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아젤, 뒤로 물러서라. 단순한 인간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바르하젠님, 그럴 수는.....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레비아젤! 뒤로 물러서라고 했다!”
골드 드래곤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빠르게 달려드는 실버 드래곤의 모습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골드 드래곤의 말을 들었더라면 조금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테지만, 이미 선택해야 할 버스는 지나가 버린 것이다.
“크크....바보 녀석....말을 들을 것이지!”
츄하아악ㅡ
나에게 무작정 달려드는 실버 드래곤의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빠르게 달려드는 녀석의 스피드와 나의 블러드 네일을 휘두르는 속도가 합쳐져 빠른 속도로 베고 넘어갔다. 워낙 빠른 속도였던지 천천히 허벅지에게 가는 실선이 생겨나더니 조금씩 피가 배어 나왔다.
주르르륵ㅡ
“어.....언제?”
저벅ㅡ저벅ㅡ
“뒤로 이동해라! 얼른! 레비아젤!”
생소한 고통에 녀석은 인상을 그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나는 여유러운 미소를 띠는 한편 뒤쪽에 있는 바르하젠이라는 골드 드래곤을 경계했다. 천천히 실버 드래곤에게로 다가가며 마탄을 뽑아냈다. 단순하게 생긴 구가 빠르게 날아가며 실버 드래곤의 다친 허벅지를 뚫고 들어가 더욱 참기 힘든 고통을 주었다.
“윈드 스톰(Wind Storm)!”
뒤쪽에서 방관만 하고 있던 골드 드래곤이 손에서 윈드 스톰을 발현시키며 나를 견제 하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나의 전신을 휘감으려하고 있었다.
“텔레포트(teleport)”
쿠아아아ㅡ투두두둑!
그 마법을 피하기 위해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텔레포트로 사라진 곳에서 거센 바람이 일어나며 땅에 있는 돌들을 부서트리고 있었다. 단순히 견제용만이 아니었던지 경기장은 많이 손상되어 있었다.
“바르하젠님.....”
우우웅ㅡ
골드 드래곤에서 빛이 한차례 터져 나온 후 실버 드래곤의 몸에 나 있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다.
“기껏 한다는 짓이 쓸모없는 놈을 치료하는 것이냐? 쓸모없는 짓을......”
나는 어스퀘이크를 사용해 지각을 뒤흔들었다. 순간 중심을 잡지 못한 두 드래곤은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지만 그것을 노치지 않고 마탄을 날려 보냈다.
푸슈슈슉ㅡ
모든 마탄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날아갔지만 골드 드래곤의 실드 마법덕분에 모든 것이 가로 막혔다. 그리고 빠르게 녀석들은 현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착각하고 있었다. 지금 와서 현신을 한다고 해서 달라 질것도 없었고, 나에게 공격 할 곳을 제공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쿠워어어어ㅡ
두 마리의 드래곤은 순식간에 본체로 돌아가 버렸다. 그것도 시간이 아까웠던지 변신하는 도중에도 두 가지의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골드 드래곤은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레이저 브레스였고 실버 드래곤은 냉기의 브레스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는 소멸당하거나 얼어 죽는 수가 있었다. 지금 준비하는 단계에서 죽여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순간 떠오른 생각으로 하려던 행동을 멈추었다.
“브레스에는 브레스 인가?”
나는 지체 하지 않고 브레스를 준비했다. 재미 있는 생각이란, 단순히 네 개의 브레스를 동시에 써보자는 것이었다. 처음 드래곤을 흡수 할 때, 모든 브레스를 합성이 시키자는 생각으로 드래곤들을 흡수 해왔기 때문에 나는 처음으로 네 개의 브레스를 동시에 써볼 기회가 왔기 때문에 브레스를 사용했다.
파파팍ㅡ웅우우우우ㅡ
나의 발밑에서는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리고 나의 몸이 중심이었던지 나의 손앞에 거대한 마법진이 하나 더 생겨났고 마법진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화염에 산성, 염소가스, 라이트닝이 부합되었기 때문에 보통 브레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콰아아아아아ㅡ
=쿠와아아아아ㅡ
두 마리의 드래곤은 하늘 높은 곳에서 큰 브레스를 날려 보냈다. 아마 있는 마나를 쥐어 짠 것인지 나는 날개가 힘없어 보였다. 다만, 눈이 시려 울 정도로 냉기가 가득 찬 브레스와 모든 빛을 빨아들인 듯 한 레이저 브레스가 나의 마법진을 향해 날아왔다.
“미완성이지만 퓨전 브레스!!”
나도 막 완성된 브레스를 날렸다. 거대한 마법진인 만큼 나의 브레스의 지름은 5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모든 것을 합쳐 놓았기 때문인지 회색빛을 띠는 브레스였다. 그리고 두 가지의 브레스와 맞부딪히자 큰 굉음과 함께 충격이 경기장 주변으로 뻗어 나갔다.
