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와아아악ㅡ”
그 평화롭던 해안가는 어느새 괴물로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이미 아메리카 쪽은 괴물이 널려 있었지만 아시아쪽에는 잘 출몰하지 않는 괴물들이었다. 이미, 중국과 일본, 유럽 쪽에서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한국에는 잘 나타나지 않던 괴물들이었다.
그 괴물들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했다. 인간형으로 생긴 것이 있는가 하면, 동물의 모습을 한 몬스터도 많았다. 이처럼 해안가에 나타난 것은 바다 생물이 변한 듯 한 모습이었다. 이가 날카로웠고, 이족보행이 아닌, 기어서 다녔고, 물과 땅 구분 없이 다니는 몬스터였다. 대부분 이런 몬스터가 아시아 쪽에 활보하는 몬스터였다.
물론, 공중 형 몬스터도 있었지만 잘 출몰하지 않는 몬스터였다.
“도망가세요. 저희는 몬스터 헌터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멀리 가십시오.”
수강이 기관에서 배운 대로 사람들을 안심시키며 대피시키고 있었다. 옆에 있던 가연도 그런 일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괴물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 수가 엄청났다. 보통 한두 마리가 고작이었던 놈들이 다량의 수로 몰려다니고 있었다.
“저런 놈들이 어디서 생겨나는 거야. 귀찮게.”
나는 괴성을 지르며 손과 발을 움직이는 괴물을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녀석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의외로 쉬운 상대였다.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괴물이었지만 진화하기 전의 습성이 남아 있는 것인지 아가미를 움직이고 있는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곳을 공격하면 즉사, 혹은 중상을 입을 정도로 큰 타격을 줄 수 있었기에 나는 언제든지 저런 몬스터 수백, 혹은 수천을 혼자서 상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다 대피시켰어, 저기 저 경계만 못 넘어가게 한다면, 될 거야.”
“내가 맞았던 쪽도 저기가 경계야.”
녀석들이 말한 곳은 백사장에서 100미터 뒤쪽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피할 곳이 별로 없었기에 멀찌감치 세우고 전투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미 이런 일이 익숙해져있는 것인지 공포에 떨던 사람들은 우리의 등장으로 차츰 안정을 취하며 여유러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찰칵ㅡ
여기저기서 터지는 사진찍는 소리에 나는 눈빛이 점점 가라앉았다. 그러더니 나의 눈빛은 조금씩 약해졌다.
‘속전속결. 대피시켰더니 구경이나 하고 있다니....’
나는 빠르게 해치울 생각으로 많은 수의 라이트닝 애로우를 만들었다. 바다에서 막 올라왔기에 축축이 젖어 있는 것이 확연히 눈에 보였던 것이다. 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하늘에 라이트닝 에로우를 만들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크와아아악ㅡ”
혼자서 앞으로 나서니 나를 만만하게 본 것인지 수십의 괴물들이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하지만 일정거리 이상을 들어오자, 녀석들의 몸이 하나 툴씩 터져 나가며, 튕겨나가고 있었다. 이미, 마탄을 자유자제로 컨트롤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어역시 대부분 마탄으로 해결하고 있기에 이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가라ㅡ”
나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던 많은 수의 라이트닝 에로우가 일정한 방향으로 날아가더니 일순간 모든 공간으로 흐터지고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의 아가미쪽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날아들었다.
찌지지직ㅡ
“키에에에ㅡ”
순간, 나의 주위에 포진해있던 괴물들이 모두 쓰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잠깐동안의 기절인지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었다.
퍽ㅡ
“기절한 놈은 우리들에게 맞기라고.”
기절해 있는 괴물중 하나가 터져나가며 죽어버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잠깐 돌려 그것이 수강인 것을 알고 시선을 돌려 다른 목표물을 찾기 위해 느린 걸음으로 걸어갔다.
