가 제일 처음 내세운 공약이 아닌가!”
“옳소! 그럼 모든 공약이 사기란 말이냐!”
관중석에 있던 한 사람이 큰 소리를 내며 사회자에게 외치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샐리온 월드의 관계자와 사회자는 당황하며 수습하려고 했지만 남아 있던 플레이어들의 등살에 밀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어 버렸다.
-죄송합니다. 저희들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설령 전원장치가 내려가도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없습니다. 건물이 부서지지 않는 한 샐리온 월드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저희들도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저희들도 그게 궁금할 따름입니다. 휴ㅡ
-예정대로 내일 제2 본선 경기가 시작되니 그때까지 원인 규명을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서버가 다운되어 접속을 하지 못하시는 참가자 여러분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해드릴 계획입니다. 남은 참가자 여러분, 내일 뵙지요. 그럼ㅡ
그 말을 끝마치고 사회자와 관계자들은 급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남은 사람들이라고는 대략 5만정도의 플레이어들이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의 대부분이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역시 아시아 쪽이 게임 폐인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렇게, 어이없을 정도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본선이었다.
운영자들과 사회자가 사라진 후, 사람들은 각자 사냥을 가거나 로그아웃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들은 밖에서 호출을 했기 때문에 로그아웃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제현아, 밖에서 호출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나가야겠다. 너도 나갈래?”
“나도 나갈 참이었다. 로그아웃”
두 남매의 말에 나는 지체하지 않고 로그아웃을 택했다. 나의 행동에 당황하며 뒤따라서 로그아웃을 선택하는 두 남매가 보였지만 작은 빛 무리에 가려 다음 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정신은 현실로 돌아 갈수 있었다. 그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고 싶다는 작은 미련을 가지고......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다 모였어요.”
다시 거실로 소환된 우리는 조용히 차를 홀짝이며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게임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루었지만, 그것마저 이야기 거리가 사라지고 나서야 아저씨가 모습을 비췄다.
“오래 기다렸지? 전화 통화가 길어져서.....아무튼, 중요한 이야기다.”
꿀꺽!
“아직 우리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렇게 긴장 할 필요 없어, 여보”
“응? 차 마시는 거 안보여?”
순간 싸해지는 분위기와 함께 모든 시선이 잠시 아주머니에게 가 있었지만 다시 시선을 돌려 아저씨를 보기 시작했다. 순간 당황했던 아저씨는 표정을 고치며 나 화낸다는 듯 한 무언의 압박을 아주머니에게 보내고는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그 뭐시냐....아! 아메리카 하고 아프리카 맞나? 아무튼 거기에 운석이 충돌했다는 구나.”
“.........”
“뭐냐, 그런 표정들은?”
처음부터 맥 빠지게 말을 제대로 잊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더니 순식간에 말해버렸다. 그것도 간단하게 운석이 충돌했다는 구나라고 말이다. 순간 당황한 두 남매와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노려 볼 뿐이었다.
“설마 그게 끝?”
“설마가 맞다......가 아니고, 그 운석으로 인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그랜드 얼라인먼트가 앞당겨 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십의 운석들이 각국의 도시에 떨어지고 부서지면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구나,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 떨어진 운석 말고도 또 다른 운석이 아시아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아직도 장난칠 여력이 남아 있는지 아저씨는 살짝 장난 같은 어투로 말하고는 중요한 말을 이어 나가셨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었지만, 나는 달랐다. 게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강제로그아웃이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떨어진 운석의 충돌로 인한 피해이거나, 샐리온 월드의 지부가 부서졌다는 것으로 유추 할 수 있었다.
“아시아 쪽에 운석이 떨어지는 시기는 언제쯤입니까.”
이 집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화였다. 들어 온지 체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대화에 끼어들 생각을 했다. 별로 친한 사이들도 아니었지만 때가 때인 만큼 서먹한 관계로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순간 나의 다쳐있던 입이 열리자 나에게 집중되는 시선에 약간 부끄럽다거나 창피하지는 않았지만, 약간 당황스러웠다.
“앞으로 약3개월 뒤. 떨어진다. 알지 못하고 맞는 매보다는 덜 아프게 준비하겠지만 피해는 상상을 초월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크기도 엄청나고, 잘못하면 아시아의 국가 중 하나는 사라질 각오도 하는 게 좋을 정도의 크기다.”
홀짝ㅡ
“설마, 그 정도 크기 이려고......”
나의 질문 아닌 질문이 의외였던지 아저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하나도 빠짐없이 말하고 또 말했다. 그렇게 모든 말이 끝나고는 목이 타는지 탁자에 놓여 있던 차를 한목을 마시더니 심각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차를 다 마시고 잠시 동안의 침묵이 있었지만 수강의 말에 다시 한 번 토론의 분위기로 넘어갈듯 했다.
“설마가 사람 잡는 다는 말이 있지....그리고 지금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자칫 이 이야기가 여러 사람의 귀에 들어간다면 큰 혼란이 있을 테니....”
“에엣? 무슨 말씀을.....다 알아야 혼란이 적어질 것 아니에요? 그렇게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닐 텐데.....”
신신 당부를 하듯 아저씨는 몸에서 은은한 사이킥 에너지를 뿜어내며 말하고 있었다. 두 남매의 뜨겁고 시원한 느낌이었다면, 아저씨의 느낌은 약간 위압감이 느껴지는 듯 하면서 풋풋한 기운이었다. 아마 땅의 속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의 말을 받아치며 말하는 수강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 아저씨는 손을 휘둘렀다.
땅콩ㅡ!
휘둘러진 손은 여지없이 수강의 머리통을 때리고 지나갔다.
“아야, 왜 때려요. 아프게 시리.”
“네 말도 일리가 있지만, 과연 누가 그 말을 제대로 믿기나 할까. 증거도 없는데, 아메리카가 이렇게 됐으니. 우리도 준비하자? 지금 연락도 되지 않아.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그리고 증거를 보유하고 세상에 알렸다치자 그러면 더 큰 혼란만 있을 뿐이야. 피할 곳도, 도망갈 곳도 없는 지금,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텐데. 알겠냐?”
눈에 살짝 물기를 내비친 수강은 아저씨의 말에 알겠다는 표정을 하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보옥의 행방은? 보옥은 어디에 있지?”
순간 반말이 나와 버렸지만 나는 개의치 않다는 표정으로 아저씨를 주시 할 뿐이었다. 곧 아저씨의 입이 열렸다.
“보옥은......알려 지지 않았다. 다만, 곧 나타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이 한국을 아니, 이 지역을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 인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외국의 능력자들은 경계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격한다면, 우리도 공격할 것이고, 도와준다면, 우리도 도와 줄 뿐이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들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대략 한 시간의 대화로 대충이나마 감을 잡았다. 지구의 위기라고 불러도 될 만큼의 사건이었다. 운석이라면 나도 소환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거대한 운석을 소환하려면 나도 무리를 해서야 겨우 소환 할 정도의 크기였다. 이것을 막으려면 단하나. 지금 가지고 있는 최고의 기술뿐이었다.
“드래곤 브레스에 모든 마력을 소모 하던지, 최고의 방어 마법에 모든 마나를 걸던지, 둘 중 하나군.”
참 편한 생각이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지만 어떤 것이 현명한 판단일지는 써봐야 할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써보고 나서야 진짜 정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험을 치고 나서야 진짜 답을 알듯이. 모든 이야기를 마치니 대략 시간은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내일 있을 시험이라는 사소한 일과가 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 할 정도로 뇌의 공간이 남아 있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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