처음으로 브레스를 사용했던 때와는 다르게 정신도 멀쩡했고 몸도 뜨겁지 않았다. 다만, 몸에서 급속히 줄어가는 마나로 인해 지치기는 했지만 그것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스오오오ㅡ스스스스ㅡ
출렁, 출렁ㅡ
브레스와의 충돌로 생겨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쳐 나가며 실드와 부딪혔다. 그리고 조금씩 균열이 생기며 출렁거리고 있었다.
“피, 피해! 이곳까지 여파가 몰아친다! 커. 커억ㅡ”
쨍그랑ㅡ
누군가 외쳤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충격파가 견고한 실드를 깨 부수며 관람하고 있던 사람들을 덮쳤고 여지없이 로그아웃 당하고 말았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하나 둘씩 호들갑을 떨며 로그아웃을 하고 있었지만 몇몇은 끝까지 남아 보겠다는 듯이 경기장 밖으로 벗어나고 있었다.
* * *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나의 직장이. 나의 경기장이! 나, 돌아갈래ㅡ!”
“피하십시오. 경기장이 무너지려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피하는 것......”
퍽!
“닥쳐! 네놈들이 내 마음을 알기나해! 기껏, 편하게 일하는 운영자들 주제에!! 삼일동안 삽질해서 매 꾸어 놓았더니 이제는 경기장? 나도 못 참아! 직권 남용이던 나발이던 나도 이젠 못 참아!”
수많은 사람들의 로그아웃에 떠는 것이 아니라 부서 질것 같지 않던 경기장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자 사회자는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 근처에 있던 운영자는 그 모습에 얼른 데리고 피하려고 했지만 사회자의 분노어린 주먹에 바닥에 쓰러져 움찔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만, 그만하란 말이다! 나의 경기장이!”
복구 전담 운영자를 더불어 사회자라는 직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던 GM프레이의 분노로 삼파전의 양상으로 가려하고 있었다. 멀리서 절규어린 말을 들을 정도로 정신이 개방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싸우고 있는 자들은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투확ㅡ콰오오오오오!!!
두 무리의 브레스가 나의 브레스와 부딪히면서 거센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미 경기장은 조금씩 부서져 내리고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그아웃당하거나 경기장 밖으로 대피하고 있었다. 한참동안의 힘겨루기가 막바지에 들었는지 두 드래곤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마나까지 쏟아 붙고 있었다.
=아닛?! 말도 안 돼......!
=상쇄....?! 이럴 리가....인간이 브레스를 쓰는 것도 놀라운데....이정도 위력이라니!
두 드래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머릿속에서 각자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자신들의 입에서 최대한의 브레스를 사용한 마당에 이제는 남아 있는 마나가 거의 없었다. 오직 본체를 유지하는 마나와 공중에 떠 있을 마나만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상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다.
고오오오오ㅡ
나의 미완성인 퓨전 브레스가 두 개의 브레스를 집아 삼키며 뚫고 날아갔다. 그리고 육중한 몸을 자랑하는 두 드래곤은 나의 브레스에 맞고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각자 한쪽 날개와 작은 팔을 잃고서.
쾅ㅡ
마침 두 드래곤이 밑으로 추락하자 큰 소리와 함께 지각이 흔들렸다. 그리고 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올랐고 소멸된 날개쭉지와 팔에서는 이제야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역시 큰 몸둥아리 덕분인지 피는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설마.....인간에게 이정도의 마나가 있을 줄이야....
두 드래곤은 나란히 누워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이미 바닥으로 추락한 드래곤을 묶어 놓기 위해 마탄으로 나머지 날개마저 없애 버린 것이다. 이제 드래곤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처참히 변해 있었다.
후두두두둑ㅡ!!!
“아직 싸울 힘이 남은 건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돌덩이들과 모래들로 인해 나는 몸을 뒤쪽으로 피하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바닥에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두 드래곤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나의 경기장이! 기껏 만들어 놨던 경기장이!!!!”
나의 뒤쪽에 사회자였던 녀석이 있었다. 녀석은 손에 삽자루하나를 들고 이상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넌.....뭐냐?”
“죽어라!! GM프레이의 이름으로 악을 처단하겠다!! 감히 삼일동안 노가다를 시키고도 모자라 이런 짓을 하다니! 흙 소환!!!”
후두두두둑ㅡ
나의 무심한 물음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듯이 삽을 치켜세우며 외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무시하고 지나가 두 드래곤의 프로필을 소환해 흡수 해버렸다. 역시 다른 드래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직 브레스만이 유용했을 뿐이었다.
“헬파이어(Hell Fire)!”