주춤ㅡ
괴물도 두려움이라는 것을 아는지 뒤로 물러서며 물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참이나 잘못된 실수였다.
“라이트닝 레인(Lightning Rain)!”
나는 이미 하늘에 무수히 많이 떠있는 수백의 라이트닝 에로우와 라이트닝 레인을 사용했다. 하늘에서는 엄청난 전류가 바다 쪽으로 내려쳤고 순식간에 그 많던 괴물들이 전멸당해 버렸다. 괴물들의 시체는 빠르게 부패하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스스스스ㅡ
그 모습을 보고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많이 봤다는 듯이 태연한 눈동자로 괴물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상황이 정상적으로 끝나자 대피해 있던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오고 있었다.
“초능력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우리에게로 다가온 사람 중 초등학생이 외치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허무맹랑하게 물어오는 녀석에게 꿀밤을 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연과 수강이 나서서, 대충 알아서 막고 있었다.
“자자, 이제 끝났으니, 돌아가 주십시오. 또다시 괴물이 언제 출몰할지 모르니, 이곳은 이제 폐쇄 하겠습니다.”
“그런게 어디 있어! 기껏 이곳 까지 왔더니, 폐쇄?”
“그럼, 몬스터랑 싸우시겠습니까? 우리도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그건.....”
수강의 말에 발끈하며 대꾸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수강의 말이 맞았기에 모두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간만의 휴가였기 때문에 아쉬운 것은 저들만이 아니라, 우리들도 아쉬웠다. 괴물이 출몰한 이상 놀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본격적으로 활동해야 했다. 내일이면, 중국의 불사교라는 녀석들도 부산항 쪽으로 오니,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우리도 대충 챙기고 다른 쪽에 몬스터들이 나타났는지 가보자고, 아마, 이곳만이 아니고, 해운대 쪽에도 나타났을 거니까.”
“그래, 우리 휴가도 없구나.....”
둘의 말처럼 다른 쪽에도 분명 몬스터들이 나타났을 것이다. 아마, 그 수도 많았기에 사상자도 났을 것이기에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해안가 쪽에서 나타났기에 아마, 이번에는 해운대 쪽이라는 생각에 우리들은 숙소로 돌아가 간편한 복장을 입고 해운대 쪽으로 텔레포트를 했다.
“또, 그 순간이동을 쓰자고? 나는 절대 못해! 아니, 안 해!”
“나도 그건 반대야. 속도 안 좋아 지는 것 같고.....”
덥썩ㅡ
나는 그 둘의 말을 무시하고 텔레포트를 사용해 해운대 쪽으로 이동했다. 순간 어질한 기분이 들었지만 안전하게 하늘로 텔레포트를 한 우리들은 공중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아아악ㅡ”
몬스터 헌터고, 일반인이고, 괴물이고 모두 혼전이었다. 워낙많은 수의 사람들 때문에 미처 대피도 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전투를 치루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거기에서 죽는 사람도 나왔고 도망치는 사람들도 보였다.
크워어어어ㅡ
괴물의 포효에 놀란 사람들은 어디로 도망갈지 몰라 백사장에 넘어져 도움을 구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어린아이 같이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괴물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다.
츄아악ㅡ
순간 나의 시선에 한 어린아이가 순식간에 목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몬스터 헌터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고 구해야 할 사람들은 넘쳐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몬스터 헌터들의 급수가 높은지 잘 막아내고 있었지만,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괴물들에게는 어쩔 수 없었다.
“너희들은 알아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대피 시켜라. 이곳은 내가 맞을 테니.”
“응....”
우리들은 어울리지 않게 밝은 색의 반팔, 반바지를 입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몬스터 헌터라면, 검은 색의 옷을 입는 것이 보통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하늘에서 조금씩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멈춰라!!”
후오오오ㅡ
나의 입에서 거대한 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그 엄청난 기세에 괴물들과 몬스터 헌터들은 조금씩 소강상태를 보이며 소리의 진원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틈에 빨리 사람들을 구해라.”