화르르륵ㅡ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드래곤을 깨끗하게 소멸시켰다. 더 이상 살아 봐야, 득 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 타오르며 아무런 티끌도 남기지 않고 타오른 드래곤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불씨는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흙 소환!! 불이여 꺼져라!!”
예전부터 만나온 프레이라는 녀석이 흙을 대량으로 소환하며 불타오르는 지옥의 겁화를 단숨에 꺼버렸다. 역시 운영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녀석의 시선이 나에게 닿자 공격을 가해왔다.
“삽질 퍼니쉬!!”
산처럼 쌓아진 돌덩이와 모래, 흙들이 녀석의 주위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하더니 삽을 움켜쥐며 그 흙들을 향해 삽을 꽃아 넣었다. 그리고 나서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슈슈슈슉!!
녀석의 삽에 떠진 흙들이 나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노련한 손놀림으로 날아오는 흙이 정확히 나의 온몸을 향해 날아왔다. 나는 그런 가소로운 행위에 실드를 사용해 막았지만 더욱 빠른 속도로 흙더미를 날려 보내자 나는 생매장을 당해버렸다. 그리고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운영자 특화스킬! 시멘트 바르기!!!”
쩌저저저적ㅡ
점점 암흑으로 덥혀버린 나는 어이없음은 물론 황당하기 까지 했다. 순식간에 생매장과 시멘트로 발려버린 나는 화가 나기는 커녕 어이없는 웃음만 날리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띠링, 텔레포트를 사용 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음화화화!!! 나의 시멘트 맛이 어떠냐! 텔레포트 불가능이지? 크크크, 거기서 서서히 죽어러!”
나는 녀석의 말에 역시 운영자는 최강이라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했지만 얼마 있지 않아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스(Ice)!!”
쩌저저적ㅡ쾅!!!
나는 흙더미를 치워 내고 견고하게 굳어있는 시멘트를 향해 아이스 마법을 연달아 시전 했다. 그리고 완전히 얼었을 때 파이어 볼로 시멘트를 향해 날렸다. 그러자 어이없게 부서지는 시멘트! 나는 그렇게 삼분동안 갇혀 있었을 뿐이었다.
“다 했냐? 운영자씨?”
터벅, 터벅!
“오지마! 다가 오지마!!”
나는 간신히(?)빠져나온 시멘트를 한번 보고는 운영자인 프레이에가 점점 다가갔다. 하지만 녀석은 나의 행동에 겁을 먹은 것인지 뒷걸음질 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삽질 퍼니쉬!!”
다시 한 번 작열한 삽질 퍼니쉬를 막을 생각을 하지 않고 블링크로 피해버렸다. 또다시 생매장 당하면 귀찮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오지마! 휘이, 휘이!!”
휙휙ㅡ
녀석은 더 이상 공격할 흙이 없는 것인지 삽을 휘두르며 나를 견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뒷걸음질 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무너져 내린 건물의 파편에 걸려 넘어진 녀석은 일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당황한 나머지 손쓸 방도가 없어졌다.
“뭐, 이런 놈이....운영자라고.....윈드 피스트(Wind Fist)!”
후우우웅ㅡ
나의 마법에 반항한번 하지 못한 녀석은 윈드 피스트를 맞고 기절해 버렸다. 그렇게 삽을 휘두르던 녀석도 간단한 마법에 기절 해버리자 허탈하기 까지 했다.
“프로필 뷰!”
[프로필]
이름 : GM프레이
전투력 : ???
스킬 :
운영자 - 삽질 퍼니쉬, 시멘트 바르기, 흙 소환, 유저 소환(동의 필요), 건물 짓기, 나무 심기, 몬스터 육성
녀석의 프로필은 단순하면서도 오묘했다. 전투력을 표시하는 것이 물음표로 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표시인지는 모르지만 녀석이 전투력이 높은 것인지, 아니면 낮은 것인지 측정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능력흡수!”
-띠링, 흡수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허탈과 함께 이런 영역도 있었던가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 게임 상에서는 엄연히 이 녀석도 신이었다.
드워프 녀석들이 말했던 샐리온 월드 창조설을 들었을 때, 녀석들이 신이라는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수많은 운영자들이 신이라는 것이지만, 각각 가지고 있는 능력도 달랐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운영자도 흡수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흡수하기위해 능력흡수를 펼치니 이런 황당한 소리가 나오니 어찌 할 바를 몰랐다.
“흡수 할 수 없는 것도 있다니....능력회수!.....로그아웃!”
나는 삽을 움켜쥐고 쓰러져 있는 프레이를 뒤로 하고 로그아웃을 선택했다. 현실에서 모니터링 하고 있을 녀석들 때문에 나의 능력이 들통 난 것을 빼면 나도 평범한 하루였다고 자부 할 수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