나는 그 틈을 타서 두 녀석에게 지시를 내렸다. 녀석들은 빠르게 발을 움직이며, 중상을 입은 사람부터 착실히 구출하고 있었다. 괴물들 역시 이제 정신이 드는 것인지 다시 소리를 질러대며 공격을 하고 있었다.
“꼬마야. 여기는 위험하니, 다른 피해 있어라. 여기는 우리가 맞겠다.”
휘이잉ㅡ
몬스터 헌터중 하나가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에 나는 알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너나 피해라. 사람들을 구할 생각도 없는 새끼가. 몬스터 헌터? 엿이나 먹어 라고 해라. 병신 새끼가. 몬스터 헌터라고 잘난 척 하지 말고!”
구오오오ㅡ
“뭐...뭐냐?!”
나는 녀석에게 분노를 내뿜듯 몸에 있던 마나를 끌어 올리며 사방으로 터뜨리듯 날려 보냈다. 대략 주위 3미터 가량을 내보내니 그 주위가 나의 반경범위라도 된다는 듯이 모든 것이 느껴졌다. 모래 속으로 통하는 바람도 느껴지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저런 게 몬스터 헌터면 나는 거절이다.”
촤르륵ㅡ푹!!!
나는 나의 주위로 들어오는 괴물에게 블러드 네일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곳에 그대로 익스플로전을 시전 했기에 괴물의 몸은 그대로 터져 나갔다. 한 일수의 공격이었지만 괴물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크워어어어ㅡ
바다에서 올라온 괴물은 사람을 죽이고 그 시체로 다른 괴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괴물들의 공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 시체역시 괴물로 탄생했다. 그 괴물은 바다에서 올라온 괴물보다 배는 강했다. 강철 같은 손톱이 있었으며, 약점이라고는 없었다. 그리고 물러섬이 없이 공격을 가해왔다.
“넌, 누구냐!”
수십의 몬스터들을 혼자서 상대하고 있을 때,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갔다. 몬스터 헌터도 교류를 하고 이름 정도는 알고 있을 정도였기에 나를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워낙 나서지도 않았고, 시시껄렁한 계급 나누기도 싫었기에 나는 표면상에 들어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워낙 긴박한 상황이라 나섰지만, 이정도까지가 아니었다면 나서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나? D급 몬스터 헌터. 너희들이랑은 차원이 다른 D급!”
그 말을 시작으로 나는 무차별적인 마법 난사가 시작되었다. 이미 대피 시킬 대로 시켜 주위에는 몬스터 헌터만이 남아 있었기에 난사해도 되었다. 못 피하면 자신들이 잘못이니 나는 알바가 아니었다.
“다크 캐논(Dark Cannon)!!”
처음은 다크 캐논으로 시작했다.
나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일직선상의 어둠의 마나가 나의 앞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을 한순간에 소멸시켜 버렸다. 비록 낮은 서클이라도 이런 괴물들에게는 통했기에 나는 생각나는 대로 모든 마법을 써댔다.
“파이어 월(Fire Wall)....에어로 봄(Airo Bomb)!”
셀수 없을 정도로 마법들이 난무하며 모든 것을 부수며, 터뜨리고 태워 버리고 있었다. 이미, 다른 몬스터 헌터들은 뒤쪽으로 피해 나의 전투를 관망만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 괴물들은 앞으로 전진 하지 못했다.
쿼어어어ㅡ
모든 괴물들이 손톱을 세우며 나에게 달려들었지만 모두 허사였다. 3미터 이내로 들어오는 몬스터 들은 마탄으로 인해 모두 작살나 버렸고 멀리 도망가 있는 놈들 역시 모두 죽어버렸다.
“우, 우와아악ㅡ!”
나는 순간 짜증이 치솟아 올랐다. 가뜩이나 괴물을 상대하느라 짜증나는데 어린 초등학생 새끼가 겁도 없이 싸움터로 기어들어 온 것이다. 나는 순간 구할까 말까 생각 하다가 그냥 내버려 뒀다. 저런 꼬마 하나 생각하느니 괴물 하나 더 죽일 생각을 해야 옳았다.
츄악ㅡ
“아아악ㅡ”
순간 누군가 베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뒤쪽에 대피해있던 능력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꼬마를 구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멍하니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치 본분을 잃었다는 듯이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일반인들과 같이, 관망만 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를 구해주세요. 제발!!”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나는 짜증과 함께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그렇게 중요한 아이면 제대로 간수 하든지 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자 잠깐 초등학생에게 분노가 치솟았다. 왜 그렇게 정신없이 발발거리며 돌아다니는지 물어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빌어먹을!! 젠장!”
나는 계속해서 욕을 내뱉으며 그곳으로 향했다. 다행이도 살아 있는 것인지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다.
“멍청아 도망가!”
녀석은 나의 말도 들리지 않은 것인지 모래사장에 넘어져 바닥을 기고 있었다. 넘어져 있는 와중에도 괴물을 끝까지 보겠다는 것인지 괴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럴 시간에 도망이라고 가야지, 사람 귀찮게 괴물을 쳐다보고 있었다.
엄청난 시간 낭비였다. 다가 갈수록 괴물들이 많아 졌지만 우선 저 꼬마를 구해야 했다. 이윽고 꼬마에게 다가갔고 나는 꼬마를 한손으로 움켜 쥐고 일으켜 세웠다.
퍽ㅡ
“병신 세끼, 왜 이런대 까지 기어 들어오고 지랄이야! 하여튼 초등학생이 어딜 가나 문제야. 이런 사회의 악 같은....!”
나는 화가 나는 김에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아 버리고 빠르게 뒤쪽으로 이동했다. 녀석을 구하는 동안 정신이 없었던지 기습을 당하고 말았다.
츄악ㅡ
“큭ㅡ젠장! 빌어먹을.....예전 같았으면, 무시하고 싸울 텐데. 이런 꼬마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다니.....”
등에 따끔한 느낌에 꼬마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 버렸다. 꼬마는 두려운지 벌벌 떨며 나를 공포어린 눈동자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 역시 괴물이라는 듯이....나는 이런 꼬마를 구하고 있었다. 등은 이미 피로 축축이 젖어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씨발, 구하는 게 아니었어. 그레이트 힐(Great Heal)”
나는 등에 생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그레이트 힐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아물어 버리는 것인지 약간만 따끔할 뿐이었지 출혈은 일어나지 않았다.
“살, 살려주세요. 제발. 두고 가지 마세요.”
초등학생은 벌벌 떨며 나의 다리를 잡고 있었다.
울고불고, 무조건 살려 달라는 식으로 나에게 엉겨 붙었다. 괴물에게 점점 다가가도 소용없었다.
“놔라, 너를 대리고 그곳으로 빠져 나가는 것보다 괴물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괜한 심술을 부렸다. 하지만 이것이 최선이었다. 물론 녀석을 대리고 빠져 나갈 수도 있었지만, 지금 죽이지 않으면 어디로 빠져나갈지 몰랐다. 혹시라도 괴물한마리가 도시의 중심지로 빠져 나간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 할 것이다.
“헬파이어(Hell Fire)!”
나는 괴물들의 중심에 헬파이어를 날려 보냈다. 순식간에 괴물들이 활활 타오르며 소멸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미 꼬마는 슬립으로 재워 버렸기에 더 이상 귀찮게 하는 녀석은 없었다. 물론 실드까지 쳐 놓았기에 안전할 것이다.
화르르륵ㅡ
나는 불타오르는 헬파이어의 영향권으로 다가가며 몬스터들과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다만, 멍청하게 서있는 몬스터 헌터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나는 더욱 수월한 싸움을 했을 것이다. 멍청하게 서 있는 녀석에게 헬파이어를 날려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하고 하나 둘씩 몬스터를 처리하며 앞으로 전진 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나는 끝도 없이 밀려들어오는 몬스터를 보고 질려버렸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기위해 몰려와 있었고 방송국에서도 이미, 영상을 찍어대고 있었다. 한마디로 나는 얼굴이 팔려버린 것이다.
“어둠의 정령소환!”
파앗ㅡ
나의 말에 따라 한곳에서 검은 물체가 서서히 생겨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드래곤의 모습이었다. 게임에서와는 다른 모습이었기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따질 정도로 기분이 가히 좋지 않았다.
“드래곤! 드래곤이다.”
“저 사람 초능력자 맞아? 마법 같은 것을 쓰는 것 같았는데?!”
뒤쪽에서는 나의 정령과 기술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씩이지만 짜증이 치솟은 더 이상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기에 윈드 월을 사용해 사람들의 말을 차단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바다를 얼려 버릴 생각으로 정령과 함께 이중 영창을 사용했다. 이정도면 웬만한 적들은 모두 얼어버릴 것이다.
“오만한 나의 적, 그대, 나의 분노를 피할 수 없으리......”
-오만한 나의 적, 그대, 나의 분노를 피할 수 없으리......
어둠의 정령은 날개를 퍼덕이며 나의 말을 따라 영창하고 있었다. 주문이 길어질수록 어둠의 정령의 입 쪽에서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검은 기류가 모여들고 있었다.
“차가운 빙정의 폭풍으로 그대의 오만함을 없애리, 나의 마나, 어둠의 마나가 모든 적을 없앨것을 약속하노라, 아이스 크리스탈 오브 스톰(Ice Crystal Of Storm)”
-차가운 빙정의 폭풍으로 그대의 오만함을 없애리, 나의 마나, 어둠의 마나가 모든 적을 없앨것을 약속하노라, 아이스 크리스탈 오브 스톰(Ice Crystal Of Storm)
쩌저저적ㅡ
긴 캐스팅이 완료되자 백사장을 중심으로 바다를 향해 빠른 속도로 얼어 가고 있었다. 블리자드의 강화판으로 더욱 쌔고 유지시간이 상당했기에 올라오는 괴물들과 백사장에서 괴성을 지르며 공격하려던 녀석들은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겨울도 아닌데 주위에는 냉기가 느껴지며 공기마저 얼려 버리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이 모든 것이 얼었고, 파도가 치던 모습 그대로 얼어있었다. 괴물들의 피가 하늘로 튀는 것까지 얼려버렸으니, 얼마나 차가운 냉기가 발산되는지 알 수 있었다.
“돌아가라, 어둠의 정령.”
-쿠워어어!!
나의 명령에 멍하니 뒤쪽에 떠 있던 어둠의 정령은 큰 포효를 하며, 공간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확실히 현실에서도 적용되는 기술이었다. 다만, 녀석의 기술이 마법 진을 통해서 나간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래도 파괴력만큼은 확실히 뛰어 났기에 걱정은 없었다.
터벅, 터벅!
나는 느린 걸음으로 괴물들이 얼어 있는 중심 쪽으로 걸어갔다. 그 누구도 나를 제지하는 사람들도 없었으며, 누구도 나의 행동을 방해하는 자들은 없었다. 나를 무시하던 몬스터 헌터들은 경외어린 눈으로 보고 있었다.
“누클리어 블라스트(Nuclear Blast)!!”
꽈꽈꽝!!ㅡ피우우우우ㅡ
괴물들의 중심으로 도착한 나는 한번 얼음을 툭툭 쳐보고는 그대로 누클리어 블라스트를 사용해 모든 것을 소멸시켜 버렸다. 이 마법은 핵폭발 같은 위력을 낼 수 있는 마법이었기에 현실에서 사용하기 꺼려지는 마법이었지만 광범위로 없애버리는 것으로는 최고로 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범위는 최소한으로 잡았기에 괴물들만 고스란히 소멸시킬 수 있었다.
휘이잉ㅡ
이미 모든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다. 단. 한 마리도 생존해 있지 않았다.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던 괴물들은 이미 다 죽었는지 그 어떤 괴물도, 백사장으로 올라오는 놈들은 없었다. 다른 곳으로 갔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기분은 아니었다.
세찬 바람이 나의 몸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나의 마음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깨끗이 정리된 방을 보는 듯 한 기분을 모두 알 것이다. 그것도 직접 처리하고 상황을 종료시켰으니, 뿌듯한 기분도 들었다.
꼬옥ㅡ
“응?”
누군가 옷자락을 잡는 것이 느껴졌다. 언제 실드가 풀렸는지 아까 그 꼬마 녀석이 나에게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순간 좋던 기분도 달아나며, 인상이 험악해졌지만 그 꼬마는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 다는 듯이, 오히려 나의 옷자락을 더욱 세게 잡고 있었다.
“형, 가르쳐 줘요. 네? 마법처럼 펑펑 터지는 거, 가르쳐 줘요.”
“놔라.”
“가르쳐 줘~요~ 네? 가르쳐줘요.”
꼬마 녀석은 거의 울 듯 한 표정으로 나의 옷을 잡아 째듯이 쥐고 있었다. 나는 지금 이빨이 갈리도록 이를 갈아 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 자식의 얼굴에 파이어 볼을 먹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보는 사람도 많았고 아직 어리다는 생각에 참았다.
“레비테이션(Levitation)!”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에 녀석은 공중으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일정한 걸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 녀석의 부모에게 날려 버렸다. 빠르게 날아간 아이가 부모의 몸과 부딪히면서 울음을 터뜨렸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도 별로 개의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으아아앙ㅡ엄마, 저 형이 나 때렸어. 흑ㅡ”
‘으으ㅡ 빌어먹을, 빌어먹을!!! 저 꼬마 자식 생각 할수록 죽이고 싶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가연과 수강이 있는 곳으로 다가 갔다.
“수고했어, 이제 좀 조용 해졌겠지?”
수강과 가연이 나의 모습을 보고는 수고했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 말을 끝으로 대화는 단절 됐지만 이제는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나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솔직히 지금 속이 뒤 틀릴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생명체를 죽이는데 익숙해 졌지만, 약간이나마, 머뭇거림이 있었기에 약간 거부감이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만, 언제 또 전투가 있을지 모르기에 이런 나약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녀석들의 시선을 외면하고 한적한 곳으로 걸어 가려했다.
“어디 소속, 누구입니까! 처음 보는 몬스터 헌터이신데. 무슨 계열의 능력자 입니까.”
특종이라고 생각한 일에 달려드는 기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미, 아까의 전투로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집요할 줄은 몰랐다. 나의 대답은 없었지만 그들은 끝까지 나를 물고 늘어졌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육식 동물처럼, 그들은 한번 정한 목표에 대한 취재를 멈추지 않았다. 나도 하는 수 없이 몇 가지 말에만 대답해 줬다.
“무소속, D급, 마법, 꺼져라.”
단 네 마디 말이었지만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틀어 박혔다. 나의 대답에 모든 사람들이 빠져 나가며 각자의 방송국에 전화를 걸기 바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나 수강과 가연을 데리고 아까 있었던 곳으로 이동했다. 물론 텔레포트로 이동했기에 수강과 가연이 고생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내일 있을, 중국 놈들의 입국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혹시 중국인들과의 전투도 생각했기에 가볍게 명상을 하며 휴식을 취했다.
물론 잘하지 않았던 명상이었지만, 요즘 들어 부쩍 명상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졌고, 나도 즐기는 편이었다. 명상을 할수록 무언가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즐기는 것이었지만....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